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지검 수사, 국익을 지키다

수원지검이 삼성 반도체 기술을 빼돌린 일당을 검거했다. 삼성전자 전 상무와 삼성전자, 계열사, 협력업체 직원 등 7명이다. 빼돌린 기술은 반도체 공장 설계다. 반도체는 특수한 공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독자 개발한 기술이다. 이걸 빼내 중국에 ‘짝퉁 삼성전자’를 지으려 했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와 1.5㎞ 떨어진 곳이 예상 입지였다. 다행히 공장 설립 전에 모두 검거됐다. 반도체 공장 설계 유출 사건은 처음이다. 기술 유출 사건에 끝이 없다. 올 초에도 삼성전자 자회사의 전 연구원 등 7명이 적발됐다.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돌렸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2021년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검거됐다. OLED 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팔아 넘겼다. 기술 유출의 상대국은 대부분 중국이다. 지난 3년간 기술 유출 국가를 보면 중국으로의 유출이 70%를 넘는다. ‘반도체 굴기’ 중국에 한국은 더없는 타깃인 셈이다. 형량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그런 면이 있다. 지난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형사 사건 선고가 33건 있었다. 무죄나 집행유예 비중이 87%를 넘는다. 기술 유출 범죄가 침해하는 법익은 상상하기 어렵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산업 기술 유출이 93건 있었다. 피해액이 25조원 정도다. 이번 삼성전자 사건 피해도 최소 3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으로 추산된다. 형량을 정함에 있어 반드시 감안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다. 사건 때마다 나오는 업계 반응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고 탄식한다. 기술 보유자들은 사람이다. 사람 두뇌를 단속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존 연봉의 3, 4배로 유혹하는 건 기본이다. 상상 못할 뭉칫돈이 제시되기도 한다. 애사심·애국심에만 호소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단속 의지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범죄 심각성이 일반화될 수 있다. 그 전형을 보여준 것이 이번 수사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다. 수원지검에는 산업 기술 유출 범죄 수사의 특별한 역사가 있다. 1990년대 최고의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도 수원지검이 했다. 이메일을 통한 기술 유출이란 생소한 범죄였다. 2018년 첨단산업보호전문수사단이 생긴 것도 수원지검이다. 당시 한찬식 검사장이 의욕적으로 출범시켰다. 이러한 수사 전통이 또 한번 이어지는 듯하다. 평가하고 갈 일이다. 아주 좋은 수사다. 국가와 국민에 큰 득이 됐다.

[사설] 경기도 보훈병원 절실, 위탁병원이라도 당장 확대해야

경기지역에는 보훈대상자가 20만명에 육박한다. 올해 4월 기준 19만4천985명으로, 전국 보훈대상자의 4분의 1가량이 거주한다. 보훈대상자들은 상당수가 고령이다.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평균 연령이 90세 중반이고, 월남전 참전유공자도 70세가 훨씬 넘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보훈대상자 중 70세 이상 고령인구가 56만5천640명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이들은 만성 퇴행성 질환, 고엽제 후유증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어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경기도에는 보훈병원이 없다. 도내에 보훈대상자가 가장 많지만 의료지원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선 대중교통으로 3, 4시간은 가야 한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병원 가기도 어렵다. 환자가 밀려 몇개월씩 대기하기도 한다. 때문에 경기도에도 보훈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보훈부는 보훈대상자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보훈병원의 대체 역할을 할 수 있게 보훈위탁병원을 지정했다. 올해 기준 전국에 617곳의 보훈위탁병원이 있다. 경기지역에선 92곳의 병·의원 및 종합병원이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이 의원급이어서 진료과목이 한정적이고, 의료접근성도 낮아 제대로 치료 받기가 어렵다. 과천시의 경우 의원급 병원인 내과와 이비인후과 등 2곳만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 이외 과목의 진료를 받으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 연천군도 보건의료원 1곳과 비뇨기과의원 1곳 등 2개 병원이 전부다. 구리·김포·부천·의왕·포천시도 병원이 2곳뿐이다. 이천·여주·오산시는 1곳밖에 없다. 부천시의 경우 보훈대상자가 1만명 가까이 되는데 위탁병원이 2곳이다.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 등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보훈병원이 설립돼 있다. 전국에서 보훈대상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도 보훈병원이 절실하다.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이 언제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원정 치료를 다녀야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들한테 재정 부담 등 경제효율성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경기도와 시·군이 적극 나서 경기도 보훈병원 건립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국가보훈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선은 보훈병원 건립에 시간이 걸리므로, 각 지역의 종합병원을 보훈위탁병원이나 준보훈병원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문제다.

[사설] 경기도체육행정·도체육회, 체육인을 가벼이 여기다

지금은 직장운동부와 체육시설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위탁 관리돼 있다. 이 인력과 시설이 체육 단체로 이관된다. 8일 있었던 경기체육발전 소통간담회에서 김동연 지사가 발표했다. 경기도는 11일 관련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모는 8일 도청 홈페이지에 고시돼 있었다. 김 지사가 발표한 것은 8일, 경기도가 밝힌 것은 11일, 실제 공고일은 8일이다. 이렇게 경기도 직장운동부 등 이관이 시작됐다. ‘최근 5년 이내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관련 업무 실적이 있는 공공기관·체육전문기관·법인단체’가 자격이다. 공모라지만 나설 곳은 없을 것 같다. 결국 도체육회로의 업무 이관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분석이 많다. 경기도와 도체육회 간의 의견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직장운동부와 체육시설의 관리 주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일장일단이 있고, 굳이 정답을 찾을 일도 아니다. 주목할 건 이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이다. 개운치 않다. 사전 논의가 부족했던 것 같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유·무형의 재산 변동 사안이다. 도의회가 토론하고 협의하는 게 맞다. 더구나 이관 대상 시설 4곳은 위수탁 관리 기간이 2년6개월 남았다. 이런 중요한 계획을 도지사가 갑자기 발표했다. ‘이달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처리 시한까지 못 박았다. 도의회 해당 위원회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선수들 의견이 무시됐다는 비난도 들린다. 도는 ‘이제부터 설명해 가겠다’고 한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체육 행정의 잡음은 앞서도 있었다. ‘경기 체육 활성화 맞손 토크’ 때다. 도지사 주관의 이 행사가 5월30일 열렸다. 전국소년체육대회 마지막 날이었다. 종합우승(비공인)을 위해 16개 종목 관계자들이 울산에 총집결했다. 선수들이 있는 울산과 도지사가 있는 수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에 몰렸다. 많은 체육인들이 그때도 불만을 말했다. ‘체육인 입장을 고려치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게 불과 달포 전이다. 왜 자꾸 이러나. 우리가 모르는 곡절이라도 있나. 도정의 모든 책임은 지사에게 있다. ‘맞손 토크’는 도지사 주관 행사였다. ‘이관 결정’도 도지사가 밝혔다. 원성이 김 지사를 향할 수 있다. ‘김 지사가 도의회를 경시한다’, ‘김 지사가 체육인을 경시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내기에는 행정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 두 번, 경기도행정과 경기도체육회가 협의하고 대화했을 것이다. 도는 일정·절차를 살펴야 했다. 체육회는 체육인들 상황을 전달했어야 했다. 그런 역할이 부족했던 것 같다. 전국소년체전 마지막 날 도지사와 체육인 토크쇼를 잡은 것, 일정을 조율 못한 행정 사고다. 체육 업무 이관을 발표했는데 도의회는 처음 들었다는 것, 논의 절차 못 챙긴 행정 사고다. 행정의 이런 사고가 기관장의 신뢰를 추락시킨다.

[사설] ‘남은 애들 권리’ 강조하던 김포FC 유소년/그 ‘남은 애들’끼리 폭행해 9명 퇴출됐다

한번 각인된 불명예 그림자는 짙고 길다.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유사시 쏟아지는 비난도 배가 된다. 김포FC 유소년팀이 그래 보인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우리도 김포FC유소년을 또 논평하기가 고민이다. 하지만 그렇게 봐 넘기기 어렵다. 김포FC에서의 일련의 일들은 특별하다. 타 구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건이 아니다. 축구단 소속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해자로 지도자가 지목됐다. 구단은 지도자 처리에 미온적이었다. 피해 학생 유족, 김포 시민단체 등이 일어났다. 1년 넘겨 대한축구협회의 징계가 내려졌다. 전 감독 1명과 전 코치 2명에게 자격정지 2, 3년이 내려졌다. 유족들은 ‘징계가 가볍다’며 이의 신청을 예고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김포FC가 했던 주장이 있다. “(남은) 아이들은 누가 책임질 건가.” 서영길 대표이사의 발언이었다. 그랬던 김포FC에서 또 비위가 터졌다. 바로 그 ‘남은 아이들’ 간의 폭력이다. 성추행에 하극상 폭행 주장까지 들린다. 상당 부분 사실인 듯하다. 가해 선수로 지목된 6명이 퇴출됐다. 방관자 3명도 퇴출되거나 스스로 나갔다. 선수 9명이 이 일로 사라진 것이다. 김포FC 유소년 선수가 30명 정도다. 선수단의 3분의 1이 한 사건으로 사라진 셈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건이 있었나. 학창 시절 폭력 이력은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다. 많은 유명인들이 이 문제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거기 운동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선수단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사건은 없다. 이런 사건이 또 김포FC 유소년에서 생긴 것이다. 사건 발생은 지난달이다. ‘극단적 선택 사건’에 대한 처리가 진행되던 차다. 대한축구협회의 결정 지연, 구단 측의 미온적 대처 등이 논란이었다. 유족과 시민단체 등은 시청까지 찾아가 항의를 하곤 했다. 그 와중에 발생한 집단 폭행이다. 선수단 가족이 본보에 밝혔다. “피해 학생 쪽은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말도 못 꺼내게 하고 있다... 선수단 쪽에서 조용히 처리하려고 쉬쉬하는 듯하다.” 차제에 분명히 밝히고 가야 할 주장이다. ‘극단적 선택’ 때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 은폐하고, 축소하고, 미온적이었다. 그런데 또 그렇다는 건가. 사건의 정확한 진실, 구단의 은폐 시도 여부, 조사와 징계의 적정성 등을 섬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사설]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철저한 조사와 방지책 마련해야

지난 8일 도내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이용객 14명이 다쳤다. 경찰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9분께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작동 중이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뒤쪽으로 역주행했다. 영상에 나타난 사고 현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이 사고로 이용객 A씨는 허리와 다리 등에 중상을 입어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B씨 등 13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2009년 9m 길이로 설치돼 올해로 14년째 사용되고 있으며, A업체가 위탁관리하고 있다. 매달 1회 안전 점검을 하고 있는 바, 지난달 10일 A업체가 해당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했으며, ‘이상 없음’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또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지난해 9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안전 점검에서도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10년 전 분당선에서도 발생했다. 즉, 2013년 7월 분당선 야탑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으로 사고가 발생, 무려 39명이 다쳤는데 이번 비슷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야탑역 사고 이후 에스컬레이터에 역주행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고 했지만, 아직도 전국 3만3천여대의 에스컬레이터 중 56% 정도만 역주행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어 지하철 이용객들이 항상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중대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총 144건 발생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기계 결함, 역주행 방지 장치 오작동, 부실 점검 등을 꼽고 있다. 2013년 야탑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당시 정비업체가 감속기와 모터를 연결하는 피니언기어를 강도가 떨어지는 ‘짝퉁’ 부품으로 교체해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대전역에선 구동체인 문제로, 2019년 서울대입구역에선 감속기 오일 부족으로 기어가 마모돼 역주행이 발생하는 등 매년 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지하철 이용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코레일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코레일은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CCTV 영상이 유포된 것에 대해 조사와 법적 책임 운운하기 전에 철저한 점검을 통해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는 13일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현장에서 합동 조사를 벌이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코레일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분석함과 동시에 근본적 방지대책을 강구, 더 이상 지하철 이용객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안성 정치, 이장·통장들 분노에 고개 숙여라

“뒤에서 알려지고 있는 퇴진운동은 하면 하는 것이다.” 경기일보 기자가 전하는 어느 안성시의원의 발언이다. 안성시 일부에서 그에 대한 주민소환 얘기가 나왔다. 이런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할 테면 해보라’는 투의 어감이 물씬 풍긴다. 얼핏 들어도 뭔가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안성지역에 무슨 일이 빚어지고 있는가. 시의원과 주민의 대립이 왜 이렇게까지 악화됐을까. 누가 봐도 막 가는 안성을 살펴보자. 안성지역 이장과 통장들이 7일 시청 앞에 모였다. 관내 15개 읍·면·동에 이·통장들이다. 이 자리에서 이·통장협의회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 시와 시의회 모두를 향한 호소다. 시민을 보호하고 안성시민을 대변해야 할 시와 시의회가 “정쟁만을 일삼고 타협하지 못해 시민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보훈명예수당 인상분으로 촉발된 추경 예산안을 안성시가 편성하지 않자 “시의회가 시 안건들을 모두 부결시켰다”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갈등의 핵심으로 ‘정치 싸움’을 지목했다. 김보라 시장은 민주당, 의회 다수당은 국민의힘이다.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의 이런 대립적 정치 구도가 갈등의 시작이라고 해석했다. 협의회가 분석하는 책임은 시보다는 시의회 쪽에 다분히 치우쳐 있다. 주민소환 주장의 대상도 시장이 아닌 특정 시의원에게 맞춰져 있다. 해당 시의원이 이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하면 하는 것이다’라는 반응은 그래서 나오는 대응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옳지 않다. 지난해 개원 이래 1년이 다 돼 간다. 그간 안성시의회가 보여온 모습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개원 초기는 김보라 시장 인사와 충돌했다. 의회사무과장, 전문위원 등 6명을 문제 삼았다. 갈등은 첫 추경까지 파행으로 이어졌다. 2022년 7월 말 그렇게 시작된 갈등은 연말까지 갔다. 안성시의회의 2022년 6개월은 마비였다. 해가 바뀌어도 이런 마찰은 계속됐다. 지난달 임시회 역시 심의 중단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갈등의 책임을 계량하듯 똑같이 나눌 순 없다. 안성시의 책임이 왜 없겠나. 김보라 시장의 협치 능력도 비판 대상이다. 하지만 책임의 균형추는 시의회 쪽이다. 시장의 책임과 직접 관련 없는 허송세월이 많다. 시의회 여야 간 충돌이었고 힘겨루기였다. 이렇게 싸우면서 열 달 치 월급은 다 받아갔다. 보다 못해 이장, 통장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오죽하면 주민 소환을 말하겠나. ‘할 테면 해보라’고 맞설 자격 없다. 이·통장들 앞에 사과해라.

[사설] 무연고 국가유공자 실태 파악, 돌봄·예우 강화해야

지난 3월 기준 전국의 국가유공자는 총 56만5천822명이다. 이 중 35만8천628명(63.3%)이 70세 이상의 고령자다.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독거 국가유공자는 11만688명(19.5%)에 이른다. 경기도민이 2만2천382명(20.13%)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인천에도 4천792명(4.32%)이 살고 있다. 국가보훈부의 통계다. 국가유공자는 나라가 위기일 때,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국가유공자법 1조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을 합당하게 예우하고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유공자들을 제대로 품어 주지 못해 힘겹게 살다 고립된 채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이가 많다. 현재 국가유공자의 평균 연령은 71세로 점점 고령화하고 있다. 1인 가구로 지내는 이도 많다. 저소득 보훈 대상자 중 주민등록상 1인 가구는 지난해 10월 기준 2만2천875명이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혹은 차상위계층으로 생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고령인 데다 건강 상태도 좋지 않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어 위급 상황 시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공자들의 사회적 고립, 특히 무연고사를 막기 위해 혼자 사는 유공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가유공자 중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보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8명의 유공자가 고립된 채 홀로 세상을 떠났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망자가 국가유공자인지 확인하지 않아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하고 문서실 혹은 창고 형태의 무연고실에 보관한 경우도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추모도 못 받는 공간에 방치된 것이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자체에서 국가유공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보훈부의 정보공유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고령화, 가족 해체 등으로 생긴 무연고 국가유공자는 실태 파악도 안 된다. 연고지도, 보호자도 없는 유공자들이 전국에 몇 명이나 존재하는지 모른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를 제대로 예우해야 한다’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무연고 유공자의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현황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해선 안 된다. 국가유공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독거 유공자 지원 서비스가 있는지도 모른 채 혼자 초라한 마지막을 맞게 해선 안 된다.

[사설] 지역별 노동권 격차 커, 경기북부 지원책 강화해야

경기도내 지역별 노동권 격차가 크다. 지역참여형 노동협업 사업, 노동관련 전담 부서, 노동상담소, 마을노무사 등 시·군마다 천차만별이다.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노동인권은 열악해진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노동 존중의 경기도’를 공언했지만, 노동권은 나아진게 없다. 노동정책에 대한 지역별 조직·예산 불균형 해소를 위해 마련한 ‘지역참여형 노동협업 사업’의 시·군 참여는 오히려 줄었다. 올해 참여한 지자체는 수원·용인특례시, 화성·부천·안산·안양·김포·파주·오산·광명시 등 10곳이다. 지난해는 12곳이었다. 올해 총 사업비는 3억원(도비 50%, 시·군비 50%)으로 지난해 2억5천만원(도비 100%) 대비 늘었지만, 도비 지원은 1억원 감소했다. 경기도는 “시·군의 주체성을 높이기 위해 도비 지원을 100%에서 50%로 낮췄다”고 하는데 시·군에선 불만이다. 지역참여형 노동협업 사업은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행정·재정 여건이 미흡한 지자체에 도비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아파트 노동자 노동인권보호 상생협약 등의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김 지사 취임 후 지원 규모와 사업 참여가 줄었다. 도비 지원이 줄면 재정 부담을 느낀 지자체의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2019년 전국 광역단체 중 최초로 노동국을 신설했다. 노동국 신설 이후 노동인권이 강화됐는지는 의문이다. 일선 시·군 중 노동 관련 ‘과 단위 전담부서’가 있는 곳은 수원특례시, 성남·안산·안양시 4곳뿐이다. ‘팀 단위 부서’가 있는 곳도 10곳에 불과하다. 이마저 노동관련 업무를 경제나 산업정책의 하위 영역으로 보고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상담소·마을노무사 등 현장 밀착형 노동정책은 경기 남부권에 집중돼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도내 노동상담소는 22개 시·군 39개소다. 남부에 15개시 26개소가 운영, 북부 7개시 13개소 대비 2배에 이른다. 도내 마을노무사는 28개 시·군에 120명이 위촉됐는데, 역시 남부에 편중돼 있다. 북부의 가평·연천군, 동두천시에는 마을노무사가 1명도 없다. 도는 지역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인 ‘스마트 마을노무사 플랫폼 상담’을 하고 있지만 이용은 미미하다. 경기 남부에 비해 북부 인구가 적은 것을 고려할 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마을노무사 등 관련 정책이 전혀 시행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스마트 마을노무사 운영 활성화 등 지역 편차 해소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경기 남부와 북부는 여러 면에서 격차가 크다. 북부 도민들이 차별과 소외감에 경기북도론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부의 노동인권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 평화경제특구法 통과, ‘접경지역 전쟁’ 시작되다

평화경제특구는 파주시로 올 것인가.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평화경제특구법)이 통과됐다. 접경지역을 평화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할 근거 법률이다. 산업단지나 관광특구 조성에 기본 조건이 된다. 조세·부담금 감면과 자금 지원 혜택 등도 주어진다. 공포 이후 6개월이 지난 연말께 시행된다. 이로써 ‘접경지역 전쟁’은 시작됐다. 법이 지정하는 평화경제특구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다. 파주시도 여기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2018년부터 진행해 온 관련 연구용역 및 기본 계획이 있다. 거기서 평화경제특구 로드맵이 도출됐다. 첨단산업 클러스터, 국제 평화 클러스터, 친환경 생태 클러스터 등을 내용으로 한다. 기존 평화협력팀을 강화하고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유치단을 발족한다. 여기에 파주시가 갖고 있는 입지 당위성도 있다. 평화 상징의 최적지, 산업경쟁력을 통한 투자비용 최소화, 투자를 위한 각종 상위 계획 확보 등이다. ‘파주야말로 최적지’임을 강조한다.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경기연구원 자료도 있다. 파주 등 경기도내 접경지역에 평화경제특구를 조성할 경우 파급효과 분석이다. 330만㎡ 규모의 특구를 조성하면 9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7만명의 취업유발효과도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유치에 따른 미래 전망까지 확실히 담보되고 있다. 파주시의 특구 유치 노력을 이해하고 지지한다. 문제는 경쟁이다. 접경지역은 파주 말고도 많다. 당장 강원 지역 열기가 상당하다. 철원군과 고성군이 관련 용역을 마쳤다. 철원지역에는 농·생명바이오, 첨단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그려졌다. 강원 최대 농업지역이면서 북한의 풍부한 광물 등을 활용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고성지역은 거진과 화진포 일원을 연계한 세계평화공원 등 관광지 조성, 동해북부선 철도·고속도로 등 물류를 결합한 관광·물류 분야 복합 특구를 조성하는 내용이 마련돼 있다.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도 강원도와 함께 용역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걱정이 있다. 국가균형발전론이다. 경기도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비슷한 점수라면 강원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훨씬 배가된 노력이 필요하다. 추진 주체 몸집부터 키워야 한다. 법률상 지정 요청권자는 광역지자체다. 경기도가 함께해야 한다. 정치권의 지원도 필수다. 파주 국회의원으로는 부족하다. 인접 및 경기도 국회의원들의 한목소리가 필요하다. 주판알을 튕겨 보면 파주다. 하지만 그런 셈만 하고 있으면 질 수 있다.

[사설] 경인지역 의대 정원 최하위, 공공의대 설치 등 의사 늘려야

한국 의료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만성적인 의사 부족 현상으로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응급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수진료 과목 전문의 부족으로 공공의료는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게 해결책이지만 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필수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기형적인 의료 구조는 심화하고 있다. 지난 17년간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동결되면서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인천지역은 수도권 대학 정원 동결이라는 족쇄까지 더해져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전국 꼴찌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시·도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보면 경기도의 경우 아주대 40명, 차의과대 40명, 성균관대 40명, 가천대 40명으로 총 160명이다. 인천시는 인하대 한 곳에 49명에 불과하다. 이는 8개 대학 826명인 서울시를 제외하더라도 강원(267명), 부산(250명), 광주(250명), 전북(235명) 등에 비해 상당히 적다. 인구 100만명 당 의대 정원을 따져봐도 경기도는 11명, 인천시는 16명으로 전국 최하위다. 인구 1천700만명이 살고 있는 경기·인천이 공공의료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기도에 2만3천893명, 인천에 5천375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있다. 인구 1천명당 1.76명(경기), 1.81명(인천) 수준이다. 서울(3.47명), 대구(2.62명), 부산(2.52명) 등 특별·광역시보다는 훨씬 적고 전남(1.75명), 강원(1.81명)과 비슷하다. 의사 부족으로 당장 공공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 4월 현재 지역책임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천병원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고, 의정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다. 인천지역 책임의료기관인 인천적십자병원은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를 개설하지 못한 상태다. 필수의료 체계가 무너져 가면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 시·도에선 지역 정치권과 함께 공공의대 설립을 비롯해 지역의사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공의대 설립 및 지역의사제 관련 법안은 인천(인천대)을 포함해 모두 13건이다. 경기지역은 한 건도 없다. 최춘식 의원이 포천 대진대에 의대 설치를 제안한 게 전부다. 경기·인천의 의대 입학정원이 전국에서 가장 적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 신설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의대 정원 확대 시 수도권이 배제되지 않게 적극 대처해야 한다. 너무 안일하다는 비판이 많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