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수원 111CM '특색 : 타인의 영역' 展

세상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색이 있다. 우리는 다양한 색을 일상에서 마주한다. 같은 색이어도 누가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색의 표현이 달라진다. 형형색색 봄꽃이 만개한 오늘날 지금 여기 ‘색의 특성’으로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 12일 수원 111CM에서 포문을 연 <특색 : 타인의 영역>이다. 오는 6월19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김원화·김양희·조윤진·싸비노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해 영상, 조각, 회화 등 총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색 : 타인의 영역> 관람 포인트는 색의 특색이다. 작가들은 색을 통해 어떠한 대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형태와 성질과는 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전시는 관람객의 시각적 자극에서 오는 감성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관람객들은 작품을 통해 색을 본질에 접근하고 색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채도 높은 색으로 표현한 싸비노 작가의 작품이다. 싸비노 작가는 우연히 얻는 색감을 이용해 건물, 카세트테이프, 연필 등 주변이나 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낯익은 대상을 색다른 모습으로 담아냈다. 특히, 그는 파랑-빨강, 주황-검정 등 보색대비가 되는 색을 사용해 사물을 명료화했으며 사물의 형태 역시 각진 부분을 생략해 단순화시켰다. 다양한 물성과 질감은 담은 ‘돌출 회화’를 작업하는 김양희 작가는 우레탄 폼, 물감 등을 이용해 촉각적 경험을 극대화했다. 김양희 작가는 ‘자주빛 숲’, ‘핑크빛 숲 No.3’, ‘푸른 협곡’ 등 작품으로 숲, 바다 등 다양한 자연에 주목했으며 분홍, 자주, 파랑, 노랑 등 비슷한 계역의 색을 조합해 각각의 질감과 색을 구분했다. 관람객들은 각각의 색을 인지하며 시각적인 훈련을 할 수도 있다. 김양희 작가 작품 반대편엔 낯선 세상을 탐색한 김원화 작가의 작품 ‘표류-발견-이야기 레이어드룸’이 펼쳐져 있다. 김원화 작가는 가상공간을 만들어 내 인공지능이 가상공간을 탐색하게 한다. 이어 인공지능이 가상공간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들에 색과 관련한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붙인 소재로 문장을 생성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전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조윤진 작가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조윤진 작가는 열두 가지 테이프를 조합해 수백 가지의 색을 만들고 인물과 동물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냈다. 조 작가의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표정을 담아냈지만 다양한 색이 어우러져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장을 찾은 김미현씨(35)는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표현으로 보는 내내 작품에 빠져들게 됐다"며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작품들을 보며 그동안 가졌던 여러 고정관념도 깨진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원문화재단 111CM 관계자는 “전시는 ‘특색(特色)’이라는 단어로 대상이 갖추고 있는 보통의 것과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관람객들은 작가들의 각기 다른 영역에서 특색 있는 작품과 관람객의 예술적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산문화재단 11월까지 전통음악 등 6회 연속공연

오산문화재단은 <2022 지역문화예술회관 문화가 있는 날> 지원 사업으로 오는 11월까지 오산시 다양한 소극장에서 전통음악공연 3회, 서양음악공연 3회를 진행한다. 이번 지원 사업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선정해 지역의 다양한 공간에서 지역 맞춤형 공연으로 주민에게 문화예술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4월 ‘민요의 유혹’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창작국악 경연대회에서 2019년도 대상을 받은 단체 ‘경로이탈’이 선보인다. 전통예술 민요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해 오는 27일 오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펼친다. 5월 28일 오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창작집단 깍두기의 ‘연희는 방구왕’가 진행된다. 방귀라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전통연희를 작품 속에 적절히 녹여 오감을 만족시키는 종합 연희극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통예술에 대한 친근감과 접근성을 높였다. 세 번째 ‘안해본소리 프로덕션’의 ‘팔도보부상 이야기보따리’는 6월 29일 오산장터커뮤니티센터에서 만난다. 민요와 탈춤, 전자 음악에 곁들여 관객과 호흡하는 작품으로,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재현이나 변주가 아닌 동시대의 창작 작품으로 관객에게 선보인다. 오산문화재단은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많은 오산시민이 다양한 소극장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관람료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공연 예매 및 공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재단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좋은 연극이 좋은 경험되길" 경기도극단 제1회 '어린이 연극축제'

경기도극단이 2022 레퍼토리 시즌을 제1회 ‘어린이 연극축제’로 시작한다. 오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11일 동안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엄마이야기>, <크로키키 브라더스>, <바다쓰기> 등 세 작품을 총 14회 선보인다. 경기도극단이 어린이 연극축제를 선보인데는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로 연극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태숙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은 “요즘 초등학교에서 희곡과 무대에 대해 학습을 시키는 학교가 늘고 있다. 문학이 어떻게 입체성을 가진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경험하는 측면에서도 만화영화에 열광하는 3세, 4세 유아들에게도 무대 공연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면서 “실제로 접한 공연 한 편이 오래오래 생각나는 행복한 기억이 되어 연극에 대한 친밀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극단이 준비한 연극들을 미리 살펴본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해하는 죽음 <엄마이야기> 한스 안데르센의 명작동화 <어머니 이야기(The Story of a Mother)>를 각색한 작품이다. 아들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강한 모정과 죽음의 섭리를 통해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고찰한다. 2017년 (재)종로문화재단 아이들극장 초연 당시 한태숙 연출, 박정자 출연으로 “어린이극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라는 평을 받은 바 있는 수작. 이번 축제에서는 근종천 연출과 경기도극단 배우들이 참여한다. 오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총 5회의 공연이 진행된다. 공연 이후 연극강사와 함께하는 관객 참여 워크숍도 열린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 아이들의 정서와 눈높이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드로잉 서커스 <크로키키 브라더스> 어린이날을 포함해 5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공연한다.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개최된 월드 버스커즈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호주,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선보인 공연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EBS의 어린이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기도 한 2인조 행위예술가 그룹이다. 이들은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통해 재미있는 코미디와 현란한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펼쳐보인다. 기존에 완성된 그림만을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형태로,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바다쓰기> 초등학교 3학년 ‘서우’의 시선으로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무대다. 받아쓰기와 신상 휴대폰, 친구와 학원, 그리고 이웃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 아저씨까지, 일상에서 벌 어질법한 친밀감 넘치는 4가지 에피소드로 ‘한글’과 ‘글쓰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5월 7일~8일까지 총 4회 공연으로 진행된다. 객석의 관객과 함께 받아쓰기를 하며 어린이 관객들의 몰입을 극대화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과도한 디지털 매체 사용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극 중 인물에 투영해 아동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주는 작품이다.

‘담담한 수묵채색으로 담아낸 이국적 풍경’…이한정 작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겹겹의 바위 층,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광야, 너무 빽빽하지도 비어있지도 않은 숲. 까만 먹과 은은한 색으로 조화를 이뤄 그려낸 풍경들이다. 동양적인 기법으로 서양의 광활한 자연을 담아냈지만 이질적이지 않고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익숙함을 느끼게 한다. 20일 서울 마포구 ‘A BUNKER’ 갤러리에서 개인전 <붉은 겹>을 연 이한정 작가(41)는 그가 지나쳤던 자연의 풍경에 대한 기억을 관람객이 편히 즐길 수 있게 작업한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거주했던 그는 요세미티, 세도나, 캘리포니아 등 무수히 많은 풍경들을 카메라와 기억에 담아왔다. 이한정 작가는 “한국과 다른 환경을 어떻게 그릴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내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수묵화로 미국의 광활한 자연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5월8일까지 진행되는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역시 미국 세도나의 풍경을 담아냈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또렷하게 각인된 나무와 바위, 흙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작가는 “붉은 흑과 바위산은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며 “먹으로 바위의 단단함과 견고함, 붉은빛 땅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색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서양의 드넓은 풍경을 그리기 전에는 경기도 곳곳의 자연을 그렸다. 서양만큼 넓고 거대하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더욱 친근감이 드는 곳들이다. 거주지와 가까운 의왕, 어린 시절부터 자주 갔던 이천, 정겨운 할머니 댁에 가다 마주치는 광주와 여주 등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그만의 기법으로 한지를 물들였다. 그래서인지 이 작가의 작품을 보는 이들은 저마다의 기억을 떠올린다. 한국,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곳의 풍경을 그려도 관람객이 익숙한 곳을 연상시킨 다는 것. 그래서 이한정 작가는 작품 명에 자세한 위치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 작가는 “내가 기억하는 자연을 통해 관람객들이 여행 갔던 곳, 어릴 적 자주 갔던 곳 등 저마다 친숙한 곳을 떠올린다”며 “들과 숲, 나무를 보며 관람객이 상상에 빠질 수 있도록 작품명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소에 담긴 말처럼 이한정 작가는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좋은 자연의 모습을 전달하는 것을 꿈꾼다고 했다. <붉은 겹> 전시 이후 5월부터 9월까지 다양한 전시를 통해 바다와 섬, 오름 등의 모습을 전할 예정이다. 이한정 작가는 “조금씩 바뀌는 자연처럼 나 역시 은은하게 변화하면서 나만의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나만의 색을 담은 작품으로 고루하게만 생각했던 동양화의 인식을 바꾸고 자연의 좋은 감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리뷰] 경기도무용단X경기필의 동·서양 콜라보

보통 ‘풍류’라는 말 다음엔 ‘해학’이 오는 편이지만, 이번엔 독특하게 ‘템포’가 왔다. 경기도무용단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경기아트센터에서 선보인 공연 <순수: 더 클래식>에서 우리 고유의 춤과 서양의 클래식 악기를 엮어 각자의 풍류와 템포를 나눈 것. 어쩌면 조금 어색할 것 같은 동·서양의 실험적 조우, 과연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하모니가 울려퍼졌을까. 전통예술 기반 공연 <순수>는 ▲프롤로그(강강술래) ▲순수의 땅(태평무, 한량무, 부채산조) ▲생명의 태동(진도북춤, 장구춤) ▲회한의 시간(신칼대신무, 살풀이, 지전춤) ▲에필로그(학춤) 등 5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약 3년여간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 시대의 엔데믹을 기다리며 ‘순수했던 그때’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품고 있다. 오늘날 미지의 세계를 달리며 분열과 대립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생명력이 넘실거렸던 과거를 그리며 신에게 보답하자는 뜻이 담겼다. <순수>는 경기도무용단이 10종류의 춤사위를 수놓을 때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애절함을 더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두 단체가 손을 맞잡은 건 경기아트센터 설립 이래 이번이 최초다. 고리타분할 것만 같다면 오산이다. 인터미션 없이 2시간여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꽃잎을 겹겹이 싼 것 같은 화려한 의상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소품,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명이 무대를 함께 채운다. 무용수의 몸짓에 시선을 빼앗겨 혹여 오케스트라가 묻히진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사서 하는 걱정’이었다. 100점 만점의 공연을 120점으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하나는 정나라 전 경기필 부지휘자(현 공주시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다. 현재 경기필 지휘자인 마시모 자네티는 해외에 있고, 부지휘자는 공석인 상황에서 <순수>가 걱정된 것도 사실인데 정나라 지휘자의 손짓을 보며 괜한 걱정임을 깨달았다. 특히 피날레 ‘학춤’에서 희망찬 내일을 응원하는 무용단의 마음이 경기필의 뜨거운 열정과 유려한 연주로 표현돼 관객들도 큰 호응을 쏟아냈다. 이 외에도 남성군무 ‘한량무’와 여성군무 ‘장구춤’ 등 숨 가쁘게 장단을 두드리고 이리저리 대형을 이동하며 삶의 태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장면이 여럿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는 비탈리의 샤콘느에 맞춰 ‘살풀이’가 벌어질 땐 서늘하고 슬픈 한(恨)이 보여 <올드보이>나 <마더> 같은 박찬욱 감독의 수많은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늘거리는 명주천 아래로 외로이 춤추는 무용수와 비장하게 울리는 음이 인상적이었다. 경기도무용단이 지난해 선보인 <경합(競合): The Battle>의 경우 지난 15일 OTT 플랫폼 ‘왓챠’에 공개된 바 있다. 오프라인 무대 위 <순수>는 당분간 막을 내리지만, 온라인상 새로운 무대를 찾아 다시금 한국의 정서를 세계 무대 위로 올려보는 건 어떨까.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예술공간 아름, <지구를 지켜라 - I am burning>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전보다 편한 삶을 살고 있지만 지구를 둘러싼 환경 문제는 과거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블록체인을 위한 전력소모,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 등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환경 문제를 외면한다. 여기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있다. 노치욱·신기운·하석준·한승구, 4명의 미디어 작가들이다. 이들은 전시 <지구를 지켜라 - I am burning>을 통해 환경문제를 역설적으로 담아내고 대안책을 제안한다. 오는 24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4명의 작가들이 영상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문제, 대책, 바라는 모습을 담아냈다. 하석준 작가는 디지털로 재매개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를 상징하는 전자쓰레기를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구성했다. 그의 작품 ‘“미래에는 속담이 필요할까요?”라고 그가 말했다’는 그가 겪은 경험,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빠른 시간의 흐름으로 보여준다. 자연 속에서 피아노를 치는 여성, 생활 쓰레기 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전자폐기물 위에 있는 동물 등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해 환경 문제를 인식하게 한다. 노치욱 작가 역시 작품을 통해 환경 문제를 인식하게 한다. 그는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쓰레기를 찍어 모자이크 처리해 하나의 영상으로 이어붙였다. 노 작가는 이를 통해 도시 속에 사는 잿빛과 같은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기운 작가와 한승구 작가는 희망하는 자연의 모습을 연출시켰다. 신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 아늑했던 장면을 vr로 연출,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을 가상의 공간으로 보여주며 망각되고 있는 과거의 자연을 희망한다. 한승구 작가는 요셉보이스의 ‘7천그루 오크나무 프로젝트’를 계승해 도시의 주요 건축물 앞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도시 근대화의 상징 서울역, 전통이 어우러진 수원 화성행궁 등 앞에 나무를 심고 꽃과 풀을 돋아나게 해 공간을 치유하며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의미를 함축했다. 한승구 작가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의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 위해 출발했다”며 “작가마다 보여준 자연과 환경은 다르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경의 문제는 심각해지며 우리 모두가 자연을 지킬 방안을 찾고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같다”고 전했다.

[전시리뷰] 경기도미술관 '지금 이따가 다음에'展

‘수행(修行)’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하루 아침 단숨에 기록하지 않고 매일매일 고된 관찰을 하며 갈고 닦아 만든 작품이라는 설명이었다. 나날이 수행하듯 연마해 최종적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빼곡한 모눈종이의 모습이다. 모눈종이를 칸칸이 채운 색채들은 각각 어떠한 의도와 의미를 담고 있을까. 경기도미술관은 이달 5일부터 8월15일까지 1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청년작가전 <박형진: 지금 이따가 다음에(Other Times Another Time)>을 연다. 앞서 2020년부터 시작된 청년작가전은 경기도미술관의 연간 프로젝트로, 동시대 미술에서 잠재력을 인정받는 경기지역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내용이다. 올해는 박형진 작가가 참여해 직접 경험하고 바라본 주변 풍경의 ‘시간’을 화폭에 남겼다. 여름에는 산뜻하고 따뜻한 개나리 같은 노란색이, 겨울에는 무언가를 회상하듯 조금은 톤다운 된 은행나무의 노란색이 쓰인 식이다. 작가는 제 작업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의 색 변화를 모눈종이에 색점으로 표현했다. 작품 ‘색점’ 연작이 대표적이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달라지는 그 나무의 시시각각 색을 한 칸 한 칸에 그려넣었다. 이 색점은 작가가 경험한 시간의 산물이며 반복된 일상에 숨겨진 자연 본연의 질서다.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과거-현재-미래 순의 선형적 흐름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고 재배치한 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중 ‘은행나무’(2021~2022)와 ‘토끼풀’(2022) 두 시리즈는 경기도미술관의 지원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한 쪽 벽면을 가득 덮은 ‘매듭 없는 동그라미’(2020~2021)다. 전시된 모눈종이 장수만 120장에 달한다. 작가가 2020년 2월부터 1년8개월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모눈종이에 동그라미를 채우고, 격리 해제된 수만큼 다시 지우고, 이를 반복하며 모두의 불안을 가시화한 작품이다. 그 지움의 흔적(지우개 가루)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남겼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은솔 학예연구사는 “박형진 작가의 특징 중 하나는 본인이 관찰한 풍경과 느낌을 직접 조색해 모눈종이 위 시간으로 표현해내는 점”이라며 “같은 나무, 같은 풀이어도 똑같은 종이 위에서 다르게 나타나면서 조형성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동양화 요소를 기반으로 현대적 이슈를 더해 남다른 작품이라 전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디지털 리플릿으로도 즐길 수 있다. 전시실에 부착된 QR코드와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별 해설과 작가 노트 등 콘텐츠를 함께할 수 있다.

‘택견과 탈춤이 만났다’…수원문화재단, <천하무탈 발광놀이> 개최

택견의 신통한 비각술과 풍자와 해학이 있는 탈춤이 만나 가장 역동적인 곡선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수원문화재단 공연장 상주단체 발광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첫 번째 레퍼토리 <무예굿판|천하무탈 발광놀이>다. 오는 30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지난해 공연한 ‘천하무탈 발광놀이’를 무예굿판으로 재해석, 잡귀잡신을 몰아내고 세상 모든 만물의 무탈을 기원하는 택견굿판 연희극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택견, 탈춤, 굿판, 민악 등 전통문화 요소와 완성도 높은 음악, 유려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어떻게 매료시킬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예굿판|천하무탈 발광놀이>는 ‘상생공영’의 철학을 담고 있는 신사적 맨손 무예 택견 판에 초대 받지 않는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택견꾼들은 놀이판에서 잡귀잡신을 몰아내고 인간과의 상생을 위한 놀이판을 그린다. 공연은 ‘천天’, ‘하下’, ‘무無’, ‘탈頉’ 등 총 4마당으로 구성돼 있으며 택견을 중심으로 탈춤과 살풀이 등 다양한 전통의 몸짓으로 채워진다. 굿놀이의 중심 대상은 신과 잡신이지만 인간의 극적 격정과 열망을 건강한 모습으로 반영한다. 우선, ‘천天’에선 흐르는 물과 같은 몸짓과 허공에 흩날리는 살풀이가 어우러진 ‘연단 18수’를 볼 수 있다. 유연한 동작과 흩날리는 흰천은 마치 굿판을 연상시킨다. 두 번째 마당 ‘하下’에선 택견판에 하나 둘 모여든 잡귀잡신들이 구천을 떠돌던 노정기를 읊어댄다. 땅을 지려 밟은 기운으로 손발을 자유롭게 휘젓는 ‘홀새김’을 볼 수 있다. 이어 ‘무無’에선 잡귀들이 판에 모인 사람들에게 대결을 제안하고 귀신과 사람의 힘겨루기가 펼쳐진다. 이때 법칙과 경계가 없는 ‘결련태’와 ‘본때뵈기’ 등을 접할 수 있으며 마지막 마당 ‘탈頉’에선 빛을 내는 세상 모든 만둘의 무탈과 평안을 염원하는 ‘신명풀이’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번 공연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 ‘주니어택견꾼’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7월과 12월엔 색다른 기획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수원문화재단은 관계자는 “이번 공연이 세상의 무탈을 기원하듯 관객들도 공연을 통해 무탈한 한해를 보냈으면 한다”며 “공연장 상주단체는 지난해를 발판 삼아 올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과 콘텐츠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예술인의 세상’…소다미술관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展

가장 순수하고 자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전시가 열렸다. 오는 24일까지 화성 소다미술관에서 진행되는 <PALETTE : 우리가 사는 세상>展이다. 이번 전시는 강선아·김기정·김현우·금채민·이다래·정도운 등 6명의 발달장애예술인이 참여해 예술의 언어로 사람과 세상을 잇는 소통에 대해 말한다. 팔레트 위에서 다양한 색이 모이고 섞이듯 전시를 통해 장애를 떠나 경계와 편견 없는 세상에서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6명의 작가의 소개와 작업과정을 한 번에 보여주는 영상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영상 속 작가들은 ‘살아간다’, ‘모두 다 함으로써 살아가보자’라는 등의 말을 하며 번화가, 작업실 등 자신이 보고 느낀 세상을 보여준다. 영상을 뒤로 한 채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도운 작가의 마커 드로잉 작품 35점이 펼쳐진다. 정도운 작가는 종이 위에 마커로 인물을 그리고 인물을 둘러싼 정보들을 적어 내려간다. 정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인물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작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정도운 작가 작품 옆 강선아 작가의 작품 ‘그림 그리는 강선아’도 작가 자신을 표현한 작품이다. 강선아 작가는 어릴 적부터 빈 벽만 보면 그림을 그렸다. 펜을 장난감 삼아 놀면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기억해 강 작가만의 캐릭터들을 그려낸다. 그가 만든 캐릭터는 그늘도, 미움도, 경계도 혐오도 없다. 재단되지 않은 시선과 수순한 삶의 영역이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김현우 작가의 작품도 눈에 띈다. 김 작가의 작품은 ‘하루를 빼곡히 기록하는 문서’로 설명할 수 있다. 그의 문서 속엔 수학공식, 친구들의 이름, 도형, 음표 등 자신의 좋아하는 것이 담겨 있다. 여기서 선은 변형시키고 색을 더하며 이름을 빼면서 차츰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이렇게 그가 완성한 작품은 경계 없는 세상이 되고 수많은 이들의 꿈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외에도 전시에선 금채민 작가의 낭만적인 감성이 담긴 ‘나의 시’, 밤하늘의 꽃, 나비, 새들을 관찰한 이다래 작가의 ‘밤하늘 아래 춤추는 꽃과 목각인형’, 조용히 흘러가는 세상을 그린 김기정 작가의 ‘Veke 1’ 등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다양한 감각을 동원해 작품을 그린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소다미술관 김소월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모두가 존엄한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됐다”며 “장애,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예술 작품 자체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감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해녀들의 삶과 애환’…오페라인제주 '해녀'

오페라인제주의 창작오페라 <해녀>가 오는 23일 오후 4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 총 감독은 임서영이 맡았으며 소프라노 정유미·강정아·고예진, 바리톤 허철, 테너 신용훈, 해금 모선미 등 제주지역의 출연진들이 출연, 해녀와 제주도의 문화를 알린다. 오페라인제주는 <해녀> 속에 해녀들의 척박했던 삶과 애환, 사랑을 담아냈다. 자식의 학업, 가족의 생계 등 저마다의 이유로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던 해녀들의 고통, 삶의 보람을 보듬어 준다. <해녀>는 제주도 평대리에서 남편을 잃고 아들 ‘현석’과 뱃속에 둘째를 갖은 ‘미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주는 상군해녀 ‘명자’와 ‘정숙’의 도움으로 살아가지만 더 이상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물질에 나선다. 정숙은 미주에게 구독을 더 채우는 방법으로 복대에 더 많은 돌멩이를 넣을 것을 권하고 미주는 아들을 위해 돌멩이를 더 넣는다. 하지만 복대가 해초에 걸리고 미주는 목숨을 잃게 된다.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정숙의 딸 ‘선희’는 제주를 위한 사회운동가로 성장해 제주해녀의 무형문화 지정을 위해 활동한다. 이는 해녀 정신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자신의 어머니 정숙과 죽은 미주를 위한 행동이며 나아가 여성인권을 위한 행보라 확신한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람들의 눈초리, 독설 등 선희에겐 커다란 장벽이다. 이 가운데 명자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 제주 해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특히, 제주도 자연 풍경을 담은 영상과 무대 세트 등으로 공연의 퀄리티를 높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용덕 오페라인제주 이사장은 “오페라인제주는 제주도의 ‘해녀’를 오페라로 꾸준히 제작, 해녀문화를 알리고 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해녀와 제주문화를 알리는 문화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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