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학점 인플레

하버드대가 미국 동부의 8개 사립 명문대를 지칭하는 아이비리그 중에서 유독 높은 학점을 준다는 비판이 많았다. 2001년 보스턴 글로브는 하버드 학부생의 91%가 평균 학점 A- 이상을 의미하는 우수 또는 최우수로 졸업한다며 아이비리그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보도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하버드대는 우수 졸업 및 최우수 졸업 대상자를 60%로 줄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하버드의 학점 인플레 논란은 계속됐다. 2013년 12월 하버드대 학보 크림슨은 A학점 폭격기라 불리는 교수들의 학점 퍼주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아이비리그 명문대도 이 문제에서 그리 자유롭지 않다. 2012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학점 인플레를 조사한 예일대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졸업한 학부생의 62%가 A- 학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프린스턴대는 2004년 학점 관리 규정을 바꿔 학부생 중 A- 학점 이상이 전체의 35%를 넘지 않도록 했다. 짠물 학점이 우수 학생들의 프린스턴대 진학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일자 프린스턴대는 3학년과 4학년에 한해서 이 비율을 55%로 완화했다. 미국은 학부생의 평점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때는 학점이 매우 중요해 대학 측에서 학점 인플레를 용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학점 뻥튀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대학알리미에 소개된 서울 주요 대학 12개교의 졸업생 학점 분포를 보면, 평균 90점(A학점) 이상을 받은 졸업생 비율이 절반을 넘는 대학이 한국외대(68.4%), 서울대(61.8%)를 비롯해 7개 대학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재학생의 평균 A학점 취득비율이 50%가 넘는 곳은 서울대를 제외하고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재수강, 삼수강을 통해 졸업할 때 학점을 높인 결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학점 인플레와 졸업을 늦추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부정행위 등을 통한 학점경쟁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학점 인플레가 심화되는 것은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에 유리하게 하려고 마구잡이로 높은 학점을 주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빗나간 온정주의가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을 오염시키고 있다. 학점 인플레가 학생들 개개인의 성적에 대한 불신과 함께 대학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아버지 뭐 하시냐고?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박진영의 신곡 어머니가 누구니가 폭발적 인기다. 허리 24, 힙 34인치 여자에 대한 예찬(?)을 담은 밝고 경쾌한 곡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대놓고 엄마가 누구냐고 묻기 어려워질 것 같다. 니 아버지 뭐 하시노?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담임 선생(김광규 분)의 발언으로 유명해진 말이다. 이 말을 미혼모나 이혼모 자녀가 듣는다면 어떨까. 우리는 개인 신상에 대해 자주 묻는다. 아이는 몇이냐 결혼은 했냐 아버지는 뭐 하시냐고. 하지만 무심코 내뱉는 이런 말들은 때론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된다.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하는 습관적인 행동과 오랜 관습에 따라 내려온 조직 내 제도가 불합리한 차별이 되기도 한다. 정부가 결혼하지 않고 임신ㆍ출산한 미혼모, 혼자 살며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는 가구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 금지와 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가칭 비혼ㆍ동거가정 차별금지법이다. 기업이나 학교에서 혼인이나 가족상황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책임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도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은 입사서류에 지원자의 결혼 여부, 부모ㆍ배우자ㆍ자녀 유무와 가족의 인적사항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어린이집과 각급 학교도 입학 서류에 가족사항 기재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비혼가정의 자녀 또는 싱글맘이라는 이유로 취업이나 교육 기회를 얻는데 부당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용ㆍ교육ㆍ주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혼가정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차별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에 도입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채용에서 기업들이 관행처럼 물어온 신장, 몸무게, 결혼 여부, 가족관계 등을 입사서류와 면접에서 묻지 않도록 했다. 한국 사회는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하고 부모의 지위나 재산에 따라 그 자녀를 차별대우 하려는 경향이 심한 편이다. 싱글맘이나 이들의 자녀들은 경제 형편이 어려운데다 알게 모르게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금지법 추진은 사회적 약자의 기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다. 다만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비혼가정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긴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저(低) 신뢰 사회

연휴 기간 모처럼 텔레비전을 보는데 모 방송국에서 선진국의 필수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방송에서 경제가 성장해도 이것이 없다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물건을 사고 팔 때, 금융 거래를 할 때, 기업 투자를 할 때, 공공 정책을 펼칠 때 이것이 필요하단다. 이 정도 나오면 이것이 무엇인지는 대부분 눈치 챘을 거다. 이것은 신뢰다. 한 개인이 가지는 신뢰의 범위는 가족, 사회, 기업, 국가로 나뉜다. 가족 혈연 사이에만 신뢰가 존재하면 저(低) 신뢰 사회이고, 혈연을 넘어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유하면 고(高) 신뢰 사회로 분류된다. 미국의 미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지난 1995년 규정한 저(低) 신뢰 사회는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이었다. 20여년이 지난 2014년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142개국을 대상으로 한 사회자본 지수조사에서 한국은 69위를 차지했다. 1위는 노르웨이, 2위 뉴질랜드, 3위 덴마크 순이다. 사회 자본지수 순위는 최근 타인을 도운 적이 있는가, 대다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 고(高) 신뢰 사회로 분류된 노르웨이의 경우 74.2%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한국은 25.8%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한국 사회는 왜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인가.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인, 언론, 직장 동료, 이웃 심지어 가족까지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뢰가 사라진 사회는 개인, 사회 갈등이 증가하고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하게 된단다. 후쿠야마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의 차이라고 했다. 이것(신뢰)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는 이유란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불신의 벽이 무너지길 바란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유권자가 정치인을, 야당이 여당을, 남한이 북한을, 옆집에 사는 내 이웃을 믿는 고(高) 신뢰 사회가 이뤄져 하루빨리 선진국 문턱을 넘어선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5월 가족의 의미

매년 5월이면 모 방송사가 내보내는 휴먼다큐멘터리가 화제다. 드라마 같은 가족 간 사랑과 이별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이 다큐멘터리는 10년 전부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곤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을 맞아 가족 간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송을 타고 있다. 이번에는 故 신해철 가족들의 슬픔 극복 이야기, 러시아 귀화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 커플, 故 최진실의 자녀, 필리핀 소년 민재의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지난 4일 첫 방송에서는 고 신해철 가족들이 망자를 보내고 아픔을 극복하는 내용이 담담히 그려졌다. 화면에 나온 신해철씨의 2세 남매들의 밝고 천진난만 일상생활과 신씨의 아내가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아직까지 남아있는 신해철의 자취 등이 그려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 휴먼다큐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가족이라는 점과 저마다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다. 화면 속의 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주위의 가족들을 떠올리게 된다. 슬픔과 아픔은 비단 이들 다큐멘터리 주인공들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휴먼다큐의 주인공들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언젠가는 이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기에 몰입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회사, 학교 등 사회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제1의 희생양은 가족이 되기 일쑤다. 이는 아마도 가족들이 자신의 행동을 모두 포용하고 이해해 줄 것이라는 무의식 중의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기념일이 있어 그동안 홀대했던 가족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어쩌면 가장 소중한 사람들, 가족한테는 더 푸대접하지 않았나 스스로 반성해 본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편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상처를 주곤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표현해 보면 어떨까.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내·친·아(내 친구 아버지)

조갑제씨가 썼던 표현 중에 이런 게 있다. 내친아(내 친구의 아버지). 보수논객답게 그 뜻은 북 체제로 풀었다. 능력보다는 출신성분을 중히 여기는 북한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의 성분에 따라 인생이 정해진다. 조씨는 그 대표적 사례로 김정은을 들었다. 아버지 김정일이 있어 30대에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물론 내친아란 표현은 북한에 없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단어 조합을 응용해 조씨가 만든 말이다. ▶권력의 이어짐은 대한민국에도 있다. 판사 집안에서 판사가 나오기도 하고, 정치인 집안에 정치인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그 권력이 태생적으로 세습되지는 않는다. 아들 판사도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가능하고, 아들 정치인도 선거에 이겨야 가능하다.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를 유신공주라 비난하는 소리가 있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물려받은 권력이란 뜻이다. 하지만, 여론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51.6%의 득표율이었기 때문이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집안의 예는 다르다. 친손자(12세)가 보유한 주식은 264억원4천만원이다. 나머지 6명의 친ㆍ외손주들은 똑같이 258억원3천만원씩 갖고 있다. 2014년 말, 아이들의 주식은 각각 82억9천500만원이었다. 불과 6개월여만에 3배 이상씩 늘었다. 천부적 투자능력을 갖추고 있을 리는 없다. 아버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이다. 거기엔 어떤 자격시험도 선거도 없었다. 이런 태생적-1억 이상ㆍ12세 미만- 주식 부자가 121명이다. ▶그렇지 못한-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다수의-아버지들은 오늘도 걱정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사교육비를 마련해야 한다.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언제부턴가 얹혀진 새로운 짐이 있다.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해야 하는 아들의 직장 알선이다. 청년 실업 100만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책임이다. 보육 책임, 사교육 책임, 대학 등록금 책임, 취업 책임. ▶이런 아버지들이 무서워하는 것이 친구 아버지다. 내 친구 아버지는 유학도 보내주는데 내 친구 아버지는 아파트도 사주는데. 유학비 대주지 못하는 죄인이다. 아파트 사 주지 못하는 죄인이다. 능력 없음을 실토할 수도 없다. 자식 앞에 당당함은 아버지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5월 가정의 달.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들이 내친아에 한숨짓고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친부모의 아동학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주인공 덴고는 일요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년시절의 덴고는 일요일이면 NHK 수신료를 걷으러 다니는 아버지를 따라 낯선 집들을 찾아 다녔다. 그는 아버지 옆에서 동정심 유발을 위한 도구로 사용됐고, 그 날은 일주일 중에 가장 짜증나는 하루가 됐다. 매주 일요일이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던 기억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요일을 불편한 날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 소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유년시절의 경험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어렸을 때 신체적ㆍ정신적 학대를 당했거나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져 방임 상태에 놓였던 아이는 그 상처와 충격으로 어른이 돼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가 심각한 상황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폭력과 방임이 종종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아동학대는 죽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한 신문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263명에 이른다. 이 중엔 이름도 갖지 못한 신생아 살해 59명, 동반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살해 후 자살 92명(추정)이 포함돼 있다. 아이들을 학대하고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은 이유는 황당하다. 잠을 자지 않아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울어서 등 생리적인 이유로 학대한 사례도 많고, 말을 잘 안 들어서 욕설을 해서 거짓말을 해서 고집을 부려서 등 훈육을 명분으로 한 학대도 많다. 사랑해서 였다는 이유도 있다. 아동학대 중 대부분은 친부모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칠곡과 울산에서 계모의 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지만 실제는 친부모 학대가 훨씬 심각하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1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아동(0~17세)을 학대한 사례는 6천796건으로 전년대비 393건 증가했다. 아동을 학대한 행위자는 친부모가 76.2%가 가장 많았고 계부모(3.7%), 친족부모(2.1%), 부모동거인(1.3%), 이웃(0.8%) 등의 순이었다. 친부모에 의한 폭력행위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가해져 고문 수준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이 훈육이라고 착각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돼선 안된다. 그 위에 사랑이나 훈육과 같은 이름의 옷을 입히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통고(通告) 제도

중학생 A군은 툭하면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켰다. 교사의 수업진행을 방해하고,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크고 작은 절도를 일삼았다. 학교 측은 A군을 여러차례 징계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A군의 부모도 통제가 안 된다며 두 손을 들었다. 학교는 A군을 법원에 통고했다. 통고(通告)는 부모나 학교장, 사회복리시설, 보호관찰소의 장이 범죄를 저지른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법원에 넘기는 제도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에서 조사 및 심리를 하기 때문에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나중에 범죄기록이 확인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 등에서 청소년의 비행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 활용된다. 통고는 1963년 소년법 제정 때부터 도입됐지만 수십 년간 잘 활용되지 않았다. 전과나 수사 기록이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지만 부모가 자식을, 학교가 학생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최근엔 부모들이 통고의 장점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범죄경력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 소년재판부에 소년보호재판을 해달라고 청구하는 통고 사례가 늘었다. 학교나 집에서 컨트롤이 안되는 아이들의 가출이나 비행을 말려달라며 법원에 자식 관리를 부탁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통고는 2011년 7건에서 2012년 23건, 2013년 39건, 2014년 35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한 배경에는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돼 학생을 통제할 수 없게 되자 최후의 수단으로 쓰인 것도 한몫했다. 통고를 통해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ㆍ가정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복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범죄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수사기관ㆍ형사재판부와 달리, 소년재판부는 아이들을 처벌하는 게 아니고 반성의 기회를 주고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을 들어보는 등 선도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행 초기 단계에 있는 청소년의 마음을 돌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자식이 속을 썩이지 않으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다. 하지만 입시위주의 경쟁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비뚤게 나가고, 종종 부모나 학교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혹여, 그런 어려움을 겪는다면 더 큰 일탈을 막기 위해 통고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장애인·아이들의 닮은 점

장애인과 아이들은 닮은 점이 참 많다. 우선 순수하다. 혹자는 잘 몰라서 그런 말 편하게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때묻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기에 그들의 세상은 어른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다. 또 단순하다. 예쁜 것은 예쁘다고 표현하고,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홀로서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는 점이다. 애정과 관심을 비롯한 끝없는 돌봄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이들과 함께라면 힐링이 된다. 잠시 동안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잊어버릴 수 있다. 꽃들이 축제처럼 피어나는 아름다운 4월의 봄날, 두 번의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한 번은 향림원에서 나온 30대의 남ㆍ여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후배 기자들과 함께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9살, 3살 된 아이들과의 가족 나들이였다. 실제 이들은 공통점이 참 많았다. 이들은 똑같이 튤립을 비롯한 꽃밭에서 뛰어다니며 즐거워했다. 또 놀이기구를 타기 전 표정에 나타난 기대감과, 놀이기구를 타는 동안 소리를 지르며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도 흡사했다. 그리고 놀이기구를 모두 다 탈 수는 없다는 점도 비슷했고, 결국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기구를 타야 했다. 물론 옆에 함께 동물구경을 할 때도 받아들이는 느낌이 어른들과는 달라 보였다. 마치 동물들과 자신들만의 대화를 하는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실컷 논 뒤에 야외에서 먹는 동안의 행복하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걷다가 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에 대한 욕심도 같았다. 인형 등을 파는 작은 선물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무엇인가를 사줬으면 하는 바람마저도 유사했다. 이들이 웃을 때는 주변까지 밝게 하는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모습도 똑같았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한 말도 똑같았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 중의 하나예요라는 표현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또 와요. 그런데 언제 데리고 올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기대감 어린 눈망울까지 똑같았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kt wiz

지난 25일 수원 KT&G야구장에서 열린 제19회 국민생활체육 수원시야구연합회 수원리그 개막식에는 지역내 106개 팀 2천500여 명의 동호인들이 참가, 최근 야구가 생활체육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장유순 수원시야구연합회장을 비롯, 국회의원과 시ㆍ도의원 등 내빈들이 대회사와 축사를 통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야구 동호인들의 축제를 축하하며 올해 수원을 연고로 1군 무대에 데뷔한 프로야구 10구단 kt wiz에 대한 성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이는 지역 정ㆍ관계와 체육계는 물론 경기 도내 많은 야구팬들이 7년여 만에 수원시를 연고로 탄생한 프로야구 10구단 kt wiz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2011년 9월 출범한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 시민연대의 총괄간사 직을 맡아 30만 명의 시민 서명을 이끌어내고, 창단이 지지부진하던 2012년 6월 잠실야구장에서 창단 승인을 촉구하며 삭발을 강행한 장유순 수원시야구연합회장에게는 kt wiz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막내구단 kt wiz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중심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롯한 각계각층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들의 노력은 마침내 10구단 kt의 수원 연고를 이끌어 냈고, kt wiz가 지난해 퓨쳐스리그(2군리그)를 거쳐 마침내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해 그토록 경기도와 수원 연고의 프로야구 팀을 원했던 야구팬들의 꿈이 현실화됐다. 그러나, kt의 1군 무대 여정은 첫걸음부터 시련을 넘어 참담할 정도다. 신생팀의 시련이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지만 결과는 역대 어느 신생구단보다도 가장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어 연고지 팬들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련이 단순한 성장통이 아닌데 있다. 모기업인 kt는 10구단 창단 유치과정에서 제시했던 청사진은 온데간데없이 최소한의 투자 만을 한채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도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에 있어서 성적은 투자와 비례한다. 특히, 프로스포츠는 투자에 따라 흥행과 성적이 좌우되고, 이는 곧 홍보효과와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된다. 많은 야구팬과 수원시민들은 연패를 거듭하는 kt wiz에 대한 질책보다는 타 9개 구단과 당당히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2016 수원 화성 방문의 해’

상(上)이 이르기를, 아까 팔달산에서 멀리 바라보니 영부(營府)가 웅장하고 여염(閭閻)이 즐비하여 참으로 큰 도회지였다이 성을 쌓는 것은 장차 억만년의 유구한 대계를 위함에서이니 인화(人和)가 가장 귀중한 것이다. 또 먼 장래를 생각하는 방책을 다해야 하는데, 아까 성터의 깃발 세운 곳을 보니 성 밖으로 내보내야 할 민가가 있었다. 어찌 이미 건축한 집을 성역(城役) 때문에 철거할 수 있겠는가-정조실록 18년(1794) 1월 15일-. 지금 시대 필요한 섬김의 자세다. ▶인부들이 기우제를 이유로 부역을 거부하자 전교하기를, 일찍이 옛사람들의 오행(五行)에 부연시키는 말을 보건대 많은 사람을 부려서 백성을 수고롭게 하여 성읍(城邑)을 일으키면 양기가 성하기 때문에 가물이 든다고 하니, 또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괴롭히는 것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여 이런 가물이 생기게 되었는지 어찌 알겠는가본인의 원하는 바에 따라 부역을 정지시켜 비가 오거나 서늘한 기운이 생기기를 기다리도록 하라하였다. -정조 18년(1794) 7월 11일-. 지금 시대 필요한 소통이다. ▶하교하였다. 화성(華城) 행궁(行宮)에서 연회를 베풀 때에 사민(四民)에게 쌀을 내려주고 기민(饑民)에게 양식을 지급하기로 한 일은 자궁(慈宮)의 뜻을 몸 받아 자궁의 은덕을 알게끔 하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정리소(整理所)의 경비를 가지고 이 비용에 충당하면 번거롭게 되지야 않겠지만, 이 비용까지 떼어서 준다는 것은 본래의 의도에 벗어나는 일이니, 대내(大內)에서 내린 돈 5천 냥(兩)을 화성부에 내려 보내 넉넉하게 주고 먹이도록 하라.-정조 19년(1795) 2월 20일-. 지금 시대 필요한 복지다. ▶섬김ㆍ소통ㆍ복지. 2015년을 사는 위정자들이 입에 담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220여 년 전 정조의 교지 속에 그대로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이 그대로 내려와 수원 지역에 남았다. 수리 시설에 깃들은 위민 정신, 혜경궁 홍씨 회갑연에 깃들은 효 정신, 화성축조에 깃들은 실학 정신, 장용영에 깃들은 국방 정신. 수원시가 2016년을 정조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해로 정했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다. 28일 추진ㆍ자문 위원단 위촉식을 하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정조가 꿈꾼 영원한 제국이 이뤄지길 바란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네팔 지진

2001년 네팔에 갔었다. 9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수도 카투만두의 문화유산을 잠시 둘러보고 히말라야 일부 구간을 걸었다. 푼힐 전망대의 멋진 풍광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카투만두, 호수가 아름다운 포카라도 잊기 어렵다. 여유 없이 간 트레킹이어서 꿈결에 잠깐 스친 듯 아쉬워 언젠가 다시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리라 생각해왔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남쪽 사면에 위치한 네팔은 중국ㆍ인도와 접하고 있는 내륙국이다. 한반도의 3분의 2 크기로 대부분이 산악지대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천848m)를 포함해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하고 있다. 인구의 81%가 힌두교도지만 힌두교에 불교가 결합돼 있고 수많은 신들을 모셔 신들의 나라라고 한다. 네팔은 다양한 종교에도 갈등과 대립 대신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독특하고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7곳이나 된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체제의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왕과 정당, 반정부군이 대립각을 이루며 끊임없이 혼란을 겪었다. 195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며, 2008년 국왕제를 폐지하고 네팔연방민주공화국이 선포되면서 정치적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인구는 3천100만명이다. 산업은 히말라야 일대를 등반하는 해외 산악인들에게 제공하는 등반 관련 가이드 서비스와 관광산업, 숙박업 등이 핵심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기준 699달러(76만원) 정도다. 우리나라와는 1974년 5월 15일 수교했으며 인연이 깊다. 수많은 불자들이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를 순례하고, 우리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준봉을 연이어 찾고 있다. 트레킹에 나서는 일반인도 상당히 많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나라 네팔에 지난 25일 진도 7.8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카트만두 시가지는 아비규환 상태다. 1만700명이 숨진 1934년 카트만두 동부 지진 이래 81년 만의 대지진이다. 이번 지진으로 수천명이 사망했다는데 앞으로 1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네팔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제사회가 나서 필사의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국토 전체가 고산지대에다 통신과 교통이 여의치 않아 인명구조와 피해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네팔 사람들에게 닥친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인류애가 필요하다. 네팔이 하루빨리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나길 기원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한글맞춤법

어따 대고 반말이야? 얻다 대고 반말이야? 어따 대고와 얻다 대고, 어떤게 맞을까. 써보기까지 하지만, 어렵다. 100명 중 98명은 틀린다는 맞춤법이다. 결론은 얻다 대고가 맞다. 우리 맞춤법이 헷갈리는 게 많다. 어의없다 어이없다(○), 금새 금세(○), 왠일이니 웬일이니(○), 몇일 며칠(○), 셀레임 설렘(○). 제가 할께요 할게요(○).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세계적으로 제일 낮다고 하고 한글을 잘 쓰는데도 맞춤법에 맞게 제대로 쓴다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정치인들도 맞춤법을 틀려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재오 의원은 특임장관 시절 태극기를 태국기로 잘못 써 곤혹을 치렀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꿈니다. 2012.10.18 안철수. 안 의원은 어디 방명록에 꿈꿉니다를 잘못 써 맞춤법 잘못 표기 사례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최근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기상천외한 맞춤법 실수가 화제다. 나보고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일취월장) 삶과(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곱셈추위(꽃샘추위) 쇠뇌교육(세뇌교육) 힘들면 시험시험(쉬엄쉬엄) 해라 장례희망(장래희망) 설흔(서른) 즈음에 골이 따분한(고리타분한) 성격 등등. 맞춤법을 헷갈려서 실수로 쓴 게 아니라 애초부터 단어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사례들이다. 한 네티즌은 진짜 갈 거야?라는 문자에 상대방이 엉 마마잃은중천공이라고 가야지라고 답한 것을 캡처해 온라인에 올렸다. 이는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을 잘못 쓴 것이다. 이 같은 맞춤법 파괴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례들을 보며 배를 잡고 웃지만, 그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의 국어 맞춤법과 띄어쓰기 스터디 모임이 붐이라고 한다. 자기소개서 등의 맞춤법 실수를 줄이기 위해 900점 이상 토익 점수와 각종 봉사활동 경력, 자격증 같은 고(高)스펙을 갖춘 이들이 한글 맞춤법 공부에 매달리는 진풍경이다. 중ㆍ고교 때 입시 위주의 국어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도 취업 위주의 스펙 쌓기에 매달리다 보니 국어 맞춤법이 엉망이다. 글쓰기 훈련이나 독서가 부족한 이들이 우리말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게 당연할지 모르겠으나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씁쓸한 관피아 척결책

최근 수원시 등 경기지역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해 출범한 인사혁신처가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에 따라 지난달 31일자로 퇴직공무원 취업제한기관 1천447곳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원시시설관리공단, 경기평택항만공사 등 경기인천지역 20여곳의 지방공기업이 추가 기관에 포함, 일선 지자체 인사운용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것이다. 수원시의 경우 심각한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4급(서기관) 이상 고위공무원들을 정년보다 2년 앞서 명예퇴직케 하고 시설관리공단, 청소년육성재단, 문화재단 등에 근무케 하는 것을 관례화하고 있다. 더욱이 수원시에 3급(부이사관) 직제가 세자리 생겨나면서 시설관리공단과 청소년육성재단이 3급 퇴직자의 자리로 고착화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퇴직공무원의 시설관리공단 취업이 제한되면서 당장 올 연말부터 고위공무원 인사운용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비단 수원시 뿐 아니라 경기지역 전체 지자체의 고민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퇴직공무원의 능력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취업을 제한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다수의 관피아들이 시간 때우기식으로 기관을 운용, 심각한 문제를 양산시켰다는 점을 부정하자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 수원시는 지난 2010년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을 개혁하겠다며 공모를 통해 전문경영인 출신 이사장을 영입했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오히려 역효과만 낸 이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것이다. 결국 퇴직공무원이 다시 이사장직을 맡아 기관을 정상화시켰다. 규제개혁을 모토로 한 정부가 퇴직공무원이라 해당 지방공기업의 취업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 모순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자체의 원활한 인사운용을 위해 지방공기업 재취업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방공기업의 개혁을 위해 철저한 인사 및 감사시스템 도입 등의 고민은 제쳐두고 관피아가 문제되니 퇴직공무원의 재취업을 아예 막아버리자는 유치한 발상 자체가 씁쓸할 뿐이다. 박수철 사회부 차장

[지지대] 병사봉급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병사들의 봉급이 오른다 한다. 국방부가 국방중기계획(2016~2020년)을 통해 한달 달 9만7500원(상병ㆍ2012년 기준) 수준이었던 봉급을 2017년 까지 19만5800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현재 7190원 수준인 1인당 기본 급식비(하루 기준)도 2020년까지 9441원으로 높인다고 한다. 이밖에도 인력이나 장비 등의 지원도 강화해 선진국방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엊그제 담뱃값 인상으로 울상을 짓던 군에 가있는 아들놈 얼굴이 불현듯 떠오른다. 아빠, 인생의 가장 젊음을 만끽할 절정기에 시급 300원을 받고 국방의 의무, 군인의 책무를 다하는데 물가인상(특히 담뱃값)을 사회와 똑같이 적용하면 군인들이 생활을 어떻게 해요? 특히 봉급 쬐끔 올려주고 개인 용품은 사서 쓰라니 불만이 많아요 라던 그 녀석에게는 봉급인상 소식이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희소식일게다. △군인이라서 특별대우를 하거나 특혜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직무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 불만이나 불편이 발생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그들의 불만이나 불편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해 온 것을 우리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이 지켜봐 왔고 그 경험은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이 상처는 이해 당사자만의 것은 분명 아니다. 여전히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사회와 국가가 함께 짊어지어야 할 무거운 굴레다. △국방부의 병사 봉급 인상계획이 분명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 것이나 문제는 사탕발림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군대에 가 있는 상당수의 병사들이 여전히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곳에서도 어느새 빈부의 격차가 발생해 서로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혹독한 훈련이나 선임병들의 엄격한 명령보다는 전우간에 보이지 않게 형성되고 있는 이런 갈등이 오히려 더 힘들다고들 한다. 병사 처우개선에 병영개선 의지를 천명한 만큼 차지에 이런 정서적인 측면에 대한 대안도 한번 더 챙겨봤으면 하는 게 군에 아들을 맡긴 부모의 마음이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거짓말의 역습

대부분 검찰에 소환되면 긴장한다. 불편한 철제 의자부터 어색하다. 조사관의 싸늘한 눈길도 고통스럽다. 그렇게 긴장하고 첫 번째 조서 작성에 들어간다. 반전은 이때 일어난다. 예상보다 친절(?)하다. 별다른 추궁도 하지 않는다. 말하는 그대로 받아 적어준다.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나름의 논리를 풀어낸다. 유리하게도 말하고 거짓말을 보태기도 한다. 1차 조서 작성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피의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이어 2차 조서 작성이 시작된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진술 때마다 검찰이 숨겼던 증거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첫 번째 조서가 펼쳐진다. 그 조서의 문구 하나하나를 추궁받는다. 거짓말이 들통나기 시작한다. 피의자가 1차 진술을 후회하기 시작하지만 때는 늦는다. 1차 조서는 이미 구속영장 서류 맨 앞에 첨부된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근거는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다. 1차 조서 곳곳에 남아 있는 거짓말이 증거 인멸 우려의 근거가 된다. 검찰에서 정설처럼 전해오는 수사기법 중 하나다. ▶자살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품에서 이완구 총리의 이름이 나왔다. 사정(司正)의 신호탄을 울렸던 이 총리였다. 여론이 그를 향했다. 그즈음 나온 이 총리의 해명은 이랬다.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ㆍ(2012) 대선에는 관여하지 못했다. 심지어 금품 수수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해명들을 반박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왔다. 23차례 만난 정황도 나왔고, 200여 차례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대선 유세 현장에서 찍힌 사진도 나왔다. 거짓말이거나 믿기 어려운 해명이 됐다. ▶결국, 이 총리는 사퇴했다. 대통령도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검찰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수사의 목표는 3천만원 수수 여부다. 누구도 그 진실을 예단할 수는 없다. 이 총리도 돈을 받지 않았음을 힘들여 입증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스스로가 쳐놓은 벽이 있다. 국민 앞에 풀어놓은 1차 해명들이다. 그 모든 게 진실임을 입증해야 한다. 아니면 거짓말을 한 이유라도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받지 않았다는 본건(本件) 해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1차 조사에서 거짓을 말한 피의자는 2차 조사에서 역습을 당한다. 그러면서 1차 조사 때 거짓말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후회한다. 최초 해명을 석연찮게 한 이 총리도 여론의 역습을 당하고 있다. 어쩌면 처음 해명 때 여러 번 봤지만 돈은 안 받았다고 말했으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의 유니폼 위 옷깃에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물병에는 Remember 0416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전국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안산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의 특별한 모습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친구 250명과 교사 15명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2연패를 일궈냈던 단원고 선수들이 1년이 흐른 뒤 다시 전국대회 결승 무대에 섰다. 지난 17일 여고부 단체전 결승이 펼쳐진 전주 화산체육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은 대구 상서고와 결승 대결에 나섰다. 박세리 김민정(3학년), 노소진 이지은(2학년)으로 꾸려진 단원고 탁구부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나 웃을 수 없었다. 친구, 언니ㆍ오빠, 선생님이 탄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선수들은 우승컵을 들고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이었다. 특히 당시 대회 출전으로 2학년 동급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에 나서지 않았던 박세리ㆍ김민정은 더욱 가슴이 아팠다. 1년이 흐른 지금 선수들의 스매싱의 매서움은 여전했지만 사라진 웃음기는 아직 되찾지 못했다. 이제 졸업반이 된 선수들은 슬픔을 이겨내고 아픈 상처를 감추기 위해 더욱 씩씩하게 라켓을 휘둘렀다. 세 시간 넘게 펼쳐진 결승전에서 이들은 하늘나라 친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선수들의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쏟아졌다. 선수들은 하늘의 친구들과 모교에 우승 선물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학부모와 코치, 교사들은 학생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슬픔을 딛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견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땀을 흘렸다. 연습장으로 쓰던 학교 체육관이 사고 이후 한동안 상황실과 심리치료실로 쓰여 연습을 제대로 못했다. 단원고란 학교명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밖에 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를 극복하고 열심히 훈련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다. 별이 된 친구들에게 승전보로 작은 기쁨과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에 온 힘을 쏟아냈던 선수들, 지난 1년간 자란 키 만큼이나 마음의 키도 훌쩍 자란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광명동굴

광부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탄광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여러군데 있다. 정선의 화암동굴은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이 자리했던 곳으로 국내 5위 금광이었다. 금광 굴진 작업 중 천연 종유동굴이 발견됐고, 폐광이 된 후 금광 갱도와 함께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테마형 동굴로 개발됐다. 천연 종유굴은 2천800㎡ 규모의 광장이고 관람 길이는 1천803m나 된다. 화암동굴은 종유석이 자라고 있는 동굴생태 관찰, 금 채취 및 제련 과정 등 동굴체험교육 현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언양에 있는 자수정 동굴나라는 자수정을 캐내던 광산이었다. 자수정은 일제강점기와 해방후 고가에 수출됐으나 이후 경제성이 없어 폐광으로 방치되다 새롭게 단장됐다. 채광 당시의 광산 모습 그대로 개발된 관광지는 마치 지하궁전 같다. 총연장 2.5㎞에 이르는 동굴은 영롱한 조명과 인공분수 등 다양한 시설로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인 광명동굴은 1912년 일본이 가학산에 광산을 개발, 금ㆍ은ㆍ동, 아연 등을 캐던 곳이다. 여기서 채굴된 광물은 일본으로 보내져 태평양전쟁의 무기가 됐으며, 해방 후에는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으로 경제 부흥의 토대가 됐다. 1972년 폐광된 뒤 방치되다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는 인근 소래포구에서 생산한 새우젓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됐다. 이후 광명시가 2011년 1월에 매입, 문화와 관광이 접목된 테마파크로 만들어 2012년 7월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길이 7.8㎞에 지하 275m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총면적 34만2천797㎡에 8개 갱도로 구성됐다. 흔히 가학산동굴로 불리던 이곳은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 들어 짜임새를 높이기 위해 3개월간 리모델링으로 20개의 테마공간을 갖춘 뒤 지난 4일 광명동굴이란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동굴엔 공연장, 아쿠아월드, 황금길, 동굴폭포, 약수터, 와인레스토랑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다. 광명동굴은 수도권 어디에서든 1시간 안팎이면 갈 수 있어 가족 나들이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폐광에서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난 광명동굴에는 다른 관광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있어 문화관광 명소로 꼽힌다. 폐광의 변신은 화려했다. 광명시의 노력이 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경기도청 벚꽃 축제

지난 주말 경기도청 벚꽃 축제를 다녀왔다. 경기도청을 10년 가까이 출입하면서도 정작 축제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주말을 이용, 집 사람과 바람을 쐬러 갔다. 도청 근처에 차를 대로 도청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활짝 핀 벚꽃도 하얀색으로 팔달산과 도청을 감싸고 흩날리면서 봄날의 따스한 온기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벚꽃을 보려 도청으로 걸어가는 길은 다소 불편했다. 도청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은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뿐 아니라 축제를 겨냥한 노점상들이 인도를 가득 채운 채 영업 중이었다. 곳곳에서 소주나 막걸리를 팔기도 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수원역 일대에서 골뱅이와 홍합을 팔던 포장마차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본 포장마차여서 잠시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던 옛 기억도 났지만 보기에는 좋지 않았다. 인도를 점령한 노점들로 인해 올라가는 길이 비좁아 사람들과 부딪히며 슬로모션으로 도청을 올라갔다. 화려한 벚꽃 축제의 티였다. 이때 예전에 이태원에 놀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노점상에서 떡볶이는 먹으면서 본 그곳이 노점들은 동일한 크기의 외관과 같은 디자인으로 질서 정연하게 길거리에 배치돼 있었고 노점별로 등록 번호도 있었다. 깔끔했다. 그리고 영업시간도 정해져 있었다. 용산구청에서 노점상들을 양성화한 결과물이었다. 불법이지만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온 사람들인 만큼 이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공식화였던 셈이다. 벚꽃 축제에 있던 노점상이나 모두 생계를 위해 길거리로 나온 사람들이다. 먹고살기 위해 길거리에 좌판을 벌이고 천 원, 이천 원짜리 물건을 판다. 그러나 지난 주말에 장사진을 펼쳤던 노점들은 무질서하게 난립,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었다. 도청 축제를 이용해 돈을 벌려 나온 노점상들을 단속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모두들 생계를 위해 길거리에 나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걸어 다니는 길을 막고 나를 불편하게 했다고 그 사람들에게 비난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사전에 축제를 준비하면서 등록을 받는 방법도 생각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사전에 등록을 받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내년에도 벚꽃 축제는 또 열릴 것이다. 그때는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식 경제부 차장

[지지대] 落花의 계절

연이틀 꽃 비가 내렸다. 지난 주말 곳곳에서 열린 봄꽃 축제의 화려함을 만끽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 이번 주를 기약했는데, 봄비에 꽃 비만 즐긴 셈이 됐다. 그래도 세상은 온통 꽃 천지이다. 지난 겨울이 비교적 따뜻해 서둘러 봄 마중을 나왔던 벚꽃에 뒤질세라 진달래며 개나리가 앞다투어 피더니 이제는 영산홍이다. 오랜 경제불황에 먹고사는 것마저도 걱정하는 때에 웬 꽃 타령이냐?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바쁜 일상에 여유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그나마 눈만 돌리면 꽃이라도 볼 수 있는 이 계절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람들은 아무리 아름답던 꽃도 시간이 지나면 지고 만다는 것을 잘 안다. 피어 있을 때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질 때의 모습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이형기 시인은 낙화라는 시를 통해 자연의 섭리를 거절하면 추함을 더할 뿐임을 암시한다. 시인 조지훈은 낙화라는 시에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라면서 떨어지는 꽃잎을 통해 네 탓 공방에 빠져 허우적대는 현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낙화(落花)가 아름다운 것은 때가 되면 피었다가 지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을 지운 그 자리에 무엇보다 소중한 씨와 열매들이 자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련 없이 여름에 봄을 내어준다. 지금 대한민국은 봄비에 꽃들만 지는 게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기고 간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현 정권 비서실장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것도 모자라 일국의 국무총리마저 결백을 주장하며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한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은 물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번만은 아니겠지라며 자위하는 국민의 신뢰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녹음의 무성함과 풍성한 열매를 위해 낙화는 필연적인 과정이지만, 매번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낙화를 지켜봐야만 하는 국민은 답답할 따름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드라마 펀치·여의도 정치

총장님 저 이제 갈랍니다. 총장님은 만수무강 하십시오. 감옥안에서-. 박정환 검사(김래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죽음을 앞에 두고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의 비리를 파헤친다. 그리고 이 총장을 향해 마지막 경고를 날린다. 말대로, 박 검사는 죽었고 검찰 총장은 감옥에 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순간 현 정권 인사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세상에 남겼다. 나는 가지만 당신들은 감옥에 가라는 통고로 풀이된다. 그 8명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전부 또는 일부가 감옥에 갈지도 모를 상황이다. ▶법은 하나야.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다. 박정환이 이 비리를 파고든다. 수사를 막으려는 윤 장관에게 박정환이 던진 말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라는 단어는 같다. 그런데 내용이 많이 다르다.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를, 여당은 대선 자금을 말하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월권이다. 해서는 안 될 말들이다. 수사는 검찰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의 수사 대상은 하나다. 여당의 불법에게도 야당의 불법에게도. ▶장관님, 저는 검사입니다. 검사가 들어야 할 명령은 청와대의 하명이 아니라 법의 명령입니다-. 대검 차장 정국현(김응수)이 윤 장관에게 불려간다. 청와대의 뜻이라며 수사 중단을 종용받는다. 정 차장이 이를 거부하며 던진 말이다. 13일 오전에도 대검에서는 검사장급 간부 회의가 열렸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방향과 향후 전망 등이 거론됐다. 이번이 기회다 야당조차 할 말 없도록 철저하게 파헤치자는 의견도 있었다. 입으로 말한 간부는 없었으나 그 말이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법으로 하자는 뜻임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하경아 세상 안 변해. 너부터 살아-. 신하경 검사(김아중)는 박 검사 부인이다. 비리와 맞서다가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한다. 하지만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는다. 박 검사가 신 검사를 말리며 던진 가슴 아픈 충고다. 드라마 펀치가 남긴 명대사 중 가장 비관적이다. 실제로 여의도 세상이 그렇다. 참여 정부 시절 돈 정치가 철퇴를 맞았다.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썼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도 줄줄이 감옥에 갔다. 이후 정치가 깨끗해졌다고들 말했다. 참여정부의 치적 1호도 돈 안 드는 정치 풍토 조성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의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뭉칫돈이 오가고 있었다. 드라마 펀치와 여의도 정치가 소름 끼치게 닮아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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