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3.6% 삭감했다. 올해보다 1조원가량 줄인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국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다. 사업비 부족으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철도 교통망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경기 남부권 핵심사업인 GTX-C 노선과 수원발 KTX 직결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됐다. 경기도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두 사업의 내년 예산은 1천억원 이상이 부족하다. 양주 덕정과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의 내년도 예산은 338억원에 불과하다. 도가 1천46억원의 국비를 요청했는데 턱없이 적게 반영됐다. 추가로 708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수도권 거점을 연결하는 철로 86.5㎞와 역사 14개소 등을 설치하는 이 사업은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산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워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 경기 남부권 최대 숙원 사업인 수원발 KTX 직결 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경부선 서정리역과 수서고속철 지제역 간 4.7㎞ 철로를 연결해 수원역을 KTX 출발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시작해 내년 완공 될 예정인데 내년 정부 예산이 266억원에 불과하다. 개통 시기가 더 늦어지게 됐다. 국회 국토위원회에서 최근 53억원 증액했으나 408억원이 더 필요하다. 경기도내 주요 철도 분야 SOC사업 18개 가운데 7개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삭감됐다.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은 51억원에서 25억원,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2천100억원에서 1천710억원으로 줄었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은 2천599억원에서 2천120억원으로, 수서~광주 복선전철은 400억원에서 277억원, 신분당선(광교~호매실)은 240억원에서 174억원, 신안산선 복선전철은 3천178억원에서 2천650억원으로 감소했다. 경기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여건은 만만치 않다. 지역마다 땅만 파놓고 사업 진척이 안 되면 극심한 교통체증 등 불편만 야기한다. 시작한 사업이면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지방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비 지원 없이는 철도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광역통행량의 75%가 수도권이고, 이곳의 교통혼잡도가 가장 높다. 교통 인프라는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수도권 철도 관련 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 지역 국회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설득해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FC가 끝내 팬들을 울렸다. 올해 K리그1 최하위로 추락, K리그2로 강등됐다. 2003년 원조 ‘시민구단’ 창단 이후 21년 만이다. 근래 한때는 2년 연속 파이널A(1~6위)에 올라 팬들의 환호도 받았다. 그러나 긴 세월 해마다 ‘꼴찌 탈출’에 허덕여 왔다. 그래서 별명마저 ‘생존왕’, ‘잔류왕’이었다. 결국 ‘시민구단’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인천시 예산으로 꾸려 가는 ‘지자체 구단’이었다. 부족한 재정에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우수 선수 영입이 어려웠다. 인천시는 해마다 100억원 이상을 쏟아붓지만 다른 구단 연봉 총액의 절반 수준이다. 구단 경영도 전문성과는 멀었다. 성적이 저조하면 경기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내야 하지만 아니었다. 2018년과 2020년, 인천유나이티드가 최하위로 추락했을 당시 비상대책위는 꾸려졌다. 하지만 뚜렷한 경영 혁신이나 경기력 향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 지자체 구단이다 보니 대표이사는 물론 이사진 대부분이 축구 비전문가로 꾸려졌다. 이사진 17명 중 3명을 제외하면 전·현직 공무원이나 후원사 관계자, 기업인 등이다. 경영층 외 구단 프런트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올해의 경우 재정난을 이유로 핵심 전력 선수들을 방출했다. 그러고도 대체 선수 영입을 소홀히 했다. ‘국제대회 경험 있는 선수들로 한 시즌 더 가도 된다’며 안일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감독이 중도 사퇴했다. 그때도 새 감독 선임이 늦어져 위기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역 기업들의 외면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인천유나이티드의 총 수입금이 258억원이다. 이 중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지원이 155억원(60%)을 차지한다. 기업 후원은 14억원(5.5%) 수준이다. 이도 인천 시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이나 포스코이앤씨, 인천항만공사 등의 단발성 후원이 대부분이다. 인천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 94곳 중 인천도시가스 1곳만이 후원사에 이름을 올렸다. 4년 전 37억원이던 기업 후원이 올해는 14억원대로 떨어져 있다. 최대한 빨리 1부 리그로 생환하는 것이 인천유나이티드의 지상과제다. 먼저 강등된 팀들을 살펴봐도 매우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경영진과 선수단의 대대적 쇄신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쇄신 작업은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바로 주인의식의 재무장이다. 남의 일처럼 하는 구단 경영, 경기 운영으로는 자생력을 기대할 수 없다. 주인 및 책임의식이 분명한 시민구단, 그러려면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가로 기소됐다.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등을 유용했다는 혐의다. 당시 도지사 비서실장과 별정직 공무원도 함께 기소됐다.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부인 김혜경씨는 기소유예 처분됐다. ‘죄는 있으나 기소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및 식사 대금을 지출했다는 혐의다. 검찰이 공소장에 밝힌 범죄 액수는 모두 1억653만원이다. 이 대표는 여섯 번째 기소로 5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번 기소는 앞서 김혜경씨 유죄 선고 때 예견됐다. 벌금 150만원이 선고된 김씨의 혐의도 법인카드 관련이다. 대선 경선 출마 선언 직후 민주당 중진 의원 아내 3명과 식사했다. 식사대금 10만4천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다. 유죄 판시 대목 중에 ‘피고인과 순차적이고 암묵적인 의사 결합’ 논리가 등장한다. 법인카드 유용에 대한 이재명 지사의 묵인 내지 동의를 추론케 하는 대목이었다. 법인카드 유용은 오랜 기간 법외 영역처럼 간주돼왔다. 기관 또는 기업의 내부 회계 문제라는 인식이 강해서였다. 그랬던 법인카드 유용이 고위 공직자의 명운을 흔들었던 최초 사례는 이모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다. 법인카드를 포함한 특정업무경비 부당 사용 논란이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결국 낙마했고 박근혜 정부에 상처를 남겼다. 이후 공공 영역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은 더 엄격해졌다. 지난해 인터넷진흥원 간부가 파면되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 판결로 보면 여전히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업무’의 성격과 범위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올해 인천지법에서 있었던 판결이 있다. 민간 회사에 다니던 직원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배임 액수는 71만여원이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기소된 주유비, 식사비 등을 업무로 해석했다. 2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같은 내용을 두고 ‘업무 외 사용’으로 봤다. 이 대표 측의 향후 주장도 결국 ‘업무’ 해석이 될 듯하다. 손쉬운 과정은 아니다. 검찰이 7월4일 출석을 통보했다. 이 대표는 8월18일 이후 출석하겠다고 했다. 9월 이후 통보했지만 역시 출석하지 않았다. 범죄 은폐로 해석될 법한 정황이다. 여기에 공소사실의 범죄 액수가 1억원 이상이다. 유사 사건에 비해 적은 액수가 아니다. 판결이 살피는 것은 ‘주장’이 아니라 ‘행위’다. ‘정치 논리’가 아니라 ‘혐의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혐의가 간단한 사건이어서 무죄 투쟁이 더 버거운 경우가 왕왕 있다. 이게 그럴 수 있다.
매년 7만여명의 성인이 실종된다. 이 중 1천여명이 사고와 범죄에 노출돼 사망한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통계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0~2023년) 18세 이상 성인 실종 신고는 누적 28만3천65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실종 상태에서 자살, 교통사고, 범죄 노출 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5천439명(1.9%)에 이른다. 경기지역에서도 지난 4년간 8만3천954건의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18세 미만 아동은 성인과 비교해 실종자 신고 건수는 3분의 1, 실종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는 31배가량 낮다. 성인 실종자 수가 훨씬 많지만 수사기관의 대응은 상당히 미흡하다. 단순 가출 등 개인 문제로 치부해 적극 개입하지 않는다. 경찰이 실종자 추적이나 수색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관련 법안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성인 실종의 경우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어 신고가 들어와도 위치 추적 등 적극적인 초기 대응이 어렵다. 수색 근거가 없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쳐 불상사를 예방하지 못한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치 추적 등 경찰이 적극적인 실종 수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은 만 18세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로 한정돼 있다. 이들은 DNA 확보 및 비교가 수월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다. 폐쇄회로(CC)TV 확인도 미성년자 실종의 경우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도 영상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성인은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가출인’으로 분류, 실종 신고가 접수돼도 특정 범죄 가능성이 없으면 경찰이 강제로 소재 파악을 할 수 없다. DNA 확보 및 비교가 어렵고, CCTV 확인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경찰은 실종 신고 접수 시 대상자 안전 확보와 신속한 추적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종자 가족들도 같은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성인 실종의 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실종자를 수색할 때 강제 진입이나 CCTV 협조 요구를 명확히 규정한 ‘실종 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 문턱도 못 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이달희 의원이 성인 실종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속한 수색을 위한 ‘성인 실종 수색 및 발견에 관한 법률안’을 또 발의했다. 성인 실종 법안 마련은 시급하고 절실하다. 실종자 가족은 생사조차 알 길 없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실종 신고의 상당수가 미제로 계속 쌓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특별한 변화는 없다. 16일에는 대정부 장외집회에 참석했고 연설했다. 민주당 최고위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8일에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비명·반명계를 향한 강도 높은 경고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최민희 의원의 16일 발언이다.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다.” 당은 ‘소신대로 발언할 수 있다’며 두둔한다. 민주당의 현재 모습이다. 비명계의 움직임 보도가 억지스럽다. 주목받는 비명계 모임으로 초일회가 있다. 수도권 전직 의원 등이 주축된 모임이다. 12월 특강 강사로 김부겸 전 총리가 초청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공판이 나온 직후 발표다. 김 전 총리는 이른바 ‘3김·3총’의 한 사람이다. 언론은 ‘포스트 이재명’과 연결지어 해석했다. 하지만 이 특강은 사전에 예정된 일정이다. ‘김부겸-김동연-김경수’로 이어지는 수순이 있었다. 김 전 총리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하나의 관심은 김동연 경기지사다. ‘3김·3총’ 가운데 유일한 현역이다. 총선 이후 친문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교류를 이어왔다. 이재명 25만원법 반대 등 소신도 피력해 왔다. 15일 판결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끌었다. 이런 그의 첫 일성은 ‘재판부에 대한 유감 표명’이다. 또 다른 비명계 주자 박용진 의원의 정치 재개 소식도 들린다. 내년 1월부터 정치 포럼을 발족한다고 전해졌다. 이 역시 개인적 정치 일정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비명의 내부까지 조용한 것은 아니다. 경기도 일부에서 판결에 즈음한 성명서 발표 움직임이 있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함께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인천에서도 원외를 중심으로 하는 술렁거림이 감지된다. 역시 동력을 받지 못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비명계 한 인사는 이를 ‘이재명 공포’로 설명했다. ‘모두가 이재명 대표 체제를 무서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럴 만한 반전 역사가 있다. 2023년 9월21일 체포동의안 투표가 있었다. 국회에서 이뤄진 이재명 대표 구속 표결이다. 찬성 149표, 반대 136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의 이탈표가 최소 39표였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그 후 ‘반란표 39’로 추정된 의원들이 공천 학살을 당했다. 그중 상당수가 지금 비명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때 이 대표가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고 했고, 최 의원은 ‘움직이면 죽이겠다’고 했다.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발언이다. 물론 건강한 모습은 아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는 2016년 중앙에 등장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국정농단 정국이 낳은 스타였다. 그의 무기는 누구도 접한 적 없는 ‘말’솜씨였다. 모두가 쭈뼛거릴 때 경계를 뛰어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간이 부은 박근혜가 대놓고 불법을 감행했다”, “박근혜를 구속 처벌해야 한다”. 분노한 여론이 그를 찾았다. ‘이재명 사이다’라는 닉네임도 붙여줬다. 그의 ‘말’은 현안 때마다 위력을 발휘했다. 정국을 뒤집었고, 위기를 돌파했다. 위기를 자초했던 ‘설화’ 논란도 있었다. 대선 정국에서는 ‘형수 막말’ 논란이 그를 괴롭혔다. 경기지사 때는 ‘국짐당’이라는 공개 발언으로 국감장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당 대표 취임 이후에도 몇 번 고비가 있었다. 공천 파동이 한창일 때 했던 ‘0점 의원’ 발언 등이 그랬다. 그럼에도 그의 정치에서 ‘말’은 여전히 무기다.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촌철살인의 묘를 구사하고 과감한 공격으로 상대 기를 꺾어 버린다. 지지층에는 대체 불가 카타르시스다. 이 대표가 지금 최대 정치 위기를 맞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1심 재판부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정치적 치명타다. 의원직을 상실하고 차기 대선 출마 자격도 잃는다. 민주당은 대선 때 보전받았던 434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선고 하루 뒤 대정부 장외집회에 등장했다. “펄펄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고 했다. 많은 지지자들이 빗속에 환호로 답했다. 그답다. 그런데 이런 그의 ‘말’이 판결에서는 유죄의 증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형사부가 재판했고 선고 직후 ‘재판부 설명자료’를 공식적으로 냈다. 사건의 핵심 쟁점과 재판부 판단 등을 자세히 담았다. 그 속에 등장하는 ‘징역형 선고’의 근거가 모두 이 대표의 ‘말’이다. 제1공소사실은 김문기 관련인데, “김문기를 모른다”는 이 대표 말이 출발이다. 제2공소사실은 백현동 관련인데, 역시 “국토부가 협박을 해서”라는 이 대표 말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대표가 했던 ‘말’이 가득하다.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조작한 거죠’라는 발언 등을 인용했다. ‘김문기 몰랐다’는 건 무죄인데, ‘골프도 안 친 것처럼 해석된’ 이 발언들 때문에 유죄라고 했다. 백현동 관련 부분도 패널까지 준비한 명쾌한 ‘협박 발언’이 유죄가 됐다. ‘고의가 인정되는 명확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런 판단은 이 대표 측의 향후 항소심 전략에도 부담이다. 1심과 달라지기에는 ‘이재명 말’들이 너무나 명료하기 때문이다. 모욕과 과장이 판치는 작금의 정치 언어. 이런 ‘정치 언어’에 내려진 무거운 처단형이다. ‘이재명 유죄’ 이상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국내외 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경제정책을 되돌리겠다고 하면서 연일 세계 경제환경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인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역대 최저인 4만원대로 급락했는가 하면 3분기 실적이 저조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으나, 국내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 약화로 인해 이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히 요망된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핵심 조항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근로자를 ‘주 52시간 근로’의 예외로 인정하는 것과 보조금 직접 지원이다. 그러나 이들 조항은 여야 간 쟁점이 돼 합의를 못하고 있다. 여당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의 연구센터는 주 7일 24시간 가동되고 있으며, 엔비디아도 새벽근무와 주 7일 근무에 제약없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며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야당에 제안했다. 특히 국내 R&D인재들이 주 52시간으로 못 박혀 있는 근무시간 제약으로 더 많이 일한 만큼 더 많은 벌 수 있는 해외로 이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인재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의 위기가 주 52시간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냐. 본질에서 벗어난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주 52시간 규제를 반도체 산업에만 예외를 둘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여당이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협의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므로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재편돼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국가의 운명을 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여야 정치인들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사항이므로 여야 간 조속 협의해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 가장 많이 포진하고 있는 경기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여야와 이념을 초월해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직시,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화되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망한다.
겁 없는 10대들의 무면허 운전이 종종 사고를 부른다. 호기심과 우발적 충동에 의한 무면허 운전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놀이하듯 즐기는 위험한 질주는 범죄행위다. 지난 10월 인천 계양구에선 길가에 주차된 차량을 훔쳐 친구를 태우고 무면허 운전한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학생은 게임에서 차량 운전 방법을 익혔다는데, 참으로 황당하다. 8월에는 10대 청소년이 모친 소유 차량에 친구 2명을 태워 인천 제물포역 인근에서 김포까지 40여㎞ 구간을 무면허로 운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7월에도 10대 청소년이 안양시 동안구의 이면도로에서 렌터카 업체 명의의 승용차를 몰던 중 1t 트럭과 승용차 등 4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입건됐다. 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20세 이하 무면허 교통사고 건수’는 6천건에 달한다. 2019년 201건이던 무면허 사고 건수는 5년 새 445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사고만 집계된 것이어서 실제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 사례는 훨씬 많다. 10대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무면허 운전을 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호기심과 충동, 유혹, 영웅심리 등으로 운전대를 잡고 놀이 삼아 즐기는 운전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를 불러오는지 인식하지 못 하는 게 안타깝다. 어른들의 잘못도 크다. 이들은 운전을 하기 위해 차량을 훔치거나 부모의 차량을 몰래 이용한다. 요즘은 간단한 방법으로 공유플랫폼 차량 렌트가 가능해 10대들의 무면허 운전을 부추기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편화로 많은 정보를 보유한 10대 청소년들은 차량 렌트부터 운전까지 거침이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촉법소년제도도 알고 있어 이를 악용한다. 만 14세가 되지 않은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웬만해선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는 추가로 신분증 도용, 차량 절도, 뺑소니 사고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면허 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중범죄다. 살인 미수에 버금가는 범죄라는 인식을 갖도록 가정과 학교 등에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한편에선 운전하고 싶은 욕구가 넘치는 10대 청소년들이 무면허 상태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행 운전면허취득 최소 연령을 낮추는 등 제도 개선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10대들의 위험하고 무모한 질주를 멈출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부천시가 독특한 형태의 택시 쉼터 정책을 준비한다. 외면받는 정책을 실효성 있게 바꿔 도입하는 시도다. 일단 규모를 과감히 키웠다. 연면적 499㎡,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단순한 쉼터 위주보다 기능을 다양화했다. 택시 경정비센터, 유실물 보관소, 교육장까지 들어선다. 택시 운송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시설이다. 일반 시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도 넣기로 했다. 종전 택시 쉼터와 다른 콘텐츠다. 25억원의 예산을 과감히 투입한다. 택시 쉼터는 2020년 등장한 경기도 특색 사업이다. 택시 기사의 복지를 위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작 택시 기사들이 외면한다. 택시의 특성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지역 곳곳을 이동해야 하는 택시 기사들인데 택시 쉼터는 이런 동선에 부합하지 못했다.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휴게 장비도 태부족했다. 결국 택시 기사가 가지 않는 택시 기사 쉼터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 보다 못한 택시 기사들이 순번을 정해 들여다보는 지경이다. 정책이 실패했음은 하루 평균 이용객 통계로 확인된다. 의정부 7.4명, 가평 10명, 시흥 11명, 안산 14명 등이다. 도내 전체 택시 기사 이용률이 1% 내외다. 이런 시설이 혈세를 잡아먹고 있음은 물론이다. 2020~2024년 5년간 25억1천만원이 들어갔다. 뜯어내야 한다는 여론까지 팽배했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5년을 끌어왔다. 전임 지사의 특색 사업이라는 부담 등이 작용한 때문이다.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부천시의 고민과 선택이다. 시가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존 쉼터의 이용률 저조 문제점을 보완하고 택시 운수 종사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 복지센터를 조성하겠다.” 옳은 결정이다. 뜯어내야 할 잘못된 행정에 대한 과감한 손보기다. 기존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수준의 정책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택시 기사 복지가 가야 할 통 큰 방향을 시범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부천에서 운행되는 등록 택시는 3천464대다. 많은 기사들이 환영할 것이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21곳의 택시쉼터가 있다. 운행 중인 도내 택시만 3만8천대다. 쉼터 한 곳당 이용자는 하루 평균 27명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 있는 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무책임이다. 부천시는 달랐다. 취지는 따랐으나 방식은 나름대로의 내용으로 채웠다. 개점휴업 상태 쉼터를 보고만 있는 시•군들이 고민해야 한다.
지난 6일 수원의 광교산 근처에서 사슴이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2건 있었다. 3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사슴뿔에 허벅지 등을 찔려 크게 다쳤다. 갑작스러운 사슴 출몰에 수원시는 비상이 걸렸다. 시민들은 사슴 출현에 처음엔 신기해하다 피해 사실이 알려지자 ‘무섭다’, ‘대책을 마련해달라’ 등의 불안을 호소했다. 지난 9일 밤에는 의왕시의 한 도로에 사슴이 나타나 지나가는 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사슴을 추격해 포획했다. 지난달 24일 아침에는 광주시 농평동 빌라촌에 멧돼지가 출몰, 경찰이 출근·등교 시간대를 고려해 추격 사살했다. 최근 야생동물과 유기동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람을 공격해 안전을 위협하는가 하면, 농작물을 훼손하기도 한다.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동물과 농장에서 탈출한 사슴 등으로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포획에 투입되고 있다. 피해는 점점 늘어나는데 관련 통계는 부실하다. 경기도,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은 야생동물 및 유기동물의 출현 신고 건수나 피해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서 집계한 ‘연도별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가 전부다. 때문에 불쑥 나타나는 야생동물 습격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도내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2022년 1만7천519건에서 2023년 2만2천415건으로 1년 새 5천건 가까이 급증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동물이 얼마나 나타나고, 피해를 주는지 통계는 없지만 야생동물 출현과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소방당국이나 지자체 모두 야생동물 출몰과 피해 집계가 없다 보니 대응이 원활하지 않다.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대책도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지역을 대상으로 ‘주의’ 안내 현수막이나 표지판 설치가 고작이다.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가 없는 도내 11곳의 지자체는 농작물 피해 보상도 못받는다. 야생동물 출현이 잦은 이유는 도시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과 사람의 생활 반경이 겹치고,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에 먹이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주택가 등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역마다 어떤 야생동물이 어디에서 얼마나 서식하는지 점검하고 개발 이전 단계에서 서식지 보전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자체에서 피해 규모와 피해 빈도 수 등 전반적인 정보를 파악해야 이를 기반으로 야생동물 피해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통계 및 피해예방 대책으로는 인명·재산 피해가 계속 발생하게 된다. 서식지 보호 대책, 전담기구 및 관리시설 확대, 관련 조례 제정 등 야생동물 관련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