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인예고’ 폭주하는데 처벌 애매, 법 정비 시급하다

온라인 공간에 ‘살인예고 글’이 폭주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 오전까지 살인예고 글 총 485건을 수사해 이 중 235건(24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살인예고 글은 7월21일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해 지난달 3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경찰은 살인예고 행위가 국민 안전을 위협해 형법상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처벌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촉법소년이라도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직접 송치해 소년보호처분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살인예고 글 범람에 경찰이 작성자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처벌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현행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경찰이 글 작성자들에게 협박죄, 살인예비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하려 하지만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법원도 처벌 규정을 둘러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선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고 흉기까지 주문한 이모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담당 판사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협박성 표현이 도달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신림역 인근 상인 등은 살인예고 글이 아닌 기사로 알게 됐을 것”이라며 검찰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시작부터 법리 적용이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살인예비죄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이 입증돼야 해서 적용이 더 어렵다.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위 사실로 공무원을 속여 직무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된다. 법무부는 행정력 낭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실질적인 손해배상청구가 이뤄지기엔 법리 구성 요건이 쉽지 않다. 섬뜩한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삼아 했다고 주장해 무죄로 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선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 정부도 ‘공중협박죄’ 신설을 위해 의원 입법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정비가 시급하다.

[사설] 학원가에 성범죄자 방치, 위험하고 불안하다

성범죄자는 학교나 학원 등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취업제한 명령’을 받는다. 이런 경우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장은 채용 대상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한다.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관련 기관이 성범죄 경력 조회 등 인적사항 점검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했다가 적발된 성범죄자 수는 107명이다. 이 중 53명은 해임됐다. 39명은 근무 기관이 폐쇄됐으며, 15명이 있던 곳은 운영자를 변경 조치했다. 같은 기간 성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아 적발된 경기지역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은 총 379곳에 달한다. 기관 유형별로 보면 일반 학원이나 교습소 같은 사교육 시설이 358곳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이어 경비업 법인 17곳, 어린이집 2곳, 체육시설 11곳, 의료기관 1곳 등의 순이다. 성범죄자는 재범 우려가 높다. 일반 학원이나 교습소 같은 사교육 시설, 체육시설, PC방·오락실 등에 이들이 근무한다면 아동과 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그런데도 법을 어기고 성범죄 이력을 조회하지 않고 인력을 채용하는 기관들이 수두룩하다. 학원 등에 성범죄자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반드시 경력 조회를 해야 한다. 허술한 성범죄 경력 점검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여부 점검 주기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상·하반기로 나눠 연 2회는 실시해야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최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성범죄자 취업제한 명령준수 여부 점검 횟수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아동·청소년 성보호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성가족부도 취업제한 명령을 위반한 성범죄자에 대한 벌칙을 신설하고, 성범죄 경력자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기관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선 법 준수가 우선이다. 성범죄자 경력을 조회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선 보다 강력한 처벌로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사설] 서로 채워줄 수 있는 동두천시·가평군 결연/협의 기구도 만들어 특별하게 추진해 보라

동두천시와 가평군이 자매결연을 했다.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자고 잡은 손이다. 결연식에서부터 두 지자체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과 서태원 가평군수가 참석했다. 동두천시·가평군의회 부의장들도 함께했다. 두 지자체 국장과 과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협약 목적이 대단히 넓게 책정됐다. 행정, 경제, 문화, 교육, 예술, 체육, 관광, 농업 등이다. 거의 모든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번 협약에 의미를 두게 된다. 두 지자체가 처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동두천은 미군부대 이탈로 인한 후유증이 크다. 2022년 재정자립도가 13.1%에 불과하다.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31위다. 돈이 없는 곳에 일자리가 있을 리 없다.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가 있다. 여기서 동두천시는 56.5%다. 역시 도내 전체에서 꼴찌다. 부러워할 1위는 67.4%의 화성시다. 가평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재정자립도 16.8%로 28위다. 시정 전반이 활력을 찾지 못한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지 않다. 동두천은 군사도시로 번창한 지역 인프라가 있다. 공장이 많아 제조업이 발달했다. 주위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도 힘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출구만 마련되면 언제든 재도약할 수 있다. 가평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관광의 보고다. 동두천 면적의 9배나 된다. 전체 면적의 83%가 산지, 3%가 수변지구다. 규제의 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 도심과 인접한 자연 관광자원으로 해석되는 게 옳다. 닮은 도시끼리의 자매결연은 의미 없다. 그저 친교를 다지는 협약 수준에 머문다. 의외로 이런 무의미한 자매결연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자매결연은 분명히 다르다. 좁은 땅과 넓은 땅의 만남이다. 밀집 인구와 산재 인구의 만남이다. 제조업 기반과 관광 기반의 만남이다. 여기에 인접한 거리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기 북동부라는 공통의 생활권이다. 손쉽게 협력을 실현할 지리적 여건이다. 추후 연천 등 연접 지역의 전체로 발전할 수 있다. 동두천시와 가평군 모두에 득이 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전하는 작은 제언이 있다. 상호 협력 체계를 유지시킬 조직의 구성이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 민간이 중심되는 조직이 논의될 수도 있다. 양 지자체가 만나고 토론하는 마당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특별한 기대를 가진 결연인 만큼 특별한 조직이 필요할 수 있다. 굳이 상설 조직이 아니어도 괜찮다. 일단 두 지자체를 연결하는 상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설] 민·관·경 협업 ‘안산형 시민안전모델’, 범죄예방 기대 크다

안산시가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묻지마 범죄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분당 흉기난동,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자 지역안정 특별대책기간을 정해 운영했다. TF는 범죄 대응과 피해 지원으로 나눠 경찰 등과 24시간 관리체계를 유지했다. 범죄 대응에는 시청 자치행정과·소상공인지원과·철도교통과·대중교통과·해양수산과·외국인주민행정과와 상록·단원구청 행정지원과가 동참했다. 피해 지원에는 시청 복지정책과와 보건정책과·의정법무과가 참여했다. 범죄 예방에는 순찰 활동을 하는 420여명의 로보캅순찰대와 1천400여명의 자율방범대원이 힘을 보탰다. 안산시에서 민·관·경이 공동 치안 활동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말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단원구에서 합동 치안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특별방범초소를 설치하고 기동순찰대 등을 투입해 치안력을 강화했다. 안산시는 25억원을 투입해 CCTV를 추가 설치했으며, 민간 영역에서는 자율방범대 등이 투입됐다. 그 결과 단원구에서는 조두순 출소 전후 범죄가 감소했다. 경찰-지자체-민간으로 구성된 ‘안산형 시민안전모델’이 28일 출범했다. 전국 최초의 협업 모델이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이민근 안산시장 등 경찰 및 지자체 관계자들은 이날 범죄 사전 예방부터 범죄 사후 피해자를 위한 치료·지원까지 다양하게 상호 협력하는 대책회의를 가졌다. 안산형 시민안전모델은 범죄 대응과 피해 지원을 위해 경기남부청 각 기능과 안산시 관련 부서를 매칭하는 것이다. 경찰력에만 의존하는 치안 활동에서 벗어나 자율방범대·해병대전우회 등 협력단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공동체 치안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경기남부청은 협업 표준화 모델을 성공시켜 경기도내 전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언제 어디서 흉기난동 등의 묻지마 범죄가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일상이다. 각 지자체는 경찰력에만 의존해선 범죄 예방이 어렵다고 여겨 자체 방범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양특례시, 용인특례시, 평택시, 부천시 등이 자율방범대 활동을 통해 취약지 범죄 예방 순찰 등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방범 활동은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범죄 예방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방범을 강화하되 안산시 사례처럼 좀 더 체계적·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경찰-지자체-민간으로 구성된 시민안전 협업 모델을 벤치마킹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2+1 정책지원관 실패, 1인 1명으로 늘려라

도의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이런 것이다. 정책지원관 한 사람이 의원 둘을 지원한다. 가장 중요한 활동은 조례 제·개정 작업이다.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의원끼리 선의의 경쟁을 한다. 다른 의원들보다 좋은 조례를 만들려고 한다. 다른 의원들보다 신속하게 발의하려고 한다. 이런 두 의원의 입법 활동을 한 명의 지원관이 돕는다. 당연히 두 의원의 준비 내용을 알고 있다. 두 의원이 보안 유지를 당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원관 본인도 고역이다. 곧 알게 될 내용을 숨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원관이 보좌하는 의원은 같은 상임위 소속이다. 77명의 정책지원관이 운영위를 제외한 11개 상임위에 배치돼 있다. 보통 6~8명씩인데 이들이 소속 의원 두 명을 지원한다. 업무가 중복되면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의원들끼리도 없던 고민거리가 생겼다. 다른 의원 측에 본인의 입법 활동이 누설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도입 직후 제기되는 문제다.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이 임명된 것은 5월30일이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근거다. 시행 첫해인 2022년은 의원 정수의 25%까지 임명했다. 올해에는 의원 정수의 50%까지 임명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의원이 156명이다. 절반인 78명을 임명했고 현재 77명이 근무 중이다. 법에 추후 증원에 관한 규정은 없다. 현 78명이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의 법정 정족수다. 불편함이 여간 아니다. 지원관 활용 않겠다는 의원까지 있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자치 발전의 상징이다. ‘지방 의원 주제에 무슨 보좌관이냐’는 모욕의 세월이 길었다. 그 잘못된 중앙집권적 사고를 깨고 어렵게 도입됐다. ‘개인 비서처럼 쓸 것이다’는 우려도 많았다. 다분히 지방자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는 지방의원에게도 절절하다. 개인 비서처럼 활용한다는 우려도 불거지지 않는다. 제도의 취지를 지방의원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 확대해도 된다. 의원 수와 같은 수준의 정책지원관 정원이 필요하다. 의원 1인에 정책지원관 1인 체제를 제안한다. 국회의원 1인은 7~8명이 비서진을 보장한다. 뭐 그렇게 대단한 국익을 창출하는 국회인가. 지방의원 1인에 지원관 1인이 절대 과하지 않다. 정상적인 지방자치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다. 마침 염종현 도의장도 “도의원 1인당 정책지원관이 1명 이상 지원되도록 법제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도 이 방향에 힘과 주장을 보태 가겠다.

[사설] 바가지요금 땐 도비 지원 다시 뺐는다/지역 행사 내실 강제 조례 개정안 발의

새만금 잼버리 대회 파행 운영, 잘못된 운영으로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이태원 집단 압사 사고, 안전 조치 실종으로 최악의 축제로 기록됐다. 일부 지역 축제의 바가지요금,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지역 행사 파행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행사는 지자체가 개최·후원했다. 어떤 행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연례 행사였다. 이 모든 게 대외적으로는 ‘지역 행사’다. 지역 명예를 실추시키고 지역 관광을 심각히 훼손한다. 이를 막기 위해 조례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경기도 지역 축제 지원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다. 황대호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수원3)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발의 목적은 분명하다. 일부 지역 행사에서 나타난 예산 낭비 의혹과 일부 지역 축제 내 먹거리에서 확인된 과도한 가격 책정 논란을 막기 위해서다. 안전사고 예방도 목적에 있다. 경기도 예산이 시·군 보조금 형태로 투입된 행사가 개정안 규제의 대상이다. 핵심 내용은 예산 회수다. 지원된 도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빼앗는다. 바가지요금의 경우 과도한 가격이 그 기준이다. 파행 운영의 경우는 사회적 논란이 그 기준이다. 안전운영의 경우 인파 밀집 등으로 인한 사고 예방 미비 등이다. 또 도가 지역 축제에 지원한 예산과 관련해 위법 및 부당한 사례를 발견할 경우 시정 권고, 고발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도록 규정했다. 지역 축제에 대한 도민 신뢰도를 높이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 황 부위원장이 본보에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의 혈세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축제는 희망이 아닌 절망의 축제로 돼 버렸다. 이처럼 소중한 예산이 방만하게 사용돼선 안 되는 만큼 도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안전관리 대책 수립 규정도 만들어 공공성을 갖춘 지역 축제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시의적절한 발의다. 별 이견 없이 다음 달 5일 시작되는 제371회 임시회에서 다뤄질 것 같다. 입법에 따른 여러 가지 여건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선언적 수준에서 멈춘 측면은 아쉽다. 바가지요금의 기준, 파행 운영의 판정, 안전조치 평가 등을 다룰 제도적 장치도 장만했더라면 좋을 걸 그랬다. ‘준 예산을 다시 회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회수 결정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주최 측 간의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권위를 갖춘 위원회 또는 강제성이 부여된 절차. 나중에라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사설] 日 오염수, 정부는 국민 불안 해소시킬 긴급 대책 마련해야

일본이 지난 24일 오후 1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2년 반 만에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하루에 460t씩 17일 동안 모두 7천800t의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할 방침이며, 현재 원전 부지에 모아 놓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에는 최소 3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일본 오염수 방류 나흘째인 27일 현재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는 여섯 가지 방류 단계별 데이터를 보면 모두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쿄전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방류 지점의 반경 3㎞ 이내 10곳에서 해수를 채취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했는데, 기준치 70분의 1”이라고 했다. 또한 일본 수산청은 26일 오염수 방류 이후 처음 채취한 광어 등에서 검사 결과 삼중수소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 역시 25일 브리핑을 통해 “방류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당초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별한 이상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입장은 ‘오염수 해양방류 찬성’은 아니며 국제기준이나 과학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방류는 반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그동안 수많은 논란 속에 일본정부가 지난 24일부터 방류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 어민단체는 정부가 자신들과의 약속을 어기면서 방류를 시작했다고 법정 투쟁을 예고하고 있으며, 또한 중국은 일본 해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반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일본정부가 약속한 과학적 기준치를 지키도록 감시하는 것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어민들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의 문제다. 정부는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직접 우리 바다에서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한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또한 정부는 일본이 반대하더라도 전문가를 현지에 상주시키는 특단의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오염수를 측정, 매일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정치권도 오염수 방류 문제를 가지고 여야 간 정쟁만 하지 말고 과학적·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논쟁을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수산업과 어민을 보호할 수 있는 긴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뭘 하겠다’보다 ‘왜 파주인가’를 홍보해야/시민이 함께 시작한 평화경제특구 유치戰

파주시민이 경제특구 유치전에 뛰어든다. 평화경제특구 유치 시민추진단 출범이다. 시가 23일 관련된 계획을 발표했다. 부시장이 단장, 자치행정국장이 부단장을 맡는다. 여기에 각계각층 시민대표가 합류한다. 다음 달 정식 발대식을 갖는다고 한다. 다양한 홍보 매체를 활용하고 홍보관도 운영한다.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활동도 전개한다. 유치의 당위성 등을 알리는 교육 학술대회 등도 준비돼 있다. 시가 주도한 활동에 시민 힘이 보태지는 것이다. 향후 계획에 대한 시의 발표다. 이런 단순한 절차와 논의 자체도 유치전이다. 평화경제특구 유치전이 그만큼 팍팍하다. 또 다른 접경지 강원도가 강력한 경쟁지다. 철원군과 고성군은 용역을 마쳤다. 철원은 농·생명바이오, 첨단산업단지 밑그림을 그렸다. 북한의 풍부한 광물 등을 활용할 수 있는 특성을 내세운다. 고성지역은 거진과 화진포 일원을 연계한 세계평화공원을 내놓고 있다.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도 뛰어들었다. 강원도가 힘을 보태고 있다. 파주시가 내놓는 청사진도 충실하다. 첨단산업클러스터, 국제평화클러스터, 친환경생태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 산업단지, 연구개발단지, 관광단지, 의료단지를 배치시킨다는 계획이다. 330만㎡의 특구에서 9조원의 생산유발효과, 7만명의 고용유발효과도 계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유롭지는 않다. 앞서 우리가 밝힌 바 있듯이 국가균형발전론이 걱정이다. 경기도 등 수도권에 무조건 불리한 조건이다. 같은 점수면 떨어진다. 결국 이런 상황을 감안한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 ‘뭘 하겠다’는 내용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효과적인 것은 ‘왜 파주인가’다. 철원·고성 등 경쟁지들이 흉내낼 수 없는 카드가 필요하다. 파주에서만 가능한 구상을 적어 내야 한다. 무엇이 있겠나.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도 선택될 수 있다. 기존의 대북 관문이 살려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지명도 높은 판문점 등 분단 문화도 이용될 수 있다. 이런 고유 자산과 경제특구를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시민 참여는 열정의 표현이다. 결정권자에게 하나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전문가와 함께 끌고 가야 한다. 아낌 없는 행정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철원군민도, 고성군민도 목소리를 내지 않겠나. 파주시민 목소리와 파주시 행정의 하나 된 목소리가 필요하고, 경쟁지가 흉내 못 낼 유치 이유가 필요하다.

[사설] 끊이지 않는 일터 사망, 경기도 ‘산재네트워크’ 기대한다

노동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이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이다.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 한 해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874명에 이른다. 이 중 경기도내 사망자는 256명, 전국 사망자의 29.3%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35명, 2021년 221명, 2022년 256명이 사망했다. 산재 사고 사망자는 노동 현장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많다. 지난해 기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사망자가 78.9%(202명)를 차지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근로자 90명이 도내 산업현장에서 작업하다 사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52명(57.8%)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제조업이 23명(25.6%)이다. 같은 회사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는 사례도 있다. 식품회사인 SPC그룹 계열 공장에선 여러건의 사고가 잇따랐다. SPC는 지난해 10월 평택공장의 20대 여성 사망사고 이후 안전관리 강화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SPC는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1천억원 투자를 약속하고, 계열사 전 사업장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SPC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사고는 계속됐다. 이달 성남의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50대 근로자가 또 숨졌다. 상반기에 화상과 골절 사고도 발생했다.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 봐야 한다. 말로만 안전을 떠들고 지키지 않아 사고가 속출한다면, SPC 내부 시스템에 노동자들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다. 건설현장에서도 산재 사망자가 많다. DL이앤씨에선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 6건의 사고로 7명이 숨졌다. 지난 9일에는 안성의 9층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나 베트남 국적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이 별 약효가 없다. 법 적용에 미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동현장에서의 안전의식 결여도 문제지만,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산재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가 ‘고위험 사업장’과 ‘레드존(Red-Zone)’ 지역을 지정해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도 다음 달 ‘산업재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행할 예정이다. 중앙정부의 관리감독 사각지대 보완을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산업안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열악한 사업장 위주로 시설 및 인력을 확충하고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산재예방 협의체가 산재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사설] 수도권 기회발전특구 지정, 차별없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기회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마련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기존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통합한 것으로, 지난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개인 또는 법인에 대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라 국세 또는 지방세를 감면할 수 있다. 비수도권의 시·도지사는 지역 일부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받으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청해야 한다. 이후 지방시대위원회가 심의·의결을 거쳐 특구를 지정한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균형발전이란 명목하에 비수도권만 신청할 수 있었다. 이에 수도권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규제에 묶여 낙후돼 있는 지자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과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수도권 제외’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들 지자체의 주장은 타당성이 충분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과도한 중첩 규제가 지역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고, 인구감소지역으로 전락시켰다. 말만 수도권이지 택지·공장·대학 등의 입지를 제한하고 인프라도 부족해 재정자립도와 산업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다행히 기회발전특구에 수도권이어도 인구감소지역이나 접경지역 가운데 지방시대위원회가 정하는 지역은 특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에선 김포·고양·파주·양주·포천·연천·동두천·가평 등 8개 시·군이 신청 가능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려면 특화된 전략 수립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도 기회발전특구의 문을 열어 놨지만, 실제는 비수도권을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비수도권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거나 비수도권과 상생할 수 있는 수도권만의 특화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난 22일 경기도청에서 포천시의 특화산업 및 기업유치 전략 등을 논의했다. 포천시는 도내 유일의 ‘드론특별자유화구역’으로 드론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회의에선 드론 방위산업 기회발전특구 조성의 강점, 기업 유치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비수도권으로 한정했던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낙후된 수도권을 일부 포함한 것은 바람직하다. 기회발전특구 지정의 결정권을 가진 지방시대위원회는 수도권, 비수도권을 차별하지 말고 공정한 잣대를 갖고 지정해야 한다. 골고루 잘사는 지방시대는 수도권·비수도권이 함께 협력해 열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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