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거의 바닥까지 말라붙었던 전국의 호수와 저수지들이 4개월만에 내린 비로 간신히 되살아났으나 지금은 오·폐수 유입으로 또다시 중병을 앓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호수 개발에 나서는 바람에 들어선 음식점, 카페, 모텔,놀이기구 시설, 낚시시설 등에서 방류되는 생활하수 및 축산폐수 등으로 인해 호수가 점점 ‘죽음의 늪’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가뭄으로 수많은 물고기들이 죽은데다가 오염 후유증으로 희귀 물고기는 물론, 올빼미, 백로, 청둥오리 등 조류와 개구리, 뱀 등 양서류, 파충류마저 거의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실정에 처했다. 이같은 현상은 수도권에서 특히 심각하다. 수원 원천유원지의 경우 호수 주변에 속칭 ‘러브호텔’, 레스토랑, 수상 및 호수주변 음식점 등에서 유출되는 각종 음식물 찌꺼기와 오·폐수가 뒤범벅이 돼 심한 악취를 풍겨 지난날 아름다웠던 호반의 낭만과 비경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됐다. 경관이 빼어나 청소년들의 도보 국토순례코스로 유명한 백운호수도 의왕시가 지난 99년 호수 주변에 대규모 주차장과 순환도로 등을 건설한 후 40여개의 라이브카페·레스토랑 등이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었고, 양주 기산저수지, 화성 보통저수지 등도 고성방가, 자동차 소음 등이 난무하는 ‘먹고 놀자촌’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낚시꾼들이나 찾던 농업용 저수지 등 수많은 호수들이 최근 들어 카페, 음식점, 보트시설 등을 갖춘 거대한 위락단지로 변모하면서 밤낮없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들 위락·놀이시설 대부분은 호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몰려있는데다 호수가에 너무 근거리에 세워진 탓으로 주위 경관 훼손은 물론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이렇게 ‘향락’에 죽어가는 호수를 살리는 길은 우선 국가차원의 강력한 규제와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즉 정부가 일반호수에 대한 수질기준을 팔당호 등 광역상수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호수 주변 그린벨트 개발을 철저히 감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생태계 및 수질 보존에 대한 의지다. 지자체들이 더 이상 개발이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호수의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는데 행정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조하여 ‘호수 살리기’대책을 마련,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사설
경기일보
2001-06-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