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 에너지 절반이라도 경기도민 삶에 써보라

지방의 당정협의는 광역 경계를 초월한다. 두세 개 광역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앉는다. TK는 대구·경북 정치인들이 모인다. 부울경은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하는 자리다. 충청은 대전·세종·충북·충남이 모두 모인다.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권역별 당정협의회다. 철도, 공항, 항만은 특정 지역의 경계를 넘는다. 통합적인 논의와 사고 없이는 풀어낼 수 없다. 이런 필요성이 더 요구되는 곳이 수도권이다. 경기·인천·서울이 수도권으로 구획돼 있다. 수도권 전체 현안이 많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만 50년이 넘었다. 상수원보호구역, 접경지역규제도 그 정도다. 동서남북 권역별 현안도 수두룩하다. 산업의 첨병 반도체 생존이 걸려 있다. 경기국제공항은 경기 남부를 관통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300만명이 지켜본다. 시·군으로 쪼갠 현안은 더 수두룩하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행정이 머리를 맞댄 모습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엊그제 국제공항 부지 발표 당정 혼선이 그런 예의 하나다. 법안 발의는 너도나도 했다. 경기국제공항 관련 법안에 5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벨트 지원 법안을 4명의 의원이 발의했다. 접경지역 관련 법안에 2명, 군사지역 관련 법안에 4명, 낙후 지역 법안에 2명이 올라 있다. 경쟁하듯이 지역 현안에 이름을 올렸다. 법안 발의는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이다. 법안 발의와 법률 제정의 간극은 상당히 크다. 앞선 법안 상당수는 21대, 20대, 혹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걸 공약 이행이라고 할 수 없다. 지역민에게는 진부한 기억도 있다. 주무 장관 찾아가 찍은 사진 홍보한다. 쥐꼬리만큼 용역비 세우고 보도자료 뿌린다. 3년 뒤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모두가 걱정하는 결과다. 경기국제공항 여전히 답보, 접경지역 개선 제자리걸음, 군사지역 규제 변함 없고, 낙후 지역 지원 무산으로 끝날 것 같다. 법안 통과를 위한 숱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정과 협의하고, 의원 간 토론하고, 부처를 추궁해야 한다. 이게 없다. 무려 60명이 국회의원인 경기도다. 이들의 구호는 다른 데 가 있다. 특검, 탄핵, 방탄, 재판이다. 정치 투쟁 자체를 뭐라 할 건 아니다. 정권 쟁취는 지극히 현실적인 정당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점에 놓인 지역구 책임이 있다. 공약 이행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이다. 그런 게 없다는 거다. 과거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더 그렇고, 경기도에서 특히 그렇다. 혹시 쉽게 된 야당 의원이라서 이러나. 혹시 텃밭에서 된 여당 의원이라서 이런가. 정쟁에 쏟는 에너지의 절반이라도 지역민을 위해 쏟는 국회의원. 경기도에선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사설] 경기도, 국제공항 문제를 너무 가벼이 보나

경기국제공항 입지는 예민한 문제다. 화성시 이전이 십수년째 난항을 겪었다. 중간에 군 공항에서 민군공항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이전 거론 지역에서의 반발은 거세다. 이런 문제일수록 행정 절차의 엄격한 진행이 중요하다. 경기도가 예고한 발표라면 더욱 그렇다. 경기도 민선 8기가 도민에게 약속했던 발표다. 발표 그 자체로 엄청난 후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이런 발표의 갑작스런 연기는 의도치 않은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일이 경기도에서 있었다. 지난달 31일 국제공항 후보지를 발표하기로 했다.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 방안 수립 연구 용역’이다. 언론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지된 일정이다. 국제공항 추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예정일이 임박해 발표가 취소됐다. 도 내부적으로 지난 1일 발표하겠다고 변경했다. 그랬다가 이 계획마저 곧 없던 일이 됐다. 지금은 잠정적 연기 상태다. 추후 발표 일정도 나오지 않았다. 도가 설명하는 연기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31일 경기 북부에서 대북전단 살포 대치가 있었다. ‘이 이유 때문에 부득이 밀렸다’고 도 관계자가 말했다. 다른 하나는 도지사 일정과 관련된 설명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외자유치 활동 중이었다. 반도체 노광 장비 세계 1위인 ASML 네덜란드 본사를 찾았다. 화성에 투자를 협의했다. 이 일정 때문에 연기됐다고 전해진다. 공교롭게 정명근 화성시장이 함께했다. 화성시는 예상 후보군에 있다. 대북전단 살포 마찰이 초미의 관심사는 맞다. 그렇지만 국제공항과는 전혀 무관한 별개의 도정이다. 김 지사의 외자유치 활동은 평가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제공항 후보지 발표와는 엮이지 않는다. 국제공항 후보지 선정은 2022년 지방선거의 약속이었다. 화성·평택·이천·여주·안산시가 주목하는 발표다. 수원특례시의 관심도 상당하다. 이런 발표가 당일 연기되더니, 다시 연기됐다가 추후 일정도 없어졌다.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도 생겼다. 후보지 발표를 전제한 일정이 틀어졌다. 4일 국회에서 열리려던 경기국제공항 토론회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수원무), 전문가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도가 발표한 후보지를 놓고 적합성 등을 토론하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은 미온적이었다. 이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국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발표가 연기됐다. 당연히 토론회도 무산됐다. 이쯤 되니 많은 이들이 경기도에 묻는 질문이 있다. 경기도가 국제공항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 발표 이후 후속 절차가 준비는 돼 있는가. 김 지사가 국제공항 문제를 너무 가벼이 보는 건 아닌가. 던질 법한 질문이다.

[사설] 윤 대통령 지지율 10%대, 국정쇄신만이 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이후 가장 낮은 10%대로 추락했다. 지난 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달 29~31일)에선 긍정 평가 19%, 부정 평가 72%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지난달 27~28일)에선 긍정 평가 17%, 부정 평가 78%였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대인 것은 탄핵 국면이나 IMF 사태 같은 극단적인 상황 때나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막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좀처럼 나타날 수 없는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나타난 것은 국가의 위기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도 32%보다 무려 13%포인트 낮다. 특히 보수의 심장이고 윤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이라고 하는 대구·경북(TK)의 지지율은 평균보다 낮은 18%였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이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김건희 여사 문제였다. 이번 국정감사 시 각 상임위원회에서 다룬 주요 내용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문제였다. 특히 명태균씨와 연관된 공천 개입, 여론조사 결과 조작 등이 국정감사 후반기에 폭로됨으로써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10%대로는 국정운영의 원활한 수행이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말 국정농단 논란에 대한 대국민사과 당시 지지율이 17%였으나,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문제가 확대되면서 지지율이 급락, 결국 탄핵으로 물러났다. 때문에 국정 지지율 20%를 ‘심리적 탄핵’의 마지노선이라 부르는데 이것이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대통령실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일 대통령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9%의 지지율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지적엔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4대 개혁 추진”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혁을 추진하려면 국민의 지지는 필수적이다.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하고 법치만을 주장하면서 소통을 하지 않으면 공직자들은 대통령의 지시에 움직이지 않게 되고 국정은 표류하게 된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민심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 과감한 국정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요망한다. 시간은 결코 대통령편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사설] 성남 장애인 히말라야 등반을 응원하자

신상진 성남시장의 치사가 있었다. “한국인의 기백을 보여 달라...장애인의 희망이자 빛이 될 것이다.” 지난해 8월23일 있었던 발대식 행사였다. 성남지역 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등반대다. 이들의 목표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칼라파타르다. 해발 5천550m로 전문 산악인도 쉽지 않은 코스다. 이들의 당찬 도전을 내외에 선포하는 날이었다. 성남종합스포츠센터에서 열렸고 신 시장이 전한 인사말이다. 등반대에 전하는 당부가 담겨 있다. 그때부터 혹독한 훈련에 돌입했다. 1년간 한 달에 두 번씩 지리산 훈련을 수행했다. 그 예정된 시간이 다가왔다. 이달 4일부터 14박16일간이다. 원정대는 곧 네팔로 출발하게 된다. 그런데 순탄해 보이는 겉과 달리 내부의 잡음이 들렸다. 경비 부담 문제다. 시는 이번 원정에 항공권, 숙박비, 식비 등을 지원키로 했다. 대략 1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장애인들은 말 못할 서운함을 말한다. 전부 지원 약속이 바뀌었다고 얘기한다. 등반에 필요한 장비 지원 논란이 있다. 한 참여 장애인의 부모는 ‘300여만원의 경비를 자체 부담했다’고 밝혔다. 현지 이동 비용 논란도 있다. 국내에서 네팔로 이동하는 항공권과 수하물 25㎏은 시가 부담한다. 그런데 현지 이동에 필요한 항공비와 수하물 15㎏ 비용은 장애인 등 참가자가 부담한다고 했다. 이를 장애인 측에 전달한 건 시가 아니다. 계약을 맺은 민간 여행업체가 알렸다. 고지 시점도 출발을 열흘 앞둔 24일 출정식이었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많이 당혹스러워한다. 모집 당시에는 모든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믿음을 확신하게 한 지난해 출범식이었다. 이후 1년여간의 적응훈련 기간에도 이와 다른 설명은 없었다. 그런데 출발을 상징하는 출정식에서 상당 부분에 대한 개별 부담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시는 소통 과정의 문제를 얘기한다. 현지 이동 비용에 예비비 800만원을 지원 계획과 장비 구매 비용 30만원 지원 계획을 설명했다. 항간에는 후원 업체가 붙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예상했던 등산의류 업체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후원의 경영적 가치가 없다는 것인가. 이들의 도전이 의미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인가. 안타깝다. 씁쓸하다. 신 시장은 ‘(이번 등반이) 전국 265만 장애인의 희망이자 빛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의 이런 당부를 많은 언론이 성남시청발(發)로 썼다. 그 장담과 홍보가 1년 만에 이렇게 됐다. 지원이 있느니 없느니 갈등하고 있다. 사흘 뒤면 출발해야 한다. 논쟁의 시간은 아닌 것 같다. 혹독한 훈련을 견뎌왔을 이들이다. 장도(壯途)를 격려할 성남시 결정을 고대한다.

[사설] 경기 ‘안전전세 프로젝트’, 법적근거 부족 한계 있다

전세사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전세사기 소식이 들린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차례대로 피해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10월 기준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2만2천503명이다. 이중 74%가 2030세대다. 대출을 받은 이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부터 빚의 굴레를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전세사기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로만 볼 수는 없다. 피해자들은 국가가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중개제도를 믿고 거래했다. 일부 임대사업자와 공인중개사의 불법 행위에 사기를 당한 것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한 탓이 크다. 전세대출 위험도 방관했다. 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전세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대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전세피해 예방을 위해 ‘안전전세 프로젝트’를 7월15일부터 시행 중이다. 공인중개사들의 자발적 협력을 통한 ‘안전전세 길목 지킴 운동’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민관 합동 1천70명 규모의 ‘안전전세 관리단’ 운영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안전전세 길목 지킴 운동은 공인중개사가 전세피해 예방을 위한 실천 과제를 이행하는 사회적 운동이다. 참여 중개사무소는 ‘안전전세 지킴이’ 스티커를 배포해 도민들이 이를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위험물건 중개 금지, 명확한 권리관계 안내, 임차인 체크리스트 제공, 전세특약 명확히 작성, 계약 후 정보변동 문자 알림 서비스 등의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지난 달 15일 기준 도내 등록된 3만명의 공인중개사 중 약 37%인 1만1천명 이상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도는 연말까지 동참률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9월 말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출된 전세 보증사고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등록된 피해 금액 합계는 전국적으로 13조7천907억원에 달한다. 이 중 경기도내 피해 금액은 4조2천284억원(30.7%)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가 전세피해 예방을 위해 ‘안전전세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건 바람직하다. 아쉬운 점은, 이 프로젝트가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공인중개사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에 따른 전세사기 예방책이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선의나 약속만 믿고 하는 것이라 대책에 한계가 있다. 인증받은 공인중개사들이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는 없다. 경기도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및 전세사기범죄자 처벌 강화 등 10건의 개선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전세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사설]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 제한, ‘한국형 제시카법’ 필요하다

성폭행범이 주변으로 이사 오면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떤다. 요즘 안산시 단원구 와동이 그렇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기존에 살던 와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인근 다가구주택으로 지난달 25일 이사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조두순의 새 거주지에서 직선거리로 29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는 등 반경 1.5㎞ 내에 10여개의 초·중·고교가 있다. 뒤늦게 ‘특별치안센터’가 설치됐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심란하다. 조두순은 2008년 아침 등굣길의 8세 여아를 끌고 가 끔찍한 성폭행을 저질렀던 인물이다. 12년을 복역하고 2020년 출소해 안산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때 1㎞ 거리에 살던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워 이사를 갔다. 범법자가 두려워 피해자나 선량한 주민이 거주지를 떠나야 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지난 5월엔 수원지역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살다 나온 박병화가 수원 번화가의 오피스텔에 전입했다. 이곳에 20, 30대 여성이 많이 살다 보니 경찰관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해 집까지 데려다 주는 일이 있었고, 일부 주민은 이사를 갔다고 전해진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 10여개, 학교 10여곳이 몰려 있어 주민 불안감이 컸다. 성범죄자 전입에 반발하는 이유는 재범 우려 때문이다.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신상공개 성범죄자의 재범은 1천417건에 달했다. 2019년 1천108건에서 4년 새 27.9% 증가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각 지자체에선 거주지 인근에 방범초소를 세우고 CCTV와 비상벨 등을 추가 설치해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고위험 성범죄자로 인해 투입되는 치안·감시 예산이 한 해 수억원에 달한다.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 문제는 ‘폭탄 돌리기’가 됐다. 박병화 출소 이후 화성시가 떠안았던 폭탄이 수원시로 넘어 왔다. 이런 양상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황당하다. 조두순, 박병화 같은 흉악한 성범죄자가 매년 60여명 출소하는데 이들의 거주지를 제한할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 재범 위험이 크고, 주민들이 불안을 견디다 못해 이사를 가야 한다면 뭐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위험 성범죄자를 해당 지자체가 관리하고 감수하기는 어렵다. 성범죄자가 거처를 옮길 때마다 일대가 뒤집히는 혼란이 반복돼선 안 된다. 고위험권 성범죄자는 ‘국가 시설 내 거주’가 필요하다. 22대 국회에선 ‘한국형 제시카법’을 제정해야 한다.

[사설] 고려아연 기술 유출, 그 수챗구멍을 막아라

고려아연은 재계 서열 28위다. 최근 3년간 연매출 7조~9조원이다. 현재 기준 시총이 10위권에 올라 있다. 세계 아연시장 점유율 1위다. 규모에서 보더라도 국내 핵심 기업이다. 이 존재감을 몇 배 더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세계를 석권하는 기술력이다. 친환경 제련 기술력이 세계 최고다. 친환경 기술은 제련술의 핵심이다. 석유, 철강과 함께 오염물질 배출 해결 기술력이 생명이다. 고려아연은 폐기물에서 금, 은, 동을 뽑아낸다. 100% 가까운 자원화다. 1990년 중반부터 이 재처리 기술을 사용했다. 금속 회수, 잔재 처리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력의 가치를 설명한 전문가의 말이 있다. “투기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매우 많다. 몇 천억원짜리 기술도 있다. 그런 기술이 공정마다 수백개 존재한다.” 이런 평가에 이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없다. 이런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영풍과 다툰다. 우리의 관심은 기술력 유출이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의 선언이 있었다. 단체 사직을 예고하는 충격적인 발표였다. 부회장을 포함한 기술인력 20명이 함께했다. “MBK·영풍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가고 산업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인된 기술력의 주인공들이 함께 낸 목소리다. 분쟁 상대방은 즉시 반박했다. 핵심 기술 유출이나 중국 매각 가능성은 억측이라고 밝혔다. 양측 주장 어느 것도 맞다고 단언할 수 없다. 대신 우리에겐 생생히 남은 과거의 예가 있다. 기술력을 지닌 국내 기업을 무너뜨린 기업 사냥의 결말이다. 종국적 타깃은 늘 기술이었다. 해외로의 매각 역시 정해진 순서와도 같았다. 쌍용차가 그랬다.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가져갔다. 국내 첨단 자동차 기술이 뭉텅이로 넘어갔다. 껍데기가 인도 자본으로 갔다. 국가 자산인 기술 유출과 이윤 착취의 역사다. 쌍용차 역사는 경기도민이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다.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근거는 분명하다. 무수한 기술력 기업의 역사가 명백하다. 고려아연의 기술력도 유출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우려하는 게 합리적인 경험칙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비상이다. 이 위기를 버티는 것도 기술이다. 세계 3위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다. 세계 5위 현대차, 자동차 기술이다. 세계 1위를 지켜온 고려아연, 50년 제련 기술이다. 이 기술이 흘러 나갈 수챗구멍을 막아야 한다. 그 파국적 수챗구멍이 경영권 상실에서 시작될 수 있다.

[사설] 경기국제공항, 갈등 타개하고 추진할 묘책 찾아내야

경기도가 31일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를 발표한다. 연구용역 결과 평택·화성·이천·안산·여주시 등 다섯 곳 안팎이 후보지로 예측된다. 이 중 평택시와 화성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발표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공항이 들어서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보다는 소음과 고도제한에 따른 개발 문제 등의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한미군기지가 위치한 평택은 이미 이런 문제들에 직면해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실제 평택시 전체 면적(487.8㎢)의 약 38%(186.6㎢)가 군사기지법에 의한 비행안전구역이다. 팽성읍은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해 92.4%가, 서탄면·서정동 일원은 오산공군기지(K-55) 인근으로 90% 이상이 비행안전구역이다. 비행안전구역은 건축물 높이가 45m를 넘을 수 없어 15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한다. 때문에 평택시는 국제공항 입지로 규제가 더 늘어날까 봐 지역사회 전체가 후보지 선정을 꺼리는 분위기다. 화성시는 적극 반대 입장이다. 매향리 일대 소음 피해 가중, 고도제한 적용에 따른 개발사업 차질 우려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방부가 2017년 6천200만㎡ 규모의 화옹지구 간척지를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지정한 바 있다. 이후 수원시가 화옹지구에 ‘민·군 통합 국제공항’을 조성하는 의견을 내놔 갈등이 심화돼 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화옹지구에 수원 군 공항을 이전해 통합 국제공항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수원시와 화성시가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로 화성시를 지목하면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경기국제공항 건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공약이다. 경기도는 당초 ‘지방자치단체 유치 공모’ 방식으로 입지 선정을 계획했다. 하지만 진척이 없자 방침을 바꿔 ‘지자체 협의체’ 구성을 먼저 하는 안을 마련 중이다. 주민 중심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하고 행정기관 주도로 추진해 갈등이 고조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경기국제공항 후보지가 발표돼도 사업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다. 수원 군 공항 이전까지 합쳐지면 사업은 더 어려워진다. 군 공항 이전은 국방부 사무이고,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지정은 도 사업이어서 추진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군 공항과 국제공항을 별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경기국제공항 추진이 지자체 간 갈등을 부르지 않으면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공론화는 물론이고 군 공항 이전과 연결된 것이면 국방부 등 정부 참여도 필요하다.

[사설] 삼성은 ‘주 6일’ 비상, 경기도는 ‘주 4.5일’ 고집

경기도가 ‘주 4.5일제’를 몰아가고 있다. 시범사업평가위원회에서 기준을 넘겼다고 밝혔다. 도가 밝힌 심의 결과 평가 점수는 89점이다. 22, 23일 실시된 심의위에는 7명이 참여했다. 6명은 민간위원, 1명은 공무원이다. 위원회가 강조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업무 효율성, 노사 공감대, 기업 환경 고려, 대상 기업 다양화 등이다. 도 관계자는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하겠지만 모두 반영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연구 용역이 이어질 것 같다. 주 4.5일제 시행에 대한 밑그림 그리기다. 내년 3월에는 시범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평가위원회나 연구 용역 모두 일정한 방향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도의회 등의 반대를 피하려는 구색 맞추기 느낌이다. 돌이켜 보면 주 4.5일제 모든 과정이 그랬다. 김동연 지사의 선창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20일 전에는 관련 공청회가 있었다. 그때도 그랬었다. 경기도의회 정하용 의원(국민의힘)이 의견을 냈다. 사회적 타협 전제를 강조했고, 사회적 갈등 야기를 우려했다. ‘충실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묻혔다. 국내 몇몇 기업의 도입 사례가 소개됐다. 도입했다가 철회한 얘기는 소개되지 않았다. 성공 사례를 발표한 기업인이 있었다. ‘주 4일제 효과만은 아니다’라고 유보했다. 이런데도 도는 공청회 분위기를 찬성 위주로 전했다. 결론은 나와 있었다. 김동연식 경제 철학은 사람 중심 경제(휴머노믹스)다. 4.5일제 시범실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사 합의로, 임금 삭감 없이 시행한다’, ‘임금 단축분은 도에서 지원한다’. 그런데 실제 모습은 딴판으로 간다. 사측을 대표하는 기관에 경기도중소기업CEO연합회가 있다. 집행부가 반대한다. 경기도에 항의도 했다. 다 무시됐다. 세금 집행은 도민 동의가 필요하다. 도의원이 우려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중심인가. 삼성전자가 흔들린다. 누가 뭐래도 경기도 기업이다. 수출 실적은 경북, 충남 등에서 이뤄진다. 그래도 연구·생산 인력의 중심은 경기도다. 함께 생존하는 크고 작은 관련 기업도 엄청나다. 삼성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만 2천515개다. 그 기업과 노동자 상당수가 경기도에 있다. 위기의 삼성전자가 빼든 칼이 있다. ‘전자 계열 임원 주 6일 근무’다. 근무 일수 조정이 그렇게 준엄한 것이다. 하물며 악전고투하는 중소기업들엔 어떻겠는가. 시기적으로 설득력 없다. 혈세 들여 실험할 일 아니다. 혹여 정치적 셈법이라도 있는가. 친(親)노동 이미지 만들기의 하나인가. 그렇다면 그건 정치의 영역이다. 앞으론 토론의 주제에서 빼는 게 옳을 듯하다.

[사설] 원폭피해, 일본에선 노벨상 한국에선 관심 밖

일본에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있다. 1956년 결성 이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핵무기 폐기와 원폭피해자 지원이 핵심이다. 이 단체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노력을 평가받았다. 일본은 50년 전에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였다. 그 당시 선정된 이유도 핵이었다. 제조·보유·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이 공로였다. 허탈한 국내 단체가 있다. 한국원폭피해자협의회다. 일본의 원폭피해자 지원은 우리와 다르다. 건강수첩을 통해 체계적으로 파악한다. 건강검진, 의료 서비스를 지원한다. 원폭피해자 전문 병원도 운영한다. 건강관리수당, 특별수당 등도 있다. 마지막 순간의 장례 지원까지 책임진다. 원폭피해자의 사회적 지위도 당당하다. 적극적 증언으로 피해를 세상에 얘기한다. 비핵화 등으로 그 목소리를 넓혀 왔다. 이런 노력이 세계 주목을 받은 것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의 배경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월 10만원의 진료 보조비를 준다. 연 1회 건강검진 기회가 주어진다. 그나마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다. 원폭 피해자 1세대에 월 7만원의 수당을 준다. 1·2·3세대에 의료 및 휴양, 문화 지원을 한다. 경기도 의료원에서는 진료비, 종합검진비 50% 할인 등의 지원을 한다. 하지만 실제 집행된 경우는 미미하다. 2022년 13건, 2023년 16건이 전부다. 휴양·문화 지원 이용자는 2년간 5명 이내다. 도내 원폭 피해자가 900명인데 이렇다. 조례도 있다. ‘경기도원자폭탄피해자 지원 조례’다. 조례 내용 중에 지원 센터 규정이 있다. 각종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격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운영 위원회 규정도 있다. 여기에 원폭피해자들이 전문가, 지원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조례 규정의 실행이 이뤄지지 않는다. 피해단체 관계자는 “조례가 있는데도 위원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니 원폭피해자가 당당해질 수 있나. 죄인 아닌 죄인이다. 일본은 전범 국가다. 원폭을 부른 교전 당사국이었다. 그런데도 원폭 피해를 당당히 말한다. 전 세계 비핵화에 앞장서고 있다. 노벨 평화상의 주인공까지 됐다. 대한민국 원폭 피해자는 아무런 죄가 없다. 그런데도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것조차 꺼린다. 국가·지자체의 외면이 만든 사회 분위기다. 경기도가 그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구체적 실행의 단계를 보여줘야 한다. 본이 될 조례까지 만들어 놨다. 그 조례에 있는 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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