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렵다. 다행히 의사나 간호사가 집이나 시설로 찾아가 진료·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생겼다. 방문 의료, 왕진(往診)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부터 1년 동안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은 재가 장기요양 수급자(1·2등급 우선)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으로 팀을 이뤄 의사 월 1회, 간호사 월 2회 가정 방문과 돌봄 등으로 환자를 관리한다. 비용은 건강보험 시범사업 수가에 재택의료 기본료(장기요양보험) 등을 더해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의료기관은 재택의료 기본료로 월 14만원을 지원받는다. 재택의료는 진료실이 아니라 환자가 머무는 공간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어 수급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노인들의 경우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노인정이나 노인회관, 주간보호센터 등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재택의료센터는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령층과 장애인 등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제도다. 재택의료가 주목받는 것은, 현재의 병원 중심 의료체계가 사회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인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매년 15만명씩 늘어나는 장기요양보험 사용자의 폭발적 증가는 병원에 못 가는 의료 취약자에 대한 의료적 대안을 요구한다. 또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는 3월 말 기준 전국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를 받는 장기요양 수급자는 1천61명이다. 경기도에서도 10개 병원이 참여 중이다. 이들 의료기관에선 인력 부담, 진료 수가 지원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병원의 경우 재택의료 전담의사는 1명인데, 담당하는 수급자는 28명이다. 신청자가 점점 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택의료 기본료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거나, 지원금이 적어 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재택의료 사업은 취지가 좋고, 앞으로 더 확대시켜야 할 제도지만 허술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 돌봄과 재택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재택의료 교육과 수련, 재택의료 인력 양성 등 과제도 많다. 시범사업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거쳐 의료기관과 수급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설
경기일보
2023-06-1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