중년을 위한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 4월29일~30일 용인문화예술원서

여기, 찜질방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이 서로의 삶을 털어놓는다. 친구의 장례식장을 다녀와 홀로 찜질방을 찾아온 중년의 남자부터 아내와 자식을 피해 혼자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찾아온 남자, 남편 편만 드는 시어머니가 답답한 며느리까지. 찜질방이라는 공간에서 생전 처음 보는 타인에게 자신의 삶에 얼룩진 고통과 즐거웠던 순간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가 오는 4월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용인문화예술원 마루홀에서 열린다.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는 2013년 5월 대학로에서 초연 이후 전국 66개의 도시에서 500회 이상 공연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로 공연 10주년을 맞아 용인문화재단이 용인시와 함께 특별 기획공연으로 준비했다. 퇴직하고 나니 텅 빈 집안에 홀로 남게 된 영호 역에는 국민 개그맨 이홍렬이 열연한다. 자식을 다 키우고도 허리 휘게 손자까지 봐야 하는 영자 역에는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영애 엄마 역을 맡았던 김정하 배우가 출연하며, 세월이 가도 사랑받고 사는 예쁜 아내인 것 같은 은정 역에는 배우 이윤미가 새로운 도전으로 무대에 선다. 연극은 중년을 위한 한편의 서사시와 같다. 연출자는 이 작품을 관람하는 모든 사람이 중년의 외롭고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며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극 중 인물들의 재간 넘치는 대화를 통해 험난한 대한민국에서 오늘도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는 중년들에게 잠시나마 유쾌한 위로의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17세 이상 관람가로 용인문화재단 누리집, 인터파크 누리집 티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

수원시향이 봄에 선사하는 '하이든&말러' 16일 공연

봄이 시작된 3월,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제284회 정기연주회 ‘하이든 & 말러’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수원시향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최희준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고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던 첼리스트 최하영이 협연자로 나선다. 공연 1부에서는 최하영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수원시향과 함께 협연한다. 200년 가까이 귀족의 문서 창고에서 동면하고 있었던 이 곡은 1961년 체코의 음악학자 풀케르트가 발견해 지금까지 음악애호가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첼로 협주곡이라고 평가받으며 사랑받고 있다.  첼리스트 최하영은 지난 2022년 세계 3대 음악콩쿠르로 꼽히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부터 그는 이미 브람스 국제콩쿠르 최연소 1위, 2018년 펜데레츠키 국제콩쿠르 등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었다. 현재는 세계를 무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스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이든의 장식적인 요소와 세밀한 표현들이 최하영의 첼로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된다.  2부에서는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교향곡 작곡가 중 한 명인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된다.  마치 한 사람의 생애를 옮긴 듯 말러의 음악적 고뇌와 변화가 담긴 교향곡 5번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말러 교향곡 5번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 ‘멀리서 들리는 장례음악’ 등 비극적인 장송행진곡 선율로 시작한다. 또 그 사이를 ‘아다지에토’라는 사랑의 순간이 지나간다.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사용될 정도로 로맨틱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말러가 미래에 자신의 부인이 될 알마에게 보낸 연애편지는 영화 주인공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절묘하게 사용됐다.  이처럼 비극적인 장송행진곡 선율로 시작해 유난히 밝고 경쾌한 5악장으로 마무리 되는 곡으로 고도로 세련된 작곡기법과 전통적인 교향곡 구성을 살짝 비트는 특유의 음악적 풍자와 냉소가 매력적이다. 최희준 지휘자의 섬세한 해석력과 수원시향의 대담한 사운드가 만나 비극과 희극이 가득한 말러 교향곡 5번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된다. 연주회는 R석 2만원, S석 1만원으로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예매는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을 통해 할 수 있다.

예술공간 아름 1주년…김성배 작가 초대전 ‘온새미로·티끌 모아’ 展

한 노년의 작가가 그냥 쓰고 버리는 쌀포대를 캔버스 삼아 그림으로 채워넣기 시작했다. 버려질 수 있었던 포대 조각들이 차곡차곡 모여 수원화성을 두르고 있는 성벽처럼 거대한 구조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김성배 작가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빈틈을 붙잡아 지속 가능한 삶 속의 예술로 만드는 작업에 평생을 바쳐 왔다.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지난 4일 개막한 섭경 김성배 작가 초대전 ‘온새미로·티끌 모아’ 전시가 열리는 예술공간 아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뿐 아니라 영상, 회화, 조각, 설치 등 분야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스며드는 예술공간 아름의 1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쌀포대 1천장 프로젝트’. 김성배 작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쌀포대는 급식소와 가정집 등에서 쌀을 담아내는 본연의 쓸모를 다한 뒤 다시 의미를 획득한다. 1천장의 쌀포대를 채우고 나면 김 작가는 거대한 형상 구조물로 연결한 뒤 야외든 실내든 공간이 허락하는 한 수원 시민들과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공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수원에서 나고 자라 늘 이 지역과 호흡해온 김 작가는 삶과 예술의 공존 가능성에 관한 생각을 항상 품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람과 예술을 잇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성배 작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00장가량의 쌀포대에 그림을 그렸다. 1천장의 포대를 캔버스 삼겠다는 그의 다짐이 실현되기 위해선 최소한 2024년까지 쌀포대를 모으고, 그린 뒤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독특하다. 프로젝트의 완결을 기념하는 차원도 아니고, 정해진 목표를 달성한 뒤 중간 점검 차원에서 열리는 전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김 작가는 “중간 과정을 이런 방식으로 공유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의도하지 않은 전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자연스러운 작업 과정을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계기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수원화성과 연계된 풍광을 담아낸 듯한 그림, 선과 기호들이 뒤섞인 비구상 요소들이 돋보이는 작품, 성운을 추상화해서 만들어낸 형상 등이 다채롭게 쌀포대에 스며들었다. 김 작가는 “평소 하던 생각, 관심 있게 지켜본 화두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각각의 그림에 녹아 있다”면서 “그림 간의 공통분모나 공유할 수 있는 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의 중간 과정이라는 느슨한 연결고리로 모여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표현처럼, 전시장을 맴도는 건 인위적으로 재단된 분위기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발견한 미학, 평상시의 관심사가 묻어나는 작가의 가치관이었다. 벽면과 창가 근처 등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작품뿐만 아니라, 공간의 제약으로 전시되지 않은 채 한구석에 쌓여 있는 200장가량의 쌀포대, 포대에 남아 있던 쌀알을 한데 털어놓은 종지그릇까지.  한 공간 안에 전시돼 있는 작품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너머를 떠올려 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전시의 특별한 점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개별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왔을지 상상하고 가늠해본다는 데에서 매력을 발견한다. 생산지에 따라 파주, 화성 등 각기 다른 지역의 색이 묻어나는 쌀포대들이 김 작가의 손으로 모였다. 이처럼 쌀포대 1천장이 모였을 때, 출신도 성분도 다른 쌀을 담았던 포대가 한데 모여 수원 화성의 성벽처럼 거대한 형상을 이루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김 작가가 추구해온 ‘온새미로(깨지거나 갈라지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를 표현한 순우리말)’의 철학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김 작가는 “개별 작품을 하나하나 조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쌀포대 한 장 한 장이 함께 모여 있을 때 발산하는 요소들”이라며 “3년에 걸친 프로젝트 끝에 완성될 쌀포대 1천장 작업을 위한 초석이자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17일까지.

2023 다시, 함께 하는 '쉬즈메디 음악회' 15일 개최

수원 쉬즈메디병원이 오는 15일 오후 6시 30분 병원 신관 2층 로비에서 ‘제204회 쉬즈메디 음악회’를 개최한다.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음악회를 중단한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공연이다.    쉬즈메디 음악회는 환자와 지역 주민에게 음악과 휴식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지난 2002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매달 진행됐다. 병원 설립 이념인 지역 주민과의 나눔은 물론 지역 문화 발전, 출산 장려 등을 위해 무료로 진행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매회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공연으로 수준 높은 음악회를 선보여왔다.  ‘다시’ 시민과 만나는 이번 음악회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S Trio’팀이 공연에 나선다.  공연에서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의 ‘봄의 소리 왈츠’(Voices of Spring Waltz), 엔니오 모리꼬레(Ennio Morricone)의 ‘시네마 천국 멜로디’(Cinema Paradiso Medley),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리베르탱고’(Libertango) 등 8곡이 연주된다.  쉬즈메디 음악회는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셋째 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시민들과 만난다.  병원 관계자는 “다시 열리는 쉬즈메디 음악회에 참석하셔서 따뜻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쉬즈메디병원 누리집과 전화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아동을 위한 클래식 상설공연 ‘키즈인비또’ 2023년 상반기 티켓오픈

용인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상설공연 ‘키즈인비또’가 ‘클래식 멜로디 마켓’을 주제로 4월부터 문을 연다.  유아동을 위한 공연으로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8월을 제외하고 매월 두 번째 토요일 용인문화예술원 마루홀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는 쉽고 명쾌한 키즈음악회 전문 해설가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소연의 해설과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실내악 클래식 연주단체 엘 콰르텟(L quartet)가 함께 한다.  4월에는 아름다운 베르네, 숲의 요들과 아기다람쥐 또미, 싱글벙글 등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요연주를 중심으로 첫 문을 연다.  5월은 생상의 동물사육제, 쇼팽의 강아지 왈츠, 난 고양이를 샀다네 등의 곡들로 클래식 동물원 지킴이의 안내와 함께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6월에는 오페라 주크박스를 풀어보는 재미를 가득 담아 로시니의 고양이 이중주, 라단짜, 이탈리아 민요인 티리톰바, 푸니쿨리 푸니쿨라, 오 솔레미오 등으로 만날 수 있다. 7월은 클래식 댄스를 주제로 신나고 흥겨운 클래식 음악의 춤곡인 치킨댄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왈츠 등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무대가 이어진다.  하반기에는 유명 작곡가들이 살았던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클래식 타임머신이 주제인 9월 공연으로 시작된다. 10월엔 핼러윈을 맞아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중 무도회, 슈베르트의 마왕,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 아리아 등의 곡을 선보인다.  11월에는 스페이스 클래식을 주제로 홀스트의 행성, 베토벤의 월광, 퐁세의 작은 별을, 12월 윈터 원더랜드를 느낄 수 있는 발트 토이펠의 스케이트 왈츠, 썰매 타기 차이코프스키의 눈송이 왈츠 곡들로 환상 가득한 무대가 꾸며진다.  공연은 36개월 이상 관람가로 티켓가 전석 1만5천원이다.

장욱진미술관, '일중일체' 바탕한 ‘점 안의 우주’展 5월28일까지

불교 경전 중에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말씀 중에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 多中一)이란 글귀가 있다. ‘나는 하나이면서 전체가 될 수 있고, 그 전체 속에서 또한 내가 있는 것이다. 또한 하나 속에 모든게 들어있고, 전체 속에 내가 있다.’ 즉 너와 나,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불교계의 심오한 인식을 담고 있다. 이 글귀는 법성게(法性偈)의 한 귀절로 법성게는 의상스님이 화엄경 80권을 210글자로 줄여놓은 불교의 핵심 중 핵심으로 우주의 이치가 들어있다. 이는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의 다양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이 지난 2일부터 오는 5월 28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장욱진 예술의 대표적 화두인 일중일체(一中一切)를 바탕으로 기획한 ‘점 안의 우주’展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욱진의 작품 11점과 역대 뉴드로잉 프로젝트 수상작가 15인(곽윤경, 김민영, 김보은, 김하림, 남다현, 루트호프, 박가연, 박다예, 손유화, 윤정민, 윤정원, 이현주, 장민경, 조윤국, 황문익)의 작품 23점 등 총 34점이 소개된다. 장욱진은 대상을 표현할 때 장식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남은 하나의 점 안에 대상이 내포한 수많은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담았다. 이 때문에 그 단순함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집과 아이(1959), 사람(1962) 등 장욱진의 대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장욱진 예술의 단순함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2014년부터 6차례 진행된 ‘뉴드로잉 프로젝트’ 수상작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미지의 중첩으로 공간 확장’… 최혜란 작가 초대전 팔달구청 갤러리서

최혜란 작가의 초대전 ‘When You Pause’가 팔달구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최 작가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 주체가 인식하는 대상 사이의 관계를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데 집중한다. 그는 10여년간 작업을 이어오면서 인간이 대상을 지각하는 방식에 관한 고민들을 공간의 확장으로 풀어낸다. 그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캔버스에만 머무르지 않고 조명, 영상 등의 설치 작품으로도 작품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화성, 의정부, 서울 등지에서 15회의 개인전을 포함한 다수 전시에 참여했던 그는 팔달문화센터, 수원화성박물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이면서 수원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최근 관심사인 ‘존재’와 ‘시선’과 ‘공간’에 관한 생각이 담겼다. 특히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잠식한 특정 경향에 관해 접근했다. 반영하면서 동시에 반영되는 투명한 쇼윈도의 유리벽이 지나가는 우리를 늘 붙들고, 유리창에 비친 각자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그는 “소비할 수 있는 이미지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 땅에 발딛고 선 우리 각자가 다양한 차원과 공간에 매몰되면서 주체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림 속 유리창에 갇혀 있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은 전시장을 찾은 각자의 자화상이 맞을까? 어떤 것이 진짜 사람의 모습이고 현대인의 초상일까.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 채 눈에 비치는 세계가 그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작가의 비판적인 의식도 엿보인다. 그의 캔버스에는 초현실주의 요소가 뒤섞여 있다. 사람의 투명도가 조절돼 있어 앞뒤의 배경 요소가 모두 보이고, 마네킹이 자리잡은 유리창 속에 사람들, 자연물, 도심 속 구조물의 형상이 일부 들어가 있기도 하고, 어디가 가깝고 먼지 분간할 수 없는 공간감이 느껴진다. 그는 다양한 이미지 요소를 중첩하고 교차하고 뒤섞는 등 ‘이동(relocation)’시키면서 사진과 회화, 대상과 주체, 존재의 진위 여부 등에 관한 질문들을 만들어낸다. 최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각 캔버스 위 이미지 요소들의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이를테면 ‘Relocation_33’의 우측 하단에는 선글라스를 낀 채 고개를 숙이는 한 여인의 상체가 보인다. 그가 가상의 인물을 그렸는지, 기존의 사진을 본떠 그린 건지, 다양한 사람을 뒤섞어 만든 형상인지 전시를 보는 관람객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최 작가는 다양한 장소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토대로 작품을 구현했지만,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이 많이 보인다. 최 작가는 “SNS 속에서 과도하게 소비되는 이미지를 끌어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구화된 양식이나 모습, 마네킹과 쇼윈도를 매개로 하는 서양권의 영향력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고 설명했다. 무작위로 배치된 듯한 캔버스 속 이미지 요소들은 사실 모두 최 작가의 정밀한 설계와 계획에 따라 배치됐다. 평상시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 그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해외로, 국내로 발을 옮기며 쉴 새 없이 도심 속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셔터를 누를수록, 그의 공간은 계속해서 구체화되고 확장된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는 회화로 중첩해낸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공간, 그 공간의 의미와 형태가 확장되면서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과정”이라며 “지금 관심을 두는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재료나 시도를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31일까지.

젊은 음악가들이 창단한 '바림 오케스트라' 4일 왕림아트홀에서 공연

MZ세대로 구성된 앙상블 ‘바림’이 4일 오후 4시 의왕시 왕곡로 왕림이팝아트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앙상블 바림 연주회’를 연다. 이번 연주회는 4월 30일 부천 오정아트홀에서 개최될 창단 기념 제1회 연주회에 앞서 선보이는 자리다.  연주회를 주최하는 ‘바림’ 오케스트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를 졸업한 지휘자 권민성 음악감독의 지휘로 플루티스트 송혜리, 클라리네티스트 이선호, 바이올리니스트 오현진, 첼리스트 송성결, 피아니스트 김정아 씨 등 단원과 함께 'Sea Change'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또 모차르트 오페라 ‘폰토왕 미트리다테’중 한 아리아를 플루트와 클라리넷,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과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3번, 단찌의 클라리넷 콘체르토 2번, 포레의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파반느 등 다양한 연주곡를 선사할 예정이다.   ‘바림’은 색을 칠할 때 한쪽은 잔하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점차 엷고 흐리게 하는 그라데이션(gradation)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피아니스트 김정아는 “‘바림’오케스트라는 젊은 음악가들이 사회에서 음악을 놓지 않고 꾸준히 연주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창단됐다”며 “매달 연주를 기획해 조화롭고 수준 높은 양질의 음악을 시민에게 들려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 누구나 관객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경계에 대한 6인의 시선…성남문화재단 '2022 신소장품전'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경계선들. 예술과 일상의 경계, 현실과 이상의 경계,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 경험하는 감정의 경계.  이 속에서 6명의 작가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과 탐색의 과정을 담아낸 작품들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이러한 시각을 담아낸 여섯 작가의 ‘2022 신소장품전’을 오는 6월25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나진숙 작가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아우르는 작업을 통해 작가의 의식과 경험을 기록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내건 ‘The Wave of Breath, Water and Wind 2021-1’은 나무 합판 위에 레진과 물감을 혼합해 얕은 부조의 형태로 미래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주영 작가는 ‘Fine, Thanks’를 통해 우리 삶 속에서 경험하는 시간을 획(劃)으로 형상화하고 이를 통해 바람처럼 날아가는 시간에 대한 추상적 의미를 되새겼다. 이돈순 작가는 건축물의 기본 재료인 못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철정회화 ‘창’을, 최지원 작가는 살면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 느끼는 순간적인 감정을 담아낸 작품 ‘흐름’을 통해 변화하고 흘러가는 감정의 여러 장면을 흐릿한 형태로 형상화했다.  이체린 작가는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과 기억의 덩어리를 표현한 ‘무제’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담아낸다.  정석희 작가의 ‘첩첩산중’에서는 개인의 감정과 일상이 사회적 현실과 충돌, 대립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기록하고 탐구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편 성남큐브미술관은 공공 미술관의 역할과 지역 내 건강한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매년 소장품 구입 공모를 통해 새로 수집한 신소장품과 지역의 신진작가 발굴사업인 ‘성남의 발견전’ 등으로 수집한 출품작을 매해 상·하반기에 나눠 소개한다. 

성시연과 경기필 6년만의 조우…'말러 교향곡 6번 연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성시연 지휘자가 6년만에 함께 호흡을 맞춘다. 경기필은 3월 22일과 2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성시연 지휘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한다. 말러의 교향곡 6번은 ‘비극적’이라는 표제에서 알 수 있듯 전반적으로 무겁고 우울하다. 많은 종류의 악기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여러 타악기를 통해 다양한 음색을 표현하고자 했다. 채찍, 해머 등 10여 종의 타악기가 등장해 다채로운 음향효과를 만들어 낸다. 말러의 이 작품은 악장 순서를 놓고 지휘자 마다 의견이 달라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말러가 여러 차례 개정했기에 어떤 악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악장 순서가 달라진다. 성시연 지휘자는 이번 공연에서 2악장 안단테, 3악장 스케르초 순서로 곡을 진행한다. 4년간 경기필 지휘자로 활동했던 성시연은 2017년 고별 무대를 선보인 이후 6년 만에 합을 맞추게 됐다.  현재 그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하고 오클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수석 객원 지휘자로 발탁되는 등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특히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고, 경기필 예술감독 시절 말러 교향곡 5번을 음반을 발매하는 등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졌다. 성시연 지휘자가 선보일 ‘말러 교향곡 6번’은 어떤 음색과 감동을 전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22년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2번과 달리 거의 연주되지 않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버르토크는 바이올리니스트 슈테피 가이어를 위해 이 곡을 썼지만, 그녀는 버르토크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버르토크는 결국 이 곡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버르토크는 이 곡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가슴에서 우러나와 쓴 유일한 곡”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 지휘자는 “경기필과 함께 한 4년 동안 더 많은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었는데 2번, 5번, 9번만 연주해서 아쉬웠다. 경기필의 투명한 사운드, 넓은 음량의 폭 그리고 단원들의 열정이 말러 음악의 음색과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너무 좋은 악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시간이 흘러 서로 성숙해지고 연륜도 더해져 어떤 연주가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고 전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