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아카시아의 복수

만일 얼마 남지않은 지구의 허파, 아마존밀림의 나무들이 자신들을 파괴하는 인간종족을 응징하여 독가스를 뿜기 시작한다면. 혹은 그 식물들로 만든 음식이나 그것으로 만든 목재가구 따위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목숨을 앗아 가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실이다. 태고적부터 아프리카의 초식동물들은 풍부한 식물들을 섭취하면서 생태계를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남아프리카의 영양목장에서 아카시아 나무잎을 가장 좋아하는 영양들이 수년 전부터 이유 없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무슨 특별한 약품을 쓴 것도 아니고 사료를 먹인 것도 아닌데 그저 쓰러져 가는 영양들을 보던 과학자들은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어느 날 동물학자들은 영양을 부검하다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수만 년 동안 영양들의 주식으로 알려진 아카시아 잎들이 뱃속에서 하나도 소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농장의 울타리 안에 있는 아카시아가 울타리 밖의 아카시아와는 달리 가지마다, 잎 사이마다 손가락 크기만한 가시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아카시아엔 어느 정도 가시가 다 있지만 제한된 영역사이의 지나친 영양의 개체수 증가로 아카시아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굵고 긴 가시로 무장하게 됐음을 발견했고 초식동물들이 한 나무에서 15분 이상을 뜯지 않는다거나 다른 동물이 뜯던 나무는 입도 안 대는 사실 등을 알아냈다. 잎이 뜯겨지기 시작하여 10분단위로 조사한 결과 그 나무 잎에는 쓴맛을 내는 탄닌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식물들은 스스로의 생명을 보호하며 생태계의 연속성을 유지해왔던 거다. 그런데 대규모 영양농장에선 자연의 계율을 어기고 많은 수의 영양을 울타리에 가두어 제한된 아카시아의 나뭇잎을 뜯게 만들었다. 점점 개체수가 줄기 시작하던 아카시아는 드디어 치사량이상의 탄닌을 잎에 공급하였고 그 독성으로 소화과정이 불가능해진 영양들은 괴질처럼 독성물질에 중독되어 쓰러져 간 것이다. 아직도 식물들의 반란, 아카시아의 복수란 사실이 이상해 보이는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한 것에 대한 생태계의 극히 자연스런 반응일 뿐이다. /김 용 이천환경운동연합상임의장 의사

기고/깨끗한 산 가꾸기에 동참을

숲에는 생명이 들어 있다. 나무와 풀, 온갖 새와 산짐승,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 등이 있으며 이들은 생산자·소비자·분해자로서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며 순환의 고리를 이루어 조화롭게 살아간다. 우리는 숲의 이런 조화로운 관계를 생태계라 부른다. 숲이라고 하는 생태계는 아끼고 가꾸어 주면 우리에게 끊임없이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집 지을 나무와 먹을 것들을 만들어 주지만, 깍아내고 못살게 굴면 몸살을 앓고 끝내는 숲의 기능을 잃어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겨준다. ‘숲이 죽어 쓰러지면 땅은 사막으로 변해간다’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 황하강, 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유역의 찬란했던 문화가 지금은 모두 모래 속에 묻혀 있다. 이렇게 산림을 돌보지 않았던 대가는 문명 발상지까지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오늘 눈앞에 닥쳐 있는 지구의 온난화, 사막화 문제는 산림을 파괴한 결과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산림도 일제의 목재자원 수탈, 광복과 6·25전쟁 등 사회혼란기의 도남벌, 임산연료 채취 등으로 극도로 헐벗었으나 치산녹화와 산지자원화 계획의 추진으로 이제 가는 곳마다 가득한 나무,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숲의 혜택중 임산물 소득 이외의 것을 공익적 기능이라 한다. 우리나라 숲의 공익적 기능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2000년도를 기준으로 무려 50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민총생산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이며, 국민 한사람마다 106만원에 상당하는 혜택을 주는 것으로 농·림·어업 총생산액의 2배에 달하는 것이기도 하니 실로 엄청난 자원인 것이다. 목재와 산나물 약초 등 임산물에서 얻어지는 직접적인 소득 외에 1㏊의 산림에서 연간 44명분의 산소를 공급하는 대기정화기능, 빗물을 머금었다가 서서히 흘려보내는 ‘녹색댐’의 역할, 산사태를 방지하고 산림휴양지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또한 야생동물 등 생태계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의 소중한 숲이 산을 찾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쓰레기가 나뒹굴고 음식물찌꺼기로 더럽혀져 악취가 풍기고 있다. 자기 집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스스로 처리하듯 이 집 밖에서도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 가야 한다. 최근의 피서형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바다와 강 중심으로 쾌적한 휴양공간선호 및 가족중심의 휴양문화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이에따라 산과 계곡을 찾는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 5일 근무제 등에 따라 레저 인구도 더욱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로 쓰레기 투기, 무단취사 행위 등도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우리 도에서는 산을 보다 깨끗하게 가꾸자는 취지에서 사람이 많이 찾는 명산, 계곡 등 115개소 4만4천㏊를 산지정화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지정된 장소외에서는 야영이나 취사행위를 할 수 없으며 위반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해의 경우 56건에 252만원을 부과한 바 있으며 금년에도 피서 성수기인 8월부터 공무원과 유급감시원,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하여 건전한 산행질서가 자율적으로 정착될 때까지 지도해 나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산과의 자매결연을 맺은 447개 기관·단체 4만여명으로 하여금 책임관리구역을 자율적으로 깨끗이 관리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관 주도하의 ‘깨끗한 산 가꾸기’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 스스로 자율적으로 안버리고 자기 쓰레기는 되가져 간다는 의식전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도민 전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산과 계곡을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데 적극 동참해 주기 바란다. /김 덕 영 경기도 농정국장

독자생각은…

현재 우리 농업·농촌은 대내적으로 인구의 감소, 농가부채의 증가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DDA, FTA, 경제블록화 등 세계적인 개방 확대와 경쟁심화로 전체 경제와 농업부문간 성장격차가 확대되고, 농가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등 농업경영의 위험요인이 증가, 농가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농촌관광 및 도시자본유치 등으로 농촌의 기능회복 및 경제를 활성화하고, 생명산업인 농업과 삶의 공간인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자 농업기반공사에서는 ‘삶의질 향상 특별법’에 근거하여 도·농교류 센터를 설치하고 그 일환으로 1사1촌 결연 운동을 추진, 도·농간 이해증진과 상생(WIN-WIN)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김포시에서도 (주)금성정공과 김포시 월곶면 동막마을이 한 마음이 되어 상생의 터를 닦고 지속적인 교류증진을 통한 농업·농촌의 활성화 및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을 위해 상호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하는 농촌사랑 ‘1社1村 결연’을 맺었다. 1사1촌운동을 통해 지금까지의 부분적 교류차원에서 한발 나아가 직거래를 대폭 확대하는 등 교류를 보다 내실화 하여 농산품의 판로가 확대되고 농가소득이 증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김포지역의 1사1촌 결연운동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사1촌 결연을 통해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기업·단체 행사 추진, 기업 임직원·가족의 체류 및 농촌체험, 마을 홍보와 홈페이지 개발·운영 지원과 더불어 마을복지사업 지원,일손돕기등 봉사활동과 상품구매협조, 공익활동 홍보 등 도·농간 상생의 관계유지등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기반공사에서는 1사1촌 결연이 오늘에 그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범국민운동으로 승화되어 상호 교류를 통한 이해 증진으로 도·농간 상생(win-win)의 기반을 구축하고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향후 도·농교류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김포지역이 갖고 있는 다양한 농촌마을의 자연자원과 특성을 찾아 기업체와 교류연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임동은 농업기반공사 김포지사장

문화카페/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하루하루를 길고 지루하게 만들었던 폭염과 태풍의 나날도 어느덧 지났다. 하지만 열대야는 물러간 지 오래인데 아직도 나는 불면의 밤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있다. 중독 된 듯 빠져 나오기 어려운 스포츠의 매력, 올림픽 경기 관람의 재미 때문이다. 나는 운동신경이 발달한 편이 아니다. 학창 시절 몸으로 경쟁하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지금의 직업도 지극히 정적인 것이라 땀을 흘리며 숨차게 달리는 일 따위와는 완전히 무관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처지와 상관없이 나는 항상 스포츠 관람을 좋아했고 스포츠 자체를 즐겨왔다. 작은 분교의 관사에 살면서 군인아저씨들이 벌이는 ‘군대스리가’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인류 최고의 정열적인 스포츠 축구를 즐겼고, 그것이 독재정권의 ‘3S’정책인지 무엇인지 문제의식도 가질 수 없었던 국민학교 때부터 OB베어스의 최고투수 박철순의 부침을 바라보며 퍼즐처럼 집요하면서도 그 속에 숱한 이야기를 가진 야구의 재미를 알았다. 어린 나의 영웅들은 네 번 쓰러져도 다섯 번 일어나는 홍수환과 라면을 좋아한다는 말이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보도로 와전된, 어쨌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달리던 임춘애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기도 하다. 정보통제가 극심하고 욕망의 탈출구가 제한되었던 시절, 우리의 극적이고 자랑스러운 영웅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었다. 그토록 금메달에 목을 걸고 공식적으로 집계하지도 않는 국가순위에 일희일비했던 기억은 차라리 한 편의 코미디였다. 2등은 존재하지도 않고, 그나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패잔병의 모습으로 남의 눈을 피해 입국해야 했던 시절. 그때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전투였기 때문이다. 불행한 근현대사를 가진 아시아 변방의 나라가 유일하게 스스로를 과시하고 선전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반의 진실이 그렇다고 하여 나머지 절반의 진실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들은 분명히 우리에게 감동과 환희를 주었다. 일상의 가난과 피로에 찌들고 비겁함에 주눅들은 우리를 일시에 고양시키는 신비로운 체험을 선사했다. 우리는 그 뻔하게 반복되는 드라마에 기꺼이 감동 받았다. 역경을 이겨낸 불굴의 투지, 각본 없는 휴먼 스토리. 우리와 꼭 닮은 못나고 초라한 얼굴들이 필사적으로 스스로의 틀을 깨고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비로소 생을 긍정했다. 어떻게든 계속 살아내야만 할 이유, 그 거룩한 존재의 의미를 알았다. 의미야 차치하고라도 일단 운동 경기 관람은 즐겁다. 나는 손에 땀을 쥐며 내 맘이 닿는 선수를 응원한다. 오직 맨몸뚱이 하나로 거짓 없이 이 생애와 맞서는 나의 투사를 응원한다. 여실히 아름답고 찬미할만한 육체가 한껏 기예를 펼쳐 보이며 비상한다. 이제는 그놈의 금메달 타령을 듣지 않아도 될 만큼은 세상이 성숙해지고 살만해져서 다행이다. 땀방울을 쏟아낸 선수들 모두를 치하하는 목소리들이 이번 생에서 썩 별 볼일도 없고 성적조차 시원찮은 모두를 격려하는 듯하여 듣기 좋다. 물론 번쩍거리는 금메달을 딴다면 더욱 좋겠지만, 우리의 레이스는 경기가 끝나고 관객이 모두 떠난 후에도 지속된다. 지치지 말고, 쓰러져도 일어서 끝까지 가야 할 일이다. /김 별 아 소설가

북한 미사일기지

북한의 군 개혁 가운데 전술적인 의미가 가장 큰 것은 최근 이루어진 스커드(SCUD) 미사일 전력의 위치변동이다. 인민군 66, 73, 85, 74 포병여단이 보유하고 있던 스커드 미사일 전력 중 상당수가 후방으로 이동 배치된 것이다. 여기에는 지상에 노출돼 있어 미군이 보유한 군사위성으로 판독이 가능한 수십기는 물론 지하갱도에 보관돼 있는 수백 기의 스커드 미사일 또한 이전 배치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미사일 후방 배치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길어졌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속적인 미사일 개량으로 노동1호 미사일의 사거리를 2천500㎞로 늘렸다. 또 대포동2호의 사거리를 4천~6천㎞로, 대포동2호 3단 추진로켓은 1만~1만2천㎞에서 1만5천㎞로 늘렸다. 정상 탄두 사용시 알래스카까지, 소형탄두 장착시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미사일 여단의 위치 변경은 후방에서도 서울 공격을 자신할 수 있을 만큼의 유효 타격거리가 확보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스커드 미사일이 지하 갱도에 보관돼 있음을 감안하면 미사일 재배치는 북한의 군사시설 건설이 전방 뿐 아니라 후방에도 상당 부분 진척되었음을 의미한다. 또 유사시 즉각 스커드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는 관련 시설 및 장비도 이미 후방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김정일은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공식 활동의 60%를 군 관련 행사에 할애하여 왔다. 김정일 체제가 북한 내부에서 그 위치를 굳건히 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남한에선 주한미군 완전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 아직은 시기상조인 주장들이 자꾸 나온다. 북한을 얕잡아 보거나 아니면 너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둘 다 그렇지 않다./임병호 논설위원

좌파 독립운동사와 서훈에 대한 ‘견해’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좌파 독립운동가 문제를 이렇게 본다. 독립운동사가 우파 민족주의 진영 위주로만 기록된 건 인정한다. 좌파 공산주의 인사들도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민족주의 독립운동가들이 김구를 중심으로 상해임시정부와 이승만의 재미한인회 등으로 갈라진 것처럼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 역시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해방후 북의 독립운동가 계열만도 연안파, 소련파, 갑산파, 국내파 등 여러가지다. 이런 공산주의자들의 독립운동도 국내외공산주의 운동과 더불어 제대로 기록돼야 하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도 조명돼야 한다. 아울러 1930년대의 전설적 항일운동가 김일성과 보천보 김일성의 동일인 여부도 가려야 한다. 북은 김일성의 항일투쟁 외에는 중국서 투쟁한 김두봉이나 김무정 등은 독립운동사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점도 시정해야 한다. 남에서는 박헌영을 비롯한 공사주의자들의 독립운동 역시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박헌영은 남로당 당수로서 대한민국 건국을 유혈책동으로 집요하게 방해하였으나 일제 땐 항일운동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안되는 게 있다. 독립운동사는 좌·우를 불문하고 제대로 기록해야 하지만 서훈은 안된다. 건국을 피로 물들인 박헌영 등이나 전쟁을 일으킨 북녘 사람들을 복권시키는 것은 국기를 위협하는 정체성 도전이다. 다만 청와대가 좌파 독립운동자 서훈에 여운형이나 조봉암 등을 염두에 두는 정도라면 이해한다. 여운형 자신은 좌파이기 보단 중간파였다. 그의 행적은 일제 패망 직전 당시 조선총독으로부터 일인보호 조건으로 치안권을 넘겨받은 과오가 더욱 문제지만 서훈을 더 반대할 이유는 없다. 조봉암은 진보주의자며 초대 농림부 장관이다. 서훈하는 데 이의가 없다. 그러나 좌파 인사의 독립운동사를 정리하고 서훈자를 가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만약 청와대가 이분법적으로만 이를 생각한다면 큰 오류다. 제헌국회에서 만든 반민특위가 새로 득세한 친일파 세력의 테러로 깨진 것도 그렇다. 물론 비통한 일이지만 이렇게 된 배경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있다. 시대사는 겉만 보고 흥분해선 안된다. KBS는 북의 ‘적기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북의 노랜줄 모르거나 독립운동가인 줄 알고 방송에 내보냈다고 한다. 좌파 인사의 독립운동사 정리나 서훈 또한 이처럼 뭘 모르고 겉무늬만 보고 해서는 차라리 안하는 것 보다 못한 이유가 이에 있다. 시대사를 통찰할 줄 아는 철저히 검증된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노 대통령의 생각이 이에 못미쳐 혼란과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핵심 못 짚는 ‘대부업법 개정’

사금융의 이자율을 연 66%로 제한하는 ‘대부업법’이 제 구실을 못해 서민들의 피해가 날로 늘고 있는 데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정치권의 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해 답답하다 고금리 등 불법 근절에만 초점을 두고 있을 뿐 정작 중요한 관리·감독 체계 정비와 미약한 처벌규정 등 근본 문제는 짚지 못한다. 현행 ‘대부업법’은 무엇보다 대부업체 관리·감독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법상 관리·감독 주체인 각 시·도의 경우 담당자 단 1명이 수백~수천개 업체를 맡는 상황이 2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은 무리다. 현장 단속이나 검사를 도저히 할 시간이 없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7월 중 사금융피해 신고 접수’ 내용을 보면, 7월에만 306건이 접수돼 이 중 72건이 사법당국에 통보됐다.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접수건수는 45%, 통보건수는 8배 늘었다. 불법 사채율의 평균 이자율도 지난 1월 연 138%에서 지난 달에는 249%까지 올라 갔다. 대부업체의 음성화도 빨라졌다. 지난 6월 말까지 등록업체 1만6천136개 중 4천205개가 문을 닫아 등록취소율이 26.1%나 됐다. 등록업체 4곳 중 1곳 꼴로 ‘양지’에서 ‘음지’로 들어선 셈이다. ‘대부업법’은 월 대부 잔액 5천만원 이하이면서 이용자가 20명을 넘지 않고 광고를 하지 않으면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이런 예외조항은 불법 사채업자의 법 회피수단으로 악용돼 서민 피해를 확산시키는 촉매가 됐다. 그나마 이자율 제한 조항도 내년 10월까지 3년 동안 한시적용토록 했다. 이렇게 사채업자들이 고금리를 점점 높이고 등록업체들마저 위장 폐업하는 판국에 사법권도 없는 단속자 1명이 수천 곳을 담당하는 현행법으로 불법 사채업자 규제는 불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이 ‘사금융 피해유형별 대응 요령’과 사금융피해신고센터(02-3786-8655~8)를 공표했지만, 이와 병행하여 대부업 담당자를 증원하고 경찰과 합동으로 실시하는 수시단속이 더욱 절실하다. 처벌 수위도 최소한 5년(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이는 등 대부업법을 강력하게 고치지 않으면 불법 사채업의 기승을 누를 수 없다.

8월 26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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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중국 탐방기

지난 주 3박4일의 일정으로 백두산과 중국의 연태시를 다녀왔다. 지난 97년 상해 방문 이후 실로 7년만의 방문이다. 요즈음의 중국의 변화 속도를 생각한다면 너무 오랫만의 여행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백두산에 올랐다. 한나라당 의원 20명이 방문해서인지 중국 공안이 연길공항에서부터 그곳을 떠날 때까지 에스코트를 했다. 내심 뿌듯했다. 의원 신분으로는 첫 외국 방문인 나로서는 그들의 호위가 싫지 않았다. 그러나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순간 그러한 나의 생각이 참으로 순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호위의 목적이 아니라 감시의 목적으로 우리를 따라다닌 것이다. 우리가 백두산 천지에서 ‘한민족 통일을 위한 백두산 기원제’라는 현수막을 펼치려하자 그것을 빼앗아 버렸다. 아마도 고구려사 문제와도 맞물려 더 민감하게 감시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천지에 오른 날 날씨가 유난히도 맑아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중국의 강택민도 3번 올랐는데 날씨가 불순해 천지를 한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그렇게 백두산은 멀어져 갔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산동성의 연태라는 도시다. 이미 크고 작은 우리 기업이 천여개가 진출해 있었다. 대우중공업이 대표적 기업이었다. 현지 공장 총책임자는 만약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을 한다면 과연 자신들이 1위를 차지할 수 있겠느냐는 말로서 한국에서의 공장경영의 애로점을 대신했다. 그속에는 높은 임금, 노조파업, 정부의 규제, 공무원의 적극적인 지원 정신 결여 등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기업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영세한 기업일수록 실패 확률은 컸다. 그곳에 진출해 사업적으로 성공한 한 중소 기업인은 나에게 성공시대의 무용담이 아닌 허탈한 마음을 전했다. 50대초반인 그는 “돈 벌면 뭐 합니까? 집에 들어가면 반겨주는 마누라가 있나요, 자식이 있나요, 돈 덜 벌어도 내 조국이 좋지요. 그런데 인건비에 파업에…” 그곳에서 인천까지는 45분. 서울로 들어오는 나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중국은 마치 호기심 많은 10대 소년의 설레임이 넘치는 땅이라면 이 땅은 산전수전 다 꺾은 30대의 무기력증이라 할까. 아직은 더 뛰어야 하는데, 이 나라 산업의 주인공은 2,30대 청년이라야 하는데, 그들의 일터는 중국땅으로 다 가버렸다. /한 선 교 국회의원(용인을)

목요컬럼/‘행복만들기’ 주부의 가사노동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돈으로 치면 월 198만원이라고 한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조사다. 대졸 주부의 ‘기회비용’이 이렇다는 것이다. ‘기회비용’이란 신문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노동시장의 참여, 즉 돈벌러 나서면 벌 수 있는 잠재적 소득을 가사노동에 쏟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기회비용’이라는 것이다. 고졸 주부의 ‘기회비용’은 90만8천원으로 잡혔다. 말인즉슨 그렇다는 것이지 꼭 이런 것 만은 아니다. 고졸 여성이 더 벌 수 있고 고등학교를 안나왔어도 더 버는 여성이 많다. 전업주부에 학력을 따지는 것은 맘에 안든다. 가사노동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참으로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처음으로 평가된 점에선 관심을 가질만 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전업주부의 노동가치가 통계청이 조사한 ‘국민생활보고서’를 토대로 했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전업주부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을 평균 6시간35분으로 산출했다. 쉽게 말해서 살림사는 것이 가사노동이다. 가족들 음식마련, 빨래 등 옷 관리, 청소, 집안살림 경영, 자녀 키우기, 남편 돌보기 등이 이에 속한다. 더 세분하면 이밖에도 많다. 많은 남편들은 아내더러 “집에서 살림이나 산 주제에…” 어떻다면서 나가서 돈버는 것을 큰 위세로 친다. 폭언이다. 그래도 남편이 나가서 돈 잘 벌도록 기를 살리느라 꾹 참는 주부들이 많겠지만 할 소리가 못된다. 상당수의 남성들은 돈 벌기위해 이런꼴 저런꼴 보며 신경쓰는 것을 아내에게 무슨 벼슬처럼 행세한다. 아내가 집안 살림 꾸리며 이런일 저런일 겪는 것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다. 살림 사는 것쯤은 집에서 놀며 틈틈이 하는 것으로 여기는 건 착각이다. 부부가 함께 살며 이룬 재산의 소유권은 반반으로 보아야 한다는 민법 개정안이 여야 여성 국회의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협의이혼을 할 경우 판사 마음에 따라 20%나 30%쯤 인심쓰듯이 떼어주곤 한 관행을 50% 대 50%로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남성들은 이혼후의 뒷바라지가 겁이나 이혼을 잘 못하는 지경이다. 이혼한 아내가 자녀를 키우면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는 물론이고 재혼을 안하면 법원이 정한 전처의 생활비까지 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혼 당시 위자료를 주고도 이런 추가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를 하필이면 좋지않은 이혼시 재산의 반반으로 규정하는 것은 극단적 사례이긴 하여도 일상의 가치기준으로 삼을 수는 있다. 더 나아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전업주부를 하면서도 가계소득을 올리는 여성들이 날로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주부 역시 전업주부 일을 많이 한다. 이렇게 나가다 보면 재산의 반반이 아니라 여성쪽의 재산이 오히려 더 많아질 수가 있다. 앞으로의 사회는 이런 시대가 온다. 부부관계 설정에 꼭 이같은 재산가치 분할의 개념이 아니어도 집안살림을 도맡는 주부의 숨은 노력은 실로 위대하다. 아이들 키우는 것 한가지만으로도 남편은 남모르는 아내의 무한한 모성애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부성애는 모성애의 절반도 당하지 못하는 유전학적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전업주부(主婦)가 아닌 전업주부(主夫)가 있어 남편이 아내 대신에 집안살림을 맡고 있는 집이 적지않다고 한다. 아마 잘은 몰라도 나가서 돈 버는 것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버는 경우가 많아도, 집안살림을 여성보다 남성이 더 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럴 일이 좀 있어 청소며 설거지를 한달동안 해봤더니 청소하기가 귀찮아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고 설거지 그릇 나는 게 겁나 먹고싶어도 참곤 한 적이 있었다. 세상 남편들은 집안에서 궂은 일 도맡으며 안식을 안겨주는 아내의 행복만들기 가사노동이 얼마나 고마운 가를 알아야 한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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