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 채로 기절’ 김포골드라인, 5호선 타당성 증명은 끝났다

김동연 지사가 지하철 5호선 연장을 촉구했다. “김포골프라인 혼잡 문제로 많은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노선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대광위(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신속히 결정해 하루라도 빨리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해야 한다.” 대광위에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계획안을 제출하면서다. 지난 10일에도 같은 취지의 요구를 했다. “김포골프라인의 혼잡 완화를 위해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의 신속한 확정과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를 촉구한다.” 서울 방화역에서 김포 장기역까지의 약 28㎞ 구간이다. 이미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일부 노선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검단신도시를 둘러싼 인천시와 김포시 이견이다. 인천시 안은 완정역 등을 지나는 ‘ㄴ’자 형태다. 김포시 안은 이보다 우회 거리를 짧게 잡고 있다. 김 지사는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냈다. “경기도와 김포시가 내놓은 노선안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철길 노선은 없다. 김포시민의 해석과 인천시민의 해석은 다르다. 다만 이런 이견이 사업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김 지사 주장의 방점도 속도감 있는 추진에 있다. 그 직접적인 요구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다. 예타가 면제돼야 할 이유는 충분히 그리고 가혹하게 증명됐다. 최악의 출퇴근 길이다. 황금의 ‘골드라인’은 없다. 죽음의 ‘데드라인’이다. ‘김포골병라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새삼스럽기까지 한 실상이었다. 운영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주)이 집계한 공식 자료다. 2019년 9월28일 이후 올 3월까지 사고다. 모두 151건의 안전사고가 있었다. 40.4%인 61건이 극심한 혼잡에서 비롯됐다. 구체적 사고 유형이 어처구니 없다. ‘서있는 채로 정신 잃음, 어지럼증, 쓰러짐, 밀려서 부상’ 등이다. 승객에 끼여 선 채로 졸도한다는 얘기다. 하차해서 구토하고 인공호흡했다고 한다. 서남아시아발 해외토픽이 아니다. 대한민국 서울에 붙은 김포 얘기다. 전세버스 투입, 수요 응답 버스 운영에 안전 요원 배치도 했다. 강을 달리는 수륙양용버스까지 검토했다. 소용 없다. 혼잡은 여전하다. 다가 올 2030년은 더 악몽이다. 김포한강2공공주택지구가 입주한다. 얼마나 많은 김포시민이 ‘선 채로’ 혼절하게 될까. 이제 모든 눈은 하나의 해결책을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이다. 예타할 이유 없다. 타당성은 목숨으로 증명됐다. 예타할 시간 없다. 이 시간에도 김포시민은 숨 막힌다.

[사설] 경기도 공무원 ‘가상자산’ 신고, 배우자·가족도 포함해야

경기도가 4급 이상 공무원의 가상자산 보유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한다. 다음달 1일까지 경기도 소속 서기관 이상 공무원 195명은 의무적으로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오는 12월 정부의 고위공직자 대상 ‘공직자윤리법’ 시행에 앞서 발 빠르게 도입한 조처다. 해당 규칙 제15조의 2는 가상자산 관련 직무 범위와 직무 관련 공무원의 신고 의무 및 직무 배제 등을 규정했다. 도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신고서를 받아 가상자산 신고와 대조 확인을 통해 허위 신고, 누락 등 불성실 신고를 차단할 계획이다. 미신고자의 경우 조사를 거쳐 가상자산 보유가 의심되면 관련 직무 배제 등의 후속 조치를 밟을 방침이다. 김동연 도지사는 지난 5월 김남국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이 불거지자 “재산등록 공직자의 가상자산 신고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도는 이달 11일 해당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고, 14일 사전설명회를 열었다. 도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도민 불신을 해소하고, 공직자로서 부정한 재산 증식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신고는 본인만 해당된다. 배우자나 직계가족이 빠져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가 주식투자만큼 대중화됐지만 코인을 공직자가 보유하는 데 있어 이해충돌 방지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국회의원, 공무원 등 공직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에 대해 재산등록 의무 외에도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하면 직무를 바꿀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대량 보유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치권은 지지부진한 논의를 두 달여간 이어오다, 결국 배우자와 가족은 제외하고 의원만 조사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는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코인 보유·거래 현황을 조사하기 위한 동의서 양식을 국회에 보냈지만, 여야가 합의해 이같이 결정했다. 매일 싸우는 여야가 이럴 땐 한 목소리다. 국회는 공직자윤리법과 국회법을 개정해 가상자산도 등록재산에 포함해 공개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기존의 재산공개 기준처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가상자산도 포함돼 있다. 단지 법 개정 효력의 발효 시점이 올해 말이라 먼저 제기된 게 전수조사다. 그런 취지라면 당연히 배우자와 가족을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게 맞다. 경기도도 가상자산 신고에 본인 외에 배우자와 직계가족을 포함시켜야 한다.

[사설] G마크 관리 강화 조례, 이제라도 다행이다

2021년 11월 경기도의회 행정감사다. 농수산진흥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다. 엉성한 G마크 사후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323개 관련 업체를 전수 조사했다. G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한 업체가 15곳 적발됐다. 친환경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업체도 있다. 그 중에 14곳에 대해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강력한 처분으로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집행부로부터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 여 지났다. 2022년 6월 또 다른 G마크 논란이 벌어졌다. 안성축협에서 적발된 유통기한 위반 사건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돈삼겹 포장육 제품을 ‘포장 갈이’ 했다. 냉동해야 할 고기를 냉장 보관했다. 폐기해야 할 고기도 적발됐다. 안성축협이 급식 재료를 공급한 학교는 200여개다. 지역은 안성, 오산, 수원, 남양주, 화성시 등이다. 당연히 G마크 인증이 취소됐어야 했다. 그런데 후속 조치가 질질 늘어졌다. G 마크 달고 계속 팔았다. 허술하다. 자격도용에도 솜방망이, 불법적발에도 솜방망이다. 진즉부터 있었던 G마크 사후 관리 강화 목소리다. 이제서야 마련됐다. ‘경기도 우수식품 인증 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이다. 입법 예고 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시·군 및 인증 기관 추가 의견을 수렴하고 연말께 처리될 예정이다. G마크 인증을 받은 품목에서 부적합 사항이 발견될 경우 도가 선제적으로 ‘인증 효력 정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그동안은 시군 조사와 1차 처분이 선행됐다. 여기에 이의제기 절차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경우 G마크는 계속 사용될 수 있었다. G마크가 갖고 있는 지위를 그대로 누릴 수 있었다. 이제 도가 선제적으로 G마크를 ‘인증 효력 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강화 조치도 있다. G마크 인증을 신청 주체의 생산물 완성 시기 확인, G마크 인증 취소 시 청문 실시, 도지사의 G마크 인증기관 업무 점검 및 실태조사 조항이다. G마크는 우수 농축산물 인증이다. 농산물, 가공식품, 전통식품이다. 안전하고 우수한 제품임을 경기지사가 인증한다. 올해도 병설유치원 1천64곳, 초등학교 1천169곳, 중학교 526곳, 고등학교 220곳, 특수학교 31곳 등 총 2천979곳에 공급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래도 아이들에 먹이려고 혈세 246억원(도비 123억원, 시군비 123억원)까지 쓰고 있다. 사후관리로 가치를 이어가야 한다. 조례 개정에 늦었지만 환영한다.

[사설] 경기·인천 보수 여론은 후보 전면 교체/국힘, 위기론 말고 교체론을 토론해야

경기·인천 표심이 싸움의 중심에 섰다. 위기론과 기회론이 충돌한다. 위기론은 경기·인천 의원들 생각이다. 경기 안철수 의원, 인천 윤상현 의원 등이다. 특히 윤 의원이 최근 우려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SNS에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며 이렇게 썼다. “집권당의 (이런) 현주소는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10일 방송에서는 이런 주장도 폈다. ‘국민의힘은 암 덩어리 두 세 개가 있다... 치료하기가 힘들다.’ 지도부 책임론에 연결한 것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작심 비판에 나섰다. 16일 의총에서 한 것으로 알려진 이 발언이다.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한다.” 이 총장은 이런 취지의 말을 언론 앞에서도 반복했다. “우리 당을 폄훼하고 조롱, 모욕했다.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윤 의원이 다시 받았다. “인천을 하루만 돌아다녀도 무엇이 위기인지 금방 알 것이다.” ‘지도부 무지론’을 꺼낸 것이다. 경기·인천 표심을 놓고 맞서는 국민의힘의 갈등이다. 여론을 계측할 유일한 수치는 여론조사다. 양측 모두 ‘여론조사를 보라’고 주문한다. 어떤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인가. NBS 여론조사를 보자. 14~16일 조사 결과가 있다. 경기·인천 국민의힘 33%, 민주당 23%다. 미디어토마토의 14~16일 조사가 있다. 경기·인천 국민의힘 33.2%, 민주당 50.7%다. 한국갤럽의 8~10일자 조사가 있다. 경기·인천 국민의힘 34%, 민주당 34%다. 들쭉날쭉이다. 여론조사가 기준이 되기는 틀린 것 같다. 거기에 현역 프리미엄도 있다. 위기론에서 비중 있게 거론한다.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현역을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내년 총선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말 그런가. 경기·인천에서 국민의힘 계열이 몰락한 게 대략 2010년부터다. 그때부터 지방선거·총선·대선을 모두 민주당이 이겼다. 그게 12년 만인 2022년 뒤집혔다. 하루 아침이었다. 민주당이 29명, 국민의힘 2명의 현역 단체장 비율이 국민의힘 22, 민주당 9로 바뀌었다. 하루에 이뤄진 변화다. 우리가 듣고 보는 ‘경기·인천 보수 표심’이 있다. ‘총선에서 버거울 것이다. 유일한 승부수는 인물 교체다. 지금 후보군으로는 다 진다. 떨어질 후보군·떨어져야 할 후보군이 너무 많다. 대대적으로 물갈이 해야 한다.’ 이 간단하고 명백한 명제를 그대로 받으면 된다. 교체 명단 만들어야 하고, 영입 명단 만들어야 하고, 공천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 여의도연구원(원장 박수영)에서 시작했을 것이라고 본다. 위기론이니 기회론이니 무슨 필요가 있나. 엄살도 오만도 옳지 않다. 경기·인천은 언제나 여야 모두에 위기다.

[사설] 강화된 한·미·일 파트너십, 지속가능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국·미국·일본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3국 정상회의가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의를 열고 원칙·정신·공약 등으로 명명된 3개 문서를 공식적으로 채택, 한·미·일 3국의 새로운 협력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the Camp David Principles)’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3자 협의에 대한 공약(the Commitment to Consult)’ 등 3개 문건은 한·미·일 3국 간 “역내 가장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란 예고대로 안보와 경제에 걸친 21세기 신국제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는 총론에서 뿐만 아니라 각론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소 연 1회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함은 물론 안보실장·외교·국방·산업장관 회의도 연 1회씩 개최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등 외교·국방 이외에 금융·산업·사이버·지역정책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3국 정상은 경제와 안보에서 위협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점을 명백하게 천명하고 이를 문서로 공식화한 것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관계가 한 단계 공고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국 정상은 외교·안보·경제·기술 분야에서 수시로 협의하면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사실상 준(準)동맹 체제를 출범시킨 것이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한·미·일 정상회의는 총 12회 개최됐으나, 모두 다자회의 무대에서 열렸다. 따라서 처음으로 역사적인 장소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만을 위해 별도로 모인 것은 3국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해 신냉전 국제질서에 대항하기 위한 협력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합의를 계기로 한국은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일본의 대등한 파트너로 동아시아는 물론 신냉전 국제질서 구축의 동반자가 됐다. 그동안 3국 관계는 각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변동이 심했다. 이제 한·미·일 3국 관계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설정되어야 한다. 한·미·일 3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문서화된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화된 시스템을 구축,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협의체로 발전시켜야 한다.

[사설] 이재명은 방탄 국회 포기 약속 지키고/정치권은 이참에 불체포특권 폐지하라

진부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얘기해 보자.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권한이다. 회기 중에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비회기 중 체포 또는 구금 됐어도 회기 중에는 석방된다. 현행범이 아니고 국회 요구가 있으면 그렇다. 행정부의 부당한 압박을 막자는 취지다.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려는 장치다. 더 진부한 얘기까지 하자. 이게 비리 의원 보호 장치로 변질됐다. 임시국회 열어 영장을 무력화한다. 국민이 없애라 해도 안 없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배임 의혹 조사를 받았다. 소환 당시 피의자 신분이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스스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성남FC 사건과 관련 영장 청구가 있었다. 그 영장은 방탄국회가 막았다. 그 후 민주당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권고했다. 당 지도부가 방탄국회 포기로 화답했다. 물론, ‘정치적 탄압은 예외’라며 출구는 남겼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이 대표 스스로 방탄국회 포기를 선언했다. 17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밝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다...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내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고도 했다.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도 했다.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발표했다. 대단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울 일은 아니다. 밝혔듯이 성남FC 방탄국회를 활용했다. 혁신위 요구와 당 지도부 다짐도 있었다. 지켜보는 여론이 여간 매서워 지지 않았다. 현실적인 과제도 있다. 방탄이 또 통할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성남FC 때도 당내 찬성표가 쏟아졌다. 당내 파열음은 그때보다 심해졌다. 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9월 정기국회는 회기 쪼개기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에게 득될 것 없는 표결이 다가오는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 방탄 포기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부여할 의미는 있다. 이번 선언이 불체포특권 폐지로 이어지기 바란다. 관련 법을 없애 버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에 앞서 실질적인 사문화(死文化)로 접어들었으면 좋겠다. 눈앞의 관전 포인트는 정치인 이재명의 사법적 운명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 남을 역사는 불체포특권의 운명이다. ‘이재명 사건이 불체포특권 없앴다’는 역사가 훨씬 중요하다.

[사설] 차별받는 내부장애인, 인식 개선과 지원 절실하다

소수집단 안에도 또 다른 소수가 존재한다. ‘내부장애인’도 그중 한 집단이다. 지체장애나 시각·청각장애 같은 외형적 장애 외에, 겉으로는 비장애인처럼 보이지만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는 내부장애를 ‘몸속 장기에 완치되기 어려운 장애나 질병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라고 규정하고 있다. 심장, 신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간질) 장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은 크게 떨어진다. 법적 장애인이 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장애인 수는 해마다 느는데 의료서비스는 물론 복지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상당수 내부장애인들이 고립된 채 편견과 무관심 속에 살아간다. 지난해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263만3천26명 가운데 내부장애인이 15만635명으로 5.7%를 차지했다. 경기도의 내부장애인 수는 도내 장애인의 6%를 넘는다. 도내 내부장애인은 해마다 1천명 이상 늘고 있다. 2018년 3만2천830명(5.99%)에서 2019년 3만4천251명(6.11%), 2020년 3만5천839명(6.29%), 2021년 3만7천587명(6.49%), 2022년 3만8천928명(6.65%) 등 5년간 6천명 넘게 증가했다. 내부장애인은 요루 장애인을 빼고는 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지속적 증가에도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미흡하다. 장애가 아닌 질병을 앓는 환자로 보는 시선이 많아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경기도에서 내부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는 심장과 신장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연간 150만원의 치료비가 전부다.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심장·신장 장애인에 대한 연간 치료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부장애인들은 증상에 따라 약값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 치료비로 최대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지난해 ‘신체내부기관 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률안은 내부장애인의 지원을 위한 관리, 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지원사 지원, 소득 보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내부장애인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에 사회에 나서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내부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배려가 필요하다. 이들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법안 통과도 절실하다.

[사설] 교사를 더 이상 아동학대범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무너지는 교권 현장에는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있다. 똑바로 앉으랬다고, 책상을 정리 하랬다고, 떠들지 말랬다고 등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라고 신고한다. 친구와 놀다가 팔이 긁힌 아이를 화해시켰다고 신고 당한 교사도 있다. 학부모가 교사의 말을 녹음해 오라며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사례들이다. 상대를 괴롭힐 목적으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일단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면 교사는 학생과 분리한다는 명목으로 직위해제되거나 휴직으로 내몰린다. 무분별한 신고로부터 교권을 지켜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교사든 아동학대범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과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특수교사 고소 등 교권침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교사들의 불만과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생활지도나 훈육도 아동복지법상 학대로 취급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최근 5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조사받은 사례가 모두 1천252건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3.9%(676건)가 무혐의 종결이나 불기소 처분됐다. 절반 이상이 재판까지 가지 않고 무혐의 종결이 날 정도인데 무턱대고 고소·고발을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고소·고발을 당해 아동학대범으로 몰려도 학교와 교육청은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골치 아픈 일이 또 생겼다는 식이어서, 교사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억울하게 직위해제되는 교사도 있고, 이런 학교 현장에 혐오를 느껴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있다.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청에서 먼저 정당한 교육활동인지를 판별하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여당이 교권 회복 및 강화를 위한 방안을 지난 14일 내놨다. 학부모 민원은 앞으로 해당 교사가 아니라 학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이 맡도록 하고, 교권침해로 전학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해선 그 내용을 학교생활부에 기재토록 하는 내용이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정당한 것으로 간주해 아동학대 논란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조사나 수사에서는 사전에 교육청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교사들이 더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잠재적 아동학대범에서 벗어나도록 교권 회복 조치가 시급하다. 부처 간 긴밀한 협의와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사설] ‘재난사태 선포권’ 시도 이양, 실용적 대응·관리 필요하다

지난 3월2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05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중대 재해감축 로드맵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국가재난 안전관리 시스템을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고,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을 부여한다는게 골자다. 지역·현장의 재난관리 권한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17개 광역지자체에 재난사태 선포권을 넘겨 준다는 얘기는 처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2015년 업무계획에 재난사태 선포권의 지자체 이양을 명시한 데 이어 지난해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올해 4월 이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도에 재난사태 선포권 이양은 지지부진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재난사태 선포권’은 재난경보 발령, 인력 장비 및 물자 동원, 대피명령, 공무원 비상소집, 이동자제 권고 등의 권한을 의미한다. 현재 행안부 장관이 권한을 갖고 있다. 재난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례없는 재난과 마주하며 살고 있다. 최근 550㎜가 넘는 극한 호우로 댐 범람, 둑 붕괴,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으로 다수의 사망·실종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서울과 포항의 침수,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재난이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극한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 각종 재난의 신속한 대처를 위해 시·도에 재난사태 선포권이 이양돼야 한다. 지금의 국가주도 재난 대응체제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다. 일례로 한 시·군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현재는 협조 차원에서 인근 시·군의 공무원 및 물자 지원 등이 이뤄진다. 하지만 시·도지사가 재난사태 선포권을 갖게 되면 협조 차원을 넘어 지시에 따른 신속한 지원을 할 수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해 광역지자체 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서 표류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시·도지사가 시·도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절차가 이원화됐다’는 검토 보고서를 냈다. 재난 현장의 기관 상황 보고 대상은 많으면 안 된다. 골든타임 대응·복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행안부는 재난 선포권을 광역지자체에 이양하려면 우려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재난 사태는 초동 대응이 중요하므로 지자체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시·도 이양은 지방분권 차원에서 옳은 방안이지만 재난 대응에 대한 판단 능력을 높이는 등 전문성과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설] 中 유커 온다, 인천·경기 준비됐나

12일 낮,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이 왁자지껄했다. 중국을 출발한 국제여객선을 타고 온 중국인 118명이다. 84명은 중국인 유커(游客·관광객), 나머지는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다. 중국 카페리 입항이 사라진 것은 지난 2020년 1월이다. 3년7개월 만의 입항이다. 같은 날 비슷한 장면이 보여진 곳이 또 있다.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이다. 다이궁 48명이 웨이하이에서 출발한 카페리를 타고 들어왔다. 화물만 오가던 평택항에 중국인이 왔다. 중국 관광객·보따리상의 입국은 즉각적이다. 한한령을 해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왔다. 중국내 한류 금지령은 2017년 3월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이었다. 관광의 큰 줄기는 그때 막혔고, 코로나 때 완전히 끊겼다. ‘사드 규제’로 보면 6년여, ‘코로나 규제’로 보면 3년여다. 그 폐쇄령을 중국이 전격 해제하고 첫 주말이었다. 인천에 중국 관광객이 들어왔다. 평택에 중국 보따리상들도 보였다. 역시 최대 수혜지는 제주와 서울이다. 한한령 이전 한 해 평균 300만명이 찾던 제주도다. 크루즈, 카페리 등 연결망이 곧 복구된다. ‘명동 유커’로 불리는 서울 역시 최대 수요처다. 인천과 경기도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수혜지다. 본보가 개항 이후 첫 주말을 ‘니하오 인천’이라고 표현했다. 역사문화의거리의 인천근대박물관에 중국인이 몰렸다. 단체 사진을 찍는 유커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교중산중학교, 인천개항박물관, 인천자유공원도 북적였다. “중국 관광객이 인천 곳곳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 지주현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사무처장이 전하는 분위기다. 인천에서의 ‘유커맞이’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경기도에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평택항은 원래 유커보다는 따이궁 비중이 컸다. 그 다이궁 움직임이 분명히 나타난 것이 다행이다. 다이궁이 지역사회에 주는 경제 효과는 크다. 대중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관건은 그 외 경기도 지역이다. 대표적인 중국 관광객 수혜지로 용인특례시가 있다. 에버랜드는 여전히 중국인들이 찾는 위락시설 1위다.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할 시설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이와 연계된 용인지역 관광상품이 많다. 신속히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수원특례시도 중국 관광객 수가 많았던 곳이다. 화성(華城), 왕갈비, 통닭거리 등이 뜨거운 명소였다. 기다리는 관광보다 찾아가는 관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짧게는 ‘코로나 3년’ 폐쇄였다. 실질적으로는 ‘사드 6년’ 폐쇄였다. 짧은 시간이 아니다. 관광 패턴이 바뀌었을 수 있다. 유커들의 움직임, 기호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그래서 모든 시·군에 열린 기회다. ‘유커 확보 행정’을 겨뤄볼 새로운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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