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할 때마다 멋진 청사진을 발표한다. 교통 불편이 없게 도로망을 확충하고,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충분한 자족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주거와 함께 첨단산업·교육·비즈니스·문화 등 각종 기반시설을 갖춰 쾌적하고 살기 좋은 정주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정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기, 3기 신도시 대부분이 주택 공급에만 치중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주민 불편은 가중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남시의 미사강변도시, 감일지구, 위례신도시 등 3곳 모두 아파트만 빼곡하다. 미사강변도시는 2009년 망월동과 풍산동, 선동 일대 그린벨트를 해제해 추진했다. 546만여㎡에 3만6천여가구(9만5천여명) 규모로 개발됐다. 감일지구는 감일동과 감이동 일원 168만여㎡에 공동주택 1만3천886가구(계획인구 3만4천950명)를 조성하는 보금자리주택사업으로 올 연말 완공된다.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위례신도시(하남권역)는 학암동·감이동 142만여㎡에 1만496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아파트만 잔뜩 지어 놓고, 당초 약속한 자족 기반시설은 외면하고 있다. 미사강변도시의 경우 국제컨벤션센터와 호텔 등 비즈니스환경 조성, 직주 근접의 자족도시 조성, 한강~조정경기장~종합운동장 등을 연계한 레저·웰빙단지 조성 등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감일지구는 상업·주거·업무기능이 어우러진 복합 친수공간 조성과 일자리 주거 연계 단지 조성 등을 밝혔지만 이 또한 지키지 않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교통대책 등의 약속을 어겼다. 미사강변도시와 감일지구는 이명박 정부에서, 위례신도시는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다. 정부는 하남지역 신도시 개발 발표 때마다 자족기능을 강조하며 기반시설 조성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만 짓고 기반시설을 외면하면 도시의 자족기능이 없고 시민 삶의 질도 떨어진다. 실제 광역교통대책 늑장 대처로 서울 출퇴근 교통난이 심각하다. 하남시는 국무총리실과 중앙부처, 광역지자체 등을 찾아다니며 정부의 자족도시 약속 미이행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남시는 전체 면적 90.05㎢ 중 과밀억제권역(100%), 개발제한구역(71.8%), 한강수계 및 주민지원에 관한 법률(0.2%), 공장설립제한 및 승인지역(87%) 등 중첩 규제에 묶여 있다. 이중 삼중의 중첩 규제는 도시 개발과 시민 정주여건 개선에 장애요인이다. 정부는 아파트만 지어 놓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규제 개선과 함께 교통난 해결, 기반시설 확충 등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사설
경기일보
2023-04-0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