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정치실험 대상이냐

"정치권이 국민을 무시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민을 위하여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이 민생보다는 오는 4월 총선에 정신이 없어 당적도 없이 특정정당 지지발언이나 계속하여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로부터 선거사상 처음으로 ‘선거중립 의무 준수’ 서한이나 받는가 하면, 야당은 적절치 못한 탄핵사유를 가지고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탄핵안을 발의하였으니 과연 정치권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너무도 한심하다. 대통령이 선관위로부터 받은 사실상 경고나 마찬가지인 공무원 선거중립의무 서한을 무시하고 오히려 잘못된 법규 해석이니 선거법 개정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독립된 헌법기관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동시에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이는 선거를 엄격하게 관리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한 행위이다. 국민을 무시하기는 야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이번 발의한 탄핵안 사유가 과연 탄핵받을 정도의 요인인지는 당내에서조차 논란이 없지 않다. 또 상당수의 국민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있어야 한다면서도 탄핵은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 또한 총선 전략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행태이다. 이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56년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서 사태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헌정질서의 이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탄핵안은 오늘 국회에서 일차적으로 표결이 시도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탄핵안 통과선인 3분의2 확보에 자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더구나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농성을 통해 물리력으로 표결을 저지할 태세이기에 표결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탄핵문제로 정치권이 최악의 상황까지 가서는 안된다. 정치권은 국민을 볼모로 정쟁만 해서도 안된다. 국민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정치의 실험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은 선관위의 권위를 인정, 사과와 더불어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또한 야당은 탄핵안을 즉시 철회하여야 된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정치력을 발휘, 탄핵정국을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거듭 요망한다.

교하농협 조합원 피해없어야

"파주 교하농협이 9일 취한 전격적인 영업중단 조치는 심히 부당하다. 영업중단은 직장폐쇄와 다름없는 중대조치라고 할 수 있다. 영업중단 등 직장폐쇄는 비상대책위원회나 조합 임직원 등의 결정사항이 아니다. 당연히 조합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절차가 이러한 데도 보다 적극적인 정상화 노력을 하지 않고 영업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너무 성급하기도 했지만 응분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러잖아도 교하농협은 지난 2년동안 방만한 경영 등으로 2억9천만원의 손실을 냈다. 여기에다 과장급 직원이 공범으로 가담해 고객 예금 7억원을 사기 인출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조합원들이 낸 천금같은 돈을 함부로 쓴 것도 책임도 막중한데 살림을 맡은 간부 직원이 사기 인출까지 자행하였으니 임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 지 한심하다 아니할 수 없다. 농협중앙회로부터 500억원을 긴급 수혈했으나 최근 예금 800억원이 인출되는 바람에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한다. 교하농협은 본·지점과 인근 아파트단지 등에 설치된 현금 인출기 6곳과 인터넷 뱅킹, 텔레뱅킹 등엔 사용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야말로 임시변통이다. 금고에 돈이 비어 있는데 금지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민원이 더 폭증할 게 뻔하다. 지금 교하농협 조합원들은 혼선을 빚고 있는 입출금 업무와 공과금 납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하농협의 파산 후를 더욱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땅을 팔아 수억원을 적금으로 예치해 놓은 주민 등 고객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조합원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가 빈발하니까 전국 각처 농협의 통폐합론이 대두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농·축협 예금은 인근 농·축협으로 이전된다는 법규를 생각하고 방심하는 것 같은데 대단한 착각이다. 이렇게 되면 교하농협의 파장이 또 다른 축협으로 확산되는 셈이다. 전혀 대책이 될 수 없다. 영업중단은 시기상조다. 농협중앙회로부터 자금을 재수혈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여 조합원들에게 한 푼이라도 피해가 안가도록 해야 한다.

금은보화

"진(秦)나라 함양의 아방궁을 먼저 점령한 유방은 궁궐안에 가득한 가지가지 보물을 손하나 안대고 그대로 물러났다. 뒤늦게 입성한 항우는 보물을 마구 약탈하고는 마침내 불까지 질렀다. 유방이 나중에 항우를 물리치고 한(漢) 나라를 세운 건 이런 데서 민심을 얻은 게 크게 작용하였다. 외신은 사담 후세인의 소장품이 날개 돋친듯이 팔린다고 전한다. 미군이 바그다드에 입성할 당시 후세인이 도망친 대통령궁으로 몰려간 시민들이 닥치는대로 약탈한 물건들이다. 이탈리아제 구두는 100달러, 사냥모자는 300달러, 버버리 재킷은 500달러 등 후세인 소장품은 무엇이든 다 돈이라는 것이다. 취미삼아 수집한 총기류와 도류(刀類), 골동품, 외국의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각종 선물, 후세인 일가가 타고 다닌 승용차 등 암시장에 쏟아진 후세인 소장품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미군들도 바그다드 입성 와중에 후세인의 물건에 손을 댄 병사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약탈한 물건을 가지고 나가면 군법회의에 돌린다는 엄중한 경고로 제자리에 내다 버리듯이 했다는 것이다. 미군에 붙잡힌 몸으로 극비 안가에서 전범 신분의 문초를 받고 있는 독재자의 말로는 금은 보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말해 주고 있다. 1960년 자유당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 의거 때, 당시 ‘서대문 경무대’(청와대)라고 했던 자유당의 2인자 이기붕 의장 집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 물론 이 의장 일가는 피신한 뒤다. 흥분한 군중은 가재도구 집기 등을 충정로 거리에 내다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소문은 금송아지가 나왔을 것이라는 등 별의별 말이 다 있었으나 막상 귀중품을 약탈하였다는 말은 없었다. 지금은 강도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를 못하는 부정축재의 권력층 주변이 있다. 그 좋은 금은 보화며 돈이 그들에게 재앙인 것은 서민들에겐 꿈같은 얘기다./임양은 주필

"3월 10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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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기 도교육감에게 묻는다

"우리가 보는 안양 충훈고 사태의 핵심은 학습권 환경의 보장이다. 더는 공사중 개교의 관행이 당연시 된 사시(斜視)는 이제 바로 잡아야 하고 충훈고 사태는 그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아마 이렇게 보는 것 같다. 좀 참으면 될 것을 신설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괜히 그런다는 식의 태도가 역연하다. 만일 이렇게 여기는 게 맞다면 학습권 위주가 아닌 도교육청 편의의 사고(思考)라고 보아 참으로 유감이다. 문제는 내년엔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느냐에 있다. 올해 역시 수십개 학교를 짓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해마다 지어야할 형편이다. 학교 신설 및 증축과 관련한 회계 연도의 괴리나 예산액 그리고 부지난에 문제가 있으면 이에 합당한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공사 중 개교를 늘 해왔으므로 으레 그런 것으로 여기는 고착된 관념은 결코 지역사회를 위한다 할 수 없다. 충훈고 사태는 이를 들어 마땅히 교육인적자원부에 시정을 촉구하는 것이 윤옥기 도교육감의 소임이라고 믿었다. 아울러 부지난 해결에 필요하면 경기도에 행정적 협조를 요청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한데, 뭐하나 대책 강구에 나섰다는 말을 아직껏 듣지 못했다. 교육부에 대한 강력한 시정 촉구도 그렇고 경기도에 대한 대책마련 협조 요청도 없이 그냥 미봉책에 급급한 것 같다. 교육행정도 행정이며 행정은 가치배분이다. 무한한 행정가치 창출을 추구해야 하는 본질이 교육행정이라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교육부에 관한 문제는 전국적 현상이라고 보아 아마 시정 촉구를 체념하고 있는 지 모르겠으나, 경기도는 사회인구 유입이 특히 많은 경기도 특유의 실정이 있다. 또 타 시·도 역시 도내처럼 심각하진 않아도 학습권 침해의 부당함이 없지 않다면 경기도교육청이 앞장서 교육부에 근원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하다. 도교육청이 진실로 교육부보다 학생들을 위한다면 충훈고 사태를 귀찮게 여기기 보다는 문제점의 실체를 교육부와 청와대에 적극 개진하여 개선코자 하는 것이 교육자치에 합당한 순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런 역동적 교육감이길 바라고 싶다. 공사중 개교에 이의를 제기한 학부형들을 이상하게 보는 안일한 도교육청이 우리가 보기에는 되레 심히 이상하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교육발전을 말할 수 있겠는가를 묻는다.

측근유죄

"하워드 딘 전 버몬트주 지사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초반 승세를 굳히지 못하고 존 케리 상원 의원에게 패배한 이유는 귀담아 들을만 하다. 달변과 열정으로 대중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던 그가 궤멸된 것은 올 미 대선 정국의 미스터리였던 게 워싱턴 포스트의 심층 분석으로 그 베일이 드러났다. 결론은 팀워크의 내분이 주범이다. 사령팀장인 조 트리피(47)와 야전팀장인 케이트 오코너(39) 간에 손발이 안맞은 것은 고사하고 원수처럼 싸웠다는 것이다. 트리피는 베테랑급 선거전략가이고 오코너는 딘이 주지사 시절부터 보좌해온 최측근인 것이다. 그러니까 사령팀장의 전략을 야전팀장이 번번이 무시한 의견 대립이 마침내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진 건 오코너의 측근 의식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주군을 보호한다는 측근이 되레 주군을 망치고 말았다. 최근 종영한 SBS-TV ‘왕의 여자’에서 광해군의 측근 유희분이 반정의 기미를 알아챘으나 진압의 공을 독차지하려고 같은 측근인 이이첨에겐 비밀로 부친 게 화근이 되어 결국 공멸의 길을 걷고만 것은 드라마상 픽션이지만 능히 그랬을 수가 있다.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보다 이처럼 내부에 있다. 내부의 적은 배신자도 있을 수 있으나 과잉충성을 일삼는 측근 또한 적이다. ‘비열한 친구보다는 당당한 적이 더 좋다’는 말은 영국의 속담이다. 문제는 과잉충성의 비열한 측근이 권력 주변에 있으면 그 해악이 국가사회에 미친다는 사실이다. 자고로 이런 연유로 하여 망한 왕조나 정권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허다하다. 그러나 대개의 권력자는 뱀의 혀같은 해악 측근의 말이 당장 듣기엔 달콤하여 분별력을 잃기가 십상이므로 충언을 멀리한다. 더러는 자신의 치부를 폭로하는 배신이 두려워 버리질 못하기도 한다. 딘의 패배는 결국 딘 자신의 책임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3월 9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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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한민국 헌법은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받고 있다.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또 계승한다. 1948년 건국하기까지는 공산주의와의 피나는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갈등을 빚었다. 제헌국회의원을 선출하는 5·10 총선거 당시엔 평양의 지령을 받은 남로당, 토착 공산주의자들의 방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죽창을 든 공산주의자들이 투표소를 급습, 선거관리 요원을 찔러 죽이고 투표하러 온 사람들을 강제 해산 시키는 등 투표 방해의 폭력이 전국 곳곳에서 자행되었다. 1950년엔 6·25 남침전쟁이 일어나 시산혈하속에 한반도가 초토화 됐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이루어지기 까지 전투원 비전투원 할 것 없이 수백만명의 인명이 살상되었다. 그리고는 1970년대 땀흘린 초인적 고도성장의 대가로 지금 이만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에 훨씬 앞서 일제 치하엔 중국 대륙에서 갖은 역경을 무릅써가며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숨져간 이름 모를 독립투사, 혹은 이 땅에서 일본 총독부와 맞서 저항하다가 숨진 애국선열들이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국립묘지에 잠든 수 많은 애국 선열, 전몰 장병들은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세우고 또 지켜준 나라의 은인들이다. 이밖에도 또 있다. 비록 국립묘지에 안치되진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숨진 민간인 투사들도 허다하다. 김운용씨,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부인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이를 빙자하여 열 몇가진가 하는 수십억원대의 개인 비리가 결코 용납될 수는 없다. 이 사람이 법정에서 “(나의 비리를) 다 밝히면 대한민국 스캔들이 날 것”이라고 진술한 것은 몰염치한 협박이다. 이런 사람을 위하여 그토록 많은 희생을 해가며 대한민국을 세운 것은 아니다. 김씨의 비리는 철저히 밝혀 응징되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대한민국을 세웠는가 하고 생각키는 사람들이 김씨 말고도 너무나 많다. 애국 선열들과 전몰 장병들에게 심히 부끄럽다./임양은 주필

"3월 8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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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농사

"발명왕 에디슨의 아들 토머스 주니어는 사기꾼이었다. ‘전기 활력 회복기’라고 이름 붙인 가짜 건강기계를 만들어 팔다가 사기죄로 고발당하는 등 끊임없이 사고를 쳤다. 보다 못한 에디슨은 아들의 회사를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아들의 회사는 문을 닫았다. 아들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에디슨의 책임도 있었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에디슨은 늘 공교육을 부정했고 아들들에게도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간디의 큰 아들 할리랄은 친구에게 사기를 치고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다. 아버지 간디의 장례식에 불참했을 정도로 생활은 엉망이었다. 원인은 가혹한 아버지 때문이었다. 자기 자신과 싸움을 통해 위대한 지도자가 된 간디는 평범한 아들을 늘 무시했다고 한다. 2001년 9월말 미국의 한 도로에서 손에 하이힐을 든 채 전라로 도로에 앉아 있던 노인이 체포됐다. 짙게 화장을 한 이 할머니는 대문호 헤밍웨이의 아들 그레고리였다.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63세의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그는 이 일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중 쓸쓸하게 사망했다.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제 프란츠 요세프의 아들 루돌프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와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황태자였던 루돌프는 조국의 미래를 놓고 아버지와 사사건건 대립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황태자의 자살 이후 프란츠 요세프 황제는 쓸쓸히 왕위를 지키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오스트리아의 왕가는 이렇게 끝이 났다. 윈스턴 처칠의 외아들 랜돌프는 아버지의 명성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귀공자 대접을 받았다. 경망스럽기로 유명한 그는 대학을 때려치고 정치를 하겠다면서 24세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무려 6번이나 떨어졌고 타고난 낭비벽 때문에 고생을 하다 결국 술때문에 57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래도 “거대한 떡갈나무 옆에서 자라는 어린 잎은 햇볕을 보기 힘들다”는 그럴듯한 말을 남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식농사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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