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의 위기 탈출과 바람직한 구조조정

지난달 21일 국립대인 창원대와 경상대가 대학통합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 전국 대학간 통·폐합이나 퇴출 등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학간 통합 움직임이 점점 탄력을 받는 이유는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최근 몇 년간 대학의 숫자와 입학 정원은 크게 늘어난 반면 학생 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대학입학 적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 파산이나 운영 부실로 학생들의 교육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점과 대학 또는 학과의 통폐합을 통해 대학을 특성화하고 교육여건을 개선하여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 개혁방안의 하나이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기관을 통합하는 인수합병과 대학의 운용전략으로 대학내 구조조정 또는 연계와 협력(Collaboration)이 있다. 이러한 대학통합은 보직교수 및 행정지원 인력 등이 줄어 비용이 축소되고 인적.물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는 등의 장점이 있으며 학생정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학생, 교수, 졸업생,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거센 반발에 직면하거나 다툼을 벌이다 흐지부지되고 만다. 더군다나 교육의 질적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큰 부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 구조조정은 대학사회의 자발적인 자구노력에 의해 시작되어야 한다. 대학들이 각기 실정에 맞도록 특성화, 다양화되고 교육시장 개방 등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에 있어서 자율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이해 당사자의 권익이 보호되어야 한다. 대학통합은 구조조정을 수반하고 임면권자 변경과 인사관련법규나 보수규정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교수 및 직원의 신분변동은 물론 재임용, 보수 및 근무조건 등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통합초기에는 가능하면 교직원의 면직등 급격한 조치 등은 유보하고 재교육을 통해서 활용하거나 자연 감원 등으로 해결해나가는 등 충격을 최소화 해야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는 교원수, 재정상태 등 대학교육여건이 대단히 열악한 점에 비추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능한 합병인가의 경우 학생수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교육지표향상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인수합병과 유사중복학과의 통폐합이나 교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정결손의 보전책과 동시에 특별 재정지원도 추진되어야 한다. 유례가 없는 대학의 위기상황에서 대학 구조조정의 부담을 사립대학에만 지우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사학재정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따라서 국립대학부터 대폭적인 정원감축을 통한 대학교육의 여건을 개선하여 우리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의지를 정부가 앞장서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과설치·운영에 있어서도 점차적으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간에 차별적인 역할을 분담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OECD 평균수준인 GDP 대비 1%수준으로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확보된 재원은 가장 우선적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서 대학을 특성화, 다양화 하는데 지원되어야 한다. 향후 안정적인 대학재원의 확보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 경 우 서울보건대 인터넷정보과 교수

기고/탄핵심판의 민주주의

지난 3월 12일 국회에서 야3당이 공조하여 통과시킨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다가오고 있다.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로 기각결정의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지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때에 열린우리당의 송영길 의원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주장을 폈다가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시하는 발언이라 하여 큰 비난을 받은 일이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재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성의 근원은 유권자들의 지지이다. 국회의 탄핵소추가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패배를 불러온 궁극적 이유도 따지고 보면 야당이 민주주의 원칙에 거슬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국민의 여론을 존중하면서 행사해야 한다. 헌법이 탄핵소추권한을 부여했다고 해서 여론에 역행하면서까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합법적일 수는 있어도 결코 민주적이지는 않다. 더구나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민여론을 살펴가며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의원들의 올바른 의정활동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민주주의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3명은 국회가 선출한 자를,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자를, 3명은 대통령 자신이 선발한 자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재판관은 한명도 없다.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들은 간접적으로만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볼 수 있고,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은 자들은 국민의 지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더욱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으로 재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법조인 경력을 쌓았다. 일정주기로 재임용을 받아야 하는 인사시스템 속에서 고위직으로 승진을 하려면 정권의 수뇌부나 적어도 사법부 수뇌부의 눈 밖에 나는 판결은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민주적 정당성이 낮은 사람들이 국민직선 대통령의 하야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민주공화국 헌법임을 자처하는 우리 헌법의 중대한 허점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경쟁에서 야당 후보들을 물리치고 국민의 지지를 가장 많이 확보한 그 어느 공직자보다도 민주적 정당성이 높은 사람이다. 이런 대통령이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국민의 지지와는 거리가 멀고 게다가 일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출세한 사람들에 의해 탄핵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간에 민주주의 관점에서 대통령 탄핵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합법성과 법질서 유지는 나라의 안정에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을 넘어 그 법의 내용이 얼마나 민주적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때다. /하태수.경기대 행정학과 교수

기고/대만 연수를 다녀와서...

지방화시대의 자치능력 배양과 지역개발, 주민 복리 증진을 도모하고자 지난 4월7일부터 5박 6일간 포천시의회 의원, 의회소속 공무원들과 함께 대만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대만은 중국 본토로부터 남동쪽으로 180㎞ 정도 떨어진 태평양에 위치해 있다. 북으로는 한국과 일본, 남으로는 홍콩과 필리핀의 중간에 위치해 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관문역할을 하는 곳이다.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로 국토의 70%가 산악지대다. 인구는 2003년 11월 현재 2천259만명을 기록하고 있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인구 밀도가 높다. 정치는 민주주의 국가중 유일하게 오권분립(五權分立)을 실시하고 있다. 오권분립은 손문(孫文)이 주창하여 실시한 것으로 일반 민주국가의 삼권분립(사법·입법·행정)에 考試(공직자임용)와 監察을 독립시킨 제도다. 즉 대만의 정부기관은 行政院, 司法院, 立法院, 考試院, 監察院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는 물가안정, 무역·경상수지 흑자,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 내실있는 고도성장으로 아시아 외환위기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도 나름대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방문기간 동안 대북시의 교통문제, 신도시 주변의 도시계획, 농업정책, 주택문제 등도 점검하고 눈여겨봤다. 당연히 대북시의회도 꼼꼼히 둘러봤다. 대북시의회 의원의 임기는 우리와 같은 4년으로 현재 제10대 의원 52명이 재직하고 있다. 조직은 의장 1명, 부의장 1명, 6개 위원회(민정, 재정건설, 교육, 교통, 경정위생, 공무, 법규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의원 당선보장 제도다. 각종 의회의원선거에서 남녀가 같이 출마할 경우 여성이 조직, 자금, 사회경력에서 남성보다 열세하므로 일정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여 최소한의 여성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대만의 선거 제도다. 의원 비서관(보좌관)제 또한 특색있는 제도다. 의원 1인당 비서 6명이 보좌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의원 활동 수당으로 매월 약 1천800만원을 지급해 비서 봉급과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의회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적·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주는 것을 보고 역시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해외 연수단 일행은 세계화·국제화·지방화의 흐름에 부응하고자 선진화된 그들의 정치·사회·경제·의정활동 등을 접하고 우리 현실에 접목시켜 지역사회 발전과 복지사회 구현에 더 큰 역할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금의 현실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변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차 도래할 미래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대한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의정활동의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그곳의 여건과 상황 등을 비교 평가하고, 많이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세계 속의 일류고장 포천의 발전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져본다. /홍성훈.포천시의회 의장

기고/노송지대를 차없는 거리로

수원의 자랑은 여럿이 있지만, 그 중에 수원 입구에 장승들처럼 서있는 노송들을 빼놓을 수 없다. 노송들은 허리춤에 일체의 잔가지를 내지 않고, 우아하게 서 있는 기품이 아름답다. 풍상을 힘겹게 견디고, 고뇌의 표정으로 서 있는 노송들의 모습을 보면 탐욕과 세속을 멀리하기 위한 선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지역의 노송들은 유서 깊은 역사가 있다. 이 노송들은 조선 정조대왕이 아버지(장헌세자, 일명 사도세자)를 생각해 원침인 현륭원(지금의 융릉)의 식목관에게 내탕금(궁궐에서 쓰는 돈) 1,000량을 하사하여 이곳에 소나무 500그루와 능수버들 40그루를 심게 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곳은 정조대왕이 능 행차 중 송충이를 이로 깨물어 솔잎에 붙은 송충이들이 모두 땅에 떨어졌다는 고사가 함께 전하기도 해, 찾는 이들에게 정감을 더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이곳은 경기도기념물 제1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현재 시는 노송지대 외곽 300m 이내에 문화재보호법을 적용, 건축 인·허가 등을 관련부서와 협의토록 하는 한편 노송마다 고유번호까지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의 이러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이곳 노송들은 차츰 고사(枯死)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선 노송지대를 지나다보면 주변에 대형 갈빗집들을 보게 된다. 이 건물들은 자연 풍광을 차단하고, 이곳으로 인구 유입을 불러 노송들의 생육 상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또한 언제부턴지 노송지대 인접지역에 대규모 자동차 매매단지가 조성되었고, 지금도 새로운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현재 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이곳을 관리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번 기회에 노송을 보호할 좀더 적극적인 정책을 건의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먼저 노송로에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시책을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현재 이곳 노송들은 자동차 매연에 노출되어 있어 급속히 쇠약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곳에 차량 통행을 제한 한다면 노송을 보호하고, 아울러 주변 문화재 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곳 주변의 음식점들이 매출 감소 등을 우려해 반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이면 도로를 이용하면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노송로에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노송지대가 문화재로 보호받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영업 이익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특히 이 주변은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제공한다면, 쉼터는 물론 문화 공간으로도 정착하게 된다. 노송지대는 정조대왕이 아버지가 묻힌 현륭원은 물론 화성이 보이지 않게 되자 거동을 멈추고 한참동안 머물렀던 지지대고개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노송지대 끝물에 수원에서 유수 및 부사를 역임한 공적비 및 선정비 등이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파리가 한복판의 유서 깊은 마레지구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면서 현대적 기능을 갖는 장소로 조성해 새로운 문화관광요소가 되었고, 가까운 나라 일본 교토 등도 역사 도시의 전통 거리를 그 지역적 특성에 맞게 꾸며 오늘날 주민이 살기에 편하면서도 사랑 받는 시로 조성한 것처럼, 노송지대 주변도 하나의 문화벨트로 지정해 중점 개발하면, 문화 관광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원은 도시 속에 옛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보기 드문 도시이다. 이곳은 우리 민족의 역사이고,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특히 노송지대의 노송들은 정조대왕의 효심이 함께 어린 무형의 자산도 함께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동안 200년이 넘는 세월에도 우리 곁에서 기쁨과 슬픔을 같이했는데, 우리가 이러한 애틋한 서정까지도 후손들에게도 고스란히 남기고 싶다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멀리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윤재열.수원 장안고 교사-수필가

기고/'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봄이 오는가 하면 어김없이 불어오던 황사는 지나갔다. 연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신록만이 아름다울 뿐이다. 한국의 새로운 정치는 이렇게 눈부신 연초록 계절로부터 출발한다. 희망이다. 타는 목마름을 안고 거칠게 살아온 이 땅의 민초들은 신록을 보며 벌써 가을의 주렁주렁 여문 과실을 기대한다. 그러나 희망은 성급함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가꾸는 것이다. 이번 선거풍토는 과거와는 달리 진일보 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돈으로 희망을 사는 매표도 줄었고,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같이 공유할 수 있음도 확인하였다. 반면 우리 정치권이 보여준 리더십 부재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선거과정에서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머리를 깎고, 밥을 굶으며, 길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 뿐 이었다. 천막과 공판장 당사는 거의 시트콤 드라마 수준이다. 또한 탄핵 반대와 찬성, 거여 견제와 거야의 부활, 그리고 민주와 반민주, 친노와 반노만이 볼륨을 키웠다. 비교우위의 정책적 화두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운명이 여기에만 달려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할 때 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여지없이 소위 텃밭을 찾았다. 물론 3김 시대와 같은 노골적인 지역주의 선동은 줄어들었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었다. 특히 영·호남의 유권자에게 견제와 배타의식을 자극하여 서로 반대의 선택을 하도록 조장하였다. 덧붙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청년과 장년 그리고 노년과의 갈등을 부추겼다. 어찌 이 뿐이랴 이렇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가 우리에겐 불행이다. 정치권이 우리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작정 잘 먹고 잘살게 해준단다. 어떻게 할지는 묻지 말란다. 감성의 선동은 있어도 차분한 설득은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각 정파마다 독특하게 다를 게 없는, 거기서 거기인 까닭에 우리 국민은 눈물에 속고, 단식과 삭발에 흥분하며 고향 사람에게 표를 던진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라는 대중가요가 있다. 우리의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과도기의 진통임을 모르는바 아니나 대한민국의 갈 길이 너무 멀기에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 단지 울고 나면 후련한 정치가 아니라 웃음으로 맞을 수 있는 꿈과 희망의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정치권이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그 악착같고 격렬했던 정쟁도 돌이켜보면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을 위한 나름대로 애국심의 발로였다고 믿고 싶다. 대한민국은 어느 정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진정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악수를 서로 나누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영광을 위해 목청껏 소리 높이신 출마자 여러분께 박수를 보낸다. 신록의 계절, 신록의 정치가 더욱 그 푸르름을 더해가길 기대하며…. /정상환.한경대 외래교수 LA라디오서울 방송위원

기고/한국국제전시장 성공하려면...

G형! 지난 3월 30일 한국국제전시장 상량식이 있었습니다. 고양시에 위치한 한국국제전시장은 경기도·KOTRA·고양시가 공동출자하여 1단계 사업으로 부지 6만7천여 평에 전시 면적 16,000여 평 규모로 지난해 4월 착공하여 2005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4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시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역 간 국가 간 치열한 경쟁과 전시 주체 업체의 대형화 및 글로벌화의 추세 속에 전통적으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에서 크게 발달해 왔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이 새롭게 전시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독일은 세계적인 전시 산업 국가로 전시산업의 국민생산 기여도는 연간 230억 유로로 독일 총 GDP의 1% 규모이며 연간 25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국제전시장은 지난 해 12월 전시장 건설 및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KINTEX라는 법인체를 설립한 가운데 내년 3월 준공에 이어 4월 서울모터쇼(한국자동차협회)개최를 필두로 50여 회에 걸친 전시 및 컨벤션유치를 확정한 가운데 44여 회의 전시회 및 국제회의 유치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 늦은 감은 있지만 내년 3월 한국국제전시장이 개장 된다는 것은 경기도나 나라전체를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내년 3월 개장을 앞둔 이 시점에서 전시장 건립 및 운영에 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향후 전시장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시장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 충분 조건은 전시장의 접근성과 편의성이며, 외적 필요 조건은 훌륭한 전시회를 유치하기 위한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이 될 것입니다. 내년 3월 개장을 앞둔 현재 한국국제전시장은 앞서 말한대로 접근성과 편의성에 있어서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공항으로 부터의 운송수단과 거리문제, 국도로 부터의 접근성, 기차역으로 부터의 거리, 지하철 역과의 거리가 모두 문제 입니다. 다만 국도 23호선으로 부터의 전시장 까지의 진출입 전용도로가 공사중에 있음이 다행인 정도입니다. 편의성에 대한 문제는 더 더욱 걱정입니다. 전시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전시회를 통하여 숙박과 관광 수입등을 동시에 크게 올릴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숙박시설이 턱 없이 부족한 경기도로서는 전시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실익이 얼마나 될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는 속히 충분한 숙박 사실을 지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한국국제전시장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고양시를 중심으로 한 경기 북부지역 관광 산업을 구체적으로 패키지화 하여 관광 상품을 시급히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더 더욱이 내년 2005년은 경기도 방문의 해 이기 때문에 관광 산업의 활성화차원에서도 호기를 맞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현재 고양시에서 관광 문화 단지 조성계획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아쿠아리움, 스포츠 몰, 차이나 타운, 노래하는 분수대 등이 빨리 완공돼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 전시장 개장과 때맞춘다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할 일들도 참 많습니다. 해외 전시회 참여 업체 및 바이어들을 위한 교통환승센터의 건립, 호텔·전시장·공항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 대화 전철역과 전시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이 준비 되어야할 것이며 전시장 홍보를 위하여 주요 도로변에 야립탑 설치, 도로 이정표 및 상시 안내 시스템 설치 등도 차질 없이 준비 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다 효율적인 전시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전시장 건립에 따른 세제 지원, 예를 들면 지방세 감면, 교통유발 부담금 및 환경개선 부담금 감면 등과 전기료의 산업용 요율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시, 컨벤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하여서는 전시컨벤션 진흥기금(가칭) 조성등을 통한 재정적인 지원 방안의 검토도 필요하며 고양시를 전시 컨벤션 특구로 지정해 나가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인 중요한 계획으로는 대형 주차장 건설을 계획해야 할 것이며 전시 컨벤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하여서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공동 협의체를 구성, 통합 마케팅 활동을 해 나가야 하리라고 봅니다. 끝으로 이 한국국제전시장은 경기도와 KOTRA, 그리고 고양시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건립 운영하는 기관이지만 무엇보다도 전시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전시장의 개장과 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충분한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G형! 한국국제전시장과 관련하여서는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다음 기회에 한번 더 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이연섭 user@kgib.co.kr /김태웅.경기도의원

기고/'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고

지난주 오래간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를 봤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예수의 수난)는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3주동안 흥행 성적 1위를 차지하고 3월 셋째주 현재 입장수입만도 3억달러를 달성하고 있는 인기 영화다. 자막이 걷히면서 검은 화면에 “이사야서 53장”의 한구절이 떠오른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로 인함이오,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으로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이 말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예수의 삶이나 기적이 아닌 고난과 죽음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의미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중 마지막 만찬을 끝낸후 기도하기 위해 갔던 게세마니 동산에서 배신자 유다의 안내를 받은 바리새인들에게 체포되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 가시기까지 가장 극적인 12시간의 수난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로마총독 ‘본시오 빌라도’는 바리새인들의 주장에 따라 그 앞에 끌려온 예수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지 고민한다. 예수가 태어난 ‘갈릴레아’ 지역은 로마황제가 헤롯에게 부여해준 봉토였기 때문에 빌라도는 예수를 헤롯에게 보냈는데 헤롯 또한 예수에게서 별다른 죄목을 찾지 못하여 빌라도에게 다시 돌려 보낸다. 여기서 빌라도와 헤롯은 공생관계임을 알 수 있다. 로마총독은 유대인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종교 지도자인 헤롯을 활용하였던 것이다. 예수를 고발한 죄목은 성전 모독이었다. 예수는 성전을 허물고 3일만에 다시 지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죽은 후 3일만에 부활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외에 유대인들이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결정적 이유는 예수가 자신을 그리스도, 즉 사람들을 해방시켜줄 ‘메시아’라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대사제들은 빌라도에게 예수가 로마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모함하므로 예수를 심문하지 않을 수 없도록 궁지에 몰아 넣는다. 실제 예수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바친다”고 말씀했다. 빌라도는 예수를 정치범으로 매만 때려서 석방시키려 한다. 이 태형과정에서 예수의 고문장면이 너무나 끔찍하여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관객이 생길 정도로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예수역을 담당한 짐 카비젤은 이 장면을 생동감있게 표현하려고 어깨뼈가 탈골되는 등 힘든 장면을 투혼의 연기를 보여 줌으로써 예수의 험난한 수난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승화시켰다. 빌라도는 만신창이가 된 예수를 군중에게 보이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하고 묻지만 피에 굶주린 군중들은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라고 외친다. 딜레마에 빠진 빌라도는 군중들이 원하는 대로 처형토록 부하에게 명령한다. 예수는 70kg 무게의 십자가를 지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예루살렘거리를 지나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 낮 12시에 십자가에 못박힌다. 예수의 수난을 지켜 보면서 성모 마리아는 “내 아들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고통을 벗어난단 말인가”하고 애통해 하는 모습에서는 눈물이 난다. 마리아역에는 마이아 모겐스턴이 맡았는데 그는 영화를 통하여 사랑하고, 믿고, 용서하는 헌신적인 모습을 훌륭히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십자가에 매달린지 3시간이 지난 오후 3시에 예수는 “다 이루었도다.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하고 말하면서 운명한다. 이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이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에 의한 것으로 비춰져 반유대주의 논쟁을 일으키며 제작 초기부터 엄청난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바티칸 교황청에서 영화를 직접 시사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영화는 성서에 있는 사실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여 논란의 대상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두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이해인 수녀의 ‘기도’라는 시가 생각났다. /조성헌.前 안성군수

기고/투표 참여로 병든 정치 수술하자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崔漢綺) 선생은 선거의 중요성을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라고 표현했다. 이는 “세상의 어진 이를 선출하여 정치를 하는 것은 천하의 즐거움이요, 어리석은 자를 기용하여 정치를 어지럽히는 것은 천하의 근심이라는 말로 이 세상의 근심과 행복은 선거를 도외시하고는 펼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렇듯 우리의 조상들도 나라의 일꾼을 뽑는 선거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다. 오늘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의 날이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은 우리의 정치와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지만, 잘못된 선택은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을 수행하는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 우리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나라의 살림을 꾸려나갈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청렴성과 함께 정치적 능력을 겸비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신중한 자세로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이나 지역감정 등 감성적 선거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투표를 하면 자신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번 제17대 국회의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와 격동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역사에 유례 없는 탄핵정국과 지난 선거에서의 불법정치자금 논란, 대폭적인 선거법의 개정에 따른 선거운동의 변화로,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 선거 초반에는 혼란스런 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과 정당·후보자 등의 이해와 협조, 선관위의 노력으로 무리 없이 평온하게 선거가 진행됐다. 또 이번 선거는 유권자의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그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고 공명하였다고 평가된다. 이제는 유권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는 일만 남아 있다. 오늘의 올바른 투표가 그동안 혼탁했던 우리의 선거 풍토를 마감하고 진정한 공명선거로 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또 이번 선거는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의 대립과 갈등,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여 투표에 참여한 후에는 선거결과가 어떠하든 이에 승복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당선된 후보자나 표를 많이 얻은 정당도 교만하지 말고 낙선된 후보자를 배려하고 국민통합에 매진하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우리의 정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이끌 수 있으며, 선거가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일환.경기도선관위 상임위원

기고/노인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국내 노인 인구는 4백20만여명이다. 전체 인구 4천600만여명에 비해 약 9%를 차지한다. 고령사회를 앞에 둔 고령화사회인 것이다. 노년학은 노인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이면 고령화사회, 14%이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출산율 저하, 인간의 수명 연장이 고령화의 원인이다. 급속한 고령화는 사회구조 및 제도, 가치관의 변화 등에 심각한 영향을 가져온다. 선진국과는 달리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된 우리로서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성장추세는 큰 과제다. 통계청 추계는 불과 15년 뒤인 2019년이면 노인인구는 14.8%에 이르러 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2026년엔 전체인구의 다섯명 중 한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2026년이라야 기껏 20여년 남겨놓고 있다. 2050년이면 노인인구가 34.4%에 달해 국민 3명중 1명이 노인인 사회가 된다. 지금의 10대들이 노인이 될 땐 그런 사회가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경제산업과 사회복지에 큰 부담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년학은 이래서 새롭게 조명되는 주요 학문으로 등장된다. 노인문제의 가장 큰 과제는 건강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노인의 86.7%가 한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풍·관절염·요통·좌골통·고혈압·당뇨·치매 및 기타 등이다. 핵가족화의 심화는 가정에서만이 아닌 사회적 측면의 중요 현상으로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겹치는 노인세대의 빈곤율은 심각하다. 노인경제 상황이 나쁜 약 50%의 노인 가운데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세대 빈곤율은 31%나 된다. 건강문제와 겹친 경제문제의 어려움은 노인세대의 월 평균 생활비를 59만원 미만으로 잡아도 24.5%나 되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물론 벌어놓은 재력이 있거나 상당액의 연금을 받아 노후생활을 여유있게 보내는 노년층이 있긴하나 상당수의 노인들은 건강·경제적 무력감의 이중고에 덮친 고독감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모든 노인이 다 소비적인 것은 아니다. 다행히 거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노인들도 많다. 이런 이들에게 본인이 원하면 눈높이를 낮춘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자원봉사를 활성화 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은 사회적 책임이다.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는 지난해의 경우, 산하 노인회 취업센터 운영으로 2천140여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 공동작업장 운영으로 3억1천여만원의 생산고를 올렸다. 또 연인원 42만여명이 참가하는 환경 및 자연보호, 청소년 선도, 교통봉사대 등 자원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이밖에 청소년 대상의 전통 예절교육과 한문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선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좀더 제도적 보완과 예산의 뒷받침 등 정부와 지역사회의 적극적 관심이 노년 인력의 생산화 및 활성화에 관건이 된다.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앞둔 이의 대비는 고령화사회에 있는 지금부터 확실하게 해두어야 제대로 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금의 노년층이 아닌, 바로 지금의 청·장년층 자신의 문제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된 노년들은 이 나라를 건국하고, 6·25동란 때 피흘려 나라를 지키고, 보릿고개 때 땀흘려 오늘날 이만큼 살게 만든 고도성장의 주역들이다. 그 지혜와 경륜은 아직도 시들지 않았다. 지금의 청·장년들이 장차 노인이 되었을 땐 무엇을 했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그래서 당당한 말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노년문제는 결코 노인의 것만이 아닌 청·장년층 모든 세대의 책임인 것이다. /이지현.(사)한길봉사회 경기도회장

기고/예수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과 희망이 교구민 전체와 우리 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우리의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으나 삼일 만에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부활로써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하여 영원히 살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활은 예수님이 죽음을 물리치신 것으로서 죽음이 결코 인생의 끝일 수 없다는 장엄한 선언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이처럼 예수부활은 우리에게 ‘죽음에서 생명을’, ‘슬픔에서 기쁨을’, ‘절망에서 희망을’ 안겨준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부활은 죽음까지도 물리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부활 축일의 의미는 부활성야 미사 때 ‘빛의 예식’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빛의 예식 때 어두운 성당은 부활초의 빛으로 밝혀집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두움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수부활의 메시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희망과 빛을 안겨주는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눈을 돌려 우리의 현실을 봅시다! 우리 신앙생활에 어두운 부분과 실망스러운 면들이 있습니다. 몇가지 통계를 보면, 수원교구의 평균 주일미사 참례자는 29%이고 냉담자는 36%입니다. 신자 자녀들의 유아세례자 수는 세명 중 한명이고, 낙태는 신자들이 비신자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노두스 실현을 위해 학생들의 주일학교 출석을 강조하지만 많이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사회현실도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혼과 자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계는 민생을 돌보고 나라 경제 살리기와 같은 큰 과제는 뒤로 한 채, 부정비리와 정당들 간에 당리당략적 갈등으로 나라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헌정사에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국론 분열과 국정 불안이 우려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국민이 정치 일꾼을 뽑는 4·15 총선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절망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을 경계하고 희망을 가져야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불의와 죄악이 가득 찬 세상이지만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당신 외아들까지 세상에 보내주셨고, 예수님 또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사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완전한 실패와 절망의 상징인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세상의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어두움을 빛으로 바꿔놓으셨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에 대한 큰 희망을 우리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체념과 실의에 빠져 어두움 속에 사는 이웃과 국민들에게도 전해야 하겠습니다. 비록 우리 교회와 사회의 현실이 부조리한 면들이 많다 하여도 그 속에서 여전히 우리가 꽃피워야 할 희망의 씨앗이 있고 그 희망을 꽃피우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 단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결정적인 활동은 부활하시고 승리를 거두신 그리스도께서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권능을 굳게 믿고 의지하면서 그분을 본받아 사랑의 십자가를 져야하겠습니다. 막달라의 여자 마리아가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주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뵌 것처럼, 죽음 너머 있는 부활에 대한 희망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올 수 있을 것입니다. /최덕기 바오로 주교.천주교 수원교구장

기고/배꽃이 피면...

"4월이 되면 배 과수원을 자주 살펴보게 된다. 배꽃이 피기 때문이다. 올해도 다행히 봄 날씨가 좋아서 우리지역의 배 꽃피는 시기도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른 4월10일부터 시작될 것 같다. 배꽃이 피는 기간에는 비도 없고 날씨도 좋아야 벌, 나비 등 꽃가루 매개곤충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수분과 수정이 잘돼야 좋은 과일농사로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꽃피는 시기의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날씨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고 우리 과수인들은 개화기 나무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농업기술원을 비롯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과수 전문지도사들은 이 시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배나무를 살펴보게 되고 좋은 배 생산을 위한 인공수분용 꽃가루준비와 인공수분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3~4년부터 예상되었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 걱정은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 배 농업인들의 자구책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먼저 배 과수원의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지역에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어왔던 키 높은 나무수형, 너무 많은 가지수와 Y자 밀식수형에서 간벌지연에 따른 밀식장해의 반복을 개선하기 위해서 배나무 줄이기를 과감히 실행할 때다. 지금은 다수확보다는 고품질의 배 생산이 요구되는 시기임을 감안하여 주지수를 2∼3개로 대폭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1990년이후 식재된 유목원들은 대부분 Y자 밀식재배로 조성되어 그 면적이 전국적으로 8천ha정도로 배 재배면적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성과기에 이른 과수원이 대부분으로 이런 과수원은 한주씩 건너서 베어내는 간벌작업을 실천해야 한다. Y자 밀식 조성과원에서도 이 시기에 철저한 간벌계획을 도입하여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 배나무 성목원은 대부분 키가 커서 사다리를 놓고 작업을 하여야 한다. 이런 수형에서는 노동력이 과다 소요되는 것이 단점으로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도 1990년부터 키 낮추기 전정기술을 적극 보급하여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줄기를 절단하고 낮은 곳에서 발생하는 도장지를 이용하여 착과시키는 결과지 갱신 작업을 적극 추진, 현재 1천370ha정도 실시하고 있다. 이 기술을 전 과수원에서 실시하여 노동력이 적게 소요되는 과수원으로 개편해야 할 시기다. 이러한 작업들은 결실기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며 현재까지도 일부 선도농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저급품 배 다량생산은 지속될 것이다. 그 결과는 과잉생산에 따른 배 가격하락의 연장으로 이어져서 배 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배 과수원의 구조조정이 전체 배 산업을 향상시키고 배 생산을 조정하는 길임을 명심하여 이제라도 전 배 농가가 자신의 과수원을 돌아보고 배 과원 구조조정에 동참할 때다. /김완수.道농업기술원 기술공보담당

기고/후보자를 관찰하는 즐거움

"싱그러운 봄이 어느새 또 성큼 다가왔고, 봄꽃들의 화려한 잔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봄의 유희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사회는 어지럽지만 자연과 함께 할 때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얼마 남지않은 우리의 선거는 즐거운 축제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탓을 ‘우스운 정치판’이나 ‘다 똑같이 부패한 정치인’에게만 돌려서는 해결이 안된다. 바로 우리 안의 냉소주의가 중요한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는 다양한 것들의 위계를 희석시키고 차이들을 보지 않으려 한다. 다 똑같거나 차이가 있어도 그게 그거다라고 생각하는 냉소주의는 판단에 대한 유보라는 신중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물이냐 수증기냐는 겨우 1도 차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물과 수증기를 구분하는 문턱은 규정할 수 없이 미세한 한점일 뿐이다. 그 미묘한 차이가 세상의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포탈사이트를 비롯한 사이버공간에 가득 쌓여 있다.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 그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납세, 병역, 범죄경력 등 신상정보를 클릭만 하면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으며, 우리 선관위에서 유권자들에게 직접 송부하는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도 있다. 물론 자료들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다 말해 줄 수는 없다. 후보자의 검증이나 정당의 정책에 대한 판단은 우리 나름의 해석 기준이나 정치적 판단력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이지만 그만큼 틈이 많은 자료를 유의미하게 읽는 수준이나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누군가는 후보자들의 개인적 신상정보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정치적 판단의 유일한 잣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정당이나 정책에서도 자신의 관점에 따라 중요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고, 도덕성이나 자질에 대한 판단에서도 유권자 각자 우선시하는 항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질, 도덕성, 정책이 다들 엇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정도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작은 차이를 무시하는 이런 태도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위계를 짓는 기쁨, 그 차이를 통해 후보자나 정당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주어진 자료를 꼼꼼히 살피는 것, 그래서 후보자간 또는 정책간의 차이를 선명하게 하려는 것이, 우리가 진정한 주권자이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 했을 때 우리의 정치 혐오도 정당화되지 않을까. ‘에셔’의 ‘그리는 손’이란 그림을 보면 한 손이 다른 손을 동시에 그리면서 서로의 존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손의 윤회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그림은 우리와 국회의원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선거라는 집중된 한 순간에 그들을 선택하고 우리 손으로 뽑은 그들은 우리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막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 정치 상황이 우리를 배신할 때 그들만을 탓할 일도 아니고 우리들의 가벼운 냉소로 끝날 일은 더욱이 아니다. 혐오나 냉소는 상호관계에 있어 해야할 도리를 다 했을 때에만 정당한 것이고 그 나름대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4월 15일은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는 날이다. 물론 우리의 주권은 몇 년에 한 번씩 투표를 하거나 안 하거나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주권자라면 그 대행자에 대한 매일매일의 input과 감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주권의 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선거에서 우리는 주권자다운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후보자들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우리 유권자도 최소한의 것이라도 준비해서 4월 15일을 맞아야 한다. 그것은 선관위의 정치포탈사이트를 찾아 후보간의 작지만 큰 차이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김현철.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

기고/자율과 책임성 길러주는 교육

"두발 자율화로 학교가 한동안 토론 열풍에 휩싸여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의 이야기인데 하루는 퇴근하려고 버스정류장에서 있는데 대여섯 명 정도의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 학교 아이들은 인사를 잘하는 편이어서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날따라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아주 친밀한 느낌이 들도록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뭔가 주문할 게 있어서였다. “교장 선생님, 우리 학교도 모 고등학교처럼 머리 길러서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하게 해주세요” 이구동성이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멋쟁이시니까 우리 마음 잘 아시잖아요?”하면서 애교를 부린다. “물론 좋지. 머리 염색하거나 파마를 해서 너희들의 학교생활이 즐겁고 학습에 도움이 된다면 머리를 박박 밀건 봉두난발을 하건 땅끝까지 기르건 무슨 상관이겠니. 그러나 이 문제는 나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머리를 염색하거나 머리 모양을 마음대로 하는 일은 너희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모두의 관심사란다. 너희들의 자유의지와 멋낼 권리도 중요하지만 뒷바라지하는 어른들의 교육적 시각도 중요하니까. 만약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70% 정도만 찬성한다면 나는 그렇게 하겠다. 곧 교사-학부모-학생 대표회의를 열어서 결정하겠다”고 답변하였다. 물론 회의 결과는 머리길이를 약간 자유롭게 하는 선에서 자율성을 부여하자고 결론이 났고 그렇게 시행하였다. 얼마 전에는 관내 중학교 교장 선생님과 운영위원장님으로부터 학생들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시켜야 한다는 일부 교사들의 운동에 애를 먹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물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전적으로 학생들의 성장·발달을 조력해 주는 활동이므로 학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 및 과정과 평과 전반에 걸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경영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학교 운영은 학생들이 관여할 부분과 그렇지 못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뽑았다고 해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회의에 가서 감놓으나 배놓으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일일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것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것이 합리적이고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 가령, 아이들이 어떤 과목을 쓸모없으니까 없애자고 하건, 어떤 선생님은 실력이 없다느니, 재미없다느니 하면서 선생님을 바꾸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주어야 한단 말인가. 과연 자율적인 것만이 능사인가. 그리고 학생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길러주는 활동이 꼭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여 발언하는 것 밖에 없는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지혜를 활용하는 창구가 그런 형태일 수 밖에 없는가. 아이들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아이들을 운영위원회에 참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사의 생각에는 혹 어른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려는 마음이 끼어든 건 아닌지, 아니면 직장에 나가기 때문에 아이를 잘 돌볼 수 없는 엄마가 자녀에게 과보호나 과잉 제스처를 쓰는 것처럼 아이들의 인심을 얻으려는 건 아닌지, 그리고 만약 우리 학교에서도 그런 제안이 나온다면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잠시 걱정을 해보았다.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길러주는 교육,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현옥.수원 수일중교장.시인

기고/NQ로 사는 시대

"NQ (Network Quotient:공존지수) 는 다른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만들고, 잘 꾸려 나가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사람들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그것을 알아보는 지수이다. 예수가 NQ의 원조, NQ의 천재인 까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했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했다. 아직도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학교, 좋은 집안이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사회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조건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열등감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답답해 하는 모습을 많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보자. 멀리 돌릴 것도 없이 우리 주위에서 잘된 사람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의 인생이 그 사람의 학력이나 집안 배경으로 완전히 판가름 났는가? 지금까지 세상의 벽이 높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뛰어넘은 사람들을 한번 잘 살펴 보라. 옛 역사를 찾을 필요도 없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잡화상의 딸이 영국 수상이 되었다. 외국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우리의 현실만 보아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졸 출신인 사람, 그것도 실업계 고교를 나온 두 분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는 얻지 못했지만 연속으로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아닌가. 갈수록 잘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좋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약한 배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자신을 좋아하고 지지하고 도와주는 환경으로 바꾼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먼저 사람에게 다가서고, 먼저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자기 것을 먼저 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감과 적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NQ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공과 행복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듯 NQ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설령 지금 NQ가 조금 낮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NQ의 원조 예수, 자신을 낮춰 결국 세상을 평정한 유비, 적의 마음조차 사로잡은 김춘추, 숨겨버린 NQ의 천재 석가모니 등 모두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먼저 베풀면서 더불어 행복을 추구한 사람들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리더가 되고 싶다면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면 모든 사람에게 존경받고 스스로의 가치도 올라간다. 영어의 ‘understand’는 말 그대로 아래에 선다는 뜻이다. 밑에 서서 생각하면 이해되지 않는 게 없지만, 위에 서서 생각하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저 사람은 왜 늘 저 모양일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대체로 NQ가 낮은 사람들로 보는 경향이 있다. NQ가 높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하게 되고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NQ의 철학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잘 되기만을 바라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으며 함께 살 수 있는 능력, 즉 NQ는 개인 중심의 성공에 집착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서로의 성공을 도모하는 21세기의 행복론인 것이다. 머리만 좋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연줄과 배경이 있다고 성공하는 시대도 아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NQ의 세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대인 것이다. /김종구.고양 교육청 학무국장

기고/보건교사 송(頌)

"우리나라 교육사상 처음 97년부터 보건교사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율곡 교육 연수원 주관으로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실시했었다. 수강한 연수생의 경력이 적게는 15년 많게는 30년이 넘는 원로교사들이었다. 그 후 연수는 계속 이어졌고 그러한 만남으로 필자는 지금도 보건교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양심이 필자의 가슴에 남아 있기에 모든 교사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도 좋을 몇 가지 이야기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보건실을 갖추고 따뜻한 미소와 사랑으로서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을 대하면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보건실을 들어서는 순간 통증이 없어지더라는 말에 행복을 느끼고 ‘내가 프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보결시간, 체육시간을 가리지 않고 보건수업을 하였으며 학부모회에서 질병과 건강에 대한 강의를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였다’는 말도 있었다. 또 대부분의 학생들은 몸이 아파서 찾아오지만 ‘바지가 터졌는데 꿰매 주세요’, ‘가정·기술 시간인데 바늘 좀 빌려주세요’ 하는 모습에서 엄마만큼이나 편안한 선생님이 곧 보건교사인가 보다라는 가슴 뭉클한 심정을 갖게 된다고 했다. 교내방송을 통하여 새로운 의학정보는 물론 학생의 체험을 통한 건강교육으로 가정에까지 파급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진정 뛰어난 사람은 남보다 나은 사람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면서 실천하는 그들은 필자에게 큰 감명이었다. 특히 어느 보건교사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먼저 배운 말이 엄마이듯이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엄마가 되었고 선생님이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생님 중에도 보건선생님! 그 이름은 엄마 같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찾아가는 선생님, 보건선생님이 되어서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불우학생 돕기 등의 일을 처리하는가 하면 소년소녀가장을 찾아서 엄마가 되어 주기도하고, 아이와 엄마가 모두 중한 병으로 시달리는 것을 돌보아 주며 같이 눈물을 글썽이던 일들! 이런 일들을 어찌 보건교사의 몫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 있는가? 맞벌이 부모로, 그 부모의 사랑이 부족해서 관심 끌려고 배가 아프다고 자주 오는 아이들, 결손가정으로 정신적 의지처가 없어서 외로워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포근하고 아늑한 보건실이 되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모두 인류대 출신이고 동생은 같은 학교 1학년 전체 1~2등을 다투는 수재인데 자신은 중학교까지는 우등생이었으나 고교에 들어오니 성적이 자꾸 떨어진다는 것, 성적 떨어지는 딸이 안타까워 부모의 성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일요일마다 엄마, 아빠의 꾸중을 듣고 울고나니 월요일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는 학생의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기장을 만들어 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쓰도록 했다는 보건선생님! 결국 학생은 차츰 표정이 밝아졌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보건실을 찾은 학생은 ‘선생님! 저, 서울 L여자대학교에 합격했어요,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아직 아무에게도 말씀 안 드렸어요. 1년간 일기쓰느라 논술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감격적인 사연들도 많았다.필자는 그들의 순수한 고백과 양심적인 대화를 통하여 느낀 것이지만 그분들의 내면 세계야 말로 사명감에 불타고 있으며 그 불타는 사명감이 행동으로 표출되면서 감격적인 업무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재물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모두 잃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의 파수꾼이 되어 불타는 사명감으로 교직에 대한 보람을 갖고 생활하는 그 자세가 너무도 아름답기에 필자는 보건교사들을 향하여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리는 것이다. 어찌 보건교사들의 사명감으로 불타는 그들의 마음과 태도를 이곳에서 일일이 열거할 수 있을 것인가! /양승본.서원고교장.소설가

"기고/새 선거문화, 방송합동토론회

"이번 4월 15일의 국회의원 선거는 유권자 혁명을 통해 선거문화를 개선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실험하게 된다. 간혹 ‘지금쯤이면 관광도 가고, 여기저기서 회식을 하자고 부를 때가 됐는데 영 선거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 문화를 창출해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2조에 의해 도입되는 합동방송토론회 또는 연설회의 개최이다. 전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후보자들이 공허한 이야기를 소리 높여 떠들기만 했다. 그리고 진지한 참석자보다는 후보들이 동원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참석자가 없어서 후보자들끼리 텅 빈 운동장을 향해 소리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방송토론회 또는 연설회는 후보자를 유권자에게 알리는 매우 중요한 선거 수단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지켜볼 것인가 하는 유권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첫째,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성을 평가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주장은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논리가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는 국회의 권능으로 대통령 업무를 정지시키는 과정을 보았다. 국회는 법과 예산을 통해 많은 정책수단을 결정한다. 정책의 구체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는 가를 보아야 한다. 둘째, 후보자가 지향하는 이념이 무엇인가를 이해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박학다식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많은 정책결정과정에서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참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호주제, 이라크 파병 등 시대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정책 이슈에 대해 일일이 물어 보고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한 후보자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확인하여 판단의 이념적 정향은 평가되어야 한다. 셋째, 토론의 자세를 평가하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토론의 문화를 전제로 한다. 목소리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논리가 중요하다. 내 목소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긴장감을 가지면서도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는 후보를 찾아내야 한다. 넷째,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 현대 정치는 정당정치이다. 더군다나 이번 투표는 개인이외에 정당에 대한 투표도 실시한다.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당 평가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향후 정치개혁의 의지와 방향은 확인되어야 한다.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방송합동 토론회가 정착되어 새로운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삼류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면 유권자는 분명 그 속에 공범관계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일류 정치는 일류 시민이 만든다. 이번의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유권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 /이 원 희.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기고/한해를 마무리하며...

계미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한해의 알찬 마무리가 분주하다. 봉사단체들은 불우 이웃을 돕기위해 일일 찻집을 열고 김장을 담그기도 하고, 많은 사회단체들은 한해를 결산하는 총회를 연다. 일반 대중들도 바쁜 일정을 쪼개 마지막 동창회나 모임을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도 의원인 본인도 각종 봉사활동이나 모임을 쫓아 다니다 보니 한해를 차분히 마무리할 상념(想念)의 시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웬지 1천만 도민과 36만 평택시민을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했나’하는 자문을 하지 않을 수없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한해를 결산하는 행정감사를 마쳤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2004년도를 설계한 사업계획을 담은 예산심의도 끝냈다. 또 생활권인 평택지역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나름대로 발길 닿는대로 둘러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일련의 활동들이 과연 진정 도민을 위하고 내 이웃을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것인지는 확언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 하면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지방의원을 필요로 하는 도민이나 지역주민들 곁에 항상 자리를 지켰느냐 하는 물음에 ‘예’하고 대답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정치인은 ×라는 말에도 자못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도 상한다. 그러나 굳이 항변을 한다면 의정활동 현장이 현실과 꼭 맞지 않는다는 것을 도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방의원들의 대우와 역할은 부지사급이지만 정작 그런 대우는 어불성설이다. 도민들을 위해 자료하나 요구해도 며칠씩 걸리기 일쑤고 지역을 위해 예산을 요구해도 해를 넘기기가 다반사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것은 그나마 경기도의회의 희망이라 생각한다. 동료 의원중 한 분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는 노인복지나 장애인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전문가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연구하고 공부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책과 대안 제시는 물론이고 예산까지 확보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동료는 보육에, 어떤 의원은 여성 복지에, 어떤 의원은 청소년 복지에, 어떤 의원은 체육이나 문화재문화에서 각기 나름대로 도민들의 삶을 구석구석 살피고자 열정을 쏟았다. 본인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비록 2003년을 아쉬움속에 보내지만 그에 못지않게 2004년 갑신년을 맞을 각오도 남다르다. 지방의원으로서 명분과 실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민과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항상 같이할 수있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내년 이맘때 쯤이면 아쉬움보다는 작지만 도민들과 함께 만족감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이재영.경기도의회 의원(한.비례)

기고/금석문(金石文) 문화재의 가치와 중요성

우리 나라의 여러 기록 문화재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유물은 아마 금석문일 것이다. 경기도의 수많은 문화재 가운데도 무덤 앞에 자리한 신도비를 비롯해 묘소, 왕릉비문, 공덕비, 선정비 등 금석문이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금석문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쇠붙이나 돌 ,바위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문양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쉽게 왜곡 할 수 없으며 오랜 기간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다 특히 고려조 , 조선조를 합쳐 1000 년 동안 수도(首都) 역할을 한 경기도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 가장 소중한 금석문자료를 가진 금석문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이름이 있는 명산과 고을에는 여지없이 묘소와 함께 가치 높은 석물(石物)과 금석문이 자리해 있다. 이들 금석문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당시 최고의 문장가가 글을 짓고 또한 최고의 명필가들이 글을 쓰는 것이 관례인 이유로 하여 옛 역사의 예술적 가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금석문은 한번 쓰여지거나 새겨지면 쉽게 고치거나, 훼손되지 않는 점, 세운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은 늘 학계의 주목을 받는 금석문만의 큰장점이라 할 수 있다. 중원 고구려비, 단양 적성비(赤城碑)와 같이 고대의 금석문은 당시의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전해주어 우리나라의 국정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금석문은 재질이 귀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으며, 아름답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보, 보물 등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역사 사료의 의미에 있어서도 문서화된 서지류(書誌類) 문화유산의 경우 후대의 역사적 평가에 따라 그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나 금석문은 수백, 수 천년의 기록이 원형대로 이어온다는 점은 너무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소중한 문화유산 금석문이 1990년대 이후 급속히 훼손 되고 있다. 대부분 보존장치가 없는 비문에서 이러한 상황이 뚜렷이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옥개석(屋蓋石) 없이 이수, 비두로 이루어진 신도비에서 이러한 훼손의 속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도비의 제목 글씨인 두전(頭篆) , 전서는 물론이고 비신의 비문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산성비로 돌이 마모됨으로써 비문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한번 훼손되거나 마모된 금석문은 다시 복원될 수 없다는 점에서 빠른 보존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금석문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그 보존대책을 강구할 때가 되었다. 금석문의 가장 좋은 보존방법은 산성비 등으로부터 비석을 보존할 수 있도록 비각(碑閣)을 세 운 뒤 더 이상 훼손이 이루어지기 전에 탁본으로 원형을 남기며 금석문 책자를 제작하여 본 모습대로 보존하는 일일 것이다.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오래 전부터 전해주고 있는 금석문 문화재는 우리가 시급히 보존 해야할 너무도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정동일.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

기고/새 출발을 앞두고...

“언제 나가실거죠?” 처음엔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했다. 지금은 이 말에 이골이 났다. 그저 웃기만 한다. 묻는 말의 뜻이 내 본의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기에도 솔직히 귀찮을 때가 있다. 하긴 사회의 인식이 그런 것 같다. 조금이라도 색다른 일을 하면 정치적으로 보는 게 관행화하다시피 됐다. 경로 무료급식 봉사를 좀 하다보니 어디 지방의원이라도 출마할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도 내 부덕의 소치가 아닌가하고 생각해 본다. 이해 타산이 바쁜 세태에서 거의 자력으로 힘겹지만 급식 봉사를 꾸려가다 보니 그런 출마 포석이 아니고는 사람이 맹하게 보일진 모르겠다. 하지만 맹한 내 자신이 좋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더 맹한 의인들을 존경한다. 이 기회에 개인적 입장을 밝히자면 임기가 있는 선거직 보다는 임기가 없는 봉사직이 좋다. 또 선거직을 맡을 훌륭한 분들은 많다. 내친 김에 말을 더 해야겠다. 급식소로 사용하던 컨테이너는 맞춤 컨테이너 두 박스를 연결해 주방과 식당으로 썼다. 지금은 초라해 보이지만 4년여 동안에 연인원 5만5천여명의 노인 분들이 여기서 경로급식을 즐기셨다. 두 아들까지 동원해 안해본 일을 시키면서 설치했던 것으로 그 무렵 두 아들도 남편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다만 쟤 엄마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 쟤들 아빠 눈치 보아가며 도와 주었던 게 생각난다. 만석공원 앞 만석공원경로당 건물 확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우리 자원봉사 어머니들은 그동안 적잖은 고생을 했지만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설레이는 가슴을 주체하기 어려운 감격을 안고 있다. 잡다한 준비가 비록 힘은 들고 남편에게 다 말할 수도 없어 어떻게 어떻게 해내고 있지만 마음은 밤잠을 설칠만큼 마냥 즐겁다. 역시 사람이 맹한 탓인 지 모르지만 아무튼 오는 26일이 기다려진다. 이날은 만석경로당과 함께 송년모임 행사를 겸한 경로잔치를 갖는다. 만석공원경로당에 계신 분들은 회장·부회장님을 비롯하여 모두 마음이 너그러워 참으로 고맙다. 경로급식은 경로당 회원들만 드시는 게 아니다.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많다. 노인들만이 아니다. 노숙자들도 찾는다. 이런데도 경로당측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마음편하게 대해준다.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그리고 수원시노인회 등에서 심적으로 도와 주시는 게 여간 큰 힘이 되는 게 아니다. 경로급식을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안한다고 해서 누가 탓할 사람도 없다. 역시 나는 맹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임기가 없는 봉사직은 그 자체가 즐거움인 것이다. /이지현.사단법인 한길봉사회

기고/‘인구 50만이상 대도시’ 입법 국회 행자委 의결

안산시를 비롯한 대도시시장협의회(회장 원혜영)에서 추진중인 ‘특정시’입법이 지난 12월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박종우)에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로 수정 의결됨에 따라 앞으로의 입법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특정시’란 ‘지방자치법’제10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돼 있는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 50만이상의 시’를 의미한 것으로 ‘특례를 규정한 시’를 약칭해 일컫고 있다. 일본의 ‘정령으로 지정한 시’나 ‘지정시’와 유사한 표현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의미에서는 양자간 차이가 있다. 대도시시장협의회에서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하게 된 것은 현재의 지방자치법에도 특례가 있기는 하나 일부 사무의 위임에 관한 내용만 규정돼 있을 뿐, 인구 5만을 갓 넘는 도시와 100만에 이르는 대도시의 행·재정에 관한 특성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행정의 비효율성과 비능률에 대한 대책이 없어 이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올 4월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입법을 추진하게 된 것이었다.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도시의 거대화에 따른 조직과 예산이 절대 부족해 증가하는 교통·환경·복지·도시계획업무 등에 대한 주민의 행정수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해 행정의 효율성과 능률성이 저하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화·지방화시대에 유기적이고 능동적으로 국제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적 조류에 현행 특례시는 자율성 등의 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어 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할 필요가 대두됨에 따라 대도시회원 도시인 포항시 이병석 의원을 대표로 국회의원 27명이 입법을 공동 발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홍보의 부족과 입법 추진과정이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고 왜 이러한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에 대한 특례가 인정되면 첫째, 주민생활 관련 사무의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해진다. 즉 현행 지방자치법 체제에서는 사회 복지사업 등에 대하여 도의 균형정책으로 인해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가 적정수준의 사업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특례가 인정될 경우 주민생활관련 일부사무에 대해 도의 사무가 아닌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의 직접사무로 처리 가능하고 관련예산 역시 직접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사업에 집중투자가 가능해지는 등 복지 서비스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둘째 도세와 시세간 세원을 조정함으로써 세입이 증대돼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가 주민을 위해 보다 많은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예산관련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조직기구 및 인원의 조정권을 이양받아 주민복지 및 민원관련 기구를 신설하고, 민원담당 공무원을 증원할 수 있게 돼 대민 행정서비스 수준을 현재상태보다 월등하게 향상시킬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여러가지 도입에 따른 효과를 살펴 볼 때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에 대한 국회 입법이 이뤄지면 앞으로는 참여정부와 함께 행정수요가 많은 관련 법령을 현실에 맞도록 재조정하고, 이들 11개 시에 대해서는 여타 기초자치단체와 차별화된 자율적 행정운영을 보장해 줌으로써 도시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는 특정시가 국내 지역발전의 거점도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세계화시대의 경쟁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행정수행방식의 혁신적 변화를 유도하고, 법과 제도적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지방자치법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19개 사무 외에 ‘인구 50만이상의 대도시’ 행정수요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특례사무범위를 확대하고, 사무와 재원의 동시이양을 의미하는 포괄성의 원칙에 따라 사무특례에 상응하는 재원이전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으며, 세입·세출 및 재정운영에 있어서도 독자성을 보장하며 지도·감독 등에 대한 관여 최소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송진섭 안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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