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전동킥보드 유감

위험하다. 운전자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보행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전동킥보드로 대표 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얘기다. 이와 관련된 교통사고의 35%를 무면허 운전자가 일으킨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최근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교통안전연구’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팀은 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활용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PM 사고 관련 5천900여건의 데이터를 수집, 이 중 사고자 연령대가 확인된 5천86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20세 미만이 32.4%로 가장 많았고 20대 32.1%, 30대 14.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5.5%에 그쳤다. PM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16세 이상 취득 가능)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고의 34.6%(2천27건)는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이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면허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20세 미만이 67.6%, 20대 18.6% 등이었다. 연구팀은 “운전면허 취득을 유도해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1년간 PM 이용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운전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용규칙에 대한 인지율과 준수율 등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준수율은 대부분 인지율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PM을 탈 수 있는 도로를 다니고 안전모를 착용한 채 운전하는 경우는 26.0%였고 승차 정원과 음주운전 금지 규칙을 준수하는 비율은 각각 77.0%, 82.0%인 것으로 나타났다. PM 관련 안전교육이 시급하다. 단속 강화를 통해 음주운전, 동승자 탑승 등 PM 운전자의 법규 위반도 적극 관리해야 한다. PM 관련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면 언제 대형 사고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을 열면서] 건강한 글로벌 음식 ‘한식’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라맛이 유행이다. 낯선 향과 맛에 익숙해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1900년대 초 먹기 시작했던 자장면처럼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최소 50~100년 즐기는 음식을 ‘한식’이라고 정의한다면 서울 사람이 지금 먹는 음식을 ‘동시대의 음식(Contemporary Food)’이라 하고 한식이면서 서울 사람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서울 가정식’이라 표현하겠다. 전통과 현대가 뒤섞여 우리가 매일 먹고 즐기고 있는 서울의 음식문화를 정리해 본다. 서울이 넘치는 에너지와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매력적인 도시로 알려지면서 한국의 음식 또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한식을 접한 외국인들은 건강한 재료와 깊은 맛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은 이미 해외에서도 친숙한 음식이 됐고 이제는 한식 안에서도 향토음식, 지역음식을 구분해 관심을 갖는 외국인도 많다. 고려시대 사찰음식의 영향을 받아 건강한 음식을 기본으로 한 궁중음식은 신선로와 구절판, 탕평채가 보여주듯 화려함이 더해져 아름다운 음식문화를 만들었다. 양반가의 음식은 좋은 식재료와 각종 나물류 등이 깔끔한 조리법으로 제례문화와 함께 발전됐다. 의례를 존중하는 궁중과 양반문화의 영향으로 음식의 가짓수가 많고 조금씩 차려냈다. 또 설렁탕이나 꼬리곰탕 같은 서민의 음식에서 유래된 음식들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국물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의 수도였던 서울은 단순한 지역 요리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이 응축된 한식의 중심축이다. 왕이 통치하는 곳이니 외국의 사신이 드나들어 각종 향신료와 조리법도 전해졌다. 전국 각지의 식재료와 조리법뿐만 아니라 외국의 식문화가 모여 발전해 궁중 음식과 양반가의 격식 있는 상차림이 있었고 서민 음식과 조화를 이루며 독창적인 가정식을 형성해 왔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울 음식은 간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지나치게 맵지 않을 정도의 맛을 지닌다. 궁중 음식의 영향으로 재료를 곱게 채 썰거나 다지는 등 정성이 깃들어 있고 상에 낼 때는 깔끔한 백자에 먹을 만큼만 냈던 것도 특징이다.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지만 현대에 들어서도 글로벌 흐름 속에서 다양한 변화를 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가정식은 한식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음식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현대의 웰니스 트렌드, 미니멀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자연을 고려한 식재료 사용, 절제된 양념과 현대적인 조리법은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고 김치나 비빔밥 같은 채식 기반의 한식 메뉴는 글로벌 음식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서울 가정식은 단순한 한 지역의 음식이 아니라 한식의 중심이자 글로벌 한식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요소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문화와 결합하면서도 전통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서울 가정식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특히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물려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퓨전 요리로 변화하면서 한식의 세계화를 이끄는 중심축이 될 것이다. 서울 가정식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지속가능한 음식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이슈&경제] 인천의 보물섬, 글로벌 명소로 가는 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여가 패턴은 웰니스 관광과 같은 심신의 피로와 안정을 도모하는 휴식형으로 집중되고 있다. 웰니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섬’은 매력적인 휴가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섬, 관광, 문화, 지역주민을 키워드로 해 섬을 특화하는 관광 사업으로 인천(백령도) 등 전국의 5개 섬을 ‘가고 싶은 K-관광 섬’으로 선정해 전폭 지원하고 있다. 웰니스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며 가장 주목받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는 2023년 전 세계 웰니스 시장 규모는 약 6조3천200억달러로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약 8조9천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IT(약 4조9천700억달러) 및 스포츠(약 2조6천500억달러) 시장보다도 큰 규모로 성장하며 세계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섬’ 지역 활성화 논의는 지역민의 거주환경 개선 및 생태, 녹색, 에코, 도서, 웰니스 관광 등 다양한 목적으로 1970년 초반부터 50여년 지속돼 오고 있다. 이처럼 긴 세월 동안 섬 활성화 논의 및 지원이 지속되는 것은 섬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섬은 시공간을 초월해 매력적인 휴양지임이 분명하지만 다원적 공간으로서 섬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시간이 겹치는 장소다. 관광객에게는 웰니스 휴양 공간이 되지만 동시에 지역민에게는 치열하게 살아내는 ‘삶’의 공간이다. 특히 섬 관광지는 일반 관광지와 다르게 환경보호·보전과 지역민의 안정적인 생활환경 구축이 우선된다. 따라서 섬별로 개발의 개념과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무분별한 개발은 제한돼야 한다. 한편 필자의 일터가 있는 인천은 팔색조와 같은 각기 다른 매력적인 168개(유인도 40개, 무인도 128개)의 아름다운 섬이 있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인천 섬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웰니스 관광객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웰니스 관광뿐만 아니라 레포츠, 크루즈, 교육 및 워케이션 등 다양한 니즈까지도 충족시키기 위한 다방면의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파인&길모어(1999년)의 체험경제학(4Es) 모델을 중심으로 인천 섬 자원 활용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세계적 섬 관광 명소로서 멕시코 칸쿤과 전남 청산도를 소개한 바 있다. 또 인천 섬의 특성을 중심으로 크루즈 등 해양레저 관광으로 엔터테인먼트 체험, 서해 5도와 강화도 중심의 안보·평화의 섬 등은 교육 체험, 굴업도나 인천대교의 낙조 감상 등은 미적 체험, 덕적도 일원에서의 자전거(MTB·해변 경관 라이딩) 및 마리나(요트·보트)의 연안 레포츠는 현실도피 체험으로 해 인천 섬 관광 콘텐츠 개발을 제언한 바 있다. 백령도의 경우 워케이션 환경 구축과 함께 기업 주도형 및 개인형 전략 전술을 병행한다면 명실공히 국내외 다수가 찾는 ‘워케이션 섬’으로의 자리 매김이 가능할 것이다. 백령도는 국토교통부의 ‘도서 소형공항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향후 공항 건설이 예정된 만큼 향후 접근 취약점을 보완해 워케이션 섬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연·인문·사회적 자원(기암괴석, 콩돌해안, 접경지역, 효녀심청 스토리 등)이 뛰어나며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워케이션 섬으로 적합하다고 본다. 백령·대청·소청도와 같은 인천의 먼 섬 활성화는 국가 영토 수호의 공익적 가치까지도 실현할 수 있다. 워케이션(Workation)은 워크(Work)와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글로벌 기업 구글을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LG유플러스, SK, 롯데, 네이버 외에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전략 수립 및 실행이 인천 섬을 ‘잠시 머무는 섬’이 아니라 ‘살고 싶은 섬’으로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는 데 일조해 글로벌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통계로 본 아동학대, 결국 부모교육으로 이어진다

“아동학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6천103건, 2023년 4만8천522건에 달했으며 2024년 5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신고 건수가 아동학대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신고 건수 중 50~60%만이 아동학대로 판단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 관리를 통해 지원을 받는다. 흥미롭게도 출산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음에도 아동학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학대받는 아동 수가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긍정적인 해석으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신고자의 유형을 보면 신고의무자나 주변인의 신고보다 아동 본인이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동권리와 학대예방교육이 학교 및 지역사회를 통해 꾸준히 이뤄진 결과로 교육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동학대는 가까운 곳에 있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85% 이상이 부모이며 95% 이상이 보호자로 나타난다. 이는 아이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 주양육자로부터 학대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동보호는 아동의 권리이자 보호자의 책무’라는 당연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가정 내에서는 훈육과 체벌이라는 명분으로 아동의 권리가 침해돼 왔다. 2021년 이른바 ‘징계권’이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이 훈육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우며 완전한 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부모교육.” 아동교육은 이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필수교육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단체에서도 ‘아동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요’, ‘우리 몸은 소중해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권리와 안전교육이 유아 단계부터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부모교육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부모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한계가 크다. 성인의 인식 개선은 아동과 달리 기존의 경험과 학습으로 형성된 사고방식 때문에 변화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부모교육의 장을 더욱 확대하고 의무교육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자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간섭이 아닌 사랑으로 전달될 때까지 부모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질 때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경기만평] 정말 쏠까...?!

[사설] 멈춰선 남한산성 폭설 복구, 행정이 있긴 한가

이번 겨울 남한산성은 두 번의 재해를 겪었다. 첫 재해는 폭설로 인한 소나무 훼손이다. 지난해 11월27일 46.9㎝의 폭설이 내렸다. 대량의 습기를 머금은 눈의 무게로 피해가 컸다. 경기 남부권 농축산 농가 피해를 언론이 조명했다. 그때 남한산성 주변 소나무 150여 그루도 초토화됐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통째로 넘어갔다. 유동 인구가 많은 1코스 3.8㎞ 구간 피해가 특히 컸다. 흉할 뿐더러 위험천만하다. 이 구간에는 지역주민의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 전쟁물자 등으로 소나무가 잘려 나갔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1927년 ‘남한산 금림조합’을 만들었다. 돈을 모아 소나무를 심고 도벌을 막았다. 이렇게 조성된 100년 이상 소나무들이 무더기로 부러진 것이다. 그중에는 수어장대(守禦將臺) 옆 소나무도 있다. 수령 200년 넘는 명물로 관광객의 사랑을 받던 나무다. 관리 되지 않은 소나무에 피해가 집중됐다. 두 번째 재해는 복구 작업 중 사망 사고다. 훼손된 나무를 벌목하던 60대 남성이 나무에 깔려 숨졌다.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센터 소속 기간제 근로자다. 사고가 난 것은 12월17일 오전이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됐고 노동부가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남한산성 일대의 복구 작업이 중단됐다. 부러진 소나무 잔해가 두 달 넘게 위험천만하게 방치돼 있다.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되기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40.5일이다. 해제를 위해 공사 주체 측이 해야 할 조치가 있다. 전반적인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안전·보건 환경 개선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에 근로자의 의견서를 받아 해제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노동부가 이를 근거로 위원회를 열고 해제를 결정한다. 남한산성은 근로자 작업으로부터 60일이 다 돼 간다. 하지만 현장 작업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보다 못한 지역 정치인들이 나섰다. 성남, 하남, 광주 지역 도의원 7명의 성명이다. 남한산성 폭설 피해의 조속한 복구를 촉구했다. 여기의 핵심도 작업중지명령해제를 위한 노력 촉구다.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행정기관이 해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흉물스러운 외관은 차라리 봐 넘긴다고 치자. 나뒹굴거나 매달린 가지는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당초 피해도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 관리된 지역과 차이가 확연하다. 이어 복구 현장에서 안전 사망 사고까지 났다. 여기에 그 작업중지명령 해제 노력조차 시원찮다. 오죽하면 3개 시•도의원들이 들고 일어났겠나. ‘제발 복구에 성의 좀 보이라’고.

[사설] CCTV 교실 설치 논란, 이번에는 결론내자

대전 한 장례식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정 사진에는 있어선 안 될 앳된 소녀가 있다. 교사에 의해 참변을 당한 김하늘양(8)의 마지막이다. 충격이 큰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의견도 쏟아져 나온다. 그 중 하나가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다. 김양이 다녔던 학교에도 CCTV는 있었다. 하지만 범행이 벌어진 2층 복도, 돌봄교실, 시청각실에는 없었다. 지금 제기되는 CCTV 설치 장소는 바로 이런 내부 시설과 교실 등이다. CCTV는 범죄 증명 기능과 범죄 예방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범죄를 사후에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도 있다. 김양 사건에도 이런 안타까움이 있다. 가해자인 교사가 CCTV가 없는 공간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모든 공간이 채증되고 있었다면 범죄에 돌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CCTV 설치 확대 주장은 충분히 논의 가능한 대안이고 주제다. 중요한 건 이 문제가 특정 시기의 여론에 따라 좌우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23년은 교권 회복이 여론을 이끈 때였다. 그해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했다. 학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었다. 언론 등에서 교권 실추의 사례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의정부 한 초등학교 교사 2명 사망 사건, 양천구 한 초등학교의 교사 교권 침해 사건 등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치권은 일제히 ‘교권 보호’ 쪽으로 쏠렸다. 학생인권조례는 ‘좌파 이념의 산물’로 내몰렸다. CCTV 설치 문제는 2010년 전후부터 논의됐다. 서울시교육청에는 2024년 9월 기준 603개 초등학교가 있다. 설치된 CCTV가 1만5천413개다. 학교 한 곳에 25개꼴이다. 하지만 교실 내부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컸다. 실제로는 교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 앞선 서이초 사건에서 전국의 교사들이 들고일어났다. ‘교권 회복’ 구호 앞에 CCTV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하늘양 참변은 학생 인권 유린이다. CCTV 문제가 또 전면에 등장했다. 우리는 어떤 결론도 예단하지 않는다. 필요성과 신중론 모두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양비론을 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야말로 논쟁을 끝내기를 권한다. ‘설치하느냐 마느냐’의 일방 선택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조건과 기준을 정하는 현실적 절충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여론과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 서이초의 교권 유린 기억도, 하늘양의 학생 인권 충격도 이 토론에서는 빠져야 한다. 이번만큼은 모두가 수긍할 결론을 내자. 그리고 재론하지 말자.

[지지대] 밸런타인데이에 읽는 ‘동양평화론’

“뤼순(旅順)을 국제무역항구로 개방해 일본과 청나라와 조선 등 세 나라가 공동으로 참가하는 평화회를 조직하자. 이들 세 나라는 공동의 군대를 창설해 동북아시아에서 어떠한 전쟁도 막아야 한다. 재무적으로도 공동 출자해 은행을 설립하고 경제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동양평화론’이다. 구애받지 않고 당당한 의견 제시가 늠름했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친 이는 학자가 아니라 30대 초반의 조선의 젊은이, 안중근 의사였다. 그것도 대학의 연구실이 아니라 북풍한설이 몰아치던 차디찬 북방의 감옥에서였다. 평생을 독립투쟁에 매진했고 중국 하얼빈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1910년 2월14일을 기억해야 한다. 안중근 의사에게 일본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한 날이어서다. 42일이 지난 같은 해 3월16일 형이 집행돼 세상을 떴다. 중요한 건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20여년 전 중국 뤼순 감옥터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날도 요즘처럼 뺨에 엉겨 붙는 겨울바람이 면도날보다 날카로웠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 법정과 형이 집행된 공간이 을씨년스러웠다. 뒷마당에는 당시 처형된 이들의 유해가 버려졌던 동산이 쓸쓸했다. 기억은 늘 이 순간에서 머물고 있다. 뜬금없겠지만 일본의 제과회사가 마케팅 전략으로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날을 밸런타인데이로 만들었다. 1980년 중반부터였다. 그리고 해마다 2월14일이면 젊은이들이 초콜릿을 주고받는다. 원래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269년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결혼은 황제의 허락 아래 할 수 있었다. 밸런타인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순교한 사제의 이름이다. 서양에선 그가 순교한 뒤 이날을 축일로 정하고 해마다 애인들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이날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기 전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순국한 선열들을 먼저 기려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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