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자존감과 자신감은 대개 타인의 반응을 통해 형성된다. 태어난 후 부모의 반응과 관계를 통해 기초가 형성되는데 따라서 부모의 양육은 매우 중요한 뿌리를 만들어준다. 아기가 힘들 때 부모가 바로바로 반응을 보여주면서 필요를 채워주면 아기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 행복감은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타인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즉 세상이 나를 이렇게 돌봐주니 난 괜찮은 사람이다. 세상은 믿을만한 곳이다라는 긍정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대개 3세까지 이런 뿌리가 형성되는데 그 이후에도 행복감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으로부터 모종의 좋은 반응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이런 반응을 통해 자라면서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지고 수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전문적인 분야로 자기 심리학(self-psychology)라고 한다. 자기 심리학은 이런 반응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인간의 자존감과 행복감이 유지되고 증진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비록 한 사람이 어릴 적 양육을 잘 받지 못해 자존감과 자신감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만난 다른 사람이 이런 역할을 잘해 주면 결국 보완될 수 있다. 어릴 적 고아로 자란 아이가 커서 만난 선생님을 통해 잘 자랄 수 있고 어릴 적 부모로부터 방임되거나 학대받은 아이도 좋은 형이나 스승을 만나면 이런 상처가 보완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해주는 사람을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대상이라고 해 자기-대상(self-object)이라고 한다. 자기-대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늘 무언의 따뜻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준다. 자신이 가장 이상적이고 강력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줌으로써 그런 인정을 받은 인간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다. 제자가 스승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아이가 부모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남녀가 서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친구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등 인간이 가지는 사람에 대한 열망은 결국 그들로부터의 사랑 반응을 통해 자존감과 자기 결속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작게는 집단이고 크게는 국가)에서 자기-대상을 잘 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특출나게 이런 역할을 잘 해주는 지도자가 있으면 대중은 그 사람을 따르게 되고 그 사회의 안정성도 증진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들자면 25세 박모 양은 심한 우울감으로 진료실에 내원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직후에 증상이 심했는데 병력을 보니 어릴 적 어머니가 아빠와 일찍 이혼하고 새엄마와 함께 생활했다. 박모 양의 특징은 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반응에 매우 예민하다는 것이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거절을 잘 못했고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내가 만약 주장을 했는데 상대방이 그게 싫어서 날 멀리할까 늘 두렵고 눈치를 살피게 돼요라고 했다. 이번 남자친구와는 생전 처음으로 3년 동안 사귀며 깊은 사랑에 빠진 사이였다. 그 남자가 웃으면 내가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고 그 남자가 화를 내거나 토라지면 세상이 다 무너진 것처럼 힘들고 불안했어요. 이젠 그 남자가 떠나가니 도저히 혼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치료진은 어릴 적 양육과정에서 자기-대상 관계의 부재로 생긴 갈구함이 이 환자의 마음속에 강하게 존재하고 환자가 자기-대상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친구가 떠난 뒤 심한 자존감의 저하 및 자기 결속감의 붕괴를 경험한 것으로 판단했다. 2년 간의 전문상담치료 후 환자는 많이 호전되었고 결국 약물 치료를 중단한 뒤 치료를 종결할 수 있었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말과 말귀 사이에서 실수를 줄이는 법

지난해 한 피자집에서 고객의 영수증에 말귀 못 알아먹는 할배 진상이라고 쓴 문구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수요일은 30%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피자를 산 고객이 결제금액에 대해 물었는데, 직원이 퉁명스럽게 그게 할인된 금액이라고 말했다. 고객 생각에 소비자는 그런 걸 잘 모르니까 30% 할인한다고 하면 1만9천900원에서 더 할인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어투로 이게 할인한 거라고 답했다고 한다. 고객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원했던 것인데, 말귀를 못 알아들은 노인 취급을 받은 것이다.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경우는 이런 때다. 명절이 다가올 때 바쁜데 뭐하러 오냐?는 부모님 말씀을 곧이곧대로 듣고 진짜 안 가는 것. 김 대리가 바쁜 거 같은데 좀 가보라는 상사의 말에 정말 가서 김 대리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눈치 없고 둔한 후배 취급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사실 이렇게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다음과 같은 사람은 종종 볼 수 있다. 김 대리,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면서?라고 물었는데, 네. 제가 컨설팅회사에서 좀 날렸죠. 그때 얼마나 잘 나갔느냐 면요 이런 말은 요즘 표현으로 TMI(Too Much Information)다. 다른 사람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내용을 먼저 나서 지나칠 정도로 많이 알려주는 것이다. 한 번만 살짝 상대의 말을 마음으로 터치해보면 이분이 왜 지금 내가 컨설팅했던 경력에 관심을 가질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라는 맥락으로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네. 그런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사람이 바로 말귀 알아듣는 센스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서구사회보다 있는 그대로 말을 알아듣고 실행하면 실수할 위험이 큰 사회다. 우리 사회가 고맥락의 언어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직장에서도 상세하게 만들어진 업무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앞뒤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서 일 처리하는 것이 관습이라 말하지 않아도 말귀는 알아먹어야 한다. 그 때문에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행동하기보다 말의 이면에 깔려 있는 상대방의 의도나 감정, 욕구까지 헤아려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말의 행간, 글의 행간을 읽어야 실수가 적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잘 살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먼저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 집중을 해야 한다. 급한 성격이 있다면 잠시 지긋이 잡아두고 섣부른 판단과 예단은 자제하고 끝까지 잘 듣고 궁금한 것은 물어야 한다. 끝까지 듣고 나야만 정말로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고 내 생각을 전할 수 있게 된다. 말이든 글이든 앞뒤를 살피지 않고 필요한 말만 골라 듣거나 과정은 생략된 결론만 들으려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까지 배려하지 못한다. 또 사람은 대화할 때 말 자체로는 메시지의 단 7%만을 전한다고 한다. 나머지 93%의 메시지는 목소리와 말투, 표정, 몸짓 등이 서로 어울려 통합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바빠서 다른 일을 하면서 듣고 있으니 말해라고 말하는 건 10%도 안 되는 말만 듣게 된다는 의미다. 서로 눈을 바라보며 말소리가 전할 수 없는 비언어적인 요소가 전하는 진심을 봐야 한다. 잘 듣고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게 되면 안 될 일도 되고 될 일도 틀어져 버린다. 잘 듣는 일은 원만하고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추다. 오늘부터 대화할 땐 눈도 맞추고 마음도 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새로운 메시지가 들릴지 모른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경기시론] 마을이 세상이다

마을이 세상이다! 마을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며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듣는 구호이다. 최근 여러 부서와 기관의 정책을 살펴보면 마을중심의 정책이 주목받고 있음을 확인한다. 탁상이 아닌 현장 중심,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 행정주도가 아닌 주민참여와 협치, 경쟁과 갈등을 넘어 협력과 포용사회로 나가는 길에는 마을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2018년 국민이 선택한 기재부 정책 MVP으로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리모델링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2019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이 사업을 강조하고 도서관, 생활체육시설, 생활안전인프라 등 생활 SOC 예산을 지난해 5조8천억 원에서 올해 8조7천억 원으로 늘렸다. 보건복지부도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 강화, 돌봄 수요자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업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널리 확산됐다. 높다고만 여겨졌던 학교 담장이 마을 안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민선 5기가 시작하면서 마을만들기, 주민참여 정책들이 활성화됐다. 되돌아보면 민선 4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후보자는 개발과 성장 중심으로 정책 공약을 제안했다. 유권자 표심을 따라가야 하는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도심 재개발과 뉴타운 공약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민선 5기부터 지자체마다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해 대부분의 시ㆍ군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이 추진된다. 민선 6기를 거쳐 민선 7기로 넘어오면서 마을 중심의 정책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마을 중심 정책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지난해 가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있는 지방분권 가속화, 주민참여 활성화, 주민자치회 전면 실시 등의 내용이 마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필자는 주민자치회를 특히 주목한다. 지방분권법에 따라 전국 95개 읍ㆍ면ㆍ동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주민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해 주민 스스로가 다양한 자치의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이 마련한 공간에 초대된 주민은 자치능력을 키울 수 없다. 마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을 넘겨줬을 때 주민은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주민자치회가 이전에 진행된 동원형 주민참여 정책과 명확한 차별성을 보여줘야 성공한다. 둘째는 융합형 기획과 추진이 필요하다. 개별 부서나 기관들이 추진하는 사업은 마을로 가면 만나서 섞인다. 한두 개 부서의 사업이 추진됐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겠지만, 여러 부서의 사업들이 동시에 추진되는 지금은 마을 차원에서 이들 사업을 조정하고 관련자의 협업을 촉진해야 한다. 협치의 관점에서 주민자치회 정책을 풀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수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전체 주민 중에서 몇 명이 참여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주민의 참여가 더 중요하다. 평일 낮 시간에 일정 회비를 내는 주민으로 참여가 한정됐던 익숙해진 주민만의 자치는 성공할 수 없다. 그동안 마을 일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던 직장인이나 청소년과 청년의 참여를 확보해야 한다. 소수지만 소외되는 집단이 없도록 소통해야 한다. 다수 주민의 참여가 주민자치회를 이름에 걸맞게 대표성을 갖게 할 것이다. 마을이 세상이고 주민은 세상을 이끌어가는 주인이다. 유문종 道따복공동체위원회 공동위원장

[경기시론]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든다

1971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는 심리학의 역사에서 유명한 실험을 진행한다. 일명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이다. 이 실험은 피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교도관 역할을, 다른 그룹에게는 죄수 역할을 맡겨 감옥에서 지내게 한 실험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된 실험이 시간이 흐르면서, 교도관 역할의 피험자들은 점점 폭력적으로 바뀌었고 비인권적인 행위와 권위적이고 잔혹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죄수 역할의 피험자들도 진짜 죄수들처럼 눈치를 보고 탈옥을 생각하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결국 폭동이 발생하면서 가짜 감옥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됐다. 이 실험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짐바르도 교수는 개인의 자질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떤 인간이 저지른 행동은 그것이 아무리 끔찍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들 모두가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썩은 사과가 썩은 상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위기청소년들에 대한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가 없다. 환경적인 요인에서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고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처럼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점검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스포츠계에 만연한 성폭력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한 개인과 몇 명의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접근이 더 필요한 것이다. 체육계의 폐쇄성과 합숙이란 이름으로 통제하고 권위적이고 위협적인 문화가 이런 사태를 만들어 온 것이다. 2018년 경기도 위기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이혼가정의 미성년자녀들의 수가 2만6천924명(2017년), 요보호 대상이 540명(2016년), 저소득 및 한부모 가정 가구 수가 4만4천157가구, 가구원수가 10만8천855명(2016년), 아동학대로 인정된 피해 아동이 5천48명이고, 학업중단 학생이 1만4천350명(2017년), 소년범인 청소년이 1만9천317명(2016년), 자살시도 학생이 1천253명(2018년)에 이르고 있다. 경기도 위기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가족적 위기사항, 교육적 위기사항, 개인적 위기사항, 사회적 위기사항으로 나누어서 통계를 관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위기학생을 가정, 정신건강, 학교부적응 등의 문제로 학업중단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어렵게 하는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학생으로 정의했다. 위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살을 결심했던 중학생을 만났다. 그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서 걸어가고 있을 때 우연히 지나가던 어떤 분이 이 학생에게 세 마디의 말을 하고 살렸다. 그 지나가던 분이 한 말은 얘, 이쁘게 생겼네, 그런데 힘들어 보여, 그래도 힘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학생은 살아야 할 용기를 얻고 학교에 있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중학생은 상담과 학부모의 격려 등을 통해 잘 지내고 있다. 위기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요인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환경적인 변화의 출발은 작은 관심이다.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공감과 격려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학교와 사회가 이런 위기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환경을 바꾸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세상에 이런 일이…

필자는 출산장려 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출산하면 관심이 먼저 간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말? 지난 1월7일 뉴스를 접하며 경악했다. 14년간 식물인간 상태였던 미국 여성이 아이를 출산해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기사였다. 1월7일 CBS 방송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한 의료센터에 입원 중이던 여성 환자 A씨가 지난해 12월29일 남자아이를 낳았다. 여성 A씨는 14년 전 물에 빠져 사고를 당한 뒤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왔으며, 병원 측은 A씨가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또 A씨가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살펴본 간호사가 아기 머리가 나온 것을 발견한 것으로 알렸으며, 의료진들이 급히 제왕절개 수술에 나섰다. 병원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성폭행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경찰은 수개월 전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어 해당 의료센터 측은 성명서를 내고 의료 제공자로서 환자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수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고 밝힌 내용이다. 파렴치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비단 미국만의 일일까요? 우리나라의 사회뉴스를 접하다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하며 경악하는 일이 왕왕 있다. 사람이기에 사람다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어찌하여야 하나? 동물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며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배자로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교육을 통해 문화를 말살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람다운 사람으로서의 사람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먼저 교육부의 교과목 개편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인성교육, 진로교육, 성교육, 역사교육, 부모교육, 경제교육, 경영, 심리, 봉사 등 삶에 필요한 부분을 위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정규 교과목에 편재하고, 진로가 명확하여 진로에 대한 계획이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전문가적 소양 자체가 교과로 이뤄지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한다. 현재의 진심없는 따라하기식 정부정책, 무조건 퍼주기식 행정, 주먹구구 한치 앞 입막음식 정책이 아니었으면 한다. 사람들의 100년 후 장래를 위한 정책이길 바란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한 것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천천히 행하는 개선책이 됐으면 한다. 또 출산장려운동을 하는 필자는 출산이 행복이어야 한다고 덧붙여 말하고 싶다. 다만 출산이 행복이 되려면 좀 더 현실적인 경제정책이 맞물리는 출산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은 돌고 돈다지만 출산장려금을 받는다고 출산이 장려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나마 충북 옥천군은 조금 다르게 여성들에게 임신 전과 출산 후 영양 보충까지 책임지기로 하는 모자 건강 증진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응원하는 바이다. 우리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자체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또한, 교육이 가장 급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그렇다면 그 출발점은 어디에서부터인가? 왜 생뚱맞게 출산을 운운하나? 교육정책이 있고 교육프로그램이 개선되었다고 한들 교육받을 대상이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그런데 출생은 행복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출산 자체가 고통이며, 선택으로 자리매김한 현실에서 출산을 장려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마음이 건강하면 몸도 건강해진다

늙고 병든 노모를 모시고 어렵게 사는 가난한 집안의 효자가 노모의 병에 웅담이 특효약이란 이야기를 듣고 목숨을 건 사투 끝에 웅담을 구했다. 이에 감동한 노모는 그 웅담을 복용했고 그 후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는 조상들의 옛이야기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웅담이라는 것은 간 밑에 있는 쓸개에 저장된 액체다. 이 액체의 성분은 몸에 특별히 좋은 것이 아닌 전해질과 간에서 나온 여러 분비물에 불과하다. 이렇듯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쓸개즙이 왜 노모의 병을 치료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노모가 웅담을 보고 느꼈을 감동이다. 과거엔 쓸개즙을 얻기 위해 곰을 밤낮으로 찾아 헤매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곰과 싸워야만 했다. 노모는 그 사실을 알기에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건 아들의 정성과 사랑에 감동했고 자신이 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져서 살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췄을 것이다. 이런 감격의 경험과 생에 대한 의지가 노모의 회복에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뇌출혈이나 중풍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들 중 보호자들이 치료비나 유산 때문에 환자 옆에서 싸운 경우보다 보호자들이 정성껏 환자를 돌보는 경우에 환자의 예후가 더 좋았다. 또한 수술 전 수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안정감을 찾은 환자들이 그렇지 못한 환자들에 비해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빠르고 합병증도 적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다른 예로 미국에서 시행한 심상화기법을 들 수 있다. 이 치료에선 후두암으로 치료 불가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를 하며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가 암세포를 폭격하는 수백만 개의 에너지 탄알이라고 마음속으로 그리게 했다. 그리고 백혈구들이 몰려와 죽어 가는 암세포를 포위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환자는 차츰 치료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고 그런 확신과 희망을 가진 후 놀랍게도 2개월 뒤 암의 징후가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마음의 변화가 신체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증거로 들 수 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예로 위약효과(placebo effect)를 들 수 있다. 이는 통증에 진통제가 아닌 아무 효과가 없는 약을 진통제라며 환자에게 줄 때 실제로 통증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을 환자가 보였을 때 환자의 통증을 꾀병인 양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는 이런 위약효과가 꾀병이 아니라 심리적 효과로 인해 실제로 진통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이라는 성분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다). 한 연구에서 실제로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 진통제라며 위약을 제공했을 때 이 중 40%에서 진통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진통효과가 있던 환자들과 효과가 없었던 환자들 사이의 차이는 환자들이 이 약을 복용했을 때 실제로 진통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점에서 나타났다. 위의 예들은 모든 마음은 뇌에서 일어나는 생리작용이므로 마음의 변화로 인해 촉발되는 뇌의 생리작용이 실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마음의 변화는 곧 신체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과학적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전문용어로 심신의학이라고 한다. 일본은 내과전문의가 정신과적 수련을 따로 받은 후 시행하고 있고 독일은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내과적 수련을 따로 받은 후 활동한다. 역사는 이미 100년 정도 된 의학분야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이다. 마음의 힘이 신체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아날로그 온기로 전하는 마음

연말연시에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어릴 때는 일찌감치 부지런을 떨며 재료를 사서 하나하나 손으로 그리고 오리고 부치며 나만의 수제카드를 만들어 보내곤 했다. 그래 봐야 친구들이나 선생님 정도였지만, 문방구에서 사서 보내는 카드는 정성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짓처럼 생각할 정도로 카드나 연하장에 대해 이상하게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어선 12월이 시작될 때 인사나 감사를 전해야 할 사람 리스트 만들고 제법 다양한 카드나 연하장을 구비된 큰 문구점에서 구매해서 보냈다. 내 나름의 스타일을 담은 메시지를 고민했던 과거가 새삼스럽다. 그런데 이제 이 시기의 휴대전화는 조용한 아우성이다. 어느새 소리 없이, 하지만 빠르게 연달아 쌓이는 메시지들이 수북하다. 창을 열면 메신저 대화방마다 빨간 새 메시지 숫자가 좌르르 표시되면서 나를 기다린다. 차분히 열어볼 사이도 없이 쌓이는 수많은 메시지는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새해의 덕담을 함께 덧붙인 인사말들이지만, 다채로운 이모티콘이 대신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메시지가 있는 전자카드나 사진, 그림이 메시지를 전한다. 이 가운데 마음을 툭 잡아채는 메시지는 생각 외로 아무런 이미지 없이 한 줄의 글일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만 건네는 말! 어디서 가져온 것도 어디로 다시 가져갈 말도 아닌, 그냥 그 사람에게서 나와서 나에게서 멈춘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무수한 인사말이 오가는 이 시기는 주목받기 어렵지 모르지만, 생각 외로 자기 마음을 인상적으로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누구나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에 좀 더 특별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따로 있기 마련이다. 이런 분들에겐 내 마음을 잘 전할 좀 더 색다른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가치 있다. 빠르지만 조금 차가울 수 있는 디지털 메시지보다 조금 느리거나 세련되지 않아도 아날로그 감성을 깨우는 맞춤 메시지는 어떨까? 예를 들면 우정사업본부가 주관하는 느린 우체통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이다. 느린 우체통은 빠른 것이 미덕인 오늘날 기다림의 의미를 일깨워 주고자 추억을 기념할 장소에 설치한 우체통이다. 우체통 가까운 곳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엽서나 직접 가져온 우편물에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6개월이나 1년 뒤 봉투에 적힌 주소로 배달해준다. 이에 더해 나만의 우표를 제작해서 우편물에 붙일 수도 있다. 나만의 우표는 신청인이 원하는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우표로 만들어주는데 일반 우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그 내 우편물을 받아볼 사람과 추억이 있는 장소, 혹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우표라면 어떨까? 메시지를 읽어보기도 전부터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손수 조금 느리게 맞춤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바쁜 삶 속에서 쉽지 않은 수고가 따른다. 그래서 받는 사람에게 특별하게 다가간다.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가운데 느리게 지나가는 것은 찬찬히 잘 보게 된다. 그 느리게 다가온 메시지가 나에게 와서 멈출 때 우리의 마음엔 파동이 생긴다. 연말연시 쉽게 소통할 도구를 손에 하나씩 든 사람들이 날리는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살포시 누군가 마음 깊이 가닿는 따뜻한 메시지로 문을 두드려보자. 새해의 좋은 기운은 거기서 시작된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빈발하는 극한 기상현상과 기후변화

황호태대지ㆍ황무집꽃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우리 주변의 대표적인 자연재해 현상인 황사, 호우, 태풍, 대설, 지진ㆍ황사, 무더위, 집중호우, 꽃샘추위를 줄여 한꺼번에 지칭하는 말이다. 유수의 대기업 부설 경제연구원에서 이 말을 쓰면서 널리 알려졌는데, 지금 보아도 기발한 약어가 아닌가 싶다. 이런 현상들의 최근 발생 빈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오늘의 화두라 할 수 있겠다. 지구의 자연재해 현상은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최근 불거지는 문제의 본질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이 온난화는 지구상에 온갖 특이한 기상 또는 극한(extreme) 기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상현상은 대체로 고(高)위험도를 지니고 사회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위험기상 현상이라는 표현으로도 자주 쓰인다. 21세기 들어 온난화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당연한 사실로 입증되고 있고 그로 인해 받게 되는 영향이 세계적으로 경제적ㆍ사회적 핵심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대 기상 기록들을 경신하는 등 극한기상의 강도가 강해지고 빈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은 재난 관리 측면에서 매우 우려할 일이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건강에 취약하듯이 극한기상으로 인한 피해 정도는 사회의 면역력에 해당하는 사회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느냐에 좌우된다. 그 때문에 특히 경제적으로 빈곤하여 사회 안전망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지역이나 나라에서는 비슷한 강도의 극한기상에 대해서도 그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온난화가 진행 중인데 왜 겨울이 과거보다 추워지기도 하고 위험기상이 빈발해지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겨울 추위는 북극에 갇혀 있는 차가운 공기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느슨해진 제트기류 때문에 중위도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지구온난화에 포함돼 있는 통계적 의미는 온난화라는 글자 그대로의 뜻 이상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는데, 평균 기온은 서서히 상승하되 그 변동폭이 과거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크게 흔들리게 되면 기온의 경우 더운 날의 수도 더 많아지는 한편 추운 날 수도 더 많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여름에는 폭염 일수가 증가하는 한편 겨울에도 한파일 수가 증가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전반적으로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온난화의 흐름은 피할 수 없다. 강수량도 이와 비슷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기후 변화의 과학적 평가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도 제4차 보고서(2007년)에서 21세기 동안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위험기상 출현 빈도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경고하면서 이런 논리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뜻하는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의 진행이 멈추어지지 않으면 단순히 기온만 올라가는 양태가 아니라 과거와는 다른 유형의 날씨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 지구온난화를 변덕스럽고 기괴하다는 의미로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대로라면 미래에는 이 말이 지구온난화를 대체해서 쓰이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기우이길 희망해 본다. 김성균 수도권기상청장

[경기시론]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인도의 철학자인 오쇼 라즈니쉬의 글을 보면 독일에서 일어난 일로 전쟁 중에 많은 고아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주일 내에 많은 아이가 죽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전쟁고아들을 위해 모든 보살핌을 다 제공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아이가 죽어갔다. 그래서 정신분석가들이 그 원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연구 결과 전쟁고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포옹이었다. 음식이 전부가 아니다. 예수가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는 말을 했다. 보이지 않는 음식, 내적인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아이들의 방에 들어가면 5분 이상 머물며 아이들을 껴안아 주고 함께 놀도록 했다. 그러자 사망하는 아이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였다. 요즘 어린이들이 일찍 스마트폰에 노출된다. 식당이나 카페 등의 공공장소에서 부모와 동행하는 아이들, 그리고 차량 안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이 높아지는 모습을 본다. 학생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가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전혀 소통하지 않고 가상의 공간 소통으로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스마트폰이 들려진 시대를 사는 아이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재수 없는 시기에 태어난 겁니다. 뇌가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에 스마트 기기는 아이들의 뇌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뇌 발달이 잘되지 않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9월부터 프랑스의 초등학교 학생은 학교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를 집에 두거나 학교에서 전원을 끄도록 하는 것을 의무화하였다. 이런 것은 오늘날 많은 학생이 가상공간에서 관계를 맺고 현실적인 관계에서 관계 맺기가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안에서 다양한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 학교폭력 행위와 혐오 발언과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문제를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수업 집중력도 낮아서 교사들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있다. 1950년 위스콘신대학교 해리 할로우 박사의 대리모 실험에서 어떤 대리모가 어린 원숭이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실험을 했다. 실험의 내용은 대리모 역할을 하는 두 인형이 있는데, 한 인형은 어린 원숭이가 먹을 수 있는 우유병이 있지만 철사로 돼 있는 인형이고, 다른 인형은 우유병은 없지만 포근한 천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안기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인형이다. 어린 원숭이는 배가 고플 때만 잠깐 철사 대리모 인형에게 가서 우유를 먹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천으로 된 인형의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어린 원숭이에게 큰 소리를 들려줘 겁을 주는 경우에도 어린 원숭이는 천으로 된 대리모 품에 안겼다. 이 실험은 양육자와의 애착(attachment)은 욕구를 채워주는 것보다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다. 오늘날 아동 청소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지지 체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서로 간 친밀도를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제공돼야 하고, 가정에서는 정서적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정서적인 지지와 따뜻함이 없으면 학생들의 정서적 결핍과 불안감은 높아질 것이다. 학교 현장이 이런 마음과 마음의 만남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행복추구권의 하나인 ‘출산행복권’, 헌법에 명시해야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어느 국가든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권적 권리인 행복추구권을 천부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 행복추구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행복추구권은 근대 입헌민주주의의 핵심인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그 사상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행복추구권에서 행복이란 다의적(多義的) 개념으로, 개개인의 생활조건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으나 최소한 인간적으로 고통 없는 상태에서 풍족한 생활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행복추구권은 국가가 발생하기 이전의 자연상태에서부터 존재하는 자연권적 성격을 갖는 기본권으로 이해된다. 여기에는 자유권과 사회적 기본권이 내재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행동의 자유권,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 휴식권, 수면권, 일조권, 문화적 향유권, 자기결정권 등을 포괄한 것이라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 아직 판결이나 헌법학자들의 법해석에 나열되고 있지는 않지만 출산행복권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출산은 사회의 구성원을 확보한다는 측면과 국가의 기반인 시민의 지속적인 양성은 사회와 국가의 존립 문제로 연결된다. 가정은 출산으로 인해 행복과 평화의 원천이 돼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추세에 있고, 비혼(非婚)을 주장하는 일부의 개인주의적 사유가 늘어나고 있다 할지라도 출산이 없다면 이 사회와 인류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출산 연령층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이는 결혼 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1일 평균 출생아 수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001년 1일 평균 출생아 수는 1천520명에서 10년 후인 2011년에는 1천291명으로 뚝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과 올해는 약 1천130명으로 훨씬 줄었다. 이런 출산율의 저하는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우리 사회 구성원은 누구나 관심을 갖고 사회 모두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정부나 개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책임의 주체라는 의미이다. 또 기업도 사회 구성의 한 부분이므로 일정 부분 책임감을 갖고 출산진흥에 힘써야 한다. 이런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가장 먼저 국가가 앞장서서 행복한 출산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은 이 정책을 이해하고 잘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한 가정에서 출산으로 인해 출산행복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가장 선진적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스웨덴의 육아복지제도를 살펴보자. 스웨덴은 ①아이가 태어나기 두 달 전부터 부모 중 누구라도 총 480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②휴가 기간에는 임금의 80%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다. ③육아 휴직 기간 중 60일은 아빠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④아이가 8세가 되기 전까지는 일의 양을 80%로 줄일 수 있다. ⑤자녀 출생 60일 이전 임신부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을 때 50일간의 임신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이처럼 출산 부모가 사회적으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출산복지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출산환경을 사회적 책임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헌법을 개정할 시에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출산행복권을 사회적 책임으로 입법화하자는 게 필자의 생각이고 주장이다. 그래야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출산의 신성함과 당위성을 깨닫고 보다 출산행복권에 사회적 배려가 깊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 원장

[경기시론] 알코올 중독은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알코올 중독이 한국에서만 갖는 특수성이 있다. 외국은 30대까지 알코올 중독이 증가하다가 40대부터 급격히 감소한다. 대부분 약물이나 마약중독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마약 청정국인 한국은 한번 알코올 중독에 걸리면 나이가 들어도 계속 알코올 중독이 심해진다. 심각도 수준의 알코올 중독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알코올 중독은 어찌 보면 외국의 마약이나 약물 중독 수준의 질환 특성을 보인다. 이렇게 심각도 수준의 알코올 중독이 많다 보니 재발도 많이 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일반인들은 알코올 중독은 완치가 안 되는 병인데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술로 인해 건강이 많이 상했으니 이를 회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은 결국 뇌가 알코올에 중독된 것이기 때문에 중독된 뇌가 잘 회복될 수 있는 여건만 제공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또한 뇌가 회복될수록 인격이 회복되고 단주에 대한 의지, 삶에 대한 회복의지가 살아난다. 대학병원을 포함 전국에 약 400개의 정신과 입원병원이 있다. 대부분 알코올 중독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많은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입원해서 치료받는다. 그런데 왜 알코올 중독은 치료가 안 되는 질환이라는 편견이 생겼을까. 우선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에만 전념하는 전문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은 현재까지 9개에 불과하다. 인구의 절반이 사는 서울, 경기, 인천에 단 4개뿐이다.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한 환자들은 단주를 잘 유지하면서 사회복귀에 성공적인 환자(회복자)들이 많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알코올 중독은 치료적 역량을 집중해서 치료하고 환자들이 잘 따라주면 충분히 단주에 성공할 수 있다. 재발의 위험성은 있으나 뇌가 회복되고 인격이 회복되고 의지가 회복되면서 빠른 사회복귀도 가능하다. 재발의 가장 큰 요인은 뇌가 회복되기 전에 퇴원하는 조기퇴원이다. 여전히 뇌가 술을 원하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재발이다. 입원 초기 금단증상이 강하게 발생한다. 극도의 예민함과 불안, 짜증이 환자를 자극한다. 환자는 계속 퇴원을 원하게 된다. 환자의 등쌀에 버티다 못한 가족들이 퇴원을 결정하면 여전히 뇌가 강력하게 알코올을 원하는 상태이므로 재발하는 것이다. 대개 경증인 경우는 1~2개월 정도면 안정되기 시작하고 심각도 수준인 경우는 4~6개월이면 안정된다. 두 번째로 흔한 재발 요인은 퇴원 후 삶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가 나거나 우울하면 이전 습관처럼 음주에 대한 욕구가 일어나고 한번 마시면 계속 지속하기 때문에 재발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뇌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최적의 입원치료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인격의 회복과 단주에 대한 의지, 삶의 회복에 대한 의지가 완비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퇴원 후 재발 예방을 위한 치료적 개입이다. 안타깝게도 경기도에 중독환자들의 사회복귀와 재활을 돕는 중독센터는 7개에 불과하다. 정신건강증진센터가 31개 이상인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확충해야 한다. 조기발굴과 치료 연계, 퇴원 후 관리 및 전문재활치료가 가능한 중독센터가 준비돼야 한다. 알코올 중독은 환자를 넘어 가족들의 붕괴까지 오는 질환이다. 제대로 된 치료를 통해 환자가 회복하면 가족들도 살아난다. 하루빨리 알코올 중독은 충분히 치료될 수 있는 질환이다라는 공감대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다툼과 진통 끝에 명곡이 나온다

1970~198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룹 퀸(Queen)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국내 1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는 등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퀸에 열광했던 40~50대 팬들에겐 영화 속 짧게 삽입된 곡 하나, 에피소드 하나가 모두 마음을 울린다. 영화를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퀸에 대한 정보나 노래를 모르는 2030세대에게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음악영화로서 놀라운 경험을 선물했다. 청년들은 이 음악들이 70~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니 놀랍다,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왜 퀸을 최고로 꼽는지 알 것 같다 등의 감상 후기를 남기고 있다. 이 중에서도 어느 한 곡도 비슷한 곡이 없다라는 후기야말로 퀸의 진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퀸이 퀸스러운 음악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음악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전설적 그룹이 된 데는 4명의 멤버 모두의 치열함이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는 퀸은 사두마차와 같아서 어떤 때는 따로 고삐를 쥐고 방향을 돌리기도 한다. 4명의 개성이 모두 다른데, 어쩌면 그래서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앨범을 만들면서 애들처럼 싸우고 또 싸운다고 한다. 그래서 그룹이 숱하게 깨질 위기도 맞았지만, 영화에서처럼 논쟁을 하는 과정이 오히려 멤버 간 팀워크를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니 아이러니하다. 이처럼 치열하게 다투면서도 가장 좋은 합의에 이르는 소통방식을 퀸에서 본다. 가장 어려운 방식인 만큼 가장 성숙한 방식이다. 내가 한 것을 마음에 안 들어하고, 나보고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불화 없이 지내려면, 상대의견을 인정해야 하고 내 것을 주장하는 걸 잠시 접어두거나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직지코드의 우광훈 감독은 구텐베르크가 정말 금속활자로 책을 찍어낸 사람이 맞냐는 조금 멍청한 질문에도 유럽의 학자들은 따뜻하게 답해주었다고 한다. 심기를 충분히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라도 피 터지게 토론하지 않고, 밥도 함께 먹으며 열린 마음으로 토론했는데 그게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우리사회는 현재 수많은 사안을 가지고 진통 중이다. 대체 복무에 대한 찬반, 낙태금지에 대한 찬반, 연대하는 여성들의 힘 있는 목소리 속에서 무수한 논쟁과 다툼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지만 아직은 내 말만 하고 상대의 말엔 귀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요원하고 그 과정이 산 넘어 산처럼 아주 험난하고 끝이 안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입 있는 사람은 모두 한 마디씩 하느라 합의는커녕 시끄럽고 정리 안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또한 성숙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로 가는 한 과정이다. 긴 진통 끝에 합의를 보고 법이 만들어진 과정은 과거 서구 사회에서도 똑같이 진행되어온 것이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를 누려온 역사가 서구에 비해 턱없이 짧은 우리는 정치권력이나 경제 권력이 제시하는 한 가지 시선에 매몰돼 다른 것을 볼 생각도 못 했다. 디지털이 이끈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은 눈을 떴다. 합의에 이르는 건강한 토론,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꽃피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우리는 그 길목에 있다. 이런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노벨상과 기후변화의 역사

매년 가을이 찾아오면 과학기술계를 포함한 연구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큰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노벨상의 여섯 분야에는 과학 3분야(물리학, 화학과 생리·의학)가 포함되어 있다. 기존 수상자 중 누구를 기후변화 분야에 포함할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굳이 구분해본다면, 흥미롭게도 수상 분야가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의외로 다양하다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인간 활동에 의해 방출된 온실가스로 인하여 감당할 수 없을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다는 ‘지구온난화’에 대하여 우려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로 알려졌다. 노벨상이 제정되기 훨씬 이전인 1827년에 프랑스의 과학자 퓨리에는 지구표면을 덮고 있는 대기층이 따뜻한 담요 역할을 하여 지구 기온을 전 세계적으로 평균 15℃ 정도에서 유지시켜 주고 있다고 이해하고 이를 ‘온실효과’라고 명명하였다. 만약 온실가스가 없다면 지구대기는 어떻게 될까? 이론적으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33℃가 낮은 영하 18℃가 되어 대부분의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스웨덴의 화학자 아레니우스는 1897년 석탄의 과다 사용 탓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면 대기의 기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 결과를 발표하였고 이 결과가 직접 기여한 것은 아니지만 190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 후 독일의 빈은 이러한 온실효과를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과학적 법칙을 만들어 19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렇듯 과학 분야에만 주어지던 기후변화 관련 노벨상은 2007년에 정치가인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기후변화 전문 국제기구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1988년 설립)가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수상 분야가 다양화해졌다. 기후변화협약(1992년)에 이어 교토의정서가 채택(1997년)된 지 10년 만의 일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모든 사회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사전 및 사후 대책 마련에도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문제 해결에 엄청난 비용과 투자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려면 경제적 관점의 분석과 판단이 필연적으로 선행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올해에는 ‘기후 카지노’라는 책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 예일대학의 노드하우스(Nordhaus) 경제학 교수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와 기후변화 사이의 상호 작용을 잘 분석 설명하면서 경제학의 분석 틀에 환경과 기술을 포함시켰다는 공로로 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과학자이든 정치가이든 경제학자이든 간에 기후변화에 몸바쳐 온 사람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떠나서 자신들의 활동이 종래에는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해법에 기여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노벨상 위원회도 수상자들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하면서 앞으로 하나뿐인 지구를 소중히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 간의 정보 공유와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의 속성을 고려해보면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차기 노벨상 수상자가 어느 분야에서 탄생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성균 수도권기상청장

[경기시론] 불행한 사람이 왜 자살을 하지 않는가

경기도교육청에서 올 한해 운영했던 ‘생명지킴이단’ 동아리 활동을 정리하며 한마당 보고대회를 열었다. 여기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기록한 동아리활동 후기 중에 “이번에 자살예방 캠페인을 했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항상 밝게 웃고 다니길래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캠페인을 통해 항상 밝게 웃고 다니던 친구들이 속으로는 많이 아픈 곳이 있고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번째 캠페인에서 내가 사는 이유를 적어달라고 했더니 금방 쓰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종이를 두고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사는 이유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생각해 보던 게 아니라서 좀 고민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사는 이유에는 ‘부모님이 낳아주셔서’, ‘그냥 태어나서’ 이런 말도 있었지만,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이루어서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 등 진짜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진짜 내가 사는 이유가 무엇이든 항상 힘들어하지 말고 힘들어도 내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 학교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힘들어도 혼자라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청소년들 중에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단 한 명이 없을 때 극단적인 생각과 자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하는 것이 힘든 청소년기를 견디어 내고 위기 순간에 보호요인이 된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청소년 자살에서 ‘자기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self)’로 정의했다. 이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청소년 자살이 자아 정체성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임상의학적으로 자살의 원인을 우울증의 영향에 집중하고 있어서 자살을 의료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살이 우울증 치료제의 복용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자살은 결핵이나 암과 같은 치명적 질병이 되는 위험성이 있다. 물론 우울증 치료약이 자살 예방에 있어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살을 의료화하는 경우에 놓치기 쉬운 것은 그것이 개인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뒤르케임(Emile Durkeim)의 자살론에서 “불행한 사람이 왜 자살을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였다. 그 대답으로 ‘자살방지지수’에서 찾았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고통이나 절망, 가난과 같이 자살을 부추기는 ‘자살촉진지수’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낮은 사회가 있다. 이러한 사회는 사회적 통합과 유대가 강한 사회이다. 이런 사회가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사회이다.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친구와 가족 간의 유대와 결속, 연대감이 자살을 예방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아무리 불행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를 인격적으로 인정해주고 애환을 함께 나눌 친구가 옆에서 있으면 불행도 견디기 쉬워진다. 아무리 불행의 막다른 골목에 있을지라도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접하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으면 극심한 고통도 견디기 쉬워진다. 청소년들이 자기로부터의 도피로 나아가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문제에 직면해 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연대감을 강화하고, 학교와 가정, 사회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고, 공감해 줄 단 한 명이 곁에 있기를 도와야 할 것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출산은 행복이어야 한다

‘아악, 흐느적흐느적!’ 갓난아기가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 꿈이다. 그렇게 첫 아이를 낳기 전 매일 밤잠을 설치고, 선잠에 불안한 꿈을 연속적으로 꾸었다. 임신하고 산낙지를 많이 먹은 필자에게 시어머니께서 ‘음식은 가려 먹되 특히, 산낙지나 오징어는 먹으면 안 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필자는 우려와 걱정으로 악몽에 시달리며 계속 꿈을 꾼 것이다. 다행히 필자의 첫 아이는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새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 그 자체가 인생 전환점이 되었고, 사람으로서 출생에서 출산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소소한 행복을 아는 사람으로서 완성되었다. 임신부라면 누구나 건강하고 예쁜 아기를 낳고자 소망한다. 하지만 유산될까 노심초사, 혹시나 하는 불안감과 초조함, 순환이 잘 되지 않아 팔다리가 저리고 붓고를 반복, 몸살이 오고 소화를 못 해도 약을 복용하지 못한다. 고통은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한 임신부의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참고 견디는 고통을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로 위로하며 모성애(母性愛)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새근새근 자는 솜털 아이를 영재 만들고, 서울대 보내고, 대통령을 만들었다. 희망은 큰 에너지와 힘이 되었고, 아이 존재만으로 행복이 저절로 가득했다. 필자의 분신인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 속에서 또 다른 아이를 임신했다. 딸에서 직업인 그리고 며느리, 이제는 엄마의 역할까지 주어졌다. 선택은 내가 했고, 아이에 대한 막중한 책임과 양육이라는 임무까지 감내해야만 했다. 힘들지만 그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컸었다고 필자는 회고한다. 요즘 사회 공학적 변수가 하나씩 늘어나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것은 곧 인구 감소를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은 인구 정체 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저개발국일수록 인구 증가 추세가 강하다. 바로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인간의 욕망과 사회 현실이 다변화돼 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경제적으로 부(富)가 축적되면서 여성들도 경제 사회의 일원으로 독립적 경제를 꾸릴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커리어 우먼(Career woman)들을 보자. 전문적인 직무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고, 장기적인 업무에 종사하며, 결혼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독신(a celibate)들이다.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1인 가구가 늘고 소비경제도 1인 소비체제로 급변한다. 이런 저변의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독신주의자나 동성애자들이 늘면 늘수록 인구문제는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풀어야 한다. 현대 사회가 가장 기본적인 출산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보장이나 정책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현대 시대상에 맞게 희생만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출산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The Right to enjoy the happiness of childbirth)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출산은 행복이어야 한다. 부모가 행복해야 행복한 아이를 낳고, 아이가 행복하니 사회가 더불어 행복할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출산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출산 포기를 포기하고 출산으로 인해 사람이 더 사람다워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 축복되고 경이로운 만남 자체가 지구 상에서 대한민국의 존립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싶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 원장

[경기시론] 좌절감과 무기력감의 반복은 결국 분노로

과거 수렵사회 시절 인간은 늘 생존과 관련되어 위협에 직면했다. 이런 위협감은 두려움을 낳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함께 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집단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협은 존재했고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리더가 필요했다. 리더는 집단을 보호해야 했고 집단의 이익을 향상시켜야 했다. 만약 리더가 역할을 잘하지 못하면 그 리더는 집단구성원으로부터 버림받았고 권리를 박탈당했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는 쪽에 더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집단과 이익 관련된 갈등이 시작되었다. 타 집단에 대한 약탈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타 집단과의 갈등과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큰 집단이 필요했고 이해관계에 따른 집단들이 모여 국가를 형성했다. 국가가 만들어지니 국가를 총괄하는 리더가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집단의 리더 중 왕이 옹립되었다. 지역봉건주의 중심에서 왕권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왕이 옹립된 것이니 왕은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했다. 만약 집단의 이익을 거스르거나 안전을 이루지 못하면 왕이라도 폐위되고 새로운 왕이 옹립되었다. 귀족과 왕에게 주어진 권한과 힘은 사실 이런 역사를 볼 때 자신들이 가져서 시작된 것이 아닌 일반 집단 구성원들 즉 평민들을 위해 주어진 것이다. 일반 평민들의 요구에 잘 부합한 귀족은 영웅으로 칭송되었고 국가의 이익과 안정을 위해 노력한 왕은 위대한 왕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타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귀족과 왕들은 평민들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권리에 더 집중했다. 이에 항의하는 대상에는 자신의 권한으로 탄압했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와 좌절감을 주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가 팽배해졌고 결국 평민들은 자신들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프랑스의 시민혁명, 공산주의의 등장, 민주주의 개념은 사실 이런 분노에 기반하여 발생한 현상이다. 결국 신분제가 사라진 것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고 이에 좌절감과 무기력감, 결국 분노를 느낀 평민들에 의해 사라진 것이다. 인간의 불안은 여전했기에 리더는 필요했고 과거와 달리 일반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권력에 대한 견제는 필요했기에 선출된 사람에게 주어진 권리는 한시적으로 제한했고 재평가를 통해 국민이 주거나 빼앗는 쪽으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두 개의 권력구조가 존재하게 되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다. 정치권력은 선출직 정치인들이며 경제권력은 자본을 많이 가진 집단들 대개는 대기업들이다. 물론 본인들이 노력하여 이룬 산물인 점도 일부 있지만 본질적으로 두 개의 권력은 일반 국민에 의해 부여된 것이다. 역사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듯이 권력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눠줘야 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자신의 심복이나 가족을 넘어서 일반 국민이 주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의해 받은 것이 배려나 사랑이 아닌 상처라면, 이 상처가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국민에게 반복적으로 준다면 이는 분노의 감정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 분노가 만약 국민의 기본적 정서에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면 이는 큰 역사의 회오리를 야기할 것이다. 필자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말과 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의 소통

배우가 어떤 경우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익히 널리 알려진 스타급 주연배우가 아닌 이상, 배우는 본래 자기 이름 말고 극중 역할이나 극중 이름으로 대중들이 강렬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큼 제 몫을 다한 성공이 또 있을까 싶다. 최근 무수한 찬사를 받으며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본래 이름보다 더 깊숙하고 강렬하게 극중 친일파 ‘이완익’으로 대중에게 기억시킨 배우 김의성의 경우가 그렇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주류 영화와 비주류 영화를 오가며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화에서 촘촘히 살아 있다. 비교적 최근 작품만 꼽아도 암살, 내부자들, 검은 사제들, 부산행, 강철비, 더 킹, 1987, 창궐 등이 있다. 영화보다 대중에게 노출 빈도가 높은 24부작 화제의 드라마였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점도 있지만, 이북 사투리와 일본어 구사를 그 지역, 그 나라 사람들까지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해낸 그의 연기는 악랄한 캐릭터 ‘이완익’ 이름 석 자를 깊이 각인시켰다. 대중 가운데 팬이 된 사람들은 김의성 배우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그의 SNS 소통을 즐겁게 지켜보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 나이의 배우 중에선 거의 드물게 SNS로 팬들과의 활발하게 소통하는 김의성 배우는 단단한 자기 소신과 유머러스한 재치가 곁들여진 글로 인기가 많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의성 배우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자기표현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팬의 사람을 받고 사는 대중예술인들은 사실 자기 신념대로 사는 일에 어려움이 많으리라 본다. 다양성이 존중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우리 사회에서 자기 신념을 여과 없이 말하고 행동하기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용기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그의 SNS가 논란이나 문제가 된 적이 없는 걸 보면, 많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리라 본다. 많은 배우나 연예인들이 SNS에서 설익은 생각이나 감정적 표현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고는, 본의 아니게 계정을 닫고 심하면 활동도 잠시 중단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들은 SNS 계정을 대리관리자에게 맡기고 자신의 활동을 홍보하는 정도로만 활용하지만, 파급력이 높은 데 비해 잘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한 마이너스 활용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현역 감독이었을 당시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수들이 SNS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내가 만난 어떤 대학생은 자기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기 때문에 SNS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말이냐 했더니, ‘괜한 흑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서 웃었다. 조심스러운 그의 태도가 너무 ‘겁보’인가 싶지만, 좀더 알맹이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 때 SNS든 블로그든 하고 싶다는 본심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말하기 참 쉬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 메신저 대화도 그렇고 글이 곧 말이니, 글쓰기와 말하기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손으로 하는 말’쯤이 되는 이런 소통은 본격 글쓰기와 달리, 단편적 생각이 사고와 성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설익은 채 그대로 나올 수 있다. 금방 캡쳐되고 퍼나르는 시대. SNS에서의 글은 형태는 ‘글’일지라도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실수하기도 쉽다고 하는데, 이런 점만 조심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수 있는 지금은, SNS든 메신저든 큰 즐거움이고 축복이 될 수 있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경기시론] 날씨 정보의 가치를 보는 또 다른 관점

한식 요리를 만들자면 기본이 되는 밥을 짓기 위해 쌀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그 쌀의 용도가 한정식용인지 초밥용인지 또는 술 빚는데 사용하는 쌀인지, 어떻게 도정했는지, 심지어 햅쌀인지 묵은 쌀인지 경험적으로나 지식으로나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요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쌀도 파종과 추수, 도정을 거쳐 유통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경로가 다양하듯이, 기상정보도 나름대로 복잡한 이력을 가지고 소비자 앞에 도착하기 마련이다. 지상, 바다, 하늘에서 관측한 수많은 관측자료는 통신망을 통해 컴퓨터에 모아 초벌 가공된 후 최종적으로 사람이 종합하고 다듬고 포장하여 완제품(특보를 포함한 예보)을 만들어서 언론을 비롯한 여러 전달 수단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긴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실제로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쌀의 품질과 용도를 따지는 것처럼 기상정보도 생산 단계마다의 특성에 따라 품질이 다르기 마련이다. 모든 기상관측자료는 세계적으로 동일한 시각에 동일한 표준절차에 따라 관측을 수행함으로써 누구든지 지구상의 대기 상태를 일정한 시각(예를 들어 세계표준시로 0시, 12시 등)에 동시에 살펴볼 수 있도록 약속되어 있다.그런데, 관측 장소가 극지방도 있고 고도 수천m의 고산지역도 있고 험준한 계곡, 산악, 사막 등 모두 동일한 환경이 아니며, 위성, 레이더와 같이 첨단 장비들은 워낙 먼 거리에 있는 대기의 상태를 측정하다보니 대기상태를 100% 표현(관측)할 수 없게 된다(이를 흔히 관측 오차라고 부른다. 자연 현상을 관측하는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 초ㆍ중등학교 시절 과학책에 있었던 참값(원래의 대기상태)과 근삿값(관측한 대기상태) 사이의 차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관측 장비의 종류와 성능도 천차만별이지만, 관측한 값이 그 지역의 기상상태를 완벽하게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하여 현재 시점에서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계산해내는데 있어서도 오차는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관측의 경우와 비슷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기의 상태를 자연 그대로 표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 예보 대상인 미래 시점까지 컴퓨터가 계산을 해나가는 동안 오차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총이나 활을 쏠 때 과녁(미래 예보 시점)이 가까우면 오차가 작아서 명중률이 높고 과녁이 멀어질수록 오차가 커진다는 이치와 같다. 예보의 품질은 이러한 오차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은 정보의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정보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과학적 근거를 빌미로 변명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정보의 생산자 관점에서 서술한 이런 특성(‘약점’이나 ‘한계’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을 잘 이해하면 정보의 가치는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정보를 생산하는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단정적으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과학적 불확실성을 고려한 리스크를 이해한다면 비록 생산된 기상정보가 완전하지 않더라도 이런 정보의 가치는 충분히 재평가될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정보 생산자인 정부가 정보 소비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이 적은 정보를 생산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은 사족이 되겠다. 김성균 수도권기상청장

[경기시론] 고통을 잊기 위해 ‘고통을 선택한’ 청소년들

외동딸인 소영이(가명)는 잦은 출장으로 얼굴 보기가 어려운 아버지와 성당활동과 봉사활동으로 바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소영이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안좋게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에 대한 욕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연극인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밝은 척을 하고, 싫어도 싫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로 밝은 척을 하고 학교에서 잘 지내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자주 벽지를 뜯거나 손톱 및 물건들을 입에 넣어 물고 뜬는 등 강박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 소영이는 부모님이 실망한 것 같은 행동을 하면 자해를 한다. 소영이 같은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자해 인증샷’을 매일 수많은 청소년들이 SNS에 올리고 있다. 2017년 자해 학생이 153명이었고, 2018년 9월 현재 645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학교 현장은 자해 학생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 소영이는 자살, 죽음에 대한 목적이 아닌 불안, 죄책감, 자기비난, 스트레스의 표현과 경감 수단으로 자해 행동을 보이고 있다. 자살이 목적이 아닌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생과 부모님 상담을 각각 진행하여 부모 협조를 통해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해는 비자살성자해(Non-Suicidal Self-lnjury:NSSI)는 죽음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고의적으로 자신의 신체 조직을 손상시키는 행동이다. 일반적으로 베기, 심각한 긁기, 태우기 등이 포함된다. 자기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들은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자해를 시작하는 연령은 대개 12~14세로 알려져 있고 20세가 되기 전 가장 많이 보고되며 평생에 걸친 유병률은 13.9~21.4% 정도이다.(Nock & Favazza, 2009)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장에서 많은 자해 학생들을 경험하면서 자해의 원인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로 자기 처벌적 감정으로 자해를 행한다. 폭력의 피해학생, 아동학대 피해 학생 등이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외부로 향하지 못하고 자기에게 향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자해이다. 둘째로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서 자해를 행한다. 분노와 성적에 대한 압박감 등의 감정이 조절의 범위를 넘어서면 그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선택하는 자해 행위이다. 고통을 잊기 위해서 고통을 선택하는 자해 행위이다. 셋째로 살아있음을 느끼기 원해서 자해를 하는 행위이다. 무기력증 즉 저에너지군인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자해를 행한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정신과적인 질환으로 인해 자해를 행한다. 청소년기에 정신과적인 질환이 발명하면 환청으로 인해 자해를 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청소년이 자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살아가고자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긍정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이 자해이다. 이런 자해 행위가 청소년들에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압박감과 삶의 질이 낮다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에 우리 사회가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청소년 자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고, 청소년들의 고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 줄 사회적인 기반과 어른들이 필요할 것이다. 청소년 자해 행위를 통해 청소년 깊은 고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책과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죽음의 문턱에서 깨우친 ‘출산장려운동’

몇 해 전 일이다. 필자가 중학교 동창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갔었다. 그때 필자에게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는 일대 사건이 발생했다. 여행을 마치고 부산에서 상경하던 중 대전을 조금 지난 지점 KTX 안에서 필자가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급한 상황.온몸이 풀리면서 정신을 잃었다. 친구가 옆에 있었지만, 나의 순간적인 고통을 눈치 채지 못했다. 같은 열차에 타고 있던 의사가 달려오고, 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 필자를 눕혀 안정을 취하게 했다. 잠시 후 고통이 진정되어 이제 살 것 같았다. 이제 진정되어 괜찮다고 했지만 이미 쓰러진 필자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실려 보냈다. 이 사건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필자는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생존에 대하여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그때 필자는 생명의 소중함과 사회의 영속성을 위한 출산에 대하여 깊이 생각했다. 필자의 이런 연유와 기회가 출산장려운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극단적으로 출산율이 사망률보다 낮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없다. 태초에 인류는 약 390만년 전 아프리카 지역에서 탄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인류의 탄생으로 필자인 나 자신도 오늘을 사는 것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진화와 변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인간의 삶을 스스로 파괴하는 물질문명 탓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아니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바로 출산의 포기나 저출산의 시대이다. 사회와 문화의 변천에 따라 인간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게 된다. 그래서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깊어진다면 이 사회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이런 문제는 필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세계 1위 국가에 올라 있다. 이런 저출산의 현상은 유럽 선진국에서 촉발됐던 것이 정부의 정책적 인구 억제와 경제 성장이 맞물려 어느 순간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저출산국이 되고 말았다. 이런 현상이 오기까지는 수십 년 전부터 사회구조적, 인구 공학적 연구가 빗나갔거나 우리 사회가 이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 사회의 구조적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바로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 근본적 문제에는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로 경제적 안정을 꾀하는 문제에서부터 주거 문제, 육아 문제, 교육 문제 그리고 취업문제까지도 포함되는 원 사이클 생애 복지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우리 사회 존망의 문제로 직결된다. ‘나는 출산하지 않고 나 홀로 편안하게 살겠다’는 가임 인구가 늘면 늘수록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통계에 따르면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게 나타난다. 이것은 우리 사회 젊은 층 인구의 사고방식이 ‘현재 나만 즐겁게 살면 되었지, 사회의 미래와 국가의 미래를 왜 내가 걱정해야 하는가’로 귀결된다. 그래서 젊은 세대 가임 인구가 결혼을 했는데도 출산을 하지 않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고자 필자를 비롯하여 희망의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출산장려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 운동은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결국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운동으로, 각계각층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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