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마스크 대란

미국 사는 친구가 연락이 왔다. 한국의 메르스를 심각하게 걱정하면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보내주면 어떻겠냐고. 품절이라 살 수 없다는 뉴스를 접한거다. 주변에 한국에서 마스크와 세정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단다. 괜찮다고 했다. 어제 아침 한 지인이 보내준 사진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담겨있었다. 주말에 평택에서 열린 결혼식 사진인데 신랑ㆍ신부와 하객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무슨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병원은 물론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부터 은행, 쇼핑센터, 영화관, 길거리 행인들까지 너도 나도 마스크다. 메르스 공포감이 커지면서 예방법 중 하나인 마스크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약국이나 온라인 등에선 마스크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메르스 사태로 N95, KF94 같은 보건용 마스크가 특히 인기다. N95 마스크는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착용을 권고한 것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인증을 받았다. 95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입자를 95% 이상 걸러준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KF94와 동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Korea Filter) 마크를 단 마스크는 KF80ㆍ94ㆍ99 세 종류가 있다. 수치가 높을수록 미세입자를 걸려내는 효과가 뛰어나다. N95 마스크는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의료진을 위한 것으로 일반인은 일반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는 등 위생수칙만 잘 지켜도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불안감이 워낙 크다 보니 보건용 마스크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마스크 판매량은 메르스가 발병한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24% 증가했다. 마스크 판매가 높은 겨울 시즌(1월 20일~2월 2일)과 비교해도 834% 증가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이 틈을 타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업자들도 나타났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마스크 구매 가능한 곳이라는 문구를 걸고 각종 오픈마켓 사이트 주소가 공유되기도 한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메르스가 하루 빨리 진정돼 마스크를 벗는 날이 곧 왔음 좋겠다. 맘도 입도 너무 답답하니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무궁화 사랑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가사가 나온다. 무궁화는 여름 내내 이어 피기를 계속하는 꽃의 특성처럼 끊임없는 외침 속에 고난을 겪으면서도 5천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다. 질곡의 근세를 살아온 세대에게 무궁화는 애국의 상징이었다. 삼천리 강산이 무궁화 꽃으로 뒤덮이는 이상향을 그리기도 했다. 무궁화를 국화로 한다는 법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궁화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 됐다. 국기봉이 무궁화의 꽃봉오리 형상으로 만들어졌고, 정부와 국회 포장이 무궁화 꽃 도안으로 채택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63년부터는 무궁화를 감싸고 있는 한 쌍의 봉황새 무늬를 대통령 휘장으로 쓰고 있다. 무궁화는 세계적인 정원수로 수많은 품종이 있다. 색깔도 빨강, 분홍, 보라, 흰색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 꽃의 표준으로 정한 것은 분홍 꽃잎 가운데 붉은 무늬가 있는 홍단심과 흰 꽃잎 가운데 붉은 무늬가 들어간 백단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무궁화가 우리 꽃이라는 이유로 뽑아버렸다. 무궁화가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자 꽃가루가 살에 닿으면 부스럼이 나는 부스럼 꽃이라는 말을 퍼뜨리며 뽑아 불태웠다. 혹은 화장실 옆에 심는 등 천대받는 나무로 전락시켰다.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무궁화를 지켜왔다. 그런데 현대 들어와서 무궁화가 홀대받고 있다. 올봄 벚꽃축제에 300~5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는데 무궁화 축제를 가 본 국민은 얼마나 될까.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벚꽃축제와 무궁화축제 현황을 비교한 결과, 벚꽃축제는 4월 여의도 봄꽃 축제를 비롯해 전국에 10여개나 되는데 무궁화 축제는 10월 홍천에서 열리는 축제가 유일하다. 광복절을 전후해 무궁화 전시회와 축제가 열리지만 규모가 작고 산발적으로 열려 호응도가 낮다. 가로수도 벚나무가 140만 그루로 가장 많고, 5위를 기록한 무궁화는 주변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꽃 무궁화를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무궁화를 국화로 명문화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무궁화 보급 및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 지도자들이 무궁화에 관심을 갖고 청와대와 국회 주변부터 무궁화를 심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무궁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 중이다. 일회성이 아닌 진정성 있는 무궁화 사랑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메르스

대한민국은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다. 메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개인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꺼리며 자신을 보호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는 자신은 물론 배우자, 부모, 자식들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의 발로이다. 또 친구와 친척, 직장동료 등 지인들도 포함해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안전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다만 메르스에 대처하는 행동을 어디까지,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가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듯하다. 우리 가정에서도 메르스 여파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느냐 마냐를 놓고 작은 의견 대립이 있었다. 아이는 엄마의 판단으로 지난 3일부터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란다. 학교에서도 결석 처리를 하지 않고 있고, 다른 부모들도 상당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도 주장한다. 이에 반해 휴교된 학교도 아닌데 결석처리를 안 한다고 학교까지 안 보내는 것은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해 학교를 보내는게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아이 교육 문제는 엄마의 판단을 우선시하기에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8일날 모 종합병원에서 수술이 잡힌 아버지는 본인 걱정보다는 자식들 걱정이 우선이다. 수술 후 3~4일 후면 퇴원하니 병원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신다. 특히 손주들과 며느리는 절대로 오지 말라고 한다. 자식된 입장에선 의료 종사자들도 메르스 주요 전파 경로 중 하나라니 또다른 걱정이다. 물론 해당 병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말이다. 다시 한 번 깊은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일말의 감사함도 있지만, 국민 대다수는 한없이 불안하다. 날이 갈수록 3차 감염자와 사망자의 증가 등 확산 일로를 걷고 있는 작금에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또다시 깊어지고만 있다. 앞으로라도 적극적이고 적절한 정부의 대처를 바랄 뿐이다. 이를 통해 메르스라는 폭풍이 대한민국을 하루빨리 지나가길 염원한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천자춘추] CCTV 의무화, 신뢰받는 기회로

안녕하십니까? 도내 1만3천500여 개 어린이집을 대변하고 있는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장으로서 앞으로 4개월간 독자 분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부족하지만 20년의 어린이집 운영 경력과 연합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보육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선 지난 4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필자의 생각과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논란은 많았지만 법 개정으로 CCTV설치가 의무화 되었으니 이를 통해 어린이집과 학부모간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는 교량적 역할이 되고 학부모님의 불안을 해소하여 자녀를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어린이집연합회도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열심히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보육교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감시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영유아의 인권에도 상처를 주는 일 없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촬영된 CCTV 영상은 누구도 사전 민원이 없이 확인하거나 감시기구가 되지 않도록 민원이 발생했을 때에 한하여 당사자들이 일정시간을 확인하여 진실을 규명하는 용도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엄중한 처벌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금번 통과된 개정법안 내용 중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보육현장에서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요구를 했던 보조교사 배치가 의무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린이집 각 반마다 복수의 교사를 두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보육교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전할 수 있으며, 수업준비에도 매진할 수 있어 학부모님들이 요구하는 질 높은 보육 실현의 첫 단추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부족을 빌미로 사장되는 법이 되지 않도록, CCTV설치와 동시에 보조교사 배치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부모와 언론이 지속적으로 주목하여 살펴야 할 것입니다. 보육의 질이 높아지고 신뢰와 믿음이 쌓인다면 저출산 문제, 맞벌이 가정의 양육문제 해결과 동시에 여성의 적극적 사회참여 증대에 기여할 것입니다. 끝으로 연정을 하고 있는 경기도가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고 보육교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보조교사 의무배치를 가장 먼저 시행하여 전국에서 보육환경이 가장 앞서 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최창한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지지대] 미군공여지특별법과 개정안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에서 법안을 마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동두천ㆍ양주)을 통해 발의했던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이 개정에 개정을 거쳐 지난 2010년 국회를 통과했다.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모두 이전키로 하면서 얻어낸 성과다. 평택의 희생으로 동두천, 의정부, 하남 등 그동안 미군기지가 주둔하면서 지역발전에 발목을 잡혔던 지자체들이 큰 환영을 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의 주요내용은 △발전종합계획 승인시 그린벨트 등 토지이용 규제완화 △산업단지 공급물량 별도 허용 △4년제 대학 신설 허용 △환경오염 조사 및 치유대상에 공여구역 주변지역도 포함 △종합계획에 따른 기획예산처 예산 요구 및 지원 등이다. 경기도는 만족하지는 않으나 당시 수용했으며, 이를 토대로 현재 평택에서는 미군기지 이전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법이 뒤늦게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충북 단양이 지역구인 송광호 의원이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제한하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지난 4월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송 의원 등이 개정안을 낸 이유는 명분상 지방의 규모가 작은 시ㆍ군 단위를 제외한 광역시에 소재한 지방대학의 수도권(경기도내 미군공여지) 이전만을 허용하자는 것이지만 근본 목적은 세명대의 하남 이전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성호 의원이 또 나섰다. 그는 경기북부지역에 위치한 미군기지들을 새누리당 조원진, 이철우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구와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하라고 화를 숨기지 않았다. 송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소위 통과를 대구와 김천을 지역구를 둔 두 의원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정 의원으로서는 흥분할 만 하다. 하남의 이현재 의원 등 지역구에 미군공여지가 있는 의원들이 가세하고 있다. 국회가 논의와 타협의 장임에도 당시 논의치 않고 이들이 뒤늦게 개정안을 내 경기북동부 주민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한마디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 결론은 이달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느냐 마느냐다. 법사위가 이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지도 주목된다. 동두천이나 하남, 의정부 등 주민들에게 잔인한 6월이 되지 않는 결정을 기대해 본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병원 공개 금지-왜?

에이즈(AIDSㆍ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는 80ㆍ90년대 언어였다. 세계적 스타들의 감염과 죽음이 공포를 키웠다. 세기의 미남 배우 록 허드슨이 1985년 숨졌다. 그룹 퀸(Queen)의 싱어 프레디 머큐리도 1991년 숨졌다. 프레디가 사망 하루 전 밝힌 에이즈 고백에 팬들이 경악했다. 대한민국에 에이즈 공포가 상륙한 것도 그때다. 확인되지 않는 감염 경로에 모두가 모두를 경계하는 의료 불신의 사회가 됐다. ▶필자가 동문(同門) 친구의 감염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수원 모 병원 마취과장이었던 또 다른 친구로부터였다. ○○가 에이즈다. △△병원에서 확진돼 보건소로 넘겨졌다. 권선 보건소장과는 친분이 있었다. 기자와의 대화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만은 달랐다. 환자 유무도, 병원 이름도 확인해 줄 수 없다. 그러면 나 잘린다. 결국 기사는 독자가 알고 싶어 하는 모든 걸 생략한 채 나갔다. 며칠 뒤 마취과장은 병원을 그만두었고, 몇 달 뒤 감염된 친구는 숨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문이 있다. 환자 신상을 비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 자신의 인권을 위한 제도다. 그러나 병원의 경우는 다르다. 일반 국민은 에이즈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을 알고 싶어한다. 그런 병원을 찾지 않을 권리도 있다. 이에 반해 병원은 환자 입원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경영상 타격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 두 개의 권리 가운데 국가는 병원 손을 들고 있다. 어떠한 경우도 병원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지금 그 문제가 또 불거지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휩쓸고 있다. 어제(1일) 1명이 숨졌고, 오늘 새벽 또 1명이 숨졌다. 특정 병원에서는 15명의 환자가 집중 발생했다. 그런데 기사 어디에도 그 병원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처음 입원한 병원에서 이송되어 또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가라는 식이다. 물론 당국은 알고 있다. 기자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밝히지 못한다. 국민만 모르게 하라는 것이다. ▶90년대 괴담이 있었다. 경기도 ○○골에 에이즈가 창궐했다 숨진 정치인의 병명이 에이즈였다. 당국은 침묵했고 괴담은 커져갔다. 2015년 메르스 괴담이 나돌고 있다. 서울 대형 병원이 폐업했다 ◇◇병원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이번에도 당국은 침묵하고 있다. 근거는 90년대와 같다. 절대로 병원 이름을 밝혀선 안 된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 국민의 권리와 의료계 이익이 절충하는 합리적 제도로 바뀔 때가 됐다. 무조건 공개도 옳지 않고 무조건 비공개도 옳지 않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우리 사회와 의료계에 던진 또 하나의 숙제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셰어하우스의 진화

연예인 여러명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이야기를 담은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더니 젊은이들 사이에 셰어하우스(Sharehouse)가 각광받고 있다. 전셋값 폭등 여파가 대학가 주택 자취방까지 번지면서 대학생들의 주거 문화도 원룸에서 셰어하우스로 옮겨가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여럿이 같은 집에서 각자 방을 가진 채 거실과 주방, 욕실을 공유하며 사는 공동임대주택을 말한다. 밥 해주는 주인 아주머니만 없을 뿐, 기본적인 형태는 하숙집에 가깝다. 하나의 공간을 여러명이 공유하는 만큼 임대료 수준은 기존의 오피스텔이나 원룸형 다세대 주택에 비해 최대 50%까지 저렴하다. 셰어하우스는 서구에선 오래 전부터 일반화된 주거형태다. 뉴욕, 도쿄, 스톡홀름 등 대도시 청년들이 집세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구하던 것이 시초다. 1인 가구가 일찍이 등장한 일본은 1980년대부터 셰어하우스가 퍼지기 시작했으나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다. 셰어하우스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임대주택 확대 정책과 발맞춰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특히 나홀로족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주거비 부담과 외로움을 동시에 타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치를 더할 수 있다. 주택사업자 입장에선 고정적이고 꾸준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올랐다. 셰어하우스의 최신 트렌드는 콘셉트다.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서 재밌는 주제를 담은 곳들이 등장했다. 같은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작지만 끈끈한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주(WOOZOO)라는 셰어하우스가 대표적이다. 2013년 서울 종로에 들어선 우주 1호점은 창업가를 꿈꾸는 집이라는 주제로 입주자를 받았다. 2호점은 미술가를 꿈꾸는 집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대형 아일랜드형 주방을 설치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에는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구비하는 등 주제에 맞게 시설도 갖췄다. 외국인과 지낼 수 있는 셰어하우스 보더리스하우스 서울도 독특하다. 여기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1대1 비율로 입주시키는데 외국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셰어하우스의 미래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전망이 밝고, 독거노인 공동 거주 등 노인문제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다. 셰어하우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신중한 판단

국방부가 지난 14일 수원공군비행장 이전사업에 대한 적정 판정을 내리면서 수원지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국방부는 다음 달께 최종결과를 발표하고 하반기 예비이전후보지를 선정, 주민투표를 통해 이전부지를 결정한다는 구상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화성 축성 이래 최대 사건이라고 표현하며 격하게 환영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지난 1954년 조성된 수원 군 공항(486만㎡)이 수원 도심 중심부에 위치하면서 심각한 소음 및 학습권 피해는 물론 서수원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원흉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실시된 조사연구 용역 결과에 의하면 수원시 전체 면적의 21%인 26.2㎢가 75웨클 이상 소음피해 지역으로 4만9천507가구(13만5천여명)가 고통을 받고 있다. 또 소음으로 인한 건강권 피해가 7천663억원, 건축물 고도 제한 등 재산권 피해는 1조5천334억원에 달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비행장 이전 가시화가 여간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여주, 화성 등 예비이전후보지로 예상되는 10개 지자체들이 극심한 반발입장을 표출, 국방부의 최종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고 있다. 여주시의회는 지난 20일 수원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반대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앞서 화성시의회는 지난 2월 수원군공항 화성시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반발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나머지 광주와 안산, 안성, 양평, 용인, 이천, 평택, 하남 모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지난 수십 년간 주민피해와 도심발전 저해 요인으로 지목돼 온 군공항 이전 대상지로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한 해당 지자체들의 거부감도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다만 시기상 이른 면이 없지 않아 자칫 지자체간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최종선택이 주민투표에 달려있는 것이라면 국방부의 결정을 지켜본 후 합리적인 판단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수원공군비행장 이전 프로젝트가 어떻게 결정되든 경기 남부권 지자체들간 갈등이나 분열 요인이 아닌 상생을 위한 한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수철 사회부 차장

[지지대] 성인 캥거루족

성인임에도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는 캥거루족이 5명 중 2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다. 심지어 결혼을 해서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응답이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성인남녀 3천574명을 대상으로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과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로 성인 캥거루족이 무려 37.5%나 됐다.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캥거루족은 남성이 30.8%인데 비해 여성이 41.9%로 더 많았다. 20대(43.7%)와 30대(33.7%)가 주를 이뤘는데, 특히 20대 기혼자의 25.8%, 30대 기혼자의 20.4%가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부분(68.2%)이 주거비용이나 용돈 등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파트 값과 맞먹는 전셋집이 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걱정이 크다. △응답자 2명 중 1명은 결혼을 하면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취업준비생들은 한결같이 자립하고 싶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결혼 후에도 캥거루족으로 남을까 두렵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래선지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답하면서도 캥거루족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았다. 캥거루족을 무능력하고 목표의식과 책임감이 없는 존재로 인식했다. △최근 들어 대학가에선 심각한 취업난을 피하고자 학생신분으로 남으려고 휴학을 결정하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캥거루족을 가르는 기준을 경제적 독립 여부로 봤을 때 취업은 필수다. 학생 신분으로 머물다 보면 영원한 캥거루족이 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 직장인인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직업교육과 자립의지를 키워주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다 큰 자식을 배에 품은 늙은 엄마 캥거루가 넘쳐나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불편하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K(김문수)·K(김상곤) 더비?

둘은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다. 김상곤 전 교육감이 69학번이다. 김문수 전 도지사는 1년 늦은 70학번이다. 둘에겐 동문 이상의 연(緣)이 있다. 70년대 학생운동의 대표주자들이다. 전해지기는 김 전 지사는 격렬한 행동주의자, 김 전 교육감은 신중한 이론가였다. 훗날 정치권에서 조우한 둘의 모습도 그대로다. 김 전 지사는 투쟁과 충돌의 정치 역정을, 김 전 교육감은 이념과 이론의 정치 역정을 보여줬다. ▶2009년 경기도에서 만났다. 한쪽은 여당 소속 도지사, 다른 쪽은 야권 성향 교육감이었다. 이들의 인연을 아는 사람들의 나른한 예상은 곧 빗나갔다. 바로 충돌했다. 김 전 교육감이 600여억원짜리 청구서를 도에 넣었다. 무상급식 시행을 위한 협조예산이었다. 여당-한나라당-이 절대다수였던 도의회가 연일 김 전 교육감을 공격했다. 김 전 지사도 가세했다. 무상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공격했다. 역대 최악의 도지사-교육감 관계가 그렇게 시작됐다. ▶2010년 들어 상황이 역전됐다. 경기도의회가 야당의 수중에 들어갔다. 발언대에 선 김 전 지사가 연일 공격받았다. 경기국제요트쇼 등 핵심 사업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결국, 예산 400억원을 편성해야 했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친환경 급식이다라고 했지만 결국은 김 전 지사의 패배였다. 그 배경에 김 전 교육감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김 전 교육감에게 이런 소회를 들은 것도 그 즈음이다. 김 지사는 늘 끝까지 간다. 학생 운동할 때도 그랬다. ▶통산 전적 1승 1패다. 2009년에는 무상급식 예산 600억원을 거부한 김 전 지사의 승리였고, 2011년에는 친환경 급식 400억원을 챙긴 김 전 교육감의 승리였다. 2014 지방선거에서는 승부가 없었다. 김 전 지사가 불출마했고, 김 전 교육감은 경선에서 패했다. 그렇다고 둘의 마지막 모습이 화해(和解)는 아니었다. 무상버스 공약을 두고 장외 설전을 벌였다. 김 전 지사가 공짜 바이러스 전파다라고 공격하자, 김 전 교육감은 적자 바이러스나 해결하라고 맞받았다. ▶그들에게 운명의 삼 세 판이 다가왔다. 새누리당 혁신위원장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으로 만났다. 어느 경우든 경기도 정치 현장에서 맞닥뜨릴 위치다. 한 수 더 떠, 주인 없는 신설구에서 기호 1, 2번을 달고 정면충돌할 수도 있다. 둘에겐 잔인하지만, 유권자에겐 더 없는 빅매치다. 축구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최고 맞수로 친다. 두 팀의 경기는 엘 클라시코 더비라 불린다. 110년 전통의 최고 라이벌전이다. 축구를 정치로 바꾸고, 축구장을 경기도로 바꾼다면 김문수ㆍ김상곤 대결도 그에 걸맞는 맞대결이다. 서울대 학창시절 이후 계속된 45년 전통의 KㆍK 더비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촐페어라인 Vs. 하시마 탄광

독일 에센의 촐페어라인 탄광엔 1847년부터 1986년까지 세계 최대 탄광시설이 자리했다. 촐페어라인 산업단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이 단시일에 공업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른바 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났던 루르 공업지대의 중심에 있었다. 폐광 이후 정부 노력으로 문화와 디자인의 중심으로 변해 지역 명물이 됐고,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독일 정부는 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이 탄광이 세계대전 중 강제노역에 이용됐음을 시인했고,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등 반성과 사죄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촐페어라인 내 박물관에는 나치 체제하 유대인 강제노역과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독일 최대 철강회사인 크루프는 전후인 1959년에 이어 1999년 유대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거액을 보상했다. 일본이 메이지(明治) 산업혁명유산이라며 23개 근대산업시설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23개 시설 중에는 나가사키(長崎) 조선소와 군함도라고 일컬어지는 하시마(端島) 탄광 등 조선인 5만8천여명이 강제노동을 한 현장 7곳이 포함돼 있다. 하시마 탄광은 1800년대 후반에 지어진 근대산업시설이며 큰 전쟁 중 강제노역을 동원했다는 점이 촐페어라인 탄광과 흡사하다. 하지만 전후 독일이 과거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며 강제노동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한데 반해 일본은 반성은커녕 이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하시마 등의 산업시설이 강제징용에 활용된 사실이 공개될까봐 등재 신청서에 세계문화유산 지정 시기를 18501910년으로 제한했다. 한반도 침탈과 태평양전쟁 시기에 이 시설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됐음에도 1910년까지로 지정 시기를 제한한 것은 꼼수이자 비열한 짓이다. 메이지 산업시설을 세계유산에 올리려면 이런 시설이 근대화에 기여한 역사와 함께 조선인 강제노동으로 전쟁 물자를 만들던 기지였다는 사실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일본 내에서도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편협함이 느껴진다며 부정적 역사를 감추지 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도 일본 측에 조선인 징용 사실 등 전체 역사를 담을 것을 요구했다. 일본은 강제노동 사실을 외면한 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역사 왜곡이자 인류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호하는 세계유산협약의 정신에도 어긋남을 명심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불두화

부처님 오신 날 즈음이면, 불두화(佛頭花)가 아주 탐스럽게 피어난다. 특히 절에 불두화가 많다. 불두화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부처님 머리 꽃이다. 꽃송이가 곱슬곱슬한 부처의 머리카락인 나발(螺髮)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님들은 하얀 승무 고깔을 닮았다고 승무화(僧舞花)라 부르기도 한다. 어렸을 적 우리 집 마당 한 켠에도 이 나무가 있었는데 우린 사발꽃이라고 불렀다. 멀리서 보면 흰 꽃이 핀 모습이 밥을 담은 사발과 같다해서 사발꽃 밥꽃이라 부른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수를 놓은 공을 닮았다고 해서 수구화(繡球花)라고도 불린다. 영어로는 눈을 뭉쳐놓은 공 같다해서 스노우볼 트리(Snowball Tree)라 한다. 불두화는 처음 꽃이 필 때는 연초록이지만 활짝 피면 흰색으로, 꽃이 질 무렵이면 누런 빛으로 변한다. 꽃잎은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여리디 여린 나비날개 같다. 꽃 모양이 수국이나 백당나무 꽃과 비슷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지만 꽃받침과 잎이 분명 다르다. 수국은 잎이 깻잎과 비슷한 타원형이지만 불두화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불두화는 절나무라고 불렸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꽃은 번식력이 없다. 원래 백당나무라는 야생의 나무를 정원수로 개량하면서 꽃의 화사한 모습을 강화시키고 생식기능은 제거해 버렸다. 꽃은 풍성하고 탐스러우나 무성화(無性花)여서 씨가 없는 것이다. 화려한 겉모습에 반해 간혹 벌들이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꽃이 바로 불두화다. 스스로의 번식력은 사라지고 인공적으로 삽목을 통해서만 번식이 가능하다. 후손도 갖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불두화는, 중생을 구제하려 결혼도 하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들의 이미지와 많이 닮았다. 또 세 갈래로 갈라진 이 나무의 잎은 불가에서 불(佛, 부처)ㆍ법(法, 부처의 계율)ㆍ승(僧, 승려)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불두화의 꽃말은 부처의 가르침 중 하나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우주 만물이 항상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윤회하므로 세상에 변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는 뜻이다. 불두화는 이래저래 불교와 인연이 깊은 절집 나무일 수밖에 없다. 부처님 오신 날, 절에 들르거든 불두화를 찾아 요모조모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건설업계 갈등 해소 방법은

지난 13일 종합건설사 대표와 임직원 등 3천여명이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모여 정부의 정책을 성토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생긴 후 처음 열린 대규모 집회라고 한다. 정부가 2개 이상의 전문공사로 구성된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를 기존 3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려는데 대한 실력행사였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경기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 정부마저 앞장서 중소건설업을 고사시키려 한다고 성토하면서 국토교통부에 시행규칙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줄기차게 소규모 복합공사 범위 확대를 주장해왔던 전문건설업계는 건설협회를 비판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는 종합건설업계의 주장은 업계 이기주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갑을 관계인 이들 건설업계가 생존을 위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또 일각에서는 업역 다툼이라며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문건설업계는 종합건설업계로부터 하청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지나친 가격 제한으로 인해 이익을 거녕 손해를 보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해왔다. 공사비를 수십%씩 낮게 책정해 발주하고 있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 회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종합건설업계에선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10억원 미만짜리 공사 수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다 정상적인 경쟁입찰을 통해 하도급을 주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갈등 속에 건설업을 하시는 지인들에게 들은 문제 해결은 오히려 딴 곳에 있는 듯 하다. 현행 입찰 방식을 개선하면 된다. 예를 들면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전체 사업비의 85% 선에서 발주가 이뤄진다. 예산을 아끼려다 보니 최저가 입찰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격이 업체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렇다 보니 종합건설업체는 부족한 공사비를 만회하기 위해 전문건설업체에 더 낮은 단가로 하도급을 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100원짜리 공사가 50원, 60원에 이뤄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정상적이어야 할 공사가 비정상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건설업계의 갈등도 수그러들지 않을 까 한다. 김동식 경제부 차장

[지지대] 로빈 후드

욕심 많은 양반, 귀족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 하면 누가 떠오를까. 도적이지만 의적이라 불리우는 시대의 영웅 주인공들. 국내에서는 홍길동, 외국에서는 로빈후드 아닐까 싶다. 이 둘의 공통점은 불의한 권력에 맞선다는 점이다. 로빈후드는 영화, 소설, 연극 등 다양한 소재로 오늘날까지 다뤄지면서 전세계인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에도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기업,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부과, 저소득층 지원에 쓰는 세금을 일명 로빈후드세(Robin Hood tax)라 부르기도 한다. 1993년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상류층으로 부터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층이 사는 지역의 공립학교에 나눠주는 일명 로빈후드법까지 생겨났다. # 요즘 TV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유준상이 주인공으로 나선 뮤지컬 로빈후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뮤지컬이 인기를 얻고 있는 여러 이유중 하나는 로빈후드의 명대사일 것 같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관객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대사다. 로빈후드는 외친다. 정치는 정치를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법은 세상 이치를 잘 아는 사람에게 만들게 하고, 권력은 정직한 사람에게 맡기고,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만 있으면 된다고. 이같은 명대사 이외에도 무대에서도 배우들이 관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 마지막 부분 로빈후드가 죽어가면서 셔우드 숲으로 활을 쏜다. 관객들이 쉽게 볼수 있도록 왼손으로. # 5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첩첩산중, 개점휴업이란 말이 맞을 것 같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을 우선시하는 정치,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정치를 잘 한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으면 한다. 하지만 의적을 흉내내는 포퓰리즘은 유의해야 한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아슬아슬 kt wiz

1983년은 박종환 감독의 해였다. 멕시코 청소년 축구 대회에서 4강을 이뤘다. 당초 출전 자격도 없었다. 북한이 징계를 받아 대신 나간 대회였다. 연전연승하는 우리 선수들을 향해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그 그라운드에 초라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박 감독이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 강한 지도력. 온 국민은 그를 카리스마의 화신이라 불렀다. 카퍼레이드를 하는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이후 카리스마라던 그의 스타일이 발목을 잡았다. 1983년 그의 지도를 받던 성인 대표팀 선수들이 선수촌을 무단 이탈했다. 독선적 지도 방식에 반발하면서다. 그때까지도 국민은 그를 믿었다. 이탈한 선수들을 나무랐다. 그러나 1996년이 그에겐 끝이었다. 아시안컵 8강 전에서 이란에게 2대6으로 대패했다. 여론이 돌아섰다. 지도 방식이 비난을 받았다. 그후 다시는 국가대표팀을 맡지 못했다. ▶2001년은 거스 히딩크에게 위기였다.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이후 연거푸 졌다. 컨페더레이션컵에서 프랑스에 0대 5로 대패했다. 체코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0대 5로 패했다. 여론이 악화됐다. 그가 여자 친구와 입국하는 장면까지 미움의 대상이 됐다.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했다. 월드컵이 반년만 더 남았어도 그는 경질됐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1년 뒤 영웅으로 돌아왔다. 2002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스페인을 물리쳤다. 불과 1년여 전의 비난들이 칭찬으로 바뀌었다. 연패의 악몽은 강팀과의 맞춤형 지도력으로, 자유 방임형 생활태도는 자율을 강조하는 앞서가는 지도력으로 재해석됐다. 그가 바뀐 것이 아니라 그를 보는 여론이 바뀐 것이다. 그 변화의 기준에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이 있었다. ▶야구단 kt위즈를 보는 지역의 시선이 아슬아슬하다. 개막 한 달 동안 성적이 3승 25패였다. 승수 하나를 얹어 준다 해서 다른 팀들 사이에 보약으로까지 불렸다. 야구장을 찾는 팬이 급감했다. 덩달아 지역 여론도 나빠졌다. 구단 운영에 너무 인색하다는 비난도 나왔다. KT 그룹 전체에 대한 비난까지 꿈틀댔다. 5월 들어서 성적이 나아지면서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kt위즈도 박종환ㆍ히딩크와 같다. 성적에 따라 여론은 달라진다. 이기면 좋은 소리 듣는 것이고, 지면 나쁜 소리 듣는 것이다. KT가 10구단 유치에 뛰어들면서 내걸었던 약속들이 많다. 서수원권에 대규모 돔구장을 짓겠다는 약속도 그 중 하나다. 성적이 나쁘면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질문들이다. 돔구장 프로젝트는 왜 시작하지 않는가 백지화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가.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동두천 K-Rock 빌리지

동두천은 지역의 42%가 미군기지였고, 주한미군 3만5천여명 가운데 1만여명이 이 지역에 주둔했다. 자연스레 기지촌이 발달했고 미군부대 앞 클럽도 호황을 누렸다. 보산동 일대 클럽거리는 한때 양색시나 양공주로 불리는 한국여성들이 달러를 벌어들이던 산업전선이기도 했다. 보산동 클럽거리는 미2사단 캠프 케이시 정문앞 거리에 위치한 미군 전용 유흥가다. 당연히 내국인은 출입금지다. 보산동은 1970~80년대 클럽이 100개가 넘을 만큼 전성기를 누렸고, 개도 달러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이 넘쳤다. 90년대 중반까지 경기가 괜찮았으나 이후 이라크 파병과 미군 재배치 계획으로 캠프 케이시 병력이 크게 줄면서 동두천 경제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1950~60년대 동두천의 미군 클럽에선 미8군 가수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한국 록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을 비롯해 윤항기, 현미 등 실력있는 가수들이 이곳 무대에 올라 돈과 명예를 얻었다. 특히 신중현은 영국에서 비틀즈가 막 활동을 시작하던 1963년 국내 최초의 록밴드 에드포(ADD4)를 결성해 동두천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동두천은 방값이 저렴했고, 미8군 주력부대인 보병 2사단이 주둔한 만큼 일거리도 많았다. 그는 이 곳에서 2년 동안 거주하며 희대의 명곡 미인 작업도 했다. 당시 신중현의 기타 연주를 듣기 위해 지방 주둔 미군들이 트럭을 타고 동두천으로 모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동두천은 K팝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록의 발상지인 동두천에 록 음악을 중심으로 한 아날로그 뮤직시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동두천시가 신중현씨와 손잡고 캠프 케이시 주변의 보산동 외국인관광특구를 케이-록(K-Rock) 빌리지로 가꾸기로 한 것이다. 관광특구 안에 남아 있는 클럽과 공연장의 음향 장비 등을 모두 아날로그화 해 전세계 음악인들이 찾고, 젊은 음악인들이 거쳐 가야 할 록 음악ㆍ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것이다. 동두천시는 다음달 초 신씨와 양해각서를 맺고 사업에 착수해 2017년까지 K-Rock 빌리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연장과 신중현 거리, 기념ㆍ홍보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두천시가 K-Rock 빌리지 조성과 함께 기지촌의 오명을 벗고 문화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급증하는 노인범죄

일흔살의 할머니가 동네 수퍼마켓에서 5천원짜리 참기름 한 병을 훔쳤다. 미리 준비해간 비닐봉투에 몰래 참기름을 담은 뒤 다른 물건들만 계산하는 수법으로 슬쩍 했는데 CCTV에 찍혀 덜미가 잡혔다. 또 다른 할머니(69)는 설탕 한 봉지와 커피 한 통 등 1만8천원 어치 물건을 훔치다 역시 경찰에 붙잡혔다. 빌라 출입문에 세워 둔 유모차를 끌고 간 80대 할머니, 교회 주차장에 널어놓은 카펫을 들고 간 70세 할머니도 최근 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모두 전과가 전혀 없고, 홀로 사는 노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견물생심에 우발적으로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CCTV 추적 등으로 잡힐 거라는 생각조차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전했다. 부족한 사회안전망 속에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을 겪는 노인들이 범죄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심리적으로 소외되다보면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거나 왜곡된 생각을 갖게 돼 일탈행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노인들의 강력범죄도 늘고 있다. 전남 영암 초등학생 4명 성추행 사건, 서울지하철 3호선 도곡역 열차 방화 사건, 전남 장성 요양병원 방화 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건은 범인이 모두 노인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범죄는 지난 2011년 6만8천836건, 2012년 7만1천721건, 2013년 7만7천26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살인이나 강도, 강간, 방화 등의 강력범죄는 같은 기간 759건, 818건, 1천62건으로 2년 사이 40%가 늘었다. 노인들의 범죄 증가율이 가히 폭발적이다. 이대로 방치하다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 자리 잡을까 우려된다. 대부분의 범죄는 화를 못 참아 욱 하는 분노조절장애 형태로 나타난다. 가난하고 아픈데 소외감까지 겹친 것이 원인이다. 이런 장애는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불만으로 생긴 증오와 분노가 지속되다가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하는 현상이다. 상당수 노인들이 경제(빈곤)와 건강(질병), 소외감, 무위(無爲ㆍ하는 일이 없음) 등 4고(苦)에 시달린다. 노인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 일자리와 주거난 해결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동시에 노인들의 소외감을 줄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여가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노인 범죄를 전담할 기구가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사가르마타의 여신이여

2007년 9월 기자는 경기일보 창간 2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의 일환으로 2008 에베레스트ㆍ로체 원정대 보도대원으로 선발돼 6개월간 원정대원들과 똑같이 전국의 산을 누비며 고산에서 필요한 각종 훈련을 받았다. 금주와 금연은 물론이거니와 수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망가진(?) 몸을 원상 복귀시키고자 다른 대원보다 두 배 이상 땀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고 2008년 3월 우리 원정대는 100일간의 일정으로 신들의 나라이자 세계의 지붕인 네팔 카투만두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8천848m)와 4위 봉인 로체(8천511m)를 동시에 등정하는, 전 세계 5번째 원정대가 되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였다. 고산병을 극복하며 시작된 10일간의 카라반(베이스캠프까지 이동하는 것을 일컫음)과 정상 공격을 위한 캠프 1, 캠프 2 구축 등은 말 그대로 자신과의 싸움 그 자체였다. 예상치 못했던 복병도 있었다. 중국 당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구간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포함하면서 네팔 정부를 압박, 원정대는 20여 일간 개점 휴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어쨌든 숱한 역경 뒤에 우리 원정대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정상을 모두 등정하는, 세계 5번째 원정대라는 쾌거를 이루고 금의환향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네팔은 연이어 발생한 진도 7 이상의 강진으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고, 비통함에 잠겼다. 사망자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집계가 불가능하고, 이재민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는 외신을 매일 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원정을 같이 다녀온 한 선배와 통화를 했다. 그 선배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얘기했다. 신들이 노했다고. 해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엄청난 숫자의 원정대로 인한 쓰레기와 기후 변화로 히말라야가 시름을 앓고 있어, 결국 산에 사는 신들이 경종을 울리고자 엄청난 재앙을 내렸다고. 물론 미신에 근거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히말라야는 지금 인간들의 욕심에 죽어가고 있다. 신들의 경고를 귀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입대 이야기

기자는 병역특혜자(?)이다. 하지만 군대 가기를 기피한 다른 병역비리자와 달리 현역으로 입대한 정반대 사례이다. 기자는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써야 했던 초 마이너스 시력자로 당시 병역법상 신체검사를 통해 단기사병 결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신체검사날, 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시력 담당자가 이름을 보더니 측정도 하지 않고 양쪽 눈 시력을 각각 1.0씩 부르면서 1급 판정(현역)을 내린 것이다. 곧바로 공중전화에서 들려온 아버지의 껄껄거리던 웃음소리에 아들을 군에 보내기 위한 내막을 알게 됐지만, 당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은 지금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훗날 사회생활을 통해 군대시절의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된다는 걸 인지했을 때에야 비로소 입대가 인생에 있어 소중한 한 단계였다고 자부하게 됐다. 수습기자로 들어와 하룻밤에 3~4시간밖에 못 자며 경찰서나 파출소를 돌고, 돌고 또 도는 흔히 사쓰마와리(경찰기자)를 거쳐 20년차의 기자가 된 것도 군에서 터득한 악과 깡이 존재한 만큼, 시력을 속여 이뤄진 입대에 대해 잘 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청년취업난 가중으로 입대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최고 6대1 이상의 입대경쟁률을 보인다고 한다. 반면 군에 가기 싫어 손가락 절단, 정신질환, 문신, 동공운동장애, 체증 증감량 등 신체손상이나 속임수를 쓰는 독한 청년들도 있고, 징소집 기피로 사법기관에 고발된 청년들이 연간 수백 명에 달하고 있다. 남자로 태어나 어떤 형태로 됐든 군에 입대하는 계기나 과정은 삶에 분수령이 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 많은 예비역들이 술자리를 빌려 앞다퉈 내놓는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이에 군생활이 정체된 시기가 아닌 자신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고귀한 시간이라는 불변의 법칙은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지지대] 수성高와 다이옥신

70년대, 수성고등학교는 수원 유일의 공립이었다. 정부의 공립학교 육성책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여기에 스파르타식 교육도 한몫했다. 성적 미달, 사고자 등을 대량 퇴학시켜 학급 1개가 없어졌다. 지하 감옥이라 불리는 특별 우수반도 운영됐다. 떡메로 불리던 군대식 훈육방법도 악명(?) 높았다. 지금이라면 당장에 문제가 됐을 방식-인권 유린, 불법 자율학습, 구타-들이다. 그래도 그때의 그 열정이 지금의 명문을 만들었다. ▶수성고에 얽힌 담배 역사가 있다. 학교 위치는 지금과 같은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 90번 길이었다. 서쪽 1㎞ 지점에 수원 연초제초장이 있었다.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담배 제조 공장이었다. 그곳에서 하루에 몇 차례씩 담뱃잎 찌는 연기가 나왔다. 대형 기계를 열 때마다 하늘이 뿌옇게 변했다. 비를 품은 먹구름과 같았다. 시큼하면서도 매캐한 냄새까지 섞여 있었다. 이 연기가 서풍을 따라 1㎞ 동쪽 수성고를 강타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아무 대책 없이 그 연기를 마셨다. ▶다이옥신은 인체 치명적이다. 암을 일으키는 죽음의 환경 호르몬으로 불린다. 그 다이옥신이 담배연기 속에 섞여 있다. 농도가 1.81ng-TEQS㎡다. 그런 담배를 수 t씩 쪄내는 연기가 수성고를 지나간 셈이다. 다이옥신, 환경 호르몬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다. 누가 하나 학생들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았다. 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현 기획재정부 차관, 현 수원시장이 모두 그 연기 속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다. ▶11일 수원 연화장과 용인 평온의 숲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결과가 발표됐다. 경기개발 연구원의 조사다. 화성시 광역화장장의 다이옥신 논란 때문에 실시했다. 결과는 연화장 0.134ng-TEQS㎡, 평온의 숲 0.081ng-TEQS㎡였다. 기준치는 5.0ng-TEQS㎡다. 담배 연기 속 다이옥신 농도보다도 22배나 낮다. 적어도 조사 결과로만 본다면 화성 광역화장장의 다이옥신 논란은 종식되어야 맞다. ▶환경과 건강 시대다. 시민이 요구하는 기대치는 70년대 그것과 비교가 안 된다. 70년대 수성고 학생들은 담배 연기 속에서도 공부만 잘했다라고 했다가는 여론의 융단폭격 맞기 딱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과학적인 검증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 결론은 해롭지 않다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인들이 퍼뜨리는 정치 다이옥신이다. 지역 이기를 부채질하고 건강에 대한 걱정을 키우는 악성 호르몬이다. 고약스러운 것은 이 정치 다이옥신은 수치로 풀어낼 과학적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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