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점점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대통령이 올해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OECD(경제협력기구)국가 중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우리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 특히 경제가 성숙기에 있고, 소득 수준도 우리의 두 세 배나 되는 선진국들과 성장률을 견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비교는 우리 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실업률이 훨씬 낮으니까 실업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사상최대인 가계빚 458조원, 사상최악의 서비스업 생산, 서민생활 옥죄는 소비자 물가, 일자리 태부족이라는 유례 없는 공황 속에서 허덕이는 중이다.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한 ‘7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생산이 작년 동기에 비해 1.2% 줄었다. 감소폭이 1999년 이래 최대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올들어 3%대를 이어가던 소비자 물가는 지난 7월 4%대로 뛰어 오른 데 이어 8월엔 4.8%로 급등했고, 생산자 물가도 2, 3월 4%대에서 4월 5.5%, 5월 6.3%, 6월 6.8%, 7월 7.0%로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고용 흡수력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체들의 중국 등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고용 계수가 1999년 38.0으로 처음 40 밑으로 떨어진 뒤 2000년 36.6, 2001년 35.9, 2002년 34.5 등으로 계속 하락 추세다. 올해의 경우도 5% 성장 전망이 현실화 되면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695조6천억원에 달하게 되는데, 올 상반기 평균 취업자 수 2천242만 명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고용 계수는 32.2로 떨어져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체임근로자가 7월말 현재 6만3천여명, 체불임금은 6천143억원에 달하고, 수업료를 못내는 고교생이 2만9천330여명으로 추정되는 등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초비상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OECD의 경제성장률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제를 살리는 가장 시급한 현안은 제쳐두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거론하는 것은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은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각종 경제지표들을 제발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지나친 낙관은 파국을 초래한다.
사설
경기일보
2004-09-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