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로사’ 업무관련 입증, 산업재해 시스템 개선해야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중병을 앓거나 목숨을 잃는 근로자가 상당수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산업재해’ 인정을 못받고 있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근로자나 유가족이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 60시간 넘는 과중한 업무는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중대한 질병을 부르고, 급기야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사망 근로자 10명 중 6명이 유족 급여 승인을 받는데,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 승인율은 40% 밖에 안 된다. 의학적인 부분을 유족이 입증하라는 건, 산재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족 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 이유로 사망할 경우 유족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사고 사망 근로자의 유족이 급여를 받은 비율은 90.2%였다. 전체 신청 건수 266건 중 240건이 승인됐다. 최근 5년간 사고 사망의 유족 급여 승인율은 평균 90%다. 반면 질병 사망의 승인율은 현저히 낮다. 지난해 경기도내 질병 사망 유족 급여 신청 279건 중 112건만 승인됐다. 승인율 40.1%다. 2018년 42.2%, 2019년 42.0%, 2020년 45.1%, 2021년 51.9% 등 산재 승인율이 많이 낮다. 과중한 업무에 중병을 얻거나 사망해도 유족들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거나 증거가 부족해 산재 승인을 못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최근 4년 뇌·심혈관질병 업무시간별 산재 승인 및 유족 급여 승인 현황’을 보면, 지난해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경우가 93.4%에 이르렀다. 뇌·심혈관질병은 대표적인 과로사 질병이다. 최근 4년간 통계에서도 주 60시간을 일하다 뇌·심혈관질병으로 숨져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반면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 승인율은 10%대로, 8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과로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질병 사망 근로자는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사망과 달리 인과관계 입증에 한계가 있다. 뇌·심혈관질환은 증거 부족 등으로 승인받기가 더 어렵다. 전문가들은 업무상 질병을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 소속 질병판정위원회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판정위원들의 인식 수준, 가치관 등의 차이로 질병 판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판정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질병판정위의 결과가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극적으로 인과 판단을 할 수 있게 기준 변경 등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과로사로 가족을 잃었는데 산재 인정을 못 받으면 안 된다. 과로사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사설] 50명 기관 받느라 20만 방문 기관 폐쇄/에코센터 폐쇄한 김포 행정 문제 있었다

다시 봐도 경기도의 공공기관 이전은 문제가 있었다. 대선을 앞둔 이재명 당시 지사의 이벤트였다. 촉박한 이 절차에 여러 개 시·군이 맞장구를 쳤다. 김포시도 그렇게 달려들어 기관 하나를 얻었다. 직원 50여명의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다. 급하게 응모하다 보니 사무실 공간이 없었다. 생각해낸 게 기존의 김포에코센터였다. 때마침 안전 보강공사를 하던 시기였다. 2021년 말 진흥원을 입주시켰다. 시민에게는 ‘공사 중 폐쇄’로 계속 안내했다. 진흥원의 에코센터 사용 계약이 올해 말로 끝난다. 이러자 상황이 공개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다. 진흥원의 사무실 이전 조짐이 없다. 이전 계획도 없고 관련 예산 책정도 없다. 에코센터를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공사 중’ ‘일시 폐쇄’로는 더 이상 덮고 갈 수 없는 상태다. 알음알음 알려져 많은 시민이 알게 됐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김포시 행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다. 에코센터는 2015년 개관했다. 한강변 천혜 환경과 어우러졌다. 폐쇄 직전 방문객이 연 20만명이었다. 수도권 주민의 휴식·관광·교육 공간이었다. 반면 진흥원 상주 인력은 50여명이다. 그 업무에 휴식·관광·교육 역할이 있을 리 없다. 한강변 천혜 환경이 굳이 진흥원의 입지 조건인 것도 아니다. 중간에 혈세가 10억원이나 낭비됐다. 2019년 대대적인 안전 보강공사에 들어간 돈이다. 에코센터냐 진흥원이냐. 쉽게 내릴 판단이 아니다. 과정의 행정 처리도 실망스럽다. 시민에게 상황을 충분히 알리지도 않았다. 2022년 7월6일 센터 입구에 이런 안내문이 나붙었다. ‘에코센터 외벽 노후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로 당분간 출입을 금지합니다-김포시 공원관리과-.’ 에코센터에 진흥원이 입주한 것이 2021년 말이다. 안내문이 게첩되던 시기에는 이미 진흥원이 입주해 있었다. 센터 SNS 홈페이지는 지금도 이상하다. 운영하는 건지, 폐쇄한 건지 애매한 상태다. 본보 취재진이 김포시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진흥원이 내년에 이전될 것으로 예상된다...(진흥원 이전 후에는)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 여전히 확정적이지 않다. ‘이전이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계약 만료가 올해 말이다. 사무실을 마련하고, 필요 예산을 심의할 시점이다. 그런데 결정된 게 없는 듯하다. 2020년 혼란이야 경기도에서 출발했다고 치자. 갑자기 이벤트를 연 게 경기도였다. 하지만 그 뒤로는 김포시의 선택이었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에코센터를 내줬다. 김포시의 소통 부족이다. 그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포시의 안내 부족이다. 50명 기관 유치에 20만 방문객을 등한시했다. 김포시의 판단 부족이다.

[사설] 고양 시청사·이천 화장장 논란/道 감사에 순응할 것 약속해라

경기도가 밀고 가는 ‘도민과 함께하는 감사 4.0’이 있다. 민선 8기 김동연호가 의욕적으로 선보인 감사시스템이다. 지난 3월 김 지사가 제도의 의의를 설명했다. 도민이 직접 감사에 참여하는 통합적인 감사시스템이라고 했다. 핵심은 경기도형 감사위원회 도입에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위원들의 합의로 이뤄지는 합의제 감사시스템이다. 그만큼 독립성, 민주성, 자율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경기도 감사가 틀을 바꾼 것은 또 있다. 감사를 위한 감사에서 탈피해 실효성 위주의 감사를 펴고 있다. 여기엔 민선 7기에서 있었던 남양주시 종합감사로부터의 교훈이 있다. 지역화폐 사용 강권에서 시작된 보복 감사 논란이 컸다. 결국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에서 경기도는 패소했다. 시군별 종합감사보다는 사안별 지정감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연스럽게 민생·안전 등 도민생활 밀접형 감사로 모아진다. 이런 도 감사 방침이 도민 앞에 평가 받을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가장 뜨거운 두 가지 현안이 감사 대상이 됐다. 고양특례시 청사 백석동 이전 논란과 이천 시립 화장시설 설치 논란이다. 고양시청사 논란은 고양 시민 211명이, 이천 화장시설 논란은 이천시민 166명이 청구했다. 도가 규정에 따라 감사 청구 신청의 절차 및 규정을 검토했다. 그 결과 모두 유효한 청구로 판단해 최종 수리했다. 앞으로 최장 60일간의 감사를 거쳐 그 결과를 청구인과 관할 시에 통보한다. 해당 지역민의 관심이 크다. 둘 다 행정기관 결정에 대한 시민의 이의 제기다. 행정기관에서는 집단의 이기주의라 볼 것이고, 청구인 측에서는 절박한 자기 방어라 항변할 것이다. 이런 첨예한 대립 속에 감사 대상 문제점이 지목된 것이다. 모든 의혹을 섬세하게 훑어가는 감사가 돼야 할 것이다. 옳고 그름을 사안마다 명쾌하게 결론 내야 할 것이다. 막판 처분에도 멈칫거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감사가 권위를 가질 수 있다. ‘감사 4.0’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감사 대상자들도 감사 결과에의 수긍을 약속해야 한다. 두 사안 모두 상당 기간 진통을 겪은 상태에서 도 감사에 부쳐졌다. 새롭게 추가될 진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미 제출된 의혹과 이에 대한 감사실의 진위 확인, 그리고 거기서 도출되는 결론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이 조사 과정에 순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도 감사는 가장 종국적인 행정 결론이다. 이 귄위에 따르겠다고 모두 약속해라. 특별한 오류가 입증되지 않는 한, 우리도 60일 뒤 판단을 존중할 것이다.

[사설] 영화관, 청불영화에 학생 통과/손님 없다며 학생에 술 파는 꼴

영화의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은 규범이다. 모든 영화가 상영 등급을 분류 받는다. 영화진흥법에 의거한 5등급이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도 그 가운데 하나다. 각 분류에 의해 관람객 제한이 이뤄진다. 영화관은 이 규범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처벌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정해진 형량이다. 학생 지도부 교사에 의한 훈육이 아니라 법률에 의한 형벌이다. 청소년의 음란·폭력물 접근이 손쉽다. 새로울 것도 없는 세태가 됐다. 그렇대도 청불영화 지도 정책의 가치는 여전하다. 제도권이 지켜야 할 규범이고 최소한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게 엉망으로 관리되고 있다. 영화관들이 현장에서 그렇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경영난을 이유로 든다. 경영 악화를 보완하려고 자율입장제라는 걸 도입했다. 티켓 확인 없이 자율적으로 입장하는 방식이다. 검표 요원을 줄인 셈이 됐다. 멀티플렉스 3사 등에서 도입했다. 본보 취재진이 현장을 가 봤다. 청불 영화를 상영하던 용인시 한 영화관이다. 전광판에 ‘입장 가능’이 공지되자 관람객이 들어갔다. 미성년자로 보이는 관람객도 있었다. 하지만 관람객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같은 날 수원시 영화관도 비슷했다. 역시 출입을 담당하는 직원이 없었다. ‘자율 입장을 하니 표 확인 없이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관람해 달라’는 안내문이 전부였다. 굳이 이 취재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곳곳에서 고발되고 있는 실상이다. 코로나19에 술집들도 힘들다. 그렇다고 학생 입장시켜 술 팔지는 않는다. 영화 등급은 엄연히 법이 명문으로 분류했다. 또 다른 법은 그 등급 위반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영화 산업이 흥하고 작품이 다양화될수록 이 기준의 중요성은 커진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아주 기본적인 규범 중 하나다. 이게 현장에서 무너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영화관 운영자 측의 경영 이익이다. 코로나19로 고객이 줄었으니 검사 인력을 줄였다는 얘기다. 말 안 된다. 취재진에 영화관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관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상영 중인 경우 더 꼼꼼하게 확인해 입장시킬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게 직원 교육의 문제인가. 아예 검사할 직원을 없앴다. 직원이 아니라 경영진이 내린 선택이다. 이래 놓고 누구에게 뭘 교육하겠다는 건가. 선정·폭력·범죄·사행·자살·약물·차별·선동·저속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지키는 일이다. 극장 인건비로 퉁칠 일 아니다. 단속해야 한다. 그리고 엄벌해야 한다.

[사설]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엄정한 법적 규제 필요하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유포하는 ‘가짜뉴스’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영어로 ‘fake news’로 표기되는 가짜뉴스는 유튜브, 카카오 톡, 이메일과 같은 SNS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만연함으로써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격까지도 추락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 엄정한 법적 규제가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일일이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표적 사례는 2008년 광우병 사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 광우병에 대한 가짜뉴스를 전파시킴으로써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광우병 관련 핵심 보도가 모두 허위로 법원에서 판결났지만 어느 언론기관도 광우병 관련 보도에 대해 사과하지도 또한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어 국회의 권위를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정치 파장까지 야기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 당시 야당 정치인이 “박정희 통치자금이 300조원”이었다고 말했는가 하면, 최근에도 야당 정치인이 ‘대통령·법무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운운했다. 그러나 이들 뉴스도 명백히 허위로 판명됐으나, 아직까지 이런 가짜뉴스 유포 정치인들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들 정치인들은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는 물론 상당한 후원금도 받았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미국의 방송매체인 폭스(Fox)방송사가 지난 2000년 11월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 후 반복적으로 방송한 ‘개표기 조작’ 의혹 보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투·개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Dominion)에 7억8천750만달러(약 1조391억 원)를 물어주기로 합의했다. 폭스방송사는 가짜뉴스임을 인지하고서도 당시 트럼프 후보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상황에서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을 방송을 통해 집중 보도했다. 이에 투·개표기 제조업체가 폭스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폭스방송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약 1조원 배상에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공개된 합의금 중 가장 큰 액수일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가짜뉴스까지 보호되는 것이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아니며 오히려 가짜뉴스의 경우, 엄정한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 특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유포하는 가짜뉴스는 설령 면책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언론단체에서 우리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가짜뉴스를 퇴출시킬 방법을 심도있게 논의, 엄정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기 바란다.

[사설] 김포수상버스 구상, 뱃놀이 대책인가

때론 순발력이 행정의 본질을 망칠 때가 있다.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그걸 새삼 본다. 여성 승객 두 명이 쓰러진 게 11일이다. 혼잡으로 인한 질식이었다. 김포시가 수륙양용버스를 제안했고 서울시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4일인데 곧 문제점이 제기됐다. 빨라야 시속 18㎞를 넘지 못한다. 대당 가격이 20억원에 달한다. 운임이 2만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 그러자 서울시가 4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물에서만 운항하는 리버버스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런저런 보완책을 함께 밝혔다. 우선 김포시 행주대교 남단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까지 30㎞ 구간에 선착장 10곳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구간 내 한강 전체를 리버버스 운항권으로 만드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접근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보인다. 속도를 시속 50㎞까지 높일 수 있고, 1회 수송 인원도 200명 안팎이 될 수 있다며 리버버스의 장점도 설명했다. 신속한 대안 마련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실성 검토는 이보다 중요한 문제다. 문제점은 여전하다. 기본적으로 육상교통과 수상교통의 연결이다. 아무리 촘촘해도 접근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착장에 이르는 환승에 추가 교통수단 이용이나 도보가 불가피하다. 도시민들의 출퇴근 시간은 촌각을 다툰다. 버스 한 번 더 타고, 10~20분 더 걷는 수단은 대안으로 가치가 없다. 이창무 박사(한양대 도시공학과)도 “시민들은 퇴근하다 장을 보는 경우도 많다. (개인의) 여러 활동이 하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져야 비로소 대중교통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김포시민들인데, 들고 일어났다.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하는 한강신도시 주민들의 모임인 한강신도시연합회가 있다. 인터넷 소통 공간에는 ‘한심한 발상이다’ ‘30분 이상 소요될 텐데’ 등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여론이 이러니 김포지역 정치권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김포시의회 정영혜 의원은 “김포시민을 위한 대책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비난했다. 지역 도의원들도 공동 입장문에서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고 현실성도 없는 대책’이라고 힐난했다. 국내에는 충남 부여 백마강에 수상교통(수륙양용버스)가 운영된다. 이번 대책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현장을 점검했다. “여러분, 수상 관람 즐겁게 하세요. 입수합니다.” 점검 결과는 ‘여흥용 탈 것’이었다. 출퇴근용으로 어림도 없음이 다각도로 증명됐다. 30, 40년 전, 한강에 보트식 수상택시가 등장했었다. 혁명적 대체 교통수단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고 사라졌다. 접근성, 경제성의 한계다. 그 문제 그대로인 수단을 더구나 대중교통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논평한다. 이번 발상은 옳지 않다. 항구적인 대안은 더구나 될 수 없다. 뱃놀이 대책이 아니라 출퇴근 대책을 내야 한다.

[사설] 경기 年500명 산재사망, 기업이윤보다 근로자 안전 우선돼야

일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근로자들이 있다. 하루 5명이나 된다. 일터에서 사고와 질병 등으로 생을 마감한 ‘사망 근로자’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2천105명이 사망했다. 경기도내 사망 근로자는 2018년 399명에서 지난해 500명으로 늘었다. 2022년 기준 전국 사망자 2천223명의 22.4%를 차지한다. 본보가 5월1일 근로자의 날 50주년을 앞두고 ‘경기도 근로자 재해 실태’를 분석해 보도했다. 경기도의 근로자 수는 최근 5년 평균 469만여명에 이른다. 5년간 도내 사망 근로자는 총 2천222명이다. 이 중 65.8%인 1천464명이 제조업(692명)과 건설업(772명) 종사자다. 제조업은 질병 사망자가, 건설업은 사고 사망자가 많았다. 5년간 도내 질병 사망자는 총 1천60명인데 제조업이 41.3%(438명)를 차지했다. 사고 사망자는 총 1천162명인데 53.1%(618명)가 건설업이다. 산업재해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많았다.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해 산재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어서다. 지난해 도내 사망자 500명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375명(75%)이 사망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는 2020년 310명, 2021년 357명, 2022년 37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업장 규모가 영세할수록 사망자 비율이 높다. 전체 사망자의 약 30%가 근로자 ‘5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나왔다. 대기업에 비해 근로자들의 안전 교육이나 실습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산업재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받지 않아 사망자 비율이 특히 높다. 또 근속연수가 짧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사망자가 많았다. 초보자는 일이 미숙해 사고가 많다. 지난해 사망자 500명 중 ‘6개월 미만’의 사망 근로자가 43%(215명)에 달했다. ‘10년 이상’의 고숙련자도 고령 및 안전 불감 등에 의해 사망자가 많다. 질병 사망자의 경우는 고숙련, 고연령대 근로자가 많았다. 경기도에는 소규모 사업장이 몰려 있다. 이들 사업장은 안전 관련 비용을 투입하지 못해 사고 위험이 더 높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 또한 소규모 사업장의 산재 사망을 부추긴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일보의 근로자 재해 실태 보도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업안전 대책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한다. 기업 이익보다 노동자 안전이 우선이다. 더 이상 노동자가 일하다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설] 빨리 사라진 불법, 빨리 되살아난다/건설 노조 폭력, 발본색원 의지 필요

경기남부경찰청이 대한건설산업노조원 3명을 구속했다. 로더 총괄본부장 등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동 공갈 및 업무 방해다. 공사현장에서 노조 소속 장비를 쓰도록 업체를 협박했다. 전국 공사현장 10여곳에서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지속적으로 범행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하는 수법도 썼다. 이렇게 챙긴 수익이 15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말이 집회지 속된 말로 ‘깽판’이다. 확성기로 개 짖는 소리를 틀어댔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총소리까지 사용했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관리한 장비는 로더, 굴삭기, 로우베드(저상 트레일러) 등 다양하다. 건축주나 업체가 손들 때까지 괴롭혔다. 끝내 같은 노조원이 일을 따내고서야 끝냈다. 공범 7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피해 현장이 수십곳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노조 등을 상대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건설 현장에서 흔히 봐 오던 ‘노조 난장판’이다. 대형 확성기를 통해 선동적 노래를 틀었다. 충돌이 생기면 인근 현장의 노조원들이 몰려들었다. 대형 건설 현장은 물론 주택가 건축 현장까지 이랬다. 인근 주민의 피해가 속출했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 없었다. 접수를 하더라도 처벌 의지가 안 보였다. 신고를 반복해도 소음은 계속됐다. 되레 건축주나 업체 측을 향한 주민 원성만 커졌다. 적발된 이들이 내놓은 항변이 어이없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었다.” 그들이 쫓아냈던 장비 운영자들 역시 노동자다. 그들과 똑같이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에서 일감과 생존권을 빼앗은 것이다. 이런 노동자 탄압 범죄를 저지르고 어떻게 ‘노동자 권익’을 말하나. 아무리 막 던지는 말이라도 그렇지. 그들의 ‘권익을 보호할 노동자’는 뻔하다. 그들이 속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다. 그 외 노동자는 착취 대상일 뿐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이 도내 건설 현장을 뒤지고 있다. 수사가 계속되면서 도내 건설 현장의 불법이 꼬리를 감췄다. 확성기도 없어졌고, 집단의 위력도 사라졌다. 강력한 공권력의 권위가 되살아났다. 단기간의 변화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때까지 건설노조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 오랜 현장을 확 바꾸는 데 1년이 안 걸렸다. 잘하는 일이다. 걱정되는 측면은 있다. 무법천지로 되돌아가는 시간도 짧을 수 있어서다. 발본색원(拔本塞源)의 수사 의지가 더욱 필요하다.

[사설] 투자 유치, 가장 김동연스러웠다

우리는 얼마 전, 김동연 경기지사의 정치적 발언을 논평한 바 있다. 몇 달 새 집중적으로 나왔던 ‘대통령·정부 비난 발언’이다. 이태원 사태, 국가수사본부장 사태, 대일 외교 등 고비마다 등장했다. 언론이 ‘대권 발언’으로 포장하기 딱 좋은 워딩이다. 이에 ‘취임 아홉 달, 지금은 일할 때’라고 제언했다. 민선 지사 7명의 행정과 대권병(病)을 예로 들기도 했다. 김 지사 측이 이런 지적에 귀를 기울였다고 보진 않는다. 정치적 발언이 줄어든 것 같지도 않다. 사실 정답도 없는 문제다. 나름의 판단과 측근의 조언이 있을 것이다. 주도면밀한 정치적 셈법도 했을 것이다. 그것까지 평할 일은 아니다. 대신 모처럼 보여진 ‘김동연스러움’을 논하려고 한다. 김 지사는 경제 현장을 뛸 때 역시 빛났다. 미국을 휩쓸다시피 하며 외자유치를 해냈다. 미시간·뉴욕·코네티컷·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 등 5개 주를 다녔다. 4개 해외 기업에서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유치 내용도 구체적이다. 실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ESR켄달스퀘어㈜ 유치는 23억달러(약 3조원)짜리다. 고용효과 5천여명, 경제유발효과 2조5천억원, 연간 세수 130억원 이상이다.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사와도 5천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역시 산업용 가스 기업인 린데(Linde)사와도 3억8천만달러(약 5천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반도체 소재 분야 기업인 미국 인테그리스사는 종합연구소를 수원시에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150명의 석·박사 고용이 기대된다. 유치 과정에서 보여진 김 지사의 두 가지 무기가 있다. 하나는 경제 전체를 보는 식견이다. 반도체 기업을 만날 때는 반도체 중심 경기도를 설파했다. ESR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유치할 때는 RE100 실천 등 기후 변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공감을 얻어냈다. 또 하나는 경기도를 맞춤형 투자처로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약속과 신뢰다. 주요했던 게 원스톱 지원 서비스 구축이다. 그가 왜 미래성장산업국과 반도체산업과를 신설했는지 이제 설명된다. 틀림없이 이면에서 함께 뛴 조력자들도 있을 것이다. 대체로 경기도 공직자들일 이들의 역할도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그 당연함을 뒤로 하고 여기서는 김동연 지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논한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전문가적 견해와 국내외 경제를 조망하는 넓은 시야, 경기도 행정을 조율할 수 있는 현실적 지위 등이다. 이런 모습이 ‘김동연스러움’ 아닌가 싶다. 10개월 전 ‘김동연 후보’를 선택한 경기도민의 기대 아닌가 싶다. 도민이 좋아한다. 아주 잘한 일이다. 평가에 인색할 이유 없다.

[사설] 국회는 선거법 개정을 조속 확정하라

국회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입법권을 갖고 있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공포하면 국민들은 법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러나 막상 법을 제정하는 권한을 가진 국회는 국민에게 법을 지킬 것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은 잘 지키지 않아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고 있다. 국회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잘 지키지 않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공직선거법이다. 선거법 제24조의2(국회의원 지역구 확정)에 의하면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라고 분명히 규정돼 있다. 따라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24년 4월10일에 실시돼 국회는 지난 10일까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지역구를 확정해야 했지만, 국회는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못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구 확정문제는 매번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국회 스스로 지키지 않고 선거일 임박해서, 그것도 졸속으로 여야 이해관계에 적당히 맞춰 처리함으로써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도 선거일을 불과 100일 정도 남겨놓은 2019년 12월29일, 소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함으로써 위성정당까지 급조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선거법이 개정, 선거가 실시됐다. 당시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가 실질적으로 확정된 것은 2020년 3월7일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4월15일이었으니, 불과 40여일 앞두고 선거구가 확정됐다. 제21대 국회는 선거법 개정 과정 혼란만큼이나 국회 구성 후에도 현재와 같이 여야가 싸움만 하는 국회가 운영돼 국민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 규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적 비난의 쇄도로 국회는 내년 총선을 위해 선거법을 개정하기로 원칙적 합의는 했지만, 지역구 의석수, 비례대표 선출 방법 등 세부적 사항에 대해 여야 간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회는 19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를 개최, 선거법 개정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한다고 하면서 지난 10일부터 나흘에 걸쳐 100명의 국회의원이 발언을 했지만,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의원 개인 생각을 차례대로 쏟아낸 ‘말잔치’ 수준에 불과했다. 국회정치개혁특위는 지난달 17일 소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개안을 국회 전원위원회에 회부했으나,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국회는 표의 등가성, 비례성 등의 원칙에 의해 유권자의 의사가 최대한 공정하게 반영되는 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선거법 개정이 ‘현직 국회의원들을 위한 선거법’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되는 선거법’으로 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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