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총량제 완화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공장총량제 완화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은 외자를 어렵게 유치해 놓고도 공장총량제 때문에 공장을 건설하지 못하여 중국 등 해외에 빼앗기고 있으니 기업의 발목만 잡지말고 빨리 총량제를 풀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경제가 회생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충청지방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총량제를 완화시키면 지방공단은 공동화 현상이 야기되어 결국 지방경제는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장총량제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의원, 상공회의소 회원등은 공장총량제 완화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앞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인 것 같다. 지난 주말 TV토론에서도 공장총량제 완화여부를 놓고 임창열 경기지사와 김혁규 경남지사가 열띤 공방전을 전개하였으나 뚜렷한 해답없이 논쟁만 무성했다. 그러나 공장 총량제가 본질은 외면된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지역 감정을 자극시키고 일종의 지역이기주의 양태로 전개되고 있어 안타깝다. 공장총량제 완화문제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옳은지의 여부에 대한 전제하에 우선 논의되어야 한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사회도 과거와 같은 폐쇄적 사회가 아닌 개방형 사회가 되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정부가 공장건설 여부 문제까지 간섭을 한다면 과연 기업이 대외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특히 공장총량제 문제 접근에 있어 서울과 경기·인천은 분리해서 보아야 된다. 경기도는 서울과 같은 수도권이지만 실제로 서울의 베드타운, 또는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으면서 각종 규제는 서울과 똑같다. 서울이 비대해져 소위 ‘서울공화곡’이 생기는 것이 문제이지 경기도는 최근 공장 노동인구까지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때문에 경기도에 인구가 증가하여 공장총량제를 유지해야 된다고 하니 이는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경기·인천을 서울과 같은 수도권으로 취급하는 것은 비수도권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오히려 경기·인천을 포함한 충청·경상·호남·강원 등 비서울권은 서울을 향해 공동으로 대응하여야 될 입장에서 실제로 서울은 쏙 빠지고 경기도와 다른 시·도가 서로 싸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재정 과다규제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 하고 의문을 갖게 하는 중앙의 허다한 지방 규제가운데 재정 과다규제를 들 수가 있다. 가뜩이나 이런 실정에서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가 재정페널티제 등을 골자로 하는 ‘지자체 개혁시안’을 성안, 이에 따른 관련 법령의 개정을 추진키로해 주목을 끈다. 해마다 국세의 43%를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는데도 지방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시안 마련의 배경이다. 이때문에 자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지자체의 노력을 촉구하는 차등 지원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체로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부실을 가져온 것은 인정한다. 이러한 자치단체엔 정도에 따라 지방교부세를 삭감하고 30억원규모가 넘는 투·융자 사업은 미리 타당성 검토를 하며 지방채발행 또한 상환능력과 재정상태 등을 보아 제한하겠다는 것도 취지는 이해한다. 지방자치 본연의 정신으로 보아서는 심히 위배되지만 현실적으로 그같은 간섭을 자초한 재정운영의 부실책임이 자치단체에 있는것을 매우 곤혹스럽게 여긴다. 지방채만 해도 18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은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현상이다. 따라서 마땅히 거부해야할 중앙의 재정규제를 선뜻 거부할수 없는데 본란의 고충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재정운영의 방만성, 투·융자사업의 타당성 여부는 기준을 아무리 객관화한다 하여도 지방자치를 중앙의 의도대로 순치하고자 하는 재량의 남용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순수한 재정지도 본연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이 없지않다. 지금부터라도 자치단체가 이에 대처하는 길은 지방재정의 건전화 노력에 있다. 지방자치의 효시가 지방세입 지키기가 발단이된 서구사회와는 달리 자치제를 모방한 우리는 지방재정에 대한 고질적 인식결핍이 제대로된 지방자치를 저해하고 있는 잘못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주민부담의 예산을 한 푼 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적극적 노력이 참다운 지방자치 정신이다. 이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가 하는 성찰이 요구된다. 잘못된 재정운영으로 자치단체가 파산을 맞는 불행은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도 있는 일이다. 하물며 재무구조가 열악한 우리는 더말할 것이 없다. 자치단체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지자체 개혁시안’의 유예가 있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경의선 복원, 왜 잘 안되나

남북 이산가족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경의선 복원공사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돼 매우 안타깝다. 경의선 복원공사는 우리측이 지난해 9월18일 판문점 자유의 다리 남쪽에서 첫 삽을 뜬 이래 남방한계선까지 2.7㎞와 남북 연결도로가 지나갈 통일대교에서 남방한계선까지 3.3㎞ 구간에 대한 지뢰제거 작업을 마치고 현재 이 구간 노반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공사 준비를 위해 서부전선인 개성시 봉동, 미촌골, 남촌골 등에 설치한 군부대 막사(텐트)와 덤프트럭, 군병력 대부분을 최근 철수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2월8일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경의선 복원공사를 위한 합의서(DMZ 공동규칙안)’의 서명을 ‘행정적인 이유’로 연기한 뒤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조차 없는 상황이라니 남북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새삼 알게 한다. 이로 인해 경의선 복원공사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DMZ내의 지뢰 제거작업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지난 3월26일쯤 남북 양측이 동시에 작업을 시작해 이미 상당부분 진척이 돼 있어야 할 사안이다. 우리측과 달리 북측은 지뢰작업을 전혀 하지 않아 당초 목표했던 올 9월 경의선 개통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DMZ 공동규칙안의 서명을 미루고 경의선 복원을 위한 공사 장비와 인력을 철수시킨 의도는 미국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관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의선 복원 공사는 미국의 대북정책과는 무관한 한민족의 현안사업이다. 경의선 복원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인데다 경제사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우리보다는 북한이 더욱 절실한 사업이다.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북한 당국도 경의선 복원공사에만은 미국과의 관계를 떠나서 대승적인 차원으로 임해야 한다. DMZ 내의 지뢰 제거작업만해도 3개월이상 걸리는 공사일정을 감안해 북한은 지금 곧 복원공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만을 기다릴게 아니라 북한이 경의선 복원 현장에 하루 빨리 다시 나올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도 능동적인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줄 것을 당부해 마지 않는다.

與·野·政 ‘경제토론’

여·야 정치권과 정부를 포함한 전례없는 1박2일 합숙 경제토론회는 평가할만 하다. 여·야·정 합숙토론회는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지를 모으고자 하는 모임을 파탈의 대화가 가능한 합숙형식을 취한것은 기발하다. 비공개로 한것도 이해할만 하다. 여·야중진과 경제부처 책임자들이 참가한 토론회는 6개항목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재벌개혁, 공적자금운용, 현대그룹문제, 국가채무, 경제성장률, 추경예산 등 경제현안 전반에 꽤 폭넓은 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와 민생을 보듬는 것으로 집약되는 합의사항 내용은 그 어느것 하나 절실하지 않은게 없다. 그러나 그같은 합의정신이 잘 구현될지는 속단키가 어렵다. 여·야총재회담에서 두차례나 합의한 경제협의회 구성도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번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에는 두가지 조건이 전제된다. 우선 여·야간에 경제시책의 당리당략화가 없어야 한다. 여당이 시장원리를 일탈한 당리차원의 억지시책을 강행하거나 야당의 대안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경제에 아무 도움이 될 수 없다. 또 하나는 경제운용의 투명성이다. 경제시책이 투명성을 잃으면 신뢰를 잃고 신뢰를 잃으면 협조가 있을수 없다. 시책의 입안, 추진, 확인, 평가과정에 객관적 투명성이 있어야 상대에게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합의문 발표가 있었다고 해서 앞으로 모든 경제문제에 여·야가 원만할 것으로만 기대할 수는 없다. 입장이란게 있다. 가령 국가채무를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로 보느냐 하는 것은 입장, 즉 관점의 차이다. 관점의 획일화는 누구든 강요할 수 없다. 그같은 것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가능하다. 다원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성립된다. 이를 잘 조화해 내는 것이 또한 민주주의의 역량이다. 그런데도 잘 조화해 내지 못한것이 그간 정치권이 보여온 체험이다. 합숙 경제토론회의 합의문 이행은 결국 집권여당이 야당에 대한 국정의 동반자 인식여부에 달렸다. 지금까지는 이같은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당은 책임을 야당에 돌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만일 합의문 발표가 또 일과성 전시로 끝나면 국민은 그 책임이 어느쪽에 있는가를 가려 기억해둘 것이다.

정책실패와 공무원

복지부관리들이 의약분업 부작용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감사원 특감 내용이 사실이라면 두둔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특감의 목적이 만일 정책실패의 책임을 실무공무원들에게 돌리려는 국면 호도용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의약분업은 대선공약이었다. 선진국형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측과 여당의 분위기였던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당시 의약분업을 강력히 반대했던 복지부의 한 중견공무원은 해임까지 당했다. 대통령과 여당에게 ‘안된다’는 반대의견의 개진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복지부는 그같은 주문을 생산해 내야하는 입장이었다. 이과정에서 차흥봉장관 등이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질책은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일뿐 그로 인하여 국민에 대한 실정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말하자면 교육부 또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공교육 부실을 가중한 것은 이 정부 초기에 있었던 어설픈 교육개혁의 혼선이 치명적이었다. 그 장본인인 당시의 장관은 지금 여당의 중책을 맡고있다. 국민1인당 200만원이 넘는 공적자금 투입에도 비틀거리는 경제정책의 난조 역시 문책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법에의한 책임추궁은 불가능하다. 법원은 환란을 일으킨 전 정권의 주무장관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이 정부에서도 정무직과 정치인은 막상 정책실패로 인한 국민의 손실에 대해 법적 면피에 안주, 도의적 책임조차 별로 느끼지 않는듯 하다. 기왕 내친김에 실패한 정책을 더 들겠다. 예컨대 공무원 개방형 임용, 공무원 성과급제도 마찬가지다. 개방형 임용은 전·현직공무원의 독식, 성과급은 나눠먹기판이 돼버렸다. 선진국의 좋은 제도를 이식하는데도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이런 실패의 사례는 더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의약분업 강행 역시 같은 맥락에 속한다. 정책실패의 보다 근원적 원인은 국정의 운영 스타일에 있다. 정책에 대한 반대가 곧 반개혁으로 낙인찍히는 경직된 국정운영이 결국 오늘의 실패를 가져왔다. 복지부 실무진이 예견되는 부작용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이 맞다면 당정의 맞춤주문이었기 때문 일수가 있다. 그렇다고 책임을 면할순 없지만 정황은 능히 참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생각되는 것은 앞으로의 직업공무원 사회는 더이상 정권의 하수인이 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유익하지 않은 정책은 관철안될땐 안되더라도 사실대로 밝히는 공동체 의식이 국익은 물론이고 자신의 일신 또한 사는 길임을 일깨워 준다고 믿는 것이다.

경기도가 환경파괴 조장?

경기도의 환경의식이 아직도 개발연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도가 최근 외국인 골프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자연보전권역과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내 31개 골프장의 숙박시설 증설허용과 골프장 부지면적의 제한철폐 등 골프장관련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함으로써 환경파괴와 상수원 오염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가 추진하는 이같은 규제완화 내용들은 그동안 골프장 사업자들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것들로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저촉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 당국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사업주들의 요구를 기꺼이 수용하려는 것은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또 도가 팔당 상수원 보호차원에서 수계지역내 시·군의 국토이용계획변경권을 회수한 그동안의 정책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도 당국이 일선 시·군의 환경훼손 행위는 강력히 규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사업자들에게 선심 쓰듯 규제를 풀려는 것은 상급기관의 독선이며 자기 모순이다. 행정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도는 이같은 규제완화가 외화획득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는 눈앞의 수입에만 급급해 국민이 공유해야할 환경이 훼손된다는 심각성을 모르고 하는 처사다. 그동안 당국의 단속에서 보듯이 골프장의 목욕탕 식당 등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배출허용기준을 넘기 일쑤여서 숙박시설 등의 증설허용은 상수원 오염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도내에는 우리 나라 전체 골프장의 46%가 몰려있고 그 면적은 도 면적의 1%인 106㎢에 이르러 ‘골프 도(道)’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그동안 골프장 건설로 애써 가꿔온 푸른 산야가 여지없이 잘리고 파헤쳐지는 것은 물론 골프장에 뿌려지는 맹독성 농약이 식·농용수를 오염시키는 정도는 이제 절박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런 터에 도가 골프장 부지면적의 제한 철폐를 추진하고 도내 10개 시·군 역시 그린벨트지역 23곳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것은 자연훼손·농지잠식은 물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환경문제로까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공기·물·땅 어느 한가지도 온전하지 못한 가운데 공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보전이 국민적 운동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터에 분별없이 산자락을 자르고 수맥을 끊으며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골프장 관련 규제완화는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따라서 골프산업 활성화 계획은 마땅히 백지화 되어야 한다. 도 당국의 사려깊은 재고를 촉구 해둔다.

‘제2건국위’, 무얼하고 있나

1998년 10월 출범한 ‘제2의 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가 과연 계속 존치해야 되는가 하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엄연히 대통령의 자문기구로 설립됐는데도 2년6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는 물론 할일을 못찾고 있기 때문이다. 제2건국위는 출범하자마자 ‘권력의 외곽조직’‘총선용 지원조직’이라는 의혹과 정치적 시비에 휘말려 국정전반의 개혁과 남북의 화해·협력이라는 거창한 과제 설정과는 달리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더욱이 제2건국위는 새마을운동중앙회 등 다른 단체와는 달리 위원들만 있고 직접 운동을 주도하고 현장에서 뛸 회원이 없어 조직자체가 너무 허술하다. 제2건국위가 출범한 이후 2년간 1기사업으로 국민화합운동, 신지식운동, 부정부패추진운동, 한마음공동체운동, 21세기문화시민운동 등 5대사업을 추진했으나 따가운 비판만 받았다. 과제내용들이 국정전반에 망라돼 있고 특정사업이라고 할 만한 새로운 것이 없는데다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사업성과가 없어서였다. 실제로 인천시 제2건국위의 경우 그간의 추진실적으로 내세우는 신지식인발굴선정운동, 국민화합운동, 부정부패추방운동, 한줄로서기운동 등은 중앙에서 부여한 과제로 대부분이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중복사업들이다. 제2건국위 중앙위원회의 지난해 예산은 인건비를 포함해 33억원이었고 올해는 32억원이다. 10억원을 증액하려고 했으나 국회 심의에서 지난해보다 1억원이 더 삭감됐다.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제2건국위 예산이 전년도 보다 적어진 것을 보면 그리 중요하게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한 생각이 든다. 제2건국위는 지난해 10월 2년 임기의 위원 9천500여명을 위촉함으로써 2기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이 또한 지방선거와 대선 등을 앞두고 있어 또 다시 ‘권력의 외곽조직 ’‘선거용 지원조직 ’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게 뻔하다. 유명무실한 상태로 예산만 소비하려면 차라리 해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제2건국위의 향후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자 한다.

대형 화재참사 왜 재발하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또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33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의 대입전문 기숙학원 화재참사는 안전의식을 가볍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어이없는 사고였다. 대형참사를 수없이 겪고도 아직 안전불감증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무딘 감각과 무책임이 한없이 통탄스럽다. 정확한 화인은 경찰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만으로도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예지학원이 지난 91년 준공된지 4개월만에 5층옥상에 지은 창고용도의 가건물을 교육청의 시설변경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강의실로 불법사용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옥상 가건물이 강의실로 사용되고 있는것은 인근 주민들도 알고있는 사실임에도 시설점검을 벌였던 관계기관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9월 등 두차례나 소방점검을 실시한 하남소방서가 ‘이상없음’의 판정을 내렸으며, 이에앞서 7월에 실시한 광주교육청의 학원운영 실태 점검에서도 위반사항을 적발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처럼 문제의 예지학원은 행정당국의 감시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각(死角)의 건물이었다. 대형사고의 이면에는 언제나 관계당국의 눈가림 행정과 허술한 감독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수없이 경험한 우리는 이번 사고에서도 또 한번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개조한 강의실에는 소화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비상구도 없었고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있는 등 문제 투성이었다. 불이 나자 자율학습 중이던 학생들이 유일한 대피로인 출입구를 통해 빠져 나가려 했으나 출입구가 불길에 휩싸여 퇴로없는 강의실에 갇혔다가 유독가스에 질식, 많은 사상자를 냈다. 학원교사가 발화초기에 먼저 학생들을 긴급대피 시키지 않고 먼저 소화장비를 가져오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것도 잘못이었다. 한마디로 행정당국의 직무태만, 그리고 소방장비와 안전의식 및 대피조치가 모두 실종된 무방비가 자초한 대형참사였다. 당국은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려내 엄중 문책 해야한다. 소방점검에서 왜 적합판정이 내려졌는지, 가건물 불법개조를 묵인 하지는 않았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중이용시설 전반에 대한 재점검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원 유급제의 전제 조건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내년 지방의원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 유급제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곧 국회에 제출한 예정으로 있어 지방의원들을 비롯한 지방정가는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야당인 한나라당도 지방의원 유급제에 찬성하고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국회에서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어 내년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실시될 예정이다. 그 동안 지방의원 유급제 문제는 지방의원의 전문성과 위상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꾸준히 제기되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32조 1항에 의하면 지방의원들은 명예직으로 되어 있으며, 약간의 의정활동비, 보조활동비, 여비, 회의수당 등이 지급되고 있으나 무보수 명예직의 선출직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지니고 있으므로 급여를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지방의원들은 일정액의 의정활동비 지급에도 불구하고 액수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기초의원들에게는 제외되어 있어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 지방의원을 유급화하여야 된다고 주장했다. 지방의원들과 유급제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지방자치단체가 고도로 분화된 산업 사회로 가면서 교통, 환경, 실업, 생활보호, 갈등 해소 등 해결하여야 될 업무가 산적해 있어 현재와 같은 무보수 명예직으로는 업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더구나 이런 업무 처리를 위하여 전문성과 경륜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이 자기의 생업을 영위하면서 남은 시간을 이용, 봉사활동 차원에서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급화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지방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급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된다. 우선 현재와 같은 대의회제는 의원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소의회제로 바꾸어야 된다. 경기도의 경우, 현재의 방안대로 유급제가 실시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여야 될 예산이 무려 25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의원수를 대폭 축소해야 된다. 유급제는 지방공무원들의 봉급도 제대로 지급할 능력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지방재정 실정을 감안하여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일정액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지방의원 유급제 실시에 앞서 주민 여론 수렴은 물론 재정 형편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잡는 호텔 승강기

경로잔치에 참석한 70대 노인이 고장난 호텔 엘리베이터 문틈에 끼어 숨진사고가 우리 가슴을 친다. 엊그제 안양 글로리호텔에서 일어난 사고는 경로잔치를 마친 노인이 3층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 승강기가 갑자기 추락하면서 문틈에 끼어 당한 참변으로 평소에도 고장이 잦아 전반적인 점검 등 특별관리가 필요한 승강기 였다. 사고당시 엘리베이터안에는 9명이 탑승했으나 70대 노인이 또 타려는 순간 승강기 문이 열려진 채 갑자기 추락해 졸지에 당한 사고였다. 문제의 엘리베이터는 이날 사고나기 15분전에도 3층에서 1층으로 내려 가던 중 고장이 나 이용자들이 15분동안 갇혀있다가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2월초에도 역시 운행중 고장을 일으켜 1층과 2층사이에서 이용자 11명이 1시간동안 갇혀있다 탈출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호텔 엘리베이터가 이처럼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었는데도 완전히 고치지 않고 무모하게 운행, 걸핏하면 이용자들이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수십분씩 갇혀 공포에 떨고 있어야 했던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안전성에 대한 무딘 감각의 소치로 극히 위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승강기 관리업체와 호텔측의 안전성에 대한 못된 불감증이 무고한 노인의 생명을 앗아갔으니 정말 어이없고 한심스러운 일이다. 다중이 이용하는 편익시설물은 그 편리함에 우선하여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아무리 우리에게 생활편의를 제공한다 해도 기계 자체의 결함 등으로 고장이 잦아 이용자들을 다치게 하거나 생명을 앗아가는 등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런 시설물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또 기능적 구조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고의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면 그것은 편익시설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편익시설물은 어떤 경우에도 100%의 완벽한 안전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도 엘리베이터 관리업체나 호텔측이 문제의 엘리베이터가 잦은 고장을 일으켜 말썽을 빚고 있었음에도 근본적인 수리를 하지 않은 채 배짱운행한 것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관계당국은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 책임자를 엄중처벌 해야 한다. 아울러 관계당국은 이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종사자들에 대한 철저한 안전교육과 안전대비 역량을 높이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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