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장실은 ‘총력 제설’, 도로 위엔 ‘아비규환’

27일 오후 수원시 태장면고개가 마비됐다. 양방향 차량이 멈추다시피 했다. 일부 시민들은 차에서 내려 상황을 지켜봤다. 퇴근길 내내 계속된 상황이다. 28일 오전 북수원 야구장 사거리는 더 심했다. 차량이 뒤엉켜 오도 가도 못했다. 사거리를 통과하는 데 30분 걸렸다. 버스 승객들이 차에서 내려 걸었다. 수원시를 관통하는 1번 국도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출근길 시민들은 차량을 포기했다. 걷거나 뛰는 시민들 입에서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소나무 등 조경수들도 시내 곳곳에서 부러져 나갔다. 수원시 조원동 한일타운 단지의 피해가 컸다. 도로를 따라 식재된 수목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다. 특히 30년생 이상의 소나무가 눈 무게에 부러졌다. 일부 잔해는 인도까지 걸쳐 행인을 위협했다. 대책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다. 28일 오전에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했다. 하지만 피해 상황을 체크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책은 내지 못했다. 27일부터 나무에 쌓였던 눈을 처리했어야 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비상 대처에 나섰다. 관계자 회의를 열고 총력전을 지시했다. 28일 오전 7시 시청·구청·사업소 직원 1천500여명이 44개 동(동별 30~40명), 버스정류장, 전철 역사 주변 등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3시간여 동안 제설 작업을 했다. 오후에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모든 공직자가 현장에 투입됐다. 통장 등 각 동 단체원들, 환경관리원과 함께 44개 동 골목길, 이면도로 등에서 제설 작업을 벌였다. 눈과의 전쟁을 벌인 하루였다.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달랐다. “제설 차량을 보지도 못했다”거나 “눈을 치우는 모습은 없었다”는 원성이 이어졌다. 대중교통도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다. 28일 오전 출근길 수원시내 버스는 운행을 포기한 듯 보였다. 30분 이상 1시간 넘게 연착되는 버스가 허다했다. 버스정보시스템(BIS)에는 ‘차고지 대기’ 안내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구체적인 지연 정보를 원했지만 안내는 ‘기상 악화로 버스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양해 바란다’는 문구만 반복했다. 수도권 전 지역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수원시를 지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원시의 폭설 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폭설 때도 지역이 마비됐다. 2021년 1월 폭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수원시의 총력전은 전개됐지만 도심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폭설에 따른 도심 마비가 이제 수원시의 연례 행사처럼 자리했다. 이쯤 되면 차원이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수원지역 폭설 피해에 대한 근본적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공무원들의 대처는 효과도 없고 신뢰도 없다.

[사설] 노인 간병, 있는 지원책의 효율성을 고민하자

필설로 옮기기도 참담한 소식들이다. 그렇다고 입 닫고 있을 수도 없다. 일개 사건이 아니라 일반화된 사회 현상이다. 지난 달 초, 7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60대 아내를 목졸라 살해하려던 현행범이다. 아내는 수년간 말기 암 투병 중이었다. 더는 간병이 힘들자 이런 행위를 한 것이다. 남편은 구속됐고 아내는 숨졌다. 같은 살인 용의자 80대의 사정도 같다. 2020년부터 치매를 앓아온 아내를 살해했다. 역시 ‘더는 간병할 수 없었다’는 이유였다. 노인에 의한 ‘간병 살인’이 계속 생긴다. 부부 일방이 노인성 질환에 시달린다. 남은 일방이 간병하며 보살핀다.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는 ‘노노(老老) 케어’다. 예부터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긴 병에는 부부도 없다. 경제적 빈곤, 육체적 한계에 부딪힌다. 막판에 이르러 참담한 결정을 한다. 알려진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본 해결책이야 뻔하다. 무한 돌봄 지원이다. 돈 넉넉히 주고 간병인 지원하면 다 된다. 문제는 예산 한계다. 경기도도 노력은 하고 있다. 지난 9월 ‘2025년 경기도 간병 SO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저소득계층 노인들에게 간병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1인당 최대 120만원씩 잡았다. 6인실 하루 2만원을 기준 삼고 있다. 대략 두 달 치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안타깝게도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노인 질환의 경우 중증 환자가 많다. 부득이하게 1인실을 이용하게 된다. 이 경우 간병비는 10만원 정도다. 12일 헤택에 그치는 셈이다. 사각지대 문제도 있다. 올 6월 기준 저소득계층 노인은 19만3천여명이다. 노인 질환은 필연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간병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도 부족하고 앞으로는 더 부족해질 것이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집행하는 방식도 한계다.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많다. 간병 복지의 사각에 그대로 남게 된다. 그렇다고 이런 한계와 구멍을 무조건 탓할 수도 없다. 모든 노인의 간병을 지원을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주문할 건 효율성 제고다. 또 다른 지원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실시되고 있는 제도부터 다듬어가야 한다. 사각지대를 찾아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질환의 경중에 따른 차등 지원도 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련 복지의 통합 관리가 절실하다. 중앙정부 따로, 지방정부 따로 가서는 안 된다. 시•군별 내용의 차이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경기도가 31개 시·군과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타 지방에 선보일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백 번 선도해도 좋은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참담한 종말을 선택하는 사건, 경기도만이라도 줄여 보자.

[사설] 임태희표(標) 과학고 선정, 시작부터 신뢰 잃다

무슨 공공 기관의 공모 절차를 이렇게 진행하나. 상식에도 반할 뿐더러 위법 소지까지 다분하다. 경기도교육청의 과학고 공개 선정 절차 얘기다. 당초 공고에서 1단계 예비 지정 발표는 오는 30일이었다. 이 결정을 닷새 앞둔 26일 관련 일정이 연기됐다. 서류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한다. 세밀한 심사를 위한 변경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서류 심사에는 심층 질의도 새로 추가됐다. 25일 각 교육지원청에 변경 내용이 통보됐다. 임태희 교육감의 역점 사업이다. 교육감선거 때 핵심 공약이었다.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 해소 차원이다. 시•군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교육청이 지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은 언제나 수요와 관심이 많다. 특히 과학고 유치는 많은 시장·군수들의 공약이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12개 시•군이 신청했다. 고양·광명·구리·김포·시흥·이천·용인·평택·화성시 등이 신설 방식, 부천(부천고)·성남(분당중앙고)·안산시(성포고)는 전환 방식이다. 선정 절차가 확정된 건 오래전이다. 1단계 예비 지정, 2단계 특목고 지정, 3단계 교육부 요청 순이다. 1단계 심사 방식이 ‘서류 심사’다. 이 첫 번째 절차가 연기되고 변경된 것이다. 서류만으로는 세부 평가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게 중대한 공모 내용의 변화를 정당화 하는 근거가 될까. 응모자라면 서류 내용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그 내용의 차이가 곧 경쟁의 본질이다. 세밀하지 못한 시•군은 떨어뜨리면 된다. 그런데 전체 시•군을 다 되물렸다. 정해진 공모 절차를 통한 해결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교육청이 행해 오는 숱한 입찰·공모가 있다. 적격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이때 준용되는 일반화된 방식이 있다. 일정 배수 이상의 예비 선정자를 뽑는다. 다음 단계에서 심층 심사한다. 여기서 부적격자를 걸러내면 된다. 다행히 이번 공모에는 2단계 심사도 있다. 그런데 교육청은 서류 심사라는 공모 약속을 깼다. 공모 때는 없던 심층 심사까지 끼워 넣었다. 이렇게 막 바꿔도 되는건가. 제일 어이없는 건 이거다. 살폈듯이 시•군의 사정은 절박하다. 시장·군수, 국회의원들의 공약이다. 탈락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당연히 탈락의 변을 찾지 않겠나. 절차 임의 변경의 위법성은 더없는 트집거리다. 이런 이유로 거쳤어야 할 절차가 법리 검토다. 26일 기자들이 ‘법리 검토를 거쳤느냐’고 물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안 했다. 최대한 서둘러 하겠다’고 했다. ‘위법’으로 결론 나면 어쩔 셈인가. 토목 입찰이었다면 벌써 난리 났을 일이다. 임태희표 과학고 선정이 시작부터 신뢰를 잃었다.

[사설] 李 체제에서 김동연 대권은 독자 생존뿐이다

“상식적인 결과... 다행이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25일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패자 무제한 괴롭히기, 승자 무조건 봐주기 그만하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 선고에 대한 소회다. 김 지사는 ‘포스트 이재명’의 한 축이다. 15일 선거법 징역형 선고 이후 부쩍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의 발 빠른 소감 발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친명계의 불필요한 견제를 차단하려는 뜻이다. 김 지사의 이런 자세는 15일부터다. 언론이 ‘3김3총’의 맨 앞자리에 그를 위치시켰다. 그러자 김 지사가 일체의 정치적 언행을 삼갔다. 이 대표의 수원 방문 때는 수행 역할을 자처했다. 위증교사 무죄라는 반전이 일어났고, 다시 한번 자세를 낮춘 것이다. 좋게 보는 친명계 평가가 나온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 라디오에서 말했다. “(김 지사가) 대표와 당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관심은 김 지사의 앞으로의 행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징역형 선거법 재판이 2, 3심으로 간다. 위증교사 항소심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두 사건 모두 2027년 대선 전에 끝날 가능성이 짙다. ‘피선거권 박탈’의 공포가 당내에 여전하다. B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 내외 분위기가 만연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김 지사라면 언제든 등판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열흘간 부각됐던 ‘포스트 이’ 몸값은 분명 자산이 됐다. 관건은 친명계 내 김동연 견제 심리다. 김 지사의 정치 중량감은 그 스스로 만들었고, 내용은 ‘이재명 차별화’에 있었다. ‘이재명표 25만원 법’을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지적했다. 북자도 추진 문제도 이 대표 입장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지난 6월 친문·비명 전해철을 영입했다. 그러자 친명 쪽에서 ‘이낙연의 길이 될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경수 복권을 촉구했었다. 그때도 ‘은혜 모르는 개 수박’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풀 수 있는 앙금일까. 당내 정치 상황이 가변적이다. 선거법 판결 이후 나도는 정보가 있다. 민주계 원로에 의한 차기 낙점 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작가, 김어준 방송인 등의 판 짜기다. 친명 또는 비명계에서 차기 주자를 정하고, 탄핵 또는 사퇴로 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고, 이 대표에게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도과하는 차차기를 준다는 시나리오다.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가설이다. 김 지사는 그 속에 포함될까.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와 김 지사를 갈라치기하려는 보도가 많다’고 했다. 정 의원이 언급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김 지사를 싫어하는 친명계의 정서다. 엄연한 벽으로 존재하는 이 현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남는 건 독자 생존뿐이다.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에 던진 협박이 있다. 그 거친 워딩에 김 지사의 길이 있다. 잠룡으로 증명된 김 지사, 그는 움직이면 죽을지 모르지만 안 움직이면 반드시 죽는다.

[사설] 수원의회, ‘道공항은 정말 軍공항과 무관한가’를 묻다

수원특례시의회가 경기도 공항 프로젝트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도의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 관련이다. 여기엔 ‘(국제공항 외) 군 공항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동은 의원(민주당)이 “경기국제공항은 군 공항과 함께할 수 없는 것인지 모호하다”며 “세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따졌다. 앞서 경기도는 용역을 통해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세 곳을 정했다. 화성, 평택, 이천이다. 화성 화옹지구는 기존 군 공항 이전 후보지와 겹친다. 세 지역 모두 민심은 반대 또는 결사 반대다. 반대 이유는 군공항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화성시 정치권에서는 ‘군 공항 끼워 팔기’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송옥주 의원(민주당·화성갑)이 ‘시민 동의 없는 끼워팔기식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끝까지 막겠다’고 밝혔다. 화성 시민단체들도 도의 국제공항 프로젝트를 비난하고 있다. 이유는 같다. 반면 수원시는 경기도 발표에 환영을 뜻을 보이고 있다. 표현도 도처럼 ‘국제공항 환영’이다. 사실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경기국제공항(가칭)은 현재 없는 시설이다. 없던 공항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 후보지가 어디로 결정되든 수원시가 의견 낼 일은 아니다. 그런데 수원은 시장, 시민단체들이 환영하고 있다. 그 저간의 깔린 의미가 너무도 명확하지 않나. 군 공항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보고 있어서다. 같은 이유로 화성지역의 추론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사이 국제공항은 사라졌고 군 공항 마찰만 다시 남았다. 경기국제공항은 경기 남부 산업에 꼭 필요한 SOC다.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도 됐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경기도 접근은 상당히 모호하다. 조례와 용역 제목에서 뺐다고 군 공항이 떨어져 나가나. 군 공항 이전은 국방부가 주무 부처다. 민간 공항 설치는 국토부가 좌우한다. 국방부 군 공항 후보지는 화성 화옹지구를 이미 정했다. 경기도 국제공항 후보지도 같은 곳을 꼽았다. 어느 순간 국가가 묶으면 묶이는 것이다. 경기도의 정책적 의도를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다가올 상황에 대한 우려와 예측은 보인다. 무려 10년을 옴짝달싹 못하고 멈춰 섰던 문제다. 멈춤의 시작은 늘 ‘국제공항’과 ‘군 공항’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경기도가 조례와 용역으로 두 화두를 떼어 놨다고 추후 국가 결정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 이러다 보니 용역 한 달 만에 수원에서 나온 질문이다. ‘도의 국제공항과 수원 군 공항은 정말 무관한가. 그렇다면 수원이 왜 따라가나.’ 대형 공약을 처리하는 정치 기술이 있다. 용역 한 번 하고 다음 임기로 넘긴다. 실제로 해 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수원 군 공항에서도 몇 번 목격된 기술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수원특례시의회다. 김동은 의원의 질문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 그의 질문 속에서 걱정이 묻어 난다.

[사설] 계속 틀리는 정치권 판결 예상, 이유가 있다

이번에도 정치권의 다수 예상은 빗나갔다. 법정구속까지 거론했던 호언이 무색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사건의 정범으로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보름 전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에는 일부 무죄 또는 무죄 예상이 많았다. 계속 빗나가고 있다. 주목해 볼 것은 재판부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다. 유죄 예상의 핵심 근거는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녹취였다. 이 대표가 사건 내용을 언급했고 변론요지를 보내겠다고 했다. 위증을 교사했다는 충분한 물증이라는 주장이 다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화 내용을 발언별로 분석했다.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시했다. 또 ‘김진성이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만 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됐다. ‘김씨 위증은 유죄인데, 어떻게 위증교사는 무죄냐’는 반박이다. 이 역시 판결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김씨의 위증이 반드시 이 대표의 교사에서 비롯됐다고 연결짓기 어렵다는 종합적 판단이다. 범죄의 유죄 판단에서 행위와 결과의 인과관계는 범죄 구성 요건의 핵심이다. 이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통화가 곧 위증교사의 완성이라고 여겼던 논리가 무리였던 것 같다. 15일 선거법 1심 선고에서도 정치권은 틀렸다. 이 대표 측은 시종일관 ‘김문기를 몰랐다’고 했다. ‘이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은 무죄로 봤다. 다수의 예측대로면 여기서 무죄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논리는 달랐다. 김씨와 골프를 쳤다는 진실까지 부인한 것으로 봤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80만원 벌금’이라는 정치권 예상이 거기서 크게 빗나갔다. 15일, 25일. 두 번의 재판에서 보게 된 정치와 재판의 차이다. 정치는 부분만 보고, 재판은 전체를 본다. 정치권이 왜 이러는지 자명하다. 기본적으로 여론을 몰려는 정치공학이 있다. 유리한 부분은 강조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한다. 이런 왜곡과 축소를 통해 사법부도 압박한다. 불리한 판결에 대한 불신까지 미리 준비한다.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두 번의 이재명 판결이 이런 정치공학적 노림수에 망신을 줬다. 법조 속어에 ‘오만한 예언이 판결문을 바꾼다’고 했다. 정치인 빼고는 이런 오만한 피고인이 없을 것이다.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모두 항소심으로 갈 것이다. 정치는 또다시 부질없는 예언을 뿌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에 돌아갈 건 배가된 충격뿐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고, 판결은 통념의 상식이다. 정치도 법 앞에 겸허해야 한다. 이게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사설] 오늘 이후 이재명, 반전도 위기도 경기도에 있다

법원 판결을 예상하는 것은 의미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도 그렇다. 앞서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있었다. 정치권 다수의 예상은 벌금 80만~100만원 정도였다. 실제 선고 형량은 달랐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다. 다수의 예상을 뛰어넘는 형량이었다. 오늘 이 대표에 대해 또 다른 선고가 있다. 위증교사 1심 선고 공판이다. 예상은 많지만 역시 의미 없다. 판사의 관점은 그 해석이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 무죄부터 법정 구속까지 다 열어 두자. 확실한 게 있다면 그건 재판의 후폭풍이다. 무죄의 경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대대적 역공에 나설 것이다. 선거법 중형 선고를 떨쳐내는 반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꿈틀거리던 야권의 비명계를 강하게 압제할 것이다. 유죄, 특히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파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앞서 선거법 중형 선고 이후 비명계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일거에 깨질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것은 두 흐름의 공통된 진원지다. 두 모습 모두 경기도 정치에서 목격될 것 같다. 이 대표가 선고를 앞두고 수원을 방문했다. 판결을 나흘 앞둔 21일이었다. 김동연 지사와 이재준 시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수행했다. 경기도는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다. 그가 공천한 국회의원 53명이 포진해 있다. 민주당 소속 시장 군수도 대부분 친명계다. 비명계를 향해 ‘고개 들면 내가 죽인다’는 경고가 나왔는데, 그 의원도 경기도 출신이다. 이런 경기도를 바쁜 이 대표가 찾은 것이다. 언론은 ‘친명’ 결전의 본산인 경기도를 다진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비명 목소리의 예상 진원지도 경기도다. 주목 받는 조직에 초일회가 있다. 일부 강성 주장에 눌려 있었다. 조만간 ‘이재명 당직 사퇴’ 등의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그 분수령이 아마 오늘 선고 형량일 것이다. 초일회 대부분이 경기도 정치인들이다. 설훈 전 의원은 ‘이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그도 경기도 출신이다. 무엇보다 변수는 ‘김동연 대망론’이다. 언제든 가시적 조직으로 현시화(顯示化)될 수 있다. 경기도는 ‘비명’ 항전에도 본산인 것이다. 오늘 선고의 중량감은 열흘 전 선거법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 무게감을 그대로 전달받게 될 경기도 정치다. 경기도는 이재명을 지켜줄 약속의 땅일까. 아니면 이재명을 위협할 격랑의 땅일까. 무죄·벌금형이면 앞의 것이 될 것이고, 금고·징역형이면 뒤의 것이 될 것이다.

[사설] 상법 개정안, 기업인 호소 외면하지 말아야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환경도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해도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국회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재계는 지난 21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삼성, SK, 현대차, LG 등 16대 그룹 사장단은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당론으로 확정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소송 남발과 투기 자본 공격으로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상법 개정 등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 법안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국내 대표 기업 사장단이 모여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부진하던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및 공평 대우의 의무가 추가됐으며, 집중투표제의 의무화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기업이 대주주 이익을 위해 쪼개기 상장이나 비합리적 유상증자를 강행해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등 주주 권익을 등한시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런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시장에 비해 유독 낮게 평가되고 있는 이유도 기업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 운영의 투명성은 기업 가치 평가에 있어 핵심 지표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자 보호는 상법 개정안에서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 결코 제로섬 게임의 관계는 아니다. 특히 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 등에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아야 하지만, 기업 경쟁력 훼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재계의 성명서 발표 이후 “방법에 이론이 있을 뿐 얼마든지 타협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 토론회가 국회 심의를 위한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아닌 기업인과 투자자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돼 상호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심의에 있어 경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사설] 학폭 부모 성남시의원, 사과 아끼다 사퇴 당한다

서현초에서 학폭 사건이 발생한 것은 4~6월이다. 가해 학생은 6학년생 4명이고 피해자는 동급 학생 한 명이다.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에게 과자에 모래를 섞어 먹였다. 또 게임 벌칙을 수행한다며 몸을 짓누르는 가혹행위도 했다. 지난 7월 경기도교육청에 신고가 접수됐다. 조사 결과 일련의 학교폭력은 사실로 확인됐다. 가해자 2명에는 서면 사과와 학급 교체 조치가 내려졌다. 가담 정도가 가벼운 학생 2명에는 서면 사과·봉사명령이 내려졌다. 이 가해 학생 가운데 한 명이 이영경 성남시의원의 자녀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사퇴 주장에 가세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협의회는 ‘책임 있는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시 의회가 20일 이 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 수위는 심의가 이뤄진 뒤 결정된다. 내릴 수 있는 징계는 제명, 출석 정지, 공개 사과, 경고다. 자녀 비행에 대한 부모 책임의 한계 문제가 있다. 정치인, 고위 공직자의 자녀 비행 논란이 종종 있어 왔다. 민선 6기 경기도지사의 자녀가 마약 투약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해외에 있던 해당 지사가 급거 귀국해 머리를 숙였다. 사퇴까지 가지는 않았다. 장관 후보자 자녀의 학폭 논란도 있었다.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고 물러났다. 이 사건에서는 후보자의 부적절한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던 게 컸다. 부모의 책임에는 다양한 정황이 작용한다. 이번 사건에서 이 의원의 관여는 없었나. 교육 당국이 사건 처리를 지연했다는 지적이 있다. 100여일이 지나고서야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접수 사건이 많이 이뤄진 자연스러운 지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관여됐다는 정황이나 증언은 없다.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의 편향성도 주목된다. 이 의원 사퇴 촉구는 모두 민주당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사회 통념과 유사 사례에 준하는 징계가 돼야 한다. 쟁송의 가능성 때문이라도 더 그렇다. 그럼에도 이 의원의 부적절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탈당은 일종의 정치 행위였다. 소속 정당과 동료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시민을 향한 사과는 별도의 행위가 필요하다. 의회 신상발언을 통한 사과가 있었다. “송구하다”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학폭 근절 노력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게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가해자를 자녀로 둔 시의원이 웬 의정 활동을 다짐하나. 전형적인 유체 이탈식 화법 아닌가. 발언 장소, 발언 내용, 발언 태도 모두 부적절하다. 짚었듯이 ‘자식 둔 엄마’의 책임이 과하게 지워져선 안 된다. 제명에 준하는 가담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성남 지역 유권자’를 향한 책임까지 망각하면 안 된다. 이 의원은 지금 이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사설] ‘납품대금연동제’ 유명무실, 편법·불법 엄단 안착시켜야

납품대금연동제가 중소기업에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제도 시행 1년이 돼 가지만 중소기업계에선 경영개선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기업만 배 불리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진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재료 가격 인상 시 별도 요청이나 협의 없이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계약 이후 납품단가에 변동이 생길 경우 이를 대금 거래에 적극 반영하는 제도로, 수탁사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기부는 제도 확산을 위해 참여 기업에 18종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위탁기업 또는 원사업자에게는 스마트 공장, 수출바우처, 해외인증획득 등 각종 지원사업에 가점을 부여하고 중소기업 정책자금 대출한도 확대, 동반성장지수와 공정거래협약이행 평가에 실적 반영, 1조원 규모 금리감면 대출 혜택 등을 제공한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지난해 말 기준 1만154개사가 납품대금연동제 동행기업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선 허울만 그럴듯하지 효과는 별로 없다고 한다. 원자재값이 상승하지만 금액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유, 업계가 어렵다는 이유, 추후 더 많은 계약과 현장을 함께하겠다는 이유 등으로 납품대금연동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 손해를 보고도 여전히 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정부나 관계기관이 계약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해도 중소업계를 보호할 수 있는 지침이 있어야 하는데 법적 제도만 만들어졌을 뿐 현장에선 무의미한 상태다. 횡포가 여전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들에선 납품대금연동제 적용 대상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일례로 뿌리산업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는데, 원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납품대금연동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몇개월 전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대금제값받기위원회’에선 납품대금연동제와 관련한 기업 현장의 부당 사례들이 쏟아졌다.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연동약정 체결을 요청하고 협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모니터링의 한계’, ‘위탁사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효과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다. 제도가 도입됐지만 변한 게 없다는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제도 홍보와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 대한 시행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편법이나 불법사례를 발굴해 연동제가 안착되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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