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폭싹 망했수다...

[사설] AI 시대 행정의 본을 보여준 경기도 ‘AI팀’

양자통신은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저가 일치할 때만 정보가 공유된다. 양자키 분배(QKD)라는 원리다. 해킹을 통해 암호를 알아낼 수 없다. 양자 노이즈가 해킹 시도 자체를 경고한다. 최고 안전 통신 기술이다. 안전이 생명인 분야의 필수 기술이다. 당장 정부 기관, 금융 기관, 군사 통신, 우주 통신, 데이터센터 등에서 절실하다. 바로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경기도 행정이 뛰어들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SK브로드밴드와 합쳤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될 영역은 자율주행차량이다.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되는 최첨단 교통수단이다. 이미 실생활에 사용 중이거나 적용 단계에 있다. 그런데 여기 난제가 있다. 통신 해킹이다. 해외에서 원격제어권 해킹이 여러 차례 시연됐다.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음이다. 이를 보완하려는 실증 프로젝트다. 자율주행차량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는 작업이다. 실증 기관은 판교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실증 차량은 판타G버스다. 이번 사업이 실증하게 될 기술의 내용을 보자. 양자키분배와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동시에 적용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적 시도다. 새 정부 공약에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이 있다. 그 세부 목표로 ‘양자정보통신기술(ICT)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강화’도 있다. 그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업이다. 때마침 과기부 산하 기관의 ‘2025년 수요기반 양자기술 실증 및 컨설팅’ 공모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선정됐다. 양자정보통신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다. 무궁무진한 먹거리를 산출할 수 있다. 경기도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런 산업 토대를 위한 구상까지 포함됐다. 서울~판교~대전 간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와 연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도내 중소기업이 실증기술을 직접 활용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장비 제조사, 통신사, 연구기관, 양자기술 기업 등과의 연계도 밝히고 있다. 양자 산업 생태계를 경기도에 만드는 밑그림이다. 경기도는 첨단 산업·연구 인프라의 보고다. 이 조건을 창조적으로 결합해냈다. AI, 양자통신은 선점이 필요한 미래 산업이다. 이걸 경기도로 끌고 오는 시도다. 정부 공모에 선정돼 18억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구호가 아닌 내용으로 증명한 행정이다. 무엇보다 평가할 부분은 첨단 기술을 교통 행정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도민의 편의·안전·생명에 직결되는 영역을 선택했다. 막연할 수도 있는 ‘AI 시대 행정’이다. 경기도가 그 길을 앞서가고 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양자(量子)와 행정(行政)의 결합. 말로만 떠드는 ‘AI’시대 행정이 가져야 할 발상의 전환이다. 경기도민의 아낌 없는 칭찬을 추천한다.

[사설] 저조한 실종 지문등록... 적극 알려 ‘깜깜이 실종’ 줄여야

요즘 안전안내문자는 폭염, 호우 관련이 많다. 그보다 더 잦은 것이 실종자를 찾는 문자다. ‘어디에서 배회 중인 누구를 찾습니다’ 식이다. 인천에서만 하루 1~2건씩 날아온다. 막상 자녀나 부모를 찾는 가족의 심정은 오죽 황망할 것인가. 실종 문자를 대할 때마다 지문 등록은 했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 ‘지문 등 사전등록제’는 2012년 도입됐다. 대상은 발달·정신장애인이나 미성년자, 치매환자 등이다. 지문, 신원, 보호자 연락처 등을 사전에 경찰에 등록해 둔다. 등록해 둔 지문을 통해 실종자 정보를 알 수 있어 빠른 귀가에 큰 효과를 나타낸다.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안전 드림’ 앱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단체로 희망하는 경우 경찰이 직접 찾아가 등록해 준다. 그러나 도입 13년이 지났어도 인천의 지체·발달장애인 등록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등록 대상 1만9천880명 가운데 5천701명(28.7%)만이 등록을 마쳤다. 이에 비해 인천 미성년자는 67.8%, 치매환자도 66.8%가 등록해 있다. 지문등록률이 낮은 인천 발달·정신장애인 실종 신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23년 480건, 2024년 482건 등이다. 지문등록이 안 된 장애인 실종의 경우 우선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실종자를 찾아도 보호자 인계까지 또 시간이 걸린다. 신원이나 보호자 연락처 등을 다시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발달·정신장애인 입장에선 지문 등록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현장 등록의 경우 보호자가 장애인을 데리고 이동해 등록해야만 한다. 또 앱 등록은 잘 모르거나 보호자가 어르신인 경우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등록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의 찾아가는 등록서비스도 시설 미이용자나 홍보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 지문사전등록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걸림돌이라고 한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등록을 기피하는 등이다. 특히 장애인이나 치매환자의 경우 병력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가족들이 등록을 기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등록 정보는 실종자 찾기 목적으로만 활용 가능하다. 경찰청에서도 별도로 안전하게 관리한다. 유출할 경우 실종아동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호자 등이 원하면 언제든 폐기할 수도 있다. 가족을 잃어버린 아픔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문사전등록제는 이런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장치다. 경찰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제도의 장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깜깜이 실종’은 가족도, 경찰도 힘들기 때문이다.

[지지대] 부상 투혼

2024~2025년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가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NBA 파이널 7차전까지 올랐으나 결국 준우승에 머물게 된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패배보다 더 쓴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1쿼터에서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간판 스타인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공격을 위해 드리블을 하던 중 넘어져 마치 대성통곡을 하는 것처럼 코트를 손으로 여러 차례 내려쳤다. 고통스러우면서도 한 맺힌 얼굴이 화면에 잡혀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5차전에서 이미 종아리 부상이 있었던 할리버튼은 부상 투혼을 펼치던 중 아킬레스건 파열로 승부를 결정 지을 나머지 2~4쿼터에선 뛸 수 없었다. 우승 트로피를 목전에 두고 멈출 수밖에 없었던 에이스의 눈물이었다. 앞서 전년도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인 제이슨 테이텀이 뉴욕 닉스와 콘퍼런스 준결승 4차전 중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 때문에 코트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대표 선수인 스테판 커리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계속 플레이를 했고 팀은 승리했지만 이후 연속 결장과 함께 팀이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부상 투혼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저마다 결승까지 가기 위해 그간 고군분투했지만 몸을 갈아 넣었던 컨디션으로는 경쟁사회의 코트를 누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삼중고를 겪는 민생경제 속 부상을 딛고 투혼을 보여줬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목전에 두고 코트 바닥만 치며 울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재활이 필요하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든 부동산시장 안정이든 부상에서 회복하기 위해 철저한 치료가 필요하다. 경기장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할리버튼의 손을 잡아 일으켜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 결승전을 향해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왕선택의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 6대 강국인가

최근 인터넷 인기 기사를 보면 미국 언론 매체인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세계 강대국 순위가 포함돼 있다. 조사 대상 89개국 가운데 대한민국이 6위로 집계됐다는 결론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1위 미국에 이어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다음에 한국이다. 이어 프랑스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런 조사 결과를 놀라움과 감동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100년 전만 해도 국력이 약해 일본 식민지로 전락했고 광복 이후에도 세계 극빈국 가운데 하나로 약소국의 비애를 숙명처럼 안고 살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위 발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검토할 내용은 이번 조사가 ‘최고 좋은 나라’ 순위를 매기는 것이고 강대국 순위는 하위 세부 항목 10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강대국 조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른 세부 항목으로 처리됐고 그쪽을 보면 현저하게 낮은 순위가 여러 개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혁신 추동력 5위를 비롯해 국력 6위, 문화 영향력 7위, 기업가정신 7위, 기민함 10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삶의 질은 25위, 유산 32위, 사회적 명분 42위, 모험요소 51위, 사업 개방성 70위로 중하위권을 맴도는 분야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한국은 ‘최고 좋은 나라’ 18위로 집계됐다. 한국 언론은 세부 항목 중에서 국력 부문을 중시해 한국이 6위라고 강조했지만 전체적인 조사 맥락으로 보면 강대국 개념에는 종합순위가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력 순위를 강대국 순위로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군사력 부문에서 한국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핵무기 보유 여부보다는 병력 규모나 재래식 무기 체계를 중시한 결과다. 경제력에서도 교역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강대국이지만 금융 자본이나 제도를 기준으로 제시하면 현저하게 다른 순위가 나올 수 있다. 외교 정책 분야나 지식 생태계, 복지 제도, 효과적인 소통 등은 전통적인 사고 기준으로 보면 강대국의 핵심 요소인데도 이번 조사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강대국 개념을 중시한다면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로 구분해 조사하는 것이 간결할 것이다. 하드파워로는 군사력과 경제력, 인구 및 영토가 중요하고 소프트파워에서는 문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치제도가 중요하다. 스마트파워에서는 외교, 지식, 소통이 핵심 기준이다. 한국은 하드파워에서 금융 분야와 인구 및 영토 부문, 소프트파워에서는 ESG 분야에 약점이 있어 15위 이내에 들기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파워 부문에서는 문제가 더 많다. 외교 역량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자주적 외교 역량이 부족하다. 또 한국 지식인 다수가 여전히 대한민국을 모방국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식 생태계가 허약하다. 소통 분야에서도 선진국 방식인 투명성, 쌍방향, 대화보다는 개발도상국 방식인 통제, 일방향, 인정투쟁에 급급하다. 30위 이내에 들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한민국이 세계 6대 강대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도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종합 등수 18위가 존재하는데도 우리 언론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굳이 강국 순위 6위에만 집중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인정투쟁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하다. 다만 대한민국의 눈부신 국가 발전 역사는 이번 지표에도 충분히 반영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부분은 국가적인 합의만 이룰 수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하고 진짜 세계 6강이 될 가능성과 잠재성이 충분하다. 우리 언론이 그런 점에 주목한다면 세계 6강에 진입하는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천자춘추] 소상공인, 민생정책 적극 나서야

곧 민생지원금 등 대규모 추경이 시작된다. 소비를 진작해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소상공인 업계는 이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 외에도 소상공인의 장기연체채권 소각, 상환 기간 연장, 폐업 지원금 인상 등 다양한 대책을 예고했다. 소비쿠폰, 숙박여행권, 영화관람권 지급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지원책이 주변 자영업자들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겠지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제조업 기반의 ‘소공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 기업체 약 596만개 중 약 55만4천개가 제조 소공인으로 전체의 약 9.3%를 차지한다.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1인 사업장이 많은 업종과 달리 소공인은 평균 10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고용도 많고 산업 파급력도 크다. 그러나 이들도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제조 소공인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베트남 하노이에 ‘두근두근’ 매장을 출점시켜 K-뷰티의 바람을 타고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매장에는 국내 유망 화장품 제조 소공인이 200여개 기업이 참여 중으로 새로운 판로 개척과 기업 홍보로 국내 소공인들의 신시장을 개척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이 사례는 카카오, 한진 등 대기업이 적극 나서 협업을 진행해 대기업이 가진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소공인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이 협력해 소공인의 해외 진출을 돕는 사례도 주목을 끈다. 최근 인천시와 인하대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인천지역 화장품 제조 소공인을 지원하고 나섰다. 키르기스스탄은 유통업이 발달한 국가로 수도 비슈케크에는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인 ‘도르도이 바자르’가 있다. K-뷰티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 지역은 국내 소공인에게는 처음 진출한 곳으로 현지 시민과 바이어의 관심이 뜨거웠다. 제품 사용법과 특징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고 거래 가능성도 논의됐다. 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역시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관이 손잡아야 가능한 성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소공인들이 아마존, 쇼피 등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지만 화장품처럼 체험과 문화 경험이 중요한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이 여전히 중요하다. 소공인도 더 이상 대기업 수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지역과 대학, 기관이 이를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 소비쿠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고 도와야 하는 것이 진정한 소상공인 지원기관의 존재 이유다.

[세상읽기] ‘맘다니’ 돌풍과 진보적 실용정치

“뉴욕은 너무 비쌉니다. 조란은 비용을 낮추고 삶을 더 편하게 만들 것입니다.” 세계 언론이 뉴욕 시장 예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란 맘다니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맘다니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시민과 언론은 거의 없었다. 2월에 지지율이 불과 1%에 지나지 않았던 맘다니는 6월 예비선거에서 43.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정치 거물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이겼다. 맘다니의 뒤에는 청년층, 진보층, 이민자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맘다니는 민주당이 오바마 시대 이후로 지지를 잃은 젊은층과 소수민족 집단이란 전통적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흥분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11월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맘다니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기득권층의 거대한 벽을 뚫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하와 조롱, 보수 언론의 폄하, 뉴욕 월스트리트의 공격, 상위 1%들의 거액 광고, 집주인들의 반발, 금융자본의 후원을 받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우려를 넘어섰다. 미국 언론들은 맘다니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다고 분석했다. 또 세대교체에 대한 갈망과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를 모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미국 민주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뉴욕시 아파트 절반에 대한 임대료 동결, 무상 시내버스 확대, 영유아 무상 보육 확대, 뉴욕시 소유 땅과 건물에 저렴한 식료품점 운영, 이를 위한 슈퍼 부자 증세 등 정책의 목표와 대상자가 선명하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비용'이라는 미국 유권자들의 핵심 의제에 다가가며 진보적 의제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불평등을 외면했고 맘다니는 불평등을 직시했다. 이 모습은 미국의 현재와 미래의 교훈이면서 동시에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미국 민주당에 주는 교훈까지 함축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아제모을루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두고 “트럼프 쇼크는 민주당 책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한국 정치에도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자 해법이다. “민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노동자들의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민주당은 디지털 혁신에 따른 변화(digital disruption), 세계화, 거대한 이민의 유입, 그리고 ‘워크’(woke) 사상에서 지지를 구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민주당에 투표하는 지지층은 제조업 노동자가 아니라 고학력층이다. 미국을 비롯해 어떤 나라든 중도 좌파 정당이 좀 더 친노동 정당이 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나빠지게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뉴욕처럼, 아니 뉴욕보다 너무 비싸다.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2만원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에게도 만만찮은 금액이다. 대학생들에겐 말할 것도 없다. 부동산 증여는 사회의 출발선을 계급화하고 있다. 부유세를 강화하고, 토지공개념을 제도화하고, 청년과 중산층의 주거권을 확대하는 등 도전적인 의제들이 논의돼야 한다. 맘다니는 대선에서 트럼프를 뽑았던 유권자를 찾아갔다. 그들이 호소하는 불평등을 캠페인 영상으로 제작했다. 일부 트럼프 지지층은 맘다니를 지지했다. 그들은 극우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안정과 희망을 찾아선 것이다. 상위 1%는 불황을 먹고 자라고, 극우는 불평등을 먹고산다는 말은 우리 모두가 아프게 새겨야 한다. 정치가 불평등의 비용을 낮추고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이고 실용이다.

[사설] 화장률 95%인데 화장장 부족해 큰일이다

묘지를 택하는 방식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눈 녹는 곳이 있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적은 곳이다. 이곳을 어르신들의 묘지로 선택했다. 마을 최고의 길지는 ‘죽은 자’에게 주어졌다. 장례문화의 숭고함이란 게 그랬다. 지금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옛이야기다. 요즘은 매장 묘지 조성 허가 자체가 어렵다. 매장도 크게 줄어 전체 장례의 5% 정도다. 2023년 경기도에서 7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95%인 7만1천명이 화장을 택했다. 언제부턴가 이 화장의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전통적인 장례 절차는 ‘3일장’이다. 이 기간 내에 장례를 마치는 게 점점 빠듯해진다. 경기도민의 3일 차 화장률이라는 게 있다. 2021년 88.1%, 2022년 73.3%, 2023년 71.5%다.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다. 장례가 몰리는 시기에 사정은 더하다. 이를테면 2023년 12월의 3일 차 화장률이 46.8%였다. 절반 넘는 망인이 화장장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 간단한 이유다. 화장장이 부족하다. 경기도의 한 해 평균 사망자는 7만5천명이다. 현재 종합화장시설은 네 곳에만 있다. 수원, 성남, 용인, 화성이다. 서울 이북, 경기 북부에는 한 곳도 없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원정 화장을 해야 할 형편이다. 하다 하다 장례에서까지 차별을 받는가. 그렇게 볼 건 아니고, 관건은 화장장이다. 인접 시·군끼리 설립·사용하는 화장장을 만들면 된다. 화성(함백산추모공원)도 7개 시·군이 함께 만들었다. 북부 7개 시·군의 광역화장장이 양주에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멈춰섰다.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도청에 ‘장사시설 백지화’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남부에서도 그렇다. 용인에 봉안시설이 추진되다가 무산됐다. 경기도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 평택, 안성 등에서의 장사 시설 추진도 힘겹다. 다 주민 반대 때문이다. ‘화장장 오면 집값 떨어진다’며 결사 반대다. 전문가들은 장사시설에 대한 ‘계몽’을 말한다. ‘설명해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씨도 안 먹힐 소리다. 그렇게 풀어냈던 예도 없다. 관건은 입지다. 그리고 그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행정기관이 ‘찍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힘겹더라도 주민과 소통하며 찾아가야 한다. 때마침 화장장 부지를 확정한 이천시립화장장이 그랬다. 2019년 ‘부발읍 수정리’를 찍어 추진했다. 인근 여주 주민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2024년 ‘구시리 화장시설’을 추진했다. 이 역시 주민 반대로 백지화됐다. 마침내 ‘호법면 단천리’로 확정했다. 이제 이천시가 자랑한다. ‘전국 최초 주민 제안 방식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공무(公務)임을 잘 안다. 인내가 필요한 지난한 사업이다. 말로 다 못할 어려움도 있다. 그렇더라도 ‘원정 화장’을 보고 있을 순 없다. 생애 주기의 마지막 복지다. 처음부터 주민들과 같이 추진하길 권한다. 그런 화장장 추진이 대체로 성공했다.

[사설] 인천 어촌마을 ‘소멸’ 경고등... 바라만 볼 일 아니다

인천 어촌마을들에 소멸 위기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한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이 1차 원인이다. 수산자원 감소와 불편한 생활환경 등으로 청년 유입은 쉽지 않다. 인천 어업 가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 더 10년이 흐르면 어촌 소멸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어촌마을은 수산업을 영위하는 곳만이 아니다. 우리 국토를 지탱하는 여러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먼저 경기일보가 돌아본 인천 어촌마을의 실상을 보자. 옹진군 덕적면 북1리 마을은 과거 덕적도의 대표 어촌이었다. 1960년대에는 널찍한 선주 집에 선원들이 모여 사는 등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어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마을엔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이 단 1명도 남지 않았다. 물고기가 잘 안 잡히고 일도 힘들어 들어오는 사람은 없이 마을이 비어 가는 것이다. 어민들이 떠나자 마을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마을 부자였던 한 선주의 2층 주택도 무너져 내린 채 풀로 뒤덮여 있다. 마을 번화가의 옷 가게와 여관도 문을 닫았다. 어민들이 소금기를 씻어내던 대중목욕탕도, 바닷가의 어망 제조공장도 사라진 지 오래다. 마을을 지탱하던 이런 어촌 시스템의 붕괴가 지역 소멸로 이어질까 걱정한다. 남은 주민들도 하나둘 돌아가시거나 요양병원으로 떠난다. 인천의 어업가구(어가·漁家)가 최근 10년 사이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 2014년 인천의 어가 인구는 6천138명이었다. 그러나 2024년엔 2천943명이었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300명 이상씩 줄어든 셈이다. 어가는 판매할 목적으로 1개월 이상 어선어업이나 마을어업, 양식어업을 직접 경영한 가구를 말한다. 현지 어업 종사자들은 힘든 어로 노동과 불편한 생활환경 등으로 어민들이 떠난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메워 줄 청년층이나 신규 어민 유입은 없다. 어촌 소멸로 가는 것이다. 인천 강화도 한 어촌계장의 푸념이 현실을 말해 준다. “고된 바닷일을 견디거나 슈퍼 하나 없는 어촌 생활을 버텨낼 청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세대가 늙어 가버리면 어촌마을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천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부산 지역 어업 종사 가구원이 1천911명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5%나 줄었다고 한다. 연안 어업 어선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조업이 어려운 요즘이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인가. 그러나 어촌 소멸은 바라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수산업을 떠나 지역 소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어업 지원 정책을 손 봐야 할 때다.

[지지대]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李정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60%에 육박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 업체가 발표한 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조사 결과, 긍정 평가는 59.7%, 부정 평가는 33.6%, 잘모름 응답은 6.8%였다. 이번 조사 결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긍정 평가가 이전 조사보다 높아졌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전 지역에서 50% 이상의 긍정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산뜻한 출발을 보인 이재명 정부가 최근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강력한 대출 규제’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발표한 이번 방안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수도권·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이 이전과는 다르다. 규제의 강도가 강한 것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강력한 행정 실행 이미지가 국민들로 하여금 ‘이번에는 진짜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대통령실은 일단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금융위에서 나온 대책으로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이재명 정부의 몫이다. 이미 집의 목적이 ‘거주’가 아닌 ‘재산’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주택 가격은 떨어져야 하지만 ‘내 집’ 가격은 올라야 한다는 국민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