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슬픔일까 내쳐진 아픔일까, 에미의 소리 없는 울음, 소리로 받아 적는 아기의 목쉰 목청이 귀지처럼 남은 귀, 아프다 경기시조시인협회부회장 역임, 경기시낭송협회 회장 역임, 우리농산물 판촉운영위원회 이사, 경기문협 공로상 수상외 사회공헌 표창장 다수 수상, 현재 늘푸른인테리어 대표.
이 밤도 밖에 나와 너를 또 기다린다. 별들만 나와 있고 너는 날지 않아도 언제나 푸른 아이는 들녘을 치달린다. 얼마를 속죄해야 어둠에서 눈을 뜰까. 몇 겁을 닦아야만 빛이 절로 발할까. 심연에 깃들어 살며 나래를 치려무나. 최한결 충청북도 괴산군 청안면 출생. 계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 ROTC 17기. 신갈고등학교 퇴임. 시조집 <빛 부신 하늘을 향해> <현이 되고 북이 되어> <暗香을 찾아서>. 경기시조시인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관악산 과천 향교 앞으로는 옥수 같은 맑은 물이 졸졸 흐르네 성스럽게 수령이 삼백년 된 느티나무 한 구루 하늘을 뒤 덮으면서 잘도 자라고 있구나 관악산 정막에 휘 쌓여 오수를 즐기는 자시에 子 曰 七十而 從心 所欲호되 不踰矩호라 향교 안 명륜 학당에서 글 읽는 소리 청아하다 횐 나비 한 마리 두 날개 팔락이며 지상 낙원이라도 만난 듯 글 읽는 소리에 춤을 춘다 송인관 1938년 경기 과천 출생. <문학세계> (수^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과천문인협회감사, 시를 사랑하는 과천 사람들 모임 회장.
아무래도 이건, 온전한 광복이라 말할 수 없다 저기 달리던 기차 멈추고 사람들 오고가지도 못하는데 마냥 기뻐 날뛸 수만은 없지 않은가 아, 두 동강이 난 조국 눈물의 70년 (중략) 우린 또 가야한다 아픈 다리 질질 끌면서라도 감기는 눈 쓰리도록 비벼가면서라도 가다가 넘어지면 또 일어서고, 일어서지 못하면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가야한다 통일은 거저 찾아오지 않는 법, 누가 가져다주지도 않는 법, 우리가 아픈 다리 끌며 갈 때 비로소 미소 지으려니 아, 그날, 우리 깨끗한 손으로 만나야하리 저 어린 것들의 천진난만한 눈으로 만나야하리 저 어린 것들의 하늘같은 마음으로 만나야하리 윤수천 42년 충북 영동 출생. 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 당선. 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화책 <꺼벙이 억수> <인사 잘하고 웃기 잘하는 집> <고래를 그리는 아이>외 80여 권. 시집 <쓸쓸할수록 화려하게>외 있음.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경기도문화상 수상.
꽃길을 지나 구름 많은 여름 길로 들어서면 골 깊은 계곡의 물소리에 산천山川이 짙은 초록 바람을 타고 마을 산자락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면 나는 지나 간 청춘을 회상하며 흐르는 뭉게구름이 되어 가슴 울렁입니다. 신록新綠같던 청춘은 세월 속에서 그리움의 꽃을 피웁니다. 살아 온 바람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로 물들겠지만 그리움은 향기롭습니다. 마음 한 가장자리 휑하게 뚫린 허무虛無라는 빈자리에도 그리움의 향기는 그윽합니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마다 그리움의 향기를 전합시다. 그리하여 나이테가 많은 그리움 나무가 되어 영원히 지지 않을 애절한 꽃을 피웁시다. 정순영 1974년 시전문지 <풀과 별> 로 등단, 봉생문화상부산문학상세계금관왕관상자랑스러운 시인상부산시인협회상여산문학상 등 수상,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회 의장,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총장, 동명대학교 총장 역임, 현재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시집 <시는 꽃인가> <꽃이고 싶은 단장> <조선 징소리>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추억의 골짝에서> <잡은 손을 놓으며> <사랑> <사인시(四人詩)>등 다수.
마음도 없는 것이 손도 발도 없는 것이 녹으면 단지 한 옴큼 구정물인 것이 길을 환하게 한다. 차가운 것이 나를 따뜻하게 한다. 얼마 안 가 개구쟁이들의 발길에 부서지거나 햇볕에 사라질 것이 다정한 친구가 된다. 나는 무엇을 보며 위로 받고 사는가 나는 누구의 눈사람인가 눈부신 하얀 허물을 벗으면 시커먼 산성물인 것 알면서도 눈사람 없이는 겨울 길을 걸어갈 수 없구나 사람아 차옥혜 1984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날마다 되돌아가고 있는 고향은>, 서사시 <바람 바람꽃-막달라 마리아와 예수>, 시선집 <연기 오르는 마을에서>, <햇빛의 몸을 보았다>,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하늘> 등 다수. 경희문학상, 경기펜문학대상 수상.
[시가 있는 아침] 배롱나무에 관하여 꽃봉 홀로 구름과 기러기와 모란을 생각하며 허리띠에 수를 놓았네 참말만 하는 자존自存의 숲을 보며 혀를 말끔히 닦고 하얗게 피어나는 새벽 숲길에 의롭게 흙 다져 넣었네 문패 깊숙이 새겨 넣은 결과 결 사이 함부로 꺾을 수 없는 향 고요로 가득 찬 사유思惟의 집으로 나는 가고 잎 지는 날 예지叡智의 새들이 구름 위로 날아가는 것을 홀로 보고 있네 숙명여대 불문과 졸업. <현대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시집<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마음의 茶 한 잔기타 詩>, <물이 되어, 불이 되어>, <에스더 편지>, <봄 온다>, <고구려 男子> 등 다수. 제30회 PEN문학상제4회 월간문학동리상제11회 영랑문학상제7회 들소리문학대상제2회 한국신문학상중국장백산 세계문학상 수상.
물가에 오남매를 놓아두고 엄마는 자꾸 가슴에 열이 난다고 하였다 달빛 가득 끌어 들이는 저수지 밤 물속에서 가끔씩 붉은 꽃대가 올라오곤 하였다 엄마는 저수지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몇 번이나 신발을 벗어 놓고 수면 위를 걷다가 되돌아섰다 검은 물체가 후다닥 사라지는 어둠 저 너머로 물결이 일으키는 작은 파문만이 밤의 정적을 깨트렸다 아버지가 땅, 집문서를 하마 입으로 삼켜버린 뒤로 오남매는 저수지가에서 들꽃무더기 같이 자랐다 빚진 이웃들 가시덩굴이 엄마를 찔러서 때로는 저수지가 피로 흘러 넘쳤다 엄마 홀로 지키던 그 물가의 꽃대 어느 세월에 활짝 피워낸 오남매 물살이 상처 보듬어 주던 만수저수지에 오늘은 꽃물결이 일고 있다 김영자 경기 안성 출생, <문학공간>으로 등단, 시집 『문은 조금 열려 있다』『아름다움과 화해를 하다』『푸른 잎에 상처를 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경기도 문학상 시 부문 본상 수상 (2001년)
코카서스 산 절벽에 누워있는 프로메테우스를 보라 아득한 벼랑 끝에 누워있는 삶을 보라 꼼짝 못하게 포박되어, 독수리에게 간을 내주고 있는 사랑의 포로를 보라 옆구리를 쪼아 간을 꺼내 먹는, 날카로운 부리에 맞선 프로메테우스의 눈을 보라 고통에 주눅 들지 않고, 죽음에 떨지도 않은 응시의 눈매를 보라 사랑과 열정으로 뭉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인간을 사랑한 죄로 인간에게 생명의 불을 선물하고 싶었단다. 제우스의 벼락에서 불씨를 훔친 죄로 극한적인 고통을 견뎌야 하는 프로메테우스. 그가 보여주는 메시지를 보라 극한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생명을 보라 절체절명의 고독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투지를 보라 불이 생명인 것처럼, 간도 생명인 것을.... 밤마다 다시 살아나는, 싱싱하게 되살아나는 생명인 것을, 고통의 크기만큼 싱싱해지는 간을 보라. 사랑은 두려움을 모르는 열정인 것을 보라 언제나 새로운 세상은 고통 너머에서 오고 있음을 보라. 그렇게 고통과 재생의 반복이 우리 삶인 것을 보라. 고두석 전남 장흥 출생, <문예한국>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월하시조문학회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 역임.
갈라진 외로움이 남아 있어 혼자는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너는 임진강이다. 황포돛배를 어루만지는 아지랑이 곱게 낀 봄날에도, 포탄소리만큼 요란한 중동의 천둥번개와 함께 하늘이 깨어진 듯 쏟아지는 장대비속 한여름 밤에도, 스몰스몰 피어오르는 가을들녘 물안개 속에서도, 섣달 그뭄 영하의 새벽이 열리는 시간에도 바람이 가쁜 숨을 잠재우기 위해 편히 쉬어가는 곳, 너는 임진강이다. 분단의 아픔을 가슴으로 삭이면서 눈이 내리면 눈을 따스하게 보듬고 비가 오면 비를 담아가며 묵묵히 천년세월을 흐르고 있는 너는 임진강이다. 이젠 갈라짐을 뛰어넘어 하나로 가자. 이젠 갈라짐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자. 물새들도 자유로이 넘나들며 휘파람을 불고 있는데, 구름도 남북을 얼싸안고 평화를 노래 부르는데, 우리는 그렇게도 정답던 세월들이 불러도 돌아오기 어렵게 되었구나. 민족의 애환과 민족통일의 혼을 담고 누리를 휘감아 돌아가는 너, 민족의 꿈은 너의 등살위에서 살아오른다. 슬픔도 고통도 비극도 언젠가는 끝이 나는 법, 물길 따라 한을 풀고, 기다림을 모르고 흐르는 시간을 흔들어 깨워 155마일 휴전선을 활짝 열고 통일을 빚어내는 물길인, 너는 임진강이다. 너는 자랑스런 임진강이다. 이영하 공군본부 참모차장 역임, 한반도평화통일촉진문인협회 이사
소록도 꽃 떨어져야 산천 푸르러 지는가 땅 끝 작은 섬, 한 서린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이춘상은 죽지 않았다 1942년 6월 20일 원생들을 노예로 부려먹던 제4대 수호원장의 오른쪽 가슴에 칼을 꽂은 것은 비참한 생활 공개하여 시정을 바라는 의분에서다 그 뜻 아무리 의로운들 어느 누가 늑대 우글대는 곳에서 국가 잃고 아버지 일찍 잃은 심히 일그러진 삶에 찬동하여 손해보려하겠는가 꽃다운 27세, 하늘과 땅에 부끄럽지 않는 진정한 시정(是正) 죽어서도 이루어지길 기다리며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지켜보고 있구나. 강명숙 한국시학 등단, ㈔한민족평화 통일촉진문인협회 사무국장
핑계많은 건 달력이나 아침이나 밤새 미세먼지속을 헤매고 돌아와 겪어야만 알 수 있는 진실 오랜 습관속에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냉혹한 민낯 많은 것에서 멀어진 어제는 묶고 멈출 수 없으니 멈춰지지 않아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몸부터 열어봐 감출래도 감춰지지 않는 기억보다 쓸쓸한 아침 이애정 전북 익산 출생, 2002년 <책과 인생> 수필 당선, 2005년 <문학시대> 시 부문 당선 시집 <다른 쪽의 그대>, <이 시대의 사랑법>,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여성문학인회, 가톨릭문인회, 우리시 회원
잎이되지 못한생각들이 가시가 되었다 그늘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한무른 속살 여물지 못한시간들을 제 몸안에 가둬두고 바깥을 떠도는 까실한 모래바람 신기루에 붙들린 실어증의 나날들 또 다른역류의 바람 속 칩거마저위태롭다 임애월 계간 한국시학 편집주간, 국제펜한국본부현대시인협회이사, 경기문학인협회 부회장. 경기문학인 대상, 수원시인상, 수원문학작품상 수상. 시집 정박 혹은 출항 어떤 혹성을 위하여 사막의 달 등.
배알 없는 내 육신은 헛개비에요 쉬지 않고 쏘아대는 어둠부스러기만 먹고 살아 외로운 한기 들어요 바라 볼 수밖에 없어 그리움 붙잡고 견뎌 온 속이 헛헛하네요 가슴 열고 두 팔 벌리면 다 가질거라 생각했죠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나를 구경하네요 헛물 켠 외가슴으론 너에게 달려갈 수 없어 이젠 나를 찾고 싶어요 앞만 보고 한사코 기다려 온 시간이었어요 옆구리도 둘러보고 무릎 꿇어 내려다도 볼래요 목이 말라요 스스로 염해버린 피울음 꺼내어 봄볕에 태워버릴래요 김자은 전남 장성 출생. 월간문학(수필)ㆍ펜문학(시)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사이클리스트의 행보는 인생의 행보와 닮아있다. 쉴 새 없이 달려야 하고 수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잠시 쉬기도 하면서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다시 끝을 향해 달린다. 꿈을 향해 달린다. 영화 뚜르 드 프랑스:기적의 레이스가 그리는 여정이다. 2013년 개봉된 영화 뚜르 드 프랑스는 가족과 직장을 모두 잃은 프랑수아가 자신의 어릴 적 꿈이었던 사이클리스트가 되기 위해 뚜르 드 프랑스에 참가해 자신과의 레이스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배경이 된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매년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의 사이클 대회다. 전 세계 사이클리스트의 꿈의 무대로 올해로 102번째 열리게 된다. 매일 한 개의 스테이지씩 총 21개의 스테이지를 3주 동안 주행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인데다가 악명 높은 난코스로 알려져 사이클리스트들 사이에선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지옥의 레이스로 유명하다. 프랑스에 뚜르 드 프랑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뚜르 드 디엠지(Tour de DMZ)가 있다. 뚜르 드 DMZ는 끊어진 한반도의 허리, 비무장지대( DMZ)를 자전거로 달리는 행사다. 분단의 현장에서 페달을 밟으며 통일 의지를 다지는 퍼레이드로 지난 30일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2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2015 뚜르 드 DMZ 평화누리길 자전거 퍼레이드는 경기도와 강원도, 행정자치부가 주최하고 경기일보ㆍ경기관광공사 등이 주관했다. 올해 행사는 경기도 연천 공설운동장을 출발해 신탄리역을 거쳐 강원도 철원군의 백마고지역, 월정리역, 노동당사를 돌아오는 61㎞구간에서 펼쳐졌다. 그동안 경기도 민통선 일대에서만 열리다가 올해는 경기ㆍ강원 두 광역자치단체가 함께 했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번갈아가면서 매년 뚜르 드 DMZ를 개최하기로 협약했다. 또한 접경지역의 자연역사문화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동서횡단 자전거 구간(연장 550㎞)을 개발해 해외 선수와 동호인들이 참여하는 국제대회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올해 뚜르 드 DMZ는 DMZ를 공유하고 있는 경기도와 강원도 두 지자체가 공동 개최한 것만으로도 뜻이 깊다. 이 행사가 DMZ 접경지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두루 뭉실한 너 항상 침묵으로만 일관 아름다운 것은 비례에 결여할 수 없듯이 암만 봐도 험 잡을 데 없는 고요하고 품위 있는 너는 유일신의 창조물인가 보다 태양의 열과 빛을 받고 물과 바람으로 억겁의 시간 내면을 다져 무거우면서도 진주보다 아름다운 진실만을 가진 너 미덥다 알아도 모른 척 없어도 외롭지 않는 고고한 자태여 너만이 가진 뭔가가 단단하고 진중하면서 앉아서 발가벗고 보여 준 모습 해 달 바람은 알리라 언제나 처음처럼 이보다 진한 웅변도 있을거나. 조성순 現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우리詩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간행위원, 쉐보레 부산중부 영업소 대표, 前 부산시인협회 이사, 토지문학제 추진위원, 한다사문학회 회장. 저서 : 고요의 빈자리가외 5권
어머니, 어머니, 이 꽃좀 보셔요 논두렁 밭두렁 달려 산등성이로 치달았던 봄이 푸릇한 오월에 실려 자애로운 어머니를 모셔왔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꽃을 보셔요 성성한 모시적삼일랑 이 연분홍 꽃으로 물들이면 되지요 어머니, 다시는 나를 두고 저 산엘랑 가지 마셔요 낮뻐꾸기가 재촉해도요 접동새 밤새 졸라대도요 찔레순 거뭇 해지도록 어머니께 재롱을 부리겠습니다 태고의 고통을 기쁘게 잉태하여 이 몸을 생겨나게 하신 어머니 오늘만은 어머니의 꽃이 흙먼지 재난의 비비람이 분다 해도 씩씩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저 꽃이 눈꽃으로 다 흩어지기 전에 기필코 소도를 찾아낼 것입니다 신의 언덕에서 잊혀진 그 땅에서 우리 천년을 하루로 지내요 색동저고리 벗지 않아도 될 평생의 어머니의 아기이고 싶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나는 왜 어른이 되었을까요 내가 자라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작아지지 않으셨을 텐데요 무럭이는 나를 기쁘게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그만 나를 잊지 못해 푸릇한 여름산야 하얀 조팝꽃으로 피어 산모통이 돌아설 때 마다 다정히 반겨줍니다. 김영희 제11회 화성시 여성 예능경진대회 백일장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그림을 본다 아이들이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 구제 물방울무늬 원피스 상고머리 계집아이 잔뜩 쌓은 공깃돌 옆에 동화책도 놓여있다 왕갈비 별명처럼 바짝 마른 아이 친구는 나라고 한다 욕심 많고 책 좋아했다고 그림 속 아이 고개를 끄덕인다 박선금 문파문학등단. 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가톨릭문인회원, 고양시문인협회이사. 저서: 살아있다
계수나무12 나무에서 책이 나왔다 책 속에 길이 있다기에 그 길을 따라가다 그 길 위에서 책을 본다 나무에서 나온 책은 살아 있다 책은 살아 움직인다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책 속에 길이 없어 졌다 컴컴하다 모두가 컴컴하다 모두가 방향을 잃었다 활자들이 춤을 춘다 책은 말한다 일장춘몽이라고 이상정 1960년 경북 칠곡 출생 본명 : 상용 호 : 시중 강남대 영문과 졸업, 천궁시 동인활동, 수원문학 신인상 수 상, 경기문학상 우수상 수상 경기시인협회 사무국장, 수 원시인협회 이사 표암문학회 사무국장 저서 : 감칠 맛 나는 시, 미스 후라보노 의 명상, 나는 사건이다, 그대 아는가 당신은 나의 詩라는 것 을, 꿈의 작업, 삶은 언제나 도망 자처럼, 내일이 희망이라는 것
신작로 질경이처럼 살아오신 어머니 꽃씨에 숨은 꽃잎처럼 어머니라는 이름 석 자 쌈짓돈처럼 움켜쥐고 있던 어머니 제비꽃 봄을 여는 아침 떠날 채비를 허며 남긴 어머니 말씀 너를 위해 살아라 절래절래 고개를 휘저어도 시나브로 당신을 닮아가는 삶 그렇게 잊고 있던 너를 위해 살아라 어느 날 문득 텅 빈 소파에 들러붙은 외로움이 드라마에 울고 웃으며 거실 한 쪽 귀퉁이 시들어가는 화분마냥 축 늘어져 굼실거리는 시계바늘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너를 위해 살아라 엄마라는 텃밭 가장자리에 여뀌, 쇠별꽃 벗삼아 들처럼 키워가는 어릴 적 꿈 나를 위해 사는 삶 이름을 불러 내게로 온 들꽃처럼 척박한 일상에 뿌려져 꿈으로 여문 어머니의 마지막 사랑 너를 위해 살아라 1969년 충남 서산 출생, 제30회 경기여성기회대회 시부문 최우수작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