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역사회와 청소년 성장

지역사회는 일정한 지리적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유사한 생활 방식과 문화를 공유하며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삶의 터전이다. 구성원들 간 유대감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하며 발전해 나가는 중요한 사회적 단위다. 과거에는 또래 친구들과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마을 구성원들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인구 감소, 도시개발, 핵가족화,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교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가 만연하면서 대다수 청소년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고 있고 자연스럽게 그곳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지역사회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단순히 혜택을 받는 수혜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경험하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책임감과 주체성을 키우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청소년 활동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청소년 시설을 활용한 청소년 활동 공간 지원,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지원,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기업 및 민간단체 협력 네트워크 구축, 공공기관 및 지자체 지원 등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연계해 청소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청소년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청소년이 상호 작용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건강한 지역사회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는 환경을 조성할 때 청소년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읽기] 소비자리뷰, 정보의 생산자

일반적으로 리뷰는 특정 대상 및 주제에 대해 소개하거나 평가하는 비평의 한 형태다.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면서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 경험에 대한 피드백과 자신의 의견을 남기는 소비자리뷰는 방문 및 사용 후기, 별점, 추천, 댓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의 잠재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며 그 가치와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구매 관련 정보탐색 과정에서 가장 비상업적 정보인 다른 소비자들이 생성하는 정보를 가장 신뢰한다. 기업이 광고의 형태로 제공하는 상업적인 정보보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소비자 리뷰를 보다 빠르고, 생생하고, 설득력 있고, 유용하며, 시간과 비용 낭비의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믿어 최종 구매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소비자리뷰는 제품에 대한 사전 진단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정적 내용을 담은 정보가 긍정적 정보보다 위험 감소의 효과가 있어 정보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디지털경제 시대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소비자의 구매 채널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가 창출하는 정보들은 거래 과정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메커니즘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제품 사용 후 만족·불만족 등에 대한 의사 표현, 주관적인 반응, 의견 등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 행위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튜브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되는 일부 리뷰 콘텐츠가 지나치게 상업화되거나 거짓, 과장, 은폐, 조작 혹은 보복성 성격을 띠는 등 정보가 자극적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익명이나 닉네임 등 가명으로 제공되는 소비자리뷰의 특성상 리뷰 대행업체를 통한 가짜 리뷰 작성, 리뷰 갑질 사건, 리뷰 이벤트를 통한 평점 조작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들에게 블랙컨슈머가 남기는 악성 소비자리뷰는 매출과 직결돼 억울하게 누명을 쓰거나 이미지 추락 등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이제 소비자리뷰, 댓글은 일종의 문화 및 미디어 콘텐츠다. 다수의 사람이 소비에 대해 주고받는 글쓰기 문화다. 제품 및 서비스에 경험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직하고,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정보활동은 플랫폼 경제에서 정보의 생산자로서 공정한 거래와 경쟁을 촉진할 힘이 있다.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에 투명성을 더해 주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권리와 책임을 이해할 수 있는 소비자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

[경기만평] 최면...

[사설] 경영인 구속에 발목, 52시간 규제에 발목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본산이다. 지역 생산성의 비중도 압도적이다. 이런 경기도가 접한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핵심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문제다. 여당은 예외조항을 특별법에 담자고 요구했다.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은 세제 지원 등을 우선 통과시키자고 했다. 근로시간 예외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결국 진통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질지는 알 수 없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가 시작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비난했다. “(엔비디아와 TSMC 등)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우리만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겨냥했다. “불과 2주일 만에 (유연성 확보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재명의 경제 정책은 씹다가 버리는 껌인가”라며 비난했다. 뛰겠다는 연구원들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특별법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 조항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합의했다”며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장을 ‘무책임한 몽니’로 규정했다. 계엄으로 국가 경제를 망쳤다고도 했다. 여야의 논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를 빌미 삼은 정치 공세다. ‘근로시간’과 ‘세제 지원’의 방점을 서로 달리 찍고 있다. 한쪽을 편들 이유가 없다. 다시 한번 업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지난해 11월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입장이다. 정부에 대한 건의 형식으로 제시됐다.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기업, 제조 기업, 소부장 기업 등의 업무 특성상 획일화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생산 분야도 수출 변동에 따른 근로 유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업계 요구가 ‘52시간 예외 적용’에 있음이 틀림없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반도체는 내부에서 휘둘리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무죄’가 있었다. 10년간 19개 혐의로 수사하고 재판했다.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데도 상고했다. 여전히 반도체 책임자를 재판에 묶어 놨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반도체 지원책이 남의 얘기다. 사법과 정치가 반도체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다. 이쯤 되면 망하지 않는 게 용하지 않나. 특별법은 통과돼야 한다. 각종 지원 정책도 포함시켜라. 주 52시간 제외도 포함시켜라. 그런 특별법이라야 반도체가 회생한다.

[사설] 빚내 사옥 옮기는 iH... 민간기업이면 못한다

인천도시공사(iH)의 사옥 이전을 두고 말이 많다. 안 그래도 많은 경영부채에 다시 빚을 보태는 격이다. 인천시의 공공시설 재배치 계획에 따른 사옥 이전이다. iH는 오는 9월 준공하는 루원복합청사로 옮긴다. 이를 위해 막대한 금액의 공사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현재 iH는 부채중점관리 대상 기관이다. 빚을 내 사옥을 옮겨 가는 게 과연 합당한지. iH가 오는 9월 준공하는 제2 루원복합청사로 이전하기 위해 해당 건물을 매입한다. 이 비용 조달을 위해 iH는 82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청사 이전에 따른 비용도 20억원이다. 구사옥-신사옥 정산 과정도 복잡하다. 먼저 iH가 루원복합청사 토지·건물값 1천770억원을 시에 지불한다. 시는 iH에 토지가 700억원을 현물 출자한다. 이후 시 종합건설본부와 도시철도본부가 iH의 구사옥을 250억원에 매입, 입주한다. iH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6조20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95.6%에 이른다. 각종 개발 사업을 위한 토지보상 등으로 2028년에는 부채가 6조3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부채비율도 209%로 올라간다. iH는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 법인 출자한도가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사옥 매입을 위해 공사채까지 발행해야 하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H의 재정 악화가 앞으로의 주요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의회에서 iH의 사옥 이전에 대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사옥도 아무 문제 없이 멀쩡하게 잘 쓰고 있는데 굳이 빚을 내 루원청사를 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동시다발적 공공시설 이전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한 iH나 시의 입장은 그저 원론적이다. 현 사옥 건물이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다고 했다. 루원시티가 인천시의 주도 사업 지역이라 사옥을 이전하면 일대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의 더 큰 미래 발전을 위한 이전이라고도 했다. 인천시는 시 산하 공공기관의 분산 배치에 따른 비효율을 막기 위해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기업의 맹점은 오너십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시민이 주인이라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러나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만큼은 시민의 짐으로 돌아온다. 앞으로 iH의 경영이 호전돼 부채 걱정을 덜 수도 있을 것이다. iH는 현재 5개년 재무관리계획까지 세워 부채 감축에 나서고 있다. 이런 판에 빚에 빚을 얹어 사옥 이전이라니. 민간기업이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다.

[지지대] 도어스토퍼... 안전의식도 멈추나

갑자기 문이 ‘쾅’ 하고 닫히면 난감하다. 이를 막아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손가락이 끼이거나 다치는 것도 예방해준다.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많은 가정 및 사무실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단,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설치가 금지됐다. 도어스토퍼가 그렇다. 생김새가 어떤 동물의 신체 부위에 거는 장치를 닮았다는 이유로 말발굽이라고도 불린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타입과 금속 등으로 만들어진 타입이 대표적이다. 실리콘 도어스토퍼는 문 사이에 끼우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인테리어와 잘 어울린다. 반면에 금속 제품은 문을 열 때 필요한 힘을 줄여줘 노약자에게 유용하다. 이런 가운데 이 장치가 화재 발생 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즘 상당수 아파트에는 현관문에 설치됐지만 불이 나면 이 장치로 문이 저절로 닫힐 수 없어서다. 경기도내 아파트와 상가 등 방화문에 도어스토퍼가 불법 설치(경기일보 17일자 6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도어스토퍼 등 도내 방화문 훼손·변경행위 신고는 5천614건으로 집계됐다. 화재 시 유독가스를 막아 주고 화재 확산을 방지하는 방화문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도어스토퍼가 원인이다. 내부에서 계단실로 통하는 출입문 또는 방화구획으로 사용하는 방화문은 언제나 닫힌 상태거나 자동적으로 닫혀야 한다. 방화문에 도어스토퍼 등을 부착하는 등 방화문 변경행위가 적발되면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방화문에 대한 위법행위 조치는 소방당국이 담당하지만 아파트 등은 단속권한이 없어 강제 철거도 어렵다. 도어스토퍼가 화재 발생 시 안전을 위협한다. 화재가 잦은 요즘이다. 조금의 불편은 감수하더라도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다 안전의식까지 멈춰 버릴까 걱정된다.

[이만종의 클로즈업] 문제는 사법의 중립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그로 인한 탄핵 논란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 사회 전반에 깊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측의 입장이 날카롭게 엇갈리면서 논의의 중심에는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법원의 판단이 정치적 영향을 받게 되면 그 결과는 개인의 명예나 권리를 넘어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법치주의의 근본적인 기초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 관점에서는 비상계엄 선포를 국가 안보와 국정 안정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다. 이들은 비상계엄 해제가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군인들이 물리적 충돌 없이 철수하면서 질서가 잘 유지됐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를 내란죄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며 계엄을 국가의 안정과 질서를 위한 임시적이고 필수적인 통치적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상계엄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국 국가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진보적 관점에서는 비상계엄을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과도한 조치로 비판한다. 이들은 계엄이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크고 법치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그들은 계엄 외에도 다른 정치적, 행정적 방법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한 것은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탄핵을 통해 대통령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향후 유사한 상황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만약 법원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면 법의 공정성은 이미 훼손된 것이며 사회적 갈등은 더 이상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판결이 특정 판사의 정치적 입장과 지나치게 일치하거나 법관 인사에서 정치적 성향이 개입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될수록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고 법원은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개별 법관의 정치적 편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면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과 탄핵 논란은 국가 안보, 민주주의, 법치주의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이유는 각자의 가치관과 우선순위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원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유럽식 독립 임명위원회를 도입해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판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감시 기구를 마련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임명 절차 개혁과 국민 감시 체계를 동시에 구축해 이념적 극단을 피하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사법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법은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모든 국민을 공정하게 보호해야 한다. 사법부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단순히 법적 원칙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따라서 사법부가 정치적 편향과 압력을 피하고 국익을 고려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사법의 공정성이 무너지면 법치주의는 껍데기일 뿐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사법의 중립성이다.

[천자춘추] 안녕, 불확정성

우리는 정답을 좋아한다. 2+2=4, 2×3=6. 숫자를 배우면서 함께 외운 구구단은 잠결에도 정답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유치원 및 초·중·고교, 성인이 되기까지 15년간 정답을 찾는 법을 배우고 익히느라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대학에 가니 교수는 학문에 정답이 없단다. 필자가 대학에 간 후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교과서에 있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그동안 난 무엇을 공부한 것일까’ 깊은 혼란에 빠진 순간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정답을 추구한다. 정답은 분명해서 편하고 익숙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정형화된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이미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선 지 오래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공상과학 (SF)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염려할 정도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경고하고 있다.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은 무엇이며 지금 인간을 대체할 기계가 얼마나 빠르게 개발·보급되고 있는지. 아마 앞으로 더 많은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더해 주지만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는 할 수 없지만 인간은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기계는 인간보다 정답을 빨리 찾지만 인간은 기계보다 해답을 잘 찾는다. 정형화돼 기계적이며 상상과 해석의 틈이 없는 정답 찾기를 넘어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교육을 통해 길러내야 할 인재는 다양한 영역을 이해하고 융합하는 종합적 사고, 창의적 사고, 타인에 대한 공감, 이를 바탕으로 한 협업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는 인간만이 가능하다. 대학 신입생이 돼 혼란에 빠졌던 그날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정답이 없는 이 세계에서 나는 즐겁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와 네가 우리가 되는 시간이다. ‘사고의 불확정성’은 기계는 불가능한, 인간만이 가진 자산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대학은 신입생 맞이로 분주하다.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환영회 등 신입생을 위한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바쁘다.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신입생, 그대여, 불확정성의 바다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 반갑게 인사하자. “(Bye가 아닌) 안녕(Hi), 불확정성!”이라고.

[경기시론] 美 트럼프의 관세 위협과 서희의 담판

지금 탄핵 국면의 지속은 주가, 환율, 수출, 수입, 물가 등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 반영한 것인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에 2.1%로 제시했다가 올해 들어서자마자 1.9%로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0.1~0.2%포인트 정도, 아니 그 이상의 추가 하락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하락한다는 것은 사회에 진출하는 세대에게 주어질 새로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더 나아가 직장인은 기존 직장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특히 자영업자를 위시한 일반 서민의 삶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하락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희망을 다시 절망으로 몰고 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발 대형 악재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재 관세 부과라는 무기로 세계의 수많은 국가와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물론 경제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이 주 타깃이지만 중국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인 유럽연합이나 캐나다 할 것 없이 전방위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과연 이 파고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존망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좋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고려 초 거란의 대군이 침입했을 때 서희는 거란 장수 소손녕과 담판해 교전을 치르지 않고 적을 물리친 적이 있다. 서희가 소손녕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거란의 본심을 제대로 파악해 대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북아 국제정세상 거란은 송나라를 도모하려 했는데 고려가 거란의 뒤에서 위협 요인이 되고 있었다. 거란은 이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지 고려 침입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트럼프 정부의 본심은 무엇일까. 이것을 알면 우리의 대응은 서희가 거란에 했던 것처럼 쉬워질 수도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이 오히려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반전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전쟁을 벌인다고 미국 경제, 특히 제조업이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래 유망 산업의 하나인 전기차는 말할 것도 없고 첨단 미래 산업 분야인 인공지능(AI)이나 양자컴퓨터 분야조차 중국에 따라잡혔고 미국 제조업은 인건비나 제품 가격 측면에서 도저히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 상태다. 이 점을 트럼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오로지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세계 패권이 어디로 가느냐는 ‘역사는 돈이다’(강승준 저)라는 책에서 잘 설파하고 있듯 경제력, 즉 자본이 어디로 쏠리고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거대 자본이 미국을 벗어나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트럼프의 심중에 급선무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 관세는 좋은 수단이 된다. 물론 관세전쟁은 미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쇼라는 측면도 있다. 이것이 맞다면 한국은 이번 관세전쟁에서 트럼프를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중국에 치중하지 않을 것임을 잘 이해시키면 된다. 더 나아가 한국에 관세 부과를 하지 않는 것이 향후 북미 간 평화 국면 조성 시 북한을 포함한 한국, 즉 한반도를 미국 경제의 활력처가 되는 새로운 경제 회랑으로 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해답은 관세 그 자체에 대한 경제적 대응보다 외교적 역량에 있다 할 것이다.

[경기만평] 졸속시행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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