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공고 관악부 “50년의 하모니, 100년을 노래하라”

수원공업고등학교가 9일 오후 7시30분 수원시 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 ‘관악부 창단 50주년 기념 연주회’를 개최했다. 수원공고 관악부는 개교 다음 해인 1972년 창단해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공연은 ‘50년의 하모니 100년을 노래하라’를 주제로 수원공고 관악부의 50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발전해 갈 100년을 기대하는 의미를 담은 곡들로 연주됐다. 특히 지역사회 관계자와 동문,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어우러져 완성한 이번 공연은 전국 최고의 관악부라는 명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수원공고 관악부는 그동안 KBS전국관악대경연대회, 문화체육부장관기대회, 전국청소년예술단대회 등 각종 전국마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경기도 및 수원시민 행사의 개막식, 폐막식 공연을 주로 담당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창단 50주년 기념 행사와 함께 수원공고가 배출한 세계적인 축구스타 박지성, 김민재 선수를 응원하는 헌정곡으로 ‘Champions(E. Levi)’를 연주했으며, 올해 제4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교 축구대회 준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축구부에게 헌정하는 ‘Butterfiy(국가대표 OST)도 연주했다. 안교관 수원공고 교장은 “수원공고는 관악부와 축구부 등의 예술 분야 이외에도 대한민국의 기술교육의 요람으로 많은 기술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공무원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명문 특성화고등학교로 앞으로도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힘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 작가 5인의 시선…영선갤러리 ‘다섯 개의 창展’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중견 작가 5인의 시선이 고스란히 모여드는 기획 초대전 ‘다섯 개의 창展’이 수원 영선 갤러리에서 지난 3일부터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초대 작가 김민채, 영희, 오혜련, 이오연, 황은화 작가 등 총 5명의 근작 30여점을 한데 모아 동시대 미술의 다채로운 확장성을 논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두 양식의 혼재된 상태를 드러내는 김민채 작가의 연작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영희 작가의 작품에는 몽환의 색채를 통해 형상화된 슬픔과 환희 등 다채로운 감정이 넘실대고 있다. 이어 오혜련 작가는 오감을 매개로 빛의 흔적을 상기했다가 지워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간극을 흔적들로 쌓아나간다. 또 이오연 작가는 욕망의 몸짓, 날 것 그대로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황은화 작가에게 있어 미술은 ‘시각으로 이해하는 철학’이다. 그는 인간의 시선이 머무는 물리적 세계 속에서 규정된 언어 너머에 있는 본질을 탐색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단순히 작품만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교류의 무대가 활성화된다. 11일 오후 3시부터 김형진 영선갤러리 대표(국제사이버대 교수)가 직접 진행하는 특강 ‘김형진 교수의 그림 이야기’는 국내미술시장의 현황 및 전망, 영 컬렉터들의 소장품 등 미술계 이슈와 트렌드를 짚어주는 자리다. 이어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 섹션 역시 낯설게 다가오는 현대미술과 가까워지는 기회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국악합창단 ‘K-판’ 창단연주회, 11일 송도트라이보울서 개최

국악합창단 K-판의 창단연주회가 오는 11일 오후 5시 인천 송도트라이보울에서 열린다. 국악합창단 K-판은 지난 5월 비영리민간단체 한국국악문화진흥원가 국악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창단했다. 초등학생부터 중장년까지 전 세대가 어우러져 국악을 배우고, 합창으로 펼치는 범시민 주도 국악합창단이다. 이번 창단연주회는 대한의 혼(魂), 대한의 흥(興), 대한의 판 등 3부 공연으로 진행된다. 특히 ‘아리랑으로 피어나는 대한 찬가’를 주제로 해 힘든 시기에 우리를 일어나게 한 ‘아리랑’과 ‘대한’의 메시지를 생각하게 한다. 또 이번 무대는 민족의 얼과 뿌리이자 정체성인 ‘국악’을 11곡의 합창곡에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번 창단연주회의 지휘를 맡은 백현호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로, 악아카펠라그룹 토리스 동인으로 활동하며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 등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국악합창단 K-판은 ‘국악의 세계로·미래로·얼씨구’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외 공연을 하고 있다. 광주 빛고을 국악전수관, 인천 전통문화예술대축제, 인천 우리가락 우리마당 ‘얼쑤’, 오라토리오 마르티레스 특별출연, 부평 풍물대축제, 유라시아 문화교류축제, 영동 난계국악엑스포, 인천송일초 문학의 밤, 나주 영산강축제 등 초청연주회와 원주교도소 위문공연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중·일 ‘가면’에 담긴 삶의 지향점…국립민속박물관 ‘MASK’ [전시리뷰]

우리는 역할, 지위 등에 따라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옛 사람들 역시 가면을 쓰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그 속에 소망을 담고 한을 풀어냈다.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가면의 의미와 가면극에 담긴 옛 사람들의 이상을 풀어낸 전시가 열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의 탈을 비롯해 중국의 나희, 일본 가구라 등 유물 2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전 ‘MASK-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을 선보인다.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삼국의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가면을 비교해가며 가면극에 녹여낸 각기 다른 이야기와 삶의 지향을 풀어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일본 ‘가구라’ 가면을 내걸어 일본 가면의 유래와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1부-다른 이야기’는 삼국 가면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국 가면극의 특징은 풍자와 해학, 어우러짐이다. 말뚝이 대 양반, 취발이 대 노장, 할미 대 영감의 대결 구조로 극을 이끌어가다 결국 화해하고 다 같이 춤을 추며 끝난다. 전시에선 곱슬머리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양반’ 가면과 붉은색 얼굴과 큰 코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 남성성을 나타낸 ‘말뚝이’ 등의 가면을 볼 수 있다. 특히 불타지 않아 원형이 보존된 1930년대 ‘동래야류’에 등장하는 말뚝이 가면을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중국의 가면극 ‘나희’는 역사 속 영웅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도드라진다. 여러 소수민족에 따라 나당희·지희·관색희·사공희 등 그 명칭도 다양하다. 전시에선 중국 귀주성 전설에 따른 24신을 그린 가면과 서유기, 삼국연의 등 영웅들을 형상화한 다양한 가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가면극 ‘가구라’는 신에게 올리는 제사의 한 과정으로 연행되는데, 신사에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가구라를 전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부-같은 마음’에서는 삼국의 가면극이 결국 배불리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조명했다. 풍어·풍농의 의미를 담아 ‘강릉관노가면극’에 사용된 ‘장자마리’를 비롯해 중국의 ‘나공’·‘나파’, 일본의 ‘기쓰네’·‘오쿠로텐’ 가면 등이 전시됐다. 특히 국내에 남아있는 탈놀이 가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국보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 11점 등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삼국 가면의 조형성을 비교한 ‘3부-다양한 얼굴’에선 한이 담긴 여인의 얼굴, 웃음기 가득한 익살꾼의 얼굴,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까지 위용을 떨쳤던 옛 한국인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오아란 학예연구사는 “한국, 중국, 일본의 가면극은 형태는 다르지만 잘 먹고 잘 살길 바랐던 마음은 같았다”며 “행복을 추구했던 삼국의 가면 문화를 살펴보면서 관객들도 2024년에 대한 소망, 기대를 가지고 전시장을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달 24일부터 선보인 전시는 내년 3월3일까지 이어진다.

경기필,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선봬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9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경기필 스터피스 시리즈 X -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임헌정 충북도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경기필의 첫 번째 호흡으로, 메인 프로그램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다. 이 곡은 드보르자크가 미국 뉴욕 음악원 교수로 부임해 생활하던 시기에 작곡했다. 미국에 대한 인상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은 작품으로 잉글리시 호른으로 연주되는 2악장 라르고의 선율이 유명하다. 특히 이번 공연엔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백혜선 피아니스트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피아노가 있는 교향곡’으로 알려진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보통 피아노 협주곡이 3악장인 것과 다르게 교향곡처럼 4악장으로 만들어졌다. 또 피아노와 관현악을 대등하게 취급해 교향악적 모습으로 탈바꿈시켰으며, 브람스가 이탈리아 여행 후 작곡해 이국적 낭만이 짙게 배어 있는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임헌정 지휘자는 “음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세상을 한 뼘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며 “누군가 제 음악을 듣고 삶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얻는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일이 또 있을까 한다.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경기필이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원 대표 브랜드 공연 향해”…수원시립공연단 ‘THE BOOK(더 북)’

전통과 현대를 잇는 수원시립공연단이 수원을 대표하는 공연 콘텐츠 구축에 출사표를 띄웠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창작 무예 뮤지컬 ‘THE BOOK(더 북)’이 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펼쳐진다. ‘THE BOOK’은 책을 중심 소재로 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조 시기 규장각 검서관인 이덕무·박제가, 장용영의 장교 무사 백동수가 1790년 편찬한 훈련용 병서 ‘무예도보통지’를 두고 벌어지는 역사 판타지 액션 활극 뮤지컬이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의 풍부한 경험을 살린 연출과 함께 진남수 작가 겸 배우의 대본, 이술아 음악감독의 음악 등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자아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슬립’ 구조로 진행되는 이번 뮤지컬은 무사 백동수가 과거에서 현대로 건너오고, 현 시점 수원에서 촬영 중인 유튜버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등 시공간을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역사 소재를 폭넓게 즐길 수 있도록 서사가 구축됐다. 특별히 극단과 무예 24기 시범단이 힘을 합쳐 분야와 장르를 넘나드는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 9월 새로 위촉된 신규 단원들과 기존 베테랑 단원들 간의 조화를 살펴보면 더욱 깊이 있게 공연에 몰입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 4월1일 권호성 예술감독 부임에 이어 9월26일 정조테마공연장 개관을 기념해 새로운 정체성과 비전으로 무장한 수원시립공연단이 수원시민들과 만나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그동안 정조를 다뤘던 극들이 시종 진중한 분위기로 관객에게 다가갔다면 ‘THE BOOK’은 한층 가볍고 유쾌한 무드를 살려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뮤지컬이 수원을 대표하는 관광콘텐츠이자 브랜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첫 단추부터 잘 끼워보겠다”고 강조했다.

색소포니스트 전용섭과 함께하는 '행복나눔 콘서트' 열려

무르익은 가을 감성을 만끽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지난 3일 오후 6시 화성시 향남읍 소재 카페 파인트리 숲 야외음악당에서는 패밀리 앙상블이 주관하는 행복나눔 콘서트가 열렸다. 행복나눔 콘서트는 색소포니스트 전용섭(색소폰교육협회 회장)씨가 연주를 기부하고 이를 통해 기금을 마련,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열었다. 이날도 관객들은 음악으로 훈훈한 정을 나누는 동시에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눔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는 기회가 됐다. 콘서트에는 드림 앙상블을 비롯해 색소폰 연주자 성미경, 오정애, 이세빈, 유쾌종, 김성태씨가 함께 해 주옥같은 색소폰 곡들을 선사했다. 행사를 주관한 전용섭씨는 음악학 박사로 색소폰 대중화를 위해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음악을 통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봉사자로도 유명하다. 대한민국 옥조 근정훈장, 녹조 근정훈장과 대한민국 사회봉사 대상은 그가 음악을 통해 재능을 기부해 온 길을 잘 보여 준다. 이날 콘서트를 후원하고 장소를 제공한 카페 파인트리 숲 이석준 회장은 직접 색소폰으로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곡 ‘오텀 리브즈(Autumn leaves)’를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회장은 “관객들이 좋아하시니 더 기쁘다”면서 “지역 문화 발전의 초석이 되도록 음악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굴곡진 베토벤 일생 다각도로 조명…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수원문화재단이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를 오는 12월2일 오후 2시와 6시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선보인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악성’ 베토벤의 삶과 내면에 얽힌 이야기를 무대로 풀어낸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2018년 초연 이후 매년 대학로에서 관객을 만나면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 왔다. 특히 ‘프리다’, ‘스모크’ 등 다수의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을 빚어낸 극작가·연출가 추정화와 작곡가·음악감독 허수현 콤비의 대표작으로, 2019년 K-뮤지컬로드쇼 쇼케이스, 2022년 도쿄 라이선스 공연 등 해외 무대에서도 주목 받았다. 무대 위에선 베토벤이 그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인물 마리와 소통하려는 모습이 펼쳐진다. 특히 세 명의 배우가 베토벤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중년 시절을 나눠 연기해 굴곡진 베토벤의 일생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음악을 향한 순수했던 열정, 동료 음악가에게 품은 열등감과 재능에 대한 회의감,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느꼈던 감정 등이 넘실대는 서사가 관객들의 내면에 스며든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의 일환인 이번 공연은 지방 문예회관 운영 활성화와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원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제일 잘나가" 멋쟁이 조선 남자들 [전시리뷰]

조선의 남자들은 어떻게 ‘멋’을 냈을까. 격식에 맞는 옷을 차려입어 예를 갖추고 체면을 차리면서도 ‘갓’의 크기를 늘리거나 줄이고, 모자 안 잘 보이지 않았던 망건에도 수를 놓았으며, 다양한 종류의 갓끈 등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했다. 공·사적으로 외부와 접촉이 많았던 조선의 남자들은 장소와 용도에 따른 의복 뿐 아니라, 장식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실학박물관에서는 이 같은 조선시대 남성들의 장신구 100여점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획전 ‘조선비쥬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여성 못지 않게 화려했던 남성의 장신구를 조명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 남성들의 장식은 ‘머리’에 집중돼 있었다. 하루의 시작은 상투를 틀고 망건을 조이는 일이었는데, 이 같은 행위가 끝나면 꾸밈의 반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조선 남자를 상징하는 장신구 중 으뜸은 단연 ‘갓’이다. 당시 집한 채 가격을 호가하기도 했던 갓은 외출할 땐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숭실대학을 설립한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착용했던 양태가 큰 갓이 눈길을 끈다. 갓은 모자와 양태로 구성되는데, 19세기 전반까지 모자가 높고 양태가 어깨를 넘을 정도로 커지다가 사치와 허비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19세기 후반 들어 양태가 다시 작아지는 모습을 띤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국가민속문화재인 능창대군의 망건과 영친왕의 망건도 볼 수 있다. 남성용 헤어밴드인 ‘망건’은 상투를 튼 뒤 이마에 둘러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없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마가 패일 정도로 꽉 조여매면 눈매가 올라가 최적의 ‘리프팅’으로 인상을 바꾸기도 했다. 능창대군의 망건은 황색 말총과 검은색 말총으로 기하무늬를 넣어 짰으며, 좌우에 매화 옥관자가 달려 있다. 영친왕의 망건은 보다 원형을 잘 갖추고 있으며, 짜임이 섬세한 수작으로 좌우에 작은 금관자와 중앙의 호박 풍잠이 있다. 이 같은 장신구가 어우러진 모습은 ‘권기수 초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63세의 권기수는 양태가 좁은 ‘소립’을 쓰고 좁은 소매에 쥘부채와 선추, 안경을 들고 있으며 붉은 세조대를 맨 형태를 보인다. 실용을 추구한 장신구가 어우러진 조선 ‘멋쟁이’의 모습이다. 이밖에 당시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대나무, 구슬, 유리 등으로 만들어진 ‘갓끈’, ‘귀걸이’, 옷고름을 매는 복식에서 중앙에서 만나는 복식으로 변화하며 생긴 ‘단추’, ‘안경’과 화려한 무늬의 ‘안경집’, 높은 신분인 남성들의 신 ‘태사혜’와 ‘나막신’ 등 남성들의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장신구를 볼 수 있다. 관람객 A씨는 “옛 남성들이 사용했던 장식품은 멋과 실용, 예술성까지 돋보였다”며 “장신구를 하나 하나 해체해서 조선시대 남성들의 멋과 유행을 알 수 있게 했다. 손톱만한 장식에도 각각의 처지와 신분이 드러나 재미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정미숙 학예연구사는 “조선 남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어떤 장식을 하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실용성에 바탕을 둔 장신구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공예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선보인 이번 전시는 내년 2월2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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