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표현한 현대사회의 단면…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 [전시리뷰]

타인에 대한 불안, 강박 등 현대사회 속 일상을 선으로 재해석한다. 무질서한 선이 중첩되고, 또 밖으로 뻗어나가 모든 작품이 하나의 영상처럼 전환된다. 특유의 선형 기법으로 현대사회의 관계를 표현한 김봉각 작가의 개인전 ‘이탈다수’가 지난달 31일부터 아르띠앙서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선 김 작가의 자화상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의 현대인을 형상화한 작품 18점을 만날 수 있다. ‘이탈다수’는 김봉각 작가가 새롭게 만든 단어로, 현대사회의 관계를 투영해 현대인들이 서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 김 작가는 어릴 적 우연히 고압전선 감전 사고를 목격한 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빨간색을 보면 식은땀을 흘렸고,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 습관도 생겼다. 특히 주변을 전깃줄과 같은 ‘선’으로 기억하는 표현방식이 만들어졌다. 이에 김 작가의 작품은 ‘선’이 배경을 이룬다. 선과 선 사이를 일종의 ‘틈’으로 인식하고, 실제 틈 사이로 지나쳤던 현대인들의 잔상을 표현하는 식이다. 김 작가는 “출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무표정하고 무기력한 현대인들의 표정을 관찰한다”며 “또 목적지를 가다 보면 수많은 출입문을 지나는데, 문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 틈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을 중첩된 이미지로 편집한다”고 작품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김 작가의 대표작 ‘이탈다수 16’을 볼 수 있다. 작품은 한 인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형상화해 장면의 전환을 연속적으로 담았다. 평면에 담겨 있지만 중첩된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이 작품은 작가가 애정을 들여 키웠던 식물 등을 그려 넣어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포착했다. 이와 함께 여러 차례 선을 중첩해 내면을 관찰하고 투영한 김 작가의 자화상인 ‘이탈다수 1’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선을 그려 넣지 않았던 그의 초기작 ‘감정시선 21-1’과 최근 작품인 ‘이탈다수 12’ 등을 비교해 작품 과정의 변화를 느껴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김 작가의 19번째 작품을 함께 만드는 참여형 공간도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이 ‘기억에 나는 얼굴’을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김 작가가 그 위에 선 등을 입혀 작품을 완성하는 형태다. 김봉각 작가는 “작품에는 가로선이 걸쳐져 있거나,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들이 있다. 이 라인들이 서로 연결되면 분할된 이미지가 영상처럼 작용한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작업한다”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일상의 고요한 순간들, 혹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미디어 아티스트 권현진 개인전 ‘Pierced Body’…고장과 작동 사이 불어 넣은 숨 [전시리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으로 세상을 구분한다. 지지직 거리는 화면의 TV 스크린, 계속해서 잡음(노이즈)이 담기는 카메라는 흔히 말하는 ‘내다 버려야 할’ 고장 난 기기들이다. 권현진 작가는 우리 모두가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으로 구분되는 사회에서 무언가의 가치와 의의 그리고 유용성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던지는 예술가다. 그가 던진 두 번째 질문. 미디어(기기) 너머의 세상은 과연 무엇일까. 4일 독립예술공간 아트 포 랩 에서 막을 내린 그의 첫 번째 개인전 ‘☒☒☒ : Pierced Body’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매개체로서의 기기를 파손함으로써 생명력을 입증해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미디어(대중매체)를 예술에 접목한 ‘미디어아트’는 무언가를 전달하는 매개체 모든 것이 소재다. 권현진 작가는 이미지 재생 기기를 드릴과 레이저로 절단하며 그 행위에서 발생한 우연한 이미지를 실험한다. 스포츠 중계, 뉴스를 보여주는 TV 스크린, LED 화면,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노트북, 갈수록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 일상의 모든 것이 재료다. ‘☒☒☒ : Pierced Body’에서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그가 한 실험의 결과물을 지켜보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관통된 몸’이자 ‘구멍 뚫린 기기’를 통해 그는 무엇을 드러냈을까. ‘one mouth, one Monitor’(2011)를 마주하며 처음 드는 감정은 ‘당황스러움’이다. 마치 방금이라도 문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활용됐을 것 같은 흔하디 흔한 노트북. 그런데 모니터의 화면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주위로는 마치 계란 프라이의 흰자처럼 검정색 화면이 펼쳐져 있다. 검정색이 아직 닿지 않은 모니터 구석자리의 남겨진 일부 공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10여년 전 독일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하던 그는 “내 입으로, 내 목소리로 직접 말해보고 싶다”란 생각에 모니터에 입을 냈다. 재밌는 것은 그 후에 벌어진 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갈수록 관통 행위로 인해 스크린이 어둡게 나타나는 검정 구간이 넓어졌다. 처음에는 구멍 근처에 얇은 띠처럼 까맣게 보이던 구간은 갈수록 넓어져 지금은 모니터의 대부분을 덮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기기의 ‘몸체(body)’에 구멍을 냄으로써 숨을 불어 넣게 됐다. 영상의 재생 기기라는 수단으로 존재하는 모니터는 인간에 의해 관통되고 파손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그렇게 그는 고장과 작동 사이 시공간을 벌어 놓으며 지연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끝내 영상을 볼 수 없게 되더라도 이를 고장이라 볼 수 있을까요.” 작품을 통해 권 작가가 드러내는 반문이다. 모니터에 언뜻 비친 영상은 입을 벌리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다. 그 속에 뚫린 구멍은 모니터로 닫혀 있던 모니터 너머의 세상을 관객이 자신의 눈과 입, 귀로 ‘직접’ 보고, 말하고, 들을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Monitor Wors’(2016) 시리즈에선 피부와 혈관이 드러난 모니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one mouth, one Monitor’(2011)가 완전히 관통된 기기라면 ‘Monitor Wors’(2016) 시리즈는 ‘닫힘’과 ‘열림’ 사이의 중간이다. 마치 병원에서 신체 일부의 엑스레이를 보는 것처럼 LED 화면 너머로 이를 구성하는 조명기기나 TV 스크린 액정 너머 초록색 기기판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는 매체는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그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 위로 작가는 창문 위로 흘러내리는 빗물 같은 파란 바다나 끊임없이 모래가 자글자글한 사막의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하드웨어에 네모난 구멍을 뚫은 행위는 그 위에 소프트웨어로 재생되는 영상에 변형을 가져왔다. 권 작가가 초·중반기 모니터 작업에 주력했다면 최근엔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공간을 조작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특히 ‘프레임’(2023)에선 관객에게 기기를 통해 눈으로 보고 있는 현실 너머의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불어 넣었다. 권 작가는 “카메라 조리개의 공간을 어떻게 조정하는 지에 따라, 빛을 어떻게 조정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현상이 우리 눈에 포착되는데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미디어로 둘러 쌓인 세상에서 이를 ‘뚫는’ 관통의 행위 끝에 우리가 목격한 것은 무엇일까. 권 작가는 “꼭 무언가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매체에 대한 권 작가의 실험 정신이 내디딜 다음 단계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한국과 몽골이 예술로 하나되다…‘몽골리안 루트 2024’ 전시회 [전시리뷰]

“예술의 힘은 언어가 달라도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와 수원지역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작품으로 서로의 뜻을 이해했다. 지난 30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아트갤러리 라포애에서 열린 ‘몽골리안 루트 2024’ 개막식은 ‘교류의 장’이었다. 언뜻보면 생김새도 비슷한 이들은 국가는 달라도 예술이라는 공통점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포옹을 나누고 각자의 전통문화를 선물했다. 라포애 갤러리가 주최하고 몽골 국립교육대학과 경기대,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한 ‘몽골리안 루트전’은 몽골의 수도에 자리한 국립교육대학의 미술학과 교수진 10여명과 경기대 미대 교수 등 한국작가 10여명이 참여한 한-몽 협력전이다. 몽골의 작품을 대거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던 이번 전시의 출발에는 약 15년 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바트에르덴 몽골인한국유학졸업생협회 회장이 있다. 과거 경기대에서 관광경영학 석·박사를 딴 한국 유학 1세대인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몽골의 자연환경관광부 국장, 관광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한국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그는 누구보다 한-몽간 교류가 계속되길 바라며 끊임없이 양국 교류의 물꼬를 터왔다. 여기에 제자들을 과거 몽골에 교생실습을 보내는 등 몽골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박성현 라포애 대표이사 겸 경기대 명예교수의 뜻이 맞닿았다. 박 대표는 “몽골과 우리는 하나의 뿌리를 가진 동질성을 갖는다”며 “4년 전부터 준비했던 전시인데 코로나로 무산돼 아쉬움이 컸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이 문화는 물론 교육 등 전 분야에서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천여년 전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뻗어나갔던 몽골의 궤적을 현대의 예술로 다시 좇아가는 의미를 담았다. 갈바드라흐 몽골국립교대 미술학과장은 “서양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한 뿌리의 아시아의 역사를 예술로 풀어내 새롭게 개척하고 계속해서 뻗어나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몽골국립교대 교수진이 직접 작가로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몽골의 드넓은 초원 위 말의 모습 등 자연 풍경화와 몽골인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전통화, 서양화와 추상화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대진, 이동숙 등 한국 작가들 역시 전통화, 추상화 등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전시는 3일까지.

100년전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다…뮤지컬 ‘타임슬립 1919:무명의 소녀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 3·1절을 소재로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담아낸 창작 뮤지컬 ‘타임슬립 1919:무명의 소녀들’을 선보인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은 오는 2일부터 이틀간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정기공연 ‘타임슬립 1919:무명의 소녀들’을 진행한다. 1919년을 배경으로 한 이번 창작 뮤지컬은 주인공 ‘나나’가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의 인물 개똥이를 비롯한 백화학당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뮤지컬은 나나와 친구들이 함께 일제강점기 속 독립만세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면서 겪는 모험들을 다채롭게 담고 있다. 특히 뮤지컬단이 그동안 선보였던 공연들엔 아이들의 감성이 배어 있었다면, 이번엔 어른 세대도 진지하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마련했다.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계자는 “뮤지컬단 단원들이 학업을 병행하며 바쁜 와중에서도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왔다”며 “뮤지컬단이 준비한 감동의 무대에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5년 10월 창단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예술감독 정유진, 연출 고서형)은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및 공연 무대를 지원하고 있다. 정기공연 외에도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정기 공연은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전석 무료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및 정기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수원청소년문화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군포문화재단, 장사익 등 명인과 오케스트라의 협연 '달달한 콘서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 명인들과 세종국악관현악단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새해 희망찬 출발을 기원하는 공연이 열린다. 군포문화재단이 오는 2월 24일 오후 7시 정월대보름 ‘달달한 콘서트’를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에서 선보인다. ‘달달한 오케스트라’는 섬세한 곡 해석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박상우 지휘자와 창단 32년을 맞이한 세종국악관현악단이 함께한다. 특히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은 혼으로 노래하는 시대의 가인 장사익이 ‘찔레꽃’, ‘봄날은 간다’, ‘꽃구경’ 등의 노래를 선보인다. ‘장사익류(流)’로 불리는 독보적 장르를 만들어 낸 그는 국내외에서 ‘장사익의 소리판’ 공연을 쉼 없이 선보였다. 또 대한민국 대표 전통타악 그룹 뿌리패 예술단의 판놀음과 강태홍류 가야금산조의 명인 이문희가 협주한다. 소리꾼 이은비의 ‘액맥이 타령’, ‘흥보가 중 박타령’ 등과 함께 창작국악관현악 신나는 민요곡들로 한바탕 어울리는 무대가 열린다. 군포문화재단 관계자는 “2024년 갑진년과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시민들과 나누며 국악 공연을 통해 서로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현대 도예의 무한한 확장…경기도자미술관 ‘현대도예-오디세이’ [전시리뷰]

일반적인 도자기의 쓰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해 온 ‘현대 도예’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현대 도예사의 시작과 뿌리가 된 한·미·일 작가들의 작품부터 3차원의 입체 조형까지 다원화된 예술매체로서 점토의 혁신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자미술관은 현대 도예 231점을 선보이는 소장품상설전 ‘현대도예-오디세이’를 진행중이다. 전시는 ‘흙, 현대도예의 서막’, ‘흙, 물질과 조형 언어’, ‘흙, 현대도예 모색과 탐구’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의 선구자 작품들을 통해 현대 도예의 형성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1950년대 중반부터 ‘한국적 정체성 구축’과 ‘현대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유근형의 ‘청자버들문매병’, 조소수의 ‘백자포도양각항아리’ 등 전통적인 도자기에서 많이 봤던 항아리 형태와 매병 형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후 대학에서 도예 교육을 받고, 유학을 다녀온 2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예의 변천을 알린다. 임무근의 ‘하나님의 비밀’, 정담순의 ‘벗어나고 싶은 심정’ 등은 이들 작가들이 유약, 문양 등 표면의 표현변화를 모색하고 현대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새로운 도예가 출현했다. 현대도예에서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자유분방한 표현방식이 특징적이다. 뜯기고 찢기고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입체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피터 볼커스의 ‘펜린’ 등을 통해 ‘추상표현주의’ 도자가 전성기를 이뤘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시 쓰임의 기능을 버리고 ‘오브제’ 표현주의로 조형성을 추구한 도자가 발달했다. 2부에서는 ‘물질’과 ‘조형’을 중심으로 흙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붉은색의 질퍽한 듯한 원초적 흙의 느낌을 살리고, 작품 구멍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형태의 로손 오예칸의 ‘치유하는 존재’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인 추상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 ‘소통’의 의미를 띤 파이프 형태를 겹겹이 쌓아올려 무게감을 주면서도 하중을 버티는 안정감 있는 형태를 보여주는 토비욘 크바스보의 ‘튜브조형물’, 겹겹이 쌓인 흙을 깨부수며 그 단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엔소링의 ‘발굴’ 등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수상작, 국제 공모전 수상작 등을 살필 수 있다. 3부는 도자예술의 회화적 특성이 돋보이면서도 흙이 아닌 사물 자체인 듯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실제 나무 상자와 두부를 갖다놓은 듯 보이는 아 레온의 ‘두부 인스톨레이션’, 현대사회의 관계, 소통 등을 모티브로 작가 자신을 형상화해 표정과 얼굴의 주름까지 완벽히 재현한 팁 톨랜드의 ‘짜증’ 등이 있다. 특 ‘기(器)’에 초점을 둬 쓰임과 그 이상의 무한한 확장성을 담은 작품, 차도구, 오브제 주전자 컬렉션 등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김지수 경기도자미술관 학예사는 “현대 도예는 탈장르, 융합의 의미를 넘어 도자예술 장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범주로 확장되고 있다”며 “도자예술의 이해와 특징을 살피고, 내일의 현대도예를 향한 사고의 지평을 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027년 1월10일까지.

감성 입은 신기술 콘텐츠, 오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변화와 변환’展

오산문화재단이 오는 3월 24일까지 오산시립미술관 제1~3 전시실에서 ‘변화(change)와 변환(convert)’展을 진행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상 속 ‘변환’을 주제로 감성을 접목한 신기술 콘텐츠가 주를 이룬 미디어아트 전시다. 관람객은 전시에서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게 아닌,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 아티스트와 함께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느낌을 위해 기계에 감정을 넣어 지나온 추억을 예술로 승화한 것이 핵심이다. 전시엔 김홍년, 노진아, 송창애, 이이남, 이재형, 최종운, 한호 등 총 7명 작가가 참여했다. 송창애 작가의 ‘WATE RODYSSEY’는 물의 파동을 시각화하는 예술체험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기 접속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재형 작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공중전화를 예술적 장치로 삼은 인터랙티브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50년 전 오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오산시의 과거의 모습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김홍년 작가의 ‘Love fly in osan’은 오산천의 환경을 주제로 내세웠다. 19인치 모니터 30개를 2개실로 나눠 모니터 총 60개와 판화작품 30점을 내걸어 미디어를 활용해 작품의 색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아트 작가로 널리 알려진 한호 작가의 ‘Last supper’ 이이남 작가의 ‘병풍시리즈’ 노진아 작가의 ‘불완전 모델’ 최종운 작가의 ‘Beyond the Space’를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강양은 연출 ‘흑백다방’, 25~27일 금천뮤지컬센터서

강양은 청운대 교수(극단 ACTS 대표)연출의 연극 ‘흑백다방’이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금천뮤지컬센터 무대에 오른다. ‘흑백다방’은 2014년 초연 후 국내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500회 이상 공연을 올리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정성호, 윤상호 두 배우의 숨막히는 극적 긴장감이 작품을 이끌어 간다. 심리치유 장소인 흑백다방의 주인 정성호를 찾아온 손님 윤상호. 1980년대 민주화를 울부짖던 시대에 진실이 가려진 어두운 현대사의 억울함, 분노, 아픔의 상처가 직시하고 두 인물 각각의 비극이 공존하며 전개된다. 배우와 스텝은 모두 청운대 졸업생과 재학생이 맡았다. 다방 주인역 한동규, 손님역 조정우·김종성·임정민, 스텝 최지인·조영환·최영림 ·이정훈·김태형·김미르·박태연·장수원·오해성 등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 한동규 배우는 ‘제11회 GAF(Glocal Acting Festival) 공연예술제’에서 연극 ‘고사(枯思)’로 서울연극협회 회장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임정민 배우는 웹드라마 ‘끄적끄적’ ‘하이틴에이저’에 출연했으며 김종성 배우는 국립극장 공연 및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에서 활약했다. 조정우 배우는 다양한 매체와 연극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강양은 교수는 GAF에서 ‘고사’로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상 작품상, ‘출발’로 한국연기예술학회 회장상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전주에서 길을 묻다’에서 주연으로 열연했고, 연극 ‘수덕여관’ 주인공으로 러시아 국제공연예술제에 참여하는 등 교육자 및 배우·연출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우들의 긴박감 있는 호흡과 그들을 통한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감동과 웃음을 즐길 수 있는 ‘흑백다방’은 25~26일 오후 8시, 27일 공연은 오후 3시와 5시에 전석 무료로 마련된다.

아이랑 방학 동안 뭐하지? 전시로 알아보는 요리 세계!

겨울방학을 맞아 ‘요리’를 주제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용인문화재단은 2월25일까지 아이가 직접 빵을 만들며 생각을 나누는 베이킹 체험 프로그램 ‘포근포근파티시엘’을 운영한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그램은 용인어린이상상숲 요리조리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24일부터 2월4일까지는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파프리카, 양파, 소시지 등이 들어간 '눈사람 피자'를 만든다. 2월7일~25일까지 이어지는 회차에선 ‘이글루 안은 왜 따뜻할까?’를 주제로 이글루 안은 왜 따뜻한지 이유를 알아보고 치즈를 들어간 ‘이글루빵’을 만든다. 2012년생부터 2019년생까지 참여 가능하다. 먹거리의 시작인 농업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도 한창이다. 국립농업박물관은 개관 1주년을 맞아 3월3일까지 기념전 ‘남겨진, 남겨질’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 곁에 농업이 자리매김하기까지 ‘남겨진’ 이야기를 통해 농업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담아냈다. 1부 ‘도전의 시작’에선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농업을 지속하기 위해 지혜를 모았던 과거를 살펴보고 2부 ‘땅, 물, 바람 그리고 사람’에서는 수 세기 동안 땅, 물, 바람의 조건을 이겨내고 농업을 이어온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살펴본다. 3부 ‘공존의 시작’에서는 그 유산들의 아름다운 현재를 영상으로 선보인다. 농경 문화 산물과 농업의 유구한 가치를 살펴보면서 농업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천시립박물관에선 이천시와 이천문화재단, 샘표가 함께 ‘오늘, 요리하는 새미가 있다’ 전시를 진행 중이다. 2월6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샘표 새미네부엌 브랜드 캐릭터 ‘새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요리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늘 뭐 먹지’, ‘왜 요리를 하는 걸까?’ 등 음식과 요리를 둘러싼 현대인의 고민을 즐겁게 풀어낸 체험형 전시로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얻는 건 물론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즐기기에 좋다.

경기도 우수 공연예술의 향연, ‘경기공연예술페스타’ 25~28일 개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용인문화재단이 우수작을 발굴해 지역 문화예술을 강화하는 ‘제10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용인’을 선보인다. 경기도 등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용인의 문화예술공간인 용인포은아트홀, 요인포은아트갤러리, 큰어울마당 등에서 경기공연예술페스타를 개최한다. 페스타는 우수 작품을 발굴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강화하고 상생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번 페스타는 10주년을 맞아 그 의미가 깊다. 페스타에선 예술 단체와 공연장을 연결해주는 ‘아트마켓’, 2023년 경기도 ‘베스트컬렉션(초청작)’ 3개 작품, 신규 창작 공연 ‘창작 쇼케이스’ 15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25일엔 개막 축하공연으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축하공연을 열 계획이다. 경기지역 우수 작품을 전국에 소개하는 ‘아트마켓’은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아트마켓은 전문예술단체와 문예회관 종사자들 간 교류의 장이 되고, 작품 소개 및 레퍼토리 피칭 등 실질적인 협업 네트워킹 시간이 될 예정이다. ‘베스트컬렉션’은 ▲극단 명작 옥수수밭의 연극 ‘패션의 신’(25일), ▲연희집단 The광대의 ‘딴소리 판’(26일), ▲극발전소301 연극 ‘밀정리스트’(27일)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창작 쇼케이스’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서 발굴된 15개의 작품을 용인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2023 경기예술지원 기초예술창작지원-창작준비’ 선정작 11개 작품은 오는 26~27일, ‘2023 새로운 예술을 위한 기술지원-예기술술’ 선정작 4개 작품은 오는 28일에 만날 수 있다. ‘2023 경기예술지원’ 선정작 ‘창작준비 쇼케이스(26~27일)’에는 ▲정지혜-신세계(무용) ▲큐댄스컴퍼니-PLAY MAX(무용) ▲한강공장(스타케이크 이엔티)-넌버벌 한강공장(음악) 등을 소개한다. ‘예기술술 쇼케이스(28일)’에서는 ▲ARTSTAGE 다올–처용-心(무용) ▲아트컴퍼니 예기–봉수당진찬연(무용) ▲김홍모–기진무량(전통) ▲라츠–안녕, 나의 별님에게(음악)가 소개된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응원과 힘이 되고, 도민들이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공연예술페스타는 경기문화재단과 도내 기초문화재단이 협력해 전국문화재단 최초로 시행, 총 130개의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내면서 많은 공연 축제의 모티브가 됐다. 의정부를 시작으로 안양, 구리, 수원, 안산, 하남, 광주, 고양을 거쳐 올해 용인까지 도내 곳곳에서 예술이 일상이 될 수 있게 뿌리내려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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