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나혜석(1896∼1945)은 수원시 출신의 한국최초 여류서양화가이며 문인이기도 하다. 개화기의 신여성으로 한국 현대미술과 문학개척에 이바지한 업적이 지대하다. 수원의 큰 자랑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월 나혜석기념사업회가 발족돼 세미나, 전시회 등을 통해 그의 예술과 업적을 활발하게 재조명하고 미술단체에서는 나혜석미술대전도 해마다 개최한다. 특히 수원시가 지난해 6월24일 나혜석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문화관광명소화 하기 위해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농조예식장 앞부터 효원공원간 근 450m의 거리를 ‘나혜석거리’로 조성, 찬사를 받았다. 수원시민은 물론 외지인들도 많이 찾아왔다. 그러나 문제는 ‘나혜석거리’에 나혜석동상만 외롭게 서있는 사실이다. 화랑 한 군데 없고 이른바 ‘거리의 화가’한명 없이 먹거리촌으로만 더 알려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선각자로 살았던 나혜석의 생애를 소개하는 곳 조차 없다. 현재 수원시미술전시관에는 나혜석의 작품과 기록물 등 그동안 발굴·수집한 80여점의 귀중한 자료가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전시장이 아닌 창고에 방치돼 있다. 그런데도 수원시는 나혜석거리에 ‘나혜석기념관’보다 호화 화장실 2 곳과 야외무대 건립을 계획했었다. 당초 계획 5억원이 삭감되자 화장실은 그만두고 확보된 1억5천만원으로 야외무대 설치를 추진중이라고 한다. 화장실, 야외무대를 그르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미술의 거리에 야외무대가 더 시급하고 적절하단 말인가. 아니다. 나혜석거리에는 나혜석 동상만 서 있을 게 아니다. 나혜석기념관이 당연히 있어야한다. 다행히 나혜석거리 주위에는 쾌적한 효원공원과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야외무대, 또 매우 훌륭한 수원시 야외음악당도 있다. 어째서 나혜석거리에 야외무대 설치를 먼저 생각했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1억5천만원의 예산으로는 영구적인 나혜석기념관 건립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수원시의 대폭적인 예산증액은 그래서 절실히 필요하다. 또 시 당국에만 전액을 의존할 것 만도 아니다. 나혜석기념사업회와 미술·문화·여성계 등에서도 건립비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작품과 생애를 한곳에 모은 나혜석기념관이 있고 거리미술전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열리는 나혜석거리는 상상만 하여도 흐뭇하다. 아마 나혜석 동상도 미소지을 것이다. 수원시의 신선한 계획전환을 기대한다.
세금횡령 사건이 인천에서 또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빛은행 인천 연수지점과 주택은행 주안지점 창구 행원이 구청측을 대리해 수납한 1억600여만원의 등록세를 유용한 비리는 은행측의 감독소홀과 지방세 수납업무 감시체계의 제도적 허점을 재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에 의한 횡령사건은 적지 않았지만 은행수납과정에서 세금도둑질이 발생하다니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시민들로서는 분통터질 일이다. 지난 94년 인천북구청(현 부평구)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지방세 횡령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이 아직 생생함에도 지방세의 운영현실은 여전히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는 사실이 한심할 따름이다. 세도(稅盜)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했을 뿐 본질에 대한 제도개선 노력은 미흡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번 횡령사건도 북구청의 세도사건과 서울 마포구의 자동차 등록세 횡령사건의 수법과 흡사했다. 은행원들은 각 구청에서 고지된 등록세를 납세자로부터 받은뒤 전산입력 하지않고 납세자용 영수증에 수납필 소인만 찍어주고 은행보관용과 구청통보용 영수증을 현금과 함께 빼돌렸다. 지방세 징수행정에 제도적인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이는 세금의 은행납부내역과 지자체로의 입금내역을 대조하는 상설시스템이 있었다면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문제였다. 등기를 위해 납세자로부터 영수증을 제출받은 등기소가 그 내용을 구청측에 통보, 확인하는 업무협조만 있었다면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은행원이 마땅히 겸비해야 할 금융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구멍이 뚫린 제도적인 허점도 역시 비리를 조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두 은행 지점에서 억대의 세금유용이 가능했다면 다른 지역, 다른 은행은 어떠했는지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 또 등록세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과금도 도둑맞은 일은 없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구청의 통보로 행원의 횡령사실을 밝혀내고도 은행측이 신속하게 수사의뢰하지 않아 비리혐의자가 출국하게 된 경유도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지방세 수납 등 세정에 대한 감시체계와 운영시스템의 미흡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구조적인 허점을 하루속히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내달부터 애연가들은 평균 150원 비싼 담배를 피우게 될 것 같다. 최근 애연가들은 금연정책의 확산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 되고 있는데, 담뱃값마저 또 150원 인상되면 더욱 부담이 될 것 같다. 담배가 건강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바록 기호식품이기는 하나 담뱃값을 인상해서라도 애연가들이 줄게되면 국민건강이 증진되기 때문에 담배값 인상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의도는 애연가들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된 정책이 아니고 현재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지역의보를 지원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16일 민주당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지역의보 재정중 50%를 정부지원으로 메우기 위하여 40%는 재정에서, 10%는 담배에 부과하는 건강증진기금에서 부담하기로 관계부처간에 합의했다고 하니, 특별한 이론이 없는 한 그대로 실시될 예정이다. 의보재정의 적자를 보충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찾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보재정 적자가 애연가들의 잘못에서 연유된 것이 아닌데 재정적자 보전을 애연가들에게 전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현재 애연가들은 건강증진기금으로 담배 한갑당 2원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돈이 흡연으로 인하여 건강을 해치고 있는 애연가들을 위하여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건강증진기금은 애연가들의 건강보호보다는 사실상 조세가 되어 정부재정의 하나가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또 건강증진기금을 무려 75배나 인상하여 애연가들로 하여금 정부가 잘못하여 파생된 의보재정 적자를 보전하는데 쓰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발상이다. 의보재정 적자 요인은 정부의 정책판단의 잘못과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낮은 수준의 의료보험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손쉬운 방법으로 담뱃값이나 인상하여 의보재정을 보전하려고 한다면 누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흡연할 권리를 점차 박탈하여 불만이 대단하데, 의보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건강증진기금을 부담케 해 흡연가들이 조세저항이라도 하면 정부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을 무시하고 탁상공론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의 근시안적 태도에 실망을 금치않을 수 없다.
요즘 당정 일각에서 보이는 행태가 해괴하다. 이해찬 민주당정책위의장의 북방한계선(NLL) 및 제주해협 침범 사태에 대한 언급은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발포했으면 전쟁이나 경제가 붕괴했을 것”이라는 말은 이만저만한 망언이 아니다. 우리는 북측 민간선박에 발포하지 않은 것을 탓한 적은 없다. 이쪽 대응태세가 주객이 전도됐을 만큼 지나치게 무력해 보인데 대해 의문과 우려를 떨칠 수 없었고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나 경제가 붕괴했을 것이라는 말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는 국민에 대한 위협이다. 이해찬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일찍이 이 정부들어 첫 교육부장관을 맡아 교육을 망친 장본인이라는 원성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고도 대통령의 신임을 잃지 않은데 대해 충성심을 보이는 것인지 몰라도, 그래도 그렇지 말은 가려서 제대로 해야 제대로 된 충성이라 할 것이다. 밀약설 제기 의혹의 계기가 된 북한 상선 교신문 공개도 그렇다. 비밀문건은 공개됨으로써 주적대상이 알아서는 안되는 국가 안보상의 기밀사항을 말한다. 북측 교신문은 누구보다 그쪽 당국이 더 잘 아는 내용이다. 이러한 교신문건이 공개됐다 하여 문제를 삼는 것은 북측은 알아도 국민은 알아서는 안된다는 것인지 무엇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또한 과잉충성이다. 대통령의 답방간청을 두고 밝힌 전용학 민주당대변인의 논평 역시 적절치 않다. “합의 사항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쟁점은 그런 원론적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변인의 논평이 핵심은 회피하면서 핵심에 속한 ‘간청형’에 대한 비판을 두고 ‘정상회담 성사를 바라지 않는 심술’로 비유한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 또한 잘못된 충성이다. 자당 소속의 이만섭국회의장의 ‘구걸만류’충언 같은 것은 고립되고 충성경쟁만이 득세해 판치고 있다. 사리보다는 오직 한 사람만의 의중 헤아리기에 급급하여 그에 맞는 말만 맞춤생산 해내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 지극히 의심스런 상황이다. 말이 되지않는 말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돕는다 할 수 있다. 왜 이리 됐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는지는 알 수 없다. 새삼스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을 국기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작금의 맹목적 충성경쟁은 염려스런 점이 많다. 김대중대통령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의식이 건강해야 건강한 나라라 할 수 있다. 또 사회의식의 건강은 지배계층이 먼저 건강해 보여야 한다. 지금 우리의 사회의식이 건강하다고 보기엔 심히 어렵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지배계층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가진 ‘준법의식의 현주소와 시민의식 제고방안’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은 사회의식 실태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설문조사에서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47.0%가 ‘확실히 그렇다’, 또 48.7%는 ‘그런편’이라고 응답해 무려 95.7%가 법집행의 형평성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나쁜 일을 해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다”는 항목에서도 91.1%가 ‘확실히 그렇다’, ‘그런편’이라고 응답하고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큰것 같다’는 설문역시 92.5%가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량한 사람이 바보취급되고 윈칙보다는 변칙이 우선하고 상식보다는 술수가 통하는 사회다. 그저 열심히 사는 소시민 보다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부를 했거나 물불을 가리지 않고 권좌에 앉지 못하면 하다못해 권력의 주변이라도 얼쩡대는 사람이 돼야 대접받는 사회가 됐다. 이런 목표지상, 출세지상주의의 팽배는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도덕은 한낱 공허한 소리가 돼 사회를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일반사회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직장사회까지 파급됐다. 공중도덕은 더 말할것 없고 교통질서 같은 기초질서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은 물론 시민의식의 빈곤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는 사회만 탓할 수 없는 것으로 지배계층이 보여온 권력과 돈의 횡포, 즉 상층구조의 무질서에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보는 하층구조의 자포자기 현상인 것이다. 예컨대 차량 홀짝운행을 위반하고도 “총리차도 안지키는데 나만 왜 지켜야 하느냐”며 되레 큰 소리치는 시중의 목소리가 이러한 것이다. 권력과 돈이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병리며 그 책임은 결국 권력과 돈있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권력과 돈이 아무리 부패 했다해도 준법정신의 시민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부패를 종국에는 응징할 수 있는 시민정신의 발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권력과 돈을 지닌 이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이제라도 도덕성을 보여주는 어떤 연대의식의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정회견의 무기연기는 한없는 연기인지, 잠수되고 나서 좀처럼 수면위로 떠오를줄 모른다. 요즘 청와대서 나오는 것은 거듭거듭 김정일위원장 답방요구 관련의 말 뿐이다. 김위원장 답방요구에 정신이 팔려 국정회견을 잊은 것인지 몰라도 답방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북측의 6·15선언 1주년 메시지에서 외세배격을 강조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고인민회의 양형섭 상임위부위원장은 기념사에서 민족자주를 내세우며 ‘미군철수’주장을 또 되풀이 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위원장이 미군주둔을 인정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내세운 남북정상회담의 큰 성과였다. 그런데도 북측이 하는 말은 다르다. 청와대는 미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괜히 해본 소리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런것 같지만도 않다. 아무 메아리 없는 답방요구에 매달리기 보다는 국정현안에 눈을 돌리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지난 13일로 예정됐던 김대중대통령의 국정회견이 무기연기된 것은 가뭄이 이유였다. 가뭄은 그 이전에도 이미 심했고 지금도 심하다. 더이상 가뭄을 구실삼는 것은 회견을 하기싫어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칠수 있다. 물론 가뭄은 큰 일이지만 회견을 안한다고 가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견내용은 인적쇄신을 포함한 국정쇄신이었다. 연기했다고 하여 이러한 쇄신이 필요없게 된 것은 아니다. 발단은 민주당의 일부 소장의원들에 의해 제기됐으나 시일을 끈다고 없었던 일로 그만둘 생각을 해서도 안된다. 시일을 끌어도 언젠가는 또 불거진다. 더욱이 국정쇄신 회견은 당내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과의 약속이다. 국정쇄신책 발표를 약속해 놓고 무작정 시일을 끄는 것은 결코 현명하다 할 수 없다. 쇄신방안이 없어서 그런다고 믿지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인적쇄신, 국정쇄신이 무엇인지를 모를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국정회견을 해도 국민의 기대에 미흡한 회견이 될 요량이라면 아예 안하는 것도 방법일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믿고싶진 않다. 국정에 식상한 국민의 속탄 가슴을 해갈시킬 수 있는 쇄신책을 밝힘으로써 남은 임기나마 탄력성 있는 국정을 펼칠 수 있기를 바라고 싶다.
정부의 가뭄대책이 한달만 빨랐어도 피해를 크게 줄일수 있었다. 본란은 이를위해 수차 범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했었다. 정부의 늑장대책은 농림부 등 주무부처의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아나 오늘은 이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왕 벌이는 한해대책이 슬기롭지 못한 사실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지금 전국의 소하천 저수지가 거의 말라 붙은지 오래다. 이미 드러난 바닥엔 각종 오물찌꺼기가 쌓여 악취를 풍기는 곳이 많다. 대부분의 이런 소하천 저수지는 토사가 퇴적층을 이루어 그렇지 않아도 준설해야 할 판이다. 소하천은 유수, 저수지는 담수때문에 준설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제 바닥을 드러낸 마당에 더할 수 없는 준설 적기인데도 시기를 놓치는 것은 심히 안타깝다. 지금 준설하면 물이 있을때보다 무려 80%의 비용을 절감할수 있다. 몇몇 저수지는 자체적으로 준설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역시 범정부차원의 한해대책 일환에 포함시켜 추진해야 효율적이다. 이같은 준설은 당장 악취와 해충이 들끓음으로써 우려되는 여름철 방역대책에 도움이 되고 또 장마가 닥칠 경우엔 수해대책도 아울러 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저수지도 저수지지만 특히 소하천은 수해예방과 직결된다. 내친김에 직할하천도 준설하면 더욱 좋지만 여기엔 각별한 기술적 측면이 요한다. 건교부에 이같은 준설제안이 답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도 지극히 소극적인 것은 단견이다. 또 물관리가 다원화한데 따른 책임의식의 빈곤 때문이기도 하다. 농업용수는 농림부, 산업단지 공업용수는 산자부, 다목적댐은 건교부, 그리고 가뭄대책은 행자부(중앙재해대책본부)가 맡고 있다. 비록 용도에 따라 물관리의 주무부처가 분담됐다고 하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본란이 소하천 저수지의 준설작업이 범정부차원(한해대책)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보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기상관측 사상 처음 겪는 90년만의 한해를 맞고 있다. 이런 위기속에서 갖는 절호의 준설기회를 이 정부는 놓치고 있다. 도데체 뭘하는 정부인지 모르겠다. 모진 한해를 겪고 있지만 가뭄끝엔 홍수가 닥친다. 졸렬한 한해 대책에 비추어 이역시 잘 대비하고 있는것 같지 않아 이래저래 걱정이 된다.
민노총의 이번 총파업투쟁을 보면서 우리의 노동운동도 변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절감한다. 물론 노동3권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고 노동자들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상 민형사상의 면책대상이다. 법절차에 따라 행해지는 근로자의 단체행동은 형사처벌하지 않으며 그 행위로 회사에 손해가 난다해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그 면책을 받으려면 그 행위가 정당해야 한다. 적법절차에 따라 노조를 결성하고 그 노조에서의 적법결정에 따라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벌여야 한다. 뿐만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이번 총파업의 경우 민노총과 단위 노조의 주장은 미사일방어체계 반대와 같은 노동자의 권익보호와 관련없는 무리한 요구를 했고, 노사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다가 연대파업일에 맞춰 일제히 행한 파업행태도 불법이었다. 특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무시한 것은 엄연한 불법파업이다. 불법파업의 관행은 지난 1987년 6·29 이후 과거의 억눌림에서 벗어난 노동계의 빈발한 폭력과 파괴를 시대상황적으로 분출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이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이었기 때문에 비롯됐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법·탈법적 쟁의 및 파업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근로자의 힘은 이제 결코 약하다고 할 수 없다. 노조의 결성을 방해받지도 않으며 노조의 결정에 따라 파업도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이기에 지금은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노조에도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책임이란 다른 무엇보다 법을 지키는데서부터 실행해야 하며 그 요구와 행위에서 정당성을 되찾는 일로 시작해야 한다.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그 목적이 노동관계법이 정한 것에 맞아야 할뿐 아니라 그 목적달성을 위해 과잉성을 띠지 않아야 한다. 쟁의의 목적은 기업을 중심으로 공존의 조건을 정립하는 데 있다. 그런 목적아래 법이 보장하는 테두리 안에서 행동할 때에만 노조의 쟁의행위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노동운동도 이젠 법도를 지켜 신노사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때다.
논란을 거듭해온 ‘판교신도시’가 2만 가구 규모로 개발되는 것으로 윤곽이 잡혔다. 신도시 건설에 반대해온 민주당이 ‘저밀도·전원형 개발’을 전제로 개발에 찬성함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당정협의용으로 마련한 잠정안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경기도와 성남시가 당초 건의한 벤처단지 규모가 크게 축소돼 개발계획안을 놓고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만약 건교부의 잠정안이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안으로 확정돼 개발된다면 서울로 이어지는 길목의 교통혼잡은 물론 수도권 도시화 확대로 과밀억제정책이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건교부가 밝힌 판교개발 방안은 계획부지 280만평을 택지 100만평·벤처단지 10만평·상업 업무용지 5만평·녹지 66만평·도로 등 공공용지 99만평 등 규모로 활용, 벤처단지를 포함한 전원형 도시로 건설한다는것이 주요 골자다. 아파트 층수를 10층으로 제한하고 인구밀도도 분당의 3분의1 수준인 ㏊당 61명을 넘지 않도록 하며, 녹지율도 분당(19%) 일산(22%) 평촌(13%) 보다 높은 24%로 끌어 올린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건교부의 계획안은 용도별 계획면적 배분이 택지에 너무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택지 100만평에 2만여 가구가 들어서고 상주인구가 6만명에 이르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권 인구 집중방지 정책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머지않아 분당에 1만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오피스텔이 새로 들어서고, 화성 신도시와 용인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경기남부지역의 교통난이 더욱 가중될 것은 뻔한 일이다. 물론 건교부는 2조4천1억원을 들여 총 9개 노선의 광역도로를 만들고 1조원을 투입, 분당∼양재간 전철을 건설한다고 하나 예산확보 가능성이 미지수여서 입주전에 개통될지도 불투명하다. 또 다른 문제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요구하는 벤처단지 규모는 68만평인데 비해 건교부 계획안은 10만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구집중과 교통난 완화를 위해선 택지를 줄여 명실상부한 벤처기업 중심의 사이언스파크로 개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판교개발에 따라 야기될 주변지역의 난개발 대책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신도시 개발은 국토종합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지방도시 육성계획과 연계해 장기적 안목으로 관련 지자체와 협의해 추진하는 것이 옳다.
6·15선언 1주년을 맞으면서 정상회담 당시의 영해통과 결정 이면설이 나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이는 국방부가 우리의 해군함정이 북한선박과 나눈 교신전문을 국회 국방위 의원에게 보고함에 따라 밝혀진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는 지난 2일 제주해협을 침범한 ‘청진2호’가 “작년 6·15북남협상(정상회담) 교환시 제주도 북단으로 항해하는 것이 자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정된 것으로 잘 알고있다”고 밝힌 통신내용을 사실로 믿고 싶진 않다. 저들 멋대로 하는 말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이 항로는 김정일장군께서 개척하신 것’이라고 저들 상선이 말한 대목이 상기되기 때문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땐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그랬던 것이 지금와서 보면 국방부의 국회보고 전문 문맥이 이 대목과 상통하는 점이 없지 않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무척 당혹스럽다. ‘청진2호’에 이어 이틀뒤 제주해협을 침범했던 ‘대흥단호’도 “귀선이 더이상 방해하는 것은 도발행위에 해당한다”며 우리측 해군함정에 되레 큰소리 치고 ‘청진2호’가 백령도 남단을 거쳐 북방한계선(NLL)을 불법통과 하면서는 “이 침로(항로)는 공화국이 그어준 것이며 공화국은 당신들의 무례한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고 보면 이에앞서 서해상의 NLL을 북측 배가 수차에 걸쳐 의도적으로 침범했던 사실이 우연치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남측 대응태세를 시험해본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이 마치 제주해협 통과나 NLL침범을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인 것처럼 공개 해보이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충격이다. 정부측 해명이 절박하다.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사람들의 해명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김정일위원장과 단독시간을 많이 가졌던 김대중대통령의 소상한 해명을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북측이 흘리는 석연치 않은 정상회담 합의설이 이쪽 내부 흔들기용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서 이런저런 의문을 풀기위해서는 누구보다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표명을 필요로 한다. 행여 만에 일이라도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이는 국기를 위협하는 주권포기 행위이며 면책특권이 용인될 수 없는 직무의 소관밖 행위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선 속단을 해서는 안된다. 정치권이 흥분해서도 안되고 여야간에 정략적으로 대해도 안된다. 차분하면서 조속한 실체규명의 대응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