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족형태 다양화, 시대흐름 반영해 법·제도 정비해야

가족의 개념이 크게 변화했다. 과거 부모와 자녀 관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혈연 중심의 가족 형태는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끼리 사는 딩크족부터 혼자 사는 1인 가구,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는 가구 등 다양해졌다. 결혼한 이성이나 친족만을 가족이라고 여기던 인식이 옅어진 것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가 61.7%에 달했다. ‘거주·생계를 공유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가진 친밀한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응답자도 45.3%나 됐다. 가족을 이루는 데 혈연과 결혼이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1인 가구부터 동거 가구 등 가족 형태가 급변했지만, 관련 법과 제도는 제자리다. 여전히 ‘배우자와 직계혈족’만을 가족으로 규정한다. 혼인과 출산을 기반으로 한 가족만 가족으로 인정받는 제도가 수십년 이어져 오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은 각종 사회보장 제도와 정책에서 배제돼 시대 흐름을 반영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인 가구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혼인율 감소와 초혼연령 지체에 따른 미혼 독신 가구 증가, 이혼·별거에 따른 단독 가구 증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단독 가구 증가 등 여러 이유가 있다.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5%에서 2019년 30.2%로 급증했고, 2022년 40.3%로 늘었다. 가구 수로 따지면 지난해 말 기준 1인 가구는 946만1천695가구에 이른다. 경인지역의 1인 가구는 2000년 43만7천954가구에서 2021년 189만8천757가구로 4배 이상 늘었다. 가족 개념을 확대하고,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다인 가구나 혈연 중심으로 돼 있는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걸음마 단계다. 가구에 관한 정부 정책과 법률은 부부 또는 부모·자녀가 한집에서 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경제적·정서적으로 맺어진 다양한 동거나 입양, 1인 가구가 늘었지만 사회가 부여하는 각종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정책 사각지대로 밀려나 있다. 의료 응급상황 발생 시 가족이 아닌 동거인은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도 현행 제도가 급변하는 가족 형태를 반영하지 못함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아 가족 범위를 넓히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지자체 차원의 서비스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 형태를 가족으로 인정, 가족 범위를 넓혀야 한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 다양한 가족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사설] 2분만에 표 매진, 인천 또 세계를 품다/‘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행복 시작되다

인천시민 모두가 행복할 일이 시작됐다.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이다. 18회째로 오는 8월 4~6일 열린다. 사전 공연이 14일 인천에서 시작됐다. 첫 어울림의 현장은 인천축구종합경기장이었다. ‘갈릭스’ ‘밴드민하’ 등의 락 밴드가 공연했다. 사전 공연은 ‘펜타포트’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사전 홍보 이외 인천 등 국내 락 음악 뮤지션들에게 참여 기회를 배려하자는 기획 의도다. 시민의 흥겨움은 그만큼 빨라진다. “기다리던 펜타포트 사전 공연 소식을 듣고 딸과 함께 보러 왔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의 얘기다. ‘펜타포트’를 향한 기대는 입장권 판매에서도 나타난다. 두 차례 사전 판매가 있었다. 12일 인터파크 판매는 ‘얼리버드 티켓’이었다. 정가의 20%를 할인해 19만2천원이다. 국내외 동시 판매됐는데 5분 만에 매진됐다. 앞서 블라인드 티켓은 지난달 28일에 있었다. 출연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판매다. 그런데도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 이유 있는 기대다. 본 공연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중량감이 대단하다. ‘THE STROKES(스트록스)’는 미국의 대표 밴드다. 2021년 그래미어워드에서 ‘베스트 락 앨범’을 수상했다. 여기에 영국의 ‘RIDE(라이드)’ 등 해외 뮤지션 10여팀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 출연진도 호화롭고 다양하며 대규모다. 김창완 밴드, 검정치마, 자우림 밴드, 새소년, 이승윤 등과 국악퓨전 밴드 이날치 등이 출연한다. 음악성과 대중성이 고루 반영된 구성이다. ‘펜타포트’는 2006년 처음 시작됐다. 락 페스티벌이 붐을 이루던 시기였다. 비슷한 콘셉트의 공연이 여럿 등장했다. 하지만 생명력은 길지 못했고 상당수가 도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중에서도 최대 위기였다. 그 위기를 펜타포트는 온 라인 공연으로 이어갔다. 세계 음악 팬과 인터넷으로 만났다.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감수했던 당시 주관사의 의지가 컸다. 그 결과 지금의 ‘2023 펜타포트’다. 대한민국 최고·최대 락 페스티벌이다. 이 축제와 비견될 락 공연은 국내에 없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이제 음악 축제가 아니다. 인천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은 문화적 자산이다. 과거 17년간 만들어 온 유산이고, 현재 300만 인천시민이 누릴 문화고, 미래 세대가 170년 이상 이어갈 자산이다. 한여름밤에 이뤄질 세계인의 축제, 그 즐거운 시작을 맑은 봄 하늘 아래서 만났다. 2개월 반에 걸친 기나긴 인천 축제의 행복을 기원한다.

[사설] 김남국 묘수인가, ‘잠시 떠난다’ 탈당/이재명 지시 黨감찰을 무력화시키다

김남국 의원이 탈당했다.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저는 오늘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 더는 당과 당원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잠시 떠난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무소속 의원으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도 했다. 지난 일주일간 일련의 언론 보도를 ‘허위 사실에 기반했다’고 단정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그의 탈당으로 많은 상황이 변했다. 제일 큰 건 당 감찰 진상조사 무력화다. 김 의원의 가상화폐 의혹이 일주일을 넘겨간다. 60억원대 코인 보유, 출처 자금 불분명 등이 초기 핵심이었다. 그때까지도 당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가 한동훈 장관 청문회, 이태원 참사 보고 법사위 때도 거래했다는 의혹에 화들짝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당에 윤리 감찰을 지시했다. 그렇게 시작된 당 감찰이 한순간 중단됐다. 공교로운 게 있다. 12일 에어드롭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이 에어드롭 방식으로 코인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진원지는 당 진상조사단이었다. 조사 현황을 지도부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거론됐다. 13일 김 의원이 펄쩍 뛰었다. 그리고 하루 지난 14일 ‘탈당’을 발표했다. 이제 무소속이 됐고 민주당은 남의 당이다. 불만 표출이었나. 조사 불응 목적이었나. 어찌됐든 결과는 그렇게 됐다. 탈당에 앞선 13일 이런 말을 했다. “처음에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몰아가더니 대선 직후에 현금을 인출했다고 하니 금방 쑥 들어가고 이제 불법 로비 의혹으로 몰아간다.” 대선자금과 로비 의혹을 몇 번째 부인한다. ‘김남국 코인’을 대선 자금과 연결한 언론이 몇이나 되나. 혹시 유튜버들의 떠들기를 말하는 것인가. 하라는 설명은 안 하고 계속 불법 대선자금 의혹만 반박하는 이유가 뭔가. 그게 자신 있나. 다시 한번 강조한다. 김 의원이 비난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난 코스프레와 수십억 코인 자산의 불일치다. 유권자 분노다. 최초 투자금 또는 수단에 대한 함구다. 공인의 무책임이다. 상임위 활동 중 코인 거래 의혹이다. 이태원 원혼이다. 이유는 이걸로 충분하다. 이걸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최초 투자금 밝히고, 가난 코스프레 사과하고, ‘인사청문회·상임위 코인 거래’를 밝혀야 한다. 프레임 정치를 자주 말한 정치인이다. ‘조국 논란’ 때 보수 프레임을 말했다. ‘개딸 논쟁’ 때 국민의힘 프레임을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분(김남국 의원)은 수시로 프레임을 들고나온다”고 했다. 이번 논란도 프레임으로 해석하는가. 보수 대 진보의 진영 대결을 기대하는가. 그렇다면 더욱 민주당 자체 조사가 필요했을 것 이다. 거기서 다 밝히고 대오를 함께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걷어차고 나갔다. 이제 그를 조사할 곳은 없다. 결백을 증명해줄 곳도 없다. 혹시 있다면 그건 검찰뿐이다.

[사설] 국회의원에 대한 가상화폐 보유 전수조사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거액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안산 단원을)에 대해 윤리 감찰을 긴급 지시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11월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 보고를 받는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 도중 수차례 가상화폐 거래를 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그뿐만 아니다. 올해 3월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 도중 가상화폐 거래를 한 기록도 추가로 폭로됐다. 언론으로 보도된 내용을 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무려 1천400건이 넘는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 내역이 포착됐다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도덕적이며, 또한 국회의원의 품위 손상이다. 국회의원으로서 국정을 논하는 상임위에서 국정에는 관심이 없고 수억원의 돈이 오고 가는 가상화폐 거래에 정신이 팔려 핸드폰을 보면서 회의장을 들락날락 거렸다고 하니 선거구민은 물론 국민을 얼마나 무시한 처사인가. 공직자 관련 규정에 의하면 “일반 공무원도 근무 중 주식 거래가 금지되어 있다”라고 명시돼 있는데, 국회의원이 상임위 회의장에서 핸드폰만 쳐다보면서 가상화폐 거래를 하고 있다면 이는 당 차원의 윤리 감찰 정도가 아니고 국회 윤리위를 즉각 소집해 사실 관계 확인과 더불어 중징계를 해야 한다. 재산이 하루에도 수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런 사실만 가지고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김 의원은 수십억원대 가상화폐 보유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해명은 더욱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산 변동 내역과 코인 투자금 출처, 매도금 용처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초 해당 가상화폐를 구입하게 된 동기와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하늘에서 떨어진 돈, 굴러 들어온 돈은 하나도 없다”는 말뿐이다. 여야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비록 뒷북 입법이기는 하지만, 향후 이해충돌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게임업체로부터 입법로비가 있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도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김남국 가상화폐 게이트’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회의원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는 여야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 내역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지 않으면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어렵다. 국회는 즉각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가상회폐 전수조사 결의안을 채택, 국민들에게 실상을 공개해야 한다. ‘김남국 가상화폐 게이트’를 국회가 미온적으로 처리한다면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비수도권 졸업생 50% 채용’ 개악 발의/수도권 국회의원들 도대체 뭐하고 있나

도내 대학·대학생에 절망 주는 법이 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다. 여기에 ‘해당 지역’ 졸업생 의무 고용 비율이 있다.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것으로 2017년 개정 때 들어 갔다. 첫 적용인 2018년에는 18%였고 매년 3%씩 올렸다. 지난해 30%까지 높아졌다. 공공기관이 있는 지역의 졸업생을 위한 규정이다. 수도권 대학 졸업생은 나머지 70%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비슷한 법이 또 있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다. 공공기관과 상시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인 기업에 적용된다. 공공기관 이외 일반 사기업까지 적용을 강화하고 있다. 이 법 역시 신규 채용인원의 일부를 ‘지역’ 인재로 채우도록 권한다. 여기 비율은 35%로 정해져 있다. 이 법에서의 지방도 수도권을 포함하지 않는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기업도 예외없다. 채용 인원의 35%를 비수도권에서 데려 와야 한다. 수도권 역차별이 한 두 번도 아니다. 한 두 해 겪은 억울함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주목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더 갈 데도 없이 내몰린 취업난이다. 2020년 대학 졸업자 48만명 가운데 31만명이 취업했다. 3명 중 1명이 취업에 실패한 셈이다. 관련된 OECD 지표도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새 추이다. 우리 청년 취업률이 14위에서 28위로 추락했다. 2021년부터는 코로나 펜데믹이었다. 비교 자체가 의미 없다. 안 그래도 바늘구멍처럼 좁아진 취업문이다.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에는 거기서 30~35% 더 좁아지는 셈이다. 가까운 예를 보자. 인천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017~2021년 451명을 채용했다. 인천지역 대학 취업자 수는 20명(4.4%) 뿐이다. 같은 기간 경상권 92명(20.3%), 충청권 31명(6.8%), 전라권 30명(6.6%)이다. 이게 말이 되나. 사회 초년생의 인생 막는 불공정이다. 여기서 묻자. 수도권 국회의원들 뭐하고 있나. ‘해당 지역 졸업생 특혜’ ‘지방 대학 졸업생 특혜’도 모두 법률이다. 그 속에 대학생 취업 차별만은 막았어야 했다. 아니면 비율만이라도 한 자릿수로 낮췄어야 했다. 과거 법률이니까 현재 의원들 책임은 아니라고 하고 싶은가. 천만에. 현역의 책임도 크다. 지금 국회가 개악을 발의 중이다. 고용 비율을 50%까지 높이고 기업 규모도 2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이 법안을 보고만 있을텐가. 수도권 대학생 생존권이 35% 박탈당했다. 그 박탈을 50%까지 높이겠다고 한다. 이 법안이 어떻게 돼 가는지 지켜 보겠다. 수도권 의원들의 발언·표결을 확인하겠다. 그 결과를 대학생들에 전하겠다. 내년 총선에 임하는 청년들의 선택 기준으로 넘기겠다. 그래야할만큼 우리 청년들이 힘들다.

[사설] 수원 아파트에서도 택배 갈등, 합리적 해법 찾아야

수원의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에 택배 수백개가 쌓여 있는 이른바 ‘택배 대란’이 또 벌어졌다. 아파트 측이 주민 안전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전면 금지하자, 택배기사들이 문 앞 배송을 중단하며 물품을 정문에 내려놓은 것이다. 수년 전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송도 국제도시,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일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수원의 아파트는 2천500가구 규모로 재개발된 신축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긴급차량(소방, 구급, 경찰, 이사, 쓰레기 수거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운행을 지난 1일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의결했다. 입주민의 보행 안전을 위한 결정이라며, 택배기사들에게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달라고 했다. 택배 차량 유도 표시에 따라 움직이면 높이 2.5m 차량까지는 운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수원택배대리점연합은 지난달 말 공문을 통해 “아파트 구조상 직접 배송이 불가하다”며 “택배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생 방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고가 우려된다면 아이들이 학교·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만이라도 지상 출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택배기사들은 지난 1일부터 아파트 정문에 물품을 쌓아 놓았다. 아파트 정문 근처 보행로 바닥 면에 동별 표시를 해놓고 이곳에 택배물품을 놓는 것으로 배송을 마쳤다. 주민들은 택배 수령이 불편한 데다 분실·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 모두 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다. 택배 차량은 대부분 하이탑이나 정탑 차량이어서 높이가 2.5~2.6m가량이다. 지하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하거나, 간신히 진입해도 사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저탑 차량은 택배기사가 똑바로 서서 일할 수 없어 다칠 수 있다고도 한다. 반면 아파트 측은 단지 내에 도로 자체가 없고, 보행자 도로와 구분이 안돼 사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체국 택배나 새벽 배송업체들은 모두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배송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2018년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이 발생하자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를 기존 2.3m에서 2.7m로 상향하는 조치를 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설계 허가를 받은 단지부터 적용해 이 아파트는 해당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졌다. 시공 과정에서 2.7m까지 높였어도 됐는데 아쉬움이 크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 주민 불편만 커진다. 입주민과 택배기사가 조금씩 양보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한 아파트에서 단지 내 운행속도 시속 10㎞ 이하 제한, 택배업체의 운행속도 준수 확인서 제출, 제한속도 미준수로 인한 사고 시 택배사 출입 금지 및 사고 책임 등을 약속하고 지상 출입을 한 사례가 있다. 수원시는 방관하지 말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

[사설] 전동킥보드 목숨 건 불법질주, 강력한 대책 절실하다

전동킥보드가 애물단지가 됐다. 운전면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빌릴 수 있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도로와 대학 캠퍼스 등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녀 사고도 많고, 관리도 안 되고 있다. ‘도로 위 무법자’로 변해 골칫덩어리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사설 대여 전동킥보드는 23만2천784대(한국퍼스널모빌리티협회 2022년 9월 기준)에 달한다.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의미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는 만 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장치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자만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전거도로 통행이 원칙이어서 인도에서 타는 행위는 불법이다. 안전모(헬멧)를 쓰지 않는 것도 위법이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급증해 2021년 5월 규정이 강화됐다.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안전불감증은 인명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건수는 1천735건이다. 2017년 117건에 비하면 1천382% 폭증했다.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사망자도 2018년 4명, 2019년 8명, 2020년 1명, 2021년 19명, 2022년 26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사고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음주 킥보드 문제가 심각하다. 번화가나 대학가에선 음주 후 전동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는 사람이 많다.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탈 경우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인도 운행이 금지돼 있는데 어기고 질주하다 행인과 부딪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헬멧 착용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이어폰을 낀 채 헬멧도 안 쓰고 인도나 대학 캠퍼스를 달리는 젊은이들은 최악이다. 2인 이상 탑승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런 규칙도 안 지킨다. 면허없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청소년들도 많다. 대여업체의 운전면허증 인증 절차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운전면허증으로 등록하거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운전면허증을 내려받아 등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여업체 앱에 따라서는 운전면허증 등록순서에 ‘넘어가기’를 누르면 최대 속도만 시속 25㎞에서 17㎞로 줄어들 뿐 면허증이 없어도 대여가 가능하다. 허점이 너무 많다. 전동킥보드 관리도 엉망이다. 어디에나 반납할 수 있다 보니 일부 이용자들은 다리 위, 횡단보도, 인도 등 아무 데나 무분별하게 내버려둔다. 반납 위치가 자유라지만 보행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다. 규정 위반이 다반사고 강화된 법은 무용지물이다. 사고는 매년 폭증하고 있다.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 안전모 미착용 2만원, 2명 이상 승차 4만원인 과태료라도 올려야 한다. 전동킥보드 이용이 급증한 만큼 이용 규칙 등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사설] 오산시 서울대병원 사태 총선에 올라타다

오산 서울대병원 유치 실패는 2016년이다. 8년 흘렀는데 여전히 진행형이다. 제일 큰 논란은 그 과정의 혈세 낭비다. 오산시가 병원 유치 실패를 고시한 것은 2016년 9월8일이다. 목적이 없어졌으면 원토지주가 환매권을 갖는다. 행정기관은 이를 통지했어야 했다. 그런데 시는 통지 없이 해당 부지를 다른 용도로 쓰겠다고 확정했다. 미니어처 전시관(8월6일), 안전체험관부지(8월31일) 등이다. 이 미통지로 인한 후유증이 사달이다. 시가 사들였던 서울대부지는 내삼미동 104필지 12만여㎡다. 원토지주 75명이다. 환매권을 통지받지 못해 손해 본 당사자들이다. 이들의 일부가 소송을 제기했고 오산시에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전체 규모로 환산할 때 전체 배상액이 100억여원이다. 여기에 지가 상승을 고려하면 최대 15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은 대책위 추산이다. 100억원이든 150억원이든 시에는 막대한 부담이다. 이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오산시민의 분노가 워낙 크다. 상식적이지 않은 구석도 많다. 나갈 돈이 천문학적이다. 당연히 감사 대상이 된다고 본다. 행정의 책임과 의무는 연속된다. 감사 결과의 당사자는 현 오산시다. 이 모든 문제의 배상 책임자이자 행위 책임자다. 최대 150억원 손해배상은 당연히 현 집행부가 안은 책임이다. 행위자에 대한 구상권 성립 여부는 별론이다. 그런 면에서 ‘전임 시장 재직 시 사안이라 할 말 없다’는 관계자의 해명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 다른 관심은 지역 정치권을 겨냥하는 흐름이다. 대책위 대표가 경기일보에 남긴 설명에 이런 부분이 있다. ‘행정가와 정치인의 잘못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 정치인이라 말하고 있다. 지역 현역 국회의원이다. 대책위는 그동안에도 계속 이 정치인을 지목했다. 같은 정당 소속의 시장과 함께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보니 공익감사청구 활동 개시 시점이 공교롭다. 서명운동, 청구, 결정, 감사 등이 진행될 텐데, 내년 총선 일정과 겹쳐 간다. 정치인을 행정 감사에 엮을 강제성은 없다. 해당 정치인도 ‘본질적으로 행정의 영역’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책위는 계속 정치로 끌고 갈 듯하다. 이해된다. 100억~150억원의 손실이 엄존한다. 이해 못할 행정 오류도 확인됐다. 법원이 ‘배상하라’고 판결까지 했다. 당연히 책임과 책임자가 증명돼야 한다. 그걸 따지자는 감사 청구다. 당연한 권리다. 다만, 정치로 뒤범벅되는 건 아닌지. 공방만 오가는 건 아닌지. 이런 게 걱정된다.

[사설] 대성동마을 고엽제 피해 정부 전수조사·지원대책 마련해야

파주시가 대성동마을 주민들의 고엽제 피해 실태에 대해 역학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사 이후 민간인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적정한 국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대성동마을의 고엽제 노출 피해는 경기일보가 최초로 알렸다. 고엽제 살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피해 실태를 집중 보도, 피해자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파주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대성동마을은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다. 정부가 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마을에 맞서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후 남방한계선 500m 지점에 조성했다. 이곳에 ‘악마의 화학물질’로 불리는 고엽제가 뿌려진 것은 1967년부터 1971년까지다. 미국 보훈부가 DMZ 일부 지역에 고엽제 살포 사실을 인정했다. 주한미군은 DMZ 지역 내 우거진 수풀 관리를 위해 ‘식물통제계획’을 세우고 남방한계선 이남 민간인통제구역에 고엽제를 대량 살포했다. 7천270만여㎡(약 2천200만평)에 2만1천갤런의 고엽제 원액을 3 대 50 비율로 섞어 뿌렸다. 원액만 드럼통 315개 분량에 이른다. 당시 대성동 주민들은 제초제로 알고 고엽제를 받아 논밭에 직접 뿌리기도 했다. 문제는 고엽제 살포 이후 후유증이다. 마을 주민들은 각종 질병을 앓다 생을 마감했고, 현재도 고엽제 의심질환으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1993년 만든 ‘고엽제 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지원을 해왔다. 국가보훈처는 폐암·후두암·전립선암 등 각종 암을 포함한 20가지 후유증과 고혈압·뇌출혈 등 19종의 후유의증, 2세 환자에 대해선 척추이분증·말초신경병·하지마비척추병변 등의 질병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보상 범위를 군인과 군무원으로만 한정했다. 민간인은 지원에서 제외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엄청난 양의 고엽제를 뿌려놓고 전수조사 한 번 안 하다니 무책임하고 황당하다. 늦었지만 파주시가 고엽제 실태조사와 함께 지원에 나선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파주시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고엽제 피해 관련 지원 법률과 관련해 16개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이는 이미 지원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지원 강화일 뿐 대성동마을과 같은 민간인 피해 지원과 관련된 법안은 없다. 지역 국회의원과 관련 상임위 의원들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답답하다. 더 이상 주민 고통을 외면하거나 방관하면 안 된다. 민간인 지역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석면교실 제로, 완료한 지방 생기는데/양주 등 경기는 ‘2027 계획’ 조차 불안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다. 머리카락보다 5천배 이상 작다. 맨 눈으로 확인도 불가능하다. ‘죽음의 먼지’로 불린다. 폐암 후두암 등 질병을 일으킨다. 15~30년의 긴 잠복기를 갖는다. 유아·청소년기부터 막아야 한다. 석면교실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 있다. ‘석면교실 제로 2027’이다. 그 시한이 4년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도내 학교의 추진 상황은 어떤가. 양주 동두천 지역의 실태를 경기일보가 취재했다. 양주지역 18개 학교가 석면에 노출돼 있다. 가납초교 병설유치원 등 유치원 3곳, 은봉·가납초교 등 초교 12곳, 조양·덕계중학교 등 중학교 3곳이다. 전체 대비 현황은 유치원 10%(30곳), 초교 32.4%(37곳), 중학교 25%(12곳)다. 올해 석면제거 공사가 예정된 곳은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관내 3곳 뿐이다. 은봉초교(양주), 지행초교(동두천), 동두천여중이다. 모두 7억여원이 배정됐다. 겨울방학 공사까지 쓸 예산이다. 제로화 목표 기간이 4년 남았다. 매년 5~6곳씩 공사를 해야 된다. 그렇게 가더라도 팍팍하다. 공사가 더딘 이유는 예산이다. 도교육청의 올 관련 예산이 709억원이다. 이 돈으로 217개 학교가 석면제거 공사를 한다. 양주 동두천에는 그 중 1%인 7억여원이 배정됐다. 거기 맞추다 보니 3곳밖에 할 수 없다. 교육청 관계자의 답변이 이렇다. “매년 5곳씩 하면 2027년까지 끝낼 수 있다.” 옳은 답일까. 2027년이 답일까. 2027년은 ‘제로화’의 마지노선이다. 최소한 그때까지 끝내라는 것이다. 지금 1학년이 졸업 때까지 석면을 흡입해도 좋다는 허가가 아니다. 다른 지방이 어떤 경쟁을 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전북교육청의 석면제로화는 2024년이 목표다. 교육부 2027년보다 3년 앞당겼다. 2월 기준 498만㎡ 중 석면 보유 면적은 17만㎡다. 전체 2.7%만 남았다. 추진 상황이 거의 맞아간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보다 더 앞당겼다. 오는 8월까지 학교 석면 제로화를 장담한다. 전체 학교의 94.9%인 525개교가 석면 제거 공사를 끝냈다. 특히 단설유치원은 모두 철거 작업을 마쳤다. 나머지 5.1%도 여름방학에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전북·강원 교육청의 공통점은 교육 정책의 순위다. 학생 생명권 보호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석면 제로 2027년 앞 당기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경기도내 학교에서 지금도 죽음의 먼지가 날고 있다. 그 속에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그들이 ‘내 자녀’래도 2027 시한 타령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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