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세계에 더 가까이…국립현대미술관 2024 주요 전시 일정

국내 유일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2024년 주요 전시 일정을 공개했다. ▲한국미술 전 세계 확장 ▲한국 현대미술 심화, 다양성·확장성 모색 및 소외분야 조명 ▲포스트휴먼, 인공지능, 주거 등 동시대 사회적 맥락 주제전 ▲회화, 사진, 뉴미디어 소장품 입체적 조명 주제전으로 미술사 지평 확장 ▲중견·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동시대 미술 경험 확장 프로그램을 목표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올해 미술을 더 가까이할 계획을 세웠다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조망하는 굵직한 근현대 미술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과천관에서 열릴 예정인 전시를 살펴봤다. ◇ 국제기획전·심화한 한국 현대미술…새로운 흐름 살펴보다 위계에 저항하고 수평적 연결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횡단 신체 개념은 여성주의 관점과 접목한다. 국제기획전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가제, 9월~2025년 2월, 서울)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횡단 신체의 관점에서 조망한다.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새롭게 조명되는 여성주의 미술의 다층적 면모를 초국가적·비교문화적 관점, 동시대 관점에서 살펴보는 게 특징이다. 아라마이아니, 아츠코 타나카, 인 시우전, 파시타 아바드, 홍인현숙 등 5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 현대미술 심화하고 다양성·확장성을 위해 기획한 전시도 눈에 띈다. ▲‘이강소’(가제, 10월~2025년 3월, 서울)에선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도와 소통의 역사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 한국 대표작가인 이강소를 조망한다. 체험적인 퍼포먼스와 개념미술, 설치작업, 조각, 추상 풍경에 이르기까지 이미지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작가가 치열하게 창조해 온 시각적 언어를 살펴본다.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이자 최초의 여성 조경가인 정영선(1941~)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는 ▲‘조경가 정영선’(가제, 4월~9월, 서울). 정영선의 조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정원을 서울관에 직접 조성하고, 올림픽미술관 및 조각공원, 대전엑스포공원 등 국가·지역의 주요 프로젝트를 구축해 온 그의 대표작들을 소개한다. 또 정규, 유근형, 김석환, 신상호 등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를 조망하는 ▲‘생활·도자·예술: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11월~2025년 3월, 과천)에선 도자 생활과 예술이 생산한 미적·사회적 가치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 사회적 맥락, 시의성 담고 소장품 활용한 기획전 포스트휴먼, 인공지능, 주거 등 동시대 사회적 맥락과 호흡하는 시의성 있는 주제기획전도 마련된다.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5월~9월, 서울)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비인간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미래상을 제시한다. 오늘날 인간의 행태와 방식이 야기한 팬데믹 상황을 통해 비인간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해 본다. 인간과 인공물이 함께 만드렁 나가는 공생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디자인, 사진,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퍼포밍 홈: 대안적 삶을 위한 집’(7월~12월, 과천)에선 승효상, 임태병, 조병수, 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주택 작업을 통해 주거문제가 첨예해지는 현대 한국 사회를 비평적으로 바라본다. 소장품을 입체적으로 연구·조망해 미술사의 지평을 확장하는 전시도 열린다. 카메라 렌즈로 일상 풍경의 이면을 다룬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3월~8월, 과천)는 미술관이 소장한 대표 사진작품을 통해 도시의 구조와 본질,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고찰한다. ▲‘가변하는 소장품’(가제, 3월~7월, 서울)은 기후위기와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에 미술관과 소장품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고 미래세대에 남겨질 소장품의 생애주기와 현대미술의 속송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1960~1970년대의 구상회화는 미술사에서 비교적 소홀히 다뤄져왔다. ▲‘MMCA 기증작품전: 1960-70년대 구상회화’(5월~9월, 과천)는 최근 5년간 작가와 유족, 소장가 등에게 기증받은 2천400여점의 작품 중 1960~1970년대의 구상회화를 소개하며 미술사의 지평 확장을 꾀한다. 박수근, 황유엽, 박고석, 김태, 김영덕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등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뉴미디어 중견 작가의 작품은 ▲‘동존(同存)’(9월~2025년 3월, 과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올해의 작가상 2024’(10월, 서울) ▲‘새로운 기술, 오래된 이야기 -한·캐나다 VR’ 등 동시대 현대미술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전시도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충실한 전시기획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소장품의 체계적인 연구에 기반한 수준 높은 소장품 구축과 이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을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혜석의 불꽃 혼 담은…이순옥 개인전 '시와 그림'

“누군가가 과연 내 목숨과도 바꿀만한 의미 있던 일이었나 물으면 나는 무어라 말할까.”(이순옥 시집 ‘불꽃혼 나혜석’- ‘작가의 말’ 中)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예술은 후손의 향유를 통해 새롭게 탄생해 영원처럼 이어진다. 지난 16일부터 수원 행궁동 행궁길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순옥 작가의 스물일곱번째 ‘시와 그림’ 개인전에는 열정으로 가득찼던 나혜석의 예술혼, 또 나혜석의 생애와 영혼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찬 이순옥 작가의 삶이 녹아있다. 나혜석의 삶은 ‘불꽃’과도 같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학가이자 운동가였던 나혜석은 평생 글과 그림을 통해 시대를 이야기했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은 그녀를 타오르게 만드는 동시에 그녀 스스로를 타버리게 만들었다. 시를 쓰고 서양화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25차례 치른 작가 이순옥은 나혜석의 삶에 동질감을 느꼈다. 나혜석이 꿈꿨던 세계, 이루지 못한 세상을 연구하며 그녀의 일대기를 집필한 소설 ‘불꽃혼 나혜석’을 집필하던 지난 2016년 이순옥 작가는 과로로 쓰러졌다. 오랜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그녀에겐 오른쪽 마비라는 장애가 찾아왔다. 그녀는 다시 펜을 들었다. 불굴의 의지로 병원에서 보낸 4년여간의 투병 생활 중 왼손가락으로 100편의 시가 담긴 ‘불꽃혼 나혜석’을 지난 2020년 출간했다. 이후 재활치료를 하며 그녀는 “나혜석의 삶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며 그림을 펼쳐냈다. 이번 전시회에서 관객들은 그녀의 시와 시를 집필하며 든 감상을 녹여낸 약 스무작품 이상의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상실의 시대를 지나와 이제 미래를 향한 닻줄을 올린다. 막힌 숨결을 가다듬고 긴 호흡을 하며 항해를 시작한다.…” (‘불꽃혼 나혜석’-‘미래에서 온 여자 사람’ 中) 이번 전시의 메인 중 하나인 ‘나혜석이 세계일주를 하다’에 이순옥 작가는 나혜석이 실제 서울, 북한,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세계일주의 모습을 상상을 통해 녹아냈다. 나혜석의 삶에서 세계일주는 의미가 남달랐다. 1927년 남편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오른 세계여행 길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과 영감의 행복을 주었지만 동시에 불행을 안겨주기도 했다. 작가는 “나혜석이 부푼 꿈을 안고 세계일주를 떠나 고통 속에 돌아왔지만 그게 바로 인생”이라며 “언제 뭐가 일어날지 모르는, 즐겁고 신이 나다가도 어둠이 찾아오고 다시 그 속에 즐거움이 찾아오는 것”이고 말한다. 또다른 작품에서 그녀는 나혜석에 대한 100편의 시를 한 편의 그림으로 압축했다. 활기차고 대담하면서도 강렬함이 특색인 미국의 추상화가 잭슨 폴록을 연구한 이순옥 작가는 “얽히고 섥힌 우리네 인간사를 표현했다”며 “몸은 힘들지만 커다란 작품을 표현해 내며 내 속도 풀렸다”고 말했다. “꽃처럼 활짝 웃어본다. 세상을 품에 안고 어둠을 멀리 쫓아 낸다.…뿌연 안개 걷어 내고 박차고 알에서 깨어난다.”(‘불꽃혼 나혜석’ 시집-‘나혜석이 꽃처럼 활짝’ 中) 전시에는 붉고 강렬한 그림이 여럿 펼쳐져 있다. 이 작가는 나혜석의 가슴 속에 활화산처럼 뿜어나오는 정열과 꽃처럼 피어난 그녀의 모습을 표현했다. 동시에 이 작가 본인의 나혜석에 대한 열정과 갇혀 있는 시대와 민족 속 세상에 대한 여성 예술가로서의 열정을 나타냈다. 이순옥 작가는 원래의 꿈이었던 나혜석 일대기의 소설을 완성하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낼 계획도 가졌다. 그녀는 “영화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시와 그림, 소설이 완성되면 이 모든 과정을 모티브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나혜석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인 수원 행궁동이 지금의 젊은 이들에게 즐거움의 공간이 되었듯 그는 100년 전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존재”라며 “나혜석의 발자취를 같이 즐거워하고 아파하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인간으로 그녀를 본받고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2일까지.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길병민 출연 ‘2024 신년음악회’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024 신년음악회’가 오는 19일 저녁 7시 30분,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에서 열린다. 공연은 새해를 맞은 시민들에게 힐링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청룡(靑龍)의 해를 맞아 흥겨움과 황홀함이 가득 담긴 분위기로 꾸며질 예정이다. 지휘는 국내외 다수의 교향악단, 오페라, 발레를 지휘한 김광현 지휘자가 맡았다. 또 팬텀싱어3와 미스터 트롯2에서 국가대표 성악가로 실력과 대중성을 입증한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1부는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경쾌하고 다채로운 곡을 연주해 관객들에게 활기를 더할 예정이다. 생동감으로 가득한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 작품번호 92번’으로 시작하여 밝은 내일을 기원하는 ‘빠른 폴카 근심 걱정 없이 작품번호 271’,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모음곡 제2곡 중 ‘왈츠’ 등을 선보인다. 2부는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이 무대를 채워줄 예정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김효근의 ‘천년의 약속’, 윤학준의 ‘마중’, 빅시오의 ‘사랑한다 말해주오, 마리우’, 로시니의 ‘소문은 산들바람처럼’ 등의 다채로운 노래를 선사한다. 공연 관람료는 전석 2만원으로 문화회원(1인 4매), ‘2023 송년음악회’ 관람객 대상 20% 할인을 제공한다. 관람권은 군포문화재단 누리집이나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클래식과 전통 국악의 하모니…수원시립교향악단 '2024 신년음악회'

새해 클래식 음악과 우리 민족의 흥겨운 국악의 만남이 펼쳐진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2024년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최희준 수원시향 예술감독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다. 익숙한 클래식 교향곡부터 매력적인 바리톤 김종표의 한국가곡 및 경기민요 소리꾼 송소희의 ‘아리랑’이 연주되고 해금, 대금, 꽹과리, 북과의 협연이 새로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1부에선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에 이어 프랑스 작곡가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가 연주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서 미키마우스가 마법사의 제자로 등장, 경쾌하게 변하는 음악을 영상으로 묘사하며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1부 마지막은 헝가리 국민음악 작곡가 코다이의 ‘갈란타 무곡’이 장식한다. 2부에선 ‘밀양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화려하고 세련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활기찬 리듬의 작곡가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가 무대를 꾸민다. 이어 따뜻한 음성의 바리톤 김종표가 ‘뱃노래’와 ‘청산에 살리라’ 등을 들려주며, 국악인 송소희의 대표곡 ‘사랑계절’과 ‘아리랑’이 대미를 장식한다. 수원시향 담당자는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과, 흥겨운 집시 무곡, 국악과 교향악의 만남 등 다채롭게 준비한 이번 음악회로 2024년 새해를 흥겹게 맞이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4 신년음악회는 수원시립예술단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한 번쯤 들어본 클래식"…수원시립합창단, 살롱콘서트 ‘들으면 딱 아는 그 노래!’

귀에 익숙한 선율이지만 제목도, 가사도 몰라 흥얼거리기만 했던 클래식을 조금 더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고품격 살롱콘서트가 열린다. 수원시립합창단은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들으면 딱 아는 그 노래!’ 공연을 개최한다. 클래식 명작을 모은 이번 공연은 작곡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의 첫 곡이자, 특유의 강렬함으로 수많은 프로그램 삽입곡으로 활용되는 ‘오, 운명의 여신이여’로 포문을 연다. 이어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비발디 사계 中 ‘봄’,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바흐 ‘미뉴엣’, 슈베르트 ‘송어’ 등 우리에게 친숙한 클래식 곡을 엮은 ‘Voice of Spring’이 이어진다. 또,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의 이중창 ‘입술은 침묵하고’,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유선방송 네트워크를 조작해 형무소 사람들에게 들려줬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저녁 산들 바람이 부드럽게’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인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각각 합창과 이중창, 사중창으로 선보인다. 이외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수많은 명곡을 무대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하지영 콘서트 스토리텔러와 박칼린 뮤지컬 음악감독의 해설로 진행되는 이번 연주에서는 이재호 지휘자의 지휘아래 수원시립합창단의 생생한 라이브와 대한민국 대표 엘렉톤 스페셜리스트 한윤미의 연주가 펼쳐진다. 공연 예매는 수원시립합창단 사무국과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K-컬처는 ‘한국인이 보낸 오늘’",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

“K-컬처는 결국 우리가 보낸 오늘이더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는 과연 무엇일까.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에 대한 정의로 K-컬처를 재해석한 ‘한국인의 오늘’을 상설전시관1에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에 개편한 ‘한국인의 하루’ 이후 5년만의 상설전시관1 전면 개편이다. 그 정의는 우리가 보내온 수많은 ‘오늘’의 생활문화와 민속문화다. 전시는 과연 ‘케이(K)’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K에는 우리가 공유해 온 일상생활과 민속문화가 담겨있다. 그 중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물건’, 공유한 ‘취향’, ‘함께’의 순간으로 재구성해 1부 쓸모 있는, 2부 자연스러운, 3부 함께 하는 등으로 꾸렸다. 1부 ‘쓸모 있는’에서는 예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한국인의 물건을 이야기한다. 세계인이 신기하게 본 지게, 옹기, 호미, 한지를 꼽아 선보인다. 우리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지만, 눈길을 주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 물건 지게, 옹기, 호미, 한지를 꼽았다. 2부 ‘자연스러운’에서는 자연을 곁에 두고,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살아온 우리의 취향을 전시했다. 나무의 결이 선명한 문갑, 산수도 10폭 병풍 등 생활하는 공간까지 자연을 끌어들이고, 검은 갓과 화려한 갓끈 이 외에 즐겨썼던 다양한 모자를 통해 K-뷰티가 주목받는 ‘나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살펴본다. 3부 ‘함께 하는’에서는 ‘오늘’을 보내는 현대의 우리 모습을 실감형 영상으로 재현해 선보인다. 전통 요소를 재해석한 현대의 시도는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전 세계인의 열풍을 이끈 K-콘텐츠의 음악 감독 정재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 고(故) 앙드레 김의 옷과 디자인 스케치, 2022년 한국인 최초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수상한 정다혜 작가의 말총공예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세계 어디를 가도 보이는 우리 문화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세계인이 우리의 일상을 함께 즐기는 모습은 친근할 정도”라며 “K는 우리가 켜켜이 쌓아온 오늘의 일상, 그리고 민속에서 비롯한다. ‘한국인의 오늘’을 통해 K로 정의된 우리의 일상을 새로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용인 안젤리미술관, 슈라이벤 작가…“매체 넘나드는 탐험”

슈라이벤(본명 백문서)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108 EXTENDED’와 ‘히말라얀 버킨백을 위하여’가 용인 안젤리미술관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1관에서 만날 수 있는 ‘108 EXTENDED’와 2관에서 펼쳐지는 ‘히말라얀 버킨백을 위하여’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는 관람객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초상을 작가만의 관점으로 어떻게 붙잡아낸 뒤 재구성하고 재해석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의인화된 동물인 ‘수인(퍼리·Furry)’들이 판화, 애니메이션, 설치작품, 게임 등 작가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작가가 만든 세계관 속 현대인의 모습과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을 함께 놓고 저울질해 볼 수 있으며, 각자의 내면과 외면을 오갈 때 보이는 모습이나 드러나는 정보와 드러나지 않는 정보의 간극 역시 곁들여 생각해보게 된다. 전시와 연계된 퍼포먼스 역시 13일에 만날 수 있다. 김상현 연출과 이지영 배우로 구성된 라이브 퍼포먼스 팀 ‘AM1257’은 대중에게 생소한 ‘퍼리’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작가의 세계와 동시대의 현실 사이 그 경계를 이야기하는 데 큰 중점을 뒀다.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를 전공하고 202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슈라이벤 작가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흥미를 연이은 작업물로 엮어내오고 있다. 문예창작을 향한 관심은 서사를 섬유미술에 녹여내는 로보틱아트로 빚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 매체에 대한 탐색도 지속한 만큼,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그로부터 파생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도 그의 궤적을 이루는 일부가 됐다. 이에 대해 슈라이벤 작가는 “섬유미술, 애니메이션,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평면회화, 그리고 게임까지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은 다양한 매체를 탐험하는 자전적인 요소가 골고루 반영돼 있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그의 애니메이션이나 평면 회화를 줄곧 채우는 존재는 바로 ‘수인’들이다. 그렇다면 개, 악어, 호랑이의 형상을 한 인간형 동물들이 과연 어떤 세상에 갇혀 몸부림치고 있을까. 현란한 색의 교차와 배합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시선이 쉽사리 집중될 수 없게 초점이 끊임없이 분산되는 오감 자극의 세계다. 형태가 오롯이 감각된다기보다는 점, 선, 면의 조형성이 먼저 와닿는 오묘한 질감이 배어 있는 곳. 마치 추상화를 흉내낸 것 같으면서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로 자리잡힌 대상들이 계속해서 떠돌고 머무르는 지대인 셈이다. 이에 관해 슈라이벤 작가는 “비재현적으로 보이지만 재현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둔다. 관객의 시선이 화면 한구석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화면 전체로 분산되게 설계해 그림이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공간의 사색' 예술세계 고스란히… 서울시립미술관 ‘구본창의 항해’ 회고전 [전시리뷰]

도시의 풍경에서 출발한 그의 카메라는 자기 자신을 관통한 뒤 주변의 연결된 모든 요소로 뻗쳐나갔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언제나 새로운 관심사를 동력 삼아 세계를 구축하고 전개해 왔다. 도전과 탐색을 마다하지 않는 항해자처럼, 구본창의 항해는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14일 개막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 2층에서 진행 중인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는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알린 구본창 작가의 국내 첫 공립 미술관 개인전이다. 작가의 전 생애를 총망라한 작품뿐 아니라 작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모아왔던 수집품과 각종 자료까지 한데 모아 펼쳐내는 대규모 기획전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호기심의 방’,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이라는 구성을 통해 500여점의 작품, 600여점의 관련 자료 등 총 1천100여점의 전시품을 만난다. ‘호기심의 방’은 구본창의 예술세계가 어디서부터 비롯됐고, 어떤 배경에서 확장될 수 있었는지 엿보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색깔이나 형태를 오랫동안 관찰했다는 그의 사적 취향이 담긴 인쇄물, 버려진 잡동사니, 비누 등의 수집품이 어떤 방식으로 그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줬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모험의 여정’ 섹션에는 독일 유학 시절과 귀국 이후 다뤘던 실험적인 시도들이 펼쳐져 있다. 독일의 거리와 풍경을 찍던 카메라가 어느새 자신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변모해 가는데, 특히 ‘일 분간의 독백’ 등의 작업은 그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귀국 이후 보여준 ‘태초에’ 시리즈는 인화지와 바늘과 실을 끌어다가 사진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인화지 여러 장을 덧대고 꿰매면 조각보 내지는 누더기 옷감처럼 보이는데, 그 자체에서 묻어나는 질감이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하나의 세계’를 통해서는 작가의 내면 변화가 작품의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자신과 연결된 소중한 것들에 점점 몰두해 온 구 작가가 치매를 앓던 아버지의 연로한 육체를 ‘숨’ 시리즈로 찍어내면서 인간 내부를 채우는 것과 인간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들에 관한 사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흰 벽에 식물이 남긴 흔적을 촬영한 것인지, 눈으로 뒤덮인 풍경 속 나뭇가지를 찍어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화이트’나 제주도의 화산암을 수묵화 같은 질감으로 풀어낸 ‘스노우’ 역시 뷰파인더에 여백, 여운, 관조가 주는 감흥을 붙들기 시작한 그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대표 시리즈인 ‘백자’ 연작 역시 이 같은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 ‘영혼의 사원’을 수놓는 ‘문라이징 Ⅲ’과 ‘콘크리트 광화문’도 시공간에 깃든 흔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한희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가의 세계를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애, 작품 시리즈별 제작 계기, 국내외 전시 개최 배경 등의 지표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선보이는 전시”라며 “구본창 작가로부터 출발한 한국 현대사진의 태동과 전개 과정을 되짚어가다 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섰던 그의 궤적 또한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월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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