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에 집중할 때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뻔뻔한 궤변과 선동, 탈(脫)진실과 혐오에 기대 극우 정치를 확대 재생산하는 정치 세력을 볼 때 내란 종식에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맞다. 그러나 내란 종식과 극복은 내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대개혁을 바탕으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권 교체와 향후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내란 세력을 제도권 정치에서 확실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헌법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의 방벽을 두텁게 재건할 때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 광범위한 인식이다. 진정한 내란 종식은 내란 이후의 세상에 대한 합의와 실천이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새 희망의 비전이 합의되고 추진될 때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의제와 의지가 하나로 모이고 정권 교체의 압도적 힘이 형성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책임과 절실함도 커질 것이다. 2017년 탄핵 직후 이뤄내지 못한 선진적 연합정치와 연합정부의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민주당의 중도 보수 선언이 논란이다. 선거전략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경기에서 46만표를 이겼지만 서울에서 31만표 차로 패배했다. 전체 표차인 25만여표보다 큰 차이였다. 한강 벨트의 중상위층에 대한 핀셋 전략으로 유용할 수 있다. 진보적 과제는 야권 연합을 통해 수용해 나가는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절박한 국민에 대한 설득이 부족하다. 빛의 광장에서 분출한 요구는 선거전략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리셋하는 국가전략이다. 애초에 보수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국민까지 아우르는 국민 통합으로 치환해야 했다.무엇보다 민주당은 주어진 책무를 쉽게 놓아서는 안 된다. 첫째,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치의 평형수가 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극우로 가고 민주당이 보수로 옮겨 간다면 텅 빈 자리에 놓인 의제와 그 의제를 바라는 국민을 대변할 힘이 약해진다. 진보 정치가 약화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무게가 오른쪽으로 기운다는 것은 불평등의 무게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배의 무게중심과 복원력을 지켜주는 평형수를 빼내고 그 자리를 선거전략으로 채우는 것은 위험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떻게 균형을 잡고, 얼마나 평등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민주당이 진보적 균형을 책임져야 한다. 둘째, 민주당은 시대를 읽어야 한다. 민주당이 추구했던 정책과 가치는 언제나 진보와 보수를 넘어 대한민국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행정수도와 국가균형발전,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 국민 참여 확대와 정치개혁, 민주주의와 인권 등의 담론에서부터 주5일제, 무상급식,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아동수당, 고용보험 확대 등 다양한 정책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시대를 채우며 각 분야의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상위 6.8%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상속세 완화 등의 감세와 주52시간 예외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없다. 내란 세력이 낡은 신자유주의로 망친 나라를 살리려면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가치를 더욱 강화하는 비전이 우선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결정적 차이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실질적 태도였다. 미국의 유권자는 구호적 내용보다 차별과 소외, 불평등에 쓰러지는 ‘절망사’를 막아 주는 정부를 원했다. 우리 국민 역시 다르지 않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임대 표지가 붙은 빈 상가를 보게 된다. 분명 희망찬 꿈을 품고 시작한 자영업이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숨통을 조이는 밧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음식점 화재 또한 그렇다. 우리가 모르는 이유로, 우리가 모르는 곳의 숨은 불씨가 화재로 연결되면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삼키는 화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주방의 후드와 덕트에 쌓인 기름 찌꺼기에 조리 기구의 열기로 시작되는 덕트 화재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대형 화재로 확대돼 큰 피해를 남기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내 음식점에서 발생한 화재는 543건에 이른다. 이 중 덕트 화재가 86건(1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덕트 화재의 특징은 외부에서 물을 뿌려도 내부까지 물이 침투하기 쉽지 않고 내부 통로를 따라 화재가 건물 전체로 확산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지난해 12월 안양시 동안구 중식당 주방 화재, 올해 1월 성남시 분당구 음식점 주방 화재, 2월 안양시 동안구 뷔페식당 주방 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음식점 덕트 화재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음식점 주방은 고온의 환경과 조리용 기름의 사용으로 주방 곳곳에 기름 찌꺼기가 끼는데 특히 덕트 속에 쌓여 있는 기름때는 조리 중 튀는 불꽃에도 쉽게 화재로 이어진다. 이런 덕트 화재는 관심만 가진다면 예방할 수 있다. 먼저 설치 기준에 적합한 설비를 설치하자. 배기 덕트는 화재 예방법에 따라 0.5㎜ 이상의 아연도금강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내식성 불연재료로 설치해야 하며 주방 시설에는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필터 장치를 필수적으로 갖춰 화재를 예방해야 함은 물론이고 식용유 등 기름 화재에 적응성이 있는 K급 소화기 비치와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주방 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해 화재에 대비해야 한다. 설비를 기준에 맞게 설치했다면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3개월마다 소방국의 승인을 받은 청소업체에 점검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덕트 내부 기름 찌꺼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덕트 내부 기름 찌꺼기가 약 5㎝ 두께로 쌓이면 발화점이 원래 기름과 큰 차이가 없다. 주방 덕트 화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화재다. 정기적인 청소와 적절한 관리, 평소의 자발적인 주방 상태 점검과 안전 수칙 준수는 화재로부터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게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장에 가 보면 어디를 가나 손님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다. 특히 지방 상권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밤 늦게까지 붐비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10시가 되기도 전에 어두컴컴한 곳이 많다. 시장이 좋아지길 기다리지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악재는 여전히 소비를 위축시키고 지역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침체의 사슬을 끊는 방법은 고객을 모으고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일 텐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자체들도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글로벌 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옴니보어(omnivore)’를 제시했다. 집단의 전형적인 소비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소비하는 ‘잡식성 소비자’를 이르는 말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개인차가 커지면서 이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기존의 고객집단에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전히 고집하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층 소비자들도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고 새로운 트렌드의 수용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고령층 위주의 시장도 트렌드를 반영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열악한 지역 상인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소개한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뱀처럼 예민한 감각을 갖고 대응한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의 개성이 강한 소비자들은 편리한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등 다양한 채널을 폭넓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이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 상인들은 고객과의 소통 채널을 늘려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만들어 내고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산업 중심지로 꼽힌다. 그러나 실리콘밸리가 처음부터 글로벌 정보기술(IT) 허브였던 것은 아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과수원이 가득한 농업 중심지에 불과했던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세계적인 산업생태계를 갖춘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을까. 변화의 핵심은 바로 기업 유치를 통한 산업생태계 구축에 있었다. 1940~1950년대 스탠퍼드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 연구 공간을 제공하며 기술 중심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이후 HP, 인텔, 애플 등 혁신 기업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업과 인재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최근 남양주시는 우리은행과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 협약을 맺으며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시작점에 섰다. 디지털 유니버스는 우리금융그룹의 미래형 통합 IT센터로 남양주는 지난해 말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5천5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우리금융그룹의 중장기 디지털 전략을 담당하는 중추 IT센터이자 시 발전의 모멘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유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이자 남양주 향후 50년 발전의 주춧돌이다.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으로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물꼬를 튼 남양주는 시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제2, 제3의 유망 기업 및 우량기업을 유치해 기업과 인재를 모으는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남양주는 도시의 성장동력이 될 기업에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고 기업이 혁신의 동반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은 ‘남양주 제1호 영업사원’으로서 시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간 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산업용 대용량 전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또 과도한 규제 발굴 및 개선, 기업별 맞춤형 솔루션 제시 등 관계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올해 남양주는 미래전략산업 발굴 및 육성 방안 연구용역을 7월 마치고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 방안을 도출해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연도별 기업 유치 방안을 담은 ‘2030 기업유치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 투자유치설명회, 기업 투자의향 조사용역을 실시하는 등 첨단산업 기반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남양주는 ‘다산 정약용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정약용도서관과 연계, 정약용의 상상을 깨우는 변화와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의중앙선(도농~양정) 철도 복개 및 상부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상 전철인 경의중앙선 철도 구간을 복개하고 상부에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단절된 도심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곳에 일명 ‘정약용벨트’를 구축해 정약용도서관과 이어지는 정약용공원(가칭)을 조성할 계획이다. 비와 눈, 미세먼지 등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실내공원과 함께 복개 구간을 연계한 문화공원, 온가족 테마공원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대한민국 최고의 신개념 미래도시공원이자 남양주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고자 한다. 또 왕숙2지구와 다산2동 사이에 위치한 이패동 일원은 신도시를 잇는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로 묶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올해 ‘이패동 일원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해 도시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이 모이면 인재가 모이고, 인재가 모이면 혁신이 태어나는 선순환이 지속되면서 실리콘밸리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전 세계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민선 8기 남양주는 올해를 ‘남양주 산업생태계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산 정약용의 상상을 깨우는 변화와 발전을 통해 미래형 자족도시로 새롭게 나아갈 것이다.
안양시의회의 허탈과 실망을 백 번 이해한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나. 그 사업지로 안산시 안산선이 선정됐다. 안양시 경부선 구간은 탈락했다. 14년 동안 이어온 시민의 탄원과 노력이 있었다. 관련 예산 승인 등 시의회 차원의 협조 노력도 있었다. 안양시의회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결정을 재검토하고 종합계획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결의가 담긴 시의회 성명서도 24일 발표했다. 안양시가 희망했던 노선은 경부선 석수·관악·안양·명학역을 지나는 7.5㎞ 구간이다. 안양시가 관련 구상을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인근 7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도 안양시가 주도했다. 인근 군포시가 염원하는 지하화 구간도 있다. 금정역과 당정역을 지나는 4.9㎞다. 두 지역의 요구는 ‘경부선 구간’으로 합쳐졌고 경기도를 거쳐 국토부에 신청됐다. 두 지역 모두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20일 공식 입장을 냈다. 14년 전, 본인이 직접 밝힌 대표 공약이었다. 103만명 시민의 서명운동을 이끌어 낸 적도 있다. “이번 결정(안양 구간 탈락)은 14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안양시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하은호 군포시장도 입장을 냈는데 느낌의 차이가 있다.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성을 높이고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대체안을 곧 만들겠다고 했다. 국토부가 밝혔던 공식 입장을 보자. 안산선을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무리가 없는 적정한 규모’가 하나, ‘재원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가 보조하겠다는 약속’이 다른 하나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인할 사업성이다. ‘돈이 되겠느냐’는 불확실성이 크다. 국토부 입장에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안양·군포시가 주장하는 ‘절박한 현실’을 부정한 건 아니다. 사업의 변화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양·군포시가 추진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사업은 법률로써 가능해졌다. 지난해 통과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다. 향후에도 사업 추진의 근거는 열려 있는 셈이다. 안양시 또는 군포시가 민간 사업자의 참여 의사를 끌어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해당 시•군과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성 높은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군포시 입장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도심을 두 동강 낸 경계, 문화·경제의 심각한 단절, 인접 도심의 슬럼화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 이 애물단지를 지하로 넣어 달라는 시민의 수십년 숙원이다. 당장의 서운함보다 미래의 대안을 찾는 게 지혜일 것이다.
디지털 바람은 교실 풍경도 바꿔 놓는다. 머지않아 흑판이나 칠판은 박물관에나 있을 것이다. 전자칠판이 이를 대신한다. 아날로그 시대 칠판의 기능을 디지털화한 스크린 칠판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전자칠판 게이트’라는 신조어가 돌았다.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학교 전자칠판 납품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었는지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의회 사무실을 수색하고 관련 시의원들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이달 초 소환 조사까지 벌였다. 인천시교육청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우선 각 학교 물품선정위원회 운영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 거쳐야 하는 위원회다. 일반 물품은 추정가 1천만원 이상이면 이 위원회에 올라간다. 장애인 생산품 등은 2천만원 이상 물건 구매 시 열린다. 금액 기준에 따라 계약 방법, 계약 물품 등을 정한다. 위원회에는 학교장 외 5인 이상 10인 이내의 교직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그간에는 물품선정위 운영에 대한 명문화한 규정이 따로 없었다. 계약을 각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명분에서다. 당연히 계약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곤 했다. 시교육청은 먼저 ‘클린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클린센터는 각급 학교의 물품 계약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컨설팅도 제공한다. 물품 구입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한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지 않기도 했다. 애프터서비스 가능 여부나 브랜드 평판 등을 따져 본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는 시연 평가에서도 블라인드 평가를 원칙으로 한다. 계약의 공정성을 위해 위원 자격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계약담당자가 물품선정위에 참여,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앞으로는 계약담당자는 평가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비교 평가 기준도 강화한다. 반드시 3개 이상의 물품을 평가하도록 한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점수가 높은 물품을 선정하도록 했다. 운영 매뉴얼을 명문화한 만큼 물품 구입 과정에 대한 감사도 가능하게 된다. 전자칠판 게이트 관련 조치도 포함했다. 경찰 수사 결과 시원의들과 물품선정위 간의 유착 등이 확인될 경우 이를 막을 방안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그간의 물품선정위를 보니 그럴 만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엉터리 계약을 걸러낼 장치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아직 수사 중이지만, 학교 칠판까지 게이트에 오를 줄은 몰랐겠지만. 그나저나 우리 학생들이 전자칠판을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도 걱정이다.
타다 남은 연료 찌꺼기 더미가 수두룩하다. 그 속에 방치돼 있는 건물의 잔해가 스산하기 그지없다. 폭격을 맞은 듯 전봇대가 길가에 쓰러져 있다. 러스트벨트(Rust Belt)로 불리는 쇠락한 산업단지의 모습이다.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돌풍 원인이 러스트벨트의 민심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대안당은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옛 동독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서부 독일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올라가 원내 제2당의 위치에 올랐다. 해당 정당의 정치적 기반이 동독 바깥으로 확장된 대표적인 곳으로 뒤스부르크가 있다. 독일 러스트벨트를 대표하는 도시다. 라인강과 루르강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항만을 배경으로 예전부터 철강산업이 발전했다. 2000년에는 독일 전체 금속의 49%가 이곳에서 생산됐다. 철강산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많이 거주해 한때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이런 가운데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뒤스부르크의 정치적 풍향도도 급변했다. 1970년대 뒤스부르크 인구는 60만명이었지만 일자리가 감소한 탓에 현재 50만명으로 줄었다. 가장 크게 바뀐 건 이민자에 대한 태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출신 근로자들을 수용하면서 이민자를 환영했다. 이민자의 노동력을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원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0년 전부터 중동 난민을 대거 수용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시선이 확 바뀌었다.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한 이민자가 아니라 난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 위해 독일에 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유럽연합(EU) 난민협정을 거부하고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독일대안당 지지율을 올린 밑거름이 됐다. 정치는 결국 돌고 돌기 마련이다. 이 같은 열풍이 비단 독일이라는 먼 나라만의 얘기일까.
귀여운 햄스터가 인류와 맺은 최초의 신분은 실험동물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햄스터는 작고 세대교체가 빠르고 다루기 편하다는 이유로 1930년대부터 실험동물이 됐다. 실험설치류는 햄스터와 기니피그를 포함해 마우스와 래트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감염병과 암 치료, 신약 개발, 식품과 화장품의 독성실험 연구에 사용돼 왔다. 연중 사용되는 실험동물은 미국에서만 최소 2천만마리로 추정되며 설치류가 그중 90%를 차지한다. 중국, 러시아, 유럽 등의 자료를 합하면 규모는 몇 배수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동물실험연구는 오늘날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맹신과 불필요한 이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실제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적용되지 않는 연구나 교육 목적의 해부 수업은 굳이 동물을 사용해야 했느냐는 비판을 받는다. 실험을 위해 일부러 질병을 주입하는 동물이 있다. 이들은 사는 동안 큰 고통을 받는다. 실험 특성에 따라 고통의 단계도 다르다. 김진석 박사는 자신의 저서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서 위해의 수준을 4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관찰 위주의 실험으로 동물이 해를 입지 않는다. 2단계는 한 번의 표본 채취로 작은 불편이 존재하며 3단계는 표본이 자주 채취되거나 억류되는 실험으로 중간 수준의 불편을 겪고 4단계는 본능적 생리를 박탈함으로써 심각한 위해에 직면한다. 동물들은 실험 내내 숱하게 중등도 이상의 고통을 받는다. 다행히 전 세계적으로 이들을 위한 복지 전략으로 ‘3R’s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Replacement), 실험에 이용되는 마릿수를 줄이며(Reduction), 고통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단을 취하라(Refinement)는 뜻이 담긴 이 법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통해 시행되고 있으나 실험동물에게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실험동물로 만들어졌으나 실험에 쓰이지 못하는 동물에 대한 대책은 없으며 실험이 끝나 쓸모를 다한 이들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지, 산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보장의 노력과 관심은 너무나 적다. 그래서 실험동물의 사전·사후 대책에 관한 최소한의 정책과 관리 방안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위대한 연구일수록 실험동물의 기여는 훌륭하고 이들의 고통이 대신한 비용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작은 동물의 노고를 인정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과학적 성과에 초점을 둔 해석만으로는 실험동물이라는 ‘생명’의 가치를 온전히 헤아릴 수 없다. 그들의 희생이 연구의 성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실험동물의 희생은 값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무게로 이야기돼야 한다. 실험동물이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으며 실험의 일부로 평가된다 해도 그들은 물건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다. 태어나기 전부터 누군가를 대신할 운명을 부여받는 생명이 있는가. 우리는 과연 그들의 삶과 죽음을 연구 성과를 위한 필연적인 과정으로만 여겨야 하는가. 실험동물의 희생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 작은 몸을 가진 햄스터 한 마리, 실험대 위의 쥐 한 마리에게 우리가 지고 있는 빚은 연구 성과라는 명목으로 덮어둘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정하고 갚아 나가야 할 묵직한 몫이 아닐까.
지난 1월, 중국의 한 인공지능 개발사에서 공개한 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온 세계가 들썩였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엄청난 자원을 축적해야만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 AI의 등장으로 이제 많은 업계, 분야에서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평이 열렸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인공지능으로의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2025년 안전관리 분야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는 그간 공공 분야에서 선진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자랑하며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올해는 단순한 AI 도구 사용을 넘어 시스템 설계와 실제 업무 접목 단계로 발전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AI를 활용한 업무 전문성 및 활용 범위 확대다. 이제 안전관리 시스템 제작 과정에서 전문 지식이 없는 직원도 AI 기술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토목과 안전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하지만 코딩이나 AI 기술에는 문외한인 직원들이 ‘대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안에 AI를 적용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현실이 됐다. Grok 3, GPT-4.5 같은 최신 AI 기술의 등장으로 2025년에는 업무 맞춤형 프로그램 제작과 배포가 보편화될 것이다. 이러한 도약의 신호탄으로 이번에 신규 개발한 ‘안전서류 점검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수많은 관련 법령에 얽힌 복잡한 규제로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떤 법과 서류가 내 현장에 적용되는지 직관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고, 또 이를 해결해 줄 단일화된 시스템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규 개발된 시스템은 공사비 규모 및 시공단계, 관련 공종에 따라 그에 맞는 서류 목록을 직관적으로 제시해줘 현장 관리자의 능동적인 대처를 가능케 하고 점검자의 확인도 어렵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공사에서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공 분야 안전관리 방식 개선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이를 통해 공사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험 단계로 안정화될 때까지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카메라와 AI를 결합한 고도화 등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이어간다면 자료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세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은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우리의 업무와 사람에게 맞게 재창조하는 해가 될 것이다. 공사에서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며 이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약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