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까지 ‘장애인 채용 대신 벌금’, 더 강력한 조치해야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있어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다.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 ‘장애인 표준사업장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관과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다. 고용 대신 벌금으로 ‘땜빵’하는 실정이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상시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의 의무고용률은 3.6%, 민간기업은 3.1%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징벌적 준조세인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매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하고 있지만 상당수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여전히 고용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다. 제도 정착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조차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가 많다. 최근 5년간 한국은행 등 5개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않아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17억원에 육박한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재정정보원 등 5곳이 5년간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16억9천917만원이었다.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의 80%에 미치지 못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으로 공표된 공공기관은 모두 17곳이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1명을 채용하면 2명을 채용한 것으로 계산된다. 그럼에도 의무고용률을 달성 못해 부담금을 납부하는 공공기관은 줄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대신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게 고착화하고 있다. ‘고용부담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의무고용제가 시행 중임에도 장애인 일자리 확대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정치권에서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국가·지자체·공공기관 의무고용 부담금 납부 대상을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의무고용을 하도록 하고, 미충족 시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국가·지자체·공공기관과 같이 법률로 규정하고, 분산돼 있는 고용의무 관련 조문을 하나로 통합한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33건의 관련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제도 변화가 절실하다. 지금처럼 법 규정을 위반하고 부담금으로 대체하는 행태가 되풀이되면 안 된다. 제도 취지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개선 노력을 안하는 공공기관은 예산 삭감 등 불이익과 함께 더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설] 급식 잔반, 자율배식에서 차선책 찾자

경기일보가 학교 급식 현장의 잔반 실태를 살폈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매일 100ℓ씩 나왔다. 급식 인원은 500명 남짓이다. 안양의 한 고등학교도 120ℓ씩 나왔다. 학교에 따른 편차가 크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했다. 전체적인 급식 잔반의 실태를 짐작케 할 수치가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잔반 처리에 쓰는 돈이다. 2019년 91억원, 2020년 42억원, 2021년 85억원이다. 코로나19가 수업을 막은 3년인데 이랬다.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과 상극이다. 폐수와 악취를 유발한다.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설명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매립할 경우 악취가 발생하고 대기와 토양이 오염될 뿐더러 운반과 처리 과정에서도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오염원인 셈이다. 여기에 처리 비용이 연간 100억원이다. 이런 사회 비용이 다른 곳도 아닌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시급히 대책을 내야 한다. 문제는 묘안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잔반 배출의 출발은 학생이다. 학생 스스로가 고쳐야 한다. 앞서 살핀 수원 중학교 급식실에 붙은 표어가 있다. ‘밥을 남기지 맙시다’, ‘음식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효과 없다고 한다. 다른 학교들도 다 해보지만 마찬가지다. 반복하는 지도·교육도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급식 양을 조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해볼 방법이 없을까. 여기서 기억을 되살려 볼 만한 현장 실험이 있었다. 2017년 4월 경기도교육청이 밝힌 자료다. 자율배식을 실시한 학교의 잔반 현황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45개교에서 실시했다. 29개교에서 줄었다. 학생 1인당 배출량이 2015년 155g, 2016년 113g이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134g에서 23g으로 82%나 줄었다. 변화가 미미했던 16개 학교도 있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자율배식이 잔반 감소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은 증명되고 있다. 때마침 다음 달부터 시범학교가 운영된다. 자율배식과 샐러드바 급식이다. 75개 학교가 모델이 된다. ‘자기 주도 식생활 역량 강화’가 목적이다. 그동안 자율배식 전면 시행에 멈칫거렸던 이유가 있다. 급식 노동자의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시설 투입 비용 등도 고민이었다. 경기교육청이 모델 학교에 1억원씩 지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바라건대, 이 사업에서 ‘잔반 줄이기’도 강력히 교육되길 바란다. 주된 목적이 되면 더 좋다.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017년 실험에서 ‘82%’나 줄인 학교도 있었잖나. 뾰족한 잔반 감소 대책이 없다면 자율배식으로라도 해보자. 아이들을 교육시킬 가치는 차고 넘친다. 환경 살리는 길이고, 지구 지키는 일이다.

[사설] 가해자 지원 440억, 피해자 지원 60억/이제 범죄 피해자 지원 늘려가야 할 때

지난 23일 수원시 한 식당에서 모임이 있었다. 2023년 2차 범죄피해자지원심의위원회다. 범죄피해자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결정하는 자리다. 자전거를 타다가 가해자가 밀어 넘어져 크게 다친 피해자가 선정됐다. 너클을 낀 손으로 얼굴을 가격당해 중상을 입은 피해자도 선정됐다. 주인 없는 진돗개에게 물려 상해를 입은 피해자도 포함됐다. 이날 결정된 지원 대상자는 14명으로, 액수는 1천900만원이다. 일반인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범죄피해자지원 활동이다. 이날 선정의 예에서 보듯 대상자는 제한적이다. 전체 범죄 피해자 가운데 일부만 구제된다. 애초부터 선정 조건이 까다롭다. ‘범죄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해 또는 중상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여야 하고 ‘가해자로부터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한 경우’여야 한다. 민간 기구인 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가 있지만 여기서 보상 받는 것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제약의 가장 큰 이유는 지원할 예산의 부족이다. 전체 범죄 피해자에 비해 지원 가능한 예산이 턱없다. 법무부가 지난해 전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예산을 배정했다. 모두 61곳에 총 36억원이다. 여기에 지자체 지원 예산이 더해지지만 규모는 여전히 미미하다. 결국 필요 예산의 50%가량을 자체 모금과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나마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이런 시스템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는 것이 가장 흔하다. 범죄피해자를 위한 예산으로 트라우마 통합지원기관인 스마일센터 지원금이 있다. 전국 16곳에 83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금전적 지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해자 측에 책정된 정부 예산은 어떨까. 법무부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지원한 예산은 440억3천만원이다. 민간갱생보호법인 8곳에도 일부 지원됐다. 갱생 정책의 대상은 출소자들이다. 형사 범죄에 있어 가해자다.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정책이다. 범죄 예방은 곧 사회적 비용 감소다.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책무다. 결코 이 예산을 많다고 볼 수 없다. 지금의 440억원도 현장에서는 부족하다. 다만, 피해자 구조 예산도 늘리라는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갱생은 국가의 선의다. 죄를 용서하고 옳은 길로 인도하는 정책이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국가의 의무다. 범죄 예방을 못해 피해를 준 데 대한 의무다. 선의를 집행하는 예산이 440억원인데, 의무를 이행하는 예산이 60억원인 것은 불합리다. 선의를 집행하는 예산은 국가가 부담하면서 의무를 이행하는 예산은 모금이나 지원에 의존시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오랜 기간을 이래 왔다. 이제 균형감 있게 고쳐 가는 노력을 시작할 때다.

[사설] 장애인 자립 주거지원, 세분화된 선택권 세워야

전국 제1위의 인구를 가진 경기도는 장애인도 최대 규모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인 자립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로드맵 수립이 요망된다. 특히 이 중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자립 주거지원이 겉만 번드레한 형식적인 것이 아닌 장애인 유형에 따른 세분화된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는 2009년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장애인에 대한 주거 지원을 시행해 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동연 경기지사도 발달장애인 등의 자립 주거지원을 후보시절부터 ‘기회경기’라는 슬로건 아래 수차례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도가 시행한 ‘경기도 장애인 자립 욕구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15.9%가 자립생활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나 도의 자립 주거지원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도가 지원 중인 자립 주거지원 정책이 장애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공급에만 치우쳐 실질적인 지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현재 도는 일정 기간 자립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체험홈’과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누림하우스’ 등 두 가지 형태의 주거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된 장애인 측면에서 보면 이런 단순한 두 가지 형태의 지원으로는 수요 충족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경기도와는 달리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장애인의 선택권이 많아 실질적인 지원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전국 최초로 ‘장애인 탈시설화’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는 ‘체험형 자립생활 주택’과 ‘장애인 지원 주택’을 비롯해 ‘장애인 자립생활 주택’으로 기본적인 자기 관리가 가능한 장애인, 상당한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등 장애 정도에 따라 세분화된 주택 모델을 운영, 맞춤형 자립 주거지원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도내 장애인의 주거 시설 포화율이 거의 90%에 달하고 있어 우선 이런 포화 상태를 해결할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 장애인의 탈시설의 경우, 지난 2016년 장애인단체로부터 탈시설 로드맵 건의를 받고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 등은 했지만 아직까지 도가 연도별 탈시설 목표치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책실현 의지의 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같이 장애인 주거시설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담은 로드맵을 통해 수혜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도는 우선 장애인 자립 주거지원 정책을 전담할 별도 조직을 만들어 연도별 정책 목표를 작성, 이를 실행해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실질적인 자립 주거지원책을 마련해 주거 불안정성을 해결해주는 것이 장애인 지원정책의 급선무다.

[사설] 박물관 포화, 남양주 혼자 애쓸 일 아니다

박물관 수장고 포화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남양주시립박물관이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시와 시의회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남양주시의회가 박물관을 방문해 대책을 숙의했고, 남양주시는 몇 개 방향을 제시했다. 공간 효율성을 위해 수장고 수납체계를 변경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예산 확보에 시의회가 협조하기로 했다. 경기일보가 지난 2월1일 남양주시립박물관 수장고 포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시와 의회가 함께하는 모습이어서 좋다. 그럼에도, 앞서의 기본적인 의문과 걱정은 바뀌지 않는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나’. ‘근본 대책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를테면 남양주시가 생각하는 ‘수장고 공간 효율성 확대 구상’은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중앙박물관이 해봤던 대책이다. 2019년과 2020년 수장고 중층화 사업을 했다. 수장고의 물리적 공간을 넓히는 작업이었다. 수장고 수용률이 2017년 102.5%에서 2020년 87.8%로 낮춰졌다. 하지만 2년 만인 2022년 96.3%로 다시 높아졌다. 박물관 부지를 늘리는 작업도 남양주에서 어렵다.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수장고 한 곳을 추가로 증축한 적이 있다. 나타난 효과는 미미했다. 수장고 수용률은 그 후로도 한계로 가고 있다. 현재 시의 수납 체계 변경 대책을 정확히 설명 받은 바 없다. 아마 지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재배치 등이 아닐까 싶다. 그거라면 기대치를 높게 두기 어렵다. 앞서 살폈듯이 국립중앙박물관도 2년만에 다시 찬 대책이었다. 남양주시만의 일이 아니다. 남양주시를 탓할 일은 더욱 아니다. 모든 박물관 수장고에 닥쳤거나 닥칠 일이다. 중앙박물관도 2010년 이후 포화다. 지방자치단체 박물관들도 마찬가지다. 걱정되는 수장고 수용률은 대략 80% 수준부터다. 그 80%를 넘긴 지자체 박물관이 2022년 15곳이다. 2017년 7곳이었는데 그 새 두 배로 늘었다. 곧 모든 박물관의 수장고가 꽉 찰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모든 박물관 가운데 이미 꽉 차 있는 곳이 남양주시립박물관이다. 남양주시의 ‘수장고 대책’이 전국 표본이 될 것이다. 유물 안 보이게 눈앞에서 치우는 정도로는 안 된다. ‘영원히 남는 유물’ 아닌가. ‘영원히 유효한 대책’이 필요하다. 광역·전국이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보관 유물의 법률적 개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간(토지박물관 등)·개인과의 공조 관계 등을 과감히 논의해야 한다. 정부 방향이 필요하고, 법 개정이 필요하고, 국비 지원까지 필요한 일들이다. 지방, 중앙, 민간이 참여하는 대토론회가 필요하다. 이 절차-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를 남양주시가 시작해 보면 어떻겠나.

[사설] 법이 있어도 무용지물, 감정노동 극심한 콜센터상담사

영화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홍수연양의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에 노출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일선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전체 노동자의 95% 이상이 여성인 건강보험고객센터의 상담노동자들은 방광염, 신우신염과 근골격계질환 등 질병을 달고 산다”고 했다. 이런 질병에 노출돼 있지만 12개 센터의 용역업체가 각기 다르고 경쟁관계에 놓여 실적 압박은 일상이라고 했다. 악성 민원도 큰 부담이고, 원청과 하청의 위·수탁이라는 고리 속에 갇힌 노동자들은 불안·공황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이가 많다고 했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여 됐지만, 감정노동자의 대표 직종인 콜센터 상담사들은 여전히 폭언과 성희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욕설이나 성희롱을 할 때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하며 감정노동을 강요받는다. 전국의 콜센터 상담사는 약 50만명에 이른다. 이 중 77%가 비정규직이다. 국가인권위의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상담사들은 월평균 12회 폭언과 1회 이상 성희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전인 2008년보다 폭언 약 62%, 성희롱이 약 14% 증가했다. 공공·민간 부문 상담사 1천990명 가운데 48%가 경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등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도 콜센터 상담사들의 평균 월급은 217만원(202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임금도 적은 데다, 극심한 감정노동에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오래 근무하지 못한다. 평균 근속기간이 6개월, 1년 미만 근무한 상담사가 전체의 89%에 달한다. 여성 집중, 감정노동, 저임금,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자감시, 높은 이직률 등은 콜센터 상담사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법이 만들어졌지만 나아진 게 없고, 보호도 못 받고 있다. 법 취지대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장 내 다양한 보호 조치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반복적 욕설과 성희롱을 하는 고객 전화는 바로 끊을 수 있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해야 한다. 직접고용, 사업장 내 건강권 보호조치, 저임금과 성 불평등, 근무여건 개선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사설] 김진표 의장, 정치 어른의 균형감 뵈다

우리 정치에 어른은 있는가. 다선(多選)이 조건은 아니다. 경력만 따질 것도 아니다. 단순한 연령은 물론 아니다. 이 세 조건에 앞서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모두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생각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정치 어른이 없다. 다선, 경력, 원로 정치인들이 더 싸운다. 방송 정치 평론은 그 싸움터다. 진영을 대표한다며 서로 독한 말을 토해낸다. 갈등 조장하고, 네 편 내 편 가르고, 정치 불신 키운다. 전직 당 대표 아무개, 전직 국정원장 아무개 등이다. 이런 가운데 모두를 주목하게 만드는 발언이 있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밝힌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이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결단과 양보를 한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의 외교 행위에 대해서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고 외교 결과라는 건 시간을 좀 둬야 나타난다”고도 했다. “피해자 및 유족들과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그다. 연일 ‘매국’ ‘굴욕’ ‘참사’로 규정짓는 민주당의 방향과 다르다. ‘유족과의 소통 필요’ 주장은 민주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 주장에 가까워 보이는 제언도 있다. 하태경 의원 등이 펴고 있는 ‘시간을 두고 평가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깊이 있는 정책적 조언도 빼놓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청구서를 일본에 제시하라고 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양보했으면 일본도 양보를 해야 하고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사과 의사 표시가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기시다 총리의 의견으로 나와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의장은 나라 곳간을 지키는 경제관료였다. 기본적으로 실사구시의 철학을 갖고 있다. 여기에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를 역임했다. 국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역임했고 이제 일흔을 훨씬 넘긴 최고참 의원이다. 정치 어른의 기본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생각’을 말하고 있다. 편중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조언과 경륜에서 나온 깊이 있는 조언이다. 김 의장이 견지해온 고집스러운 그만의 정치 세계가 있다. 진영에 매몰되지 않는 시각이다. 사회적 이슈 때마다 이런 논리로 접근했다. 일부 당원으로부터 ‘선명성’을 공격받았던 것도 사실은 이 부분이었다. 수원시민은 그런 김 의장을 20년간 선택했다. 그리고 국회의장에까지 앉혔다. 다행히 그가 소신 그대로 말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소리가 돼 울림을 키우고 있다. 기분 좋은 일이다. 대통령실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 유족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라. 이제 일본에 청구서를 제출해라.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를 받아내라-.

[사설] “죽어가는 동두천! 대한민국이 살려내라”

동두천이 죽어가고 있다. 미군이 빠져나간 후 폐업과 불황으로 상권이 무너져 지역경제가 파탄 지경이다. 인구는 급격히 감소해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동두천은 군사도시와 기지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지만, 한때 ‘돈두천’이라 불릴 만큼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역을 먹여 살리던 미군 2만여명이 평택기지로 이주하면서 상권이 몰락해 유령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주민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여기에 미군공여지 반환이 수년째 지연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동두천시의회가 “죽어가는 동두천! 대한민국이 살려내라”고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21일 김승호 의장이 대표 발의한 ‘동두천시 특별지원 촉구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장과 시의원 전원, 박형덕 동두천시장 등은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들고 동두천의 70년 넘는 안보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주장했다. 동두천에 주둔했던 미군 대부분이 지역을 떠났다. 이로 인해 미군 의존적인 산업구조가 무너졌다. 지역 내 400여개에 달하던 미군 관련 점포들은 2018년까지 120여개로 감소했다. 현재는 100개가 안 된다.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서 동네가 페허처럼 변했다. 남아 있는 가게들도 운영이 안 돼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다. 동두천에서 미군이 사용했던 공여지 면적은 시 전체 면적(95.66㎢)의 42.47%(40.63㎢)에 달한다. 이 중 57%(23.21㎢)가 미군기지 평택 이전 등으로 반환됐다. 문제는 반환된 면적의 대부분(22.93㎢)이 산지여서 활용가치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0.23㎢ 부지만 대학 캠퍼스와 군부대 관사 등으로 개발된 상태다. 지리적으로 핵심적인 땅은 미군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동두천 중심에 있는 캠프케이시와 캠프호비는 반환 자체가 불투명하다. 공여지 반환 지연으로 인한 개발 차질은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시 면적의 절반가량이 미군 공여지여서 각종 중첩규제에 묶인 동두천은 미군 의존형 서비스업 외에 자생적 경제발전의 기회가 없었다. 미군이 빠져나간 동두천은 상권이 몰락해 파탄에 이르고 인구는 9만명으로 줄었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희생한 대가는 없었다. 미군기지가 이전한 평택에는 특별법을 만들어 수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안보의 희생양이었던 동두천에는 지원이 없었다. 주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시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개발 비용 국비 지원 △국가산단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입주 조치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 △미반환 공여지 즉각 반환 및 환경치유 비용, 반환 공여지 개발 비용 정부 지원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더 이상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 동두천시의 주장대로 합당하고도, 당연한 보상 조치를 해야 한다.

[사설] 1시군 1교육지원청 설치, 교육권 평등 보장해야

경기도는 31개 시·군으로 이뤄져 있지만, 교육행정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지원청은 25개에 불과하다. 화성·오산, 광주·하남, 안양·과천, 군포·의왕, 동두천·양주, 구리·남양주 등 12개 시는 인접 지방자치단체와 묶여 6개의 통합교육지원청이 설치돼 있다. 형평성 있는 교육권 보장을 위해 2개 지자체를 관할하는 통합교육지원청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개 지자체에 1개 교육지원청’ 설치는 20여년간 해당 지자체와 경기도 차원에서 논의돼 왔다. 별 진척이 없던 지자체별 교육지원청 설치가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로 인구가 크게 증가해 교육행정 수요가 급증한 데다 형평성 문제, 두 도시 간의 이질성 등 분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12개 지자체 중 7곳이 3기 신도시에 포함돼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통합돼 있는 각 지자체는 개별 설치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취임 초부터 6개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 의지를 밝혔다.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학교의 관계가 지시·감독형으로 굳어지면서 교육 현장에선 하달된 지시에 응하느라 학습 및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 추진 등 변혁을 시사했다. 여기에 경기도의회가 적극 지원에 나섰다. 이은주 도의원이 주도한 ‘경기도 1시군·1교육지원청 설립을 위한 교육자치법 시행령 개정 촉구 결의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도의원은 “교육지원청 통합 운영으로 지역 차별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형평성 있는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1시군·1교육지원청 설립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도교육청 차원의 실무 TF팀 구성과 함께 도의회와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도 가세해 힘을 보태고 있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에는 ‘지방교육자치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기에 국회 차원의 논의는 바람직하다.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기도 통합교육지원청 분리·신설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에서 나서니 부정적 입장이던 교육부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가 한국지방교육연구소에 의뢰해 ‘통합교육지원청 지원을 위한 개선 방안’ 연구에 착수했다. 인구 감소 지역이 있긴 하지만 지자체마다 교육지원청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마다 재정 상황이나 관심, 교육 환경이 다르다. 지자체 교육 특수성을 살려 여건에 맞는 다양한 교육지원 사업을 해야 한다. 교육 평등을 위해서도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신설이 이뤄져야 한다.

[사설] 도내 의원 59명, 표기해보자/‘50명 증원’ 찬성하는 의원들

이탄희 의원(민주·용인시정)이 세비 인하를 주장했다.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소득은 2021년 기준 연 6천414만원이다. (국회의원 세비를) 가구당 평균 소득에 맞추자.” 이 의원이 밝힌 국회의원 세비는 2022년 기준 연 1억5천500만원이다. 월급 개념으로 나눠 보면 1천285만원이다. 이 세비를 절반 인하하겠다고 약속하자는 얘기다. 이 의원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 정수 논의의 전제다. 세비를 대폭 인하하면서 ‘50명 증원’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내려놓는 본을 보이자는 것이다. 국민 분노에 대한 나름의 고뇌가 엿보인다. 정치 비용이라는 셈법으로 볼 때 옳은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서 전해지는 불편함이 있다. 정개특위가 제언해 놓은 개편안은 3개다. 지역구 소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첫째·둘째가 국회의원 수를 50명 늘리는 안이다. 아마도 이 두 안을 주목하는 듯하다. 과연 ‘1억5천만원의 세비’가 정치 불신의 원인일까. 이 설명을 대신할 여론조사가 있다. 올 초 여론조사공정㈜이 했던 여론조사다. 응답자 상당수가 국회의원 특권을 지목했다. 특히 불체포 특권에 대해 59.7%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6.5%에 그쳤다. ‘신뢰도’도 정치 불신의 주 원인이었다. 응답자의 74.7%가 ‘국회의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뢰한다는 답은 23.2%에 불과했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추세와 방향을 크게 달리하는 여론조사는 없다. 그렇다. ‘50명 증원’을 ‘세비 인하’로 풀 것은 아니다. 이 의원의 접근법에서 현실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국회의원 50명 증원’은 지지 받기 어렵다. 비례대표 확대의 필요성을 충족할 다른 방법이 있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 현행 300명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이 안(案)도 포함해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없다. 이러니 분노한 여론에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는 집단의 심리가 있다. 다수가 함께하면 특정 표적은 생기지 않는다는 논리다. 의원 300명이 뭉뚱그려 ‘50명 증원’을 하면 개별 비난은 묻혀 버린다고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한 것이 의원 개인의 의견이다. 특히 내 지역 경기도 국회의원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50명 증원’에 찬성하는가. ‘50명 증원’에 반대하는가. 지역구민 앞에 솔직하게 답 해보라. 3년 전 표를 줬던 유권자들이다. 공개하고 가는 것이 대의정치의 도리다. 그 의견과 이름에 표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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