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오대산 단풍길

월정사에서 상원사 올라가는 개울가의 옛길은 떨어져 누운 여러 잎들이 푹신하게 깔려 있는 그 위로 붉어진 가슴들이 물들인 붉은 단풍으로 장식된 레드카펫 그 위를 걸었소 레드카펫 드레스의 배우들이 망라되어 편집된 TV 속에서 오대산 단풍길을 떠올렸소 그 레드카펫보다 포근하고 향기로운 길이었소 붉은 단풍잎 몇 잎을 주워 올려 잊었던 여심을 만나오 본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붉은 빛이 아름답소 부끄러이 꺼내 놓지 않는 그 미소가 싱그럽소 적당한 게으름에 길들어진 발걸음이 점점 무게를 더해가도 나를 믿는 그것들이 녹슬지 않고 버티고 있소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가라 앉힐 시간도 없어 그 과정에서 최선의 발걸음으로 단풍잎도 되새김질하고 내 진언도 읊조려 보고 내 안의 에너지를 모아 달팽이 걸음으로 묵묵히 걸었소 삶이 그러하듯이 1563m 정상은 숨가프게 올라오는 등산객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고 위엄스런 모습으로 내 첫발걸음을 맞이했소 이제서야 그대 앞에 서게 되오 이제 인연이 되어 내 발아래 벗이 되었소 그곳에서 기다린 세월에 감사하오 이런 저런 세월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도 되었소 붉은 속삭임이 황홀한 날이오 단풍에 하루가 푹 빠진 날이었소 가을에 베인 가슴 단풍길이 치유의 길이오 여서완 계간 한국작가 시부문 등단. 경기도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작가동인 회원, 종로문협 감사, 문학시대 동인. 한국사진작가협회, 성남 사진작가협회 회원. 조인컴 대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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