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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대사전은 ‘짱’을 얼음장이나 굳은 물건 따위가 갈라질 때 나는 소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는 조어가 거의 일반화 돼간다. 10대들 가운데서 나온 게 성인층에서 까지 일상용어처럼 쓰이는 이 세태가 얼마나 외모 지향주의인지를 말해 준다. 이러면서 여성 채용에 용모를 보는 게 여성 비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또 얼마나 위선인 가를 보여준다. 미혼이라면 모르겠다. 중년 들어서 ‘얼짱·몸짱’을 찾는 것은 코미디다. 건강을 위해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마냥 ‘짱’에 도전하는 중년의 전쟁은 뭣을 위해서인 지 묻는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왕이면 ‘얼짱·몸짱’이 되어 나쁠 것은 없다. 하나, 인터넷 사이트가 뜨거운 만큼 열을 올리는 것은 병리현상이다. 얼굴이며 가슴이며 엉덩이며 뱃살이며 심지어는 팔다리까지 성형수술하는 ‘조형짱’은 이미 자기가 아니다. 예로부터 미인의 기준으로 ‘3씨’가 있다. 맵씨·말씨·솜씨다. 조상들은 ‘얼짱·몸짱’을 맵씨라고 하였다. 그리고 ‘얼짱·몸짱’ 못지않게 말씨와 솜씨를 필수적 조건으로 삼았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대로 가야 어울린다. 중년이면 중년다운, 장년이면 장년다운, 노년이면 노년다운 얼굴과 체구를 지녀야 격에 맞는 것이다. ‘얼짱’이나 ‘몸짱’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상대적 가치를 추구하다가 절대적 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참으로 우매한 처사다. ‘얼짱·몸짱’만이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짱’이 아닌 사람들도 행복하게들 살고 있다. ‘얼짱’이나 ‘몸짱’들은 ‘맘짱’을 모르는 것 같다. ‘맘짱’이 덜 된 ‘얼짱·몸짱’은 한낱 인형일 뿐이고 인형은 이내 싫증을 느끼게 한다. ‘맘짱’을 가꾸는 데는 ‘얼짱·몸짱’처럼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수양이기 때문이다. 속 깊은 ‘맘짱’은 참으로 매력의 진수다. 이를 모르고 ‘얼짱·몸짱’만을 찾다가는 인생이 얼음장 깨지는 소리처럼 ‘짱’하고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앞으로 새 화폐를 발행하거나 기존 화폐의 도안을 변경할 경우를 대비해 한국은행이 초상을 확보해 두고 있는 인물이 을지문덕 정몽주 정약용 주시경 방정환 등이라고 한다. 하지만 10만원권 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요즘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달구고 있는 10만원권 앞면의 대상인물에는 이들이 거론되지 않는다. 한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 있는 의견들은 10만원권 ‘앞면은 민족의 시조인 단군, 뒷면은 독도로 해야 한다’는 건의에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셔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이 분분하다. 광개토대왕이나 안중근 의사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조세력이 많고, 이순신 장군을 100원짜리 동전에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데 단군을 능가할 무게있는 인물은 없다는 것이 한은 홈페이지 갑론을박의 종합결론인 것 같다. 그러나 단군을 10만원권의 모델로 선정하는 데는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근 공공장소에 세워진 단군상에 대한 대책을 ‘설립반대’에서 ‘철거’쪽으로 바꾸기로 한 점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말 ‘단군은 역사적 실체가 없는 허구이며 단군상은 종교적 조형물’이라는 소책자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단군상 건립을 주도한 홍익문화운동재단(홍문운)이 이 책자에 대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원이 “단군상을 세운 목적과 형상 재료를 살필 때 다소간의 종교성이 인정된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한기총의 정책 전환은 이 결정에 힘입은 것 같지만 법원의 결정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것일 뿐 최종판결이 아니다. 얼마든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단군상은 현재 전국 초등학교 등에 350여개가 설치돼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단군을 종교적 지도자라기 보다는 우리 민족의 시조로 본다. 단군상은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의 동상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단군 할아버지’가 10만원권에 등장하는 데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10만원권 모델에 윤동주 시인 초상을 넣자는 주장을 문단에서 제기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아일랜드는 300년 만에 압박을 벗었고 유대 민족은 2천년을 나라없이 떠돌아 다녔으나, 그들은 민족의 전통을 상실하지 않았다. 우리가 불과 35년으로 이 지경까지 타락했다는 것은 단순히 친일자들의 수치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민족 전체의 수치로서, 맹성은 물론 환골탈태의 결사적 고행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청산이 아니라 오히려 온존된 일제의 잔재는 이 땅의 구석구석에서 민족의 정기를 좀먹었고, 민족의 가치관을 학살하였다. 이 흙탕물을 걷어 내지 못하는 한 민족의 자주는 공염불이요, 따라서 민족의 통일도 백일몽이다” 일제하 친일문제 연구로 친일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임종국 선생이 1989년 11월12일 60세로 작고하기 전 남긴 원고 중 한 대목이다. 임종국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했지만, 문학에 뜻을 두어 시와 문학평론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6년 해설을 곁들여 그가 엮은 ‘李箱全集’은 이상 연구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힌다. 임종국의 친일문제 연구는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친일문학론’(1966)으로 점화한 그의 친일 연구는 ‘일제 침략사’(1984), ‘일제 하의 사상탄압’(1986), ‘친일논설선집’(1987), ‘일본군의 조선침략사’(1988)등으로 이어져 친일파와 그의 친구들이 권력과 여론 시장을 틀어쥔 한국 사회에서 민족적 자의식을 일깨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임종국의 작업은 일본제국주의의 법적 부정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면서도 실제로는 일제 협력자들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는 대한민국의 분열증적 상황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의 시발점이었다. 임종국의 유지는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 문학평론가 임헌영 중앙대 교수가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소장은 “친일 청산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친일 문제 청산 없이는 정치개혁도 불가능하고, 온전한 의미에서의 동아시아·세계평화도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할 일이 참으로 중차대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전자장(電子場·전류나 자석의 주위에 전기력과 자기력이 관련적으로 생기는 전장과 자장)의 진동이 전파하는 현상을 전자파라고 한다.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 자극을 통한 암 유발, 호르몬 변화, 신경퇴화성 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게 통설이긴 하나 휴대전화를 두고는 정설이 없다.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얼마 전에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발표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휴대전화 전자파 관련 논문의 연제집 수록을 철회했다. 이 전자파 교수팀은 20대 의대생 3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4시간동안 쉬지않고 휴대전화를 사용케하고, 다른 그룹엔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못하게 한 뒤에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던 것이다. 이 결과 휴대전화를 계속 오랫동안 사용한 그룹에서 면역세포의 DNA 손상을 의미하는 수준의 지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다고 신체에 어떤 이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이에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오는 24일로 예정했던 학술발표는 그대로 하게 하지만 논문게재는 정통부가 만류한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에 따라 휴대전화를 장시간 쓰면 두통 불쾌감 집중력저하 현기증 수면장애 등을 느끼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적 증상이 아닌 심리적 신경성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휴대전화의 전자파 유해 여부는 이미 국내외에서 논란이 된 지 오래지만 이토록 딱 부러진 연구결과나 임상보고가 아직은 없다. 그렇지만 휴대전화 없는 사람이 없고 휴대전화 사용이 일상화된 마당에 전자파는 은근히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되도록이면 덜 쓰고 되도록이면 통화를 짧게 끝내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휴대전화를 오래 걸면 전자파 에너지에 의해 생긴 열로 휴대전화기가 뜨거워 진다. 이렇게 휴대전화기가 뜨거워 질 정도로 통화를 오래하는 것은 누적될 수록이 좋을 건 없다. 통화를 짧게 끝내는 것도 문화인의 요령이다. /임양은 주필
"2003년 11월9일 화려한 무대에 현란한 무대복 차림의 암투병 홍콩스타 메인얜팡(梅艶芳·41), 그녀는 생전 마지막 콘서트인 홍콩 현지 무대에서 온갖 심혈을 다 기울였다. 자궁경부암 말기로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팬들을 향한 무대 사랑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죽음을 앞두고 새삼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명예가 더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은 대중예술혼의 승화였다. 키 168㎝ 몸무게 50㎏의 이 팔등신 미녀는 미혼이었다. 천재적 가수에 낭만파 여배우의 평가를 받았던 그녀는 결국 그리고는 쓰러졌다. 지난 1월12일의 메이옌팡 영결식장엔 5천여명의 팬들이 몰려 들었다. 한 송이 꽃을 영전에 바치기 위에 몇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오열 끝에 실신하는 팬들도 있었다. 이엔 여성 스타의 섹시한 매력이 작용된 것은 틀림이 없지만 이만은 아니다. 생전에 끊임없이 사비를 털어 고아들을 돌보는 데도 지칠 줄 몰랐던 인간적 매력 또한 크게 작용하였던 것이다. 메이옌팡은 역시 사후에도 빛나고 있다.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MTV 아시아상2004’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감대상이 고인에게 시상됐다. “그녀는 타고난 배우이자 가수였으며, 그녀의 전설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라는 시상 예찬에 식장을 꽉 채운 청중들의 박수가 한참동안 쏟아졌다. 메이옌팡의 이런 저런 면모는 상혼에 들뜬 국내 대중예술인들에게 시사하는 일깨움이 참으로 크다. 특히 요즘 전도유망한 탤런트 이승연이 위안부 누드 소동으로 연예생활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중스타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앞뒤 또한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돈만 되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생각은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다. 메이옌팡 같은 생명력 있는 대중스타를 대중은 갈구한다. /임양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