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독립운동가 김상옥 선생의 명예선양 방안

올해는 106주년 삼일절,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 중 대표적인 인물로 일제 경찰 1천명과 처절하게 싸우다 순국한 ‘동대문의 홍길동’이라 불리는 김상옥 선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생의 독립운동 활동을 국가보훈부 공훈록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김상옥 선생은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서 태어나 20세 때 동흥야학교를 설립해 교육운동을 전개하면서 이전부터 종사하던 철물공장을 설립해 이윤을 분배하던 그는 이종소·임용호·손정도 등과 사회계몽·민족독립에 대한 일을 의논하고 실행했다. 백영사를 조직하고 금주·단연 운동을 크게 전개하며 말총모자 공장을 설치하고 국산 모자의 생산·보급에 힘썼다. 그는 3·1독립운동이 일어남과 동시에 윤익중·신화수·정설교 등 동지들과 함께 비밀결사인 혁신단을 조직하고 기관지 ‘혁신공보’를 발행·배포해 독립정신을 고취했다. 1920년 봄에는 만주에서 들어온 군정서원 김동순과 만나 암살단을 조직해 적 기관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등의 직접 행동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계획했다. 그해 8월에는 미국 의원단 일행이 서울에 들어오는 기회를 이용해 한우석등과 함께 의원단이 남대문역(지금의 서울역)에 하차하기를 기다려 시위와 총격전을 전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원단의 서울 도착 전날에 일부 동지들이 붙잡혀 실패했다. 그는 일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그해 10월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그는 김구·이시영·조소앙 등 임시정부 요인들의 지도와 소개로 중국의 지사들과 교유하면서 조국독립을 위한 투쟁을 펼쳤다. 1921년 일시 귀국해 군자금 모집과 정탐의 임무를 수행했고 1922년 겨울 의열단원으로 폭탄·권총·실탄 등의 무기를 휴대하고 동지 안홍한·오복영 등과 함께 서울에 잠입했다. 이때 그는 의열단장 김원봉을 통해 서울에 있던 의열단원 김한과의 연락 협력을 당부받기도 했다. 그리고 동지들에게 연락하며 거사의 기회를 노리다가 이듬해 1월12일 밤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으며 이후 일경을 피해 10여일간 은신하다가 1월22일 일본 경찰과 교전 끝에 장렬히 순국했다. 순국 후 1924년 상하이 임시정부 외교부장 조소앙은 전(傳)을 지어 간행했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김상옥 선생은 그 공적이 뚜렷하고 독립운동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커 국민을 대상으로 명예 선양 방안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면 첫째, 김상옥 선생의 경우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은 현행 2등급인 대통령장으로 선생의 공적과 활동을 보훈학적 관점에서 면밀히 연구해보면 1등급인 대한민국장으로 충분한 자격이 인정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김상옥 선생 기념사업회에서는 서훈 등급 상향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국가보훈부에 기존 신청한 자료 외 독립운동과 관련해 국가기록원, 일본 외무성, 신문 등을 활용해 더 많은 새로운 거증 자료를 추가해 올해 광복절에 맞춰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서훈을 인정받도록 한다. 둘째, 생가 복원 및 기념관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서울시에서 먼저 예산을 확보한 후 국가보훈부에 국비를 신청해 늦어도 생가 복원은 2028년, 기념관 설립은 2030년에는 이뤄져야 한다. 셋째, 올해 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국회 정책세미나 및 정기적인 학술포럼 세미나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김상옥 선생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제작해 국민에게 나라사랑정신 함양 등 보훈문화 확산에 기여하도록 한다.

[경기만평] 대환장 토론 될듯...

[사설] 경기도기관장 청문회에 기관 동원, 근거 조례 없다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이랬다. 소속 기관에서 직원이 동원된다. 청문회에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고, 청문회에 배석해 즉석 답변을 지원한다. 이런 지원이 청문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청문 위원인 경기도의원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불만이 쌓여온 건 해당 기관 구성원들이다. 임명이 확정되지도 않은 내정자 검증 청문회다. 거기에 조직을 동원하는 게 맞는지, 법적 근거는 있는지 물어왔다. 경기일보가 이에 대한 법률적 흠결 문제를 지적했다. 직원을 동원할 근거가 없음을 주장했다. 공직 후보자 청문회는 그 근거가 명확하다. ‘국가기관은 이 법에 따른 공직 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5조의 2다. 장관 후보자를 해당 부처가 지원하는 건 그래서 합법이다. 청문회가 정치 대결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임명권자의 지명이 청문회에서 거부되기 일쑤다. 지명 철회도 그만큼 흔하다. 이런 불안정한 신분의 권한을 정한 규정이다. 경기도 청문회에는 이게 없다. 산하기관장 청문회는 경기도에서 특별하다. 201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을 상징하는 제도였다. 2019년 이재명 도지사도 청문 기관을 대폭 늘렸다. 모두 투명한 산하기관 경영이라는 개혁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법이 없어 ‘도-의회 간 협약’에 기초를 뒀다. 청문회의 구속력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야당의 의견을 들어주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각급 기관의 청문회 지원 근거가 마련됐을 리 없다. 2023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방자치법 제 47조의 2를 근거로 청문회가 등장했다. 지방의회가 산하기관장 청문회를 도입했다. 경기도에도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 조례’가 생겼다. 인사청문위원회의 권한이 명실상부해졌다. 청문 대상도 19개 기관으로 넓어졌다. 증인 출석 요구 등 권한이 부여됐다. 불성실 청문에 대해서는 임명 철회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청문 후보자에 대한 기관 지원’을 규정한 근거가 빠졌다. 경기도는 ‘규정이 생기면 따르겠다’고 했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도 ‘보완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민의 ‘△△재단’이다. 경기도민의 ‘○○센터’다. 혈세 1억여원을 주는 기관의 대표다. 정치·측근 낙하산 인사를 경계해야 한다. 그걸 막으라고 의회에 준 청문회다. 전문성 심사하고 적격성 따져야 한다. 기관 뒤로 후보자가 숨게 두면 안 된다. ‘기관이 후보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의무 없는 일을 자꾸 시키는 것, 기관 직원들엔 강요일 수 있다.

[사설] NH 지점 전무 영종국제도시... 고객 서비스가 따로 있나

엊그제 흥미로운 중국발 외신기사가 하나 떴다. 난징의 한 은행을 찾은 70대 노인이 2시간 동안 송금을 못하고 헤매다 쓰러져 숨졌다. 유족들이 은행을 고소했다. 창구가 비어 있음에도 직원들이 모바일 뱅킹을 강권한 때문이라 했다. 은행 감시카메라에도 남아 있었다. 노인이 본인 인증을 위해 쩔쩔매며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찍는 장면 등이다. 디지털 시대 금융소외의 극단적 사례다. 국내에서도 급격한 은행 점포 폐쇄를 두고 그간 우려가 많았다. 고령층이나 소상공인, 시골 주민 등의 금융소외다. 그런데 인천에는 한 거대 은행의 지점이 처음부터 없었던 지역도 있었다. 그것도 명색이 국제도시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서다. 특히 주요 정책금융 채널인 NH농협은행이어서 주민 불편이 더 크다고 한다.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은 NH농협은행 일을 보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송도·청라국제도시로 원정을 간다. 처음부터 이 은행 지점이 한 곳도 없어서다. 인구 12만명에 여전히 농업 인구도 적지 않다. 영종국제도시에는 인천 중구농협의 4곳 지역농협만 있다. 그러나 지역농협은 NH농협은행과 업무 호환이 안 된다. 대출은 물론 외환, 펀드 등의 업무도 볼 수 없다. NH농협은행이 인천시 제2금고까지 맡고 있어 대면 업무도 많다. 청년전세대출 만기 연장 등 소소한 일에도 섬을 나가야 가능하다. NH농협은행은 1금융권이다. 예·적금이나 대출, 펀드, 외환 등 시중은행과 업무가 같다. 반면 지역농협은 2금융권이다. 예·적금과 영농자금 대출상품 등만 취급한다. 지역농협에서 주민들은 NH농협은행 통장·카드 재발급은 물론 신규 가입 등도 못한다. 특히 대출상품의 경우 지역농협이 2금융권이라 금리도 높다. 개인 신용등급 관리 측면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영종 지역은 농지가 많아 농업 종사 주민도 아직 많다. 전체 인구도 2024년 기준 12만6천여명에 이른다. 매년 인구 유입이 급증하는 곳이다. 다른 지방에서 온 주민들이 특히 놀란다. “농협 지점이 하나도 없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주민카페 등에는 NH농협은행의 지점 개설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2천여곳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NH농협은행 측도 수년 전 영종국제도시 지점 개설을 검토는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사정 등으로 백지화한 상태”라 했다. 내부 사정은 지역농협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종의 열성 고객들이 저토록 NH농협은행 지점을 원한다. 더 이상의 고객 서비스가 따로 있을 것인가.

[지지대] AI 원주민 ‘베타세대’가 온다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베타(β)세대’로 불린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α)세대’의 다음 세대로 호주의 미래학자 마크 매크린들이 제안한 개념이다. MZ세대의 자녀들이며 2025년부터 2039년까지 약 15년간 태어날 아이들이다. 베타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다. 기성 세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자랐다면 이들은 인공지능(AI)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태어난다. 이를 예고하듯 올해 초 등장한 ‘딥시크 R1’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기존 생성형 AI 시장을 위협하며 기술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했다. 이어 생성형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오픈AI는 이달 초 ‘딥리서치’를 공개해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기술을 사용한 연구자들은 대학원생이 몇 달에 걸쳐 수행할 작업을 단 몇 시간, 심지어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불과 3년 전인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결과다. 베타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이 같은 AI 기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활용할 것이다. 유아기에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과정은 성인이 돼 배우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베타세대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AI를 빠르게 내재화할 것으로 보인다. AI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메타버스, 양자컴퓨터 등 미래 기술이 융합된 환경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AI와 협력하며 학습하고 창작하며 심지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베타세대는 인류가 가진 문제에 해답을 제시할 잠재력을 갖춘 세대가 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AI 업계는 미국이 선두 주자이고 이를 중국이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캐나다,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도 집중 투자를 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발표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올랐지만 강대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빠른 국회 입법, 빅테크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국내 유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우리는 준비와 지원을 통해 다가오는 베타세대를 맞이해야 한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문화산책] 노당익장, 봄날을 기다리는 청년에게

“신의 나이 비록 62세이지만 아직도 갑옷을 입고 말을 탈 수 있으니 늙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출정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후한서’의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마원의 이야기다. 마원은 광무제를 위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군으로 평소 “대장부가 뜻을 품었으면(장부위지·丈夫爲志) 궁할수록 더욱 굳세고(궁당익견·窮當益堅), 늙을수록 더욱 기백이 넘쳐야 한다(노당익장·老當益壯)”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에서 ‘노당익장(노익장)’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노당익장은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육십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예요. 공로상이 아니라.”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최고령 대상’을 수상한 배우 이순재가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의 아카데미를 언급하며 연기는 인기나 다른 조건이 아닌 연기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어쩔 수 없어요. 적절한 배역이 없으면 출연 못하는 거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 하고 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기회를 기다리며 늘 준비된 자세로 성실히 임해온 그의 연기 철학을 보여줬다. ‘윤여정 신드롬’을 기억할 것이다. 윤여정은 74세의 나이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윤여정은 자신을 일컬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그가 한 말이다. 생계를 위해 그는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너무 부끄러울 때는 안경을 벗고 연기했을 정도로 열심히 연기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엄마가 열심히 일해 이런 상을 받게 됐단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노력의 결실이었다. 위의 두 노당익장의 사례는 열심히 노력하며 늘 준비돼 있는 자에게 온 기회야말로 천재일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이 시대의 우리 청년들에게 이 두 배우의 삶은 어떤 메시지로 다가갈까. 필자는 현재 대학에서 음악인의 꿈을 꾸며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중 한 학생은 자신이 그동안 만들었던 곡들을 모아 앨범을 제작했다. 자신의 감성이 가득 담긴 곡들을 만들고 직접 연주해 녹음한 다음 아트웍 디자인까지 뽑아냈다. 유통사를 선정해 계약하는 등 모든 제작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물이 아직은 대중에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쉬움이 남는다. 힘든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작금의 청년 음악가가 적지 않다. 그중 대중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얻지 못해 간절히 꿈꿔 오던 길, 그 모퉁이에 주저앉아 포기를 고민하는 이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나는 반딧불’의 노랫말처럼 지금 처한 현실이 간절히 꿈꾸는 예술을 펼치기에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스스로가 눈부신 존재임을 잊지 말자. 늘 준비된 모습의 우리 청년들이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천재일우로 만들 수 있길 빌며, 위 노당익장의 이야기가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됐길 바란다.

[경기시론] 학교폭력, 법적 해결보다 중요한 것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학교폭력 행정소송’을 주제로 학교폭력 실무 관련 강좌가 개최됐다. 학교폭력을 다루는 판사와 변호사를 비롯해 교육(지원)청에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업무를 다루고 있는 담당자가 다수 참여해 학교폭력 행정소송의 동향 및 학교폭력 사안 처리 관련 실무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고 한다. 필자 역시 교육청에서 9년 넘게 학교폭력 및 교육법률을 지원하는 변호사로 근무하며 교육 현장의 해석과 다른 법원의 해석에 난감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던 적이 많았다. ‘법’과 ‘법원’은 참 무거운 것이어서 결국 교육 현장과 괴리가 있는 판사의 해석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 같은 강좌 및 협의회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돼 간극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의 건수가 2022년 51건에서 2024년 9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에는 학교폭력 전담재판부까지 신설된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소송 단계를 경험했던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이라면 ‘판결’이라는 것이 결코 분쟁의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이번 강좌에서 발표를 맡은 판사들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학생들 간 진정한 화해가 있으면 소송의 형태로 종결하는 것보다 조정이나 자체 해결로 결론을 짓는 것이 교육적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학교폭력은 교육의 문제로 재판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강조했다. 학생들 간 관계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건이라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도록 하고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지 못한 건이라 하더라도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전 심의 취소가 되도록 하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면 피해 학생 및 가해 학생 측이 납득할 만한 교육적 조치가 나오면 좋겠다. 그러나 이미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학교폭력 관련 교육현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학교장 자체 해결로 처리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상 네 가지 요건(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것,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을 것, 지속적이지 않을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을 모두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고 학생 측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기에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도 학교장은 해당 사안을 학교 안에서 종결할 수 없고, 관계회복의 여지가 있다 해도 네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자체 해결로 종결할 수 없으며, 경미한 건으로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해도 양측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률적인 학교폭력 사안 처리는 피해 학생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도움을 주고 징계가 아닌 방법으로도 가해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교육전문가인 학교장 및 교원의 다양한 조정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전제로 학교가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법령상 권한이 부여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는 양측의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과 그 밖에 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한 조정을 할 수 있는데 교육부는 ‘2025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일부개정을 통해 교육지원청에서 분쟁조정을 담당하는 특별소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안내하며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동안 가해 학생 조치를 내리는 데 집중됐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생 및 보호자들 간 갈등이나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천자춘추] 아시안게임의 기억 ‘임춘애’

안중근 거사의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열린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개최국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손흥민 등 세계적 스포츠 스타 보유국이다. 이들은 국제무대를 누비며 태극기를 빛내 왔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스포츠 스타로는 쇼트트랙 세계 최강 최민정, 김길리(성남시청), 신(新)빙속여제 김민선(의정부시청), 컬링 여자 경기도청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을 보면서 국민들 기억에 남아 있는 ‘스포츠 스타’ 한 명이 떠올랐다. “그 누구야. 현정화 걔도 라면만 먹고, 금메달 3개씩 따버렸어.” “임춘애입니다. 형님.”(영화 ‘넘버 3’ 대사 중). 송강호 배우가 흥행시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영화 속 명대사의 주인공 임춘애 선수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 최종 주자, ‘라면 소녀’, ‘육상 신데렐라’ 등으로 알려진 한국 육상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녀의 화려한 모습 뒤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사실 그는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였다. 이후 치러진 전국체전 3,0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큰 주목을 받게 됐고 ‘극적으로’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고교생 국가대표로 깜짝 선발된 임춘애는 1986 서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800m, 1,500m, 3,000m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3관왕을 달성, ‘육상 신데렐라’로 거듭나면서 전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언론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영웅으로 찬사를 보냈고 우리 국민들은 그를 좋아하게 됐다.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육상 영웅의 탄생이었다. ‘라면 소녀’, ‘육상 신데렐라’ 등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임춘애 선수 이야기는 어렵던 시절 스포츠를 통해 성공을 이뤄낸 대표적 ‘흑수저 성공 스토리’이기도 하다. 임춘애 선수는 현재 경기도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지원협력관으로 근무하며 경기도청 소속 선수와 도체육회 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도체육회는 지난해 ‘제1회 임춘애 육상 트랙대회’를 화성시에서 개최, 어린이들과 생활체육인들에게 육상 축제의 장을 제공했다. 많은 후원사의 관심과 지원으로 대회는 한층 빛났으며 참가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도체육회는 스포츠 영웅의 업적을 기리고 기초종목이자 비인기종목인 육상 활성화를 위해 올해 두 번째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의 선한 영향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도민과 후원사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기고]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 운동방법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이하 ‘금고이사장선거’)의 후보자 등록이 지난 19일 마감됐다.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2월20일부터 오는 3월4일까지 금고이사장선거 후보자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의무위탁으로 처음 치러지는 이번 제1회 금고이사장선거의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선관위 의무 위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로 보다 신뢰받는 새마을금고가 되는 것이며 신뢰는 곧 금고의 회원 수 증가와 지역사회의 동반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공정’과 ‘신뢰’는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의 준법의식과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있을 때 얻어질 수 있다. ‘등고자비(登高自卑)’라는 말처럼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하듯이 선거 과정에서의 ‘공정’과 그 결과인 ‘신뢰’라는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거의 룰을 잘 알고 이를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금고이사장선거의 ‘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금고이사장선거는 선출 방식에 따라 선거운동 방법에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선출 방식인 ‘회원직선제 선거’를 중심으로 선거운동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자와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운동원 1명이다. 후보자가 중앙선관위 규칙으로 정하는 장애인인 경우에는 활동보조인 1명을 둬 선거운동을 도울 수 있다. 선거운동 방식은 크게 인쇄물과 전화 및 문자, 정보통신망, 공개행사 정책발표 등이 있다. 인쇄물로는 선거인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는 선거공보와 새마을금고 주사무소와 지사무소에 붙어 있는 선거벽보가 있다. 아울러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은 어깨띠나 윗옷, 소품을 착용하고 선거운동용 명함을 공개된 장소에서 선거인에게 직접 줄 수 있다. 특히 선거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선거운동은 전화를 이용한 직접 통화와 문자메시지다. 문자메시지의 경우 공직선거와는 달리 음성이나 화상, 동영상이 제외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란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 및 동영상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외에도 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이 궁금하거나 위법 행위를 발견하면 해당 지역 선관위로 문의·신고하면 된다. 3월5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처음으로 의무 위탁돼 실시되는 제1회 금고이사장선거가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의 적법하고 적극적인 참여 속에 치러져 새마을금고가 더욱 신뢰받는 지역 중심 금융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