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장의 따끔한 질타

“안성 바깥을 보십시오. 조금만 생각의 눈을 뜬다면 그곳에 안성의 미래가 있습니다” 신광식 안성시 부시장이 최근 취임 2개월를 맞아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밝힌 화두다. 무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데도 다른 시·군과 비교할 때 시대적 흐름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 화두의 키워드인 셈이다. 그는 이에 따라 지역 발전 밑 그림을 위해 오는 2007년까지 지역을 관통하는 동서고속도로와 분당~천안 구간 국가지원지방도 완공에 따른 ‘안성마춤’ 문화랜드 마련 등 발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게 아닌,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처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현행 조직체계를 제로 베이스에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부시장은 특히 간부 공무원들은 서로 발목을 잡지 말고 몸가짐을 가볍게 해 주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파악한 후 현장으로, 중앙 부처 등으로 달려가 시정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는 안성이 필수능력인 정보감각과 변화지수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사업 마인드로 지역을 세일하는 경영공무원이 되야 합니다” 신 부시장은 “지역 개발과 홍보 등으로 문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천안이나 아산 공무원들이 바깥으로 뛰고 있다”며 “안성 공무원들은 얼마나 뛰고 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만큼 열심히 일하고 10년, 20년 후 지역이 어떻게 변하고 업그레이드돼야 하는지 고민하고 싶다는 신 부시장의 이같은 발언이 공직사회에 신선한 파장을 던져 주고 있다. /박 석 원 (제2사회부 안성) swpark@kgib.co.kr

자장면과 바비큐

자장면과 바비큐. 서로 어울리지 않는듯 싶다. 이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한곳에 있게 되면 어떤 모습일까. 제2회 경기북부 장애인복지대회와 제1회 경기동부권 시·군의회의원 체육대회가 19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에서 동시에 열렸다. 경기북부 장애인복지대회는 장애인 공동체들의 연대와 연합으로 장애복지 발전을 위한 행사이고 경기동부권 시·군의회의원 체육대회도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력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이런 맥락에선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한쪽에선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바비큐와 술 등으로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장애우들은 스스로 자장면도 먹을 수 없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체육대회에 참가한 한 시의원은 “연초에 계획을 잡아 어쩔 수 없었지만 도의적으로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원봉사자와 산보를 나온 장애우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긴 했지만 친절을 베푸는 의원들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이미 일정이 잡혀져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래도 너무 대조적이어서 슬프다”며 “자장면을 먹여 주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장애우들의 아픔을 바비큐와 술로 즐거워하는 의원들이 과연 알겠느냐”고 지적했다. 페이스페인팅을 하며 너무 즐거워하는 장애우들의 웃는 모습과 바비큐와 술로 불거진 의원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남 양 주 (제2사회부 최원류) wrchoi@kgib.co.kr

‘新용비어천가’ 유감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명령을 받은 정인지 등은 조선 건국의 정당성과 선대 육조(목·익·도·환·태조·태종)의 덕을 중국고사에 비유해 칭송한 서사시 ‘용비어천가’를 지었다. 세종 27년(1445년) 10권 5책 125장으로 나온 한글 최초의 문헌이 바로 용비어천가다. 최근 시흥시청 공무원들의 소식지 ‘늠내바람’이 발간됐다. 공무원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늠내바람 창간호(계간지)는 35쪽 분량으로 1천500권이 제작, 시 소속 공무원과 전국 자치단체, 사회단체 등에 보내졌다. 그런데 ‘꽃을 든 남자와 나비를 닮은 여자’란 제목의 장문의 한꼭지 인터뷰 기사가 유독 눈에 띈다. 시장 부부의 가정 생활을 밀착 취재하고 쓴 3쪽짜리 탐방 글이다. 시장의 고향에서 학력, 결혼, 공직생활, 포상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적고 있다. 부시장을 지낸 뒤 2년여만에 민선시장으로 복귀한 것을 영화 ‘터미네이터’ 끝장면 대사 ‘나느 반드시 되돌아 온다(I will be back)’와 비유했고 취미나 부인의 봉사활동까지 소개하고 있다. ‘시흥의 짱’,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작은 거인’ 등으로 표현하거나 소제목을 뽑고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무려 5장이나 실는 파격에 가까운 편집까지 단행했다. 이 기사를 읽은 다른 자치단체,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매우 궁금하다. 늠내바람의 편집행태나 관련 글을 탓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다만 객관성이 결여된 글은 많은 오해와 논란을 불러 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기록성이 있는 인쇄물인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쓸데 없는 걱정이 되길 바란다. /이 동 희 (제2사회부 시흥) dhlee@kgib.co.kr

치열한 전투와 아름다운 퇴장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의 경우 출사표는 누구에게나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 선거를 새로 시작할 때는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뒤에 낙선사례를 후보자가 직접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6일 아침 전자우편(E-mail)이 하나 날아들었다. 제목은 이렇다. “열린우리당 김만수 후보가 직접 쓴 인사입니다.(낙선사례)” 보통 보도자료를 담당해 원고를 작성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 “새로 시작합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고 도와주었건만 저의 부족함으로 그 여망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미안하고 역사 앞에 죄지은 심정입니다”라는 통렬한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힘으로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그 가슴 벅찬 승리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며 끝내 안타까움을 털어 놓았다. 이번 선거에 대한 소신과 역사관도 엿보인다.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보다는 꼭 이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했고, 옳은 길이기에 다 버리고 가는 것이고, 함께 하기에 이길 것이라는 마음 하나로 달려온 길이었습니다. 절반의 승리는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굴곡져 나아가지만 반드시 진보한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말미에 김 후보는 “이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4월16일 새로운 출발선에서”라며 치열한 전투에서 아름다운 퇴장과 새 출발을 인사했다. 다시 전선에 나선다면 김 후보처럼 낙선한 후보자들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의 주인공이 되길 기원해 본다. /정 재 현 (제2사회부 부천) sky@kgib.co.kr

정치인 도덕기준 높여야

양평 영어마을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던 정모 도의원이 영어마을 확정 이틀 전에 인근 토지를 매입하려 했었던 사실에 대해 주민들의 분노는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으로 번지고 있다. 뜻 있는 지역 인사들은 정 의원의 이번 경우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지도층의 Moral Hazzard(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 의원이 지역 재산가로 알려진데다 철도자갈채취장 인근 토지 등 개발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을 줄곧 매입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의 경우는 상황 착오에서 발생한 실수로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땅투기 의혹이 알려지면서 양평군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들이 빗발치고 있고 지역사회에선 정 의원의 정치생명에 회복될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한 지역 인사는 “영어마을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남편 없이 혼자 힘들게 사는 주부에게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도덕적 사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자신의 잇속 챙기기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오판한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영어마을이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될 수 있도록 심혈을 쏟았고 확정 이후 자신의 치적으로 자부하며 총선에 활용했다는 비난도 면치 못하게 됐다. 만약 서민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별다른 파장은 없었을듯 싶다. 문제는 이 행위 당사자가 사회 지도층 인사이자 공인이라는 점에 있다. 늘 정치적 소신을 외치며 앞으로 치뤄질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야망을 내비친 정 의원의 이번 땅투기 의혹은 자신이 쌓아온 정치기반과 정치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스스로 불러 왔다는 점에서 일파만파의 반향이 예고되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이 어느 정도 상향 조정돼야 하는지 반증한 셈이다./조 한 민 (제2사회부 양평) hmcho@kgib.co.kr

‘참일꾼’ 뽑는 선거돼야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 왔지만 선거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이번 총선은 조용하고 비정상일 정도로 차분하다. 흰 장갑, 어깨띠 등이 설 자리가 없고 한 끼니를 얻어 먹으면 50배 값을 치러야 하는 개정된 선거법 분위기 탓으로 감지되고 있다. 그래선지 종반에는 비방·흑색전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선거는 과거처럼 소란스럽진 않지만 선거다운 건 아니다. 적어도 우리 지역 후보가 누군지, 4년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란스러운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바뀐 소위 선거혁명에는 이런 점들이 빠져 있다. 후보간 TV토론은 마련했지만 잘 나가는 후보가 외면하면 그만이고 후보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인터넷은 노인층을 멀리하고 있다. 인터넷이 바쁜 일상을 쫓는 젊은이들의 양지만은 아닐 것이다. 운동장에서 정책과 인물 대결을 못하도록 했으면 토론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이런 틈새에서 요즘 이미지·감성·이벤트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선량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는 간 데 없고 정당 대표 읍소와 표정만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자칫 지역 일꾼이 아닌 대통령을 뽑는 왜곡된 선거원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선거로는 참 일꾼을 뽑을 수 없다. 오히려 5년동안 세금 한푼도 내지 않은 인사, 병역을 기피한 인사, 파렴치한 전과자 등이 득세할 판이다. 함량 미달의 이들이 ‘물갈이론’ 속을 파고 들고 있다. 납세, 재산, 병역, 전과 등만 따져도 이들은 무서워할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이런 유권자의 투표장 행(行)이다. 유권자 혁명은 이런 자그마한 역사(役事)를 통해 이뤄진다. 15일은 그런 날이 돼야 한다./이 정 탁 (제2사회부 안양) jtlee@kgib.co.kr

선거사무장 테러 유감

선거전이 막판으로 다가 가면서 이천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한 모 정당 전 선거사무장에 대한 테러사건은 우리의 정치수준이 ‘아직도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새벽 귀가길, 그것도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으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코뼈가 주저 앉고 얼굴을 36바늘이나 꿰매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는 점에서 끔찍하기 그지 없다. 자신과 정치이념을 같이 하는 후보를 따라 묵묵히 공명정대한 선거운동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상당수 선거운동원들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사건을 지켜 보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개혁 원년을 이루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많은 주민들은 하탈해하고 있다. 물론 경찰의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개인적인 사고나 정치적인 테러로 규정할 순 없다. 하지만 모 정당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후보 진영의 정치테러란 충분한 근거와 정황을 갖고 있다”고 밝히는 시점에서 아직도 우리의 정치수준은 아날로그시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흑색선전과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고 색깔론이 춤울 추는가하면 검은 돈이 오가던 지난 시절 선거풍토를 이번 만큼은 청산하자는게 상당수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제17대 총선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 왔다. 많은 주민들이 지켜 보고 있다. 후보들은 물론 선거운동원들도 남은 선거기간동안이라도 공명선거를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의 정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 태 철 (제2사회부 이천) kimtc@kgib.co.kr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부족한 인력이 장래가 총망되던 소방관을 사지로 몰고 말았다.★관련기사 19면 12일 새벽 안산시 상록구 모 아파트 13층에서 발생한 불을 끄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고 어수봉 소방교(42)가 혼자 초동진화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이날 안산소방소 지령실에서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비상연락이 상록소방파출소에 전달된 시각은 새벽 1시21분. 대기중이던 소방관 5명은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구급담당(2명), 펌핑차량과 탱크차량 담당 각 1명씩을 제외하고 고 어 소방교 혼자 계단을 따라 불이 난 13층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화재현장에 출동할 경우 사고 등에 대비, ‘2인1조’로 진압과 조사 등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당초 상록소방파출소에는 소방관 6명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소방관중 1명이 교육으로 자리를 비워 고 어 소방교 혼자 유독가스와 칡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진압·구조작업을 벌여야만 했다. 고 어 소방교가 방독면이 절반 정도 벗겨진 채 불이 난 아파트 옆집 주방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옆집에 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어둠 속에서 넘어진 고 어 소방교는 충격을 받아 방독면이 벗겨져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기던중 숨졌다. 지난 91년부터 근무해온 고 어 소방교는 아직까지 집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세방을 전전하면서도 소방관 명예와 사명감을 소중히 여겨 오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사랑하는 9살·14살난 두딸과 늘 미안해 했던 아내의 곁을 떠났다. 혼자 진압작업에 나섰던 고 어 소방교 곁에 동료가 있었더라면, 아니면 방독면이라도 좀 더 견고했더라면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희생은 막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이같은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해 본다./구 재 원 기자 (제2사회부 안산) kjwoon@kgib.co.kr

공약남발 지양해야

"정차역에서 시발역으로 환원하겠다, 국회의원이 되면 반드시 시발역으로 바꾸겠다, 시발역으로 환원하기 위한 대안이 있다….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최근 시발역에서 정차역으로 전락, 주민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 뜨린 고속철도 광명역사와 관련된 공약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제16대 총선에서도 광명역사는 각 당 후보들의 공약사항에 단골메뉴로 등장, 저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 모으는데 일조했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정차역으로 전락한 광명역사는 각 후보들이 내세웠던 공약사항은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이처럼 광명역사가 있으나 마나한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에서도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또 단골메뉴로 광명역사를 이용, 표를 요구하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은 4년 전의 약속은 잊어버린 것인가. 아니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에는 이만한 내용이 없어 또 광명역사를 단골메뉴로 택한 것인가. 이제 각 당 후보들에게 요구하고 싶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기를. 시발역에서 정차역으로 전락할 때까지 담 너머 불구경하듯 가만이 있던 후보들이 이제 와서 무엇을 실천하고 약속할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말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려면 실천이 가능하고 몸으로 뛰고 행동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길 유권자들은 바랄뿐이다. /배 종 석 (제2사회부 광명) bae@kgib.co.kr

쥐 못잡는 고양이(?)

"고양이가 쥐를 잡지 못한다면 고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쥐를 보고도 날카로운 발톱과 예리한 눈을 세우지 못한다면 종이 고양이일뿐이다. 광명지역에 최근 살인, 강도, 절도 등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미해결사건이 많아 말들이 많다. 경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범죄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집을 지키는 개가 소리를 제대로 지르지 못한다면 개를 키워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사건 해결을 담당하는 일선 형사들의 자세는 중요하다. 물론 경찰은 힘들고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주민들에게 그만큼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치안은 주민들이 경찰에게 위임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부 경찰들은 미안하고 부끄러워 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하다. 왜 그럴까. 광명경찰서에 미해결 사건이 많다는 질타를 받자 일부 형사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한 간부는 취재기자에게 “아는 척도 하지 말고 출입하지도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경찰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민중의 지팡이’란 구호가 무색해지는 요즘이다. /배 종 석 (제2사회부 광명) bae@kgib.co.kr

유권해석 각각…기업 ‘불만’

“공장설립도 승인받고 업종 변경 및 입지 등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부지를 매입했는데 이제 와서 안된다면 어떻게 합니까” 20여년동안 남양주에서 전자부품 제조공장을 운영해온 한모씨(48)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시로부터 공장 이전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지난 2월 진접읍 진벌리에 공장 설립이 승인된 공장부지 1천여평을 매입, 공장 이전을 추진했으나 시로부터 뒤늦게 불가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한씨는 “공장부지 매입 당시 공장 설립이 승인된 상태였고 명의 및 업종 변경으로 공장 이전이 가능하다고 확인까지 받은 상태여서 시의 불가 통보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이 지역에선 한씨처럼 공장 설립 승인을 받고도 공장을 건립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같은 법률을 놓고 담당 공무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 설립승인 당시 담당 공무원은 공장 설립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했으나 바뀐 담당 공무원은 공장 설립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당초 한씨가 이전할 공장부지에 공장 설립을 승인해줬던 담당 공무원은 “지난해 1월 제정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적용이 애매해 경기도 회신에 따라 승인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말까지 공장설립 300여건이 승인됐다. 그러나 현재 담담 공무원은 “난개발 방지를 위해 제정된 법률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공장 설립승인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미 상급 기관 유권해석을 통해 설립이 승인된 사항을 놓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불허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이미 설립이 승인된 수백여건을 모두 취소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의 일관되지 않은 유권해석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기업인들에게 돌아 오고 있다. /최 원 류 (제2사회부 남양주) wrchoi@kgib.co.kr

어느 30대 주부의 사연

“너무 힘들고 괴로워 모든 것을 버리고 싶었습니다” 생활고를 비관한 30대 주부가 남편과 자식 앞으로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섰으나 모진 인연의 끈을 끊지 못하고 3일만에 경찰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 왔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께 박모씨(37·여·안산시 상록구 월피동)는 “다음 세상에선 빚도 없고 돈에 고통받지 않는 세상에서 만나자”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편과 두딸 앞으로 남기고 7살과 4살바기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엄마가 큰 죄인이다. 엄마가 또 잘못을 저질러 너희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구나”로 시작된 유서는 “엄마도 너희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구나.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다 엄마를 용서하지마”로 끝을 맺었다. 박씨가 사채를 빌려 쓰게 된 건 남편 월급으로는 가족 6명이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초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아들과 함께 죽음까지 생각하게 됐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10만~30만원씩 빌려쓴 사채 600만원은 박씨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였을까. 죽음을 생각한 박씨는 집을 나선 뒤 길거리를 해매다 아무 것도 모른 채 투정하는 아이들과 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출가한 딸에게 친정 엄마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가족의 설득과 경찰의 노력으로 박씨는 집으로 돌아 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 시대 박씨 같은 서민들이 겪고 있는 역경을 가족들과 함께 현명하게 극복하길 기대해 본다. /구 재 원 (제2사회부 안산) kjwoon@kgib.co.kr

오피니언/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이라는 칭송과 함께 우리나라의 상징인 한글이 올해로 반포된지 557년이 지났다. 한글은 언어학 또는 음성학적으로 그 우수함이 밝혀진 대한민국 최고의 보물 중의 보물이자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세계적인 문화 유산 중의 하나이다. 세계의 숱한 문자 중에서 만든 날짜와 만든 이, 그리고 만든 이유가 뚜렷이 밝혀진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공 정부에서 공휴일이 많다고 일부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한글날을 일반기념일로 격하시켜 버렸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결정이자 중대한 실수이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게되면 생산성을 감퇴시키고 경제적 낭비를 초래하는 공휴일이 많아져서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데 과연 그런가? 오히려 우리는 떳떳하고 자신있게 자랑할 문화유산인 한글의 가치를 모르고 이토록 홀대하고 푸대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지어 몇몇 지식인들은 “한글로는 심도 있는 연구 논문을 쓰는데 한계가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는 것도 보았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자 스스로 문화적 야만성을 인정하는 꼴임을 그들은 왜 모를까. 과거 유태인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언어가 국민의 정신적 유대를 가능하게 하고 민족적 전통을 유지시킨다는 평범한 진리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일제가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도, 한글학회가 필사적으로 한글을 지키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런 때문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한글의 오염도 심각하다. 한글의 오염은 우리 정신의 오염으로 이어지므로 한글을 정화시키고 한글의 중요성을 자손대대 부각시켜야 한다. 국경일을 하루 축소함으로써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보다 훨씬 큰 문화적·정신적 손실을 방지하고 막아야만 한다.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했다. 말과 글이 병들고 오염되면 그 말과 글을 쓰는 언중의 정신도 피폐해지게 마련이며 썩은 정신으로 위대한 문명을 이룬 민족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더 이상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고 우리글인 한글과 우리나라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한글날은 당장에라도 국경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 글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자. /심재철 국회의원(한나라.안양 동안)

공복의 자세

민선 3기 손학규 호가 출범한지 어느 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손 지사는 오랜 의정활동으로 행정력이 뒤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취임초부터 월례조회 및 실 국장회의 등을 통해 공무원의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도내 공무원들은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과 자율을 어느 정도 보장받으며 행정을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도내 공직사회가 너무 이완됐다”는 자탄의 목소리가 복도통신(?)과 휴게실 등 청내 곳곳에서 들여온다. 그 중 하나가 도의회에 제출한 집행부의 예산액과 결산액 불일치로 인한 의회와의 갈등 초래다. 지난 1일 집행부가 도의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한 지난해 결산안이 일부 사업의 이중 계상 등으로 예산서와 총액에서 18억원가량 차이가 난 것이다. 이를 놓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예산액과 결산액이 어떻게 틀릴 수 있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관련부서인 예산담당관실과 회계과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까지 보여 동료 직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샀다. 예산편성과정에서 개발기금을 일반회계에 계상한 것은 예산담당관실의 잘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집행후 결산과정에서 이중계상된 금액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채 도의회에 승인을 요구한 회계과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와관련 일부 직원들은 “예산 및 결산업무가 예전처럼 수작업으로 이뤄졌다면 이런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 징계는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도의회에 대한 집행부의 사과로 결산안이 심의 보류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역시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도의회 곳곳에서도 집행부의 행정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자율적 분위기는 어느덧 자신의 일처리에만 신경쓰고 실·국간 업무 협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관심으로 일관해 업무 추진력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행정업무 가중도가 이젠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라는 위로의 말도 나오긴 했지만 이번 도의 실수를 완전하게 희석시키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은 도민의 혈세로 움직이는 공복이다. 따라서 업무 누적으로 인해 실수는 할 수 있다 손 치더라도 실수에 대한 책임회피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것은 공무원이 처음 공직에 몸담을 때 선서했던 봉사의 각오와 자세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거듭나는 경기도청 공무원들을 기대해 본다. /김 창 학 정치부 차장 chkim@kgib.co.kr

소래철교 봉쇄 ‘불신의 산물’

소래철교는 일제 강점기인 1937년 서해안에서 생산된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개통된 수인선(수원~인천구간)협궤열차 교량중 하나다.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여객과 화물을 수송하던 수인선은 경제적 기능이 상실돼 지난 95년말 폐쇄됐다. 수인선이 개통된지 58년만이다. 소래철교는 역사적, 교통사적 측면 등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때는 많은 피난민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수인선에선 더 이상 협궤열차의 모습도, 기적소리도 들을 수 없지만 소래철교는 지난 8년동안 싱싱한 횟감을 찾기 위해 몰려든 수도권 관광객들에겐 추억의 다리였다. 주말 2만여명의 관광객들이 북새통을 이루며 이 좁은 소래철교를 따라 소래와 월곶을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다.이런 소래철교가 지난 3일 거대한 컨테이너로 막혔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지난달 관광객과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양 지역 시내버스를 각각 연장 운행하기로 합의했었으나 인천시가 소래포구 상인들이 노선연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첫날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중교통 불편으로 고통받고 있는 월곶신도시 주민들이 시내버스 운행 중단에 맞서 철교 봉쇄로 대응한 것이다. 시내버스 연장운행 합의~파기~소래철교 봉쇄~자치단체간 불신~지역 주민간 갈등~보행권 분쟁(?). 대중교통은 국민들의, 서민들의 발이다. 천재지변이 아니면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도로나 다리는 그 어떤 이유로도 막혀서는 안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은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동 희 (제2사회부 시흥) dhlee@kgib.co.kr

1년전 공약은 어디로?

하남시는 최근 ‘민선3기 이교범 하남시장 취임1년 성과와 향후계획’이란 제하의 A4 용지 10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이교범 시장의 5가지 시정 기본방향과 취임 1년간의 회고와 반성, 1년간의 주요 시정성과 등으로 나눠져 있다. 취임 1년간 주요 시정 성과로는 이 시장이 그동안 수행한 일을 3쪽에 걸쳐 빼곡하게 나열했다. 그러나 이 성과의 대부분은 이미 지난 민선2기부터 추진된 것으로 이 시장의 업적으로 보기 힘든 대목들이다. 게다가 주요 성과로 소개한 종합사회복지관 건립, 문화예술회관 신축, 종합운동장 조성, 그린벨트 해제, 덕풍∼감북동간 도로확장 등은 이미 추진하거나 시작한 업무들인데다 토지 매입의 어려움과 예산 부족 등으로 제자리 걸음중이거나 아예 기공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역사박물관(구 시청 리모델링 지난달 개장) 건립도 1년 가까이 수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벌였으나 개관을 앞두고 천장 등에서 누수현상이 발생,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재 보수공사를 벌어야 할 처지다. 특히 이 자료에는 불합리한 인사제도 개선이나 경량전철 향후 진로 및 지하철 연계방침 등 이 시장의 취임당시 공약들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시 관계자는 “실·과·소별로 추진한 업무를 제출받아 만든 자료”라며 “전 시장때도 똑같은 방식으로 취임 1년에 맞춰 자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행에 따랐다는 해명이다. 이 시장은 취임식 당시 “앞으로 시정을 수행하는데 잘된 부분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수정·보완해 겸허한 자세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 실천하겠다”고 밝혔었다. 이 시장의 약속을 믿고 싶다. /강 영 호 (제2사회부 하남) kangyh@kgib.co.kr

2인자

저우언라이(周恩來)는 1922년 중국 공산당 파리지부를 창설했고 귀국한후 1924년 황푸군관학교 정치부 주임에 발탁되는등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인물이다. 이때만해도 마오쩌둥(毛澤東)은 저우언라이의 그늘에 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당에서도 발언권이 거의 없었다. 당시 저우언라이는 혁명은 도시의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농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고향으로 내려가 농민부대를 구성, 혁명에 참여했던 마오쩌둥을 비난했다. 하지만 저우언라이는 자신의 노선이 틀렸음을 스스로 인정한 뒤 마오쩌둥을 당과 군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로 추대했다. 이 과정에서 저우언라이는 흔쾌히 마오쩌둥의 ‘2인자’가 되기를 자청했는데 그는 42년간 죽을때까지 변함없는 충성으로 마오쩌둥을 모셨다. 중국인들이 1인자가 아닌 2인자였던 그를 위대한 지도자로 꼽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도 2인자는 여러명이 있었지만 저우언라이처럼 존경을 받지 못했고 그 권세도 얼마 가지 못했으며 모두 불행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김종필(JP) 현 자민련 명예총재가 2인자였다. 5·16의 실질적 주역이었던 JP를 처삼촌인 박 전 대통령은 늘 두려워하고 미워했는데 이는 5·16 당시 실병 지휘관 대다수가 JP와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육사 8기이고, 여당인 공화당 소속 국회의원중 상당수가 JP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당시 박 전 대통령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통해 JP를 철저히 견제했으며 JP를 무너뜨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2인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12·12, 5·18 등 권력쟁취 과정에서 병력을 동원한 실질적 주역이었던 허화평, 허삼수, 이학봉 등이 청와대의 핵심 포스트를 차지하면서 이들이 2인자로 등장했으나 이철희·장영자 사건을 계기로 이들도 현직에서 물러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6공의 황태자’로 불리우던 박철언 전 정무장관(LP)이 2인자였다.노 전 대통령에게 처 고종사촌 동생인 LP는 3당 통합 이후 등장한 김영삼 전 대통령(YS)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서 패하면서 2인자 자리를 내줬다. 문민정부의 2인자는 YS의 차남 김현철씨였다. YS의 아호 거산(巨山)에 빗대어 ‘소산(小山)’으로 불렸던 김씨는 장관 인사부터 장군의 승진까지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는등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 했는데 한보 비리에 연루돼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 구속되는 불미스런 첫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김대중(DJ) 정권의 2인자는 다름아닌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이다. 초대 청와대 대변인, 문화부장관, 정책기획수석, 정책특보, 비서실장 등을 맡는등 DJ 신뢰를 한몸에 받아 ‘왕수석’‘왕특보’ ‘부통령’ 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얼마전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등 다른 2인자와 마찬가지로 불행한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 우리 정치사의 거목이자 절대 권력자였던 DJ도 박 전 장관이 구속 수감되자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까지 내비쳤다고 한다. 권력무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최 인 진 정치부 차장 ijchoi@kgib.co.kr

손 지사의 춤

5월 가정의 달이 지났다. 이번 가정의 날을 보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단연 손학규 경기지사의 ‘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년 가까운 기자생활중 1천만 도민의 수장인 도백이 덩실덩실, 혹은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을 과거에는 보지 못했다. 손 지사는 지난달 8일 공관으로 관내 독거노인들을 공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만인의 ‘아들(?)’로 고전적인 춤사위를 선보여 흥을 돋구었으며 26일에는 도본청 공무원들의 한마음 수련대회에 참석, 직원들의 ‘아버지(?)’로서 신세대 취향에 맞는 다이나믹한 디스코 솜씨를 뽐내 심신이 지친 직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러 넣었다. 세살 코흘리개 시절에 아버님을, 민주화 운동과정이던 20여년전 어머니마저(손 지사는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수배중 체포됨) 여윈 손 지사 마음에는 연로하신 모든 독거노인들이 부모님이었을 것이다. 또 유학시절 두딸을 얻었으나 그중 하나를 잃은 손 지사에게 있어 1천여명의 도청 직원들은 자식들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가정의 달을 맞아 만인의 아들과 아버지로서 많은 것을 갈무리하며 춤을 추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같은 손 지사의 행동을 ‘가장’으로서의 역할로만 보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버이날 춤을 두고 일각에서는 ‘많은 노인복지시설들이 텅 비어었는데 지사라는 분이 특정 노인들만을 모시고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일부 노인들만 챙기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지적도 제기됐고 일부에서는 ‘손 지사가 향후 행보를 위한 포석차원에서 노인들을 의식한 행사였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한마음 수련대회에서의 디스코에 대해서도 ‘1천만 수장이 흥에 겹다고 너무 가볍게 행동한 것 아니냐’, ‘공무원들로 부터 터져나온 ‘손학규 짱’이라는 외침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식의 지적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들려왔다. 도백의 행동이었으니 찬반, 혹은 칭찬과 비판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손 지사의 이런 행태가 공직사회의 권위의식을 조금씩 타파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의 한 직원은 이런 손 지사의 ‘춤’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나가자 “과거 어느 도백이 이렇게 자유스럽게 직원들과 도민들에게 다가갔느냐”며 “손 지사의 장점이 바로 저런 것 아니냐”고 오히려 자랑스러워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다른 직원도 “폐쇄적이라는 공직사회를 개혁하는 것은 오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며 “도지사가 경직된 사고로 일관한다면 과연 공무원 조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손 지사의 춤의 의미를 해석하기도 했다. 가정의 달, 손 지사는 여론이야 어떠하든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엇인가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 것 만은 분명하다. 6월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억하는 보훈의 달이고 7월은 손 지사가 취임 1주년을 맞는 달이다. 다가오는 새로운 달에 손 지사가 어떤 행태로 또 다른 메시지를 보낼 지 자뭇 궁금해 진다. chkim@kgib.co.kr 김 창 학 정치부 차장

道의회의 명예직 굴레벗기와 위상제고

최근 경기도의회의의 화두 두가지를 들라면 첫째는 전국 지방의회와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는 ‘명예직 탈피’이고 둘째는 의회다운 의회만들기 즉 ‘위상제고’다. 그런데 이 두가지 다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은 곱지않다. 이달들어 열린 182회 임시회에서 도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제는 지구당 위원장 길들이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대표의원의 발언에 이어 반드시 ‘지방의원의 보수제’ 실현을 의결했다. 지방의원의 명예직 굴레벗기는 지난 91년 지방자치가 출범하면서 제정된 지방자치법상의 ‘지방의원 무보수 명예직’ 규정 조항이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활성화하는데 적지않은 장애가 되면서 중앙정치권에서도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이에 따라 잘만하면 올 정기국회를 전후해 실현될 가능성이 적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수=책임’이라는 의원들의 각오와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기도의회가 내세우는 의정활동을 보면 과연 이런 의정이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인가’라는 의구심을 들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면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위해 투명하지 않은 예산을 편성한다든가, 집행부가 요구한다고 해서 어물쩡한 검증절차로 의결한다든가,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예산을 요구한다든가 등등. 또 수십년간 공직사회에 몸담아 온 공무원들을 마치 부하직원인양 막말을 한다든가, 무슨무슨 산하 단체장이 인사를 안왔다고 해서 앙심을 품는다는가 하는 ‘치기어린 행태’ 등도 주민들을 위한 봉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과연 이런 행태들이 보수를 받는다고 해서 책임지는 의정으로 달라질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위상제고도 마찬가지다. 지난주에 있었던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북부지소 개소식에 의장의 인삿말과 관련, 담당자가 ‘의장님이 원하신다면 인사말을 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했다가 홍영기 의장을 비롯 센터를 수감기관으로 하고 있는 김홍규 경제투자위원장이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발끈하고 나서 센터가 현재도 홍역을 치루고 있다. 경기도와 쌍두마차라고 매번 집행부가 치켜세우고 있지만 행사때마다, 그것도 도 산하기관의 행사에서 집행부의 수장은 말안해도 인삿말을 준비하고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의장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사전에 봉쇄했으니 당연히 ‘의회의 위상’ 운운하며 반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다시 짚어 보면 ‘과연 이런 방법이 의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이와 유사한 사태는 한두번 발생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의회는 이런 식의 ‘투정’만을 부려왔지 단 한번도 제도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투정이 투정으로 끝난다면 결국 또다시 ‘의원들이 그렇지’라는 조롱의 대상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의회의 위상은 제도적으로나 관습적으로 정형화될 때 말로하지 않아도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이제부터 의회는 명예직을 벗어나든, 위상을 정립하든 반드시 말이 아닌 실천을 보여야 하며 그 실천을 하기위한 논리와 절차를 반듯하게 정립하는 한차원 높은 의정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제6대 의회 출범 한돌을 맞을 때 도민들로 부터 ‘지방의회가 많이 달라졌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다. /ihjung@kgib.co.kr

머나먼 ‘아트시티’

안양시가 아트 시티(Art City)’를 표명하고 나선지 1년여가 지났다. 취지는 물론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 조성’이다. 선진국의 도시들처럼 아름다운 경관과 건축물들을 갖추겠다는 게 안양시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시는 이를 위해 학계와 건축·도시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건축자문단까지 구성,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기 위한 요건을 외형적으로 갖췄다. 특히 외국의 자료 수집 및 아트 시티를 구상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신중대 시장을 비롯 관계자 15명과 함께 8박9일간 헝가리를 비롯, 유럽 3개국을 방문한데 이어 지금까지 일본과 미국 등을 방문했다. 그러나 아직 아트 시티가 보여준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는데다 도시 여건상 아트 시티에 거는 기대 또한 크질 않다. 이는 시로 승격된지 30년이 지난 안양시가 가용부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양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먼저 해야할 일은 만안구를 지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집체만한 대형 콘크리트 교각 20여개에 대한 처리방안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170여억원을 들여 자유공원에 완공한 문화센터도 아트 시티를 추구하는 자치단체가 완성한 건축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문제점 투성이다. 안양시를 아름답게 변화시키기 위한 큰 그림도 중요하다. 그러나 주민들이 먼저 보고 먼저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것부터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주민들을 위한 아트 시티라면 사고의 전환부터 먼저 시작돼야 한다. /구 재 원 (제2사회부·안양)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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