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년을 앞두고 중국 우한에서 날아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4개월여 동안 전 세계를 뒤덮으면서 세상의 풍속도가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간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불신하고 경계하며, 서로 적(敵) 대하듯이 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특히 사재기에 사재기를 하는 열풍은 사람과 그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매슬로우(Abraham H. Maslow)의 심리적 단계대로 본다면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는 분명히 여가를 선용하며 자아를 실현해야 하는 최고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맞을 텐데, 이번 사태를 당하고 보니 먹고사는 데 급급한 최저 수준의 본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서글프기 그지없다. 거기다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총기류를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서글픔을 넘어 인간의 상태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워졌다고 하겠다. 그러니 설교를 할 때나 강의를 할 때 종종 농담처럼 사람이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먹기 위해서 살지요?, 사람이 왜 먹느냐고 묻는다면 살기 위해 먹지요?라고는 했지만, 이것이 현실이 되어버린 마당에 과연 사람은 왜 사는지를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톨스토이가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보면 천사 미하일이 하나님의 명령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알기 위해 벌거벗은 몸으로 세상에 버려졌다. 그는 가난한 구둣방 주인 셰몬의 친절한 배려로 그의 일꾼이 되어 3년 동안 일하다가 구두를 맞추고 돌아가다가 객사한 부자와, 태어나면서 부모를 잃은 쌍둥이 자매를 자기 딸처럼 키우던 한 여인을 만난 후 그는 사람이 자기의 계획과 욕심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친절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톨스토이는 이 마음을 그의 저서 하나님 나라는 당신 안에 있다에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을 돕는 일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사람은 왜 살까? 톨스토이에 의하면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돕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도록 돕기 위한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 사랑과 친절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도 바울은 그 사랑을 오래 참고, 온유하고,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무례히 행하지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정리하여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견디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라고 하였다(고린도전서 13:4-7). 한 마디로 사랑이란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위해 친절을 베풀며 사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신의 창조 목적이고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인간의 모습이 너무 추악하다 못해 부끄러울 지경이다. 사랑과 친절로 서로 협력하여 어떻게 해서라도 이 난국을 속히 벗어나려기보다 정치적 정략적인 구실로 삼으려 하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독점하려 하고, 종교적 신앙을 이유로 독선을 부리기까지 하려 하니 이제는 추악과 부끄러움을 넘어서 위협이 더 커지고 있다 하겠다. 그러니 더 한 지경이 되기 전에 거울 앞에서 자신을 살펴봐야겠다. 거울을 부르며 마술 부리려는 욕심꾸러기가 아니라 신의 형상을 닮은 순수한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서야 하겠다.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오피니언
강종권
2020-04-08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