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 공무원 힘들게 하는 정치인의 ‘소각장 선심’

부천시가 새로운 소각장 건설에 나선다. 광역화 포기와 단독 추진은 이미 밝혔던 방향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공고가 나왔다. 생활폐기물 500t, 음식물폐기물 240t, 재활용 200t, 대형 폐기물 50t을 기준 삼는다. 사업부지는 모두 10만㎡다. 소각장, 음식물폐기물 처리시설, 재활용품 선별시설, 대형폐기물 처리시설 등이 들어선다. 입지 선정 기준도 설명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희망하고, 주거지와 격리돼 있어야 하고, 차량 진출입이 쉬우면서도 혼잡이 적어야 하고, 토지이용계획 제한도 많지 않아야 한다는 등이다. 대체로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기준이다. 이와 달리 눈에 띄는 기준 하나가 설명되고 있다. 최단기간 조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는 이유를 환경부 자원순환정책 대전환 시급성을 고려한 기준이라고 했다. ‘소각장 건립에 대한 정부 새 방향이 시작되기 전 완료’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소각장 행정은 안 그래도 어려운 영역이다.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입지 선정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서두를 수도 없는 문제다. 그런데 ‘빨리 짓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부천시 소각장 행정에서 그럴 이유를 본다. 정치가 훼방 놓아온 작금의 이력 때문이다. 2020년 총선에 불거졌다. 계양테크노밸리에 자체 소각장이 계획됐었다. 첨단산업단지와 1만7천세대 규모 신도시였다. 그런데 선거를 즈음해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때마침 출마한 여권 중진 의원이 이를 덥석 받았다. 인접한 부천에 광역 소각장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선거 기간 며칠에 결정할 일이 아닌데 그렇게 해버렸다. 그 영향이 결국 ‘시급성을 다투는’ 현재 부천 단독 소각장 배경이다. 수도권 폐기물 처리는 한계에 왔다. 거의 모든 지자체 공통의 문제가 소각장 이전 신설 증설이다. 바꿔 얘기하면 모든 선거구의 이슈다. 이걸 정치권이 그대로 접수한다. ‘백지화하겠다’ ‘이전시키겠다’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한다. 그래 놓고 당선되면 손 놓는다. 뒤처리는 행정이 떠안는다. 그러면 다시 선거철이고, 다시 들쑤셔 놓는다. 소각장 공사기간은 짧아도 5년이다. 4년 임기 총선에 계속 휘둘릴 구조다. 총선이 열 달 앞이다. 또 얼마나 많은 후보가 소각장 표장사를 하겠나. 이전, 백지화, 중단의 거짓말을 또 얼마나 해댈 것인가. 부천이 아니라 경기·인천 모든 지역구가 걱정이다. ‘소각장 관련 공약 금지령’을 내릴 수도 없는 일이고.

[사설] 국가보훈부 출범, 보훈문화 재정립 계기 되어야

오늘부터 ‘국가보훈처’가 창설 62주년을 맞이해 ‘국가보훈부’로 재출범하게 된다. 1961년 7월 ‘군사원호청’으로 출범, 국가 보훈업무를 주관한 정부 부처로서 그동안 차관급과 장관급 부처로 여러차례 기구 개편을 거치는 등 부침이 심했던 보훈처가 보훈부로 지난 2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승격됐다. 보훈부로 승격됨에 따라 보훈부장관은 국무위원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심의·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보훈 관련 주요 정책에 대한 독자적인 시행령·시행세칙을 발령할 수 있는 등 권한이 확대된다. 이는 보훈부가 명실공히 보훈업무에 대한 컨트롤타워로서 전국 지자체들과 정책협력을 강화할 수 있어 보훈대상자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재활·의료·복지 등 각종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다. 보훈 업무는 그동안 많은 개념 변화를 가져왔다. 보훈의 대상도 참전 용사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독립·호국·민주 등 한국근대사의 흐름에 기여한 인사를 포용하고 있다. 또한 보훈의 개념도 과거에는 돕는다는 의미의 ‘원호(援護)’의 용어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최대한 국가가 예우하고 또한 그 공훈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보훈(報勳)’의 용어를 사용, 적극적 개념으로 변했다. 보훈정책은 국가공동체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보훈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구성원 간 국가공동체 의식의 함양 정도가 좌우될 정도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예로 미국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자발적 애국심을 끌어 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선진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6월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내일은 제68회 현충일이다. 그동안 일제강점기, 6·25 한국전쟁과 같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면서 오늘의 자랑스러운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라는 우뚝 솟은 국가를 건설한 것은 자신들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국가의 독립과 수호를 위해 아낌없이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이다. 호국보훈의 달과 현충일을 맞이해 단순히 애국선열들에 대한 추모행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보훈부도 부처 승격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혁신적인 보훈정책을 발굴해 일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보훈문화 정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보훈정책은 세대·이념·지역·계층을 초월해 국민적 공감대 속에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국가보훈부는 이번 부처 승격을 계기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와 새로운 보훈 문화 재정립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보훈문화 창달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사설] 노태악 위원장 사퇴는 아주 작은 도리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다. 평생 법조계에 몸담아 왔다. 판결의 최고 가치는 공정에 있다. 그 가치를 유지하는 기본은 재판부 신뢰다. 이를 유지하는 많은 규범적 절차가 있다. 제척, 기피, 회피도 그런 제도다. 특정한 상황의 법관을 당해 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제척은 법률로 배제하고, 기피는 당사자가 요구하고, 회피는 법관 스스로 피한다. 각 조건은 ‘재판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게 재판부의 신뢰다. 선관위 신뢰 유지도 가볍지 않다. 선관위가 신뢰를 잃으면 선거 불신으로 이어진다. 선거는 현대 민주사회의 근간이다. 그 근간이 흔들리면 사회 혼란으로 간다. 선거관리위원회라는 조직 구성에도 이런 취지가 배어 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맡고 있다. 지역선관위원장은 현직 지방법원장이 맡고 있다. 가장 작은 단위 선관위원장도 현직 부장판사 등이 맡고 있다. 비상근의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직 법관에게 맡겨 있다. 이번 선관위 사태는 역사에 전례가 없다. 선관위 직원 개인의 일탈은 간혹 있어 왔다. 그때마다 구속 등의 강경한 조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선관위 자체의 부패 사태다. 신뢰가 통째로 무너졌다. 선관위 최고위 간부의 특혜 채용 비리다. 그들의 자녀를 특별 채용했다. 선관위 얼굴이던 사무총장과 사무처장이 그랬다. 관여한 적 없다던 해명도 거짓이었다. 면접 직원에게 자신의 자녀임을 알렸다. 심사에 들어가 자녀 합격 절차를 처리했다. 고구마 줄거리 같다. 고위직 4명이 수사 의뢰됐고, 4·5급 직원 6명도 추가로 적발됐다. 직원 전수조사는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다. 공정하라고 독립성 지켜줬다. 신비할 정도로 보호해줬다. 그랬더니 그 속에서 직장 대물림 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감찰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선관위는 거부하는 모양이다. 공무원법 17조를 얘기한다. ‘선관위 사무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 지금 사무총장이 이번 사건 당사자 아닌가. 정신이 있나. 노 위원장의 사퇴 거부는 차라리 의외다. 앞서 법관의 제척·기피·회피를 설명했다. ‘공정을 해할 가능성’만으로도 법관은 빠졌다. 기관장이 무과실 책임을 지고도 남을 부패다. 혁신없이 끌고 가 총선 치르려 하면 안 된다. 위·적법 가리고, 당·낙선 선언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해묵은 선거 부정 반발이 대폭발할 수 있다고 보지 않나. 노 위원장의 사퇴는 자성으로 가는 아주 작은 도리다.

[사설] 보수 포함한 겸직 신고, 지방의회 의무인데 왜 안 지키나

지방의회 의원은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 겸직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내 지방의회 4곳 중 1곳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겸직 내용을 왜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는 건 아닌가, 지위를 이용한 반칙이라도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방자치법 제43조 제4항에 따라 지방의회 의장은 소속 의원의 겸직 신고를 받으면 해당 내용을 연 1회 이상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 그런데도 겸직 신고를 하지 않거나, 겸직 신고는 하되 보수를 밝히지 않는 곳이 많다. 경실련이 지난 4월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의회를 대상으로 의원들의 겸직 신고 관련 실태조사를 했다. 광명·남양주·수원·시흥·여주시의회, 가평·연천군의회 등 7곳은 겸직 신고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 경기도의회와 고양시의회 등 20개 기초의회는 겸직 신고만 하고 보수액은 누락시켰다. 이를 모두 이행한 지방의회는 과천·안성·양주·화성시 등 4곳뿐이다. 경실련은 겸직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지방의회에 이유와 향후 공개 계획을 질의했다. 이후 가평군·여주시 의회는 겸직 신고내역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남양주시의회는 보수 정보를 누락한 채 겸직 내용만 공개했다. 시흥시의회는 아예 응하지 않았다. 보수액을 밝히지 않은 의회 중 오산·포천시의회는 향후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양평군의회는 보수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의회와 광주·구리 등 14개 의회는 ‘향후 검토’ ‘미정’ 등의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법적 의무 규정 부존재,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에 겸직 보수액 미포함, 개인정보에 해당’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경실련은 지방자치법에 지방의원들이 공개해야 할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어 보수액이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개 방법과 항목 등을 지방의회 조례로 명시해 겸직 내용을 충실히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방의원들의 청렴한 의정활동을 위한 것이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상임위원회 배정을 금지하고 지위를 이용한 반칙과 특권, 우려되는 불·탈법 행위를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경실련이 앞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시·군의원 463명 중 261명(56.4%)이 겸직을 하고 있다. 겸직을 15건 하는 시의원도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지방의원이 본업인지, 아르바이트인지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나온다. 보수를 포함해 겸직 신고 내역을 상세히 공개할 수 있게 관련 조례 제·개정이 필요하다.

[사설] ‘역전세’ 대란 조짐, 혼란 막을 선제 대응책 시급하다

집값이 전셋값에 못 미치는 ‘깡통전세’ 대란에 이어 이번엔 ‘역전세’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빌라·오피스텔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아파트에까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가 폭락으로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는 하반기에 극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임대차 3법 시행으로 2021년부터 전세 급등 장이 펼쳐졌는데 이때 전셋값을 대폭 올린 2년 계약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보증금 반환이 차질을 빚으면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2021년 6월 대비 현재 전세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 전체 중 40% 이상에서 가격이 떨어져 역전세 이슈에 노출돼 있다. 10채 중 4채가 역전세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봐도 올 들어 5월15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8.89% 떨어졌다. 이는 작년 한 해 하락폭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8.69%였다. 종전 전셋값이 현재 시세를 한참 밑도는 역전세 현상은 경기·인천지역에서도 심각하다. 전세 만기에 따라 집주인은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집값·전셋값이 동반하락하는 상황에서 6월에 전국적으로 3만가구 넘는 신규입주 물량까지 있어 역전세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깡통전세 위험 가구는 4월 기준 16만3천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5만6천가구에 비하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역전세 위험 가구는 51만7천가구에서 102만6천가구로 2배가량 늘었다. 깡통전세든 역전세든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높다는 점은 같다. 규모로 보면 역전세가 더 심각하다. 전체 전세 거래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이 4월 기준 52.4%다. 역전세는 임대인이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전세사기와는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자칫 집값이 전세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깡통전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세계약이 개인 간의 거래라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한꺼번에 터지면 최근의 전세사기 못지 않게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 전세기한 만료 때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어떤 식으로든 돈을 구해야 한다. 임대인이 돈을 구하지 못하면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이 급증할 것이다. 역전세 매물이 매매 또는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럽게 된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규제 완화와 함께 전세 세입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안양 출산지원금 소급 적용 신경전/시-의회, 책임 전가 말고 대화해라

안양지역에 출산지원금 논란이 있다. 통상의 경우와 논점이 조금 다르다. 지원금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출생 아이의 출산 달(月) 문제다. 2023년 1월 출산아부터 달라는 해당 가정의 주장이 있다. 2023년 5월부터 주겠다는 안양시의 입장이 있다. 논쟁 중심에 안양시의회 책임론이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무책임한 시의회 의정과 책임 넘기는 시 행정이다. 지난 2일 ‘안양시 출산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의결됐다. 핵심 내용은 출산 지원금의 대대적인 인상이다. 첫째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둘째는 2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인상했다.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이던 것을 셋째부터 1천만원 지급하기로 했다. 일시에 지급하던 것은 분할 지급으로 바꾸었다. 조례안 의결에 따라 이번 달부터 출산 가정에 인상된 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문제는 2023년 1월부터 4월 사이의 출산이다. 형평성을 주장하며 소급 지급을 원하고 있다. 비단 해(年)가 같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안양시 당초 계획이 올 1월1일 출산 가정부터 지급이었다. 이 계획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실효성 검토’ 등이 이유였다. 결국 3월 임시회에서 계류됐다. 이후 4월 임시회에서야 통과됐다. 그 과정에서 지급 대상이 ‘5월1일 이후 출산 가정’으로 바뀌었다. 이게 쟁점이다. 시의회와 시 모두의 책임이 있다. 시의회가 일관성 없이 우유부단하다. 시의회 논의 과정에서 지연된 것은 사실이다. ‘출산지원금으로 출산율이 올라가는지 확인부터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시장과 소속 당을 달리하는 시의원 주장으로 보인다. 주장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런 이견과 보류를 통해 ‘5월 이후 출산’으로 기준이 바뀐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슬그머니 덮을 일이 아니다. 경기일보 기자에게 전하는 시의회 입장은 모호하다. “출산 가정과 직접 만나 공론화하겠다”고 했다. 무슨 소린가. 의견 듣고 소급 적용을 받겠다는 건가. 그리 들린다. 안양시 입장도 묘하다. 소급 적용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현재로서는 소급 적용해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당초 1월1일 출산부터 지원하겠다던 안양시 아닌가. 근거는 시와 의회가 만드는 것이다. 시의회 책임만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들린다. 시가 시민에게 전달한 안내 문자도 이상하다. ‘안양시 출산지원금 안내’다. “...출산지원금 2배 인상은 당초 2023년 1월1일 출생아로부터 지원하고자 하였으나 조례개정 시 수정 가결되어 2023년 5월1일 출생아부터 지원하게 되었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양시는 주려고 했으나 시의회가 수정해 못 준다’는 고자질이다. 누가 봐도 그렇다. 굳이 이런 책임 전가식 안내문까지 돌렸어야 했을까. 싸울 일 아닌데 그런다. 시는 당초 1월1일부터 주려고 했다. 시의회는 소급 지급에 의지가 있다. ‘간’ 보지 말고 대화해 보라.

[사설] 학교급식 ‘죽음의 조리실’, 환경개선 너무 안일하다

학교 조리실은 ‘죽음의 급식실’로 불린다. 급식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리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리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폐암 의심 검진 비율은 일반 여성의 폐암 발병률보다 3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수원 권선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조리사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가 일한 급식실 주방에선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최대 농도가 기준치의 60배, 초미세먼지가 4배 높게 검출됐다. 그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인 산업재해로 인정된 건 3년이 흐른 2021년 2월이다. 학교급식 종사자의 폐암 문제는 목숨과 직결되는 긴급하고 절박한 문제다. 그런데도 조리실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대대적인 조리실 시설 개선 사업을 약속했지만, 지원 수준이 기존 시설 유지에 그쳐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밥을 위해 ‘죽음의 노동’을 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조리사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도내에서 폐암 판정을 받은 학교급식 종사자는 모두 32명이다. 올해 4월까지 급식 종사자 1만1천426명을 대상으로 한 폐 CT 검진에서 폐암 의심 판정을 받은 사람은 125명에 달한다. 튀김, 볶음, 구이 등을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 ‘조리흄(cooking fumes)’이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교육청은 16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3월부터 각 학교를 대상으로 ‘환기설비 전수점검’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의 ‘학교급식 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를 확인해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폐암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리흄의 효과적 제거를 위해선 제대로 된 환기시설이 중요하다. 하지만 배기가 아닌 급기 설비를 갖춘 학교는 도내 2천291개교 중 140여개교(6.1%)에 불과하다. 급기는 실외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것으로, 급기 설비가 갖춰져야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 등의 오염물질을 막을 수 있다.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빼내는 배기 위주의 환기로는 폐암 등의 질환을 예방하기 어려운데도 도교육청은 배기 설비 개선만 반복하고 있다. 배기와 급기 설비를 동시에 해야 환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기조화기나 조리흄 저감용 공기정화기 설치 등 현실적 대안이 절실하다. 교육청 차원에선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학교 급식실이 더 이상 죽음의 조리실이 되지 않게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사설] 인구소멸 동네, 경기도에도 수두룩/근본 대책 마련하라고는 못하지만

경기도 인구가 1천400만명을 돌파했다. 화성시는 머지 않아 100만명 시대를 맞는다. 이런 화두가 만들어내는 현실 속 왜곡이 있다. 경기도는 모두 잘 산다는 오판, 특히 인구가 넘쳐난다는 오판이다. 심지어 경기도민들조차 그런 착각을 하곤 한다. 여기서 기인하는 심각한 행정적 오류 내지 미스매치가 있다. 정책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인구 문제 대책이다.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거나 겉으로 보이는 시늉에 그치고 있다. 해당 지역만 혼자 힘들다. 행정안전부가 2022년 10월 인구감소 현황을 발표했다. 가평·연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포천·동두천시는 관심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현실이 피부에 와 닿는 분석이 있다. 경기일보 취재팀이 돌아본 인구 소멸 위기 동네다. 3천명 미만의 주민을 두고 있는 곳을 골라봤다. 경기도에 행정읍·면·동은 모두 570개다. 이 가운데 23개 주민이 3천명 미만이었다. 연천군은 6개다. 연천군 전체 읍·면 10개다. 절반 이상이 인구 소멸 위기 동네인 셈이다. 통상 인구절벽 대비 정책은 두 가지다. 직접 인구 유입 정책이 하나다. 이주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다시 노동자 이주와 다문화 가정 구성이 있다. 노동자 이주는 산업 인프라와 직결된다. 다문화 가정 구성은 사회적 인식 변화에 연계된다. 행정 기관 지원 효과까지 시간이 걸린다. 연천·가평군, 포천·동두천시는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땅찮다. 결국 고려할 수 있는 다른 하나는 재정 등 지원을 통한 인구 증가 유인책이다. 결국 돈 주는 것인데, 한계가 있다. 공교롭게 인구 절벽 위기에 처한 시군 재정 상태는 안 좋다. 2022년 경기도 재정자립도 순위를 보면 모두 최하위다. 동두천시 13.1%(31위), 연천군 14.5%(30위), 가평군 16.8%(28위), 포천시 22.6%(25위)다. 이 상황에도 이미 많은 예산을 쏟아 넣고 있다. 출산 장려금의 규모가 대표적이다. 가평군은 넷째·다섯째 아이를 낳으면 각각 2천만원을 준다. 연천, 포천, 동두천도 비슷하다. 없는 재정에 이것도 힘들다. 그렇다고 정부에 기대 볼 여건도 아니다. 전체적인 인구 소멸이 지방에서 더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인구 소멸 지역의 분포도 지방이 많다. 경기도 인구 소멸에 특별한 관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남는 것은 경기도다. 경기도의 정책적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인구 감소 지역 지원 조례가 마련됐다. 조사, 사업 등에 들어가는 예산 일부를 경기도가 분담하게 된다. 30~50% 전후가 예상된다. 내용이나 규모에서 해당 시군에 도움은 어렵다. ‘근본 대책 내놓으라’고 결론짓지 않겠다. 그게 얼마나 생각 없는 주장인지 알고 있다. 다만, 정책적 비중을 높이라는 권고는 해둘까 한다. 가평·연천, 포천·동두천은 경기도라서 고통 받는 곳이다. 안 그랬으면 진즉 낙후 지역 지원 받았을 것이다.

[사설] 양주 섬유기업 위기, 결국은 재정 지원/市, 예산·형평 어렵지만 그래도 해주자

양주 검준산단의 섬유기업들이 휘청인다. 섬유산업은 양주의 주력 경제다. 2003년에 문을 열었다. 산단 조성 비용만 581억원이 들었다. 14만5천여㎡ 크기에 섬유기업 전용이다. 날염 17곳, 염색 34곳, 도금 12곳, 기타 4곳 등 67곳이 입주해 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해온 섬유 산단이다. 이곳이 지금 위험하다. 5월 현재 16곳이 폐업 또는 휴업했다.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직격탄이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나는 상태다. 경기일보 기자가 현장 소리를 들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얘기됐다. 역시 핵심은 경제적인 고통이다. 원가 부담이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보자. 하나는 공업용수 공급 가격이다. ‘너무 비싸다’는 얘기를 한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검준산단에 공급되는 공업용수 가격은 ℓ당 1천27원이다. 인근 포천과 연천의 400~500원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섬유기업은 특성상 공정에서 공업용수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두 번째는 폐수처리장 비용이다. 이 역시 섬유 관련 공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산단에 대형 폐수처리장이 가동되고 있다. 처리 용량은 하루 2만3천500㎥다. 그런데 실제 처리되는 폐수는 6천259㎥다. 과한 가동으로 인한 기본운영비 부담이 크다. 세 번째는 근본적인 문제다. 산단의 성격상 진입하는 기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부분은 폐업을 전제로 할 때 고민이다. 떠나려고 해도 들어오는 섬유기업이 없어 매각 임대 등을 할 수 없다는 고민이다. 공단 유치 업종 변경을 언급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양주시의 대표 산업 자체에 대한 토론도 필요하다. 또 산단 업종 변경은 시가 아니라 도에서 처리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공업용수 가격 인하와 폐수처리장 운영비 지원 문제만 우선 살피려 한다. 시의 어려운 입장은 있다. 공업용수가 비싼 것은 수년간 현실화해 왔기 때문이다. 정상적이고 건전한 행정이다. 뭐라 할 수 없다. 운영비 지원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예산 투입과 산출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경우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 방안을 검토해 주면 좋겠다. 모두가 아니면 일부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 양주시가 섬유산업 특성화의 목표를 버린 것은 아니잖나.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전쟁 후유증이 해결 안 될 항구적 조건은 아니잖은가. 현재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소망스러울 것 같다. 통상의 행정 기준에 안 맞을 수 있다.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그래서 강수현 양주시장의 결단을 기다려 본다.

[사설] 경기도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 타당성 충분하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가 설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설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경기도민청원이 1만명 동의를 넘겼다. 지난 12일 올라온 청원은 8일 만인 20일 청원 성립 기준인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제 김동연 도지사가 여기에 답할 차례다. ‘경기도민청원’은 경기도가 주요 현안 또는 정책 등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의견수렴 기간 30일 동안 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정책 반영 등을 적극 검토한 후 도지사가 직접 답변을 하게 된다.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설치해 달라는 청원은 경기도한의사회가 주도했다. 해당 청원은 (서)양의학 중심의 보건의료행정으로 한의약이 건강보험 적용 범위, 국가 의료지원 사업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경기도 한의약 육성계획을 수립해 달라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근거해 5년마다 ‘한의약육성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매년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한의약 관련 정책을 전담해 추진하는 한의약정책관실이 있고, 그 아래 한의약정책과와 한의약산업과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에는 한의약 전담부서가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도 전담부서가 있어야 정책과 사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에선 2019년 5월에 ‘경기도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는 한의약 육성계획 수립·시행을 위해 보건건강국 소속으로 한의약정책 전담부서를 두며 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도지사가 따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조례 제정 4년이 지났는데도 한의약정책 전담부서가 설치되지 않았다. 경기도 한의약계에선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건강국에 한의약정책과를 만들고 산하에 한의약정책팀, 한의약건강증진팀, 한의약산업팀 등 3개 팀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충분하다. 한의약육성법이 이미 제정됐고, 경기도에 관련 조례도 있다. 중앙정부에 전담부서가 있으니 그에 따라 경기도에도 전담부서가 있어야 제대로 된 한의약 정책 및 의료사업을 펼치고 한의약 육성계획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는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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