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포 차량기지, 공론화 기본은 투명한 정보 공유다

서울 2호선 김포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 김포시와 서울 양천구가 주관 지자체다. 지난해 3월 협약을 맺었고 공동 용역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최적안을 도출해 경기도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5년마다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6~2030년)을 수립한다. 이에 반영을 위해서다. 여기서 김포시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차량기지 입지다. 주변 생활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태다. 김포시는 현실적으로 차량기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포시가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다. -노선이나 차량기지에 대해 검토해서 경기도에 제출했다. 절차상 철도 사업은 경기도가 실질적인 주관 기관이다. 대광위를 거쳐야 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원안이) 수정될 수도 있다. 노선이나 사업의 현황에 대해 언급을 할 수 없다-.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관련 정보가 양천구에서는 파다하게 돌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차량기지는 현 목동차량기지다. 이 기지의 이전이 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의 조건이다. 양천구 주민들 사이에는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부지가 기지 이전 부지로 특정되고 있다. 현 부지에는 고밀개발을 통해 고층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향후 계획까지 나돈다. 양천구 주민들 사이에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 된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자 김포시의회에서 차량기지 이전 예상 부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하철 연장 사업에는 매번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따른다. 차량기지를 외곽 지대로 이전한다는 조건을 서울시가 늘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김포에는 골드라인, 5호선 차량기지 등이 이미 산재해 있다. 시민들에게는 ‘김포=차량기지 도시’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차량 기지 이전 공론화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2호선 연장 과정에서 공론화는 이전 부지 확정 뒤로 밀려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양천구와의 정보 불공정 문제가 겹쳐 있다. 김포시는 보안으로 감춘 기지 이전 부지가 다른 쪽에서는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 출발지가 또 다른 사업 주체인 양천구인 것으로 지목된다. ‘양천구청장이 신년 인사회에서 발표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는 김포시 입장이 양해 되겠는가. 또 입지 확정 뒤에 하겠다는 공론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따져볼 일 아닌가. 혐오시설, 기피시설 등을 다루는 행정은 언제나 어렵다. 그렇지만 모범적으로 성공한 공론화의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핵심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솔한 주민과의 협의였다. 김포시의 철도 행정이 고민을 해야 할 대목이다.

[사설] 저조한 고령자 면허 반납... 이동권 보장 고민해야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끔찍한 교통사고가 있었다. 역주행을 하다 인도를 덮쳐 퇴근길 행인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60대 후반 운전자는 최근 1심에서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고령운전자 사고가 예사로운 일이 아님을 다시금 일깨웠다. 65세 이상 고령자 20% 이상의 초고령사회가 눈앞이다. 고령운전 관련 교통사고도 늘게 마련이다. 2023년 한 해 3만9천614건에 이른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해마다 1천건에 이른다. 그러나 운전면허 반납 실적은 저조하다. 인천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매년 늘어난다. 2023년 말 현재 23만7천129명이다. 고령자 비율만큼 증가하게 마련이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도 늘어난다. 2021년 957건, 2022년 1천59건, 2023년 1천221건 등이다. 안전 운전 의무 불이행이 58.6%로 가장 많다. 신호 위반과 안전거리 미확보도 각각 12%를 차지한다. 운동신경이나 반응신경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고령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인천 70세 이상 어르신 11만4천221명 가운데 면허 반납을 한 사람은 6천127명이었다. 5.3%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의회가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률을 높이기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 면허 반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우선 면허 반납 대상 기준을 70세에서 65세로 낮춘다. 이어 면허 반납에 따른 지원을 종전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이다. 지난주 이를 심의한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지원 금액을 30만원으로 조정, 수정 가결했다. 심의 과정에서 지원금 인상이 실효성은 없이 혈세 낭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 등만 지원금 때문에 반납하는 경우다. 작년 서울 시청역 사고 당시도 정부 대책이 나왔다. 고령운전자 운전 자격 관리, 운전 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등이다. 조건부는 야간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이다. 그러나 교통 약자의 이동권 과다 제한이라는 반대 여론도 많았다. 이에 아직은 ‘검토’에 멈춰 있다. 결국 이동권을 보장하면서 사회적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면허 반납 인센티브 외 별다른 수단이 없다. 그러나 일회성 인센티브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동권이 보장돼야 자발적 반납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천시가 ‘어르신 버스요금 무료’를 하려 했다. 이를 면허 반납 어르신들에 대한 인센티브로 보태면 어떤가.

[지지대] 법의 진정한 가치가 빛나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위법을 하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량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탄받거나 법적인 처벌을 받을 일을 하지 않기에 법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살아가면서 과연 법 없이도 살 수 있을까마는 그만큼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사는 사람들은 많다. ‘법(法)’은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해 정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적 규범 또는 관습을 말한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말처럼 인간의 사회생활 보장과 질서의 규범이 곧 법이다.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세분화된 다양한 법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구성원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준법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많은 법을 이해하고 지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힘든 사법고시를 패스해 법조인이 된 사람들은 수 많은 법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법조인들도 과거의 판례와 법전을 들여다보며 적법과 위법을 따지고 논쟁하는 것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명확한 법리적 해석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고 법리적인 논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12·3 계엄과 그로 인한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탄핵심판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보면서 사건의 진실과 법의 정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탄핵심판과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법 해석을 둘러싼 논쟁에 국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법,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키기로 약속한 최소한의 양심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법을 몰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법은 꼭 필요하지만 법조인들이나 정치인들의 ‘언어 유희’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법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 국민들이 살아가는 울타리가 돼 주는 장치가 될 때 법치국가의 위상은 바로 설 것이다.

[김종구 칼럼] 김동연, ‘이재명과 정면 경선 승부’ 선언?

다들 광주로 몰려가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7일 갔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 앞에서 기자회견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11일 찾았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를 찾아 분향하고 절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13일 찾았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에 꽃을 바치고 무릎 꿇었다. 호남 정치인 이낙연 전 총리도 광주 행사를 가졌다. 잠룡이다. 1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목청 높였다. 잠룡도 아닌 전남도지사까지 가세했다. 대선의 시작인가. 제비 오면 봄 온다고 했다. 제비가 봄을 가져 오겠나. 봄 왔으니까 제비 오는 거다. 그래도 봄은 제비에서 온다. 한국 정치사에도 그런 상징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광주에 몰려드는 잠룡 행렬이다. 광주가 바빠졌다 싶으면 대선 온 거다. 특히 민주당에는 예외 없는 풍경이다. 김부겸·김동연·김경수를 잠룡 3김이라 한다. 두 ‘김’이 일주일 차로 광주를 찾았다. 5·18 묘역에 ‘방명록’을 적었다. 나라 걱정을 썼다. 광주 다음 가는 대선 상징이 있다. 행정수도 충청도 이전이다. 참여정부 이후 빠진 적이 없다. 특히 민주당 쪽에는 단골이다. 이 말은 1 ‘김’, 김경수 전 지사가 했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해야 한다.” 16일 방송에 출연한 자리였다. ‘개헌 사항인데 여야 협의 가능하다’고도 했다. 김부겸·김동연도 곧 행정 수도 이전을 말할 것 같다. 김경수도 곧 광주 5·18 묘역을 찾을 것 같다. 이렇게 민주당 대선은 시작된 것 같다. 사실, 대선에 불을 붙인 건 따로 있다. 5일 유시민 작가의 ‘입’이다. “역량 넘는 자리를 이미 하셨다”(김부겸), “착한 2등 전략을 써야 한다”(김경수), “이재명 덕에 되고 배은망덕하다”(김동연).... 난데없이 잠룡들을 평했다. 결론에선 이재명 지키기를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는 건 민주당이 망하는 길이다.” 그런데 흐름은 그의 뜻(?)과 달리 갔다. 조심스럽던 대선판을 되레 들쑤셨다. 모두가 떠들어 댈 명분을 줬다. 그러자 바닥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다. ‘항소심’을 보는 각자 셈법이다. 지금 민주당은 난공불락의 1극 체제다. 원내·외, 당원까지 이재명 정당이다. 설혹 이재명 없는 경선이어도 달라질 건 없다. 이재명계의 지지가 승리 요건이다. 현재 나오는 모든 정치 평론이 그렇다. 사실상 경선은 ‘이재명 없을 때’만 가능하다. ‘당선 무효형’을 받을 때 생길 틈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게 ‘이재명 충성’, ‘이재명 알현’ 같은 경쟁이다. 셈법이야 뻔하지 않나. 이 대표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되니까. 보험은 들어둬야 하니까. 그렇게 보면 김동연 지사는 참 까탈스러운 잠룡이다. 툭하면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기회 소득 대체, 경기 분도 이견, 법인카드 마찰, 지원금 논리 비판.... 여기에 비명·반명계를 측근으로 받아들였다. 자문위원장·경제부지사가 그런 경우다. 조용히 ‘권력 이양’을 기다리는 다른 잠룡과 다르다. ‘권력 쟁취’ 뜻을 굳이 숨기지 않아 왔다. 이 궁금증에 답이 될지 모를 워딩이 전해졌다. 광주행에서 기자들과 나눴던 담소 중 몇 마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건 (이재명 대표) 2심이건 내 갈 길을 가겠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벗어날 경우의 질문이다. 그때도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창당할 생각이 없다.” 민주당 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 안에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기자는 이렇게 정리해 보냈다. ‘사실상의 출마 선언인 것 같다.’ 전해 듣기에도 그런 것 같다. 눈치 보는 잠룡이 아니라 승부 거는 잠룡이 되겠다는 것, 이재명을 대신할 잠룡이 아니라 이재명과도 경쟁할 잠룡이 되겠다는 것 같다. 지금보다는 더 거칠고 예민해 질 국면이다.

[기고] 음주운전, 돌이킬 수 없는 실수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삶을 한순간에 파괴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 사고의 가해자는 대부분 “한 잔쯤이야 괜찮겠지”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한 잔이 누군가의 인생을 빼앗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정부와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면 면허 정지, 0.08% 이상이면 면허 취소의 처벌을 받게 되며 두 번 이상 음주운전에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술을 마시기 전부터 ‘운전 안 하기’를 결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술자리에는 차를 두고 가야 한다. 또 대리운전 앱을 미리 설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계획을 세운다. 마지막으로 술자리에서 “나는 절대 운전 안 해”라고 이야기한다. 둘째, 차량 열쇠를 맡길 줄 알아야 한다. 차량 열쇠를 신뢰할 수 있는 동료나 친구에게 맡기는 것이다. 또 술자리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차 키를 걷어 두면 좋다. 이뿐만 아니라 술자리에 가기 전에 차량을 회사나 집 근처 주차장에 두고 가는 방법도 있다. 셋째, 대리운전·택시·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 각자의 스마트폰에 대리운전 앱을 미리 설치해야 하며 술자리에 가기 전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또 택시비나 대리운전비를 절대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마음속에 음주운전의 대가가 더 크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현재 용인동부경찰서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경우 가해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재범 방지를 위한 엄정하고 강력한 법 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다.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당신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의 안전을 위해 술을 마셨다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화산책] 명품 유물 바라보며 ‘국립경기박물관’ 꿈꾸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은 이 박물관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이다. 수많은 유물이 공존하는 다른 전시실과 달리 오직 반가사유상 두 분이 마주 보며 엄숙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박물관의 미로에 갇혀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도 이곳으로 들어오자마자 벅찬 감동을 느끼며 불상처럼 저마다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얻고 돌아간다. 이전에는 많은 유물을 관람객에게 선보였다면 이제는 단 한 점이라도 관람객의 마음에 남는 것이 목표라는 학예사의 말처럼 박물관마다 내세우는 유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진면목을 드러내기 위해 변모하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14개의 국립박물관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에 집중하며 이곳을 대표하는 유물들을 통해 마케팅을 펼쳐가며 굿즈를 개발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부여의 금동대향로, 경주의 금관, 춘천의 오백나한 등 지역마다 자랑하는 명품이 박물관을 넘어 지역의 자부심이자 품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구 1천400만, 고려 이래 한반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경기도는 아직까지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이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지역에서 발굴된 국보급 유물 중 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이 부지기수이고 지역 정체성에 관한 논의도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은 도처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길 기다린다. 전곡리에서 발굴된 ‘주먹도끼’는 겉으로 보기엔 한낱 돌덩이일 뿐이지만 우리의 역사를 구석기로 앞당겼으며 더 나아가 세계 고고학계를 뒤흔든 쾌거였다. 고려시대 수도 개경에서 가까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사찰이 불법(佛法)을 널리 행했다. 안성 봉업사, 여주 고달사, 용인 서봉사 등 현재는 터만 남아 흩어진 석조물만 그 자취를 짐작할 수 있지만 회암사에서 출토된 화려한 유물들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명품이라 할 만하다. 특히 왕실 인물들의 이름이 새겨진 금탁과 수막새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다. 조선 이후 수많은 사대부 가문이 이곳에 세거하며 초상화, 글씨첩, 복식 등을 가보로 여기고 후손을 통해 대대로 이어져 왔다.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초상화들은 중앙박물관에 버금가는 컬렉션을 자랑하며 흉터, 점, 수염 한 올까지 상세하게 그 인물의 정신까지 묘사한 그림을 바라볼 때마다 절로 경외를 표하게 된다. 경기도가 자랑하는 명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가 반도체라면 조선이 자랑하는 물품은 단연코 도자기다. 일본의 영주들은 명품 다완을 얻기 위해 성 하나를 기꺼이 바쳤으며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사기장들을 데려가 유럽에 수출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조선 도자기의 핵심은 백자인데 왕실백자를 생산하는 전용가마가 자리한 곳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분원이다. ‘꾸미되 사치스럽지 않고 질박하되 누추하지 않은’ 철학이 담겨 있는 백자들은 특유의 매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경기도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백자모란넝쿨무늬병은 현대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끼친 천하의 명품이라 할 만하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처럼 수많은 가문이 이 땅에 마지막 안식처를 마련했다. 회격묘라는 특별한 매장법으로 인해 이장 과정에서 직물이 부패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된 복식들은 고스란히 박물관에 기증돼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왕실 종친 복식은 당대 최고 수준으로 정교하게 수놓인 자수는 수백년이 흘러도 그 자태를 뽐낸다. 현존하는 가장 큰 철불인 하사창동 철조여래좌상을 비롯해 경기를 연고로 하는 수많은 명품 유물을 이 지역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경기도의 안타까운 현실일지 모른다.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진열장을 넘어 그 지역의 문화산업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루빨리 경기도의 국립박물관 유치가 수면 위로 오르길 기대한다.

[천자춘추] 날마다 새롭게 또 새로워지자

기후 변화 때문인지 올겨울은 유별난 것 같다. 이상 고온과 한파가 공존하는 널뛰기 날씨로 절기상 우수이지만 곳곳에 쌓인 눈이 활동을 불편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필자가 소속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경기지역본부 직원들은 겨우내 하지 못한 국유일반재산 현황조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연간 조사 대상 재산을 확정하고 조사 차량과 드론 성능 점검은 물론이고 드론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변동사항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하루 종일 발품을 팔며 10필지 정도를 조사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는 드론 1회 비행 시 약 480필지를 촬영할 수 있다. 또 촬영 영상을 인공지능(AI)이 기존 관리 데이터와 비교해 무단점유나 현황 변경 등을 판단해 주기 때문에 재산 담당자는 발품을 팔지 않고 대부·매각, 변상금 부과, 고발 조치 등 재산관리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캠코가 추진한 ‘캠코형 디지털 전환’ 혁신 노력이 비약천리(飛躍千里)처럼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캠코는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국유재산 법령 등 관련 지식을 학습한 생성형 AI 챗봇을 출시하고 업무 수행 시 필요한 정보를 그 출처와 함께 대화 형식으로 제공해 서비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결국 이러한 혁신 노력은 국가 재정 기여와 공공 자원의 효과적 활용, 재산 관리의 투명성과 신뢰 증진 등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올해 경기지역본부는 업무 혁신으로 경감된 국유재산 관리 업무량을 지역주민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투입하려 한다. 국유재산 이용 신청 양식에 업무 절차 안내를 추가해 민원인의 이해를 돕고 접수된 신청서를 관리자가 정기 점검해 처리기한 단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고객만족(CS) 교육도 강화해 직원들의 고객 친절도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다. 대학(大學)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있다.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지자’라는 의미인데 기관이나 기업이 혁신을 위해 끝없는 노력한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캠코 경기지역본부도 지역주민을 중심에 두고 일신우일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날마다 혁신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신뢰받는 지역 내 일등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경기만평] 머지않아...

[사설] 이재명 실천 없는 우클릭, 국민의힘 논리 없는 비난

‘이재명 우클릭’이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정책 변신이다. 15일에는 ‘상속세 면세 18억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산층에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상속세 기준을 언급했다. 페이스북에 ‘민주당 안’이라며 적었다.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증액(18억원까지 면세).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고도 썼다. 표현에 정책적 타깃이 선명하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중산층’이다. 주택을 대하는 중산층의 정서도 자극하고 있다.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 전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거기서도 “중산층에서는 집 한 채 상속세 부담을 우려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10억~18억원은 중산층이 집중적으로 포진한 자산 구간이다.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다. 국민의힘이 ‘가짜 우클릭’으로 맹공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발언의 적·부당성 여부에 대한 논쟁을 떠나 댓글부터 보라”고 밝혔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일은 또 뭐라고 말을 바꾸려나’,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 실시간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예외 수용,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기본사회 위원장직 사퇴 등을 시사했지만 현실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댓글’로 이 대표 우클릭 행보를 비난하는 성명이다. 사실 ‘이재명 우클릭’은 혼란스럽다. 주 52시간은 문재인의 정책 유산이다. 전 국민 25만원은 본인의 총선 공약이다. 기본사회 위원장직은 그의 정치적 상징이다. 이 중대한 사안들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꾀했다. ‘예외를 두겠다’, ‘철회할 수 있다’, ‘손 떼겠다’고 했다. 국민에 대한 선언이자 약속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된 게 없다. ‘없던 일’이 됐거나 ‘실천 모습’이 없다. 국민의힘에서 ‘거짓 클릭’이라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방식도 틀렸다. 집권 여당다운 논리적 반박을 내야 한다. 이번 상속세 개편 방향도 그렇다. 국민의힘도 상속세 개편에 대해 방향을 가지고 있다. 공제한도 완화를 포함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까지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대표가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며 특정한 게 이 부분이다. 그랬으면 당의 기존 논리가 가미된 비판으로 반박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 아닌가. 실천 없이 던지는 이재명 우클릭, 그 공세의 목표는 화두 선점일 것이다. 논리 없이 비난하는 국회의힘 대응, 이 반격의 결과는 화두 상실일 것이다.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가고 있다. ‘25시간’, ‘25만원’, ‘상속세’, ‘정년 연장’.... 이런 화두의 주인은 이재명 대표다. 불과 며칠 새 이렇게 됐다.

[사설] 추락하는 청년고용률, 대책 마련 시급하다

대학들 대부분은 2월 중순 전후에 학위수여식을 거행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에서부터 8년 정도 걸려 대학원까지 마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받은 학위증서이기에 당연히 축하를 해야 하고 또 졸업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졸업식에는 이런 기쁨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많아 안타깝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경제도 초불확실성하에 있어 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채용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해 사회 진출에 부푼 대학졸업생들이 고용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실업계고등학교 졸업생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러한 고용 한파는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5천명 늘었지만,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21만8천명이나 급감해 202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8%로 1.5%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2013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인 16만9천명이 감소해 더욱 청년고용의 한파가 심하다. 이는 기업들이 수시로 경력직 위주로 직원을 뽑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채용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층은 43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명 증가했다. 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할 경우 구직단념자가 돼 사회적 불안 요소가 된다. 청년 고용 문제는 단순히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 발전과 깊이 연관돼 있다. 즉, 청년의 미래가 한국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치권은 청년 고용 한파 타개책 등 민생 문제는 제쳐두고 극단적 대립 속에 정쟁만 하고 있으니 과연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겠는가. 청년 고용 한파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경제 활력을 제고함으로써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치권은 임금체계의 개편, 노동시장의 유연화, 주 52시간 근무제의 완화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 입법을 마련해야 된다. 단기적으로 오는 20일 개최될 예정인 여야정국 정협의회에서 추경을 통해서라도 청년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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