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그늘의 한국 경제... 금리인하 등 선제 대응 나서야

다시 정치의 시간이 닥쳤다. 모든 이슈가 정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당분간 경제도 정치의 그늘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 삶이 걸린 먹고사는 문제다. 정치는 권력 투쟁의 문제지만 경제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을 좌우한다. 가계, 기업, 정부 모든 경제 주체가 평상심을 잃지 말아야 할 때다. 정부는 비상계엄령 사태 직후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가동했다. 지난 주말에도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불확실성에 대비했다. 대국민 메시지도 내놨다.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확고히 지키겠다.” 당분간 이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와 범부처 경제금융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등이 긴밀히 공조한다.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점검 태스크포스를 운영한다. 국제금융 협력 대사를 국제기구와 주요국에 파견한다. 해외투자자 대상의 한국 경제 설명회도 열 방침이다. 은행권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취약계층 맞춤형 민생안정 지원 방안 등도 준비한다. 최상목 부총리는 특히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 입법 현안의 신속한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그러나 사태 이후 경제의 흐름은 낙관을 불허케 한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거듭, 9일 한때 1천440원대에 육박했다. 사태 이후 3일간 한국증시 시가총액이 58조원 증발했다. 9일 코스피, 코스닥이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는 장세를 보였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후폭풍이 길어지면 국가 신용등급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정치 불안까지 겹쳐 원화의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 등 야권은 내년도 예산안을 추가 감액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미 정부안에서 4조1천억원을 깎은 예산안이다. 여기서 다시 7천억원을 더 감액한 수정안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탄핵 없이는 예산안 협의도 없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대외 충격에 휩쓸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도 있다. 올들어 월평균 75억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외환 보유액도 어느 때보다 많이 쌓여 있다. 세계 9위 수준이다. 우리 경제는 과거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위기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이다. 선제 대응을 위해서다. 서민들 삶을 보살피고 필요하다면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도 나서야 한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 등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사설] 경찰이 국회 불법 점거했는데, 그 수사를 경찰이 하나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등 혐의로 입건했다.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박세현 본부장은 8일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발이나 고소가 되면 절차상으로 피의자로 입건되는 것이 맞다. 박 본부장은 구체적으로는 직권남용과 내란죄 두 혐의를 수사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의 사실 관계를 설명했는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목해 볼 것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체포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시30분 검찰에 출석했다. 내란 등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고 6시간여 만에 긴급체포됐다. 김 전 장관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도 압수됐다. 김 전 장관은 12·3 계엄령 선포를 대통령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엄군 출동 등 구체적인 지휘도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사가 의외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수사는 복잡하지 않다. 계엄 선포는 윤 대통령 등 일부의 결정이다. 범죄의 모의를 파악할 대상이나 절차가 많지 않다. 계엄 선포 이후의 활동도 두 세 시간에 불과하다. 국회와 선관위 등에서만 상황이 있었다. 명령 흐름 단계가 비교적 간단하다. 내우외환은 증시·환율 혼란, 국격 추락 관련 외신 등으로 설명할 것이다. 별도의 수사 파트로 정리되고 있을 것 같다. 여기에 국민적 요구까지 팽배하다. 곧 대통령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바람직스럽지 않은 장면이 목격된다. 검경 수사권 마찰 조짐이다. 계엄 관련 수사는 현재 검찰 특수본과 경찰 국수본이 하고 있다. 당연히 정리 또는 통합이 논의될 수 있다. 아마 검찰이 경찰에 관련 제안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경찰이 거절했다고 전해졌다. 경찰은 8일에도 “검찰과 합동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경찰이 제안하면 언제든 같이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보기에 좋지 않다. 검찰에서 경찰 수사의 부적절성이 흘러 나온다. 박 본부장도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데가 경찰”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계엄 상황의 핵심 조직은 군과 경찰이다. 위법성이 많았던 국회 통제도 경찰과 군이 담당했다. 수사에서 핵심이 될 대상이 이 부분이다. 경찰도 알고 있을 것이다. 국수본도 지난 6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또 다른 마찰은 수사 범위를 둘러싼 해석이다. 경찰은 내란죄가 경찰의 수사 범위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당연히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성역 없는 수사 의지에는 두 기관 간 차이가 없다. 다만 이처럼 겹치는 이중 수사가 가져올 뜻하지 않은 왜곡을 우리는 우려한다. 사건은 하나고, 진실도 하나다. 이런 수사를 끝까지 각자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계엄이 남긴 또 하나의 황당함이 될 수도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하라. 그러면 정리된 답이 보일 것이다.

[사설] 정국 수습의 책임은 여당인 국민의힘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개회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탄핵소추안 반대를 결정해 국회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일단 면하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책임은 탄핵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또 야당은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정국의 혼란은 지속될 것 같다. 이번 국민의힘이 탄핵을 반대한 이유는 우선 윤 대통령이 지난 토요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담화에서 말한 것이 표결 불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대통령 담화에서와 같이 이제 정국의 방향은 국민의힘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어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긴급 담화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라고 말하면서 당정 주도로 탄핵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한덕수 총리도 어제 오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혼란스러운 정국 수습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비롯해 정국안정 방안을 국민의힘에 일임했으니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 대표의 말과 같이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우므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개헌안 발의 등을 통해 임기 단축을 포함한 조기 퇴진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으므로 야당과 협의,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경제, 국방안보, 외교 등 모든 분야가 혼란스럽다. 민생은 더욱 어렵다. 민주당 등 야당도 탄핵만 외치지 말고 조속히 새해 예산안을 국민의힘과 협의, 통과시켜 새해 예산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설] 유정복 시장, 침묵했다고 계엄 동조는 아닐 것이다

계엄 반대 깃발을 신속히 든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직후 입장을 공개했다. ‘계엄에 반대한다, 철회돼야 한다, 시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로 요약된다. 다음 날 시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두 번째 입장도 냈다. ‘민주주의 본령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계엄 반대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전날 없던 주장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재명 방탄 국회가 비상계엄 촉발’이었다는 해석이다. 이래저래 방송에는 그의 이름이 계속 등장했다. 김동연 도지사 입장은 4일 오전 1시를 전후해 나왔다. ‘단연코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다음 날 그만의 특별한 대처가 나왔다. 외국 정상과 주지사, 국제기구 수장과 주한대사, 외국의 투자 기업에 긴급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치에 이상 없음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캐나다 총리, 중국 부총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이클레이 세계 사무총장 등 각국의 2천500여명이 수신자다. 정치가 혼란스러운 계엄 정국 속에서 눈에 띈 특별한 대처였다. 오 시장의 대처는 신속했다. 그리고 묘하게 바꿔 나갔다. 김 지사는 국제적 감각을 보여줬다. 경제부총리의 각국 인적 자산을 보여줬다. 자연스레 비교된 게 유정복 인천시장이다. 유 시장의 ‘계엄 입장’은 시간이 걸렸다. 비상계엄령 선포가 있었던 3일 밤 아무 입장도 안 냈다. 4일 오전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선포까지도 침묵했다. 첫 반응은 4일 오전 10시38분에 나왔다. 내용은 ‘국정 혼란과 국민 불신 가져온 계엄 매우 유감’이었다. 정치권, 특히 인천지역 정가가 맹비난하고 나섰다. 인천시의회 민주당 의원 9명이 성명을 발표했다. ‘계엄에 동조한 유정복 시장을 규탄한다’는 내용이다. 시민의 ‘시장’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시종’을 자처했다며 공격했다. 이들의 비난은 비단 늦은 입장 발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계엄이) 야당의 폭거에 대한 조치”라고 말했다며 이를 망언으로 규정했다. 유 시장의 사과가 없을 경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사실 이 발언은 오 시장이 먼저 거론했다. ‘이재명 방탄 국회가 촉발했다’고 단정했다. 표현이나 내용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당연히 이 분석은 어불성설이다. 야당에 의한 의회 파행은 온 국민이 목격자다. 정부 기관에 대한 탄핵 남발, 초유의 삭감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그 동등한 대처 방안에 비상계엄이 놓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균형감을 잃은 선택이었다. 이에 대한 비난은 두 시장 모두 받아야 맞다. 다만, 계엄 반대 표명의 순서로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계엄 선포 직후 유 시장은 집무실에 있었다고 한다. 11시쯤 들어와 간부들과 조치도 논의했다고 한다. 시장 직무 수행에 오류는 보이지 않는다. 계엄 자체에 대한 반대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 동의 받지 못했으며,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장 발표가 늦었거나 안 했다는 이유로 계엄 동조 세력으로 낙인 찍는 건 다시 생각할 일이다. ‘12·3 계엄’은 구중궁궐 속 대통령이 혼자 벌인 일이지 않나.

[사설] 안산 국가산단 불황이 심상치 않다

안산국가산업단지는 우리 제조업의 말초신경이다. 국가 경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곳의 경제 지표가 안 좋게 집계되고 있다. 가동률은 떨어지고, 생산도 감소하고, 수출 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고용 수준은 공단 역사상 최저치로 나타났다. 2024년 3분기 실적에서 나타난 현실이다. 안산지역 전체에 주는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연 대책은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있기는 한 것인가. 안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안산지역 경제동향(2024년 3분기 기준)’을 발표했다. 가동률은 전 분기 대비 3.4%포인트 감소한 79.8%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 가동률 82.6%보다도 낮다. 가동업체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하지만 가동의 효율성을 가리키는 모든 지표가 걱정스럽다. 생산액은 전분기 대비 6.5%나 감소했다. 전년도 동기와 대비해도 2.9% 줄어든 수치다. 가동업체가 늘었음에도 기업활동의 전반적 활력이 위축됐음을 말한다. 이런 공단의 현실은 수출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9월 안산지역의 수출입 통관 현황이 있다. 수출은 1만6천316건에 5억3천1백만 달러다. 수출 금액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4.0% 줄었다. 1년 전과 대비해도 2.6% 줄었다. 9월 안산지역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다. 전월 대비 5.3%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3.5% 증가했지만 최근 하락세가 확연하다. 국가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는데 안산 국가산단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지역에 미치는 가장 예민한 수치는 고용 현황이다. 기업 활동은 물론이고 지역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3분기 고용 수준이 14만7천877명이다. 전 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국가산단의 불황이 고용 악화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트리플 불황 조짐이다. 가동률, 생산액, 고용인원이 모두 감소하는 현상이다. 산단으로서는 가장 우려하는 위기 경보에 해당한다. 체계적 분석과 현실적 대책이 요구된다.

[사설] 윤석열 계엄, 지지층 20%에 대한 도리도 아니었다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었다. 그 이유가 느닷없어 국민이 놀랐다. 우리 현대사에 기록된 비상계엄은 모두 12번이다. 여수 순천·제주 사건 계엄(1948년), 부마 항쟁 사건 계엄(1979년) 등은 치안공백이 이유였다. 4·19 계엄(1960년)은 혁명, 5·16 계엄(1961년)은 군사 정변이 이유였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 계엄(1979년)은 국가 원수 유고가 이유였다. 이 중 어떤 것도 이번 계엄 사유와 겹치지 않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게 이상했다. 실패한 이번 계엄을 두고 두 가지 위법성 논란이 나온다. 기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고,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정부 내에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이 의견을 냈다. 위법한 계엄을 따를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위법성을 주장했다. 조희대 대법관은 ‘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계엄의 위법성 자체가 탄핵 사유다. 대통령실이 해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치적 책임도 있다. 담화에서 계엄 사유가 열거됐다. 종북 반국가 세력, 국가 재정 농락, 국가기관 교란, 범죄 집단 국회 등이다. 거대 야당의 폭거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예산으로 정부 숨통을 조인 것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계엄 사유에 이르지는 못한다. 국회 대치는 정치력으로 푸는 것이다. 치안 범죄는 사법기관의 일상 업무다. 계엄이 아닌 긴급명령권,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제76조 1항)도 있었다. 과했음이 분명하다. 국가·국민에 미친 피해가 크다. 국가의 경제지표가 황망하게 추락했다. 담화 직후 환율은 1천440원대까지 치솟았다. 주식 선물·코인이 급락했다. 정규 시장이 시작된 4일 장에서도 충격은 계속됐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 확대다. 세계 주요 외신이 한국 상황을 ‘사태’로 타전했다. 국가 신인도를 한 방에 떨어뜨렸다. 윤 대통령이 밝힌 이런저런 계엄 선포 사유, 그 모든 위기보다 이게 더 크다. 내우외환은 그가 불렀다. 국민적 분노가 높다. 계엄 선포 직후 수백명의 시민들이 국회로 몰려왔다. 대학 교수들, 변호사 단체, 노동 조합 등의 성명이 이어졌다. 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 이후에는 윤 대통령 책임으로 옮아갔다. 탄핵, 사임, 체포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권도 어디 한 곳 윤 대통령을 두둔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48시간 내 사임’을 통첩했다. 조국혁신당과 탄핵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책임자 문책을 말한다. 마지막 보루도 무너지고 있다. 20% 지지층의 분노와 실망이다. 그동안 안쓰럽기만 한 지지였다. 그래도 그들이 가졌던 건 기대다. 김 여사 의혹을 풀어주길 바라는 기대였고, 채 상병 의혹을 풀어주길 바라는 기대였고, 명태균 의혹을 풀어주길 바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어느 하나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했다. 급기야 상상도 못했던 상황까지 끌고 들어갔다. “시작했으면 성공이라도 하지”라는 탄식이 들린다. 얼마나 참담하면 이러겠나. 윤 대통령의 정치는 캄캄하다. 어떤 격변이 와도 이상할 게 없다. 어울리지 않는 주문이 있다.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모든 특검을 수용해라. 대통령 본인이 연계된 의혹을 낱낱이 고백해라. 언젠가 거쳐도 거쳐야 할 과정 아닌가. 현직 대통령 때 수용했다는 평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나. 지금 대통령 실 밖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냉정히 보면 이럴 시간이 주어질지 여 부도 확실치 않다. 도대체 김건희 특검은 왜 그렇게 안 받은 것일까.

[사설] 병원 4곳이 거부한 16세 소년이 죽었다... 계속 환자 죽일거면 의료개혁 포기하라

모야모야병을 앓던 16세 환자가 숨졌다. 영정 사진에는 교복을 입은 아들이 웃고 있다. 어머니의 피를 토해내는 듯한 오열이 전해졌다. “남편이 저한테 그냥 보내 주자 했어요. 고생했으니까 보내 주자고. 우리가 너무 많이 잡았다고.” 이 아들의 안타까운 마지막 날이 보도됐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코앞 대학병원을 두고 다른 지역을 찾아야 했다. 끝내 사망했다. 어머니는 “나는 아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절규했다. 환자가 쓰러진 것은 지난달 15일 0시30분이다. 수원시 우만동 집에 구급차가 긴급 출동했다. 70분 만에 수원시 권선구의 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측이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전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받아 주는 병원이 없었다. 수원에 있는 대학병원은 전원이 불가하다고 했다. 용인에 있는 대학병원, 서울의 한 대학병원도 받지 못하겠다고 했다. 결국 15㎞ 떨어진 군포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신고 후 6시간이 지났고 결국 사망했다. 환자의 생명은 꺼져 가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에게는 피 마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들을 거부한 병원들이 들었던 이유가 전해졌다. 서울의 대학병원은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다’고 했고, 용인의 대형병원은 ‘인력 문제로 답변에 시간 걸린다’고 했고, 수원의 대형병원은 그냥 ‘전원이 불가하다’고 했다. 또 다른 수원의 대형병원은 연락도 닿지 않았다. 이게 그날 0시부터 6시간 동안의 대한민국이다. 의사·병실 없어 환자가 숨져 간 나라였다. 진료 거부는 당연히 조사돼야 한다. 의료법에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런데 이런 사법 기능이 작동하게 될지 의문이다. 18개월 영아가 손가락이 절단됐다. 부모가 부둥켜안고 사방을 뛰었다. 병원 15곳에서 수용을 거부했다. 이런데도 추상같은 의법 조치는 없다. 의사가 국가와 따로 논다. 공권력이 사라진 의료 통제 불능이다. 끝 모를 의료 사태다. 파국을 조정하려던 여·의·정 협의체도 좌초됐다. 쟁점은 2025년 의대 정원 문제였다. 수시 미충원 인원 100명 정도가 있다. 이걸 정시로 넘기지 말자고 요구했다. 예비 합격자 규모도 줄이자고 했다. 의대 정원을 ‘약간’ 줄이자는 요구다. 정부가 ‘수용 불가’를 고수하며 협의체가 해체됐다. 이러는 사이 환자들이 병원서 거부당하고 있다. 더러는 참담하게 죽어 가고 있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환자 목숨 위에 의료개혁 있나. 윤석열 정부에는 30년짜리 치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길을 헤매는 환자에게는 30분이 지옥이다. 환자 희생 담보 잡는 개혁이라면 접는 게 옳다.

[사설] ‘트럼프 관세’가 직격할 반도체·자동차... 경기도민 잠 안오는 데 정치는 쌈박질

국민의힘은 이렇게 밝혔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각종 예산을 삭감한 것은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제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렇게 밝혔다. “세계적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았던 이전과 달리 외부 충격 하나 없는 1%대 저성장이 문제다.” 예산안 심사 파행을 두고 벌이는 ‘네 탓’ 타령이다. 정부가 677조4천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다. 야당이 4조1천억원을 감액해 단독 통과시켰다. 여당은 다수당 폭거라며 정면 대치 중이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이 없음은 물론이다. 국내 각종 경제 지표가 최악이다. 한국은행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내년에 1.9%다. 올해 2.2%보다 크게 후퇴했다. 2026년에는 1.8%로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2년 연속 저성장은 예가 없다. 위기를 부채질하는 눈앞의 변수도 등장했다. 관세 폭탄을 호언한 ‘트럼프 관세 리스크’다. 직격 당하게 될 품목이 자동차와 반도체다. 신용평가사 S&P가 지난달 30일 트럼프 수입 관세가 자동차 업계에 미칠 보고서를 내놨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25% 관세에는 현대·기아차가 관리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보편 관세 20%가 한국에 적용할 경우는 다르다. 총 영업 이익이 19%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위협이 직격할 곳은 경기도다. 현대차·기아차 모두 경기도가 본산이다. 화성시 남양연구소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중추다. 부품 생산 업체들도 경기도에 많이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이 직격할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 분명하고 그 타격 지역은 경기도가 분명하다. 경기도 산업의 중추, 반도체도 큰일이다. 우리에게는 지난 2015~2016년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반도체 불황이 지자체에 준 타격이다. 수원시가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법인지방소득세가 1천755억원에서 826억원이나 줄었다. 화성시도 1천646억원에서 715억원, 용인시도 856억원에서 366억원 줄었다. 삼성전자의 하청 기업은 현재 2천515개다. 이들로 옮겨 붙을 불황 파동은 더 크다. 트럼프발 반도체 위기가 경기도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가 낼 대책도 필요하다. 지자체 노력도 요구된다. 하지만 이게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줘야 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미국으로 달려갔다. 트럼프를 만나 무역적자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저러고 있다. 예산안 삭감 탓하고, 경제 위기 초래 탓한다. 그러면서 무서운 말도 내뱉는다. ‘나라 망하면 당신들 책임이다.’ ‘정쟁’이란 단어조차 아깝지 않나. 이건 차라리 쌈박질 아닌가. 사전(辭典)은 쌈박질의 정의를 ‘싸움하는 일을 낮잡아 이름’이라고 했다. 경기도 산업을 걱정하는 도민 눈에 비친 모습이 딱 그렇다.

[사설] 특별재난지역, 나머지 경기도·시군은 손 놓을 건가

어디보다 피해가 큰 곳은 안성지역이다. 포도 비가림, 인삼 재배시설 등이 무너져 내렸다. 피해 면적만 316㏊로 총 재배 면적 1천126㏊의 28%에 달한다. 망가진 시설들을 철거하는 비용만 대략 146억원이다. 신규 설치에는 더 많은 579억원이 소요될 것 같다. 축산농가의 피해도 570여곳에 달한다. 전체 1천815곳 가운데 31%다. 긴급하게 복구하는 데만 21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성시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복구대책지원본부 운영에 들어갔다. 피해 시설 응급 복구 상황 관리, 이재민 구호 활동 등을 시작했다. 현장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검토할 예정이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지자체가 쓸 복구비 일부가 국비로 전환된다. 일반재난지역에 주는 공공요금 감면 등 18가지 혜택 외에 건강보험료, 전기통신요금, 가스요금 등 12가지 혜택이 추가된다. 안성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번 폭설 피해의 분포다. 수도권, 특히 경기남부지역 전체에 큰 피해를 남겼다. 용인시 남사읍 한 육계 사육 농장에서 닭 3만3천여마리가 폐사했다. 같은 남사읍의 화훼농가에서는 수국과 국화를 재배하던 하우스 22개동(9천940㎡)이 무너져 내렸다. 추정 손실액이 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도심 지역이라고 할 수원의 유기농 농가에서도 비닐하우스가 여러 곳 무너졌다. 도심 농촌 구분 없이 피해가 났고, 그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조속한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기대한다. 다만, 이 문제로 가려져선 안 되는 것이 있다. 개별 피해다. 무너진 시설 더미에 화분 수만개가 깔렸다. 3, 4년을 키웠던 3만개는 이미 버렸다. 찬 공기에 노출된 나머지 화분도 장담 못한다. 수천마리의 닭을 키우던 시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다. ‘1초 만에 병아리 3천마리를 잃었다’는 농민의 하소연이다. 당장 철거할 돈도 없고, 새로 세울 돈은 더 없다. 대출할 여건도 안 된다. 논밭에 나앉을 판이다. 특별재난지역에 목 매고 있지 마라. 어차피 재난 구호의 주체를 정하는 행정 절차일 뿐이다. 특별재난구역에는 많이 주고, 다른 지역에는 적게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너도나도 ‘살기 좋은 지역’이라며 자랑하고 있다. 이런저런 복지를 만들어 삶의 질 경쟁을 한다. 하지만 그 중에 으뜸이어야 할 복지는 재난 복지다. ‘단 1초 만에 전 재산을 날렸다’는 농민을 따듯하게 보듬는 복지가 좋은 복지다. 정부 기다리지 말고 도와 시•군이 해야 한다.

[사설] 민생보다 정쟁을 우선하는 국회 예산안 심의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해 예산안 심의이다. 정부는 지난 9월 677조4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심의 중이다. 새해 예산안이 어떻게 편성되느냐에 따라 나라 살림은 물론 개개인의 가계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회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새해 예산안 심의에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국회는 예산안 심의는 뒷전이고 연일 정쟁만 일삼고 있어 과연 국회가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새해 예산안은 여야가 상호 토론과 협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관례인데, 지난달 29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1천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예결위에서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한 건 의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감사원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경찰 특활비 등을 전액 삭감했으며 정부 예비비도 4조8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을 삭감했다. 이렇게 단독으로 예결위에서 처리한 새해 예산안을 예산안 법정 시한인 오늘 국회에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하려 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의정 독주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 지난 6개월간 탄핵안만 무려 11건이다. 특히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은 오늘 발의해 4일 처리할 방침이다. 또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검사 2인에 대한 탄핵안은 오는 11일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는 헌정 사상 초유한다. 이에 최 감사원장도 정치적 탄핵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전직 감사원장 5인도 민주당에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연명으로 발표했다. 검사 탄핵에 대해서는 대검 등 검사들이 집단으로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의정 폭주에 특별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민주당의 행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당원 게시판 관련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져 내홍을 겪고 있다. 국정을 정부와 더불어 이끌어 가야 할 여당이 이렇게 무기력하니 과연 민생을 제대로 챙기겠나.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전국이 폭설로 고통을 받는 등 민생이 얼마나 어려운가.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돌보기를 간절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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