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안전 직결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문제 있다

시설물의 복구·개량·보수·보강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올해 말로 폐지된다. 성남 정자교 붕괴,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등 최근에도 안전 사고가 잇따라 이 업종을 폐지하는 것과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국토부가 폐지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2018년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건설업종 간 분쟁과 칸막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020년 해당 업종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했다. 개정 시행령은 29개 전문건설업종을 14개 대업종으로 개편한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29개 업종 중 시설물유지관리업종만 폐지 대상이 됐다. 이들 업종은 올해 안으로 업종을 전환하든지 폐지해야 한다. 경기도에는 1천100여개의 시설물유지관리업체가 있다. 이 중 약 60%가 업종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물유지관리업체들은 시설물 점검·정비·유지 관련 노하우와 경험,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노후 시설물이 산재해 있는데 해당 업종의 폐지로 안전마저 무너질까 걱정이다. 2000년 이후 대형 건축물과 첨단 건축물, 장대·특수교량과 터널 등이 계속 증가해 안전관리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설물통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내 전체 교량 2천438개 중 20년 넘은 교량이 697개(28.6%)다. 노후 시설물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업종이 폐지되면, 건설업체들은 시설물을 스스로 유지 관리하는 ‘셀프 점검’을 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철저한 점검과 보수를 할지 우려된다.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시설물유지관리업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이 폐지돼 다른 전문건설업체가 시설물 유지·관리를 했을 경우 신뢰할 수 있는지 국토부는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안 없는 국토부의 업종 폐지는 문제가 있다. 해당 업계에선 “시설물 안전 관리를 1994년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정부 생각은 상식에 맞지 않고 수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2020년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이 ‘시설물 안전에 대한 우려와 업종폐지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국민권익위도 두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시설물유지관리업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유예하라는 의견을 냈다. 국토부는 각계 의견을 종합해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존치해야 한다.

[사설] 무방비로 맞는 장마철, 반지하 침수 대비 서둘러야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장마 기간에 역대급 폭우가 내릴 것이라 한다.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내리는 데다 엘니뇨로 인해 강수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지하에 사는 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8월, 서울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도내 피해도 심각했다. 산사태와 도로 파손에 반지하 주택 4천5가구가 침수돼 8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와 최대 4천31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가 ‘반지하 퇴출’을 선언했다. 다시 장마철이 코앞인데, 침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반지하 주택에 대해 6월 전까지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장 실태만 조사하고 이후 조치는 안 해 무방비 상태다. 도내 31개 시·군의 반지하 주택 수는 8만7천914가구에 이른다. 이 중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해 침수 피해 위험이 적은 가구를 제외한 8천여가구는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피해 이력이 있거나 위험이 커 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분류된 곳이다. 침수방지를 위해선 ‘물막이판’과 ‘역류 방지시설’ 설치를 해야한다. 집중호우로 인해 빗물이 저지대 주택가로 차오르는 것을 일시 차단하고, 주택 내 하수구나 화장실에서의 역류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물막이판, 배수펌프 등 침수방지 시설 설치를 신청한 가구는 8천여가구 중 4천588가구로 절반 정도다. 설치가 완료된 반지하 가구 수는 510여가구에 불과하다. 황당한 것은, 일부 집주인들이 집값이 떨어질까 봐 침수방지 시설 설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해 발생 또는 우려 주택이라고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인데, 집주인의 욕심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도는 재난관리기금 68억3천만원을 사업비로 책정해 놓고도 제때 집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해 대비책인 풍수해보험 가입률도 낮다. 올 상반기 도내 주택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5% 수준이다. 특히 반지하, 저지대 등 ‘재해취약지역’으로 분류된 주택은 1만229가구 규모지만 이들 주택의 보험 가입 여부는 집계도 안 되고 있다. 주택 풍수해보험은 정부와 지자체가 가입비의 70% 이상을 지원하고, 재해취약지역은 100%를 지원하는데도 홍보가 안 돼 가입률이 저조하다. 침수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집중 폭우가 내리면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저지대와 취약가구가 거주하는 반지하부터 시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침수 예방 대책부터 관련 경보와 비상대피 매뉴얼까지 전반적인 재난 대비 태세를 신속히 점검해야 한다.

[사설] 11명 참여한 만시지탄 수정법 토론회/이마저 외면한 47명은 수도권 아닌가

모처럼 수정법 개정 목소리가 국회에 등장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실장이 발제했다. 수도권 성장 억제가 아니라 수도권 성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0년 된 규제를 ‘이제 개정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유사한 법을 제정했던 선진국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해 법을 개정했다”고 소개했다. 수원특례시의 희망 사항도 얘기됐다. 취득·등록세 중과세 폐지, 공장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유치를 근본적으로 막아선 규제다. 양 실장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현재 목표를 점차 지방경쟁력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수정법을 평가하고 검증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균형이 이뤄졌는지, 국가경쟁력만 약화됐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새로울 건 없지만 국회에서의 공론화 의미가 있다. 21대 국회 임기라야 10개월여 남았다. 이제껏 뭐 하다가 이 시기에 토론회를 개최하나 싶다. 시기적으로 늦었음을 지적 안 할 수 없다. 좋은 의견이지만 새로운 접근은 없었다. 쭉 해오던 프로세스 아닌가 싶다. 진부하고 익숙함을 얘기 안 할 수 없다. 모든 게 만시지탄의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부여해야 할 의미는 있다. 수정법 개정이라는 화두의 불씨를 살렸다. 열 달 뒤 수도권 총선의 화두로 연결했다. 이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참여 의원들 명단을 적어 놓고 갈까 한다. 1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민철·김병욱·김승원·김영진·백혜련·심상정·윤호중·이용우·한준호·홍정민 의원이다. 양기대 의원은 토론회에 함께 참여했다. 지역민 뜻을 충분히 받든 것까지는 아니다. 그렇대도, 뒤늦게나마 성의를 보여 ‘수도권 정치 도리’는 했다고 본다. 나머지 국회의원들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수도권 유권자를 끝까지 외면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수도권 이익에 관심이 없다는 건가. 툭하면 국회 계단에서 수백명씩 연좌한다. ‘규탄’ 푯말 수백개 들고 빼곡히 도열한다. 그거 왜 그러나. 집단의 힘을 보이려는 것이다. 집단의 뜻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수정법 개정이 전형적인 그런 화두다. 논리의 싸움이 아니라 의석(議席) 수의 싸움이다. 수도권 전체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뜻이 관철된다. 지난 3년 반 해 놓은 게 없다. 그렇다면 뒤늦게 벌인 판에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런데 11명뿐이었다. 경기도 국회의원 58명(공석 1)이다. 관심 안 보인 의원이 47명이다. 많아서 다 거론할 수는 없다. 대신 유권자가 찾아 표를 거두기 바란다. 수정법 개정이라는 게임이다. 열외 없이 똘똘 뭉쳐도 될까말까다.

[사설] 지자체 보훈수당 제각각, 애국심도 차별하나

6·25전쟁과 베트남전 등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에 나간 참전 유공자들이 받는 수당이 사는 곳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나라 위한 희생과 애국심은 같은데 보훈수당을 차별받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보훈 대상자들은 국가가 지급하는 보훈급여와 별개로, 지자체로부터 참전 또는 보훈수당을 받는다. 대상자가 사망하면 유가족이 명예수당을 받는다. 보훈 대상자나 유족들에게 지급하는 보훈명예수당은 지자체가 재량을 갖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나 지자체장의 의지, 조례 등에 따라 수당이 제각각이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전남 강진군과 완도군이 10만원을 지급하는 데 반해 이웃한 신안군은 최대 23만원을 준다. 강원 화천군은 46만원을 지급한다. 이에 국가보훈부가 지난해 12월 전국 지자체에 형평성을 고려해 전국 평균액인 15만8천원 수준으로 맞춰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권고 사항이어서 별 효과가 없다. 현재 경기도가 지급하는 보훈수당은 크게 두 가지다.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대상으로 한 연 40만원의 참전명예수당(5만2천336명, 총 209억원), 전상군경 등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중 차상위계층이 대상인 생활조정수당 월 10만원(6천771명, 총 81억2천500만원) 등이다. 경기도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6·25전쟁 당시 전사한 군경 가족들에게는 보훈명예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지난달 말 기준 도내 6·25전쟁 전몰군경 유족은 5천711명이다. 반면 강원도는 전몰군경 유족에 대해 월 6만원의 보훈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인천시도 2019년부터 월 7만원의 유가족 수당을 주고 있다. 경기도는 전몰군경 유족이 타 지자체보다 많아 예산 운용의 어려움이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서럽고 서운하다. 기초단체 수당도 차이가 난다. 31개 시·군에서 지급하는 전몰군경 유족에 대한 보훈수당은 5만~20만원으로 제각각이다. 인천시의 기초지자체들도 5만~10만원으로 각각 다르다. 국가 유공자 예우를 높인다며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했지만 보훈 예우는 여전히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경기도와 시·군은 예산 부담 타령만 해선 안 된다. 형평성을 고려하면서 보훈명예수당 지원 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설] 인구 9만 붕괴 동두천, 인사까지 바꾼다

동두천시 공직사회가 논쟁에 빠졌다. 생소하게 등장한 인사 원칙 때문이다. 공무원의 지역 거주 권장 정책이다. 시가 추진하는 인구 대책은 많다. ‘동두천애(愛) 주소 갖기 운동’가 그중 하나다. 논쟁이 되는 인사 원칙도 그 일환이다. 공무원의 지역 거주를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박형덕 시장이 본보 기자에 관련 언급을 한 바 있다. “거주자 인센티브는 필요하다. 향후 인사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최근 승진 예정자 거주 조사도 한 듯하다. 공직자들도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적용 방법에 찬반이 갈린다. 그 중심에 위장 전입자가 있다. 주소만 옮긴 공직자들이다. 자연스레 위장 전입자와 승진 임박 전입자는 제외하라는 주장이 나온다. 장기간 동두천 거주자만 우대하라는 주장이다. 아예 실거주 기간에 비례해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반면, 본질적인 반대 의견도 있다. 공무원 전입은 근본 대책이 아님을 지적한다. 위장 전입 남발로 범법자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든 게 인구절벽 때문이다. 시작은 주한미군 평택 이전이었다. 주소 갖기 운동 외에 많은 시책을 썼다. 전입 장려금 지급, 찾아가는 주소 이전 서비스, 유관 기관 전입 직원 지역 투어, 산후 조리비·출산장려금 지원 등이다. 하지만 아무 효과도 없었다. 2016년 9만8천명이 정점이었다. 이후 급격히 줄고 있다. 2022년 말 현재 9만1천명이었다. 그때부터 ‘9만 붕괴 초읽기’는 시작된 거였다. 이달 7일이 그 붕괴 일이었다. 논쟁도 그즈음 시작됐다. 비슷한 정책을 시작한 지자체들이 있다. 전남 영광군도 그중 하나다. 관련 인사제도를 올 초 선언했다. 동두천이 구상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다. 다만 공직자 거주 실태를 오래전부터 조사해 왔다. 추이를 검증 비교할 자료로 많이 축적돼 있다. 여기에 정확한 지표를 위해 조사 방식까지 강화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조사하기로 했다. 1회 조사 기간도 2주간 잡았다. 영광군도 위장 전입자 대책을 고심했다. 동두천시가 참고할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운 고육책이다. 참담한 9만 붕괴 행정이다. 오죽하면 이 지경에 왔겠나. 정책적 불가피성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잘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우리 의견을 내 본다면 이런 거다. 인사의 생명은 객관성이다. 모두가 수긍할 지표가 필요하다. 자료와 범위가 공식화돼야 한다. 예측 가능한 기준이 돼야 한다. 인구절벽으로 등장한 편법이다. 이현령비현령의 인사 술수로까지 악용되면 모두가 속상할 것이다.

[사설] ‘김포골드라인 다소 개선’, 이런 발표를 왜 하나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관련 발표가 13일 있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자료다. 지난달 26일부터 2주간 혼잡도를 낮추는 시도가 있었다. 버스전용차로 개통과 대체수단 시내버스 운영 등이다. 그 결과 혼잡도가 평균 208%에서 193%까지 변했다. 버스전용차로 개통 전에는 최대 227%, 평균 208%였다. 개통 이후에는 최대 203%, 평균 193%였다. 대광위는 “(시내버스 이용률 등 대체 수단 이용이) ‘일정 수준’ 확보됐다”고 했다. 발표에는 시내버스 70번 활용 상황이 많이 설명됐다. 하루 평균 승객이 종전보다 80%나 늘었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그날 직접 골드라인 열차를 탔다. 그 역시 “혼잡 상황이 ‘일정 수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는 단서는 붙였다. 대안으로 아파트단지 셔틀버스 확대 시행을 약속했다. 신규 노선 신설을 적극 검토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현장의 체감 변화는 어떤가. 시민은 이런 ‘개선 평가’에 공감할까. 때마침 놀란 가슴 쓸어내린 사건이 있었다. 20대 여성이 15일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있었다.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119 구급대가 출동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김포골드라인 관계자는 이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혼잡도가 그리 극심하지는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혼잡도 상황 개선을 부연 설명했다. “시내버스 투입과 버스전용차로 개통 등으로 혼잡도는 ‘다소 개선’되고 있다.” 앞서의 대광위 설명과 같다. 물론 김포시, 경기도, 국토부의 노력은 있었다. 최악 상황보다는 다소 개선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고 인정하는 수준은 아니다. 대광위 등의 자체 발표를 들어도 그렇다. ‘일정 수준 확보됐다’(대광위 관계자), ‘일정 수준 개선됐다’(원희룡 장관), ‘다소 개선되고 있다’(김포골드라인 관계자). 어느 누구도 개선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다소’ ‘일부’ 등의 단서를 달고 있다. 김포골드라인 개선을 전혀 자신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이런 어정쩡한 발표를 했을까. 신도시 개발부터 예견된 문제다. 김포시·경기도, 국토부에 한 방 대책이 있겠나. ‘근본 대책’을 논하지는 않겠다. 그 역시 무책임한 주문이다. 하지만 용수철처럼 되돌아갈 것을 대책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버스로 간 승객은 기차로 돌아온다. 셔틀버스 증편, 철도를 대신할 순 없다. 대부분 임시로 붙들고 있는 대책이다. 그걸 뭐 하러 발표했나. 장관까지 와서. 혹시 더 나은 대책이 없다는 건가. 이게 마지막 수라는 것인가. 애매한 발표 보며 걱정만 커졌다.

[사설] 공교육 정상화 위한 중장기 대입 개편안 제시 우선돼야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불과 153일 앞두고 일선 학교는 물론 수험준비생, 학부모 등에게 일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혼란의 요인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혼란이 확대되자,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섰다. 즉, 김은혜 홍보수석은 16일 교육계의 카르텔 해소와 공정성 강화가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은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며 “모든 시험의 본질인 공정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하면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 생각한다”는 데 방점을 찍은 지시였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사교육의 폐해를 지적한 것은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1년간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에 지출한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1년 새 학생 수는 0.9% 줄었는데 오히려 사교육비는 10.8%나 늘었다.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41만원,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78.3%만으로 한정하면 52만4천원이 되고 있으니, 이는 가계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해 가계 부담이 크다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야기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학벌지상주의가 장래를 결정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학부모들은 수능에 높은 점수를 받아 일류 대학에 보내려고 사교육에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역대 정부와 교육계는 대학입시제도 개선 등과 같은 갖가지 대책을 통해 사교육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했지만, 오히려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교육개혁은 공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선 학교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시설은 최고 수준으로 현대화됐지만 내실 있는 공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주체인 교사들의 교권은 이미 추락한 지 오래이며, 교사들도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아주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공교육은 이미 추락 일로에 있다. 정부는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 등과 같은 정제되지 않은 논의를 해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입 개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설] 수원 軍공항 이전 문제, 총선에 빨려 들어간다

정쟁화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이미 그렇게 됐다. 시작은 시의회 ‘막말 논란’이다. 국민의힘 배지환 의원의 질의였다.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를 물었다. 협의회 임원 임기를 말했다. 계속 연임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 나온 말이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협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회원의 삭발 항의까지 있었다. 회장인 장성근 변호사가 사의를 표했다. 도의원의 비난까지 가세했다. 완전히 정치 문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싸움이다. 형사 고소전까지 더해졌다. 협의회가 배 의원을 고소했다. 장 변호사도 별도로 고소했다. 정당이 충돌하고, 사건으로 비화했다. 왜 이렇게까지 될까. 주변에 이런 분석이 있다. 열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협의회를 정치 관련 단체로 보고 있다. 배 의원의 질의의 배경으로 본다. 국민의힘이 이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외 위원장들 요구가 배경에 있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민주당 도의원이 ‘국민의힘 입장’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로 보인다. 협의회는 지난 2015년 발족했다. 앞서 2년의 준비 기간도 있었다. 공항 이전 관련 특별법이 통과된 게 2013년이다. 2014년에는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런 시민 열망을 담아 출범했다. 당시 명칭은 군공항이전수원시민협의회였다. 시 또는 정치권과 무관했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시민단체다. 이후 수원 정치권은 민주당 독주였다. 시장이 계속 민주당이었다. 시의회도, 국회의원도 민주당이 많았다. 국민의힘은 이 10년을 의심한다. 협의회 측은 펄쩍 뛴다. 명예 훼손이라고 강변한다. 형사 고소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무관함을 증명하려는 것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한 인물이 있다. 현 회장인 장 변호사다. 수원지역 봉사 이력이 많다. 80년대 수원지검 공안 검사였다. 개업 이후 수원과 연고를 맺었다. 수원천 살리기 운동도 펼쳤다. 경기고등법원 추진도 했다. 회장을 직접 맡아 결과를 냈다. 협의회가 그를 택한 이유다. 그도 “나는 ‘보수 시장’ 때부터 봉사했다”고 한다. 정쟁이 오래갈 수도 있어 보인다. 불신이 깊고, 대응도 강하다. 그 중요한 분수령이 오는 23일이다. 협의회 총회가 열린다. 회장 사퇴가 거기서 논의된다. 분위기가 전해진다. 사의 번복을 요구하는 회원이 많다. 장 회장은 총의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회장직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협의회 참여 단체를 대폭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몸집을 키우자는 주장이다. 이 경우 각 당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총선에 빠지는 군공항이 걱정이다.

[사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취지 좋지만 미흡한 점 많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렵다. 다행히 의사나 간호사가 집이나 시설로 찾아가 진료·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생겼다. 방문 의료, 왕진(往診)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부터 1년 동안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은 재가 장기요양 수급자(1·2등급 우선)를 대상으로 한다.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으로 팀을 이뤄 의사 월 1회, 간호사 월 2회 가정 방문과 돌봄 등으로 환자를 관리한다. 비용은 건강보험 시범사업 수가에 재택의료 기본료(장기요양보험) 등을 더해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의료기관은 재택의료 기본료로 월 14만원을 지원받는다. 재택의료는 진료실이 아니라 환자가 머무는 공간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어 수급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노인들의 경우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노인정이나 노인회관, 주간보호센터 등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재택의료센터는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령층과 장애인 등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제도다. 재택의료가 주목받는 것은, 현재의 병원 중심 의료체계가 사회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노인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매년 15만명씩 늘어나는 장기요양보험 사용자의 폭발적 증가는 병원에 못 가는 의료 취약자에 대한 의료적 대안을 요구한다. 또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는 3월 말 기준 전국 28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를 받는 장기요양 수급자는 1천61명이다. 경기도에서도 10개 병원이 참여 중이다. 이들 의료기관에선 인력 부담, 진료 수가 지원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병원의 경우 재택의료 전담의사는 1명인데, 담당하는 수급자는 28명이다. 신청자가 점점 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택의료 기본료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거나, 지원금이 적어 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재택의료 사업은 취지가 좋고, 앞으로 더 확대시켜야 할 제도지만 허술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 돌봄과 재택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재택의료 교육과 수련, 재택의료 인력 양성 등 과제도 많다. 시범사업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거쳐 의료기관과 수급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설] 은둔·고립 청년 증가, 경기도 차원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20대 ‘또래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수년째 외부와 고립된 채 살아온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한다. 외부와 단절한 채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며 사회활동을 스스로 차단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경기 침체와 사회 공동체가 분리되면서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 증가했다. 은둔·고립 청년들은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이 청년들은 각종 사회병리 현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경제적 활력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이 53만8천명(5.0%)에 이른다. 100명 중 5명이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인 셈이다. 이들 고립 청년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였다. 청년들의 은둔·고립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에서 사회 문제화된 은둔·고립 청년은 그동안 국내에서 정책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재 관련 법이 없다. 지난해 김홍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둔형 외톨이 지원 법안’은 소관위원회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얼마 전 은둔·고립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 19~39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올해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은둔·고립 청년은 12만9천명에 이른다. 서울시 청년인구의 4.5%에 달하는 수치다. 이를 전국 단위로 넓히면 6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의 해당 연령 인구는 지난달 372만3천797명이다. 서울시보다 28.8% 많다. 단순 계산 시 은둔·고립 청년이 서울시보다 경기도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경기도는 은둔·고립 청년 관련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있다. 근거 조례, 예산 미비 등을 이유로 실태조사도 안 해 규모도 파악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유호준 도의원(민주당·남양주6)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은 2020년 제정한 ‘경기도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와 충돌, 상정도 안 됐다. 기존 유사 조례, 사업 간 충돌이 있다면 논의해 조정하면 된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실태조사와 지원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약자다. 그들이 은둔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론화만 하고 지원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지원도 필요하고, 지자체 차원의 정책과 지원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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