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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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소주 내린다’고 하였다. 소주의 제조법은 좀 복잡하다. 솥에 술밑을 채우고 소주고리라는 증류기를 얹어 밀봉하고는 장작불을 땐다. 그럼 화기로 술밑의 휘발성이 강한 알코올이 수분보다 먼저 증발하여 소주고리위에 담긴 찬물에 닿으면 이슬처럼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데 이것이 곧 소주다. 소주는 아라비아에서 시작하여 고려 후기에 원나라를 통해 들어왔다. 국내의 소주 명산지로 꼽혔던 개성 안동 제주도 등이 원나라의 일본 정벌과 관련된 지역인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은 소주가 서민용이지만 예전에는 사대부 집에서나 마실수 있었던 고급주였다. 왜냐하면 값이 비쌌으며, 값이 비싼 것은 만드는 데 곡식이 많이 들고 공정이 복잡하였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흉년이 들거나하면 나라에서 소주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갑자기 곽란이 나거나 기생충이 많으면 소주로 다스려 약으로도 썼다. 이러한 예전의 소주는 지금의 소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전 소주는 증류주로서 주정 도수가 매우 높았다. 불을 붙이면 파란 불꽃을 피우며 활활 탔다. 원래의 소주(燒酒)는 이렇게 문자 그대로 불탔다. 이에 비해 지금의 소주는 소주 원액을 물에 탄 다음 첨가제를 섞는 희석식 제조법으로 만든다. 시중의 소주 도수가 22도에서 21도로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진로는 ‘참이슬’을, 두산은 ‘산’의 도수를 이렇게 1도씩 낮춘다는 것이다. 소비자 조사결과 순한 소주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취하고 싶어 마시는 술이 순하기를 바라는 건 우선 마시기는 좋지만 음주량은 더 늘 수가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 원액인 주정도 그만큼 절감된다. 생산비는 절감되고 판매량이 증가되는 데도 도수 인하에 따라 값을 내린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 이래 저래 술꾼들만 골탕 먹는 가 보다./임양은 주필

"2월 16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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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요즘 방영중인 SBS TV드라마 ‘왕의 여자’에 등장하는 ‘김개똥’은 조선왕 14대 선조(1552~1608)의 상궁이었는데 선조 말 의도적으로 세자 광해군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총애를 받았다. 선조가 승하한 후 김개똥은 궁중의 일을 거의 장악하였 뿐 아니라 인사 행정에 까지 관여하여 조정을 어지럽히기까지 하였다. 부정한 방법으로 벼슬하고자 하는 자들은 김개똥을 통하여 뇌물을 바쳤는데, 그 돈이 매일 수천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광해군은 그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여 상궁들은 광해군을 ‘부엉이 왕’이라고 부르기까지 하였다. 상궁 김개똥은 예조판서 이이첨과 함께 선조의 측근으로 있으면서 온갖 행악을 저질렀다. 광해군은 임진왜란 중에 타버린 궁궐을 창건, 개수하여 왕실의 위엄을 세우고자 했으나 필요한 경비가 많이 부족하였다. 김개똥은 이를 눈치채고 경비조달의 한 방법으로 뇌물 받는 일을 생각해냈다. 그 무렵 한효순은 산삼을 바치고 정승의 자리에 올랐고, 이충은 잡채를 바쳐 호조판서로 승진하였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산삼 재상, 잡채 판서’라고 하며 비아냥거렸다. 부족한 공사비를 마련한다는 명목을 내세운 뇌물수수도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천민 출신인 권충남은 뇌물을 바치고 함안 군수가 되었고, 남의 집 종이었던 김충보는 장기 군수가 되었으며, 변충길은 관의 노비로서 횡성 현감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개똥의 횡포는 매우 심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이첨과 쌍벽을 이루어 부정과 매관매직을 일삼던 상궁 김개똥 주위의 궁녀들을 ‘오행당상(五行堂上)’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김개똥이 큰 농토와 많은 재물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중간에서 뇌물의 일부를 착실히 가로 챈 덕분이었다. 하지만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던 상궁 김개똥의 잘못을 지적한 사람은 윤선도와 이희 몇 사람 뿐 이었다. 1623년(광해 15) 3월 13일 김개똥은 정업원(淨業院)에서 불공을 드리던 중 인조반정 소식을 듣고 민가에 숨어 있다가 병사에게 잡혀 처형되었다. 부정을 겁내지 않는 측근과 그 측근에 의해 눈·귀가 가려진 주군은 이렇게 멸망했다. /임병호 논설위원

"2월 14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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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사돈(査頓)’의 사전적 의미는 “①혼인한 두 집의 부모들끼리 또는 그 두 집의 같은 항렬 되는 친족끼리 서로 부르는 말 ②혼인 관계로 척분(戚分)이 있는 사람· 인친(姻親)”이다. 참여연대 부설 (사)참여사회연구소와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조선·중앙·동아 언론 3사 사주들이 삼성그룹 등 국내 주요 재벌 및 정관계 인사들과 혼맥관계를 맺은 ‘한국사회 지도층의 혼맥도’를 보면 사돈지간의 관계가 실감난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장남 준오씨와 장녀 혜성씨는 LG(회장 허광수) 장녀 유정씨와 태평양(회장 고 서성환) 장남 영배씨와 각각 혼인했다. 중앙일보 고 홍진기 회장의 장녀 라희씨는 삼성 고 이병철회장의 3남 건희씨(현 삼성그룹 회장)와 결혼했다. 또 홍회장의 차녀 라영씨도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차남 철수씨와 혼인했다. 동아일보 역시 김병관 회장의 장남 재호씨와 차남 재일씨가 각각 이한동 전 국무총리 차녀 정원씨, 삼성 이건희 회장 차녀 서현씨와 결혼했다. 소위 내로라 하는 사돈 관계들이다. 원래 예부터 사돈에 관한 말은 많았다. ‘사돈도 이럴 사돈 저럴 사돈 있다’ ‘사돈을 하려면 근본을 봐라’ ‘사돈의 잔치에 중이 참여한다’ ‘사돈의 팔촌’이 있는가 하면, ‘사돈집과 뒷간은 멀어야 한다’ ‘사돈집과 짐 바리는 골라야 좋다’ ‘사돈집 외 먹기도 각각’ ‘사돈집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도 있다. 요즘 사기혐의로 구속된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호씨 처남 민경찬씨의 653억원 펀드조성을 놓고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청와대 브리핑’ 제239호(2월 11일자)를 통해 “민경찬씨는 엄밀한 의미에서 대통령의 친인척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민씨는 대통령의 처남 등 직접 사돈이 아니며, 형인 노건평씨의 처남으로 민법상 친족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자료를 내놨다. 그러니까 민씨는 ‘사돈’에 해당 안된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친한 척하며 사기치는 사람도 그렇지만, 대통령의 사돈의 팔촌이라도 끈이 닿으면 혹 무슨 출세나 횡재라도 할 것 처럼 사족을 못 쓰는 족속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2월 13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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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한 감정

“북한은 우리를 동포로 받아주는데 남한에서는 사람으로도 안본다. 때려죽이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같은 데를 가면 재중 동포들이 공공연히 하는 소리다. 재중 동포들이 모이면 “한국 사람들도 중국에 오기만 해봐라.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남한이 북한보다 좋지 못하다는 재중 동포들의 인식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강제추방 위기가 깊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반한 감정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의 반한 감정이 테러위협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주한국연변방흑룡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국무총리 민정비서관실 앞으로 보낸 편지를 보면 섬뜩하다. “중국동포 강제출국에 대한 보복으로 여의도 도시가스 시설을 폭파하겠다. 10년동안 지켜봤다. 우리는 적이다”는 협박 내용이 들어 있었다. 타이에서 ‘아키아’라는 단체이름으로 한국행 항공기에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편지가 대한항공 방콕지사로 날아든 적도 있었다. 재중 동포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런 협박은 불법체류과정에서 겪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강제추방 단속 등이 겹치면서 커지고 있는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중 경찰서를 찾는 외국여성들은 한국인 남성한테서 성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는 협박까지 받는다. 그들 대부분은 성폭행범 고소를 끝내 포기하고 경찰서를 떠나면서 꼭 “한국이 지긋지긋 하게 싫다”는 말을 남긴다. 문제는 경찰이나 관련 당국이 외국인들의 협박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폭력적 행태에 대해 한국인들이 다시 극단적으로 대처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대립상황을 낳게 된다. 반한 감정이 확산되는 지금 보편적 인권차원의 치료법이 나오지 않으면 ‘너죽고 나죽자’식의 극단적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 “우릴 사람으로 안 본다”는 외국인들의 반한 감정부터 잠재워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공히 마약 먹은 것 처럼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니 고사를 지낼 수도 없고 정말 큰일 났다. /임병호 논설위원

"2월 12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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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순 의왕시 부시장

"경기도의 이번 인사 가운데 괄목할 대목은 도내 초유의 여성 부단체장 기용이다. 당연한 파격적 인사로 신선하다. 이화순 의왕시 부시장은 이제 40대 초반으로 연부역강하다.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기술고시로 관계에 입신, 내무부(자치행정부)를 거친 이력 또한 이채롭다. 경기도에서 16년동안 몸담아 도내 지방행정 사정 또한 알만큼 안다할 수 있다. 도청 주택계장, 기술감사계장, 주택과장 등을 역임했다.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 이지만 성남시 수정구청장으로 일선 행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세심하면서도 추진력이 강하고 친화력이 돋보인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사회참여 기능에 성별의 구분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일찍이 여성미답의 걸음을 시작하는 이화순 의왕시 부시장은 역시 폴로 라이트의 대상이다. 임명직 부단체장이란 자리가 어떻게 보면 선출직 단체장보다 어려운 자리다. 이렇긴 하나 도시개발 분야에 일가견을 지닌 것은 현대적 행정수요에 탄력성있게 부응할 수 있는 강점이다. 대학 졸업후 한동안 현대건설에서 종사한 실무 경험은 행정에 아주 소중한 지적 자산이다. 의왕시는 전원도시다. 도시개발과 환경훼손이 상충되기 쉬운 어려움을 상호조화로 극복하는 역량을 기대해 본다. 여성 공무원은 앞으로 더욱 더 늘어간다. 여성 공무원의 고위직 또한 증가한다. 가정과 공직을 양립하는 덴 남성 공무원이나 여성 공무원이나 다 마찬가지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관계 한 길로만 매진해 달라는 것이다. 더러 전도 유망한 여성 고위 공무원이 정치권 등 옆길로 빠져 능력을 잠재우곤 하는 것을 보면 심히 안타깝다. 이화순 의왕시 부시장은 장차 1급 공무원까지 오르는 시범을 여성 공무원 후배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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