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무의도 안산정상 오르막비탈 바다로 미끄러지는 내리막비탈에 작은 섬 싸안고 바람을 맞는 진달래, 진달래꽃 먼 섬, 섬을 그리는 붉은 마음은 미처 터뜨리지 못해 애 태우다 엷은 입술 벌려 수줍게 말하듯 온통 붉어 먼바다에서 달려오는 바람이 섬 사이를 빠져나와 장군기를 앞세운 수 만 병기의 깃발 펄럭임으로 키작은 해송이 맞싸우는 소리가 섬을 감아도네 바람이 막아서는지 밀어주는지 바닷새는 바람을 타고 파도를 오르내리고 전망대 멀리 바다는 살아 꿈틀거리네 발밑에 파란 쑥을 캐는 손길에 닿는 봄햇살 개나리 피우고 산벚나무 산수유 팥배나무에 걸려 덤불 속에서 멧새 봄하늘로 날아오르네 꼬리치며 따라오는 흰강아지 정겨워 그 섬에 햇볕 놓고 돌아왔네 이 솔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수묵화 속 새는 날아오르네. 푸른시학상청마문학상 신인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한국시문학아카데미 회원.
천둥 번개가 요란한 밤 건물 꼭대기에 뾰족한 쇠꼬챙이 하나 가늘게 홀로 서 있다 암흑을 가르는 빛의 떨림 섬광이 번쩍, 우르르 쾅쾅 천지가 떨고 건물이 소스라칠 때 아무도 모르게 온 몸으로 받아내지 작은 몸을 녹일 듯 훑고 지나가면 아찔하게 내리 꽂는 수직의 공포 그대를 지키는 일념으로 평생 꼿꼿한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 윤민희 충남 보령 출생. <문학과 문화>로 등단. 시집 <그리움을 위하여 가슴 한 켠을 비워두기로 했습니다><엇박자> 등 출간. 오산문학상, 동서문학상, 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 회장. 화성 갈담초등학교 교사.
푸르스름한 물 모시 저고리에 안동포 적삼을 입고 남 북향 창을 여니 솔바람 살랑거려 졸음이 안부 산새소리 매미소리 풍경소리 먼 그리움 가물거리는 한여름 꿈자리 뭉게구름위에 눕네. 정순영 경남 하동출생, 1974년 시전문지 <풀과 별> 추천완료. 봉생문화상, 부산문학상, 세계금관왕관상, 자랑스런시인상, 부산시인협회상 등 수상.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회 의장, 동명대학교 총장 역임. 명예문학박사. (현)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흙과 바람> 동인. 저서 시집<시는 꽃인가><꽃이고 싶은 단장><조선 징소리><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추억의 골짝에서><잡은 손을 놓으며> 등
어디에나 길은 있지만 어디에도 빛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던 물줄기들이 건조하게말라붙어 그 바닥이 드러날 때 잃어버린 물줄기의 맥을 찾아 나는 타클라마칸의 사구로떠난다 물기 하나 없이 서걱이는 모래산맥 너머로 오래 전 잃어버린빛들을 모아 지상에서 가장 말갛게 떠오르는 사막의 달 비로소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거대한바다로 출렁이고 놓쳐버린 길을묻는 길손들의 발등을 적신다 바람이 세웠다 부수는 풍화된 시간의낡은 탑들과 빛바랜생각들이 수만의 은비늘로 부서져 질펀한 원시의 달빛바다 신기루처럼사라져버려 그림자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사막의 뜨거운 날숨위에 지난계절 상처들이 모여들어긴 등뼈를 세우는곳 타클라마칸에 밤이 오면 그 어둠을 딛고깨어난 달빛을 밟고사람들은 목적지도 묻지 않는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 임애월 제주도 출생. 계간『한국시학 편집주간』국제PEN한국본부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수원시인협회 부회장 <경기문학인 대상> 등 수상 시집 『정박 혹은 출항』『어떤 혹성을 위하여』등
나 있으면 너 있고 너 있으면 나 있으리. 그리운 이름으로 꿈틀거리는 아침을 향하며 기지개를 켠다 물 먹은 초록의 싱그러움 새들의 지저귐 숲의 소리로 다가온다. 하늘의 푸름을 닮고파 위로만 쳐다보고 걸었다 나비와 새들이 노니는 곳 배고픈 욕심은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다. 뜨거운 햇빛아래 드러나는 그림자 거북이 등짝같은 껍질을 짊어진 채 까맣게 잊어도 좋을 어둠을 그려 넣는다. 새털같이 많은 날 조금 쉬어간들 어떠리 조금 돌아간들 어떠리 미로속을 헤메이는 듯이 걸었다. 물 오른 너가 밖을 향해 찬란히 빛날 때 나는 어둠을 뚫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을 찾아 양분을 찾아 더욱 깊이 내려간다 아래로 아래로. 이제 잎 지고 다시 봄이 오면 너는 자랑처럼 무성한 잎을 피우리라. 최서윤 -제10회 화성시 여성예능 경진대회 운문부문 최우수작품
이태리 맹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먼 가수는 소리로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보고 미 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 냄새와 물 냄새를 뿜어낸다. 은방울꽃 하얀 종을 울린다. 붉은점모시나비 기린초 꿀을 빨게 한다. 금강소나무 껍질을 더욱 붉게 한다. 아찔하다. 영혼의 눈으로 밝음을 이기는 힘! 저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소리 앞에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허형만 1945년 전남 순천 출생. 중앙대 국문과 졸업. 1973년 『월 간문학』 등단. 시집 『불타는 얼음』『그늘이라는 말』 『영혼의 눈』 등 14권과 활판시선집 『그늘』, 중국어시 집 『許炯萬詩賞析』, 일본어시집 『耳を葬る』. 평론집 『영랑 김윤식연구』『시와 역사인식』 등 다수. 영국 IBC 인명사전 등재(2001~2002).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 학상, 월간문학동리상, 한성기문학상 등 수상. 한국시인 협회 심의위원장 역임. 국립목포대학교 인문대학장, 교육 대학원장 역임. 현재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국제펜한국본 부 심의위원장. 한국시인협회 이사.
진짜 빛나는 것은 화려하지 않게 빛나느니 명상으로 얻어진 깨달음 내 인생의 좌표이어라 화려함은 꾸밈의 결과요 참 삶의 목적 아니느니 남에게 보이기 위한 빛 보다 미덕으로 충만한 겸손이여 은은한 촛불처럼 따스한 불빛 빛나지 않는 조연과 같이 참 된 삶 살아 갈지어라 조유자 인천광역시 강화 출생. <서라벌문예> <한울문학>으로 등단. 서라벌문예원. 한국현대시문학회 회원. 불교문학회. 서정시문학회 회원. 모윤숙문학상 대상 수상
윤기 흐르는 살결에 뜨건 몸뚱이에요 벗으라면 벗지요 부드러움을 원하시나요 좀 더 화끈함을 원하시나요 원하시는 대로 얼마든지 가능해요 손끝 하나로도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당신 선택에 따라 값이 다르게 매겨져요 몸매도 따지지 말아요 허기 채우기엔 그만이니까요 당신 행복할 수 있다면 터지는 아픔쯤이야 받아 들여야지요 당신 편하시다면 맘 조각 뭉텅뭉텅 잘려도 괜찮아요 하지만 리필은 안돼요 일곱 식구 한 몸으로 버티어내는 운명인걸요 김자은 전남 장성 출생. <월간문학>(수필), (시)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서울시 문학기행 진행 미네르바작가운영회 간사
아쉬운 작별 후 텅빈 곳 탁자 위 따스한 기억에 떨고 있는 찻잔을 두고 창문을 바라본다 타오르다 꺾여진 목의 울림도 불보다 더 뜨겁던 열정도 이제는 식어가는 일만 남아 다음을 기약하나 원래라는 공간으로의 복귀 반갑지만 버겁구나 되돌아 온 탁자 위 정적 한 방울 아직 따스함이 남아 있는 네가 준 화분에 그리움의 씨앗을 심는다. 장선아 중앙대 대학원 석사 졸업(영문학/국문학 전공) <한국문인>으로 등단 호주 Conservation Volunteers Australia 수료 국제PEN 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사무국장 한국문인협회 대외협력위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중앙대 문인회 이사
눈뜨면 먼저 손부터 씻는다 비누 거품을 내어 정갈하게 어제까지의 나의 작은 잘못 그림자까지 지워지길 바라며 젊어서는 아픈 배 약손이 되고 잘했다 용하다 손뼉 쳐주고 때로 두 손 모아 경건히 기도하며 젖은 일, 마른 일 가리지 않았다 나는 시를 쓸 때도 부엌에서 밥을 할 때도 손부터 씻는다 수돗물이 흐르는 수조 앞에서 오늘도 내가 살아 일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감사하면서 주름지고 마디 굵은 손을 하루에도 열두 번씩 정성 들여 씻는다 산다는 것은 손 씻는 일이다. 김행숙 파주 출생. 이화여대 졸업. <시문학>(시), <수필과 비평>(수필)으로 등단. 시집 <유리창 나비> <여기는 타관><멀고 먼 숲>, 영역시집 등 다수. 한국기독교문학상.이화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우리 여기 있어요! 절박한 외침은 결국 외마디로 끝나버린 메아리 돌아 갈 수 없다는 걸 채 알지 못했는데 무심한 파도는 세월을 끌고 가버렸나 어스름 새벽 낯익은 소리에 문을 열었으나 사륵사륵 내리는 빗방울은 너의 걸음인양 따닥따닥 어미 가슴을 두드리는 구나 아가야, 못다 핀 너를 어찌하랴 아직 줄 사랑 가득인데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너의 이름만 부르는구나. 어제도 오늘도 시계를 잠재우고 기다리건만 그 먼, 비아 돌로로사의 언덕을 가고야 마느냐 진정, 보내지 않으려 했는데, 오열 속에 불러지는 못다 부른 이름이여! 물살은 저리도 살 부비며 다독다독 흐르는데 얼마나 몸부림치며 울었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 하구나 미리 보내 온 너의 편지는 엄마 사랑해! 아무도 지울 수는 없을 거야 무력한 가슴 속에 눈물 꽃이 된 아가야, 어둠에서 솟아올라 귀한 빛으로 우리 다시 만나리라 이승남 강원 횡성 출생. <시산맥>으로 등단. 국립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 시산맥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왜 이리 악재까지 설상가상 겹치는가 어제는 폭풍우가 우리를 괴롭히더니 오늘은 강풍이 불어 방해하니 밉구나. 한시가 급박하나 더 더딘 구조손길 애타는 가족들의 한숨소리 하늘 뚫고 달 보고 손 모아 빌면 소원성취 이룰까. 무엇에 노했는지 세찬 물살 요동쳐서 구조원 애 먹이는 저 모습이 애처롭다 더구나 기름마저 새니 이 일을 어찌할꼬. 살아서 뛰어 나오길 바라던 부모 심정 이제는 시신이라도 찾기를 바라는 마음 변하는 가족들 심리 도닥여야 할텐데. 이현주 평택 송탄 출생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경인시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2012년 경기시조시인상 수상 시집 『계절의 노래』등 3권 집필 경기시조시인협회 감사
실바람 푸른 고요 물꼬 트는 이야기 서성이는 봄날 한 때 꽃망울 수런대는데 꽃보라 돌 계단 넘어 마주한 봄의 길목 간밤에 시렸던 말들 한 그루 꽃이 되어 비울 것 다 비우고 순백의 영혼 담아서 은은한 달빛 가슴에 소리 없이 더 눈부시다 잔잔한 바람들이 누워 넘는 언덕에도 봄 햇살 흠뻑 마신 가지 끝 꽃눈 마다 끝끝내 터져버릴 것 해 맑은 그리움인가 장순자 경기 화성 출생 <한국시학>으로 등단 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졸업 이후 법과 재학 <글타래> 동인. <시와 인생> 동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시인협회 회원
수원 이름부터 참 좋다 물 수(水) 근원 원(原) 만물의 근원이요 생명의 뿌리인 수원 팔달산에 오른다 동서남북에다 하늘과 땅 역사에서 내일로 힘차게 내달리는 바람 수원문학인의 집 활짝 열리니 마침내 화성의 봄이어라 한반도의 꽃이어라 가을엔 주렁주렁 문호가 열리리라 천지가 함박웃음을 안희두 충북 청원 출생 시집으로 『개간지두샘』 외 6권 수원문학상, 경기도문학상, 경기문학인상 수상 현재 수원문인협회 회장 현재 수원 숙지중학교 교장
서호천 둑길 활짝 핀 개나리 눈부시다. 연분홍 벚꽃 향기 가슴에 쌓인다. 꽃처럼 화사한 갯버들 새순, 물 위 잿빛 두루미 물수제비꽃 피워내는데 들녘 아지랑이, 그리움처럼 밀려온다. 아, 삶이 아름다워라. 김영화 경북 예천 출생 <문파문학>으로 등단 한양여자대학교 전산과 졸업 중앙대예술대학원 문창과 수료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시인협회 회원
삶을 꽃피울 자리 두리번거리는 민들레 홀씨 하나 바람이 부는데 젊은 꿈들이 힘없이 떠돈다. 멎어라 메마른 비바람, 실컷 들이키고픈 아주 환한 햇살 한 줌. 눈동자에 가득 차오르는 봄날 푸르른 날개여. 장영주 전북 완주 출생 <한국시학>으로 등단 넝쿨 여류문학회 동인 글타래동인 화성문인협회 회원 수원시인협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내 속 타는 줄 누가 알랴 구름 한 점 없는 저 푸른 하늘 애간장 다 녹인다 젊어선 붉기라도 했지 햇수가 갈수록 검게 검게 맛 들여진 달콤함에 귀물이 따로 없네 아침 저녁 문안이 정성스런 손길 위에 밥상으로 오른 정중앙자리 흰밥 위에도 따뜻한 국속에도 내 뜻이 전해지면 찍어만 가도 군침 속에 정이 포실하다 조재화 <순수문학>으로 등단 시집 <한 잎> 외 2권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 위원회 회원
달빛에 드러나는 속살이 수줍은가 행여 다칠세라 옷깃 여민 순결이여 내 마음 나도 몰라서 뒤척이는 하얀 밤 햇빛에 드러나자 시리도록 뽀얀 살결 차라리 내 눈 멀어 보이지나 말 것을 서럽게 아름답구나 눈꽃 같은 여인아 불현듯 어느 날에 저 꽃잎 지고나면 어쩌나, 내 사랑 목련꽃은 간 데 없어 내 마음 하얀 손수건 노을빛에 젖겠네 구충회 <시조생활>로 등단 경기도외국어교육연수원장ㆍ경기도교육청 교육국장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세계전통시인협회 본부 및 한국본부 기획위원 한국아동시조시인협회 회원 현재 강남대학교 교양학부 대우교수
천안행 특급열차가 구로역에서 멈췄다 이 열차는 고장이오니 승객 여러분은 맞은편 열차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문이 열리자 불타는 부지깽이가 엉덩이라도 찔렀는지 후다다닥 새 전철은 급히 문을 연 식당같이 아직 달구어지지 않은 채 기다린다 절룩절룩 한 사람을 위해 모든 문을 열고서 느릿느릿 마지막 숟가락이 도착하자 잡채 식혜 미역국의 밥상머리에 틈이 벌어지며 방석 하나를 내어놓는 것이었다. 곽예 경기 양평 출생 <한국시학>으로 등단 대구대학교 교육대학원 언어치료교육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예술과 졸업 2010년 시흥문학상 수상 현재 수원 우만종합사회복지과 언어치료실 근무
향기에 눈이 멀어 이곳저곳 새 집을 차린 늦바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아, 저기 조여 오는 대지의 숨통이 갈라진 틈 사이 물오른 봄빛 내려와 고개 든다 인내를 쓰다듬으며 오르는 기지재 켜는 소리 애틋하게 바라본 곳엔 순간 나를 덮친 복수초 활짝 웃었다 허정희 강원 원주 출생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사서교육과 재학 <문예사조>로 등단 화성서정문학회 회원 수원 정자초등학교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