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이 큰 정치로 성장할 기반은 동탄이다

초일회는 전직 민주당 의원 모임이다. 언제나처럼 언론은 눈앞의 선택을 묻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냐, 김경수 경남도지사냐.’ 공개된 답은 ‘현재는 김동연도, 김경수도 아니다’다. ‘올바른 지도자를 통한 정치 개혁 추구’를 말한다. 재미 없는 이 답변이 사실은 답일 수 있다. 굳이 지금 선택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정치공학적으로도 이른 선택이 좋을 건 없을 듯하다. 다만, 초일회의 이념적 구획에 대한 정의는 묻고 답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지도자감을 폭넓게 보고 있다는 정도의 답이 나온다. 언론이 여기에 논리를 붙여 여러 가설을 낸다. 대체로 민주당 계열 인사들이 그 대상에 거론된다. 초일회 소속 한 관계자에게 가정을 전제로 질문을 했다. ‘정치적 상황이 주어진다면, 개혁신당 이준석도 포함되느냐.’ 지극히 사견임을 전제로 그가 답했다. “당연히 포함된다. 포럼 강연에 그를 초청할 수도 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 대표 출신의 범여권 정치인이다. 사담치곤 여운이 있다. 이 의원은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성상납 의혹과 관련된 피고발 사건이다.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쫓겨난 사유였다. 고발인의 항고로 재검토 절차는 남아 있다. 하지만 12년 전 사건의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의 향후 정치 일정을 보는 눈이 많아졌다. 대권 주자로서의 중량감을 논하는 의견도 늘었다. 그의 정치적 자산은 여야를 아우르는 중도성이다. 앞서 초일회 인사의 ‘이준석 포함론’도 그런 측면일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건 지역이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의 정치적 둥지는 동탄(화성을)이다. 동탄은 GTX가 닿아 있는 도시다. 이 매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그런 만큼 속도에서 파생되는 불균형도 생긴다. 생산 기반 시설이 전무하다. 교육 등 생활 인프라도 부족하다. 엄밀히 교통만 좋은 ‘베드타운’으로 남아 있다. 이를 채워야 할 지역의 현안이 많다. 신생 정당의 후보자를 선택한 동탄 표심을 정치개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엊그제 본보 기자와 대담을 나눴다. 동탄의 미래와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서울로 보면 ‘GTX 종점 동탄’이지만 전국으로 보면 ‘2시간대 전국 중심 동탄’이라고 했다. 동탄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 남부가 한국 산업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했다. 동탄에 대한 그의 책임감을 읽을 수 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동탄 이준석’으로 가려는 노력도 보였다. 맞다. 이게 지역구 정치다. 큰 정치로 성장시키는 기반이고, 변함 없는 지지를 생성하는 근원이다.

[사설] 남양주·양주에 공공의료원, 환영하지만 과제도 많다

경기도가 동북부 권역에 설치하기로 약속한 공공의료원 입지를 남양주와 양주로 확정했다. 두 지역이 경합을 벌였는데, 의료원 설립 심의위원회가 두 곳 모두 선정 의견을 내 경기도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남양주와 양주에 설립되는 의료원은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융합한 혁신형 공공병원으로 운영된다. 예비타당성조사 등 행정 절차를 거쳐 2033년 각각 300병상 이상 규모의 의료원으로 개원한다. 도가 의료원을 복수로 선정한 만큼 예산이 두 배 늘어난 3천억원(부지 매입비 제외)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동두천, 양평, 가평, 연천 등 4개 지역에는 ‘의료취약지 거점 의료기관’을 지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운영비와 시설장비 도입에 27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종합 의료시설 부족으로 동북부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어 왔는데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곳 주민들은 가까운 종합병원에 가려면 최소 40분 이상 걸려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돌봄 기능까지 갖춘 공공의료원이 설립된다니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다. 공공의료시설 부족은 사회적 불평등과 건강 격차를 심화시킨다. 때문에 낙후되고 열악한 곳에 공공의료시설을 설립,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 때 정부의 대응 허점을 메운 것도 지역 공공의료기관들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아쉬움과 과제가 남아 있다. 이곳에 의료원이 추진된다 해도 본격 진료까지 거의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의료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건지 안타깝다. 공공의료원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에 대한 해법도 나와야 한다. 현재 경기도의 6개 공공의료원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전담병원으로서 큰 역할을 하며 희생을 감수했지만, 이후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가 급감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정부의 손실 지원도 없고, 경영난 타개를 위한 경기도의 해결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운영 정상화를 위해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이들 의료원의 누적 적자가 수백억원인 데다 의사가 부족하고 의료 역량 면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설 또한 낡고 협소해 지역민들이 이용을 기피한다. 공공병원이 지역의료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려면 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시설도 보강해야 한다. 철저한 진단과 구조개혁으로 공공의료 시스템을 다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양주와 양주의 공공의료원도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다.

[사설] ‘죄없는’ 미성년 수용자 자녀, 생계•심리 지원 적극 나서야

부모가 감옥에 가면 자녀는 홀로 남는다. 수용자 자녀들에겐 ‘범죄자의 아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보호자 없이 생활하게 되는 이들의 삶은 엉망이다. ‘미성년 수용자 자녀’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미성년 수용자 자녀는 모두 1만1천972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2천167명에서 2022년 1만450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연령대별로 보면 10~14세가 3천88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9세 3천297명, 15~19세 3천40명, 0~4세 1천749명 순이었다. 미성년 수용자 자녀들은 부모가 사라지면서 가족 해체와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사회적 낙인과 편견에 노출된다. 그들은 죄가 없는데도 고통 속에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한다. 법무부가 ‘수용자 자녀 지원 협의체’를 구성, 관계 기관과 함께 혼자 생활하는 수용자 자녀를 위한 긴급 지원 및 지원 정책 발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자신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 부모가 자녀의 존재를 얘기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 존재 여부는 설문으로 파악하는데 수용자가 거부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숨겨진 피해자’ 신세가 된 아이들에겐 지원 정책이 미치지 못한다. 법무부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의 20%가량이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그해 교정시설 수용자 5만1천50명을 대상으로 미성년 자녀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응답자는 3만7천751명이었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는 7천848명(20.8%)으로 이들의 미성년 자녀는 1만2천167명이었다. 미성년 자녀를 둔 수용자의 51.5%(4천44명)는 교정시설에 입소 뒤 자녀와 연락을 안 하거나 간접적으로만 연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성년 자녀 80명은 혼자 생활하거나 미성년 자녀끼리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2021년 조사에서 설문을 거부한 수용자가 1만1천887명(23.3%)으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비슷하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지 밝히지 않으면 지원책이 있어도 도움을 못 준다. 수용자의 침묵으로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미성년 자녀가 많을 것이라 한다. 보호 받아야 할 아동이 범죄자 자녀라는 낙인으로 2차 가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성년 자녀가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수용자들의 설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현황을 파악해 생계·심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 법적·제도적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사설] 반대 거센 ‘도서관 민간위탁’, 의회서도 지적받다

경기도가 도립도서관 민간 위탁을 추진 중이다. 도가 밝히는 민간 위탁의 명분은 이렇다. ‘효율적인 운영과 도서관 서비스 강화, 창의적 콘텐츠 기획 및 운영, 최상의 도서관 서비스 도출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해 전문성과 현장 경험 갖춘 민간에 위탁 필요.’ 민간위탁관리위원회가 ‘민간 위탁 적정’ 의견을 냈다. 도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달 22일 관련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반대가 많고 근거 오류도 드러났다. 한국도서관협회가 4일 반대 성명을 냈다. 경기도사서협의회는 9일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공공성과 공익성이다. 민간 위탁이 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도 지적했다. 유사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 설명에 서울 광진구 도서관 등 세 곳이 유사 사례로 등장한다. 이 세 곳의 수탁 기관은 모두 산하기관이다. 순수 민간 위탁은 전국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혹시 이런 지적도 있을 수는 있다. 도서관협회나 사서협의회는 직접 이해관계 집단이다. 민간 위탁과 이익 충돌 관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외 여론은 충분히 수렴했을까. 관련 용역이나 여론조사 자료가 제시된 건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거의 모른다. 적지 않은 기관이다. 투입됐거나 투입될 예산이 많다. 직접 이용하게 될 도민도 많다. 도민의 판단이 더 반영됐어야 했다. 도의회가 지적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여기에 절차의 엉성함을 보여주는 일까지 불거졌다. 민간 위탁의 근거로 제시된 게 오류였다. 경기도가 내놓은 근거는 ‘경기도 사무의 민간 위탁 조례’다. 그런데 이 조례는 2025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동의안 제출 시점이 2024년 8월22일이다. 없는 조례를 근거로 삼은 셈이다. 최민 도의원(광명2)은 “이 정도의 실수라면 차라리 철회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담당 부서는 '잘못 표기된 실수'라고 설명했다. 석연찮은 흐름이다. 이해집단의 반발은 전국적이고, 도민의 의견수렴은 불충분해 보이고, 시행 근거라고 제시한 조례는 오류라는 지적을 받았다.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했는지 모르겠다. 개관이 임박했다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작했어야 했다. 막대한 도 재산을 민간에 넘기는 일이다. 2025년에 요구된 예산만 70억여원이다. 반대 토론 부족을 지적하고, 오류를 문제삼는 건 도의회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다.

[사설] 위기의 마을버스, 멈춰서지 않게 지원방안 모색해야

대중교통의 모세혈관이라 불리는 마을버스가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가지 못하는 험로나 골목길, 외진 마을 등을 누비고 다니는데 경영난, 인력난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운수회사는 극심한 재정난과 구인난을 겪고 있다.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 노선을 줄이거나 버스 운행 횟수를 줄여 나가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호소한다. 급여는 개선되지 않은 채 근무 강도가 세지다 보니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다. 승객들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마을버스가 총체적 위기다. 기름값 상승과 수년째 버스요금 동결 등으로 재정이 악화된 데다 열악한 처우에 버스기사들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돼 고사 직전에 있다. 경기도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대부분 업체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 노선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합이 산출한 업계의 연평균 적자 금액은 2천634억원에 달한다. 경기도내 마을버스 종사자는 2019년 5천226명에서 2022년 4천298명, 2023년 4천299명으로 코로나19 전보다 1천명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마을버스 2천902대 중 648대(22%)가 운행을 못하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월급은 3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운전기사의 월평균 급여 수준은 공공버스 480만원, 시내버스 420만원, 마을버스 280만원 등이다. 급여 개선은 안 되고 근무 강도만 높아져 과로 누적에 힘겨워하고 있다. 마을버스 10대 중 2대가 운행을 못하고 서 있다. 버스기사의 과로, 배차 지연 등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교통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이 제기돼도 상당수 지자체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공적 지원을 늘리거나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 보니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다. 마을버스는 광역버스나 시내버스에 비해 지자체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자체 보조금이 끊긴 곳도 있다. 대중교통의 실핏줄 격인 마을버스에도 재정 손실 지원을 높여야 한다. 운송업체나 운전기사 외에 주민 교통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다. 광역교통망이 닿지 않는 곳에 투입되는 게 마을버스다.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등 교통약자의 발이라는 점을 감안해 어려운 상황을 외면해선 안 된다. 영세한 마을버스가 멈춰 서지 않도록 지원체계 개선이 절실하다. 경기도는 마을버스 운영 실태, 업체의 경영 상황, 운수종사자 처우 등을 면밀히 파악해 합리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은평구, 고양 깊숙이 환경시설 짓고 지원은 고양 빼고

지형의 특수한 형태부터 설명이 필요하다. 은평구 진관동 76-40번지가 있다. 직선거리 900여m의 새부리 혹은 펜촉 모양이다. 가장 넓은 폭이라야 140m 정도다. 당연히 땅의 삼면이 고양시로 둘러쌓여 있다. 바로 옆에는 고양지역 생태하천인 창릉천도 흐른다. 생활권, 대기권, 자연환경이 모두 고양지역 영향이다. 이 기묘한 땅에 대규모 환경시설이 건립 중이다. 은평구가 연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은평광역자원센터다. 지하 4층, 지상 1층 규모로 지상에는 축구장, 다목적구장 등도 조성된다. 주요 처리 작업이 재활용품 선별 및 생활폐기물, 대형폐기물 압축·적환시설이다. 은평구는 물론 인근 서대문구, 마포구 등지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폐기물을 받는다. 예상되는 하루 처리 양만 150t 정도다. 인근 지역 주민에게는 당연히 시설 입지에 따른 지원이 검토되고 있다. 그 근거가 될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주변영향지역 주민지원에 관한 조례안이다. 주 재원은 서대문구와 마포구의 주민지원기금이다. 액수는 향후 5년간 모두 31억7천600여만원이다. 지원사업, 심의회 의결 사업, 운영비, 홍보비 등에 사용된다. 조례안은 오는 11일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다음 달 구의회 임시회에 상정한다. 바로 이 조례안이 정하고 있는 주변 영향 지역, 즉 지원 대상 지역이 문제다. 은평구 진관동으로만 한정돼 있다. 주민지원기금운용심의회 위원 구성에서도 고양은 제외돼 있다. 조례안에 의하면 고양 주민은 인접해 있어도 혜택을 못 받는다. 은평구 진관동 주민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혜택을 받는다. 조례안 내용을 알게 된 고양시가 강력 대응에 나섰다. 제1부시장 주관으로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은평구에 대해 강한 유감 표명과 강력 대응방침도 밝혔다. 지원 대상에 고양시 삼송동, 창릉동, 효자동 등을 포함시키고 주민지원기금운용심의회 위원에 참여를 요구하는 의견도 내기로 했다. 인접 지자체 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시설은 오랜 기간 관심사였다. 2018년 국무조정실 조정으로 정기 협의도 해왔다. 고양시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은평구는 “기금은 현금성으로 지원하지 않고 노후한 진관동 수송관로 공사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지금 지원의 내용을 따지는 게 아니잖나. 어떤 지원이든 고양시 피해 주민도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은평구의 조례안 추진 절차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고양시는 실효적이고 가시적인 대처에 나서라.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귀책사유일 수 있다.

[사설] CJ ‘공연장만...’, K-컬처밸리에서 한발 빼는가

CJ라이브시티가 K-컬처밸리 관련 입장을 냈다.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5일 관련 협약 해제도 경기도에 통보했다. 경기도의 최근 조치를 협약 해제의 이유로 들었다. 7월 협약 해제 이후 압박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가 CJ에 했다는 법적 강제 조치들이다. 아마 대집행, 변상금 부과 고지 등인 것 같다. CJ 측은 사업 계속의 의지는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 17%의 아레나 공연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기본 협약은 해제하되 경기도와 협의해 공사가 진척 중인 아레나 사업을 최대한 신속히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경영을 감안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CJ의 이런 입장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7월 이후 고양시민의 뜻은 완전한 사업 재개였다. 당초 K-컬처밸리는 고양시를 한류의 중심 도시로 만드는 매머드 청사진이었다. 이걸 원했던 고양시민 여론과 적잖이 차이가 있어 보이는 CJ 협의안이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가 국내 최대 규모인 건 맞다.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체 가운데 일부다. 23만7천㎡(축구장 46개 크기)에 다양한 사업이 있다. 콘텐츠 경험시설, 문화 콘텐츠 업무 시설, 랜드마크 시설 등이다. 이런 시설을 다 갖춰야 K-컬처밸리가 완성된다. CJ 측 주장은 이 모든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아레나 공연장만 지어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계획에 없던 기이한 형태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단독 공연장의 사업성이다. 고양과 가까운 곳에 또 다른 아레나가 지어지고 있다. 2027년 완공한다는 서울 아레나다. 지난 7월 서울 창동에서 시작됐다. 5만㎡ 부지에 연면적 11만9천여㎡다. 1만8천석 규모의 케이팝 전문 공연장이다. 영화관·상업시설이 포함된다. 고양 아레나 공연장과 큰 차이가 없다. 서울시는 ‘연간 250만명 방문’을 자신하고 있다. 복합 개발 없는 단독 공연장만으로 경쟁이 되겠는가. 경기도가 계속 강조해온 건 공영개발이다. 이 지점에서도 상호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매머드 공연장이 K판 산업의 핵심인 건 분명하다. 이걸 제외한 ‘K-컬처밸리’가 남게 된다. ‘핵심 빠진 케이팝 사업’에 투자할 자본이 있을지 걱정이다. 이래저래 고양시민이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동안은 ‘경기도 대안을 믿을 수 없다’고 했었다. 이제 ‘CJ 대안도 미덥잖다’고 여길 수 있다. 정말 걱정이다. ‘K-컬처밸리’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

[사설] 의료계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야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 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의정갈등에 상호 엇박자를 보이고 있던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이 지난 6일 의대 증원을 비롯해 의료개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이러한 정부와 여권의 구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도 협의체 구성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추진은 지난 6개월 넘게 정부와 의료계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호 불신만 키웠던 의정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환영하며, 조속히 구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주말부터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대학병원을 비롯한 각종 상급병원의 응급실 운영 상태가 붕괴 직전에 있어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이 정부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과 같은 임기응변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 응급환자가 많은 추석을 맞이하는 병원과 국민들은 상당히 불안하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의 성공 여부는 의료계의 참여에 달려 있다. 이런 협의체 추진에 대해 의료계는 “정치권 인식이 바뀌면서 문제 해결에 나선 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지난 7일 경기도의사회는 대통령의 사과와 관계자 문책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그동안 정부와 공식적인 대화를 완강하게 거부해온 입장에 비해 누그러진 태도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인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은 세계 각국이 부러워하던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까지 온 요인은 무리하게 의대 증원을 밀어붙인 정부 책임도 있지만, 무조건 의대 정원 증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여하한 정부와 대화를 거부해온 의료계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의료계는 무조건 의대 정원 증원은 안 된다는 강경한 방침에서 유연한 자세로 협의체 구성에 참여해 의료계의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또 협의체 참여를 계기로 전공의들은 진료현장에 복귀, 국민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정부도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과감한 결단을 보임으로써 여·야·의·정 협의체가 의료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

[사설] 수원 방음터널, 인증샷 명소되기 전에 대책내야

지난해 인터넷에 올랐던 짧은 뉴스가 있다. 포클레인이 기암을 부수고 있는 장면이다. 중국 허난성의 ‘용기를 시험하는 바위’ 얘기다. 두어 평 크기의 이곳이 인증샷 명소였다. 낭떠러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중장비로 부수는 결정을 한 것이다. 호주의 한 대학이 집계한 통계가 있다. 인증샷 찍다가 사망한 사람이 14년간 400명에 달한다. 위험한 인증샷 명소는 이제 세계 각국의 고민거리다. 위험 정도가 특히 높은 게 도로다. 도로 위, 철길 위, 터널 안이 명소인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많다. 보령해저터널도 대표적인 곳이었다. 국내 최장 해저 터널로 유명한 곳이다. 터널 내에서 각종 인증샷 시도가 유행했다. 도로 한복판에 서서 촬영을 하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을 찍기도 하고, 진입이 금지된 오토바이를 타고 인증샷을 찍었다. 2021년 12월 개통 직후부터 그랬다. 이를 근절하는 데 행정력 소비가 컸다. 수원에 이런 우려를 사는 곳이 등장했다. 영동고속도로 광교 구간 방음터널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112 신고가 접수됐다. “방음터널에 사람이 올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10대 2명이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SNS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신고는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가 한 것이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경찰에 올라간 이유를 밝혔다. 여중생이 올라간 장면을 보고 따라했다고 했다. 여중생 A양이 지난해 6월 같은 행위를 했다. 투명한 방음터널 위에 올라갔다. 이 기괴한 모습에 운전자들이 경악했다. 노을을 보기 위해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이 모습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를 모방한 행위가 이번에 나타난 것이다. 인증샷 명소는 급속도로 알려진다. 광교 방음터널도 그렇게 유명세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도로공사 측은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접근 예방 조치를 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그런데 이게 없다. 통행금지 펜스는 설치돼 있지만 실제 출입을 막을 수준은 아니다. 감시용 CCTV도 없다. 울타리 경고등은 작동하지 않았다. 터널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올라갈 수 있다. 인증샷 장소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실질적인 통제 조치와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은 방음터널 위가 투명하게 보이는 구조다. 놀라는 운전자들도 위험천만하다.

[사설] 아주대병원도 응급실 축소, 군의관 ‘땜질’ 실효성 없다

아주대병원이 응급실 축소 운영에 들어갔다.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사직과 의료진의 과부하 등에 따라 심폐소생술(CPR) 등 초중증 환자(심정지 환자)만 수용해 진료한다. 시간은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이며, 대상은 16세 이상 성인 환자다. 15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치료하는 소아응급실은 수요일과 토요일엔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진료를 중단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한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는 14명의 전문의가 근무했으나 의대 증원 사태 이후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11명 중 4명도 격무를 호소하며 사직서를 냈는데 병원 측 설득으로 사직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경기 남부권의 24시간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맡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110∼120명의 환자가 들어온다. 이 중 60∼70명은 성인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응급 환자의 중증도 또한 전국에서 1∼2위를 다툰다. 이런 병원이 목요일에 심정지 환자 외에 응급실 환자를 받지 않겠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119 구급대원들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 크다. 의정 갈등이 6개월 넘게 장기화되면서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응급실 파행 운영이 현실화되고 있다.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거가 진료를 제한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는 ‘병원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응급실 뺑뺑이’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해 사망한 이들도 나오고 있다. 응급실 상황은 하루가 다른데 정부는 여전히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의료 공백의 원인을 전공의 이탈 탓으로 돌리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여명을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병원에 투입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아주대병원에도 군의관 3명이 배치된다. 하지만 파견 인력 가운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하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응급·중증환자 진료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급실 문을 열어 놓고도 환자를 못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니 미봉책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 같은 땜질 처방만 내놓아선 안 된다. 언제까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의료체계가 원활하다”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의료대란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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