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취·협박 노조범죄자들 줄줄이 집유 석방/尹 정부 노동 정책과 법원의 온도차 크다

1억5천만원 뜯어낸 건설노조 간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국통합연대건설노동조합 건설현장분과 간부 A씨다. A씨는 광주지역 등 건설업체 24곳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 건설 현장 앞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안전 미비 사항을 거론하며 업체 관계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이다. 내려진 1심 선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다. 성남지원 형사단독 판결이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협박, 갈취다. 대표적인 부당 노동 행위로 적발된 사례다. 경기도 일대 사회적 공분도 적잖이 컸다. 그 1심 결과가 집행유예다. 사건을 획일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형량의 경중을 섣불리 재단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판결 결과에 모아지는 여론 또한 현실이다. 판결을 귀속해도 안 되지만 무시해도 안 될 대중의 목소리다. 11일 판결 이후 많은 목소리가 나온다. 혐의에 비해 너무 가벼운 형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많다. 같은 11일, 유사한 재판이 또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결이다. 한국연합건설노조 위원장과 해당 노조 경인서부 본부장 사건이다. 혐의는 성남지원 사건과 비슷하다. 건설 현장에서의 협박, 채용 강요, 금품 갈취다. 모두 19개 업체를 협박했다고 기소돼 있다. 이런 협박을 통해 917명을 고용하게 했다고 한다. 내려진 선고 형량은 두 명 모두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이다. 역시 집행유예다. 이 판결에 대한 의견도 많이 붙는다. 비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과의 확연한 온도차다. 두 사건 모두 유무죄에 대한 이견은 없다. 다른 것은 비난 가능성, 처벌의 정도다. 물론 집행유예가 가능해 보일 상황은 있다. 성남지원 사건의 경우 ‘합의를 위한 노력’이 엿 보인다. 피해 업체 24곳 중 19곳과 합의했고, 나머지 피해 사실은 공탁했다. 서울중앙지법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확인된다. 집행유예로 낮춰주는 사유가 된 듯하다. 바로 이 부분에 본질이 있다. 검찰은 강력 반발한다.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현장 정화에 손을 댄 이유이기도 하다. 반(反)사회적 범죄, 공정질서 훼손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런 기조와 분위기가 다른 법원 판결이다. ‘합의’ 또는 ‘합의를 위한 노력’만으로도 형량을 감경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죄로만 보는 듯하다. ‘반사회성’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은 듯하다. 같은 날 두 판결이 이랬다. 분명한 차이로 보인다. 앞으로도 판결은 이 추세를 보일 수 있다. 노동 현장 범죄가 계속 풀려 날 수 있다. 그걸 보는 피해 기업들은 위축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

[사설] 국격 추락시킨 잼버리대회, 철저한 부실 책임 진상규명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지난 11일 폐영식과 케이팝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의 축제인 잼버리대회를 통해 케이팝 등 한국문화는 물론 경제발전상을 알려 국격을 제고하려 했던 목적과는 달리 국제적 망신을 당해 오히려 국격을 추락시킨 행사가 됐다. 2017년 여름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확정됐는데, 지난 6년 동안 무려 1천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대회 준비가 무엇을 했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다. 갯벌에서 개최됐는데, 이를 제대로 매립하지도 않아 나무 한 그루 없는 땡볕 야영장에서 수백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하고, 해충에 물려 상처투성이가 된 자녀들의 모습을 본 부모들의 원성은 세계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니, 이 얼마나 국가 망신인가. 세계에서 화장실 문화가 가장 발달해 외국에서 견학까지 올 정도인데, 행사장에 설치된 화장실은 아프리카 최빈국의 화장실보다도 지저분했다. 샤워시설도 엉망이고 식사는 왜 그리 부실한가.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대원들도 오지 않았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숙소와 음식 제공을 요청한 조직위는 도대체 무슨 행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카눈’ 태풍을 핑계로 야영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새만금에서 행사를 계속했더라면 과연 또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카눈’ 태풍 덕분에 새만금에서 철수해 전국으로 대원들을 분산·배치하고 경기도,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 경기대, 아주대, 인천대, 인하대 등 대학, 그리고 삼성, 포스코, LG, GS 등 대기업들의 협조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 지자체·대학·기업 등은 준비 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총력을 다해 대원들을 위한 각종 행사를 마련했으며, 숙소 등 편의 제공에 최선을 다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수차례 성공적으로 개최,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이번 잼버리대회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쌓은 명성을 일시에 추락시키고 오명만 남긴 최악의 행사가 됐다. 기대했던 수조원 경제효과는커녕 추가로 막대한 세금만 투입됐다. 잼버리대회가 왜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과연 잼버리대회를 왜 새만금에 유치했고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하지 말고 국정조사라도 실시, 진상 규명을 통해 다시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설] 안성서 또 공사장 붕괴, 빗속 콘크리트 타설 금지해야

안성의 신축 공사장에서 9일 또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건설현장 사고와 부실공사가 잇따라 정부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공사 단계마다 지켜야 하는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안성의 사고는 옥산동 근린생활시설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9층짜리 건물 9층의 바닥 면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베트남 국적의 20, 30대 노동자 2명이 매몰돼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베트남 남성 2명은 형제지간이다. 형제의 ‘코리안 드림’은 건물과 함께 무너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 면을 받치던 거푸집(가설구조물)과 동바리(지지대) 등 시설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처럼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콘크리트가 타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측은 “현장 작업에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한 데다 태풍 소식에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7월 폭우가 내릴 당시에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 노동자들이 위험해보여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폭우 당시 공사를 목격한 주민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작업을 계속해 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비가 올 때 타설을 하면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져 붕괴 등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콘크리트는 물과 시멘트의 비율이 중요한데, 비가 내릴 경우 강우량만큼 필요 이상의 물이 콘크리트에 들어가게 된다. 6명의 인명 피해를 낸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부른 참사인데 같은 사고가 안성에서 또 일어나다니 참담하다. 현행법상 빗속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할 규제나 근거가 없다. 우중 타설이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명확한데도 법적 잣대가 없어 건설현장에선 마구잡이식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콘크리트 양생에 필요한 철저한 강도 테스트 등 강우량에 따른 명확한 작업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관련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에서 스스로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사기간 단축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목숨이다.

[사설] 정책지원관은 도의원 비서가 아니다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선발된 78명이 활동하고 있다. 임기제로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78명 모집하는 데 342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4.4 대 1을 기록했다. 도의회 공모 요강에 역할이 나와 있다. 조례 제·개정, 예산 심의 등이다. 도의회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도 설명돼 있다. 의정 활동 지원 전문가라고 밝히고 있다. 지방 의회의 숙원이었던 보좌관제의 전 단계다. 그때 일부에서 나온 우려가 있다. ‘지원자 스펙이 너무 화려하다’. 그랬다. 수원시의회 재선 의원 출신도 있다. 의회 상임위원장까지 했다. 의정부시의회 재선 출신 합격자도 있다. ‘연령이 너무 높다’. 이것도 사실이다. 합격자 가운데 3명이 60대 이상이다. 3명 모두 공직 유관 단체 출신이다. 이 중 한 명은 공공기관 1급(본부장급) 출신이다. 50세 이상이 전체 합격자의 20%가량이다. 제11대 도의회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다. 이걸 두고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예고된 불일치다. 정책지원관 역할 이해가 애매하다. 지원 공고는 이랬다. 경기도의회가 선발한 임기제 공무원이다. 지원자들도 그런 역할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의 이해는 다른 듯하다. 사실상의 보좌관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의원의 개인 비서로 여기는 시각도 엿보인다. 도의원 지역구 민원 해결에 동원한다. 의원 표창장 발급 업무도 시킨다. 이러니 지원관의 다양한 경험, 풍부한 식견이 되레 거북해지는 것이다. 실시된 지 3개월여다. 대단히 불안정하다. 언제 불거질지 알 수 없다. 때마침 의미 있는 화두가 등장했다. 정책지원관의 업무 분장 문제다. 유호준 의원(남양주6·더불어민주당)이 제기했다. ‘경기도의회 사무처 설치 조례’가 있다. 여기서 ‘정책지원관은 사무처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이들에게 일반행정지원 업무를 부여했다. 유 의원은 “상위법에 근거도 없는 일을 (지원관들이) 떠맡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지원관들은 근무실적에 따라 총 5년 범위에서 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명확한 업무 분장이 안 된다면 자신의 실적과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리 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제도 도입 초기인 지금 살펴야 한다. 역할의 경계를 조례로 명문화해야 한다. 도의회, 도의원, 정책지원관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사설] 내년 총선 ‘현역 뽑지 않겠다’ 40% 이상, 엄중한 경고다

경기·인천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뽑지 않겠다고 했다. 경기일보가 창간 35주년을 맞아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일하지 않는 국회, 민생은 팽개치고 정쟁만 일삼는 국회의원에 대해 불만이 쌓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도민은 18세 이상 1천21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43.7%가 22대 총선에 현 지역구 의원이 재출마할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지할 것’이라는 답변은 34.7%,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 20.1%, ‘잘 모르겠다’ 1.4%로 부동층이 21.5%를 차지했다.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도내 5개 권역에서 모두 40%를 넘었다. 이 중 경원권(동두천·양주·연천·의정부·포천)이 47.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의권(고양·김포·파주) 45.8%, 서부권(광명·부천·시흥·안산·오산·평택·화성) 44.9%, 동부권(가평·광주·구리·남양주·양평·여주·이천·하남) 44.5%, 경부권(과천·군포·성남·수원·안성·안양·용인·의왕) 40.7%로 집계됐다. 인천시민은 801명 조사에서 46.9%가 현역 지역구 의원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역별로는 중·동·미추홀구가 52.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연수·남동구 49.4%, 부평·계양·서구 43.2%, 강화·옹진군 37.1% 순으로 현역을 뽑지 않겠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 여론은 낙제점이다. 일하지 않고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가득하다. 이는 정치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회가 입법 생산성을 높이겠다며 2021년부터 ‘일하는 국회법’을 시행했지만 무용지물이다. 일하는 국회법에 따르면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14개 상임위 소속 25개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매달 3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를 열어야 하는데 이를 지킨 곳은 한 곳도 없다. 법률소비자연맹이 21대 국회의 최근 3년간(2020년 5월30일~2023년 5월29일) 국회의원 입법 실태를 전수조사해 지난달 발표했다. 조사 기간에 25개 법안심사소위 회의는 총 612회 열렸다. 법안소위당 월평균 0.68회 개최된 꼴이다. 이들의 법안 심사 시간은 법안 1개당 평균 5분여에 불과했다. 상임위 전체회의의 경우 448개 법안을 57분 만에 처리한 적도 있다. 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졸속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애초에 구속력이 없는 법을 만들어 놓은 것도 문제지만, 무용지물로 만든 책임도 크다. 법적 구속력을 명시해 실효성을 높이든가, 지키지 않을 거면 폐지하는 게 낫다. 여야 의원들은 “현역 국회의원을 뽑지 않겠다”는 국민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사설] 휴가·휴일에도 그들은 생명을 구한다/세류지하도에 등장한 선행 소방관님

큰일 날 뻔했다. 수원 세류지하차도에서 추돌 사고가 났다. 차량 많은 오전 8시 출근길이었다. 다섯 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했다. 세 번째 차량에서 불이 났다. 차량 엔진 쪽이었다. 오도가도 못 하게 막힌 지하차도다. 연쇄 차량 화재로 이어질 위기였다. 대형 폭발 등이 우려됐다. 사고 차량 운전자들이 당황했다. 지켜보는 운전자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로 그때 네 번째 사고 차량에서 운전자가 내렸다. 자기 차량의 소화기는 쓸 수 없었다. 사고로 찌그러져 있었다. 지하차도에 비치된 소화기 3개를 가져왔다. 그러고는 침착하게 불을 끄기 시작했다. 용기를 얻은 다른 남성이 힘을 보탰다. 화재는 33분 만에 완전 진화됐다. 지켜보던 운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네 번째 사고 차량 운전자 신원이 알려졌다. 송탄소방서 119구조대장 김광운 소방경이다. 육아휴직 중이었다. 김 소방경은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어느 소방관이든 똑같은 상황이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데이트 중이던 남녀 경찰관이다. 식당에서 갑자기 쓰러진 손님에게 달려갔다. 현장에서 인공호흡을 실시했고 호흡을 되살렸다. 식당 내 CCTV에 그 아름다운 순간이 담겨 있다. 집 나와 방황하는 치매 환자를 도운 경찰도 있다. 역시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편에서 식사 중이던 손님을 다른 손님이 유심히 봤다. 근무 중 식사를 마친 경찰관이었다. 결국 가족들이 뿌린 전단지를 기억해냈다. 덕분에 그 노인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휴직 중인 소방관, 퇴근 후 데이트 중이던 경찰관. 생명을 구한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업무상 직접 책임이 없는 상황이다. 안 했어도 책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본능처럼 본연의 역할을 했다. 둘째, 주위에 모범이 된 교과서적인 구명 조치다. 시민들에 생생한 교본이 됐다. 셋째,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행동에 시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이들의 선행을 보면서 시민 모두가 잠시나마 행복한 소감을 나눌 수 있었다. 지금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경찰청이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장갑차가 동원되고 무장 경찰이 배치된다. 제도 보완 목소리도 높아진다. 직무 집행 면책권 확대를 요구한다. 총기 사용을 원활히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소방장비 보완과 소방인력 충원이 요구되고 있다. 대부분 옳은 지적이고, 타당성 있는 요구다. 그에 못지 않게 시민을 안심시키는 게 있다. 지하차도 소방관, 식당 경찰관 등의 듬직한 모습이다. 장갑차, 자동소총수 못지않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맞다.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격려와 표창, 승진이 따라 주면 참 좋겠다.

[사설] 장애인 특수교육 실태 점검, 법·제도 정비해야

자폐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변호인이 모두 사임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변호인들이 변론을 포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특수교사노조 등 장애, 학부모, 교육단체 회원들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씨 사건과 관련된 논란 이후 교육부가 자폐 혐오를 방치하고, 교사와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주씨의 특수교사 고소건이 여론의 표적이 되면서 특수교육 실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사건 내용은 알려진 대로다. 지난해 9월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주씨의 아들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벗는 등 돌발행동을 해 통합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됐다. 이후 주씨는 아들 가방에 설치한 녹음기로 녹취한 특수교사의 발언 내용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교사는 불구속 기소돼 직위해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그러던 중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일 특수교사를 복직시켰다. 교원이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으면 직위해제가 될 수 있지만, 진상규명 전에 기소만으로 가해자 낙인이 찍혀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관심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조치로 보인다. 교권에 민감해진 교사들과 여론에 힘입어 전국 2만여명의 특수교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씨 사건은 자칫 특수교육 현장의 일탈 사례로 묻힐 뻔한 사안이었다. 부실한 특수교육 시스템이 교사와 학생 모두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동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 8만6천633명이던 특수교육 대상 아동은 지난해 10만3천695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크게 부족하다. 법정 정원은 장애 학생 4명당 특수교사 1명이다. 중증장애 학생들의 수업 활동을 지원하는 특수교육실무사도 필요하다. 장애 특성에 맞게 전문교육과 돌봄이 필요한데 교육 현장에선 최소한의 법정 기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공립 유·초등 특수교사를 전년 대비 61% 적게 뽑았다. 정부의 소극적인 교사 수급 정책이 학급 과밀현상을 가중시키고, 장애학생의 교육권과 교권 침해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수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학급 내 돌발상황까지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수교육 시스템 점검과 함께 법·제도 정비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

[사설] 경기일보와 오늘 아침 61만 구독자/경기 언론에 없었던 새 길 가고 있다

언론 역사가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일찍이 없었던 인터넷 보급 시대다. 지역·국가의 영역을 초월했다. 세계인과 직결되는 광속 정보망이다. 그 변혁의 역사를 경기일보가 홀로 떠안았다. 시작은 2022년 10월14일이었다. 뉴스 콘텐츠 제휴사(CP) 선정이 있었다. 대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카카오 동시 제휴다. 전국 9개 권역의 대표를 정하는 경쟁이었다. 신문·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이 겨뤘다. 경기·인천에서 단 한 곳이 선정됐다. 경기일보사다. 2023년 1월3일 오후 4시33분(네이버). 그리고 2월1일 0시(카카오). 서비스가 시작됐다. 1명부터 시작된 구독이다. 전체 구독자 규모를 비공개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초반부터 공개하면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였다. 경기일보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구독자 현황을 실시간 공개하기로 했다. 겁내지 않고 구독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곧 결과를 만들어갔다. 전문가들도 놀라는 속도였다. 언론계도 주목했다. 4월 26일 30만 독자, 7월7일 50만 독자였다.    수반된 책임이 커졌다. 수십만 독자가 지켜본다. 수천 개 평가가 따라붙는다. 때론 사랑 담긴 조언이다. 경청해야 한다. 간담 서늘한 비판도 있다. 반성해야 한다. 신참 기자가 ‘개구리 토핑’(2023년 7월25일)을 보도했다. 35만명의 구독자가 다녀갔다. 사건 기자들이 서현역 참변(2023년 8월4일)을 보도했다.  52만명의 구독자가 다녀갔다. 기사의 허술함은 용납되지 않는다.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전에 없던 엄격함과 세밀함이 요구된다.  더 늘 것이다. 100만, 300만 구독자를 모실 것이다.  500만, 800만 구독자도 모시고 싶다. 하지만 그 설렘은 미래로 넘겨두겠다. 2023년 8월8일, 오늘에 겸허하겠다. 창간 35주년 아침, 현재를 함께해 주시는 구독자 61만 분께 감사하겠다. 일찍이 신문 유료 구독으로 받은 사랑도 크다. ABC 조사에서 경기·인천 1위다. 경기·인천 사랑으로 경영의 도약도 이뤘다. 경기·인천 신문사 매출 1위다. 구독자께, 도민께 감사하는 아침이다. 이 은혜에 답할 약속이 있다.  경기도 정체성-경기일보가 만들어 가겠다. 변방 패배주의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겠다. 모든 것은 경기도민의 이익으로 말하겠다. 경기도민 이익을 저버린 일체의 논쟁을 반대한다. 철저하게 경기도를 챙기는 논쟁을 희망한다. 고속도로는 경기도민의 뜻대로 놓여야 한다. 거기 역행하는 어떤 집단적 판단도 규탄한다. 경기도만의 문화도 만들겠다. 정치에 기생한 왜곡 문화에 반대한다. 이를 규범으로 지켜가겠다. 경기일보가 규정한 ‘지역 기사 비율’이다. 경기도 정치-경기일보가 만들어 가겠다. 경기도의 정치여야 한다. 근본 없는 뜨내기 정치를 배제한다. 정치의 목표는 경기도민이어야 한다. 또 지역구민 이익이어야 한다. 이 이익과 상충되는 정치 행위가 많다. 당앞에 철저히 무시되는 지역 이익이 많다. 그래 놓고 또 출마하고 또 당선된다. 이에 대한 도민 목소리를 전하겠다. 당파의 이익 위에 경기도의 이익이 있음을 강조하겠다. 정치인에게 맡겨진 임기는 4년이다. 경기도민이 살아갈 임기는 무한하다. 경기도 공직사회의 자긍심-경기일보가 지지하겠다. 인구 1천300만 거대 행정이다. 그 행정을 짊어진 공직자들이다. 잘못된 ‘2류 관습’을 걷어내야 한다. 지방 행정의 역할이 중앙 행정보다 중하다. 1천300만 경기도 행정의 폭은 940만 서울시보다 넓다. 그럼에도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상대적인 인사 불이익이 여전하다. 과도한 업무 부담은 여전히 숙명이다. 누구 하나 이 구태의 혁파를 선창하지 않았다.  경기일보가 하겠다.  경기도 균형발전-경기일보가 만들어 가겠다. 경기 북부 발전은 늘 구호에 그쳤다. 여론은 정확히 계측되지도 않았다. 정치적 시류에 편승한 공약들이 반복될 뿐이다. 경기 동부권의 낙후는 이제 논쟁에서도 멀어졌다. 낙후 지역 지정 요구가 20년을 넘었다. 역시 필요한 때 시늉만 하다가 끝났다. 경기 남부의 산업 인프라 구축도 늘어진다. 반도체, 자동차로 이어지는 클러스터는 여전히 그림 속 떡이다. 너무 더디다. 경기일보가 그 답답함을 대변하겠다. 1988~2023년. 결실로 맞이하는 서른다섯째 해다. 그 먼 날에 씨 뿌린 농부가 있었다. 그 씨를 키워 열매로 맺은 농부도 있었다. 이제 그 경기일보가 61만 구독자와 함께 섰다. 경기·인천 언론이 가 본 적 없는 길을 가려한다. 묵묵히 헤쳐 나가겠다. 좌고우면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그 힘은 독자다.

[사설] 세계잼버리대회, 정부는 특단의 대책 세우고 끝까지 책임져야

폭염 속에 전북 새만금에서 개막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준비 부족으로 국제적 망신 속에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4천400여명의 가장 많은 대원이 참석한 영국은 이미 토요일부터 짐을 싸 서울로 퇴소하고 있으며, 미국은 평택 미군기지로, 싱가포르는 별도의 숙소로 이동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잼버리조직위원회에 조기 종료와 일부 행사 취소를 권고했으며, 세계적인 외신들도 잼버리대회의 준비 부족과 온열 환자 및 해충 피해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어 한국의 발전상을 알려 국격을 높이려던 잼버리대회가 오히려 국격을 추락시키는 대회로 변모했다. 지난 4일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잼버리 영지 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1천486명이었고 이 중 벌레 물림은 383명, 피부 발진은 250명, 온열 질환은 138명에 달한 것으로 발표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진자도 70명이 발생해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가 하면, 화장실도 오물을 처리하지 않아 엉망이고, 식사의 질도 낮아 불만이 대단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이 장기간의 폭염과 씨름하면서 잼버리 참석자 수백명이 앓아 누웠다”고 전했으며, AP통신은 “잼버리를 광대하고 나무가 없는,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지역에서 개최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준비 부족을 비판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4일 긴급회의를 갖고 잼버리 안전 대책으로 전기 공급 용량 증설과 쿨링텐트·버스와 얼음물 공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무제한 생수 공급과 같은 특명을 지시했고 정부 각 부처는 물론 삼성·HD현대·한진 등 대기업이 총력지원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는 ‘사후약방문’이 되고 있다. 잼버리대회의 파행 운영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난해 7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사전 행사인 ‘프레잼버리’가 개최 14일을 앞두고 기반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취소되는 일까지 있었다. 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점이 지적했는데 그동안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5일 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열고 예정대로 잼버리대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폭염이 계속되고 태풍 ‘카눈’까지 덮칠 가능성이 있어 불안하다. 정부는 특단의 철저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보름 만에 또 흉기 난동, 치안이 흔들린다

광란의 유혈극 그 자체였다. 백주 대낮에 벌어진 살상극이다. 차량에 깔려 사람이 줄줄이 쓰러졌다. 건물에 뛰어든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시민들이 영문 모르고 쓰러졌다. 도로에, 건물에 중상자들이 널부러졌다. 공중에는 헬기가 날아다니며 부상자들을 날랐다. 영화도 이렇게 난데 없고, 이유도 없으며, 무자비한 장면은 묘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참변이 일어난 것은 3일 오후 6시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일대다. 범인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최모(23)씨다. 먼저 차량을 인도로 몰아 보행자들을 들이 받았다. 여기서 보행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어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백화점 1∼2층에서 고객들에 흉기를 휘둘렀다. 여기서 다시 9명이 다쳤다. 범인은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얼굴을 노출시키기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달 21일 ‘신림동 사건’의 영향은 짐작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이 오가는 곳이라는 점, 백주대로에서 벌어졌다는 점, 불특정 다수에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 등이 닮았다 새삼 주목하게 되는 것이 있다. 신림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등장했던 범행 예고다. 신림동 사건과 같은 사건을 저지르겠다는 내용이었다.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하고 있다고 경찰이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사 결과가 공개된 바는 없다. 신빙성 없는 것이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혹여라도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예고가 있었을까 걱정이다. 아니면, 실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예고가 있는지도 궁금하다.그리고 무섭다. 시민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생생한 묘사가 있다. SNS로 전해진 목격담이다. “범인 잡힌 거 목격했는데 1층에서 사람 한 명 쓰러져 있었고 2층 문 앞에도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사람들이 다 놀라서 에스컬러에터 역주행하고...”라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현장에 출동한 헬기 사진을 공유하면서 “얼마나 심각하게 다쳤으면 헬기까지 출동했을까”하고 했다. 긴박하고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언들이다. 시민들은 이제 ‘나와 가족의 안전’을 걱정한다. 신림동 사건에서도 서현동 사건에서도 치안은 없었다. 흉기에 인명이 유린당한 뒤에야 경찰이 있었다. 처음이라면 어떻게든 이해할 구석이 있다. 하지만 보름 사이에 닮은 범죄 두 건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범죄를 예고하는 온라인 협박이 10건이나 있었다. 그 협박의 진위 여부조차 명확히 발표된 게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나. 경찰의 치안을 믿으라고 할 수 있겠나. 목숨 걸고 현장 제압에 나선 경찰의 노고를 안다. 묻지마 범죄 특성상 예방이 쉽지 않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이해가 시민을 더 공포스럽게 하고 있다. 막을 수 없다는 얘기인가. 제3의 신림동, 제2의 서현동 참변이 있을 수 있다는 건가. 국민 생명 보호하는 치안 유지는 경찰의 존재 이유다. 존재 이유 증명 못하는 경찰은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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