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꽃잎은 지고 뻐꾸기 긴 울음소리 머리 푼 띠 꽃은 왜 우는지 압니다. 찔레꽃 서러운 날 구름도 멈추었다 가는 길 망초 꽃 흔들리는 들녘엔 잃어버린 아픔만 가득합니다. 고운 넋은 가슴에 남아 태양도 황송해서 비껴가는데 잃어버린 사람은 안 올 사람 그 이름 부르며 부르며 밤새도록 피울음 토해 냅니다. 고은영전북 군산 출생, 한국방송대 법학과 졸업, 문예비전으로 등단, 시집 학 여울 가는 길,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 상록한문학당, 서호복지회관 고전문학 강사.
아카시아 꽃향기 흐르다 그칠 때쯤이면찔레꽃 향이 만발하는 걸 볼 수가 있다.이들은천상의 자맨가계속되는 그 순환.아카시아가 탐스러운 여인의 얼굴이라면가련한 찔레꽃 향은 두메산골 아낙네다.어머닌찔레꽃에서나마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살아서 헤아리지 못한 내 어머님의 사랑가신 뒤 깨달으나 마음이 미치지 못한다.차라리난 그 언저리만맴돌고만 있을 뿐. 이현주경기 평택 송탄 출생,경인시조문학으로 등단, 경기시인상 수상, 저서 시집 「춘산을 오르며」, 「계절의 노래, 수필집 「앞만보고 걷다가 뒤돌아보는 인생」, 경기시조시인협회장.
지아비가 선물한 여덟 폭 비단 병풍 소중히 간직한지 반백년이 지난 오늘 그 분 떠나 빈 방 엄동설한에도 장롱 위서 내려 와 한기를 막아주었는데 산수화 펼쳐 놓고 이윽히 마주하면 묵은 정 그리움이 폭마다 살아나와 혼불로 피어나네. 황해도 출생. 경기여류문학회 초대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이사. 경기한국수필가협회 회장. 시집 내 영혼의 텃밭에는, 수필집 운평선 등 다수.
꽃뱀 할매 아재요, 처음에사 내 무신 마음을 먹었겠소 이 새벽에 운동 나와가 사람은 없제 비는 샐샐 오제 꽃은 환장하게 이쁘제(아, 김가 놈 고 입술!) 잡은 참 우산으로 장미 뿌렝일 파 쑤신기라 아재요, 비혀내도 자꾸 피어내는 저 꽃 좀 보소 그 꽃의 부풀은 분홍을 봐서락도 집도 절도 읎는 이 년의 늙은 꽃마음을 한 번만 봐주소고마, 야아 양평 출생, 한국시학으로 등단, 대구대학교 교육대학원 언어치료교육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과 졸업, 2010년 시흥문학상 수상, 현재 행복나무 언어치료실 근무.
농업인, 그대 있으매 생명의 냄새가 난다 지난겨울은 대단히 추웠다. 개방의 파고로 몸은 여기저기에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쳤다. 농업인의 생애는 자연과 다투는 대서사시(大敍事詩). 강풍이 몰아치던 날 폭설이 숨가쁘게 퍼질러 앉는 날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무수한 말을 가슴에 품었다. 언제나 기다림에 길든 성자처럼 오늘도 등짐 하나 내려놓는 농업인, 그대 있으매 생명의 향기가 난다. 김훈동수원 출생. 1965년 시문학 2015년 계간문예시 추천 재데뷔. 시집 우심 억새꽃. 수필집 그냥, 지금이 참 좋다. 한국농민문학상, 한국수필문학상, 수원문학대상 수상. 수원예총 회장 역임. 현재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날아왔다 마침내 그를 잡고 보면 손안에 묻어나는 빛나는 가루들 파닥이는 가쁜 숨소리 왠지 눈물이 났다 가만히 잡았던 손가락을 떼면 그 나비는 잠시 휘청거리며 서너 번 날개 짓을 하다 훨훨 날아간다 하지만 문질러도 떨어지지 않는 손가락 끝의 이 찬란한 가루들은 얼마나 아픈 기억인가 송소영대전 출생, 문학·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존재, 수원문학 젊은 작가상 수상, 수원문인협회ㆍ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현재 초등학교 교사.
이 산의 기 받기 위해 나 여기 와있노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다 하도 좋아 오늘도 산 바람 마시며 취해 걷는 내 영혼 봄, 여름 꽃과 나비 등 타고 함께 놀고 가을엔 낙엽 따라 시루봉에 올라 가고 겨울엔 눈 속에 묻혀 세상만사 다 잊는다 산새가 노래하면 나도 따라 노래하고 물소리 장단 맞춰 흥이 솟는 이 발걸음 이상향 따로 있더냐 무릉도원이 여긴데 언젠가 세상 떠나 피안으로 간다 해도 마음은 이곳에서 초목과 함께 즐기며 산새들 벗을 삼아서 흥얼대며 산보하리 육신을 묻고 싶은 안식처인 영산이여 영원히 변치 않는 광교산 명성을 지켜 이 고해 지친 중생을 어루 만져 주소서 이현주 경기 평택 출생, 경인시조문학으로 등단, 경기시인상 수상, 저서 시집 「춘산을 오르며」, 「계절의 노래, 수필집 「앞만보고 걷다가 뒤돌아보는 인생」, 경기시인시조협회 회장.경기 시조인상 수상.한국 시조인상 수상. 경기 시조문학 대상 수상
바람은 언제나 슬픈 쪽으로 불어온다 슬픔으로 숭숭 뚫린 옆구리를 감싸 안으며 분다 임대아파트에서 나와 새벽을 꿰러 가는 이들 사이 보도블럭에 몸통이 절반쯤 낀 들꽃 하나 벗어나는 법을 모르기에 정해진 것만큼 향기를 올려보낼 뿐이다 얼마나 고독하고 깊은 시간을 가졌을 것인가 씨앗이 뱉어낸 최초의 울음 몇 번의 천둥과 소나기가 다녀간 자리마다 어둠은 더 견고해졌다 그날은 유난히 해가 지지 못했다 일터에 나간 아버지를 중환자실에서 만났다 바람이 누웠던 빈둑처럼 아주 잠깐 열렸다 닫히는 눈꺼풀 난 막연해져서 차갑고 축축한 손만 자꾸 만지작거렸다 옆구리가 숭숭 뚫린 들꽃이 가만히 흔들렸다 침묵의 소요들이 모두 돌아간 가난한 도시의 아스팔트 마른 잎은 끝내 팔을 풀지 않고 겨울을 났다 모든 것들은 제 무게만큼 그늘을 키운 채 그렇게 봄이 오고 있었다 *제31회 경기여성기예 경진대회 백일장 시부문 최우수작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그도 존재를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컴컴한 창고 한 쪽에 널브러져 있기도 하고상자 속에 묻혀 있었다채워지는 대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무엇이든지 그대로 품어 시장 한가운데 당당히 서서 오가는 발길을 붙잡는다산비탈 고추밭에 한여름을 묻은 순이 할매 땀내와밧줄로 절벽을 오르며 약초 캐는 덕이 아재의 고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늦은 밤 뜨거운 저마다 삶을 담고 달리는 트럭에서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온몸이 젖어도 뿌리 내린 곳을 떠나는 것들을 감싸며 입을 꼭 다문다 조영실충남 당진 출생. 한국시학으로 등단. 수원문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드럼을 처음 배운 때보다 드럼을 사랑하게 된 때보다 드럼을 패대기쳐 버린 때보다 멀리 달아나 너덜너덜해진 때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은 때보다 돌아와 어느 순간 함석지붕을 두드리는 소나기처럼 불타는 사막에서 춤추는 맨발처럼 한지에 뚝 뚝 듣는 핏방울처럼 우주로부터 시가 쏟아져 내렸다 *드러머의 연단 과정을 다룬 미국영화. 정복선성신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8년 시대문학으로 등단.(영한대역시선집), 여유당 시편 마음여행 등 시집 6권 출간. 한국시문학상, 빛나는 시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가을 산행길 무릎 정도의 생소한 나무 한 그루 ‘ㄱ’자로 꺾여 있었다 아빠를 따라 나선 개구쟁이가 꺾었을까 장난이, 운명이 되어버린 꼽추는 살아갈 세월만큼이나 두려워 떨고 있었다 어찌 할거나, 어찌 할거나 구부러진 한평생을 어찌 살아낼거나 내 삶만 같아, 내 아픔만 같아 꼽추의 생은 어찌 할거나 기억의 흙벽 위에 아린 만큼의 깊이로 새겨진 채로 아주 작은 시간 하나가 지나가고 다시 찾은 겨울산 등 굽은 기억 하나 가로막고 서서 여기 근처라 한다 여기라, 여기 근처라고? 어디였더라? 아, 저기로구나 이토록 그의 상처가 가벼웠을까 기억에서 한참 떠난 자리에 꼽추는 말을 잃은 채 굽은 등으로 눈을 받아 내고 있었다 *덜꿩나무 : 해발 1천200m 이하에 서식하는 인동과 식물 공광복 전남 화순 출생. 전남대학교 수학교육과 졸업, 수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 석사. 수원문학(시조) 한국시학(시)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빨갛게 익은 능금 속에는 꺼지지 않은 희망이 숨어 있지요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보물처럼 온 우주를 꼭 끌어안고 있는 원대한 씨앗 내 마음 속에도 단단한 씨앗 있지요 비바람 불거나 눈이 내려도 지친 나를 일으켜주는 내 안의 푸른 솔 당신입니다 최대희 평택 출생. 시집 선물그리움은 오솔길에 있다. 농촌문학상 우수상 수상. 한국경기시인협회, 수원문인협회, 경기문학인협회 회원.
오월의 문도 열리지 않은 불확실한 세상 야윈 가지에 터진 풋내어린 상처를 밟고 산야를 행군하는 진달래 피난 나온 이들을 유혹하던 벚꽃 휘날려 지는 날에도 가련치 않은 작은 키에 해를 먹고 꿈을 키웠던 영산홍 깊어진 상처 아물지 않은 이들이 꿈을 놓고 간 공원 소나무 아래 흰옷에 붉은 왕관을 쓰고 그들의 봄을 시위하고 있다. 이철수전북 군산 출생. 문학공간으로 등단. 시집 섬 하나 걸어 두자 자전거를 타고 온 봄. 경기도문학상 우수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사무국장.
올해도 숨 가쁘게 꽃대를 밀어 올린다 꽃대 끝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분음표들 도 시 라 레 미 파 솔…… 매니큐어 칠한 긴 손가락이 터치만 하면 금방이라도 탱탱한 맑은 음이 터져 생선처럼 튀어오를 발그스레 상기된 음표들 3월의 태양이 열리자 신춘 연주회 막이 오르고 음표들이 만세소리처럼 튀쳐나온다 오늘 하늘로 솟구치는 연주회를 보여주려 한겨울을 빙하의 추위로 담글질 했다 주황빛 합주곡이 발코니를 뜨겁게 달구고 나는 거실에서 왈츠 곡에 맞춰 황금빛 춤을 춘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아내의 몸이 꽃대를 밀어 올린다. 이규봉
요즘 방송에는 연예인 가족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슈퍼맨(KBS)’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처럼 육아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어느새 ‘가족예능’ 새 장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인기 연예인과 그 가족들의 전성시대 같다. 가족예능 프로그램에는 연예인의 배우자는 물론 자녀와 부모, 시부모, 장인ㆍ장모까지 등장한다. 이중에는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노력 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CF광고 모델 자리까지 꿰차는 경우도 있다. 추성훈과 추사랑, 추성훈의 아버지, 송일국과 아들 세 쌍둥이, 이휘재와 아들 쌍둥이가 나오는 다수의 CF들이 전파를 타고 있다. 과거 연예인 육아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로 사랑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육아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젖병을 물던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아장아장 걷고 말하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마치 내 아이를 지켜보는 것 같은 흐뭇한 미소까지 짓게 했던 것이다. 육아 예능프로그램 덕분에 사회가 육아의 어려움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아이는 물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들이 많아지면서 프로그램이 ‘출산 장려 캠페인’ 노릇까지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최근 연예인 가족예능 프로그램의 수가 많아지면서 예전 같은 ‘가족 공감’ 보다 공분을 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연예인 직업 세습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시청자들이 공분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아빠를 부탁해(SBS)’에 출연한 한 배우의 딸이 연기 실력과 무관하게 한 케이블방송의 드라마 주연으로 결정된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연예인들이 예능을 통해 자녀들을 인기 방송에 무임승차시키는 것도 모자라 연예인이라는 인기 직종을 세습시키기까지 하느냐’, ‘조선시대 양반들의 신분세습과 다를 게 뭐냐’ 등의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해당 연예인 당사자들에게는 뼈아픈 질책이었겠지만 딱히 반박할만한 주장조차 없어 보여 안쓰러웠다.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들과 달리 대부분의 한국 근로 남성들은 육아를 체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엄청난 근로시간 때문에 육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한국인 남성의 연간 근로시간은 2160시간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근로시간인 1770시간을 훨씬 넘어선다. 게다가 아직 주5일제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 하고 있는 임금근로자가 33.3%에 이르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0.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방송 프로그램 속의 연예인 육아 체험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뭐든 과하면 화를 부른다.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이 이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우후죽순 번져가고 있는 연예인 가족 예능 프로그램이 전파낭비라는 호된 비난을 받기 전에 방송사 차원의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 예능’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애환을 나누는 따뜻한 가족 프로그램이 등장하길 바란다. 김정순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파란 하늘 깊이 얼음 깨지는 소리 언 땅 서리마다 감추었던 입김으로 북풍 매운바람 밀치는 풋풋한 봄기운 연두 붉은 생명의 빛깔과 향기가 온 땅을 눅눅히 흠뻑 적시네.정순영경남 하동 출생. 1974년 시 전문지 풀과 별로 등단. 동명대학교 총장 역임. 현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세계금관왕관상ㆍ봉생문화상ㆍ여산문학상 등 수상. 시집 시는 꽃인가 조선 징소리 잡은 손을 놓으며 사랑 사四인人시詩 등 다수.
광교수변로 따라가면 원근법으로 다가오는 3월을 만난다 멀리서 보면 더욱 선연한 나무들의 체온이여. 과수원 길 보리밭 둔덕에 햇살이 쌓이고 문암골 느티나무 봄빛이 완연하다. 그리운 사람 만날 수 있을까, 가슴 설레이며 광교산 가는 길 시루봉, 형제봉, 종루봉 산정에서 세월이 미소 짓고, 골짜기 푸른 물소리, 숲속 새소리, 산수유꽃, 진달래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데 하늘 품은 호수 둘레길 벚꽃나무 사이로 수원여객 13번 버스가 광교산 봄소식 싣고 돌아간다. 임병호▲ 경기 수원 출생. 시집 『세한도 밖에서』등 17권 출간. 경기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역임. 현 ‘한국시학’ 편집발행인.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수원문학아카데미 원장.
여섯 살짜리 서현이 외할머니 손잡고 오릅니다 하늘에 뜬 아파트 승강기 지구별 위로 내려갑니다 꽃향내 피어나는 정원 깡충깡충 한 바퀴 돕니다 하얀 나비가 함께 펄럭입니다 허공 속으로 세워놓은 미끄럼틀 올라갑니다 푸른 하늘자락 만지작거립니다 세상 속으로 내려갈 때는 아주 빨라요 외할머니 손을 잡고 다시 승강기를 탑니다 엄마 아빠와 다 같이 가장 빛나는 꿈을 꾸기 위해 침대가 기다리는 집으로 작은 새처럼 호르르 날아오릅니다. 정성수서울 출생. 경희대 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수료. 시집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기호 여러분』 등 11권. 제1회 한국문학백년상, 제7회 앨트웰PEN문학상 등 수상. 현재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양평문인협회 고문.
연필꽂이 통 안에 가득 들어차 쪼그려 앉은 몽당연필들이 누가 더 작아졌나 아옹다옹 내기를 한다 닳고 닳아 뭉툭해진 까만 연필심 연필깎이 톱니바퀴에 갈겨나가고 때론 칼에 쓸려나가고 앉은뱅이인 채로 제대로 서지 못해 벽에 낀 채로 기대어 서있다 발맞춰 일렬로 책상위에 쭉 눕혀진 한 움큼 연필들의 도토리 키재기 시간 누가 더 줄었나 손가락으로 훑고 지나가면 제일 작은 놈이 일등이 되어 환호를 받는다 언젠가 키 큰 나무로 초록의 이파리를 지닌 채 위풍당당 받아먹던 햇빛은 창 너머에 있고 어린 새싹들의 손에 들려 종이에서 꿈을 그리는 작아지고 작아진 나무 손가락 사이에서 곧추세워 또 다른 꿈을 꾼다 부산 출생. 수원문학 신인상,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저서 꿈꾸는 독서 논술, 시집 붉은 재즈가 퍼지는 시간. 현재 수원문인협회 회원. 한국스토리예술협회 연구위원. 열린 생각 독서문화예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