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섬김으로 걸어가는 새로운 길

도종환 시인이 쓴 처음 가는 길을 보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라는 글이 있다. 봄꽃이 피어나고 생명의 움틈이 가득한 대지를 뒤덮는 계절이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점이다. 4월9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혼란도 있고 어려움도 직면해 있다. 그러나 시인의 말처럼 두려워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이때는 함께 지혜를 모으고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 만 18세 이상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들 중에 일부가 선거하게 된다. 역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혼란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국민의 일원으로 정치적인 의사 표현이 이루어지는 기회가 된다. 후보들은 국민을 섬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국민을 섬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섬김은 동물과 인간의 사회적인 역할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행위이다. 동물들은 권력을 쥐고 높은 위치에 오르면 지배하고 다스린다. 그런데 인간은 섬김의 방식으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진정한 섬김은 상대방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는다. 대가를 바라거나 결과를 바라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철저히 종으로 섬기는 것이다. 나는 무익한 종이오니 당연히 할 도리를 한 것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섬김의 실천은 큰 능력이나 물질로 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섬김은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남을 배려하는 지극히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온유의 마음이 우리로 하여금 온전한 섬김을 실천하도록 힘을 주지만, 거꾸로 섬김의 마음이 실천됨을 통해 온유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온유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기 위해서 우리 삶의 자리에서 작은 섬김을 통해 우리는 온유함의 비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행복하다. 이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과 대응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진정으로 섬김의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장 강력한 교육행위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절을 하고 인사를 하면서 국민을 섬긴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 섬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4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국민은 그들을 감시하고 지켜보아야 한다. 우리는 처음 접하는 길을 가고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섬김의 길을 가는 지도자들을 선택해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정부는 응답하라

진실은 거짓의 진실 속에서 거짓이 되며, 우리들의 판단조차 참과 거짓이 섞여 혼란스럽다. 진실을 가린 채 거짓 속 진실에 속아 자신조차 포장한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세상만 본다. 필자 또한 그렇다. 정부에 대해 재앙이라고 비난도 하지만, 한국의 의료시스템 수준이 최고라며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진 사람도 많다. 그렇다. 최선을 다해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일반인들이 훨씬 많다. 기업의 대표는 기업 이익이 많이 생겼다면 전 사원에게 공정히 분배할 수 있다. 그전에 오늘만 살고 말 것이 아니기에 장기 계획을 설계해야 한다. 국가적 사안인 전염병이나 저출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형평성 있는 정부 차원의 근시적 안목이 아닌 거시적 안목의 정책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재난기본소득 지원에서 대상을 한정한다면 이를 받지 못하는 시민들이 생길 것이다. 경기도처럼 전 도민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미국과 핀란드는 실험 분석 후 시행한다 한다. 알래스카주의 기본 소득과 유사한 제도는 삶의 질과 생활 만족도가 향상되어 비교적 여유로우나 구직활동이나 범죄율 하락과는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스위스에선 지난 2016년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 도입이 부결됐다. 이는 전반적으로 소득연금 수준이 높은 데다 복지를 확대하면 결국엔 증세로 이어져 재정부담을 우려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재난이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의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 비상사태다. 메르스보다 피해 규모가 크다. 종식까지의 기한은 아직 예측하여 단정할 수 없다.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재난기본소득기금 조성의 어려움마저 안고 있다.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고 피해 상황에 따른 세부적인 지원 대상과 규모를 마련해야 한다. 이 부분이 선거용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덧붙인다면 긍정적 인식 제고를 통해 출산을 장려한다는 출산 양육 지원금 또한 지자체마다 다른 수십만~수백만 원에 이르는 금액 차이도 줄였으면 싶다. 육아정책연구소에 의하면 저출산 담당 공무원 1천1명을 대상으로 설문 결과 응답자의 81.1%가 출산과 결혼에 대한 현금 지원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 간 과도한 경쟁과 지방자치단체 간 형평성과 지자체 재정 악화도 문제로 지적했다. 결론은 중앙정부가 나서서 구체적인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결혼축하금, 결혼장려금, 청년수당 등은 현금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 2주간 연장키로 하고 종교계의 지속적인 협조도 요청한다면 선거는 왜 뒤로 미루지 않고 강행하는 것인가? 우한 폐렴 아니 코로나19로 인해 소득감소와 장래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를 위축시켜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불황의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필자를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한 의료진, 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분들 그리고 기부자들의 손길과 국민성이 코로나19 극복의 토대이므로 이번 선거에는 거시적 안목의 국민의식으로 임해야겠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묵상과 교정의 시간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동족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경제발전과 문화부흥을 빠르게 이루어냈다. 모진 시련은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더욱 강하게도 만들고, 때로는 한 인간을 호명하여 여럿 중에서 위대한 영웅으로 일으켜 세운다. 코로나19의 기세가 흉흉하다.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개개인의 건강은 물론 우리 같은 장삼이사의 생업에까지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언제 종결될지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인류적 시련이다. 그런데 시련은 우리의 인간성을 생생히 증명토록 요구한다.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한 교수님께서 Beautiful message from Bill Gates를 소개해주셨다. 이 메시지의 원작자가 빌 게이츠는 아니라는 설명이 부연되어 있었지만 그 뜻은 의미심장하였다. 이 메시지를 거칠게 요약하면 코로나19는 개인별 상황이나 명성과는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똑같이 평등하며, 우리 모두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평생을 억압 속에서 보낸 사람들을 새롭게 주목하게 하였고, 짧은 인생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로,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서로 보살피고 서로 보호해야 하는 것 등등이었다. 이를테면 이러한 대규모의 감염병 시대를 그저 불안과 고통의 시간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에 당연시했던 일상을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하면서, 무엇이 진정 소중한 것인지 무엇을 바꾸어야 할 것인지, 묵상과 교정의 시간을 가지자는 말과 그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엄혹하지만 어쩌면 꼭 필요한 묵상과 교정의 시간을 거쳐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를 기대해 본다. 죽음이 자기에게만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기만하지 않고 생로병사라는 한계상황을 인정하며 겸허하게 사는 일, 어려운 시간일수록 더욱 어려운 약자에게 관심을 두고 서로 간 연대를 통해 이들을 적극 지원하는 일, 여럿의 안전을 위해 보건당국에서 요구하는 지침을 잘 준수하는 일,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을 도와주고 격려하는 일, 거짓뉴스나 아동착취 같은 범죄를 영구히 추방하는 일, 혼란한 때 일수록 교통법규 등을 철저히 지키는 행동 등이 그러하다. 간혹 타인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편의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사람도 있지만, 다행스럽게 남다른 사명감으로 공공안전에 몸을 바쳐 헌신하는 사람이 주위에 훨씬 더 많은 듯하다. 하나하나가 우리의 영웅들이다. 춘분을 지나 이제 곧 청명이다. 목련은 벌써 흐드러졌고 진달래개나리벚꽃이 계절을 밝히기 시작하였다. 천지간에 생동하는 봄기운을 음습한 추위가 결코 막을 수는 없다. 흉흉한 질병일지라도 우리 사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연대하여 올바르게 대응한다면 반드시 물리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혹독한 겨울 끝에 약동하는 봄이 오듯, 묵상과 교정의 시간을 거쳐 우리의 노력으로 건강한 신 성장시대를 끝내 도래시켜야 한다. 김성훈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문체부의 무예정책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역사에서 무예는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지키고 작게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어 왔다. 1790년 정조(正祖 14년)는 잦은 외세 침탈로 고통을 겪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 무예훈련 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편찬했다. 이 무예서에는 병사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한글과 그림 설명서를 첨부하였고, 서문에는 국가사업이었던 것만큼 정조의 친필도 있다. 정조시대에는 무려 37차례 무과시험이 치러질 정도로 무(武)를 중시하고 자신이 직접 시험과목을 정하고 감독하기도 했다. 실력만 있다면 집안과 신분에 상관없이 무사로 발탁했고, 실력 있는 무사양성을 통해 조선 무예의 혁신을 이루려 했을 정도로 정조시대의 무예 양성은 국가의 숙명사업이었다. 이후 2008년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되고, 2020년 8월 문체부는 전통무예의 체계적인 보존 및 발전을 위한 전통무예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법 제정 이후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에서 무예진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실현 가능한 사업 위주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무예계는 기대가 크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전통무예는 64개 종목이 있고, 용인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약 5백여 개의 무예단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실 우리의 전통무예라고 말은 하지만 신뢰받는 무예는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전승됐고 소멸하였는지에 대해 불투명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무예단체는 자신들에게 없는 무예역사를 새롭게 만들려고 애쓰거나 전통무예로 둔갑시키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많은 무예가 학술적인 뒷받침이나 기술체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씨름마저도 현대씨름을 왼씨름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씨름 원로들의 구술에는 오른씨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과거 각 지역에서 행해진 씨름은 지금과 다른 형태의 씨름인데 그 씨름의 원형복원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이번 문체부가 발표한 전통무예진흥 기본계획에는 전통무예진흥 기반구축, 전통무예 활성화 추진, 전통무예의 가치확산 등 3대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가칭)전통무예진흥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육성 종목 지정을 심의하고 전통무예 종목 및 단체의 실태를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등, 육성 종목의 유지검증 체계도 마련한다. 전통무예 종목대회의 정부예산 지원과 무예분야의 정부시상 권위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향후 문체부의 전통무예 육성 종목 지정 심의는 어떤 단체가 정통성 있는 전통무예 단체인지 규명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특정단체를 대변하는 몇몇에 의해 국가 무예 정책이 흔들려 나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무예계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문체부의 무예정책이 12년 전으로 다시 뒷걸음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무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청소년의 정서를 함양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며 기존 스포츠의 성적지향, 과잉경쟁 등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다. 무예단체도 진영논리나 다툼에서 벗어나 국민건강 증진과 무예의 가치 확산을 위해 기여할 때가 되었다. 문체부도 기본계획이 수립된 만큼 코로나19의 문제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무예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통무예 육성 종목 지정 사업을 서둘러 시행해주길 바란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강력한 호감과 신뢰, 믿음을 얻는 방법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안한 존재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전적으로 부모에게 생존을 의지한다. 그래서 배고프면 운다. 우는소리를 내야 엄마가 달려와 생존과 관련된 배고픔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때 아기는 배고픈 기간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불안은 생존에 대한 위협을 느껴 발생하는 불안이므로 매우 강력한 감정을 유도한다. 따라서 아기가 필요한 부분을 시기적절하게 채워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기적절하게 잘 채워지면 아기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편안함은 자신에 대한 만족도로 이어져 자존감이 올라간다. 또한 주변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져 세상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신뢰된 감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를 기본적 신뢰(basic trust)라고 한다. 이런 기본적 신뢰는 아기의 향후 심리적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밑천이 된다. 대개 생후 1년간 형성되는 과정으로 사람이 3세 이전은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 신뢰는 매우 무의식적인 공간에서 역할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기본적 신뢰는 아기가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는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지 인정받고 사랑받는 영역이 아닌 생존 아니면 소멸의 일촉즉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생존에 대한 안심이 되어야 다음 단계인 인정받고 사랑받고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지금 대한민국을 덮은 코로나19 사태는 바로 국민에게는 생존에 대한 영역이다.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지역별로 계속 확진자가 나오니 다음은 내 차례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공포감까지 느끼게 한다. 이럴 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기본적 신뢰를 형성하는 시기로 퇴행한다. 지금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는 아기 때 느낀 소멸에 대한 공포의 재현이다. 공포는 인간을 힘들게 하는 매우 강력한 감정이다. 지속하는 공포는 분노의 감정으로 연결된다. 공포를 계속 느끼게 하고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향하는 분노는 필연적인 이차감정이다. 이번 사태 초기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번지자 방역에 대한 책임을 들어 현 정부에게 분노를 표현했고 신천지도 대상이 되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신체적 소멸에 대한 공포와 함께 사회적 도태 또는 소멸에 대한 공포까지 더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들이 나서야 한다. 리더들이 해야 할 부분은 국민이 느끼는 공포를 해소시키는 것이다. 국민이 느끼는 생존과 관련된 공포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하고 안심시켜야 할 문제이다. 불안해하는 국민을 위로해주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가족들을 안아주어야 한다. 진심으로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는 리더라면 무의식적 흐름인 기본적 신뢰가 그 사람에게 생길 것이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무의식적 신뢰는 어찌 보면 가장 강력한 신뢰이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구, 경북 지역의 어려움을 돕고자 다양한 지역에서 도움을 베풀고 있다. 특별히 광주는 2013년부터 달빛동맹을 맺은 후 다양한 활동을 하였고, 시내버스 518번과 228번 운영을 하고 있다. 이번에 광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 중인 대구 지역의 확진자들이 광주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였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의 첫 글자를 딴 달빛동맹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병상연대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지역 내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최대 60명까지 대구 확진자를 받을 계획이다. 이날 달빛고속도로를 이용해 1차로 광주로 옮겨질 인원은 5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광주에 있는 5월 단체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극우인사 지만원씨로부터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겪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후원하였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화합과 협력의 모습이 지친 시민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자비의 마음이 그 어떤 교육보다 소중한 경험적인 교육이 되고 있다. 학교 개학 시기로 늦어지는 이 시기에 사회적인 삶의 교육이 더욱 확산할 때 학생들에게 소중한 교육의 현장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자비의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2010년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인 고 이태석 신부가 수단에서 보여준 모습을 기억한다. 그런 자비를 베풀 수 있었던 이유는 10남매의 9번째 아들로서 어머니의 그 자비를 경험하였고, 그리고 가난하고 힘든 순간에도 그를 지탱하게 했던 교회의 자비를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비를 경험한 자만이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것이다. 내 안에 자비를 경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비의 사람이 될 수 없다. 내 안에 마음이 냉랭하고 삶이 메말라 가는 이유가 이 자비를 잃어버렸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전에 경기도에서 발생한 고교생들이 개를 훔쳐서 폭행을 일삼고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들이 무려 9마리의 개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죽였는데 그 이유가 심심해서이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해지고 무서운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기에 자비로운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에 대한 아픔과 고통을 자신의 아픔과 고통으로 여기는 감수성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비를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자비로운 존재가 되는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비로운 존재가 되어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자는 다시 자비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선순환적인 삶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자비를 입은 사람이기 때문이며 우리가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이유는 우리 또한 자비를 받아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사회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절실히 필요한 마음은 자비의 마음이다. 비난과 왜곡이 아니라 자비의 마음으로 그들의 아픔에 함께하고 격려하며 지원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일 들려오는 소식은 마음을 어둡게 하는 소식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지지와 격려, 선한 의도의 헌신적인 모습이 우리를 새롭게 한다. 이런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언젠가는 자비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미래의 세대들에게 이런 공동체성을 교육하고 그런 마음을 베풀 때 고 이태석 신부 같은 인물이 자랄 것이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네 탓이냐, 내 탓이냐

저출산이 지속되어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이라 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 0.98명에서 0.92명으로 떨어져 OECD 국가 중에 꼴찌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으니 더 걱정이 된다. 전염병으로 인해 인구감소에 더 빠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현재 4천2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는 감염자의 침방울이 호흡기나 눈ㆍ코ㆍ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비말(飛沫) 감염은 통상 이동거리 2m로 알려졌다. 눈의 경우 환자의 침 등이 눈에 직접 들어가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중국은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 즉 에어로졸에 의한 코로나19의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확산을 막는 방법은 없나? 과거의 오류를 고치는 것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나 이를 책임지려는 자는 몇이나 될까? 책임에는 용기가 따른다. 작은 용기라도 낼 수 있어야 바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한 집안의 가장이 무지(無智)하고 판단력이 결핍되어 무신경하다면 그 가족들은 어찌 될 것인가? 국민이 아파할 때 국민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가지는 않겠지만 국민과 같이 아파해야 한다. 우리 국민과 남의 국민을 구분 못 하는 건가? 중국의 아픔을 우리의 아픔으로 느끼고 한중 운명공동체론을 말한다. 한국에서 품절(品切)되거나 희귀품이 된 방호복과 마스크 등 중국에 막대한 양을 보냈다.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도 전염병의 고통까지 함께 감수하여야 하나? 외교장관은 이런 때 유럽을 돌아서 다녀온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애국 국민이 목숨을 걸고 민족의 독립을 외친 3월. 대한민국 국민이 왜 전염병의 공포로 두려워하는 처지가 된 걸까? 작은 섬나라조차도 코로나19 발생 국가의 국민에 입국을 차단했는데 우리가 낸 세금은 도대체 어디다 쓰나? 수많은 중소 기업인들이 수십 년 쌓은 국가 이미지를 순식간에 무너뜨린 사람들은 누구인가? 실외에서보다 실내에서 대화할 때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려줬다. 감염 의심자의 마스크 착용으로 내 건강도 지켜야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자발적인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함을 인지시켰어야 했다. 지나친 비관도 아니지만 지나친 낙관도 아닌 철저하고 과도한 사회적 방역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이 서울에 집중돼 있고 대학도 서울로 가야 하는 경쟁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한 출산(出産)과 출생(出生)은 행복일 수 없으며 저출산의 꼴찌 탈피는 어렵다. 올해 코로나19로 출산율이 내년에는 더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방향부터 모두 바꿔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삶의 질 제고를 통한 출산율 충격 완화를 목표로 20212025년 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하는 데 현실에 맞는 계획이길 바래본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자낳괴 바이러스

재물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불경 속전에 묘사된 아귀와도 같다. 아귀는 배가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바늘처럼 좁아서 늘 배고프고 목마른 고통을 겪는 존재이다. 요즘 말로는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인데, 돈 앞에서 자기의 신념이나 행동양식을 언제든 바꾸는 황금 유일론자들이 우리 사회의 공공이익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역시나 많이 목격한다. 자기 이익을 위해 잘못을 저지르고도 적반하장으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자도 많다. 이를테면 염치가 없는 셈인데, 춘추전국시대 순자는 이렇듯 염치가 없이 밥만 축내는 자는 무거운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 자본주의의 지향점은 무작정의 황금 숭배에 있지 않다. 독일의 경제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나에게 내린 재능을 발휘해서 이익을 크게 낼 때 신께서 기뻐하며, 모은 자본은 나의 것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해야 할 공공의 것이라며 청교도적 덕목이 근대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왔다고 규정하였다. 신학적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베버의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염치없는 탐욕, 성찰 없는 자본주의는 그저 징그러운 아귀, 이 시대의 추악한 자낳괴를 수없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배후도 결국 인간의 탐욕이었다.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황금을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감염속도가 심상치 않다.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사회 안전을 해치며 이익을 구하는 사람이 등장하였다. 정약용은 인간은 선을 좋아할 수도 악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도덕성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성기호설을 주창하고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려면 교육이나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 아귀들의 탐욕이 준동하지 않도록 엄정한 제도를 신속히 완비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우수하면서도 사명감이 있는 인적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살벌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진,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상황은 폐쇄된 도시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어 다른 사람에게 페스트를 전염시킬 수도 있는, 모든 이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우연한 보편적 폭력상황을 묘사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절망적 상황에서도 전염병과 싸우는 인간의 의연한 모습은, 인간에게서는 경멸보다는 찬양할 점이 많다는 문장에 끝내 동의하게 한다. 언제 끝날지도 얼마만큼의 피해를 볼지도 모르지만 코로나19는 인간다운 인간들에 의해서만 정복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퍼지는 자낳괴 바이러스 역시 그러하다. 막스 베버의 경고대로 자본주의 문명이 낳은 최후의 인간인 영혼이 없는 전문가, 가슴이 없는 향락주의자가 양산된다면 우리 미래는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낳괴 바이러스를 박멸하려면, 인간의 탐욕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제도를 신속히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선각자 정약용과 소설 페스트가 주는 가르침이다.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남·북 공동 유네스코 무형유산 ‘씨름’

씨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씨름의 희열이 방송되면서 씨름은 크고 뚱뚱한 사람들의 경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잘생기고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진 선수들이 하는 경기라는 인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경기장을 찾아오는 많은 젊은 여성들과 방송시청자들이 증가하면서 씨름은 이제야 그 진가(眞價)를 발휘하고 있다. 씨름은 우리만의 국가무형문화재를 넘어 세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모두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씨름은 북한과 조선족도 한다. 조선족은 우리와 같은 한민족(韓民族)이지만 국적은 중국이다. 2009년 중국은 우리 농악무를 유네스코에 등재했고, 2011년 6월 씨름과 아리랑, 가야금, 판소리 등을 국가급비물질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아리랑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문화재청의 노력으로 2012년 한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씨름협회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씨름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해석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중국 길림성에는 5세기 중엽의 씨름벽화 각저총 고분과 장천1호분이 있다. 길림성은 우리 고구려 영토였지만 지금은 중국에 귀속돼 있다. 그럼에도 씨름은 문화재청에서 유네스코 등재 신청 종목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국가무형문화재 139호, 146종목(2019.11.30), 시도무형문화재는 601종목(2019.3), 예비목록 111종목 등 약 850여 개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고, 한ㆍ중ㆍ일은 1년에 한 개의 무형문화재만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경쟁이 본선보다 더 치열했다. 씨름협회는 씨름이 유네스코 등재 신청 종목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유네스코 등재 당위성을 알리는 강의와 홍보를 강화해 나갔고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씨름등재추진위원회(위원장 김장실)를 구성했다. 위원회에서는 전략회의와 국회에서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포럼을 진행하고 씨름의 유네스코 등재 당위성에 대한 의견을 문화재청에 지속해서 주장했다. 2014년 7월 희소식도 들려왔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동북아 무형유산보호협력회의에 참석한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관계자는 북한 관계자와 만나 남북 공동으로 씨름을 유네스코에 등재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15년 3월 북한은 씨름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단독 접수해 버렸다. 우리는 북한보다 1년 늦은 2016년 3월 씨름등재신청서와 영상, 사진, 시도씨름협회동의서, 씨름전공생을 육성지도하는 용인대학교 총장동의서를 첨부하여 유네스코에 접수했다. 그런데 2017년 북한의 씨름등재신청서 내용은 유네스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무형유산보호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8년 11월 우리나라 씨름은 북한 씨름과 함께 한국의 20번째, 북한의 3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될 수 있었다. 공동 등재 노력을 기울여 준 문화재청 세계유산팀에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불안의 이성 지배, 그리고 신종 코로나

불안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생존본능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인간이 노력하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만약 우리가 현실과 미래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고 불안이 없다면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 문화, 인류의 발전은 매우 더디거나 없었을 것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찌 보면 우리 조상이 겪었던 전쟁이나 질병, 죽음 등 개인적, 집단적, 국가적으로 경험했던 공포적 경험들이 자손들에게 유전자를 통해 전달된 것일 수도 있다. 하물며 박테리아도 생존을 위한 불안이 있다고 보이는데 인간이야 더했으면 더했지 못할 리가 없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해 판단을 할 때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간이 좀 더 집중해서 생각하고 주변을 열심히 살피는 행동을 하게 한다. 전쟁 중에도 군인들이 가지는 불안은 생존력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에게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심한 불안은 독이 된다. 불안의 정도가 너무 심해지면 우리 이성은 불안이라는 감정에 지배당한다. 지배당한 이성은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합리화하거나 불안을 빨리 없애려는 쪽으로만 진행된다. 특히 죽음에 대한 공포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은 우리 이성을 재빨리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1920년대 초 일본에 심한 지진이 발생하여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40만 명에 달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일본사람들을 지배했다. 일본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고 이런 여론을 느낀 정부는 공포가 분노로 바뀌어 정치권으로 옮겨붙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심하게 느꼈다. 극심한 불안이 이성을 지배하면서 결국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어느 순간 조선사람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사회 폭동을 모의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일본사람들은 그간 느꼈던 공포불안만큼이나 분노를 느꼈고 이런 소문은 조선사람들을 대량학살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했고 국민은 이를 용인했다. 결국 2천~6천 명의 무고한 조선사람들이 소위 자경단이라는 조직에 살해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이렇듯 극심한 불안은 이성을 지배하고 나아가 생각을 지배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인들을 공포로 몰고 있다. 치료제로 쓸 약이 없어 걸리면 끝장이라는 공포,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임으로 피할 수 없다는 공포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불안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포임으로 우선 이런 감정을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정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공포불안이 외국인에 대한 혐오나 분노, 정부에 대한 근거 없는 분노로 연결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르다. 감염환경도 다르고 의료수준도 다르다. 아직 우리나라 감염자 중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마치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곧 많은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불안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미세먼지용 전문마스크 아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우리 신체 면역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부도 혹 국민이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면 숨기기에 급급하면 안 된다. 알릴 것은 알리고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도 정확히 교정해주어야 한다. 정재훈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애통의 공동체성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39세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그때 친척들과 마을 어른들이 저에게 와서 위로하면서 엄마가 좋은 곳에 가셨으니 울지 마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장례식을 하는 동안 제대로 울지 못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제대로 울지 못했다. 우는 것은 약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믿음이 없는 행위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상담을 공부하면서 슬픔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슬픔의 감정에 공감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떤 프로그램에서 마음껏 우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내 안에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 억눌렀던 슬픔의 감정이 밀려오는데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한참 울고 나니까 내 안에 막힌 무엇인가가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슬픔을 참는 것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분한 애도가 있어야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장례식에서 마음껏 슬픔을 표현하고 슬퍼해야 한다. 마음껏 슬픔을 표현해야 새로운 생명과 위로를 느낄 수가 있다. 그런 의미로 애통한 마음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사랑 없이는 진정으로 슬퍼할 수 없다. 사랑하기에 느끼는 아픔이다. 사랑 안에서 아파하고 사랑하고 고통에 동참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랑의 정도만큼 아파하는 것이다. 나와 깊은 사랑의 관계를 맺은 사람일수록 더욱 큰 슬픔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다른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남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슬퍼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문제에 몰입되어 남의 아픔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삶이 지속하다 보니 이제는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슬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만 내 이웃의 고통에 대해서는 눈물 한 방울 흘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어떤 시인의 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아픈 이를 치유하시는 당신은 고통을 없애는 이가 아니라 그 아픔의 뜻을 알게 하시는 이십니다. 눈먼 자를 치유하시는 당신은 어둠을 없애는 이가 아니라 빛의 환희를 알게 하시는 이십니다. 당신의 치유는 사랑의 깊음에서 오는 생명의 오름입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에 긴장하고 언론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3일부터 도시 봉쇄에 들어간 우한시 거주 시민들이 우한 짜요(武漢加油: 우한 힘내라)를 외치며 서로 격려하고 있다. 웨이보(중국 SNS)에 업로드 된 다수의 영상 속에는 자가 격리 중인 우한의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우한 짜요를 외치며 함께 전염병과 싸우는 다른 시민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 속에는 창문 가에 서서 중국 국기(오성홍기)를 흔들며 중국 국가를 함께 부르는 우한 시민들의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지금 이 힘든 시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픔과 고통 가운데 있는 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연대하는 것이 전 세계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는 길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명절 같지 않은 명절에 부모의 역할

월마트를 창업해 많은 돈을 번 샘 월튼은 죽기 전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다. 나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잘못 정했다고 말했다. 월마트를 만들고 키우느라 그의 하루는 늘 바빴을 것이니 자식들에 대해 신경을 못 썼을 것이고 죽음에 이르러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후회를 했을 것이다. 스티브 코비의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책에 보면 인생을 사는 우선순위가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한데, 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분만 시에 서약서를 작성했었다. 가족을 위해 아기를 위해 무언가를 어찌하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유아교육에 청소년교육을 전공하고 코칭심리를 전공한 필자는 자녀와 대화를 많이 했다고 자부했다. 대화의 시간도 다른 가정보다는 많이 가졌다는 생각을 했으나 나만의 서약이었고 나만의 욕심이며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 명절이 되었다. 필자의 아들이 명절이 명절 같지 않은데 명절이고, 명절의 의미가 많이 흐려졌다며 명절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어른들께 가지 않으려 했다. 필자는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며 아들의 말에 나름 의미를 부여하며 펜을 잡았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족이 무엇이며,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어떠한지 부모의 존재가 계산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다가올 현실이 무서워졌다. 우선 순서가 뒤바뀔까 우려하는 부모에 잔소리 글이 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여성가족부가 부모 1천 명과 초등학교 고학년 6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라는 질문에 부모의 46.4%, 자녀의 23.6%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라 했다. 2014 청소년 종합실태조사(여성가족부)에서는 부모와의 대화 시간이 많을수록 청소년의 스트레스와 가출 충동이 낮아지고, 행복감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성 포털 사이트는 436명 어머니를 대상으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한가?에 95%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부모교육에 참여한 부모 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참가자의 92%가 부모교육이 도움되었고, 부모교육에 93.1%가 다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명절 아침 멀리 갈려면 여럿이 함께 가라는 말이 오늘 필자의 뇌리를 더 스친다. 일이 넘쳐나도 하고 싶은 일이 없고, 처녀총각이 많아져도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명절이 되고 있다. 심히 걱정된다. 정을 나누는 명절 풍경을 위해 배려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필자는 서로 입장을 배려할 수 있는 부모로서의 삶을 더 보여주어야겠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보험의 의미와 보험범죄

보험은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나와 가족의 건강, 집과 자동차의 소유, 거대 선박의 운항과 멀리 인공위성 발사에 이르기까지 보험이 없다면 현대의 삶과 경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보험이야말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현재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미래가 지속하도록 보장하는 독특한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보험은 더불어 사는 인간이 고안해 낸 절묘한 제도이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무역을 하는 선박소유자가 출항 전에 투자를 받은 후 항해에 성공하면 투자자에게 이익금을 나눠주고, 실패하면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일부 학자는 이를 근거로 보험의 기원을 기원전 2천 년 이상으로 본다. 즉 보험제도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을 돕고자 다수가 평시에 보험료를 걷어 관리운영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험업이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사업목표 외에 공공선 실천이라는 공익목표의 결합체로 가동될 때만 그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공익을 추구하는 보험이지만 보험범죄라는 어두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적 의미의 보험산업이 일제 강점기에 이식되었듯 보험범죄도 일제의 잔재에서 영향을 받았다. 1930년대에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 친형부인장모까지 독살한 이른바 보험마(保險魔)는 모두 보험범죄의 극단적 사례이며 이러한 잔인한 수법 역시 당시 일본의 경우를 모방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근래는 어떠한가. 2019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천134억 원으로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이중 손해보험이 3천732억 원으로 전년대비 110억 원 증가한 규모였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추정액까지 감안하면 1가구당 40만 원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끄러운 통계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1인당 사기범죄 비율이 1위(2013년 기준)이고, 사기위증무고죄가 일본의 수백 배에 달한다는 최근 보도도 있다. 따라서 2020년에는 보험범죄에 대한 전향적 인식과 강력한 대응이 시급하다. 보험업계뿐만 아니라 검경 등 법집행기관의 지속적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료를 내는 모든 보험계약자, 선량한 우리 시민의 동참과 행동이다. 부정을 목격하는 경우 금융감독원(국번 없이 1332) 등에 적극 제보해야 한다. 우리가 낸 보험료가 부당하게 지급되지 않도록 항상 감시해야 한다. 주위에는 보험료를 오랫동안 내고도 보험금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분들이 많다. 언뜻 생각하기에 당사자로서는 아쉽거나 어쩐지 손해 보는 느낌일 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평탄한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며 내가 낸 보험료로 사고 난 누군가를 도와준 것이므로 이웃돕기를 자동 실천했기 때문이다. 보험의 가장 핵심적 의미이기도 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올바른 목표는 보험범죄 근절이며, 필요한 행동은 우리 모두의 동참이다. 보험범죄가 쉽게 드러나고 엄중하게 처벌받는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다수가 바라는 공정 사회신뢰 사회의 기반이 될 것이다. 김성훈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동양의 IOC를 꿈꾸는 WMC

스위스 로잔은 국제스포츠 행정도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레만호 주변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박물관, 국제스포츠회관(MSI) 등은 스포츠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다. 초기 로잔은 국제스포츠연맹들을 유치하고자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외국인 고용인들에게 노동허가증을 발급해줬다. 시와 협력하여 처음 정착하는 국제스포츠연맹에 대해서는 필요한 사무실의 임대료도 2년간 제공해줬다. 그 결과 지금은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를 비롯한 50여 개 국제스포츠연맹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곳을 벤치마킹하려는 스포츠 행정가들의 방문도 매우 빈번하다. 지금은 지역 경제차원에서 고용과 재정 수입은 물론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는 아직 올림픽을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다. 하물며 1984년 IOC로부터 올림픽 도시라는 명예를 부여받았다. 1915년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IOC 본부를 파리에서 로잔으로 옮긴 덕분이라고 해야겠다. 1894년 쿠베르탱은 자신의 지인들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12개국 주요 스포츠단체들과 함께 파리의회를 통해서 어렵게 IOC를 창설할 수 있었다. 초기 IOC는 재정이 너무 빈약해서 그 어떤 지원도 하지 못하고, 직원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IOC는 206개 회원국(NOC)을 보유한 국제스포츠계의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총 수입도 무려 약 70조 원에 이르고 직원도 약 500여 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IOC 위원이 되면 약 200여 개 회원국을 비자 없이 출입국 할 수 있다. 국빈대접에 수행원까지 통관절차 없이 출입국 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도 가진다. IOC의 올림픽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씨름과 택견을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태권도를 세계인의 무예로 성장시킨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다. UNESCO에서 관심을 두는 무예와 IOC에서 소외된 국제무예연맹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를 동양의 IOC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WMC는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메가 스포츠이벤트로 성장시켜 국제스포츠계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울러 우리 정부도 로잔과 같이 국제무예회관을 건립하고 국내외 무예단체와 국제연맹들을 유치하는 프로젝트(project)를 진행하면 좋겠다. 지금 세계는 자신들의 전통무예를 육성하고, 세계화 노력에 힘쓰는 시점인 것을 고려한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볼일은 아니다. 그러기에 앞서 WMC도 정부지원 없이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IOC는 The Olympic Program(스폰서십)과 TV 중계권료(총수입의 70%)를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고 있듯이 WMC는 IOC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하여 Masterships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체부에서 전통무예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한 IT 강국 Korea의 국력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다. WMC가 동양의 IOC가 되어 그 지역의 고용과 재정 수입이 증가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 한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희망을 잠시 품어본다. 공성배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리더들이 알아야 할 인간의 보편적 욕구

퇴계 이황과 함께 16세기를 대표하는 사림파 율곡 이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매우 깊었다. 그는 인간은 선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이런 욕구가 인간을 이끄는 행동의 뿌리라고 했다. 소위 인간의 선함이 기본 욕구라는 이론으로 백성을 다스릴 때 이를 기본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율곡 이이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나이도 많이 어린 지방의 한 학자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 학자는 인간은 선한 욕구도 있으나 이는 행동의 뿌리가 아니며 인간의 이기적 욕구,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한 욕구라고 했다. 선한 욕구는 있으나 평소 이기적이고 욕심적인 욕구에 의해 억눌려지고 있으므로 통치는 이를 견제하고 누르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인간의 선한 욕구가 행동을 이끌고 이런 행동들이 모여 결국 선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8년간 둘은 서신을 교환했고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대화를 지속하는 이이의 태도는 역사의 귀감이 됐다. 또 다른 사례로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 장자를 들 수 있다. 그는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며 이기적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기적 태도가 타인을 무시하고 공격하는 나쁜 의미가 아니며 자신의 이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무의식적 욕구를 주장한 프로이드 또한 자신의 무의식을 받아들일 때 이런 무의식이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주장한 이론들을 보면 내용상에는 이견들도 있으나 핵심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있으나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이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 보편적인 속성을 주장했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도 현재까지 인정받고 있다. 문화가 다르고, 세대가 다르고, 시대가 달라도 인간의 보편적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인간이며 인간의 기본적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봉건주의 시대, 신분제 사회에서 리더였던 귀족들과 왕족들이 폐기된 것도 백성이 가진 인간의 보편적 욕구를 정책을 통해 만족시켜주지 못한 결과이다. 만약 자신의 기본적 욕구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듯이 백성의 욕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개인의 욕심적 욕구가 백성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적어도 백성에게 혁명을 결심할 정도로 심한 좌절과 분노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고 그들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는 현대시대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념과 진영논리가 주로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한쪽이 선이면 다른 쪽은 악이라는 극단적 논리가 과거보다 강해졌다. 대한민국의 근대사에서 인간들이 가진 보편적 욕구가 좌절되고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진영논리가 된 것이며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진영일 뿐이다. 상대방 진영 사람들이 가졌던 보편적 욕구와 오랜 세월 받은 상처를 이해해줘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있으면 상대는 적어도 생각은 다른 사람이지만 적이라는 생각은 없어진다. 리더들이 이런 모범적 태도를 보여줄 때 그들을 따르는 국민도 같은 태도를 보일 것이고 대한민국은 진정한 한민족이 될 것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갈등 넘어 ‘평화교육의 시대’ 기대하며

제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1914년 12월24일 저녁 플랑드르 전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100m 거리를 두고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었다. 치열한 총격전으로 많은 동료가 죽었고, 남은 병사들은 참호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독일군 병사 하나가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그 노랫소리가 어둡고 긴 전선의 참호 위로 울려 퍼졌다. 노래가 몇 곡째 이어지자 말없이 귀를 기울이던 병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노래는 곧 합창이 되었다. 이상한 감동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어리둥절하던 영국군 진영에서 박수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러자 독일군 병사 하나가 몸을 드러낸 채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도 총을 쏘지 않을 테니 너희도 총을 쏘지 마라는 것이었다. 한 병사가 참호 위에 쌓아올린 흉벽 위에 불을 밝힌 초를 올려놓자 잠시 후 곳곳에 초가 밝혀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양 진영의 병사들은 그때부터 총을 내려놓았다. 휴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은 이후에 서로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축구도 함께 했다. 병사들을 괴롭히는 이와 쥐를 퇴치하는 비법도 서로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두 전선 사이 무인지대(No mans land)에 널려 있던 시신들을 함께 묻어주었다. 만나고 보니 그들은 악마가 아니었다. 그 전쟁은 자기들의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도 자각했다. 서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죽은 사람이 무려 약 7천만 명에 이르게 된다. 이런 엄청난 전쟁을 치르면서 세계는 평화를 갈망하게 되었다. 올 한해도 갈등과 분쟁, 증오가 범람했던 시간이었다. 정말 한해를 돌아보며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는 단어가 있다면 평화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평화교육연수원이 있다. 이곳은 포천 산정호수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개인의 평화, 교육공동체의 평화를 배우는 공간이다. 교직원들의 휴와 치유, 회복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연수원이다. 경기도 근교에 있어서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이곳에 있기만 해도 회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최근 이곳에 많은 교직원이 연수받고 싶어 하고 있다. 그 이유는 평화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차가운 거리를 떠도는 실직자들,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에 희생당한 사람들, 평화 세상을 열고자 일하다가 고난을 겪는 사람들, 먹고살기 위해 굴욕을 당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 모두에게 평화를 갈망한다. 학교 현장에서 관계로 인해 상처받은 학생들, 그리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며 삶의 희망조차도 내려놓은 학생들, 서열화된 교육으로 학습 된 무기력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평화가 찾아와서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이 저물고 2020년 경자년이 시작된다. 갈등을 넘어 평화의 시대를 학교 현장에서 경험하고 실천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처럼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되기를 소망한다. 안해용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당연한가? 당연하지!

무엇이 진정한 아름다움인지조차 혼란한 세상, 직업과 명예보다 엄마나 여성으로서 더 건강한 삶을 선택했던 풍조가 사라지는 현실에 무관심한 듯하여 안타깝다. 공명조(共命鳥)는 여러 불교경전에 나오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 새로,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에 등장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일까?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는 살 것 같지만 결국 자신도 죽고 마는 공명지조(共命之鳥). 네가 없으면 우리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언제부턴가 나만 알고 나만 생각하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모든 만물은 관계 속에서 생존하고 번식해 간다.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다. 동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생존 섭리가 있다. 짝짓기를 보면 참으로 신비스럽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데도 본능적이다. 식물은 또 어떤가? 벌은 꽃에서 꿀을 얻고 벌은 꽃가루로 수정을 시켜 꽃의 짝짓기를 도와 열매 맺게 한다. 지구 상의 대부분 식물이 번식할 수 있는 본능적 자연 섭리가 있다. 몇 년 전 플로리다에서 벌이 갑자기 없어지는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과일나무가 열매를 하나도 맺지 않았다. 벌들이 꽃에 찾아와 꽃가루로 수정을 시켜줘야 하는데 벌들이 미쳐서 방향을 잃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원인 중 하나가 전자파인데 그로 인해 벌들이 방향을 잃어버려서란다. 이 현상으로 미국의 22개 주에서 꿀벌의 25~40%가 감소했고, 꽃가루받이를 해줄 벌이 사라지면서 아몬드사과블루베리 등 과수 농가도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대전화 실험 결과 벌들의 귀가 시간이 훨씬 늦거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벌들은 낯선 곳을 돌아다니다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이는 자연의 섭리를 배신한 인간이 원인일 수 있다. 자연을 떠나 성공한 인간은 자연에 강요한다. 휴대폰 전자파, 유전자 조작, 지구온난화 등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문명.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역행하는 것이다. 꿀벌 군집 붕괴가 경고다. 저출산 고령화가 경고다. 자연의 배신 저자 댄 리스킨은 자연의 현실을 직시하고,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진흙탕 싸움 속에서 치열한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진화해 온 인류의 능력에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필자는 본질적으로 자연에 역행하는 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가 첨단 무기를 자랑하고 서로 강대국이 되려고 핵을 보유하려 난리다. 결국, 인류 스스로 지구 종말을 가져오는 위험한 현대에서 핵시설 보유 자체는 공멸(共滅)하는 길인데도 말이다. 2020년 일본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일부 종목이 후쿠시마에서 열릴 터인데 물고기가 방사능이 유출된 후쿠시마에만 살고 있을까? 어느 곳인들 안 갈까? 폭풍이 불어오는 절벽의 둥지 속에서 새 한 마리가 평안히 잠자는 그림이 연상되는 것은 왜 그럴까? 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하나이다. 인류는 세포의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필자는 연말에 우주를 우리라는 당연한 입장에서 우리가 서로 따뜻하길 바랄 뿐이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녹색사회

셰익스피어는 1596년에 외아들 햄릿을 잃었다. 리어왕 5막에서 숨이 끊긴 딸 코델리아를 안고 울부짖던 늙은 리어왕은 셰익스피어가 느꼈던 고통과 상실이 그대로 전이된 알터 에고(Alter ego)였다. 정지용부터 박완서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가 피로 쓰듯 참척의 고통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잠든 듯 숨진 어린 자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 심정은, 화장터에서 태우고 남은 조그마하고 어린 뼈를 받아든 부모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한창 파릇했던 자식이 이제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빈방에서, 남겨놓은 유품에 떨어뜨리는 눈물은 도대체 얼마나 쓰라린 것인가.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얼마 전 펴낸 책에서 타인의 슬픔을 완전하게 공감하기란 불가능하지만 타인의 슬픔을 공부함으로써 거의 내 것처럼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는 취지의 문장을 남겼다. 공감능력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도 있지만 이를 학습함으로써 더 발달하고 확장된다는 것이다. 자식을 잃지 않은 사람은 자식을 잃은 사람에게 온전히 공감할 수 없으나 타자적 슬픔에 대해 공부함으로써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야만이 타자의 희생과 고통 위에서 성립되는 것이라면 많은 이가 꿈꾸는 유토피아, 혹은 고도화된 문명사회는 타자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지난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상황에서 사실상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눈물 어린 노력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통과돼 다행인 셈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법규만 정확하게 잘 지키면 일부 운전자가 오해하는 것처럼 과잉처벌의 우려는 거의 없으며 운전자 위주의 교통인식을 보행자 위주의 인식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어려운 과정도 있겠지만 CCTV 설치 등에 필요한 예산은 여럿이 합심해 새로 만들면 된다. 다만 병행돼야 할 것이 있다. 가령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적극적 단속과 함께 운전자 인식전환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한 가해행위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가려 어린이는 운행차량을 보지 못한 채 길을 건너고 운행자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이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어린이, 싱그러운 어린 생명을 대표하는 색은 녹색이다. 녹색은 치유와 안전, 나아가 성스러운 영혼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복의 주 색상이 초록색이라거나 사막이 많은 불모지 아프리카의 각 나라 국기에 역설적으로 녹색이 많다는 사실은 인상적이다.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자발적 모임을 녹색어머니연합회라고 하는데, 이분들은 초등학교 등하굣길에서부터 구석진 도로에 이르기까지 이른 새벽이나 궂은 날씨에도 아무런 대가 없이 헌신하는 엄마들이다. 누구보다도 녹색의 의미를 잘 보여주시는 훌륭한 분들이다. 문명사회는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는 사회이며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경감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녹색사회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을 바꿈으로써 이러한 녹색사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한국이 만든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지난 9월 세계종합무예대회인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20개 종목에 107개국 2천938명이 참가할 정도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큰 규모의 대회였다. 이 대회는 우리 정부에서 국제대회로 승인을 받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버금가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의 후원을 받아 개최, 국제메카스포츠 이벤트로 손색이 없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반기문 명예대회장, 위자이칭 IOC 부위원장, 라파엘 키울리 GAISF 회장 등 80여 명의 국제인사가 충주라는 작은 도시에 모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충북도민과 충주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개회식과 국제무예액션영화제, 국제학술대회, 문화행사 등은 이 대회를 더 빛나게 했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여된 평창동계올림픽(14조2천218억 원)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2천36억 원)와 비교하면 150억 원의 저예산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개최하고, 충북을 세계무예의 중심지로 세계 언론에 주목받게 한 것은 큰 성과로 남는다. 교수 및 무예스포츠 관계자들도 일부 보완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대부분 이 대회의 성공을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대회의 더 중요한 성과는 안방에만 머물러 있던 한국무예의 세계화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 대회의 한국무예는 태권도를 비롯해 용무도, 씨름, 택견 등 8개 종목이 포함됐다. 용무도는 2016청주대회 이후 네팔체육회에 가맹됐고 인도에서는 School Game에 포함되면서 남아시아 용무도 보급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씨름도 2019충주대회를 계기로 국제씨름연맹을 창립했고, 종목별로는 8~13개국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해 한국무예의 세계화에 지평을 열었다. 올림픽의 무예종목은 여섯 개에 불과하다. 한국무예가 올림픽에 더 진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제 한국무예를 세계화할 방법은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얻는 무예마스터십대회를 통해서 가능하다. 문제는 올림픽과 같은 무예마스터십대회의 지속성이다. 한국무예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예마스터십대회가 지속적으로 개최돼 세계로 가는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이 대회의 개최권은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에 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는 IOC나 GAISF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한국이 만든 국제무예 기구이다. 이 위원회는 2023년 무예마스터십대회를 해외에서 로열티(Royalty)를 받고 개최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무예마스터십대회를 유치하려는 국가들의 윤곽도 점차 드러나고 있다. 올림픽 개최의 경우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고 대회 이후 경기장 활용방안 부재, 올림픽 특수실종 그리고 환경보전 논란이 지속한다는 점에서 최근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국가들도 먼저 나서지 않는 추세이다. 그러나 2019충주대회는 기존의 9개 체육관에서 20개 종목을 8일간 개최해 선진국뿐 아니라 후진국에서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스위스 로잔에 IOC와 GAISF가 있다면 충북에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UNESCO 국제무예센터(ICM), 세계무술연맹(WoMAU)이라는 국제무예 3대 기구가 있다. 충북이 무예의 성지화가 되어가는 길에는 한국무예의 전도사 충북도의 이시종 지사가 있다. 그의 무예 사랑이 충북을 세계무예의 허브로 만들고 있다. 세계화에 모범적인 태권도 사례가 있지만 수많은 한국무예가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앞으로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의 성장을 통해 한국무예가 세계를 호령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중독 질환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 필요하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함으로 우리나라가 떠들썩했다. 그 외에도 중독은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ㆍ쇼핑ㆍ알코올ㆍ마약 및 각종 약물ㆍ성 관련 질환 등 중독은 다양하다. 중요한 점은 이런 중독질환들이 과거보다 다양해지고 또한 증가한다는 점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으로 해당해 알코올 중독에서 약물이나 마약중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크게 보도된 사회고위층 자제들의 약물복용 사건에서 보듯이 이제는 우리나라도 안심하기 어렵다. 히로뽕, 코카인 같은 전통적인 약물에서 현재는 수많은 중독성 약물들이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다. 중독의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중독된 대상에만 몰두함으로 다른 일상적인 일들은 점점 후순위가 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고, 개인의 인생이 무너지지만 멈출 수 없다. 이런 다양한 중독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적 개입을 하는 시스템은 향후 늘어날 중독질환들을 고려할 때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안타깝지만 너무 후진적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이제 전국적으로 있지만 중독질환을 따로 관리하는 중독통합관리센터는 매우 적다. 경기도는 31개 시ㆍ군에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중독통합관리센터는 7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중독질환에 대한 예방활동,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는 불가능에 가깝다. 7개지만 중독통합관리센터가 설치된 지역과 나머지 지역은 중독질환에 대한 관리실적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떤 시스템으로 이를 관리하고 있을까? 우선 중독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중앙정부의 컨트롤 시스템이 있다. 모든 중독 질환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계획을 세운다. 상당수 중독질환이 법적인 문제가 동반됨으로 법무부와 유기적 관계를 통해 접근한다. 각 지역에 중독질환만을 담당하는 지역센터가 있어 중독질환에 대해 예방활동 및 조기진단, 조기치료에 개입한다.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의 역사는 1995년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각 지역에 정신보건센터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25년이 흐른 지금 그 당시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발전했다. 그러나 중독질환에 대한 관심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조현병 환자가 시민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니 이런 정신병 질환에 대한 정책만 계속 정책에 반영된다. 중독질환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주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향후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기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중독 파트를 만들어 관리하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독질환은 정신보건정책의 주요 대상인 정신병환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증상과 질환의 특성도 매우 다른 질환들이다. 법적인 문제도 많이 동반된다. 반면 치료와 관리만 잘되면 예후도 매우 좋다. 바로 사회에 복귀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세금도 낼 수 있다.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중독질환들을 기존 정신병질환과는 분리해서 관리하고 정책적 개입을 하는 것이다. 예산의 효율성만 고려하면 안 되고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중독관리과가 생겨야 한다. 각 지자체에도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 시스템을 만들어도 안정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루빨리 국민이 각종 중독관련 질환에 노출될 경우 안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