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안전관리 개선대책에 기대를 건다

정부가 최근 선진국처럼 혈액사업을 대한적십자사에서 완전분리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진즉 그렇게 했어야 옳았다. 혈액사업을 별도 공익법인에서 관리하고 혈액안전을 상시적으로 감시·평가하는 국립혈액원(가칭)을 질병관리본부 내에 설치한다면 앞으로 ‘깨끗한 피’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혈액사업이 1981년 대한적십자사에 위임된 이래 연간 헌혈자가 37만명에서 250만명(1998년)에 달하는 등 양적성장을 이뤘으나 이에 상응한 질적개선이 뒤따르지 못한 면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 해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 잠복기 혈액의 출고로 감염자 4명이 발생하는 등 혈액안전사고가 잇따라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번에 국무총리실 산하 혈액안전관리개선 기획단이 마련한 ‘혈액안전 관리개선 종합대책’은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헌혈의 집을 전국에 확충, 개인헌혈을 70%까지 확대하여 헌혈문화를 바꾸고, 혈소판 성분채혈을 갖춘다. 단체중심 헌혈은 각종 질병 감염 위험자의 사전 배제가 어렵고, 사전문진이 형식적이어서 헌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둘째, 혈액검사 과정에서 오류 점검 체계가 미흡한 점을 감안, 이중삼중의 확인·감시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십자사 및 의료기관 혈액정보를 통합한다. 셋째, 오지·벽지와 응급수술시 혈액공급의 신속성이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혈액체제의 24시간 상시공급체계를 갖추고 전국 모든 지역에 1시간 이내에 공급할 수 있도록 특별운송체계를 마련한다. 또 지금까지 수혈부작용을 원인 제공자인 적십자사가 조사 및 보상기준을 설정했으나 정부가 직접 나선다. 넷째, 비전문가에 의한 업무수행으로 혈액사업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감안, 혈액원장을 의사로 충원하고 혈액사업 독립성 확보를 위해 혈액 사무총장직을 신설, 인사 및 예산권을 부여한다. 다섯째, 질병관리본부 내에 혈액안전감시 부서를 신설하고 혈액관리위원회의 참여대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확대한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혈액관리는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강력한 추진과 예산 배정이다. 혈액안전관리 개선 종합대책이 속히 시행돼 그동안 채혈·수혈과정에서 논란이 야기됐던 혈액사업체계를 대수술하기 바란다.

친북 사이트와 국가보안법

국내 인터넷을 활개치는 친북 사이트가 43개로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12개가 늘어난 덴 연유가 있다. 급격한 좌경화 풍조로 빚어진 남남갈등의 고조는 북에겐 더 할수 없는 이면 공격의 틈새인 것이다. 문제는 이 정권에 있다. 과거지사는 무조건 꼴통 보수의 반통일로 매도한다. 평양정권의 침략으로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영령을 평가절하하고 오늘의 경제기반을 이룩한 지난 업적을 폄훼하기에 바쁘다. 과거를 부정적으로 단절, 자의적 취향의 현대사 덧칠을 일삼고자 한다. 이것이 과연 보수와 진보의 양 수레바퀴로 함께 갈 수 있는 동반자의 관계인 지 심히 고뇌에 찬 힘겨운 고빗길을 가고 있다. 일본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어 단속이 어려운 허점을 노려 기승을 부리는 친북 사이트는 북에서 직영하거나 그 계열에서 다루는 것은 틀림이 없다. 지구상에서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권력의 혈통승계를 미화하고 절대 권력자를 신격화하거나 우상화하는 것은 실로 가관이다. 21세기판 우화(寓話) 아닌 우화(愚話)에 최면된 국내 친북단체가 극성을 부리는 것 또한 그 소이가 이 정권에 있다. 친북 사이트에 오염된 보안사범이 늘고 있는 건 무척 우려스런 현상이다. 북의 사이버 혁명투쟁을 조장하는 선전선동은 갈수록 더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기는 더 할 수 없는 호기로 저들의 오랜 숙원인 혁명전략의 일환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가 되기는 커녕 시대역행도 유분수인 북의 사이버 선전선동과 함께하는 동조세력이 누구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족자주와 민족공조의 개념이 지구상의 고립과 폐쇄사회로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선(共同善)이 배제되는 수령론의 유일선(唯一善)이 민족자주와 민족공조의 해답은 될 수 없다. 남에선 털끝만 다쳐도 인권을 말하는 위인들이 북의 정치적 탄압에 사람임을 부인하는 인권 유린엔 입을 다물고, 남쪽의 빈부에는 투쟁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북의 기아 탈북사태엔 일언반구도 않는 것이 민족자주와 민족공조인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래도 나라 안보의 보루인 국가보안법을 무슨 흉물 대하듯이 도살하여 북의 사이버 전략에 개방할 것인 지 묻는다.

목요칼럼/다음에는 또 뭔가?

세상이 다 아는 친북단체다. 재판을 못받겠다고 버틴다.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기를 선언했으니 그런 법으로는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백두산 전설집’이 떴다. 수령님이 백두산을 근거로 항일투쟁을 할 당시 장군께서 백두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폐기하여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는 말이 나온지 사흘이 멀다하고 이런 일이 생겼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는 더 괴상한 일이 생길 지 모른다. 공산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기가 심히 어렵다. 이 경우엔 틀림없이 양심의 자유를 팔 것이다. 양심의 자유는 곧 사상의 자유라고 주장할 게 뻔하다. 그러나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건 틀림이 없지만 이에앞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영토의 주권을 해치는 양심의 자유는 자유로서의 존립이 불가능하다. 국가보안법을 형법으로 대체 보완한다고 말인즉슨 쉽게 한다. 국가보안법은 특별법이고 형법은 일반법이다. 그 기능이 다르다. 대체 보완의 한계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위헌의 소지가 생긴다. 이래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헌법은 뜯어 고쳐야 한다는 말이 또 안 나올는 지 모르겠다. 법리적으로 볼게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보자고 한다. 법치국가다. ‘국헌을 수호하겠다’고 취임선서를 했다. 법리를 무시하면 국헌 수호의 의무를 저버린다. 역사의 결단이라니 무슨 결단을 해야 한다는 건지 도시 알 수가 없다. 민중은 그 누구에게도 혼자 역사의 결단을 내리라고 위임한 사실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죄 사건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헌법기관이다. 국가조직이다. 시스템을 무시하는 ‘박물관’ 말씀은 듣기에 정말 민망하다. 듣기에 따라선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구성원은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서 누군가는 대법원을 향해 “청산해야 될 수구세력”이라고 힐난했다. 독선이다. 루이 16세는 ‘짐이 국가’라고 했다. 반대의 목소리는 기득권층의 수구세력으로 매도하는 이분법적 시각은 위험한 독선이다. 독재와 독선은 무늬만 다를 뿐이다. 국가보안법이 독재정권에 악용됐던 점을 모를 사람은 없다. 인정한다. 그러나 국가안보에 기여했던 점도 인정해야 한다. 평양정권이 왜 기를 쓰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지를 깊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 이 법이 잘못 쓰였던 일은 수십 년 전의 일이다. 남북교류는 마땅히 활성화 해야 하지만 이쪽은 이쪽 체제가 있고 저쪽은 저쪽 체제가 엄연히 다른 것은 분단 이후 줄곧 지속된 현실이다. 호랑이 담배먹던 옛 일을 가지고 현실을 재단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역에는 저들의 남침으로 한창 나이의 젊은 목숨을 잃은 참으로 수많은 국군 장병이 잠들어 있다. 나라가 이렇게 될 바엔 뭣 때문에 그토록 목숨을 바쳤는가 하고 영령을 분노케 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지근의 한 실세 중진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은 혁명적이다”라고 했다. 실감한다. 혁명적이기 보다는 가히 쿠데타적 시도다. 그러나 개혁의 성과적 실체는 없다. 개혁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좌파 편향의 개혁은 성공할 수 없는 데 있다. 건국의 토양과 민중사회의 뿌리는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정권의 강경파 가운데 나라와 민중을 계급사관과 투쟁론의 낡은 이념에 개혁의 초점을 두는 이가 있다면 크게 각성해야 한다. 정권은 실험 도구가 아니며 민중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이 다음엔 또 뭐가 나올 것인 지 주목하고자 한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원광법사의 어머니

신라24대 진흥왕(眞興王·540-576)때 경상도 안동에 박덕삼(朴德三)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들 경조는 삼대독자로 생후 석달밖에 안 되는 귀여운 아들이었다. 덕삼은 봄철의 바쁜때라 새벽에 들로 나가고 그의 아내는 부엌에서 아침식사 준비에 바빴다. 아침준비가 끝나 경조에게 젖을 먹이려고 안방에 들어가 자고 있는 경조를 안고 나와 부엌에서 보니 어느 틈엔지 죽어서 뻣뻣한 송장이 되어 있었다. 삼대독자 귀한 아들이 별안간 죽어서 송장이 되었으니 참으로 원통한 일이었다. 기가 막힐 지경이었으나 시아버지가 놀랄까봐 아무 소리도 않고 송장된 아기를 들쳐업고 남편의 밥을 함지에 담아 집을 나섰다. 남편이 아침밥을 다 먹은 후 아내는 죽은 애를 남편 앞에 내놓으며 전후사실을 자세히 한 후에야 목을 놓아 울었다. ‘이 불효 막심한 놈아! 아비 어미를 두고 이다지도 빨리 간단말이냐? 아비 어미 보다도 할아버지 앞에 이렇게 가야만 한단 말이냐? 아무리 죽은 놈이라도 이 아비에게 매를 맞고 가거라!’ 하고 뺨을 서너번 때렸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뻣뻣했던 송장이 혈맥이 통하고 체온이 돌며 신통하게도 소생하는 것이 아닌가! 그보다 더 큰 경사가 어디에 있을까? 덕삼의 아내는 과연 현부이며 효부였다. 보통 여인 같으면 아기가 죽은 걸보는 순간 대성통곡을 했을 것이요 눈앞이 캄캄하여 시아버지고 누구고 간에 생각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며 참고 집을 나섰다하더라도 남편 앞에서는 만나자마자 붙잡고 울었을 것이나 남편이 아침밥을 다 먹고 난 후에야 침착하게 발설을 하였으니 그 얼마나 신중한 어머니 인가?  그 훌륭한 어머니의 교훈을 받아 나중에 큰 인물이 되었으니 그가 바로 열두살에 한학에 달통하고 불서까지 공부하여 진흥왕 二七년(566년) 스물네살에 중이 되어 삼십 장년에 불교에 조예 깊은 진평왕(신라 二六대 왕 579-633년)의 왕사(王師)로 이름 높은 원광법사였다. /서일성 경민대학 효실천본부장

제언/조세 저항 지자체가 설득하라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재산세를 내리고 있어 세간에 “재산세는 데모하면 깎아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산세 인상안을 합의했으나 지난 7월부터 재산세를 납부할 시기가 돌아오자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합의를 ‘없었던 일’로 되돌려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강동구와 강남구의 재산세율 인하를 시작으로 중구와 영등포구, 용산구는 이미 내버린 재산세까지 소급해 깎아주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내 25개 구 중 10개 구가 재산세를 최고 30%까지 내려 버렸다. 이같은 재산세 인하 바람은 경기도로 확산돼 성남시에 이어 과천과 부천, 고양시 등도 재산세 인하를 강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낸 재산세를 되돌려주는 것은 불가하다는 방침이지만 소송 말고는 사실상 딱히 막을 방법도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중앙집권제 시절 같으면 지시하나로 못 하게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 정책에 따라 재산세율을 내리지 않는 주민들만 더 비싼 세금을 물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어 조세저항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나타난 상황처럼 항의하고 서명하고 버티면 재산세를 깎아주는 현실은 공평과세라는 조세정의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어 심히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속 끓이며 바라만 봐야 했던 ‘없는 동네’ 서민들은 주로 ‘살만한 동네’사람들의 이런 행태 때문에 가슴에 멍자국만 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동산보유세가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었다. 시가 대비 세금 부담률인 재산세 실효세율이 미국의 평균 1%에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0.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재산세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실효세율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재산세는 앞으로 꾸준히 현실화돼야 한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재산세에 대한 저항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런 행태가 확산되는 것은 잘못된 ‘특권의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싶다. 내야할 세금이 많아지는 것을 좋아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에 걸맞는 세금은 내야한다. 이것이 분배정의나 조세형평이란 대원칙에 부합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조세저항을 지역 특권주의나 공동체적 유대감으로 잘못 인식해 ‘우리’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나 자치단체장들은 조세저항에 대해 물러나기 보다는 대국적인 관점에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도 일부 지역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에 밀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침이 흔들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조용덕 안양시의회의원(본보 독자위원)

교단에서/수업의 전문성과 선생님

‘교직은 전문직이요, 교사는 전문가이다’라는 말은 교육학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마다 나올 정도로 강조되어 왔다. 이 말은 모든 교사가 전문가라는 뜻이라기보다 교사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전문가로서 교사의 진가는 수업에서 잘 나타난다. 수업은 학교 교육의 가장 핵심이 되는 활동이며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학교 교육의 성패가 좌우된다. 또한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여 서로 배우고 가르침으로써 성장하는 교육의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교사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필자는 관리자가 되어서도 교직원들과 교육동료로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조심스런 마음으로 수업 연구를 해 왔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수업의 전문성을 쌓으려면 첫째, 많은 수업을 참관해야 한다.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다른 사람의 수업을 많이 참관하다 보면 사소한 기법에서부터 전문적인 지도 기술, 학습 방법 등을 얻어 낼 수 있다. 다만 초점 없이 참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수업을 참관할 때는 어떤 관점을 갖고 어떤 내용과 방법을 중점적으로 관찰할 것인지를 사전에 충분하게 준비한 다음에 참관하여야 한다. 둘째, 항상 교실을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63㎡ 남짓 되는 교실부터 열어야 전문성의 기틀이 마련된다고 여겨진다. 같이 근무했던 선배 중에 항상 자기 교실을 개방하시던 분이 계셨는데, “나에게 있는 곡식(교직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가져가”라고 말하고는 자신은 또 다른 곡식을 채워 넣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도 ‘나는 항상 빈 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고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교실을 공개했더니,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셋째,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 수업에서의 노하우는 교사들만의 몫이고 또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의무라고 감히 말해 본다. 교생 실습 시절 지도교사의 수업을 지금도 잊지 못할 수업으로 간직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쉽게 싫증을 내는 절약에 관한 수업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많이 해어진 필통으로 수업을 전개하셨는데 모든 어린이가 집중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습생들도 수업에 빠져 들어갔다. 교생시절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수업을 받던 아이들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감히 말해본다. 교사는 수업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업의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전문성과 마찬가지로 수업의 전문성 또한 다양한 이론과 오랜 시간의 경험이 모아질 때 비로소 길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선생님들은 교직생활을 통하여 수업의 전문성을 기르도록 한 걸음 한 걸음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들녘에 가을의 풍성함이 우리를 흐뭇하게 하듯 교사들의 열정과 지속적인 연찬이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넉넉한 수확으로 열매 맺기를 소망한다. /임 용 담 안산 석수초등학교 교장

연호

고구려가 수나라와 당나라의 지방 정권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고구려가 독자적으로 사용한 연호(年號)만 봐도 ‘역사 왜곡’이 드러난다. 연호는 군주 국가에서 어떤 왕의 통치시기를 나타내는 이름이다. 보통 왕이 즉위한 해를 원년이나 1년으로 하여 ‘○○ 몇 년’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된다. 한 명의 왕이 하나의 연호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연호를 바꾸거나 여러 개를 사용키도 했다. 광개토왕비에 따르면 고구려 19대 왕 광개토왕의 연호는 ‘영락(永樂)’이었다. ‘영원히 즐긴다’는 의미이므로 고구려가 영원히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백제도 칠지도라는 칼에 새겨진 글을 보면 태화(泰和)라는 연호를 사용하였다. 이 또한 나라의 커다란 화평을 비는 마음에서 붙인 연호였을 것이다. 신라에서 연호를 사용하였음은 ‘삼국사기’ 등을 통해 확인된다. 6세기 전반 법흥왕 때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하여 7세기 중반 진덕여왕 때까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였다. 연호는 반란을 일으키거나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세력들도 자신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우기도 했다. 신라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다툼에서 밀려난 다음 822년 반란을 일으킨 김헌창이 독자적인 나라이름과 함께 연호를 썼다.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는 2개의 연호를 썼으며 나라 이름을 태봉이라고 고친 다음에는 연호도 고쳐서 다시 2개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조선은 중국의 제후국임을 자처하면서 독자적인 연호를 쓰지 않았다. 수치스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에게 시달리던 고종은 ‘건양’이라는 연호를 일시적으로 사용하다가 1897년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이라고 고치고 황제자리에 오르는 한편 ‘광무’라는 연호를 내세웠다. 대한제국이 중국과 대등한 황제국임을 나라 안팎에 선언한 것이었다. 비록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지만 고종은 나라를 지키려고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다. 조정에 친일파만 적었어도 대한제국은 오늘까지 이어졌을 지 모른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스쿨에 대한 기대와 당부

법조인 양성·선발제도 개선책으로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설치하는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로스쿨 도입을 골자로 마련한 개선안은 곧 전체회의에 상정돼 확정될 전망이다. 오는 2008년부터 학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연간 1천200명을 선발해 입학시킬 예정이다. 이 제도는 영미법 계통에서 발달한 것으로 대륙법 계통에서는 생소한 감이 없진 않다. 그러나 장·단점이 고려된 제도도입에 주저할 이유는 없다. 현행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으로는 시대에 부응하는 법조인 양성이 거의 한계에 부딪힌 건 사실이다.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사회시대까지는 그런대로 별 문제가 없었으나 정보사회 들어서는 법조인 양성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 이 점에 비추어 당부코자 하는 것은 전문 분야별 법조인, 즉 전문법조인 양성을 위한 보완을 강조한다. 정보사회는 분야마다 고도의 전문화가 특성이다. 통신·의료·교통·환경·토목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에 세부적으로는 해당분야의 종사자만큼 전문화될 수는 없겠으나 대별한 분야별로 어느 정도는 상당한 법률식견을 쌓는 전문법조인이 요구된다. 장차는 전문의 면허가 있는 것처럼 법조인도 전공분야의 자격을 지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세상사를 다루는 법조인은 상당 수준의 인격적 교양을 갖춰야 한다. 인간적 정서순화와 달관된 인생관은 올바른 법률적 판단의 기초가 된다. 로스쿨 신입생 선발에서 학부성적 외에 어학능력·적성·사회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한 것은 이에 합치된다고 보아 긍정적이다. 교육부 장관이 로스쿨을 어느 대학에 인가할 것인가는 참으로 중요하다. ‘법학교육위원회’ 심의와 일정요건의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은 입학이 매우 어려운 것이 로스쿨이 지닌 최대 단점이다. 대학을 나오고도 3년을 더 공부해야 하는 로스쿨 과정의 학비가 또 무척 비싸다. 실효성 있는 장학금제도나 학자금 융자제도가 법제화되길 바란다. 비록 로스쿨 도입이 완전한 것은 못되어도 최선을 다해 실시해야 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법조인을 기계로 찍어내듯이 하는 현행 방법은 조만간 끝내야 한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위급한 경제생명부터 살려라

한국경제가 점점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대통령이 올해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OECD(경제협력기구)국가 중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우리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 특히 경제가 성숙기에 있고, 소득 수준도 우리의 두 세 배나 되는 선진국들과 성장률을 견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비교는 우리 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실업률이 훨씬 낮으니까 실업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사상최대인 가계빚 458조원, 사상최악의 서비스업 생산, 서민생활 옥죄는 소비자 물가, 일자리 태부족이라는 유례 없는 공황 속에서 허덕이는 중이다.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한 ‘7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생산이 작년 동기에 비해 1.2% 줄었다. 감소폭이 1999년 이래 최대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올들어 3%대를 이어가던 소비자 물가는 지난 7월 4%대로 뛰어 오른 데 이어 8월엔 4.8%로 급등했고, 생산자 물가도 2, 3월 4%대에서 4월 5.5%, 5월 6.3%, 6월 6.8%, 7월 7.0%로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고용 흡수력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체들의 중국 등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고용 계수가 1999년 38.0으로 처음 40 밑으로 떨어진 뒤 2000년 36.6, 2001년 35.9, 2002년 34.5 등으로 계속 하락 추세다. 올해의 경우도 5% 성장 전망이 현실화 되면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695조6천억원에 달하게 되는데, 올 상반기 평균 취업자 수 2천242만 명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고용 계수는 32.2로 떨어져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체임근로자가 7월말 현재 6만3천여명, 체불임금은 6천143억원에 달하고, 수업료를 못내는 고교생이 2만9천330여명으로 추정되는 등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초비상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OECD의 경제성장률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경제를 살리는 가장 시급한 현안은 제쳐두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거론하는 것은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은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각종 경제지표들을 제발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지나친 낙관은 파국을 초래한다.

기고/DMZ 관광자원 활용에 거는 기대

남북한 교류의 긴장완화와 개성공단 및 개성관광 논의에 힘입어 DMZ와 인접지역의 평화적 이용 및 관광자원 개발과 관련 학술조사, 연구, 포럼, 보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7월 15~16일 이틀간 ‘한반도의 DMZ를 평화와 자연의 성지로’란 주제로 DMZ 평화포럼을 개최하였다. 현재 DMZ내에 있는 진정한 관광상품은 유일하게 ‘판문점’밖에 없지만 그것도 외국인에게는 늘 개방되어 있으면서 내국인들에게는 단체에 한해서 방문의 길이 열려있다. 현재 DMZ의 관광상품은 북한측 남침갱도(땅굴)와 남방한계선 부근의 전망대(관측소)를 통해 북측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고 있고 그밖에 ‘도라산역’ ‘1·21무장공비 침투로’ 방문 등 안보관광에 치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DMZ내에는 많은 역사적 문화유산을 비롯해 생태계 등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DMZ는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 우리의 현실을 대외적으로 대변하여 주는 자원일 뿐 만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이며 다른 나라의 어느 관광자원 보다도 훌륭한 ‘관광자원의 보고’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DMZ와 관련하여 이야기가 나오면 환경 또는 생태계 보존문제 등과 연관지어 관광측면에서 접근하기가 곤혹스런 측면이 강했다. 비무장지대와 인접지역의 관광자원 개발에 대하여 학자들 간에 이견은 물론 정부내에서도 부처간에 개발론과 보존론이 끊임없이 논의돼 왔다. DMZ는 보존이 절대 전제조건이지만 우리의 후손들이 보전을 잘 하고 DMZ자원을 멋지게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관광자원화로 나가야 한다. 풍부한 자원들을 관광자원화 및 상품화하는 데는 많은 제약과 규제가 뒤따르고 있다. 첫째, 비무장지대는 정전협정에 의거 유엔사(주한미군) 및 북한군이 관장하고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양측의 협의 또는 양해가 없으면 활동 자체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둘째, 안보와 관련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민통선까지 군당국의 출입 규제 및 통제하에 있어 개발이 묶여있다. 셋째, 전쟁에 의한 대인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위험성이 많다. 넷째, DMZ의 관광자원화와 관련하여 개발과 보전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통합관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관광자원화에 있어 이러한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음과 같이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다가오는 10월말 유엔군사령부에서 그동안 관장하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경비업무가 한국군에 이양될 예정이다. DMZ의 전구간인 임진강 서쪽에서 동해안 고성지역까지 경비업무가 100% 한국군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엔사의 통제로 인해 출입통제가 매우 까다로웠던 부분에 대하여 우리 군 당국도 ‘열린 국방’과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을 실천하려는 의지로 융통성을 발휘하여 탄력적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국방부를 비롯한 군당국은 비무장지대 일부 또는 남방한계선의 안전지역에 한해서 내국인을 비롯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획기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아울러 관광자원화를 위한 최대의 장애물인 지뢰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방부를 비롯한 통일부, 문화관광부, 환경부 등 정부기관과 지자체 및 관련단체가 (가칭)DMZ관광협의회 등을 구성하여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 관계 기관끼리 개발이익을 우선시하므로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DMZ의 관광자원화 및 상품화는 분단국의 현실을 밑바탕으로 한 안보자원과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생태계 그리고 체험이 접목되는 평화·생태·체험관광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장승재 판문점 & DMZ관광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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