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복마전인가

국내 최고 권위의 하나인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 과정에서 금품이나 청탁을 받고 입상자를 선정한 혐의로 국내 유명화가들과 한국미술협회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입건된 당사자들은 “그림을 팔고 받거나 빌린 돈이지 입선을 대가로 받은 돈은 아니다 ”라면서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어쨋든 혐의를 받은 자체가 미술계에 먹칠을 한 부끄러운 사건이다. 미술대전은 매년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동양화, 서양화, 조각, 판화 등 4개 분야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신인들의 화가 등용문이다. 이 미술대전에서 입선을 미끼로 금품을 받거나 지연·학연 등에 의해 입상자가 선정된다면 뇌물을 준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가 예술가로서의 품위를 상실한 것이다. 지난 99년 5월과 2000년에 열린 미술대전에서 입상을 대가로 거액의 ‘뒷돈 ’들이 오고 갔다면 당당한 예술성으로 입상한 그동안의 수상자들까지 곤혹스럽게 하는 비예술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적발된 미술대전 관련비리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미술계에서 끊이지 않았던 소문들이 입증된 것으로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스승의 그림에 자신의 낙관을 찍어 출품한 뒤 입상하거나 제자들의 작품명을 심사위원에게 미리 알려준 뒤 입상시킨 화가도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예술가들의 데뷔 과정이 무시되고 심지어 미술대전 폐지론이 왜 계속 대두되는가를 깊이 반성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술협회 이사장 및 부이사장들이 선발한 운영위원들이 다시 심사위원을 선정해 출품작 심사를 담당케 하는 현행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이때문에 협회 간부가 되기 위한 일부 선거비리도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미술대전 출품에 앞서 미술협회 관계자들에게 ‘성의표시 ’를 하는 것은 관례처럼 돼 있다. 심사위원들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화가의 작품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는 한 화가의 반문은 미술계의 현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민망스럽고 공허하게 들린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특히 서울은 물론 전국 각 시·도 미술계에서도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예술계마저 부패한다면 세상이 너무 어두워진다.

탈북자 문제

탈북난민 장길수군 일가족이 중국에서 제3국을 거쳐 극적으로 한국에 왔다. 이는 UNHCR 베이징사무소에서 난민으로 판정된 경우이나 이밖에 러시아나 동남아를 거쳐 비공식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지난해 310여명에 이어 올들어서도 벌써 220여명에 이른다. 가족단위 탈북자 또한 급증, 지난해는 50가족이었으며 올핸 길수군 일가족까지 40가족이나 된다. 이로인해 국내거주 북한 이탈주민이 급격히 늘어 1999년만도 820여명이던 것이 1천350여명에 달하고 이중 38.9%가 경기·인천에 살고있다. 문제는 탈북자가 올해도 연말까지 500명선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할 만큼 계속 증가하는데 있다. UNHCR 베이징사무소는 중국내 탈북자를 3만명 규모로 보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이와 비슷하게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많은 10만명, 30만명설도 있고 러시아에는 약 2천명의 탈북자가 유랑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대부분이 한국행을 바라는대로 다 들어올 수는 물론 없겠지만 어떤 경로로든 앞으로 탈북자 입국이 훨씬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다. 국내로 오는 탈북자는 다 받아들인다는게 정부의 공식입장이긴 하나 북측과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위해 입국을 도와주는 것은 무척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입국한 탈북자 지원대책 역시 소극적이다. 탈북자 문제를 자원봉사나 예비비 등으로 의존이 가능했던 수준이 지금은 아니다. 이들의 사회정착에 소요되는 충분한 예산과 전문인력을 제대로 둘 필요가 있다. 1인당 3천700만원의 정착지원금도 미흡하지만 사회적응 교육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 이쪽 체제에 대한 지식부족, 생소한 사회생활, 지인이 없는 인간관계 부재, 장래에 대한 불안감, 재북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고독 등 이런 애로를 능히 극복해낼 수 있는 지식 및 의지력 제고의 교육이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입국을 적극 돕지는 못할망정 제발로 알아서 들어오는 탈북자를 능히 자립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인도주의 정신으로 이마저 눈치를 볼 이유는 있을 수 없다. 북한 이탈주민의 국내 거주는 더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연대 차원의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

검찰운영 쇄신방안

특별수사검찰청 신설, 검사의 항변권 부여, 피의자 신문의 변호사 참여권 보장, 공무원범죄에 대한 재정신청 확대, 검찰인사위원회의 외부인사 참여 등 이런 일련의 검찰운영 쇄신방안은 평가할만 하다. 정치적 중립의지 표명과 함께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는 또 신승남 검찰총장이 취임때 밝힌 포부의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검사가 양심에 따라 수사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않고 도와주겠다”고 했던 다짐은 검찰청법에 신설코자 하는 항변권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같은 검찰조직 쇄신방안의 밑그림이 내실있게 조형화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마디 당부가 없을 수 없다. 우선 검사동일체의 윈칙과 항변권의 상충을 어떻게 조화시켜 상생하느냐가 문제다. 항변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부당한 명령’의 개념이 분명해야 하기도 하지만 이로인한 인사 불이익 등 우려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 아울러 항변의 한계도 정립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지휘체계의 근간인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없앨 수 없는 현실에서 이의 사문화를 막고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구체적 연구가 더욱 요구된다. 검찰인사위원회의 외부인사 참여는 참신함과 외압의 양면성이 있다. 제도 못지않게 참여 대상의 한정 및 선정 등 운용의 묘가 막중하다는 사실을 일러두고자 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특수검찰청 신설은 취지는 이해한다. 기왕이면 특수검찰이 아니고도 모든 검찰이 가령 시라크대통령의 파리시장 재임시절 비리의혹을 최근 수사하는 프랑스 검찰처럼 성역없는 수사가 가능한 조직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이나 정치인 범죄를 전담하는 특수검찰청 신설이 불가피하다면 임기제와 더불어 인사 및 예산을 대검과 별도로 하는 이 기구의 법률적 지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대검 중수부와 옥상옥으로 보는데엔 반드시 그런 것으로는 동의하지 않으나 정치적 성향의 인물이 조직을 맡으면 정치적으로 악용돼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긴하나 이런저런 염려때문에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가하단 할 수 없다. 전향적 검토와 사려깊은 추진은 있어야 하겠으나, 무엇보다 목적에 부합한 실효성이 가시화 돼야 한다.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이 요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도의원의 기초단체장 출마

도의원 상당수가 내년의 기초자치단체장선거에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다. 최근 일고 있는 ‘도의원 단체장출마 붐’에 따라 현재 시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에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는 의원수는 30여명이나 된다. 전체 도의원 96명의 30%에 이르는 숫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민주당과 자민련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물밑 접촉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게 문제될 것은 없다. 피선거권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에 나설 수 있으므로 도의원들의 기초단체장 출마 준비를 탓할 것은 아니다. 당연한 활동이다. 다만 자칫 선거분위기가 조기에 과열되어 지방의정이 부실해지지 않을까 해서 걱정이다. 우선 지역별로 기초단체장후보 공천 및 경선작업이 본격화하는 연말이 되면 출마에 뜻을 둔 도의원들이 이 일에 몰두하게돼 2002년도 경기도 본예산 심의가 ‘수박 겉핥기’식이 되기 쉬울 것이다. 또 이들이 내년 선거에 입후보하려 할 경우 선거 60일전에 현직을 떠나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광역의원이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60일전 그 직을 그만 두어야 하기 때문에 내년 6월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시 시장·군수에 출마하려면 두달전인 4월13일 이전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30여명의 출마 거론자 중 정당공천이 안돼 출마를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무소속 출마를 포함, 최소한 15명이 출마할 것이라는 지방정가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들이 일시에 사퇴하면 안정적인 지방의정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출마 의원들을 지지하는 동료의원들이 이들을 지원하는 일에 나설 경우 이들의 의정활동 역시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성원조차 안돼 본회의를 열지 못하는 사태마저 예상되고 있다. 광역의원이 기초단체장에 출마할 경우 60일전에 그 직을 사퇴토록한 것은 선거구가 당해지역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시의원이 기초단체장에, 그리고 광역의원이 광역단체장에 출마할 땐 현직 출마가 가능한 것과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관계당국은 선거로 인한 의정공백 사례가 초래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에 노력해야할 것이다.

시급한 경춘선 복선 전철화

서울 청량리∼강원도 춘천시 간 총연장 85.6㎞구간의 경춘선 복선 전철화사업 중 서울 청량리∼남양주시 마석구간을 빨리 착공할 것을 촉구한다. 철도청은 지난 1997년부터 기본 및 실시 설계 등 제반 행정절차를 미무리 짓고 지난해초 남양주시 마석리∼강원도 춘천시 간 58.5㎞ 구간에 대한 공사는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서울시 청량리∼구리시 갈매동∼남양주시 호평동·마석리만 27.2㎞ 구간 공사는 아직도 착공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이 구간 주변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공사구간으로 예정만 돼있고 착공이 늦어져 지역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호평동지역의 경우, 서울시계와 14㎞ 정도의 근거리에 위치해 있으나 철도의 단선화 등 교통수단 미비로 지역개발이 늦어져 주민들의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2009년말까지 완공할 계획을 세운 철도청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총사업비가 2조606억원이나 소요된다는 예산확보가 어려운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남양주시 마석리∼강원도 춘천시 간 구간은 시공중에 있으면서 경춘선의 시발점인 서울 청량리∼남양주시∼마석리 구간은 왜 방치상태인지 이제는 의구심이 생긴다. 혹시 이 구간을 재정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공사비를 맡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일찌감치 백지화해야 된다. 서울 인접지에 위치해 있으면서 교통수단이 매우 나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전철이 통과한다고 하여 그 해당 지역에 사업비를 부담시키려 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각종 지역이기주의로 만사가 난마처럼 얽혀있는데 해결방법이 별로 어렵지 않은 일로 하여 지역주민들이 자체 지역발전협의회를 구성, 정부 부처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사례 등이 빈번해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도청은 현재 경춘선 복선전철화 앞에서 ‘국가기간사업’으로 할 것인가, ‘광역화사업’으로 할 것인가 사업시행 방법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됨을 강조해 둔다. 정부 예산 당국과 하루 빨리 협의를 끝내고 조기착공할 것을 거듭 강조해 마지 않는다.

滯賃 3천500억원

경기·인천지역 사업장의 임금체불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경인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경인지역 사업장의 체불임금은 3천571억2천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5배나 늘어나 사상 최초로 3천5백억원대를 넘어섰다. 체불사업장도 436곳으로 해당근로자는 5만2천여명에 이르러 5배이상 늘었다. 이같은 체불임금 발생액은 IMF 관리체제 기간중 가장 높았던 지난 99년말 3천27억원보다도 500억원이상 많은 것으로 경인노동청 개청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IMF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고는 하나 아직도 상당수 기업들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은행이 하반기부터는 경기 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아 기업들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있다. 건설·제조업종이 장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대우자동차의 구조조정과 부도여파로 1만여개의 협력업체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체불사업장중 76개 이상 기업이 폐업 또는 휴업상태에 있는데다 상당수 기업들이 1차 부도등에 따른 재산처분 절차를 밟고 있어 1만여 근로자들은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할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임금이 소득의 전부인 근로자에게 임금이 제때 나오지 않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보너스는 커녕 밀린 임금조차 못받아 당장의 생계와 생존을 위협받는다면 그건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라면 그 고통은 더욱 크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업도산이 속출하면서 발생하는 체임은 큰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와 대기업등의 체임일소협력이 절실하다. 우선 정부는 노무관리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상습체불업주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제재와 미불 도주업주의 신병확보만이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공장문을 닫았더라도 재고품이나 원부자재를 처분, 임금부터 찾도록 해야 한다. 경매나 민사소송상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에도 임금채권부터 챙길 수 있도록 행정부와 법원이 협력해야 한다. 또 대기업들도 하청이나 하도급업체에 체불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는 것이 대기업의 도리이자 협업체제를 강화하는 길도 된다. 아울러 사업주는 근로자들과 한가족이라는 신념으로 그들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해둔다.

은행원들 왜 이러나

최근들어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돈을 맡기는 은행에서 이런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 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전체가 불안하다. 가장 안전하고 또한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에서 고객이 맡긴 돈이나 납부한 세금을 은행원 개인돈으로 생각하고 사금융같이 마구 빼먹는다면 과연 어떻게 은행을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는가. 인천지역에서 주요 금융기관 은행원들이 등록세를 횡령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부터 인천 연수구, 남동구, 계양구 등 3개 구청의 등록세 3백여만원을 횡령하여 외환은행 여직원이 구속되었으며, 조흥은행에서 근무했던 여직원 1명도 등록세 8백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이 신병확보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 주에도 한빛은행과 주택은행에서 각각 1억3천만원과 3천만원의 등록세를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여 은행원이 구속되었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곳은 은행뿐만 아니다. 증권회사, 협동조합 등 돈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항상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니, 은행원만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은 무엇보다도 신용을 상징으로 고객들의 돈을 보관하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일반 서민들은 물론 누구도 안전하게 돈을 맡길 수 없다. 더구나 국민들이 낸 세금을 사용하기도 전에 수납한 금융기관에서 은행원들이 빼돌린다면 이는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직업 윤리의 결여에 있다. 현재 많은 직업인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고한 윤리의식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 같이 평생직장의 개념도 사라져 직장에 대한 애착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사회인 또는 직업인으로서 윤리의식 없이 적당히 살아가려고 하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황금만능의 시대적 풍조도 금융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되고 있는 향락 위주의 생활양식은 돈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향락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번창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향락산업 뿐이니 젊은이들만 탓할 노릇도 아니다. 은행에 납부한 세금까지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타락한 한국사회의 직업윤리, 만연된 황금만능풍조는 건전한 사회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안전비상’

장마철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의 안전이 위태롭다. 이미 지난해 10월 쓰레기매립이 끝난 제1공구(인천시 서구 오류동)의 ‘안정화공사’가 8개월째 지연되면서 침출수와 가스누출로 인한 악취고통은 물론 복토부분과 제방 곳곳이 갈라져 빗물이 스며들어 제방이 붕괴될 경우 수천t의 쓰레기가 쏟아져나와 인근 농지를 덮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문제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제1공구는 지난 1992년부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민 2천1백여만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9년간 매립해 조성된 76만평 규모의 거대한 매립지다.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은 당초 매립작업 과정에서부터 먼지, 악취 피해뿐만 아니라 매립후에도 침출수와 가스처리 등의 문제가 많아 철저한 관리와 함께 ‘안정화공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매립작업이 끝난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당초 안정화공사를 시행키로 했던 동아건설이 파산됐다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니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앞으로 2년간 추진해야할 안정화 공사는 쓰레기 1m에 흙 20cm를 반복해 매립한 땅위에 높이1.5m 규모의 가스배제층과 배수층, 식생대층 등을 조성하는 공사로 환경친화적인 매립지 조성을 위한 마무리 사업이다. 하지만 관리공사측의 미적지근한 대처로 안정화공사가 지연되면서 제방 곳곳이 손바닥이 들어갈 정도로 균열이 생기고 이 틈새로 하루 3천500t의 침출수와 100만㎡의 가스배출로 인한 악취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방독면 없이는 생활할 수 없다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특히 지난 96년 장마때 일부 제방이 터진 것을 경험한 인근 주민들이 장마를 앞두고 20㎞에 달하는 제방 수백곳이 갈라져 언제 쓰레기 사태를 맞을지 몰라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지난번 내린 20mm의 적은 비에도 복토한 겉흙의 30cm가 패나가 매립된 쓰레기가 드러났기 때문에 주민들의 걱정은 태산같다. 상황이 이처럼 절박한데도 관리공사측은 남의 일보듯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으니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때늦었지만 관리공사측은 사태를 직시하고 속히 응급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발굴 문화재 관리에 만전을

한반도의 문화발상지답게 올해에도 경기지역에서 귀중한 문화재 및 유적지가 많이 발굴됐다. 경기도박물관,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재연구원을 비롯, 각 대학에 의해 발굴된 문화유적들은 우리나라 역사를 수정해야할 정도로 획기적인 사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굴문화재들은 훼손될 우려가 커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고려중기 이전에 창건돼 조선조때 왕실의 지원을 받았던 대가람 양주 회암사(檜巖寺)터다. 양주군 회천읍 회암리 산14 보천산 동쪽 기슭 회암사 터 3만2천992㎡ 가운데 1만2천200㎡가 4년여에 걸친 발굴조사로 지표의 흙이 제거된 후 건물의 초석과 기단석, 구들시설 등이 모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포천군 포천읍 자작리 251의 2 백제유적지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발견된 백제시대 건물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확인된 백제유적지의 呂(여)자형 주거지(길이 23.6m, 폭13.2m)의 원형 일부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말각천장(抹角天障)이 남아있는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고구려 석실분 2기(직경 20m, 높이 4∼5m)도 붕괴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52호로 지정된 통현리 북방식 지석묘의 경우 개석(蓋石) 일부가 파손돼 지석 옆에 방치돼 있고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도 거의 무관리 상태다. 조선조 제22대 정조가 200년전 백성들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관개시설로 축조한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화성 만년제(萬年堤)가 쓰레기더미와 오·폐수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안타깝다. 특히 최근 안양시 관양동 15의 12 일대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사예정지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 유적에 이어 용인시 기흥읍 구갈리 57의 1 일대 강남대 캠퍼스 인근 야산에서 발굴된 3∼4세기 무렵의 백제시대 주거지와 출토된 100여기에 이르는 토기류, 철기류 등도 보존이 시급하다. 이렇게 발굴이 끝났거나 진행중인 문화유적지들은 발굴보다 보존이 더 어렵다. 발굴 후 뒷처리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특히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집중호우 등으로 노출 문화재들이 멸실 또는 붕괴될 우려가 크다. 더구나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출문화재 보존 대책이 부족하여 관리예산 확보, 관리원 증원 등이 매우 절실하다. 기전지역에 산재한 기존 문화재와 노출된 매장문화재 보호·관리에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 당국은 물론 학계도 함께 대책을 마련, 하루빨리 착수할 것을 당부해 마지 않는다.

판교개발, 일방추진 안된다

판교 신도시 개발안을 놓고 정부 여당과 경기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당정협의를 위해 마련한 개발안에 대해 경기도의 강력한 보완요구를 정부 여당이 수용치 않을 방침이어서 경기도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여당이 건교부의 초안대로 판교 신도시가 개발될 경우 교통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여론을 감안, ‘선(先)교통망 확충, 후(後)입주시작’으로 개발시기를 조정키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도로망 우선 확보는 도시계획에 있어 기본적 요소로 당연한 정책방향이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건교부와 경기도·성남시가 충분한 연구와 협의를 거쳐 잠정적으로 마련한 벤처단지 60만평 확보안이 묵살되고 10만평으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이루어진 사전 의견조율을 정치적이유 때문에 일방적으로 깬것은 중앙정부의 고질적인 독단의 소치다. 지방자치시대에도 맞지 않는 중앙부처의 횡포다. 건교부가 경기도와의 협의내용을 일언반구 없이 일방적으로 묵살할 요량이었다면 그동안 경기도 및 성남시와 무엇때문에 ‘협의’라는 이름아래 회의를 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신도시 건설은 관계부처와 해당 지자체간 빈틈없는 공조체제아래 진행돼도 허점이 생기기 십상인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도 신도시 관할 지자체의 의견을 묵살한채 밀어 붙이려고만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본란은 이미 판교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집중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당부한바 있다. 신도시 개발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면 서울 길목의 교통난을 완화할 수 있게 자족기능을 갖춘 벤처기업 중심의 사이언스파크로 개발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판교 신도시에 명실상부한 벤처단지가 조성돼 국제경쟁에 나서려면 최소한 60만평 규모가 돼야한다는 경기도의 주장은 그래서 타당하다고 본다. 판교 주변의 분당과 용인이 자족적 산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판교 신도시마저 주거기능 위주로 개발되면 경기남부권 일대는 완전히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남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원점에서 검토하고 개발계획안을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 정부 여당의 심사숙고를 다시 한번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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