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칼리닌그라드와 칸트

쾨니히스베르크는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고향이다. 칸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이곳을 150㎞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칸트는 집안이 부유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가정교사, 도서관 사서 등으로 일하면서 철학 공부를 꾸준히 했다. 칸트가 46세가 되는 1770년 드디어 쾨니히스베르크 대학 정식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57세 때 유명한 순수이성비판을 출판했다. 그 이후 실천이성비판과 판단력 비판을 출판하면서 왕성한 학문 활동에 매진했다. 우리가 칸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어떤 어려움과 역경이 있더라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완성하였다는 점이며 그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도덕률인 정언명법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사회적경제적으로 혼란을 겪는 이 시기에 우리가 깊게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철학적 원리이다. 정언명법의 첫 번째 원칙은 너의 준칙이 보편적인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이다. 쉽게 말하자면, 너의 행동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방역 당국에서 안내하는 마스크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등 대응 지침 등을 스스로 준수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칸트의 정언명법에 대한 실천이다. 이러한 행동이 공동체 윤리를 실천하는 것이며 모두가 바라는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칸트는 정언명법에 대한 두 번째 원칙을 언급하였는데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인격적으로 인류애를 가지고 대하라는 것이다. 작금의 시점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 당국은 경제적ㆍ정치적 손익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실시해야 한다. 자칫하면 인간의 존엄을 문제의 핵심에서 소외시키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칸트를 소환했다. 우리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 칸트의 도덕률을 깊게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시점에서 백신과 바이러스가 시급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존엄을 향한 철학의 부재가 아쉽다. 한편, 칸트가 다닌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은 러시아로 넘어가면서 폐교가 됐으며 그 자리에 1967년 칼리닌그라드 대학으로 설립되었다. 러시아는 2005년 칼리닌그라드 대학의 교명을 임마누엘 칸트 대학으로 바꾸었다. 이창휘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경기시론] 반토막 난 대한민국

필자가 인구위기 극복을 대응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급격한 인구절벽에 놓인다는 말을 듣고도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지금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결혼. 그렇다면 먹고 살게 해주면 결혼을 할 것인가. 먹고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120세 시대인 지금. 태어나 사망할 확률이 천 명당 세 명 정도로 감소할 만큼 급속하게 의학이 발달 되었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확대로 노년기의 기본적 생활 보장도 되었다. 그런데 반토막 대한민국이란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출산율 국가인 헝가리와 현실이 다르지 않다. 순수 헝가리인의 수를 늘려야 국가적 전통을 지킬 수 있다는 반이민주의 오르반 총리의 철학을 담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나라에서는 4명 이상 자녀를 두면 평생 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신혼부부에게는 무이자로 4천만원을 빌려주고 셋째 아이를 낳으면 그 대출금 전액을 탕감해 주는 정책으로 저출산 극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조직의 변화가 수반되려고 하는 것인지 지난 21일 맹성규 의원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무총리 소속 저출산 고령화 등 입법, 인사, 예산 등의 전권을 갖는 특임사무처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대찬성이다. 필자가 한국출산행복진흥원을 설립하기 위해 서울시, 여가부, 보건복지부 등을 방문했다. 단체 설립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하고, 서류도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으나 서류가 반려됐다. 출산과 출생이라는 단어로 인해 관련 부처와 부서는 있으나, 부처별, 부서별로 통합되지 않아 담당이 아니라며 서로 미루는 꼴로 인해 필자가 애를 많이 먹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 취업인구도 감소할 것이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경제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위축될 것이다. 그러면 국가 성장은 둔화될 것이다. 또,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 납세자가 줄어들 것이고, 당연히 납부세액도 줄 것이고, 고령자를 위한 의료보험과 같은 복지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노령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남으로 인해 결국 국민연금은 고갈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갈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국가적 위기상황인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정부가 1962년 가족계획정책으로 산아제한을 했다. 국가 차원의 산아제한에 대한 영향이 이제 더 끔찍한 인구절벽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려 하고 있다. 김양옥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복장의 인문학

왕세자 탄생기념 축제에서 루이 14세는 온몸을 눈부신 금빛으로 칠하고 1만5천명의 국민 앞에서 발레를 추었다. 태양왕으로 불리게 된 사건이다. 루이 14세는 절대왕정의 기린아로서 궁정문화를 꽃피우고 예술을 장려하였다. 가발과 화려한 스카프, 스타킹에 이에 하이힐까지, 색색으로 빛나던 이 정복왕의 옷차림은 지금 보면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지만 실상 당시 유럽의 교양과 사치스러운 귀족 문화를 실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멀리 떨어진 조선의 젊은 관료는 학이 새겨진 흉배에 관대를 두르고 사모를 쓰며 백성을 위해 분골쇄신하리라 매일 다짐했을 것이다. 흥선대원군이 갓 크기를 줄이려 했을 때 극렬히 반대하던 선비들은 갓이 사대부의 기개와 위신을 드러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김구의 두루마기와 이토 히로부미의 유카타가 대비되듯,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침략군 최종 보스였던 히틀러의 제국주의 군복과 스탈린의 인민복, 루즈벨트의 미국식 양복은 같은 시대의 다른 선악을, 혹은 거대한 이해관계를 선명히 대변하였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복장이 다른 것은 각각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며 각 문화는 인간의 문화, 즉 인문이 된다. 인문은 인간의 문화(人文)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무늬(人紋)이기도 하다. 인문(人紋)은 그렇게 복장으로 나타나며, 복장은 인문을 새로이 만들어낸다. 인문은 편벽된 것이 아니다. 다른 문화의 복장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편협해서는 안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박사가 명저 총, 균, 쇠에서 지구상의 각 종족은 상대적으로 우수하거나 열등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환경과 상황에 맞는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실증한 것처럼 복장 역시 그러하기 때문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죽어가는 복제인간 로이가 안드로이드 사냥꾼 릭 데커드에게 남긴 마지막 대사는 만만치 않은 화두를 던진다. 난 너희 인간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16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곁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C-빔들도 봤지. 그 모든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 마치 빗속의 눈물처럼 인간보다 우수한 존재로서 인류가 보지 못한 무수한 것들을 봤던 복제인간이라면 우리 시대의 복장에 대해 뭐라고 평가할 것인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복장은, 운명을 가름하는 판관의 복장은 얼마나 자유로워야 하는가. 남자들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고 출근하면 정말 안되는 것일까. 복장에 대한 인문학적 질문은 많지만 코로나19 시대 최선의 복장은 서로 간 감염을 막는 마스크라는 점은 우선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 지금은 마스크가 아름답다. 김성훈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활쏘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 발표했다. 문화재청에 의하면 활쏘기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활을 만들거나 다루고 쏘는 방법, 그리고 활을 쏠 때의 마음가짐 등에서 우리만의 고유성을 보유하고 있는 문화적 자산이라 했다. 활쏘기의 대표적인 유물은 5세기 중엽의 고구려《무용총》(舞踊塚)이 있다. 이 벽화에는 사슴과 호랑이를 잡기 위해 말을 타고 활시위를 당기는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매우 역동적으로 담겨 있다. 고려사절요에서 광종(光宗, 957년)은 활쏘기를 관람했고, 현종(顯宗, 1029년)은 문신에게도 활쏘기를 연습하게 했다. 문종(文宗, 1053년)은 대동강에서 활쏘기 대회를 열고 잔치를 베풀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에는 활쏘기의 기록이 씨름보다 더 많다. 그만큼 활쏘기는 우리민족의 호국무예와 유희로써 문화공동체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활쏘기를 국내에서만 공유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도 K-활쏘기의 우수한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몽골은 활쏘기가 포함된 나담축제를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했고, 신부를 얻기 위해서 활쏘기와 말 타기, 씨름을 잘해야 했던 오스만제국의 터키는 지난해 전통활쏘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활쏘기가 유네스코에 등재됐다는 것은 전 세계인의 무형문화재로서 그 가치가 인정된다는 얘기다. 대한궁도협회는 지난해부터 전통활쏘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방안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활쏘기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이전까지 2012년 문화재청 예비목록에 93번째 활쏘기 놀이로 지정되어 있었을 뿐 진정한 국가무형문화재는 아니었기 때문에 국가무형문화재보다 먼저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환경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2년에 한 개의 유산만을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할 수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먼저 문화재청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문화재청에는 세계유산팀이 세계 속에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활쏘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종목으로 선정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활쏘기 단체 간의 기득권과 궁도와 궁술, 국궁이라는 용어의 논란에서 벗어나 활쏘기가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도록 서로 화합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내에서부터 활쏘기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 움직임에 반대하는 일이 생긴다면 유네스코 등재의 길은 더 멀어지게 된다. 활쏘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소식을 기원해 본다. 공성배용인대 격기지도학과 교수

[경기시론] 감정이 격해지면 행동에 영향을 준다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완전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나뉜다. 첫 번째 층은 생존에 필수적인 부분에 관여하는 뇌로 심장이나 폐의 호흡, 혈압 조절 등 의지와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장기를 조절하는 층이다. 자율신경계를 주로 조절하는데 늘 생존에 필수적인 신체적 컨디션을 모니터링해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작동한다. 두 번째 층은 주로 생후 발달하게 되는데 감정과 관련된 부분을 느끼는 뇌의 부분이다. 기쁨, 불안, 분노, 슬픔 등 감정을 느낀다. 아기가 너무 어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주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아기가 어떤 감정을 주로 느끼면서 자라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아기 때는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거기에 따라 생각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아기는 좋은 양육에 의해 본인의 필요가 충족되면 만족감을 느끼고 세상은 안전한 곳이며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고를 형성한다. 감정은 따라서 자신의 이익에 기반하여 발생하며 이성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이런 발달 과정을 통해 뇌의 세 번째 층이 발달하게 되고 성격과 성향이 정해지게 된다. 인격의 수준은 따라서 학벌이나 재력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갖추는 훈련을 해왔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감정이 매우 격해지는 상황이 되면 이성은 감정을 견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지배당하게 된다.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은 대부분 자신의 이익이 심하게 침해당하거나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여건이 갑자기 진행될 때이다. 대개 인생은 20대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회사에 취직하거나 자기 사업을 하고 좋은 이성을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잘 키우고 건강을 잘 유지하고 은퇴 후 안정적인 경제력을 유지하고픈 욕구에 의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각 단계별로 사람들은 노력하고 이익이 실현 가능할 때 희망을 가진다. 최근의 부동산 급등은 이런 의미에서 보면 분명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단순 주거에 대한 욕구를 넘어서 질 좋은 주거에 대한 욕구가 당연한 지금의 20~40대에겐 분명 큰 충격이다. 10~20대의 자녀를 둔 기성세대에게도 이런 상황은 충격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고 노력해도 안정적인 주거를 이루기 어렵다는 절망감은 당황과 불안을 낳았다. 그런 와중에 고위공직자의 상당수가 2주택 이상이라는 언론의 보도는 국민들의 마음에 불안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다. 이런 감정은 집단화돼 대중화됐고 사람들은 정부의 말을 불신하고 있다. 역사에서 보듯 대개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감이 대중을 지배하면 이는 분노로 연결된다. 리더들은 속상한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진심으로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순간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잘못하면 추후 어떤 이야기를 해도 불신을 당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국민들의 속상함을 공감하면서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해도 한 번에 정확하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가질 때 국민들은 안심할 것이고 부동산 투기 세력들도 끼어들 틈이 적어질 것이다. 정재훈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청소년들의 ‘코로나 블루’

중학교 1학년인 A군은 원래 의욕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갈수록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며 Wee클래스 상담을 요청했다. A군은 입학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없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온라인 학습 주간에 혼자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든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을 켜 놓고 SNS를 하거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얼마 뒤면 자신이 한심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졌고 가끔 끔찍한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이런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를 합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증, 불면, 공황장애 등 소위 코로나 블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집 콕 생활이 본격화된 올 3~5월 청소년들의 가족 관련 상담과 정신 건강 관련 상담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던 3~5월 사이버와 전화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족 문제 상담건수가 2만883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만3천826건보다 51% 증가했다. 또 우울ㆍ위축, 강박ㆍ불안 등 정신건강 관련 상담도 이 기간 3만8천348건으로 전년 2만9천404건보다 30.4% 증가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특히 17~19세 청소년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불안ㆍ걱정, 두려움이 높게 나타났다며 이는 학교 폐쇄와 온라인 개학 등 일상생활의 변화가 학업ㆍ진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코로나 블루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필요하고, 다양한 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심리방역이라는 개념처럼 체계적인 정신건강 및 심리건강의 문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는 Wee프로젝트 사업과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통해서 심리적인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긴급돌봄이 필요한 위기학생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심리적인 안정감 지원 공백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코로나19 전담 긴급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심리적인 긴급대응에 대한 계획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제는 재난 사항에서 심리적인 지원 체계 구축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교직원들의 스트레스도 높게 나타나고 있고, 그들의 안정적인 심리적인 지원 체계도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 블루는 취약한 계층과 세대, 지원체계가 부족한 조건인 사람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심리적인 건강을 위해서 관련 기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인 코로나19로 인한 전 국민의 마음건강과 특별히 청소년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해결책 없는 문제 ‘출산’

죽음은 생명 활동이 정지돼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생(生)이고, 심장이 고동치고 호흡하고 있다면 이를 우리는 삶이라 한다. 이 삶은 정말 가혹한가, 아니면 행복한가. 필자는 우리 부모님께서 연출한 정욕의 산물로 받은 나라는 육체를 통해 우리 아이 또한 그 삶의 연장선에 있었으면 한다. 그런데 과연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 통속의 삶을 살다가 죽음이라는 것으로 내 자녀의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것에 대한 대목에서 주저함이 앞선다. 필자의 눈에 포착된 우리 부모님의 삶은 짠하고 애달픈이다. 어머니는 그랬다. 아이가 잘되길 꿈꾸며 기도한다. S대 갔다고 기뻐하고, S그룹 취직되길 소망하며 생명에 기를 더 불어 넣는다. 그런데 생명의 귀중함을 아는 어른들 그중에 성공했다며 세간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어머니는 많이도 뿌듯했을 것이고 행복했을 것이며, 아이 키운 보람을 많이 느끼며 무척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성공한 자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셨으며 우리 자녀 또한 보았다. 그런 성공했다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현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100년 후 대한민국을 걱정하며 시작한 출산운동인데 이런 필자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의 젊은 날엔, 내 앞에 펼쳐지는 시간의 도화지에 마음대로 색칠만 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되리라 기대한 적이 있다. 아름다운 그림과는 거리가 먼 형태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지만 무심한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해진 근무 시간 외에 야간이나 주말 등에 회사 일을 하는 경우에는 1년 이내 결혼할 확률이 3.7% 감소했다. 반대로 시차출퇴근제도가 있는 경우에는 결혼확률이 7.1% 증가했으며, 재택근무 제도가 있는 경우 결혼할 확률은 1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기가 됐으니 결혼해야 하고, 그 아이가 이 나라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인류의 법칙인 것인가. 그래서 저출산 정책이라며 신혼부부 주거지원, 난임 부부 지원,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아동수당 지급, 공공어린이집 확대, 돌봄 교실 등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재정을 투입해 정책들이 진행돼도 출산율이 내림세를 탄다는 것은 현재의 정책이 아이를 출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사실 청년들의 이기심이라기보다는 집단 무의식의 풍조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많은 희생을 담보해야 하지만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잠재적 성장력을 원한다면 그리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면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고령화는 어느 정도 해결됐는지 21대 국회차원에서 저출산ㆍ고령화라는 말 대신 저출산 인구절벽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한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 세대와 결혼은 했지만 아이 갖기를 희망하지 않는 부부에게서 해결점을 찾았으면 한다. 생명 자체가 소중한 지금,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28년이라 한다. 그 해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아예 빗나가길 소망해 본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속도 관리

니체는 음악이 없으면 살 수 없다라고 하였다. 동의한다. 좋은 음악이 그렇듯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대단히 아름답다. 내재된 감성을 하나하나 끌어내며 심장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것 같은 충격을 준다. 이 유한한 목숨을 찰나일망정 저 영원에 잠시 접근시킨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빠르고 느린 곡조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배열하면서 피아노음 간격을 최적으로 구성하는 영리한 속도관리에서 창조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음악은 음과 무음을 번갈아가며 연속시키는 시간의 예술, 속도의 미학이다. 삶이나 사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삶,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꾸며가려면 속도관리가 필요하다. 한강의 기적은 빠른 속도관리를 통해 달성되었다. 일제 강점기와 동족전쟁의 비극을 겪으면서 국민은 절치부심하였고 굶주린 가족을 두고 좌고우면할 여유도 없었다. 이른바 빨리빨리는 우리나라를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빠른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국민적 조급증은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건축 공기가 지나치게 빨랐던 부실시공으로 건물이나 다리가 무너져 많은 인명을 앗아간 붕괴사고는 아직까지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도로 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속을 일삼거나 불필요한 차선변경을 하는 차량이 종종 보인다. 실제 실험에 따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법규를 준수하며 간 차량과 과속운전으로 도착한 차량 간의 시간차이는 불과 30분 남짓인데도 일부 운전자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해칠지도 모르는 위험을 기꺼이 무릅쓴다. 위협운전은 어리석은 만용이며 확률적으로 음주운전은 살인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마는 중갑보병을 가진 덕택에 세계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중갑보병은 충성심과 거북형 방진 외에도 빠른 기동력을 자랑하는 부대였다. 빠른 이동이 가능하니 작전반경이 넓었고 적의 의표를 찌를 수 있었다. 최근의 감염병은 치료제나 백신 등이 나와야 최종적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전 인류가 빠른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사랑하는 가족, 통하는 벗들과는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도 된다. 슬로우 푸드는 몸에 좋다. 중요한 정책을 만들려면 시간을 들여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 오래 남을 예술적 건축물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밀란 쿤데라는 느림이라는 소설에서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졌는가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느림이란 게으름이나 무능력이 아니라 삶을 돌이켜보며 성찰하는, 미학적 삶의 시작이다. 꼭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최대한 천천히 가야 한다. 아무리 번거롭고 바쁜 일이 있어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주차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것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 초등학교 학부형 달리기 시합이 있는 운동장에서다. 멀리 하늘에서 활공하는 새매에게 인간의 조급함은 우스운 것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가쁘게, 때로는 천천히. 생의 호흡이 멈추는 순간까지 삶을 의미심장하게 이어나가면서 사회를 좀 더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같은 감동적인 속도관리일 터이다.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지자체는 무예를 탐하라

지난 5월 국회에서 전통무예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전통무예단체의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무예단체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그 지역에서 발생한 무예를 진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실 무예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계승하는 무형문화유산으로 존속됐다. 국민 심신의 발달을 도모하고 건강하고 부강한 국가를 지향하는 데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 됐다. 그러나 경쟁 중심적인 스포츠가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으면서 무예종목과 단체들은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아무튼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무예단체는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뭄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무예진흥과 지역발전을 위해 앞서나가는 지자체들도 있다. 충북도와 충주시는 조례를 통해 택견과 세계무술연맹(WoMAU),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유네스코국제무예센터(ICM) 등의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와 속초시는 마상무예와 격구를 기반으로 유네스코 공식후원 세계기사선수권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경기도는 전통무예진흥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했고, 수원시는 24기무예의 화성 행군 상설시범활동이 관광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충남도와 아산시는 무예전시관과 체험관의 설치와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고, 천무극을 아산시의 무예로 지정했다. 부산시와 강원도 등도 조례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무예들이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전통무예종목은 64개인데 반해 무예단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용인대학교(2018)의 국립무예진흥원 설립 기본계획 및 타당성 검토 용역에 의하면 무예단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맞지 않으면 다른 단체를 만들거나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현재 약 500여개의 무예단체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 중에는 신뢰받지 못하는 무예 단체도 있어 지자체에서는 검증이 우선시 돼야 한다. 무예단체들이 한 단체 한 종목이라는 점, 무예 인구는 많으나 분파가 이루어져 갈등이 있다는 점, 그리고 해당 무예의 정통성 여부 등은 무예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자체와 무예의 관계를 고려한 무예진흥사업을 추정해보면 광주광역시는 무예24반 경당을 광주의 지역상품으로 개발이 가능하고, 용인시의 경우에는 용인대 무도대학에서 개발해 해외로 보급하고 있는 용무도를 용인시의 국제교류와 지역 학교 무예교육, 그리고 처인성과 연관된 유적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부산의 경우 수박의 발굴과 전승을 주도해왔다는 점, 전북은 최배달의 극진공수도와 특공무술의 창시자의 고향이라는 점, 대구는 합기도를 처음 보급한 최용술의 고장이라는 점에서 무예와 지자체 간 상생의 길을 열 수 있다. 지자체와 무예의 관계는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진가구의 진가태극권과 소림사의 소림무술, 그리고 무당산의 무당파 도가무술은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성장해 있다. 일본의 카사마시에 있는 아이키 신사와 도쿄의 강도관, 국기관, 무도관 등은 전 세계 유도, 검도, 스모, 아이키도인들이 찾아오는 성지이자 관광지가 됐다. 무예가 교육, 경기, 문화, 산업 그리고 레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소재로 관광 상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통무예진흥법 개정과 더불어 시ㆍ군들이 우리 무예 잡기에 관심을 갖길 기원한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진정한 웰빙은 웰다잉에서

생존욕구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진 본능적 욕구다.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큰 소리로 운다. 울음소리는 매우 높은 톤의 목소리로 자극적이며 최대한 멀리 퍼지는 소리의 특성을 가진다. 내재된 유전자가 작동해서 본능적으로 우는 것이다. 이를 계속 들으면 매우 자극이 되므로 울음소리는 엄마의 반응을 유도한다. 이때 엄마는 모성애적 반응으로 아기를 돌보고 아기는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울음으로 엄마를 부른다. 이후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언어를 배우면 더는 울음으로 주변을 움직일 필요가 적어진다. 언어는 발달하고 신체도 성장한다. 뇌가 성장하면서 판단력도 향상하고 인간은 이런 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필연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인간은 자신만의 욕구에 집중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안다. 인간이 가진 이기심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충돌된다. 자기만 위해서 행동하면 주변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의 본능 상 지극히 짜증나는 일이지만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가 올 수 있으므로 자신의 욕심을 양보하는 것을 배운다. 이런 과정은 인간에게는 큰 시련이며 정신발달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성장과정이다. 이 과정의 결과 인간은 두 가지 그룹으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타인을 이용하는 그룹이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든 이익이 되든 자기의 이익이 더 우선이다. 웰빙(well-being)이라는 이유로 이기적 인생을 살게 된다. 다른 단계는 타인에게 양보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통해 자기 이익을 실현하는 그룹이다.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희생할 때 결국 자신에게 이익이 온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사회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 재산수준, 직업을 떠나 이런 사람들이 대개 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다. 인간은 의식주에 대한 생존욕구 외에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자존감에 있어 중요한 요인임으로 이런 사람들은 자존감이 건강하고 높다.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이 잘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의 행복감을 유지하기에 나이가 들면서도 이런 사람들은 행복감이 높다. 인간이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느껴지고 받아들여지게 된다. 유명한 심리학자 에릭슨도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인간의 정신발달은 끊임없이 이루어지며 중년-노년기에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이후 인생을 예측하게 된다. 죽음은 두려움을 낳고 의미 있는 인생,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인생을 원하게 한다. 죽음이 자신에게도 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인간은 진정한 웰다잉(well-dying)을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근사체험을 한 사람들이(심장마비로 죽음을 겪었다가 의학적 개입으로 다시 살아난 사람들)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기억들이 자신들을 미치도록 힘들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생존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삶, 돌보는 삶, 양보하는 삶으로 인생관이 바뀌었다. 이런 삶을 사는 것은 이기적인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건강한 이기주의로 자신을 돌보고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이다. 진정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과 타인을 함께 사랑해야 한다. 자신의 재능을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도 늘 함께 지속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 진정한 웰다잉의 철학이 적용될 때 이 사회는 더 발전할 것이고 성숙한 사회로 진화할 것이다. 그런 사회에 사는 국민의 행복지수는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교육의 본질은 인간성 회복이다

자연 다큐멘터리(EBS다큐프라임 녹색 동물)를 통해 헛개나무가 어떻게 숲을 채우는지를 보았다. 헛개나무 씨앗은 껍질이 두꺼워서 자연 상태에서는 발아율이 아주 떨어진다고 한다. 불과 0.8%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숲에 헛개나무가 건재한 것은 발아를 돕는 협력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 협력자는 산양이다. 산양은 겨울 숲에서 먹을 것을 찾다가 헛개나무 열매를 다 먹는다. 그 열매의 과육은 소화되고 씨앗은 소화액과 뒤섞여 껍질이 얇아진 채 배출된다. 헛개나무 씨앗은 산양의 배설물 속에서 영양을 취하며 싹을 틔우고 자라난다. 발아율이 무려 32.5%라 한다. 자연의 신비이다. 먹힘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질병, 실패, 외로움, 가난, 모욕 등이 찾아오면 우리는 당황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빨리 떠나보내려고 한다. 당연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 부정적인 현실들은 어쩌면 우리들의 자아의 벽을 엷게 만드는 산양의 소화액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아라는 감옥 속에 갇혀 있던 인간 본연의 성품의 씨앗이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발아되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이 위기 속에서 본질을 고민하게 하는 시간이다. 교육의 진짜 목표는 무엇이 돼야 할까. 거창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던 전성은 선생은 교육은 평화를 위한 목적 이외의 어떤 목적으로도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대단히 단호하다. 남을 억누르고, 짓밟고, 빼앗는 일이 없는 세상의 꿈은 교육자들의 꿈이 되어야 한다. 여기저기서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필자는 그들이 유난히 악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들이다. 다른 이들을 수단으로 삼는 일이 일상이 된 무정한 세상이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아브라함 조슈아 헤셀은 희랍인들은 이해하기 위하여 배웠다. 히브리인들은 공경하기 위하여 배웠다. 현대인들은 사용하기 위하여 배운다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표어를 내면화하고 산다. 자기를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우리는 다시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는 무엇이고 학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 지식의 분량은 급격히 늘어나지만 인간성은 나날이 쇠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사람들은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지만, 참사람이 되기 위한 지식은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없다. 그것은 깊은 사색과 성찰 그리고 사랑의 실천과 불의에 대한 투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한 시인은 어린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의 문은 열었지만 교육의 본질을 다시 점검하고 비본질적인 부분을 내려놓고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녀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이런 위기가 또 다른 기회임을 기억하게 된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필자는 사회문제의 시작점인 가정을 바로 세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ㆍ도 교육청의 위탁형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됐다. 그러는 동안 온전한 나만을 위한 여정을 생각 못해봤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진 지금 코로나가 필자를 제주도까지 연결해 주었다. 고민 없는 사람 없고, 문제없는 사람 없다. 인생도 여행처럼 내일이 기다려지고 희망적이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자신의 이익이라면 다른 사람을 짓밟으려 하는지 고민과 문제를 잠시 바다에 던졌다. 고마움과 미안함, 또 다른 설렘을 가지고 길을 나섰다. 제주도에서의 하루하루가 건강하길 소원하며, 2만 보 이상 걸었다. 제주 여행지 중에 출생(出生)과 출산(出産)이 행복(幸福)이길 바라는 필자의 마음을 머물게 한 곳이 바로 성산읍의 혼인지(婚姻池)다. 제주도기념물 제17호인 서귀포시의 숲에 500평 규모의 큰 연못. 삼성혈에서 솟은 탐라국의 고씨, 양씨, 부씨 세 신인(神人)이 태어나 세 공주(公主)와 목욕하고 혼인하였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 필자는 일정한 나이가 되어 당연한 듯 결혼하고 아이 낳고 교육하고 또 결혼시키고 지금은 예전에 당연하게 받아들인 일인데 대중가요인 아모르파티 가사처럼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 현실이라는 생각을 하며 연못 주변을 거닐었다. 변하지 않는 진심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국이 마당 가득 조용히 피어 반긴다. 수국은 토양에 따라 색이 다르다. 염기성이면 분홍빛을, 중성이면 연두색을 띠는데 혼인지(婚姻池)의 수국은 토양이 산성이라 파란색 수국이 만발해 있었다. 수국은 조금만 건조해도 말라버리고 물속에 담가 두면 다시 살아나는 꽃이라서 진심을 담은 꽃인 동시에 변덕쟁이이니 우리의 결혼도 수국과 닮아 보인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혼외출산율이 4번째라는 연구결과를 보았다. 조사결과 제주지역 혼외출산율은 2.51%로 전국 2.18%보다 높고, 광주(3.56%), 인천(2.66%), 대구(2.63%)에 이어 높다. 2018년 기준이지만 제주지역 미혼 한부모의 수는 617명이며, 이 중 청소년 한부모의 비율이 11.5%로 미혼 한부모 10명 중 1명은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나 폴란드는 가정 모델이 전통적인 방식 하나라 여성이 수용하지 않으면 결혼도 출산도 안 한다. 일본은 미혼모라는 용어는 없지만, 혼외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우리나라도 미혼 여성이 아이를 가지면 낙태나 결혼을 선택해야 하는 결혼이 출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프랑스ㆍ스웨덴은 결혼할지, 동거로 살지 등 가정 모델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프랑스는 기본 복지가 잘 돼 싱글맘도 아이 낳는 데 부담이 크지 않고, 스웨덴은 동거하면서 아이가 생겨도 결혼한 부부처럼 똑같이 보장해서 미혼 남녀도 아이를 잘 낳고 키울 수 있다. 경제인구 1%가 줄어들면 세금이 오른다고 걱정들 한다. 걱정에 앞서 방법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여성이 연애도 결혼도 자유롭게 택할 수 있고, 축복 속에 출산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이 택한 운명을 사랑하는 책임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은 관광시장 등 활성화와 더불어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해 출생(出生)한 아이에 대해 차별받지 않는 미래도 고대해 본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여름에 겨울을 근심한다

나치에 저항했던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한계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계상황 속에서 인간은 진정 겸손해야 하지만 적극적으로 실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주변 상황에 대해 운명론적으로 체념하지 말고 실존적인 주체로서 그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고 최선을 다해 극복하라는 말이다. 실존주의자 샤르트르는 진정한 인간은 온갖 부조리에 맞서 꿈틀거리는 존재라고도 규정했다. 실존을 극히 개인적인 개념으로만 볼 수도 있으나 실상 사회적 의미가 훨씬 더 큰 개념이다. 가령 수년 전의 촛불시위는 많은 민주시민이 연대한 실존의 사회화 혹은 사회적 실존이었다. 세계적인 감염병에 대항하기 위한 집단적 동력은 실존의 연대에서 점화된다. 생로병사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한계상황이라면 각 개인, 각 사회 집단, 각 나라는 결국 주체적으로 이 상황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실존을 위협하는 것 중 하나가 특히 고령층 빈곤이다. 청년실업만큼이나 고령층 빈곤도 위험하다. 빈곤은 오직 상대적 박탈의 관점에서만 측정 가능하고 유효하다라는 영국의 경제학자 피터 타운젠드의 지적은 아직 유통기한을 한참 남겨놓고 있다. 상대적 빈곤은 결국 공동체의 단결과 발전을 위협한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 빈부격차는 OECD 평균보다 꽤 높다. 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버는 빈곤율 역시 상대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 빈곤율은 거의 50%에 근접하여 OECD 평균 12~13%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문제는 노인빈곤을 해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요즘 말로 클리어 난이도가 극악이다. 비록 정부가 수년 전부터 퇴직연금 의무화와 연금관련 중소기업 재정지원 등 여러 가지 제도를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노후를 준비하지 않고 퇴직하는 노인인구는 오랫동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1952년생부터 1984년생 중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받지 못하는 비율이 50%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노인빈곤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연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퇴직 연금과 관련해서는 독일의 리스터연금, 영국의 네스트, 뉴질랜드의 키위세이버 등의 변화추이도 참고해 볼만하다. 노인빈곤 감소를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도 잘 들어야 하지만 정작 중요한 또 하나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금 또는 보험금 누수를 철저히 방어하는 일이다. 복지제도가 그 효과를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허투루 새는 돈이 없어야 하고 지급하지 말아야 할 곳에 절대 지급되지 말아야 한다. 복지예산이 계속 늘어난다면 예산이나 공공기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도출된 문제를 개선하는 감시기구의 설립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종 공영민영보험을 막론하고 보험사기 등의 보험금 누수가 없도록 사회 전체의 면밀한 감시도 병행돼야 한다. 가난한 노인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재앙으로 돌아온다. 현명한 자는 날씨가 추울 때 봄에 뿌릴 씨앗을 헤아린다. 지혜로운 농부가 그렇듯 노후는 우선 스스로 준비돼야 하고, 정부 복지는 꼭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하며, 공공의 돈이 눈먼 곳에 쓰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 여름만큼 겨울의 실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씨름’이라고 언제부터 불렀을까?

단옷날 씨름 놀이 마을마다 장정이라, 임금님 앞에서도 재간을 놀렸다네. 이기건 지건 간에 모두가 기뻐하여, 푸른 버들 그늘 속에 온당이 들썩이네. 추사 김정희의 씨름을 예찬하는 시다. 씨름은 고려의 충혜왕은 물론 조선시대의 사대부와 백성이 즐긴 민속놀이다. 승정원 연리 김이는 씨름을 잘해 세종대왕의 호위 무사가 됐고, 오성과 한음의 이항복은 씨름으로 감히 맞설 자가 없었다. 명종 때 암행어사를 지낸 김홍도는 동료와 씨름을 했고, 어린 유생들조차 그 재미에 빠져버렸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의 숙종 편에는 청나라 사신들이 씨름인(角抵人) 200명을 뽑아 달라 요청하고, 각저희(角抵戱)를 하여 연속 다섯 판을 이긴 다섯 명에게 직접 시상하기도 할 정도로 씨름은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는 씨름을 각력희(角力戱), 각저희(角抵戱), 각력(角力), 각저(角抵) 등으로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다. 조선후기에 들어서는 다리 각자를 사용한 각희(脚戱)도 보이고, 일제강점기의 신문에는 씨름을 각력(脚力)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각력(脚力)은 짐꾼을 의미하는 것으로 씨름의 각력(角力)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일본은 씨름을 한민족의 민속놀이가 아닌 원나라의 경기이며, 무식한 자들이나 하는 저급한 경기로 취급하고자 다리 각자의 각력(脚力)을 사용하게 했다. 결국 해방이 되고 나서 지금의 씨름으로 통일됐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국어사전에는 일본의 스모인 상박(相撲)을 우리 민속 고유의 경기 씨름으로 정의하고 있다. 상박은 조선왕조실록에 두 차례만 기록되어 있을 뿐이고, 승정원일기에서는 정조 때 다섯 차례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우리 씨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닌 서로 마주 때린다는 의미일 뿐이다. 스모는 스스로 몸집을 불려 상대를 밖으로 밀어내면서 영토를 확장하려는 전투적 야욕이 숨어 있는 그들만의 경기다. 경기장 내에서 승부를 끝맺는 평화 지향적 성격의 씨름과는 전혀 다르다. 이를 굳이 우리 민속 고유의 경기 씨름으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어 학습서 박통사언해(朴通事諺解)에서 중국의 상박을 씨름으로 해석한 정도다. 그동안 씨름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100여 년 전의 신문 기록을 보더라도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계층과 지방마다 방언이 더 심했기 때문에 용어의 차이는 인정이 된다. 씨름의 어원은 1446년 9월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반포된 이후 석보상절(釋譜詳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석보상절에는 조달이와 난팅이 서로 실흠하니 둘의 힘이 같아서 태자가 둘을 잡아 넘어뜨리시며 대신 염광이라 하리라는 기록이 있다. 이 실흠은 오늘날의 씨름을 의미한다. 이미 조선 초기에 실흠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면 석보상절에 기록되는 일은 없었다. 물론 한글이 조금 더 일찍 창제되었다면 석보상절 편찬 이전에 씨름이라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우리는 씨름이란 용어가 언제부터 불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패러다임(Paradigm)이 그리스의 언어를 토대로 영어가 된 것처럼, 씨름도 몽골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씨름이 되었다는 설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현재도 씨름은 오직 한국사회에서만 사용되고 있고, 전승됐다는 점에서 틀림없이 우리의 자생용어인 것이 확실하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한국 보건의료제도는 더 발전해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전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제도 시행 초기 한정된 예산으로 전국민에게 적용하다 보니 건강보험적용 범위가 제한되었고 의료행위별 건강보험수가도 충분히 책정하기 어려웠다. 이를 구조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발생한 것이 비급여제도이다. 책정된 건강보험수가로는 병원이 진료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니 비급여를 통해 부족한 건강보험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대학병원 진료 시 발생하는 선택진료비, 각종 고급의료기술을 통해 병원들은 건강보험수가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완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경영에 유리했기에 이런 기술들은 계속 발전했다. 이런 과정들이 누적되어 임상 의료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국민의 질병발생 시 의료비용 지출은 높은 편이다. 실비보험제도가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의료비 관련 고정지출 증가라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의 정부는 건강보험관련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중증질환에 대해 국민부담률을 줄이고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는 방향성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데 한정된 예산에서 무리하게 적용 범위를 넓히다 보면 부득이 수가 반영에서 적은 금액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대형병원에서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건강보험수가는 원가의 68% 수준이다. 당장은 정부도 국민도 만족할 수 있지만 지금의 방향으로만 가면 병원 입장에서는 경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생존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병원들은 비용지출을 최소화하고자 인력감축을 시도할 것이다. 또한 의료재료비 관련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재료질의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잘못하면 불량률이 높은 재료가 사용될 수도 있다. 생활에서 쓰는 물건이 아닌 사람 몸에 들어갈 물건에 불량이 생기면 이는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대다수 의료인이 코로나19사태에서 보듯이 사명감을 가지고 진료를 하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임상 의료가 발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보건의료제도의 발전에는 반드시 양적인 발전과 질적인 발전이 함께 가야 한다. 국민의 건강보험료지출은 다소 늘더라도 이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수적임을 설득해야 한다. 실비보험이 필요 없어지면 오히려 국민 입장에서 의료비 관련 고정지출이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 무조건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선 건강보험예산에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 법에 명시된 비율에서 건강보험예산이 흑자라는 이유로 행해온 최소한의 비율이 아닌 충분한 비율로 정부가 예산을 보태주어야 한다. 또한 담배나 술 판매 등 건강관련 분야에서 걷는 세금을 건강보험예산으로 전환시켜 주어야 한다. 의료계도 힘들겠지만 최대한 정부와 협의해 건강보험적용 범위를 넓히고 비급여 수가를 합리적으로 적용하는 데에 협조해주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보여준 후 국민에게 협조와 이해를 구하면 국민도 동의해 줄 것이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의료시스템이 또 한 번 도약하기 위해 진통은 있더라도 피할 수는 없다. 21대 국회가 열리면 수많은 쟁점이 다루어질 것이다. 한국의 보건의료제도 발전이 21대 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고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경기시론] 아름다운 하모니로 공존의 미래 만들자

지금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인류가 본래 한 뿌리에서 나온 존재임을 깨닫는 기회가 되고 있다. 다른 이들을 힘으로 억압하고 지배하려던 삶의 방식을 청산하고, 서로 함께 어깨동무하고 나아가야 함을 자각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즘 많은 이들이 특별한 연주회를 만들어 감동을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많은 음악가가 각자가 선 자리에서, zoom 같은 매체를 통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있다. 그중에 우리나라의 유명한 가수들이 함께 부른 상록수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마지막 부분에 가사는 마치 가녀린 생명을 기어이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다짐처럼 들린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 각자의 소리가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기술이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물고 있는 인간을 이런 형태로 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공존하면서도 갈등하는 것은 생명을 받아 사는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갈등을 넘어 공존을 모색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존중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건강한 시민들이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목표이다. 건강한 시민의 삶의 특색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는 분리의 장벽들을 허무는 것이다. 서로 소통하지 못하도록 막는 물리적 장벽도 무너져야 하지만, 미움과 질투로 세운 장벽, 혐오와 차별로 세운 장벽도 허물어야 한다. 이런 마음을 가진 자가 행복하고,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최근 이태원에서 발병한 집단감염 사건도 이런 차원이다. 더는 혐오와 차별을 멈추어야 한다. 이재갑 교수는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5월7일)에 출연해 성소수자가 다니는 클럽이냐 아니냐 자체를 공개하는 게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오히려 역학조사위원들에게 방해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얘기 자체를 꺼내지 않았던 게 어떤가, 그런 부분을 부각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지적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전혀 경험하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자세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이 어려운 시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나의 작은 행동과 말이 사회적인 파장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가장 피해를 입는 약자들을 위해서 나의 행동에 대한 책무성이 필요한 시기이다. 문명의 토대가 속절없이 흔들리는 이 시대에 거치른 들판에 솔잎 되리라는 노래 가사처럼 살아내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지켜가야 한다. 서로를 위해 세워가며 함께 살아내는 공동체성을 회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이런 노력이 미래 세대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경기시론] 어머니와 할머니의 장독대

어느덧 필자도 어머니 된 지 28년. 그래도 우리 어머니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바보라서 가슴으로 눈물로 글을 쓴다. 국가가 나서서 어머니날을 만들었다. 전쟁고아, 전쟁미망인, 아이들, 부상당한 아버지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1950년대 어머니,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복지 정책이 형편없었으니 어머니의 책임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족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던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다. 어머니의 사랑과 많이도 닮아 있는 장독대를 보고 있노라면 미래가 보인다. 어렸을 때 장독대를 지키던 어머니의 정갈한 손길도 충청남도 공주의 맑은 햇살 속에 자란 마음도 세월 속에 점점 녹슬고 있다. 장 담그고, 새벽 정한수 놓고 가족들의 삶을 기원하며, 평생 장독을 정갈스레 닦으며 어루만지던 우리의 어머니! 얼마 전 근교 여행을 다녀왔다. 젊어서 할머니의 장독은 무겁고 불필요한 짐 덩어리였는데 장독대 사이를 거니는 동안 손수 장을 담그시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했다. 아이들에게 우리 먹거리인 장을 들려주듯 자연스럽게 임신도 천부인권으로서의 의미를 들려줄 수는 있는 어머니가 그립다. 도깨비에게서 장을 지킨다며 장독에 새끼줄을 비스듬히 매 놓는다. 흰색을 싫어하는 벌레를 오지 못하게 한다며 흰 버선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잡귀를 잡는다며 붉은 고추와 청솔가지를 매단다. 대추를 넣어 붉고 진한 단맛의 간장 색이 우러나도록 한다. 짚을 이용하여 새끼줄을 만들어 발효숙성이 활발한 균의 도움을 받게 한다. 좋은 장맛을 위해 잘생긴 독을 이용하여 좋은 장맛을 내도록 한다. 양지바르고 바람 잘 드는 곳에 장독대를 만들고 장독을 보관한다. 혼을 담은 정성이 깃든 장과 임신이 많이도 닮아있다. 장독이 한 집안의 음식 맛과 품격을 좌우하듯 집집마다 맛있고 특색 있는 가정의 맛은 아이들이다. 장 담그기 좋은 날도 있지만, 구더기가 생긴다, 신맛이 난다는 등 꺼리는 날도 있었다. 장 담그는 날 목욕하고, 메주, 소금, 붉은 고추로 고사 지내며, 외출이나 출입도 삼갔다 한다. 결혼이나 임신도 마찬가지다. 정성이다. 그래서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은 장독대를 소중히 생각하듯 아이들 또한 정갈하고 엄하게 교육했으리라 필자는 그런 어머니의 사랑이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했던 분들 그리고 그 안에 수고한 손길들의 배려와 인내 그리고 자기희생이 지금 생활에 안정을 찾아가듯 우리 어머니들로 인해 대한민국을 지속적으로 환하게 만들 수 있다. 가정의 붕괴가 현대인의 과제라면 나 아닌 우리가 서로 노력하면 된다. 조상의 슬기와 지혜를 바탕으로 현재를 설계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어머니의 산 지혜가 필요한 때다. 선조의 지혜가 담긴 전통장의 향기가 이어져야 하듯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출산 포기를 포기하고, 정직한 자연을 섬기고,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정갈하게 담그던 어머니 장맛처럼 출산문화도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의 염원이 담긴 건강한 밥상과 행복 속에 대대손손 이어져 인성의 꽃으로 다시금 피우길 소망하며 이번 주만이라도 만나는 분들께 붉은 카네이션을 선물해야겠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사랑의 수학적 실천

오월이다. 시인 곽재구는 그 오월에라는 시에서 젊은이들에게 그 오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라고 물었다. 오월은 시인이 젊은이에게 사랑을 묻게 하기도 하지만, 가족의 의미를 거듭 되새기게도 한다. 일부 극단화된 철학 또는 종교적 관점에서는 가족애란 자연의 맹목적인 한 모습으로, 사회의 계층구조를 고착시키기 위한 기득권의 어떤 암묵적 음모라고 보지만, 가족애란 주고받는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점만으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본래 유전자에 각인된 것으로 처음에는 자연의 명령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사회 진보에 따라 가족의 의미가 확장되면서 인간의 가치를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동력원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애가 타인의 고통을 기반으로 성립되어서는 안 된다. 남의 자식들을 해쳐 자기 자식만을 살찌운다면 사랑의 의미를 완전히 왜곡하는 일이다. 공동체의 안위를 심각하게 위협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위해서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가족애는 제한되어야 하며, 사랑은 공의에 따라 합리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사랑의 합리성이란 사랑을 수학적으로 실천하는 데 있다. 오래전부터 수학은 전쟁에 있어서도 적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시 영국과 독일이 제해권을 놓고 다투고 있을 때,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엘더슨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몇 척의 배로 운송하는 것이 적의 공격을 피해 최소의 피격으로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데 있어 최선인가에 대해 대수의 법칙과 확률론을 이용해 해답을 얻어냈고, 그 결과는 처칠에게 채택되어 독일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사랑의 수학적 실천을 대표하는 금융이 보험이다. 보험은 자기 자산이 많아야 혜택을 받는 여타 금융과는 달리 어려움에 처한 약자를 돕기 위한 제도로서 출발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이 정도로 진정시키기까지는 헌신적인 의료진, 사명감뿐만 아니라 영리하기까지 했던 정부관련 공공기관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약자 친화적인 건강보험제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공영민영보험을 막론하고 보험은 사랑의 범위를 확대하여 수학적 법칙에 따라 인간의 연대를 이끌어냄으로써 피해자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제도로서 작용한다. 다만 보험이 그 사명을 온전히 다하려면 통계학적으로 사고발생확률을 낮춰야 한다. 재정건전성이 유지되어야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며 보험료가 낮아야 가입자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이를테면 확률교란이 발생하면 안 된다. 불필요한 과잉진료나 보험금 허위청구 등이 확률교란을 일으킨다. 따라서 공사보험을 막론하고 보험사기 같은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법의식은 물론 법집행기관의 적극적 수사와 기소 등이 요구된다. 관련 공공기관에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민간 조사권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버트런드 러셀은, 사람은 평생 살면서 이성지식약자에 대한 사랑을 한다고 하였다. 우리 사회가 고도화 또는 복잡화될수록 사랑은 수학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실천되어야 한다. 사랑의 수학적 실천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시대의 유토피아이기 때문이다.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경기시론] 씨름의 역사는 얼마나 오래됐을까?

씨름은 2017년 1월4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민속경기로만 알고 있던 씨름은 국내외적으로 역사성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연구진들은 씨름의 역사 추정 근거로 고구려 각저총과 장천1호분을 들었다. 각저총을 4세기의 고분으로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고, 5세기 고분으로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북한에서는 4세기 고분으로 주장한다. 이 고분의 벽화에는 씨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고려사(高麗史)에는 충혜왕(忠惠王) 원년(1330년), 왕이 나라의 중요 업무를 폐신(嬖臣) 배전과 주주 등에게 맡기고 날마다 내수(內竪)와 함께 씨름(角力戱)을 하는 바람에 상하의 예의가 없어져 버렸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 기록도 고구려 벽화보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더 오래된 사료를 찾아야 했지만, 고구려의 각저총과 장천1호분보다 더 오래된 사료를 찾지 못했다. 서울대학교 나영일 교수의 고대ㆍ중세 씨름의 역사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편찬한 오천년중국체육과 도설중국고대체육, 중국고대체육도록에서도 5세기에 만들어진 고구려의 각저총과 장천1호분 같은 벽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고구려의 각저총과 장천1호분은 그야말로 매우 소중한 고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중국 후한서(後漢書)의 동이열전(東夷列傳) 편을 보면 씨름과 관련된 기록이 나온다. 순제(順帝) 원년(AD 136)에 부여왕(夫餘王)이 경사에 와서 만나니, 순제는 궁중 뜰에서 연주하는 황문고취와 각저희(角抵戱)을 부여왕께 관람하게 하고 돌려보냈다라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각저희(角抵戱)는 씨름을 일컫는 말로 고려사와 정조실록(正祖實錄)에도 기록돼 있다. 그러나 후한서의 원본은 모두 소실되었고, 의전행사로 중국씨름을 부여왕께 보여준 기록에 불과하다. 단지 명칭만 같을 뿐 우리 씨름이 아니다. 물론 우리 씨름과 유사한 유물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의 수메르레슬링청동술잔(BC 2800)과 중국 전국시대(BC 475~AD 221)의 청동투조동패, 그리고 북위시대(AD 386~534)의 산시성 대동출토물에서 발견된 벼루에 새겨진 각저도는 우리 씨름과 유사하기 때문에 향후 상호 연관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씨름은 모든 인류가 생존하면서부터 자기보호 수단으로써 행해져 왔다. 과거의 기록과 사료가 부족하여 더 오래된 역사를 추정하지 못했을 뿐, 실전적인 씨름의 역사는 학자들이 사료에 근거해 주장한 1천600년보다는 더 오래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그 아름답고 소중한 씨름을 잘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이 씨름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가진다. 이 생각이 강해져서 믿음이 되며 한번 믿음으로 진화하면 아주 특별한 충격이 없는 한 잘 바뀌지 않는다. 이런 믿음의 뿌리가 되는 생각들은 개개인이 살아온 인생의 결과물이다.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환경도 영향을 주지만 살아온 시대적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나 큰 상처가 되는 기억들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준다. 상처가 되는 기억에는 강력한 감정들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와 6ㆍ25전쟁을 겪으며 사람들은 국가의 안전이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을 겪었다. 고문당하고 총살당하고 강제로 월북당하고 친한 가족들이 옆에서 죽어나가는 기억들,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환경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매우 강력한 두려움을 주었다. 반공사상이 국민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나라가 잘 살려고 발버둥치는데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하고 이런 환경 속에서 국민은 산업화와 반공사상은 늘 함께 가야 하는 개념으로 생각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국가 캠페인 속에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을 감내하는 것은 미덕이었다. 반공시대, 산업화 시대를 겪은 세대들은 이런 아픈 기억이 있기에 현재도 공동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부모세대들의 이런 희생과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점점 부유해졌다. 그분들의 눈물 어린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발전했고 경제적 위상도 올라갔다. 지금 40~50대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랐다. 둘만 낳아 잘 키우자란 분위기 속에 좀 더 많은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부모세대보다는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생활했다. 이들이 원한 세상은 공동체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세상은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반공사상과 산업화가 중요하다고 강요했다. 사회가 강요하는 시스템과 이들이 원하는 시스템에서 큰 괴리가 생긴 것이다. 큰 괴리가 발생하면서 이 세대들은 국가의 탄압을 받았다. 이때 느낀 상처는 큰 분노로 연결되었고 이런 분노는 민주화 운동 세대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결국 1987년 민주화 항쟁으로 세상은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 전환되었다. 진보진영에서 두 번의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세상은 이전보다 개인의 권리와 인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시스템적인 변화가 생겼다. 현재 20~30대들은 이런 민주화 시대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실제 살아본 적이 없던 반공시대,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체감하지 못했다. 20~30대들에게 민주적 사회란 목표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이들은 개인의 행복이 매우 중요하다. 집을 사지 못해도 가끔은 해외여행을 다니고 좋은 차를 타고 싶어 한다. 또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원한다. 정치적 이유로 남북한 선수단을 꾸리는 것은 이해하나 그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한 한국의 선수들이 탈락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도움으로 타인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사회를 싫어한다. 이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공정성, 합리성, 객관성이다. 앞으로 더 세월이 흘러 민주화 세대들도 주류에서 퇴장할 날이 올 것이다. 지금 20~30대들이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가 될 때가 올 것이다. 세월은 흐르고 세상은 달라진다. 이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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