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구파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들고나온 당풍 쇄신요구가 아니더라도 동교동계 구파의 전횡은 정치 발전을 저해한 것이 사실이다. 당의 공식기구는 한낱 장식품에 불과할 정도로 전락시킨 채 이른바 비선을 구축, 당정을 멋대로 농단해 왔다는 새찬 비판에 부딪쳐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동교동계 구파는 대통령 임기말을 더욱 지근에서 보필, 권력누수를 막는다는 구실로 비선강화를 한층 더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단합에 저해요소가 될뿐만 아니라 나라의 기강을 문란케 한다고 보아 심히 우려된다. 동교동계 구파는 가신 1기로 간곤한 민주화 장정을 한 전공은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감옥살이를 할때 너희들은 무엇했느냐’는 식의 공치사는 더 용인될 수 없다. 1987년 오월항쟁으로 마침내 민주화가 이룩되고 나서는 누구보다 야당귀족의 영화를 누렸고 이젠 집권의 영화를 만끽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화 운동은 동교동계 구파사람들만 한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국민이 참여해 더러는 목숨을 잃었고 더러는 옥고를 치루고도 그 흔한 감투 한자리 얻을 생각없이 민생고에 허덕이는 사람도 많다. 비선에 의한 당정 전횡이 민주화 동지라는 이유로 면책될 수 없는 것이다. 탄압받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아무나 믿기 어려워 동지 지상주의 사조직이 유용했던 고충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민주화 운동은 동지로 가능했지만 정치, 특히 집권 여당의 당정 운영은 동지로는 불가하다. 패거리 정치문화는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 실제로 민주당의 민심이반에는 이런 작용이 적잖게 연유했음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오히려 당풍쇄신 요구를 괘씸죄로 대처하는 것 같다. 동교동계 구파가 당의 원로로 대접받고자 한다면 존경받을 수 있는 원로다운 처신을 먼저 보여야 한다. 하는 짓은 그렇지 못하면서 적반하장으로 쇄신 요구를 나무라는 것은 오만이다. 민주당이 비선정치를 청산,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려면 모든 의사소통이나 결정이 당내 공식기구에서 활성화 하는 공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이를 걱정하는 것은 민주당을 위해서가 아니다. 집권여당의 비선가동이 국민에게 폐해를 주고 있어 충고하는 것이다.

갈취형 폭력배 소탕작전

경찰이 26일부터 9월2일까지 100일간 갈취형 폭력배에 대한 집중소탕작전에 돌입했다. 비록 늦게는 착수했으나 경찰의 이번 단속에 국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이들 갈취형 폭력배들에게 당하는 고통이 형언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한듯한 악덕 사채업자와 노점상, 재래시장, 유흥주점 등을 상대로 금품을 뜯는 폭력배, 부녀자매매, 윤락알선등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는 폭력배들은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인간 거머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악덕 사채업자의 경우 ‘1천500만원을 빌린 주부가 2천500만원을 갚았는데도 600만여원을 더 갚으라며 야산으로 끌고가 구덩이를 파고 얼굴만 남긴채 알몸을 파묻었다니 어찌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채업자가 보낸 폭력배들로부터 죽을 정도로 구타 당하는 것은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빌린 돈 2천만여원을 갚지 못한 임신부를 12시간동안 납치, 폭행하고 강제로 ‘장기 및 사창가 매매각서’까지 작성케 하는가 하면, 딸 수술비 150만원 빌린 사람을 납치, “섬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궁핍한 경제사정때문에 마지막 자금조달 수준으로 사채를 선택한 서민들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엽기적인 공포와 협박의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신체 포기각서, 업소 포기각서를 써주고 만다. 돈 몇백만원 못 갚는 죄(?)로 몸을 포기하고 윤락가로 팔아넘겨지든 어떻게 되든 채권자 마음대로 하라는 각서는 ‘노예문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반인륜적이고 비인간적인 사채폭력을 단속하기 위해 경찰은 사채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례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갈취형 폭력배 소탕작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신고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가장 효과적이다. 여기에 따른 신고자의 비밀과 신변안전은 물론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채업자가 광고할 때 정상이자·연체이자·부대비용을 명시하지 않으면 직권조사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음성적인 사채업자들은 광고를 하지 않고 또한 이자율의 기준도 없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악덕사채업자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이자제한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갈취형 폭력배 집중 소탕작전이 아무쪼록 잔혹한 사회악을 제거하여 서민들의 고통을 해소하여 주기 바란다.

吳장관은?

건설회사 부도업자 장관, 이로 인한 금융피해, 그리고 강제집행 면탈을 위한 변칙이전 의혹은 장관직이 요구하는 품격에 흠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다른 자리도 아닌 건설교통부의 오장섭장관에 대한 정치권 일각의 퇴진요구는 귀담아 들을만 하다. 청와대가 유념해야 하는 것은 자민련 사람 장관이라 하여 도덕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장관이 누구의 추천에 의해서 임명됐든지간에 일단 임명 했으면 임명권자의 책임에 속한다. 오장섭 파문은 안동수 파문과 맥을 같이 한다. 안동수 파문이 민주당 비선에 의한 것이라면 오장섭 파문은 자민련 비선에 의해 나왔다 할 수 있다. 정장선의원 등 민주당 소장파 초선의원 6명이 비선인사의 문책요구와 함께 당직사퇴를 들고 나온 것은 신선했다. “젊은 것들이 건방지다”는 동계동계 반발이나 ‘자중지란’의 불쾌감을 표시하는 청와대측 반응은 공허하다. 원인행위가 된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이 이들의 쇄신요구만을 탓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마찬가지로 오장섭장관 문제역시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임해서는 정부의 이미지 개선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안법무는 굳이 충성문건 파동이 아니더라도 원천적으로 자질미흡론이 제기됐던 사람이다. 오건교 또한 이에 얼마나 자유로운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김대중대통령이 공동여권을 표방하는 자민련 사람을 각료로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다. 그러나 장관자리가 임명권자의 사유물은 아니다. 인사의 적정성에 객관적 의무와 책임을 수반한다. 만약 공동여권의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이같은 의무가 훼손된다면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오건교는 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에게 “문제없으니 걱정마시라”고 하고 김명예총재의 신뢰는 변함이 없다는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이같은 자의적 해석이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얻을지는 심히 의문이다. 어제 저녁에 청와대에서 가진 DJP 부부동반의 만찬회동이 행여 오장관 일에 부담이 되면 그 결과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국민은 자민련이나 김명예총재를 상대하지 않는다. 국정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과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다.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7차 교육과정’ 合一點 찾아야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초중등학교에 시행중인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반대운동이 만만치 않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재작년 시행전부터 벌여온 반대운동에 이어 엊그제는 도내 303개 고교중 176개 고교 교사대표들이 내년 고교 확대 시행을 앞두고 이의 반대를 선언했다. 수준별 학습과 학생선택권 부여를 특징으로 한 7차 교육과정에 대해 교육현장의 일선 교사들이 이같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당국으로서도 주목해야 할 일이다. 교사대표들은 반대선언을 통해 7차 교육과정의 수준별 학습과 선택형 교육은 이미 시범학교 운영결과 심화반과 보충반의 이동수업에 따른 혼잡과 어수선한 분위기가 수업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충반에 편입된 학생들의 열등감과 심화반 학생들의 우월감이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택형 교육은 필연적으로 상치교사·순회교사·기간제 교사의 대폭적인 증원이 필요한데 이런 여건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의 강행은 졸속으로 끝날 수밖에 없어 교육과정 자체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평준화로 인한 획일교육이 문제될때나 부실한 학교교육으로 인한 과열 과외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 문제들은 앞으로 7차 교육과정만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이를 자신감 있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를 시행해야 할 일선 교사들이 극력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당국의 의욕찬 교육정책이 중대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과거 수없이 단행한 교육개혁이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음을 감안할때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7차 교육과정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열린교육’을 구현 하려는 정부계획은 상당히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선 고교 교사들은 7차 교육과정이 재조정 되지 않고 그대로 시행될 경우 불복종 운동을 벌이는 등 극한투쟁까지 표명하고 있어 당국과 교사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계의 마찰이 더 이상 격화돼서는 안된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고 교육발전을 위한 진지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교육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철도운영 적자를 부담하라?

건설교통부가 철도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지난 2월 입법 예고한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법안’은 한마디로 가당찮은 일이다. 철도 서비스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고 영업손실에 대해서도 국가와 지자체가 손실을 보상토록 하자는 이 법안은 그동안 고질적으로 영업적자를 보고 있는 철도의 적자를 민영화란 명목하에 지자체가 물어 내라는 격이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유철도의 누적적자는 무려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만일 부산·인천시를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에 운영적자분을 부담시킨다면 우리나라 세입체계상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뿐만아니라 지자체가 재정난을 이유로 부담금을 못내면 철도운영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혼선만 초래할 게 분명하다. 이는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해 철도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할 우려가 있어 더욱 곤란한 일이다. 경기도의 경우 2008년까지 경원선, 경의선 등 5개 광역전철 건설을 위해 7천200여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유철도의 운영적자까지 부담한다면 재정이 파산 날 수 있어 위험이 가장 크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경기도는 정부가 국고지원을 축소키로 함에 따라 지자체 고유사업인 수원∼천안간 복복선 전철건설사업, 수도권종합전시장 건립, 팔당특별대책지역 지원, 음식물쓰레기자원화 시설, 국악의 전당 건립, 남한산성 복원사업 등의 차질이 예상되는 터여서 더욱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기도는 물론 전국 시·도가 연계 공동대처하는 가운데 이미 제출한 반대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도의회와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통해 국회 건교위 법안심의 과정에서 지자체부담 조항이 반드시 삭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건교부가 개최하는 공청회 등에서 민영화에 성공한 외국도 정부가 적자분을 지급하고 있는 현실을 주지시키고 철도운영 적자분의 지자체 전가 모순점을 지적, 시정토록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법안 중 지방부담조항 삭제는 전국 시·도의 공통요구사항이므로 국회에서 여·야의 대립이 없을 것으로 본다. 이번 철도운영적자분의 지방부담 반대 및 저지에는 경기도가 타 시·도의 앞장에 서서 강력히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난개발지역 교통난 방치말라

난개발의 부작용으로 경기남부 신영통지역의 교통난이 심각하다. 특히 수원시 망포사거리 일대는 출근 시간대부터 시작되는 교통전쟁이 하루종일 이어지면서 교통지옥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이 지역에서 수원시내로 진입하는 유일한 지방도로가 지난해 초 4차선으로 확장됐으나 망포동 늘푸른 벽산아파트에서 망포사거리까지 3㎞의 도로는 출근시간대부터 몰려드는 5천∼6천여대의 차량으로 꽉 막혀 5분거리가 30여분이나 소요돼 도로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수도권 난개발의 대명사로 알려진 용인 서부지역에 이어 수원 남부지역 주민들이 이처럼 극심한 교통난을 겪게된 것은 수원·화성시 등이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아파트 건설허가를 남발한 결과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난개발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미 1만3천여 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선 망포사거리에서 화성 반월리 삼거리 인근에 올해말께 또 3천여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2003년까지는 8개단지 1만5천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수원 망포동을 비롯 용인시 기흥읍 농서·서천리, 그리고 화성시 동탄면 석우리와 태안읍 반월리 등 소위 신영통지역이라고 불리는 3개시의 외곽접경지 200만평은 이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 난개발로 인한 도시속의 오지로 전락하게 될 상황이어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한 최악의 교통난이 우려되고 있다. 마구잡이 개발로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도권의 난개발이 국민의 걱정거리가 된지 오래지만 도무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뭣 때문에 존재하는지 알수 없다. 지금이라도 수도권 난개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수원 용인 화성 등 3개시 외곽접경지역이 도시계획의 사각지대로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관련 지자체들은 이 지역의 효과적인 개발을 위해 신속한 공동대책을 세워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 도시기반 및 생활편익시설은 물론 산업과 상업시설을 갖춘 자족적 도시로 교통 교육 문화 치안수요도 충족시킬수 있는 기본계획이 시급하다.

시민단체 정치참여 숙고해야

시민운동 단체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독자적으로 후보들을 대거 출마시키려는 것은 비정부조직(NGO)입장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 이미 지난 4·13 총선때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던 시민운동 단체들이 한발 더 나아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후보들을 내세워 지방정치에 직접 참여키로한 것은 종전 시민운동의 정치활동 영역으로의 확산을 뜻하는 것으로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민운동 단체들은 나름대로 정치참여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기존 정당공천 후보들과는 달리 전문성을 기초로 실생활의 변화를 추구하는 차별성은 물론 시민단체로서의 공익성과 신뢰성을 일선 행정에 접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기 합리화일뿐 시민운동 단체의 고유 영역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시민운동 단체 회원이나 간부가 개인자격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전혀 탓할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통 시민을 대표하고 공익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자임해온 시민운동 단체가 조직적으로 지방의원 후보를 인선하고 그에 따라 출마하는 것은 이미 시민운동 영역을 넘는 것으로 시민운동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위해 바람직 하지도 않은 것이다. 시민운동가들이 진정 정치에 참여할 뜻이 있다면 시민운동 단체로서가 아니라 따로 정치단체를 만들어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환경운동연합본부 등 3∼4개의 시민운동 단체들이 후보인선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경기·인천지역에서만도 1백여명의 광역 및 기초의원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은 시민운동 단체가 정치단체화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부쩍 늘어난 시민단체들이 권력의 감시기능에서 사회정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활동을 벌여 눈에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여러가지 반성해야할 일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에겐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할 시대정신과 이를 구현할 역동적인 시민운동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민운동은 정략과 당략의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 민간운동이라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의욕이 넘쳐 정치판에 뛰어들어 후보자를 내세우고 당선되도록 부축해주는 것은 시민운동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당파성 정치운동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점을 시민단체들은 명심해야 한다.

수원 월드컵 운영 문제없나

수원 월드컵 축구장이 지난 13일 개장되고 오는 30일부터 대륙간 컵 대회가 개최되는 등 점차 월드컵 열기가 더해가고 있다. 전국 10개 개최 도시중 2번째로 개장된 수원 월드컵 구장의 웅장한 자태는 수원시민 뿐만아니라 9백50만 경기도민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은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수원시와 경기도가 국제적인 도시와 지역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수원 월드컵 운영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각종 불협화음을 보면 수원 월드컵이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의 전폭적인 지원과 참여하에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특히 지난 13일 개장식에서 야기된 행사 운영의 미숙과 관련 기관들간의 주도권 싸움은 월드컵 운영에 있어 차질이 예상되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수원 월드컵 운영은 다른 개최도시와는 달리 제3섹터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원시가 민자로 추진하던 경기장건설 계획이 IMF체제로 인하여 어려움에 직면하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기도의 지원을 전제로 제3섹터형 독립법인체인 ‘(재)경기도 2002년 월드컵 수원경기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운영에 전권을 가지고 있는 FIFA가 독립된 법인을 인정하지 않아 수원시와 법인은 항상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FIFA는 공식적으로 수원시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수원시는 월드컵 관련 문제가 있을시 법인과 별도의 협의를 하는 비효율적인 이중 구조하에 있다. 때문에 이번 개장식에는 시와 월드컵 추진위가 제대로 협조가 되지 않아 월드컵 로고도 없이 행사가 치러지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구나 개최도시인 수원시는 시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수원시민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시장의 공석을 빌미로 수원시민을 소외시키는 것은 속 보이는 태도 아닌가. 우선 중요한 것은 수원시와 월드컵 추진위 간의 불협화음을 제거하는 것이다.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기 보다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역할을 재정립, 상호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된다. 월드컵 추진위는 법인의 정관에 명시된 사업에 치중해야 되며, 운영 주체인 수원시와 충분한 협의를 해야 된다. 더이상 수원시와 월드컵 추진위간의 불협화음이 없이 성공적인 수원 월드컵개최에 매진하기를 요망한다.

간이상수도 시설, 불안하다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상수원에서 검출되고 있는 가운데 간이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경기도와 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도내 정수장과 간이상수도, 저수조에 대한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화성시 양감면 사청4리 및 용서1리, 이천시 대월면 사동1리, 안성시 보개면, 파주시 상촌면, 양평군 백안 등 간이상수도에서 발암물질의 일종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어린이 청색증을 유발하는 질산성질소 등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도내 간이상수도 중 10 %가 식수로 ‘부적합’하다니 참으로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급수인구 100명 이상 2천500명 이내인 간이상수도와 100명 미만인 소규모 급수시설은 전국에 총2만4천여개소로 국민의 6%가 넘는 280여만명의 주민들이 급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기지역의 경우 간이 상수도가 1천152개소에 24만여명, 소규모 급수시설은 700개소에 5천9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실정에서 문제는 수질검사다. 정규 상수도는 일일·주간·월간 등 거의 매일 검사하는데 반해 이들 간이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은 대부분 수질검사를 분기별로 실시하고 있어 오염된 물을 주민들이 먹게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수질검사 항목도 정규 상수도는 47가지인데 비해 간이상수도는 대장균과 냄새·맛·색·암모니아·질산성 질소·잔류염소 등 12가지 정도만 검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소규모 시설은 설치한지가 대부분 20년이 넘어 급수배관과 물탱크가 너무 낡고 누수가 심해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거의가 고지대에 위치해 관리가 힘들 뿐만 아니라 전문 관리인력도 없이 주민이 직접 소독·관리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주로 농촌지역에 설치된 간이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들은 수질검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먹는 물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먹는 물 관리는 시설이 노후된 농촌지역일수록 부실사태가 더욱 극심하다. 이에 대한 대책은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도록 낡은 간이상수도와 배관시설을 빨리 교체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취수시설도 대형 관정으로 바꿔 막히거나 오염되지 않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가차원에서 상수도로 교체하는 급수대책에 특별투자를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경기도, 저수율 집계도 못하나

정확한 통계나 집계는 올바른 정책수립·집행의 기본이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통계나 집계의 정확성 여부는 그 나라의 행정능력과 국민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서도 큰 뜻을 지닌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60년대 이래 최악의 봄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내 저수지의 저수율을 부풀려 발표한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17일 도내 408개 저수지 가운데 농업기반공사가 관리하는 101곳의 저수율이 82%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농업기반공사가 집계한 저수율 70%보다 평균 11%가 부풀려진 것으로 특히 안성 평택 등 일부지역 저수지는 20∼30%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국의 집계가 이렇게 엉터리이니 가뭄대책이 제대로 수립될리 만무하고 농민들 역시 당국을 불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저수율의 과대집계로 문제가 되는 곳은 우선 평택 월곡저수지를 비롯 안성 화성 과천 파주 등지 17개 저수지의 몽리지역이다. 당초 경기도는 저수율 60%미만 저수지는 한곳도 없다고 했으나 이와는 달리 실제로 이들 저수지 저수율은 60%미만으로 최근 저수율 급감으로 모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 당국이 잘못 집계한 저수율을 토대로 가뭄대책 및 예산지원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 당국은 저수율의 잘못 파악이 전화를 이용, 농업기반공사로부터 집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착오라고 하나 이는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통계조사는 조사원의 미숙이나 응답자의 잘못등으로 본의 아니게 중복계산 혹은 누락이 생길 수 있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오차는 불가피한 것으로 양해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저수율 오차가 20∼30%나 되고 특히 실제와는 달리 저수율 60%미만 저수지가 한곳도 없다고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고의성이 없다고 선뜻 수긍할 수 없다. 이래가지고는 도정이 도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나라의 통계나 집계는 적지않은 불신을 받아 왔다. 경우는 다르지만 78년 쌀생산통계가 틀려 다시 손질한 일이라든가 과거의 수출입통계가 늘 말썽을 빚었던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일이다. 도 당국은 차제에 집계오차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 관계자들을 엄중히 문책함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엄격한 보완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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