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벚꽃 졌다고 공무원들 맘고생 마라/잔치의 본질은 꽃이 아니라 봄이다

“벚꽃축제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느 시장이 언론인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벚꽃축제에는 변수가 많다. 정확한 개화시기를 점치기 불가능하다. 기상 이변이 많아지면서 더 심해진 변수다. 직전의 폭우, 강풍 등도 절대 변수다. 모든 꽃이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홍보까지 해 놓은 축제를 취소하기도 어렵다. 오죽하면 시장이 끌탕을 하나. 봄이면 다가오는 벚꽃축제, 그 설렘의 이면에 있는 공무원의 고민이다. 올해도 맘고생을 하는 행사가 여러 곳에 있다. 수원의 ‘2023 만석거 벚꽃 축제’가 7, 8일이다. 역시 수원 매탄3동 제1회 매여울 벚꽃축제도 8일이다. 안양 석수동에서는 8,9일 벚꽃축제가 있다. 부천은 도당산 벚꽃축제가 예정돼 있다. 평택에서는 특이하게 대학을 개방하는 ‘벚꽃 소풍’ 행사를 연다. 이상 고온으로 이미 맘고생을 했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8.6도였다. 평년 기온은 5.5도다. 여기에 60mm 비, 3~5m 강풍까지 왔다. 벚꽃만 보는 게 아니다. 부대행사들이 있다. 음악회(만석거 벚꽃축제 등), 사생대회(매여울 벚꽃축제 등) 등이다. 참가 희망자나 지원자들이 있다. 취소할 수 없다. 과거에도 이런 고민은 있었다. 무조건 밀어붙였다.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꽃을 피워냈다. 얼음을 땅에 묻어 개화기를 늦췄다. 밑동에 난로를 피워 개화기를 앞당겼다. 효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노력이라도 보여야 했다. 이제 색바랜 ‘구시대 행정’이 됐다. 없어졌다고 본다. 없어졌어야 한다. 참으로 부질없는 낭비 아닌가. 벚꽃축제의 본질은 꽃이 아니라 봄이다. 새로 시작하는 봄을 즐기는 것이다. ‘올해는 벚꽃을 볼수 없습니다’라 안내하고 축제하면 된다. 벚꽃축제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꽃’을 내세우니 ‘꽃피는 시기’에 얽매이는 것이다. ‘벚꽃축제’라는 명칭이 특정 지역 고유행사명도 아니다. 바꿀 이름은 많다. 또 하나, 축제 시기를 유동적으로 잡는 것도 권해 본다. ‘일시’가 아니라 ‘기간’으로 잡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행정이 비를 막을 수는 없다. 그 비로 인한 피해를 막을 뿐이다. 행정이 가뭄을 막을 수는 없다. 그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뿐이다. 행정이 벚꽃을 조절할 수는 없다. 그 벚꽃을 매개로 하는 행사를 잘 진행할 뿐이다. 개화 자체로 인한 부담은 완전히 버릴 때도 됐다. 행사가 자연과 동화되도록 맞춰 나가면 된다. 오늘도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지키는 공무원들은 있을 것이다. 맘고생시킬 필요 없다. 찾아온 시민이 행복해 하면 그걸로 잘하는 것이다.

[사설] 경기 지방의원 절반이 겸직, 어떤 게 본업인가

경기도내 지방의원 절반이 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겸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원이 본업인지, 아르바이트인지 의심스럽다. 지방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시·군의원 463명 중 261명(56.4%)이 겸직을 신고했다. 전체 620건으로, 겸직 의원 1인당 평균 2.4건이다. 경기도의원은 156명 중 77명(49.4%)이 117건의 겸직 신고를 했다. 겸직 보수를 신고한 의원은 41명인데, 도의회가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이 4일 경기도의원 156명과 시·군의원 463명의 겸직·보수액·임대업 현황과 홈페이지 공개 여부, 겸직 심사 여부 등 지방자치법 준수 현황을 발표해 드러난 내용이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기관·단체를 제외하고는 지방의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대신 겸직 신고 내용을 연 1회 이상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특정 겸직 행위가 청렴의무를 위반한다고 인정되면 겸직 사임을 권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군의원 261명이 겸직 신고를 했다. 여주시의회 경규명 의원은 겸직 건수가 무려 15건이다. 수원시의회 박현수 의원은 6건을 겸직하고 있다. 겸직 신고자 중 보수를 신고한 시·군의원은 전체의 25.9%인 117명이었다. 신고 총액은 49억7천653만원, 평균 4천404만원이다. 1억원 이상 겸직 수입 의원은 12명이다. 김현규 포천시의원이 총 2억5천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조문경 수원시의원 2억3천만원, 이윤하 평택시의원 2억1천만원, 김종성 가평군의원 2억원 등의 순이었다. 가평·광명·남양주·수원·시흥·여주·연천 등 7개 시·군의회는 겸직 신고 공개 의무를 위반했다. 과천·안성·양주·화성을 제외한 20곳은 보수를 누락한 채 공개했다. 경기도의회는 아예 겸직 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들에 대한 겸직 허용은 보수가 적은 일종의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겸직 금지시 지방의원에 출마하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의 명목으로 경기도의원은 6천726만원, 시·군의원들은 4천466만원을 받고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겸직을 허용하다 보니 지방의원 연봉보다 많은 금액을 벌어 들이는 의원이 상당수다. 10개 넘는 겸직, 억대 연봉의 지방의원이 의원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지위를 이용한 반칙과 특권은 없는지 우려된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상임위 배정을 금지하고, 겸직 신고 내역에 대한 철저한 심사와 결과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불·탈법 행위에 대한 명백한 징계 규정도 필요하다.

[사설] 하남신도시 베드타운화, 정부 기반시설 조성 약속 지켜야

정부는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할 때마다 멋진 청사진을 발표한다. 교통 불편이 없게 도로망을 확충하고,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충분한 자족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주거와 함께 첨단산업·교육·비즈니스·문화 등 각종 기반시설을 갖춰 쾌적하고 살기 좋은 정주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정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기, 3기 신도시 대부분이 주택 공급에만 치중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주민 불편은 가중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남시의 미사강변도시, 감일지구, 위례신도시 등 3곳 모두 아파트만 빼곡하다. 미사강변도시는 2009년 망월동과 풍산동, 선동 일대 그린벨트를 해제해 추진했다. 546만여㎡에 3만6천여가구(9만5천여명) 규모로 개발됐다. 감일지구는 감일동과 감이동 일원 168만여㎡에 공동주택 1만3천886가구(계획인구 3만4천950명)를 조성하는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올 연말 완공된다.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위례신도시(하남권역)는 학암동·감이동 142만여㎡에 1만496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아파트만 잔뜩 지어 놓고, 당초 약속한 자족 기반시설은 외면하고 있다.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국제컨벤션센터와 호텔 등 비즈니스환경 조성, 직주 근접의 자족도시 조성, 한강~조정경기장~종합운동장 등을 연계한 레저·웰빙단지 조성 등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감일지구는 상업·주거·업무기능이 어우러진 복합 친수공간 조성과 일자리 주거 연계 단지 조성 등을 밝혔지만 이 또한 지키지 않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교통대책 등의 약속을 어겼다. 미사강변도시와 감일지구는 이명박 정부에서, 위례신도시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다. 정부는 하남지역 신도시 개발 발표 때마다 자족기능을 강조하며 기반시설 조성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만 짓고 기반시설을 외면하면 도시의 자족기능이 없고 시민 삶의 질도 떨어진다. 실제 광역교통대책 늑장 대처로 서울 출퇴근 교통난이 심각하다. 하남시는 국무총리실과 중앙부처, 광역지자체 등을 찾아다니며 정부의 자족도시 약속 미이행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남시는 전체 면적 90.05㎢ 중 과밀억제권역(100%), 개발제한구역(71.8%), 한강수계 및 주민지원에 관한 법률(0.2%), 공장설립제한 및 승인지역(87%) 등 중첩 규제에 묶여 있다. 이중 삼중의 중첩 규제는 도시 개발과 시민 정주여건 개선에 장애요인이다. 정부는 아파트만 지어 놓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규제 개선과 함께 교통난 해결, 기반시설 확충 등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사설] 눈앞 공사비 따지다 100년 손실난다/군포 남·북 금정역사, 통합 검토하라

지난달 2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군포를 방문했다. 하은호 시장과 함께 산본신도시를 살펴봤다. 하 시장이 이 자리에서 지역 현안을 건의했다. 그중 하나가 금정역의 통합역사 필요성이다. 원 장관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약속했다. 논의 기관도 일일이 거명해 답했다. 국토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 군포시 등이다. 통합역사 자체를 약속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관계 기관 협의까지는 약속했다. 적어도 중앙에서의 재론을 기대해 봄직하다. 통합 금정역은 군포시민의 숙원이자 현안이다. 수도권 전철1·4호선 환승역이 있다. GTX-C 정차역이 될 역도 있다. 같은 금정에 세워지는 역사다. 그런데 따로 떨어져 증·개축된다. 두 역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게 주민과 시의 주장이다. 선로 배치도 하행선의 경우 GTX노선과 1·4호선 승강장이 분리되지만 상행선은 1개 선로에 GTX와 1·4호선이 직렬로 정차하며 승강장 길이가 길어져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환승거리 증가, 환승체계 비효율성 등이 우려된다고 한다. 이 문제가 지금 다뤄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교통 시설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오랜 기간 바꿀 수 없다. 특히 전철·기차 등은 ‘100년 시설’을 짓는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지금 토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공사를 하는 입장은 어떤가. 본보가 국가철도공단 관계자에게 의견을 들었다. “금정역 북부와 남부역사 사이에 열차 운행과 관련한 각종 시설물이 많아 공사에 어려움은 물론 많은 사업비가 소요된다...유관기관 간 최대한 효율적인 역사가 되도록 협의하겠다” 협의를 하겠다는 원칙론을 말하고는 있다. 하지만 통합 불가 이유가 더 크게 들린다. 공사가 복잡하고 돈 많이 들어 어렵다는 얘기다. 사업성을 따져야 하는 입장이라면 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게 ‘100년 갈 철도 시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불합리한 선택으로 치르게 될 사회적 비용이 무한정 늘어나게 된다. 눈앞의 공사비 절감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면 안 된다. 무한정 반복되는 사회적 비용과의 양정이 필요하다. 금정역 통합 문제에는 이게 필요하다. 궁금하다. 통합금정역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기는 했는가. 복잡해진다는 공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연구한 자료는 있는가. 공사비가 높아진다는데 그 비용을 산출한 근거는 있는가. 남·북 역사 분리 운영에 따르는 사회적 손실은 뽑아는 봤는가. 이런 게 있다면 다 꺼내 놓고 논의해라. 없다면 지금이라도 전문적 분석을 의뢰해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100년 갈’ 철도 역사를 짓는 일이다. 시민이 원하고, 시장이 공약했고, 장관이 약속했다. 제대로 논의해야한다.

[사설] ‘5일 뒤 재범’ 마약사범 석방, 오판되다/前지사 아들에 받은 법원 신뢰 타격 커

남경필 전 경기지사 장남이 구속됐다. 집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다. 이번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풀려난 지 불과 5일 만의 재범이다. 마약류 사건에서조차 극히 드문 경우다. 자연스럽게 5일 전 석방을 살피게 된다. 당시 영장전담 판사가 검찰 영장을 기각했다. 언론에 알려진 기각 사유는 이랬다. “제출된 자료만으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때는 별다른 이견 없이 넘어갔다. 그런데 5일 만에 또 투약했다. 그때 사유를 다시 보게 만든다. 판사 결정을 논평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완벽히 같은 범죄’란 있을 수 없다. 범행 동기, 수법, 환경 등이 모두 다르다. 판사는 이런 요소들을 모두 살피는 유일한 지위다. ‘범죄가 이러니 구속해야 맞다’ 식의 일반적이고 획일적인 판단은 그래서 대개 옳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가늠하게 되는 기준이라는 것도 있다. 기본적으로 법도 최소한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남씨(32)의 이번 사건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고 따져볼 여지가 있다. 상습성은 마약 사범 처벌에 중한 기준이다. 남씨의 상습성은 누가 봐도 증명돼 있다. 2017년 대마를 흡연하다가 붙잡혔다. 중국 베이징과 서울 자택 등에서였다. 구속됐고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올 1월에는 펜타닐 투약 사실을 자수했다. 이러다가 지난달 23일 또다시 체포된 것이다. 영장 기각 당시 남씨는 실형 전과가 있고, 마약 치료를 받고 있고, 마약 투약 자수 사건이 진행 중인 상습범이었다. 대개의 국민은 이쯤에서 구속을 말한다. 그런데 기각됐다. 항간에는 가족사 등을 감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이런 것은 공개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다. 판사가 이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혹 그렇다 치더라도 이와 모순 되는 가족사가 있다. 남씨의 마약 투약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 바로 그 가족들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가족이 그의 격리를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판사가 영장을 기각했고, 남씨를 그 가족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 가족은 남씨를 다시 신고했다. 마약이 우리 주변에 와 있음은 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 수를 나타내는 마약류범죄계수가 있다. 2012년 18, 2015년 23이었다. 이게 2020년 35로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31을 기록했다. 여기에 남씨는 동종 전과, 마약 치료, 범행 자수, 가족 신고 등의 기록까지 있었다. 여기까지로도 기각해야 할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구속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필요성을 말한 걸까. 전직 도지사의 위력은 아닐 것이다. 판사가 봐주기 한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 사법부가 그렇게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남긴 불신은 크다. 일반 국민 눈에 목격된 정황-동종 전과 마약 사범을 석방했는데, 5일 만에 다시 투약해 체포됐고, 그 법원이 이번에는 구속했다-이 그렇다. 전 경기지사 아들 아닌 누구였더라도 결론은 같다.

[사설] 국민연금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 미래 없다

지난달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공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41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고 한다. 이러한 재정 추계는 현재의 출산율 0.78명 수준인 것에 기초했다. 그러나 출산율이 1.4명으로 증가해도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1년 늦춰질 뿐이다. 상기 재정 추계 결과에 의하면 연금 고갈 이후 국민연금을 유지하려면 국민연금 보험료가 2060년에는 월 소득의 30%, 2070년에는 42%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2070년에는 월 소득 300만원인 직장 가입자가 소득의 21%인 63만원(사업자 절반 부담)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이다. 월급 생활자들이 소득의 21%를 보험료로 낸다면 과연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한국은 이미 초저출산·초고령사회로 들어왔다.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이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8.4%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적자 전환 시점을 불과 18년 남겨 놓은 상황이므로 연금 구조 개혁은 더 늦출 수 없는 국정과제가 됐다. 그동안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88년 도입 당시 3%로 시작해 두 번의 3%포인트 인상 이후 25년째 9%에 머물고 있어 현재와 같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연금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권은 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지 못했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국민연금 개혁에 열을 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평균 연금 보험료율은 18.3%로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프랑스는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연금 수령 개시 최소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기로 했으며, 보험료 납부 기간도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연금 개혁안 검토 현황’을 보면 과연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복지전문가를 포함해 총 16명으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 보고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위원들과 소득대체율 인상 불가를 주장하는 위원들 간 대립이 있었으며, 이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보고서인가. 정부는 더 이상 국회를 통한 연금 개혁을 기대하지 말고 과감하게 정부가 책임지고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고 미래 후속 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려면 정치적 고려 없이 연금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특히 연금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최고지도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강조한 연금 개혁을 지속 가능한 제도 정착과 미래의 국가 발전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추진해야 한다.

[사설] 분노∙망신만 남긴 수원공항협력센터/화성에 화성시 반대 지원 사무실이라니

지난달 30일 오전 화성시 봉담읍에서 소동이 있었다. 붉은색 투쟁복 차림의 30여명이 모였다. 머리띠와 조끼 차림의 이들이 찾은 곳은 한 사무실이다. 제대로 된 사무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은 공간이다. 사무실 간판에 ‘상생협력센터’라고 적혀 있다. 무슨 상생을 뜻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무실 앞 대형 현수막에 힌트가 있다. ‘경기(화성)국제공항을 조속히 추진하라’. 그랬다. 30여명은 경기남부 국제공항에 반대하는 화성시대책위원회 소속이었다. 화성국제공항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찬성과 반대 싸움에는 이젠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이날 항의 사태는 성격이 조금 특별했다. 이 ‘허름한’ 사무실의 운영자는 놀랍게도 수원특례시였다. 수원시 공항협력국이 화성시 봉담음에 연 사무실이다. 사무실 간판에 ‘수원특례시’를 적지도 못했다. 공항협력국을 알 수 있는 어떤 표식도 못했다. 기관 사무실에 항의단이 오면 담당 공무원이 나오는 게 상례다. 하지만 누구도 당당히 나서지 못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화성시에서 찬성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다.” 오해 받을 소지가 큰 얘기다. 지금까지 화성지역의 찬성 여론을 다 수원시가 지원해 왔다는 얘긴가. 집회 비용 지원해주고, 사무실 비용 보태 왔다는 것인가. 간접적 지원이야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 화성시 땅에 사무실을 내는 지원이다. 화성시의 공식 입장-공항 이전 반대-에 반대하라고 조장하는 지원이다. 선은 넘는 월권이다. 설명을 하나 더 한다. “공항 정보를 화성시민에게 공유해 드릴 필요가 있었다.” 이 무슨 난데 없는 소린가. 모든 행정 정보가 인터넷으로 오가는 세상이다. 개인 송사(訟事)·개인 질병(疾病)까지 인터넷으로 주고받는다. 공항 논쟁도 쭉 그렇게 했다. 화성시와 수원시가 수많은 정보를 생산 유포했는데, 그거 다 인터넷으로 했다. 인터넷 만화, 인터넷 알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원시가 정보 뿌린다며 화성시에 사무실을 열었다. 전단지라도 뿌린다는 건가. 수원시 해명이 궁색하다. 부끄러움은 시민 몫이다. 화성시와 수원시의 ‘공항 갈등’이 수년째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화가 사라지고 갈등만 남았었다. 그러던 두 시의 작은 교감이 오간다. 민선 8기 들어 형성된 작지만 의미 있는 분위기다. ‘3호선 연장’ ‘신분당선 연장’ 등 현안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런 때 불거져 나온 ‘황당한 사무실 논란’이다. 화성시가 도로 싸늘해졌다.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화성시 행정구역에 야금야금 들어와 일방(찬성)의 목소리를 지원하려고 한 것이다...엄연한 자치권 침해다”. 수원시는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한 것인가. 이 사무실이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고, 화성시가 화 안 낼거라고 생각했나. 수원시가 틀렸다. 사무실은 들켰고, 화성시는 분노했다. 그리고 수원시민은 부끄러워졌다.

[사설] 의료사회복지사 증원, 복지사각 위기가구 발굴해내야

종합병원은 환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 자격 보유자를 1명 이상 둬야 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에 명시돼 있다. 의료사회복지사는 환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의료진과 협력해 환자 및 가족의 심리적·사회적·환경적 문제 해결을 돕고 퇴원 후에도 사회적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건의료영역의 전문 사회복지사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취약계층 환자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의료사회복지사를 두지 않은 종합병원이 많다. 형식적으로 배치하는 경우도 있고, 있어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전국 종합병원 372개소 중 의료사회복지사가 배치된 곳은 306개소다. 66개 병원은 배치하지 않았다. 경기도의 경우 종합병원 72곳 중 12곳에서 사회복지사를 배치하지 않았다. 60곳에 배치된 의료사회복지사의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136명에 달했다.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100명 이상이 30곳이었다. 경기 동북부지역의 한 종합병원은 1명의 의료사회복지사가 400명 넘는 환자를 담당했다. 1명의 사회복지사가 100명 넘는 환자를 담당하는 것은 과부하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 발굴 등 제대로 된 서비스가 어렵다. 대만의 경우 100병상당 1명의 의료사회복지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은 1천100병상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사회복지사가 320명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의료사회복지사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병원 내 의료사회복지사 수를 늘리고, 의료사회복지사와 지자체 간 협력을 활성화해 병원 내 위기가구 발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어 최소 1명만 배치하거 아예 배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에서 보듯, 암투병과 정신질환 등으로 인한 병원비 지출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음에도 단 한 번도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병원 내 사회복지사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의료현장에서 사회복지사는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원 세 모녀 사건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자체와 병원 간 협력이 중요하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배치기준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인력 충원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사설] “국민의힘, 아예 영남당으로 갑니다”

논설실에 온 글부터 소개하려 한다. 국민의힘의 오랜 ‘심정적 지지자’다. “지금 국민의힘은 친윤을 넘어 영남당으로 가고 있습니다. 영남에서 표는 나오겠지만 의석은 더 나올 게 없습니다. 지들끼리 잘해 먹으라는 수도권의 냉소가 파다합니다. 민심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요. 내년 총선은 하나마나한 선거가 될 겁니다. 수도권 원내대표가 돼야 합니다. 경기도 언론이 나서 주기 바랍니다.” 절절하다. 특정 정당 얘기라며 덮고 가기 어렵다. 그의 우려가 곧 국민의힘 현주소다. 정당 지지도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 두 개만 보자. 리얼미터가 27일 발표한 조사다. 국민의힘 37.9%, 더불어민주당 45.4%다.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의 29일 조사다. 국민의힘 36%, 민주당 41.1%다. 둘 모두 국민의힘의 열세다. 주목할 건 추이다. 2월 둘째 주를 정점으로 국민의힘이 급격히 하락한다. 3월 초부터 역전됐다. 자세한 결과가 선관위 홈페이지에 있다. 이쯤 되면 뭔가 분명한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정확히 구획되는 이탈 그룹이 있다고도 봐야 한다. 뭘까. 여권 전체적으로 받고 있는 악재는 있다. 대일 외교 잡음, 노동 정책 반발 등이다. 정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둘 모두 부정 여론이 많다. 분명히 국민의힘 지지도를 빼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 따지기에는 하락폭이 크다. 전통적인 보수층의 마지노선까지 무너진 수치가 나온다. 앞선 ‘투고자’는 그 붕괴의 큰 뭉텅이를 경기도라고 본다. 왜 안 그렇겠나. 당 대표 경선부터 수도권·경기도는 공격받이로 몰렸다. 서울 출신의 나경원이 일찌감치 ‘총’을 맞았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영남파의 공격이었다. 이어 경기 분당 안철수 의원도 공격을 당했다. 공격의 주체는 같았다. 공방이 오가는 시기(2월 중반)에 당 지지도가 50%까지 육박했다. 이후 영남 김기현 대표가 당선되면서 쑥 빠졌다. 당대표와 원내대표(현 주효영)를 영남이 독식하고, 주요 당직에서 경기도가 빠지면서 더 그렇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이다. 하필 이런 때 원내대표를 뽑는다. 김학용 의원과 윤재옥 의원이 얘기된다. 경기도 4선(안성)과 영남 3선(대구달서을)의 대결이다. 둘의 능력을 평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해서도, 할 수도 없는 평가다. 단지 경기도 정서를 전하려는 것이다. 원내대표까지 영남이면 영남당 된다. 경기도는 완전히 배제된 당이 된다. 경기도 당원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 총선 걱정도 이미 시작됐다. 지금 8석조차 부러워질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국민의힘이 가야 할 길을 조언할 필요가 있겠나. 다만, 패배로 가는 조짐을 전해보는 것이다. ‘투고자’와 같은 고견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학용 의원이 당선돼야 할 이유를 단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윤재옥 의원이 당선되면 안 되는 이유를 전하는 것이다. 이 역시 ‘투고자’가 던진 경기 언론의 책임 때문이다. 혹시 모를 윤 의원의 원내대표 불출마 선언을 예상해 본다.

[사설] 외국인 밀집지역 화재 취약, 소방시설 지원 등 안전 강화해야

안산시 선부동의 한 빌라에서 27일 새벽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부부의 어린 4남매가 목숨을 잃었다. 3층짜리 빌라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출입구 부근 거실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발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 7명이 함께 살던 집은 42㎡(12평) 면적에 방 2개, 화장실 1개, 거실 겸 주방이 있는 구조였다. 아버지는 폐가전과 옷가지 등 중고물품을 수집해 수출하는 일로 생계를 꾸려 왔는데 화마가 아이들과 함께 ‘코리안 드림’을 앗아갔다. 이들 가족은 2년 전 원곡동 지하 1층에 살 때도 화재를 당한 적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에 화재가 난 빌라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비슷한 크기의 집들이 모인 이 다세대주택에는 11가구가 거주했다. 가구당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7명씩 총 41명이 살았다. 거주자들은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에 살다 한국으로 온 고려인 후손들과, 화재가 난 나이지리아 가족 등이었다. 한국인 가구는 한 곳도 없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고, 반월산업단지 등 주변 공단에서 일한다. 이들은 시설이 낡고 공간이 좁아도 집값이 싼 지역으로 모여들었고,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선부동과 원곡동의 다세대주택 거주민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선부동에는 1만58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불이 난 다세대주택 반경 500m 안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만 3천명이 넘는다. 원곡동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3만3천179명이다. 이 중 외국 국적 동포(고려인 등)가 1만3천429명(40.47%), 외국인이 1만3천846명(41.73%)에 달한다. 내국인은 전체 10명 중 2명 미만 꼴인 5천895명(17.76%)이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 대부분이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노후 건물인 데다 재난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선부동 일대 다세대주택 중 상당수는 화재경보기는 물론 건물 내에 소화기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전깃줄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고, 쓰레기 더미가 방치된 채 쌓여 있고, 좁은 골목에 주차 공간이 부족해 화재 시 소방 장비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다. 이 지역이 화재 등에 취약하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선부동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5건으로 안산시 25개 행정동 중 가장 많았다. 원곡동도 최근 5년간 13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외국인 밀집지역이 화재, 폭발 사고 등 재난에 취약하다. 동네 자체가 낙후돼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어 개선과 대책이 절실하다. 소화기와 화재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과 안전점검 강화, 화재 예방 교육 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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