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규제 기요틴

기요틴(guillotineㆍ단두대)은 18세기 프랑스혁명 당시 죄수의 목을 자를 때 사용한 사형기구다. 프랑스혁명 중 참수형에 처할 죄수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던 방안을 찾다가 나온 것으로 단두대를 발명한 파리대학 의학부 교수였던 기요틴(J. Guillotine) 박사의 이름을 땄다. 단두대는 들보와 두 기둥으로 이뤄졌고, 집행인이 밧줄을 끊으면 칼이 떨어져 엎드린 사형수의 목을 자르게 된다. 단두대가 처음 사형도구로 쓰인 것은 혁명 4년째 되던 1792년으로, 강도 살인범인 페르체가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단두대는 1977년까지 쓰여지다가 1981년 프랑스에서 사형제도가 없어지면서 폐기됐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로베스 피에르 등도 단두대에서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전 프랑스혁명 당시 반혁명세력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단두대를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갖가지 불합리한 규제를 가리켜 암 덩어리 우리의 원수라는 표현을 하더니 한발 더 나아가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부처가 규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일괄해서 폐지하는 규제 기요틴을 확대해 규제혁명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자리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암 덩어리 원수에 이은 단두대 표현은 대통령 발언치고는 강하다 못해 섬뜩하게 여겨진다. 대통령이 말하는 규제 기요틴은 1980년대 일부 유럽국가가 대규모 규제 철폐를 단행하면서 붙인 명칭이다. 시간, 절차가 많이 소요되는 기존 건별 또는 상향식 규제개혁과 달리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규제를 일괄 정리하는 절차다. 정부가 28일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규제 기요틴 과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8개 경제단체가 건의한 153개 규제개혁 과제 가운데 114건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덩어리 핵심규제라 할 수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빠졌다. 이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큰 손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법률 개정사항이 아니라 시행령만 바꾸면 되는게 많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규제 혁파는 단두대 운운하는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다. 수도권 규제 혁파를 통해 규체 철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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