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덧셈하는 살가운 세상

가평군 가평읍 개곡리. 서울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지나면 만나는 곳이다. 이곳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강원도 춘천시 서면 안보리. 같은 경기도땅인데 이곳에만 오면 벌써 주민들의 억양이 다르다. 말끝이 “이랬더래요”나 “저랬드래요”로 살짝 올라 간다. 산세도 틀리다. 그래도 이들은 엄연히 경기도 깍쟁이들이다.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 앞으로 흐르는 강은 두 줄기다. 한 줄기는 충북 단양에서 발원된 달래강이고 또 한 줄기는 강원도 원주시 호저에서 흘러 나오는 섬강이다. 달래강은 삼국시대 온양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이고 섬강은 송강 정철선생의 관동별곡 무대이기도 하다. 이곳에 오면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도 세 군데가 합친다는 의미에서 ‘삼합리’(三合里)다. 삼합리 사람들의 말투는 복잡하다. 어떤 경우는 충청도 억양처럼 말투가 느리고 가끔씩 말끝이 살짝 올라 가기도 한다. 이곳으로 불어 오는 바람도 특이하다. 단양쪽에서 뒷짐을 지고 느릿느릿 팔자 걸음으로 불어 오다 삼합리 앞에서 갑자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속도가 빨라진다. 물론 우스개 얘기지만 정서가 틀린만큼 풍광도 다르다는 뜻일듯 싶다. 다리를 건너 강원도 땅으로 들어 가면 만나는 면소재지(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거리 풍경도 그래서인지 낯설다. 꼭 이국에 온 느낌이다. 중요한 건 행정지역도 다르고 풍습도 차이가 나지만 이들 접경지역 주민들은 예로부터 이웃사촌으로 더불어 살아 왔다. 비록 서류 한장 떼기 위해 가야 하는 면사무소가 틀리긴 하지만 마을간 어렵거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흉금을 툭 털고 머리를 맞댄다. 요즘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주민들과 용인시 죽전지구 주민들의 길싸움을 보면 자꾸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길 하나를 놓고 주판알을 튀겨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같은 경기도 사람들끼리인데도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법정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사실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위치했으면서도 지역 정서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곳들이 바로 분당 같은 신도시들이다. 일산·평촌·산본 등이 그렇다. 하긴 상당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고 잠만 경기도에서 자는 베드 타운이니 정이 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정부의 주택정책중 가장 실패한 경우가 바로 신도시란 지적도 이런 의미에서 귀 담아 들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연천군과 철원군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광역쓰레기 소각장 설치문제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엄연히 행정지역, 그것도 광역행정단위까지 틀린만큼 정서도 색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서울까지 올라가 시위를 벌인 대목은 영 석연찮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나 피해, 희생까지 감수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아니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 그렇다고 손톱만큼의 이득을 챙기려고 그동안 살갑게 살아 온 이웃들에게 얼굴을 붉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이웃끼리 아옹다옹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불어 살기에도 힘겨운 세상인데 말이다. 아주 조금씩이겠지만 이웃끼리 뺄셈이나 나눗셈이 아니라 살갑게 덧셈을 하며 살자. 그렇게 살아도 힘겨운 게 요즘 세상살이다.

천자춘추/노블리스 오블리제

초기 로마시대, 포에니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나자 로마의 귀족들은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납부하고 평민들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모범을 보였다. 여기서 유래된 것이 사회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다. 현대 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행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부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해야할 병역의 의무, 납세의 의무 등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그가 속한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일반인들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면 고위층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깊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계층간의 분열을 야기한다.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의 경우,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고위층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실제로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서는 영국의 고위층 자제가 다니던 이튼칼리지출신 중 2천여명이 전사했고, 포클랜드전쟁 때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차남 앤드류 왕자가 전투헬기 조종사로 참전하였다. 6·25전쟁 때에도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도 육군소령으로 참전했다. 우리나라도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선생, 경주 최 부자집 등 사회적 기부를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행한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병무청에서는 지속적인 제도개혁과 전산화로 부정이 개입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투명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고위층, 연예인, 프로 체육인 등 청소년의 병역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여 고위 공직자의 병역사항 공개범위를 확대하고 사회관심 병역의무자를 중점관리하기 위한 법률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마치고 국회상정을 준비하고 있다. 병역사항 공개대상을 1급이상 공직자에서 4급이상의 일반직 공무원, 법관, 검사 등까지 확대하고 병역사항을 인터넷에도 게시하여 국민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제도와 법규를 만드는 것보다 사회고위층의 높은 도덕성과 솔선수범이 더욱 중요하다. /임낙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

기고/시민감사관의 역할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한 도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수원시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민감사관제’를 운영, 주목을 받고 있다. 시는 행정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오류나 착오, 부조리 등을 사정기관보다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자율감시로 사전에 시정하거나 차단해 투명한 행정운영을 제고시킬 목적으로 시민감사관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본인은 지난 7월 26일 전문위원 기술분야중 환경분야 시민감사관으로 위촉됐다. 첫번째 감사활동으로 지난 8월 25일부터 3일동안 수원시 감사담당관실 권혁식 기술감사담당을 비롯한 반원들과 함께 수원하수종말처리장 증설(2단계)공사와 여기산 공원조성공사 현장 등에 대한 일상감사를 벌였다. 우선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 6만4천여평의 부지에 진행중인 30만t/일 처리능력의 수원시 하수종말처리장 증설공사장을 방문, 감리단장으로부터 간략한 사업현황을 소개받은 뒤 감사를 시작했다. 도시하천의 수질개선과 맑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증설하는 하수종말처리시설은 본공정 및 혐오시설인 하수처리시설을 완전 지하화한 뒤 상부복개 및 유효부지에 골프장연습장과 퍼블릭 골프장 등을 건설, 현재 약 95%의 공정이 진행된 상태였다. 잔여 체육시설에 대한 마무리 공정인 관계로 전문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감사활동을 할 수는 없었던 게 아쉬웠다. 이어 수원시 장안구 구운동에 조성되고 있는 ‘여기산 공원 조성공사’ 현장을 방문, 감사에 착수했다. 축구장과 배드민턴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각종 체육시설과 산책로 등 공원조성공사가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중이었다. 시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여기산 동편에 시조인 백로서식지가 존재, 백로의 생활환경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체육시설에 야간 조명설치를 자제했다는 설명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공원을 조성하면서까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에서 수원시의 밝은 앞날이 보이는듯 했다. 하지만 현장사무실에 준공일정을 확실히 이행하기위한 공사공정표 및 공정상황 현황판이 미부착된 것은 ‘옥에 티’였다. 우천시 폐기물에 의한 폐수 발생 및 악취발생 방지 등 주변 환경청결을 위해 폐기물은 발생 즉시 폐기물처리업자에게 위탁처리 할 것을 현장 소장에게 주문하고 이날의 감사활동을 마쳤다. 시민감사관 제도는 감사를 위한 감사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동안 공직사회가 쌓아온 행정력에다 본인과 같은 전문가의 전문적인 학문과 기술, 경험 등이 어울려 현안사업 등을 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 친환경적으로 진행되도록 사전에 자율적으로 감사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날 비록 짧은 하루동안의 감사활동이었지만 보다 자율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Happy Suwon’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기대가 그 만큼 크다 하겠다. 첫 시민감사관으로 위촉된 본인으로서도 뿌듯한 하루였다. /최원덕 수원시 시민감시관

9월 3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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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의 행복한 세상/작은 행복

어느 인터넷 카페에 이런 글이 올려져 있었다. “어젯밤은 잘 잤다. 나의 불행도 잠이 들었으니까. 아마도 불행은 침대 밑 깔개 위에서 웅크리고 밤을 지낸 것 같다. 나는 그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래서 잠시 동안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보았다. 나는 세상의 첫 아침을 향하여 눈을 뜬 최초의 인간이었다.”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중에서- 그리고 그 밑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인생은 행복과 불행의 싸움입니다. 그 싸움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시작됩니다. 불행이 미처 깨어나기 전에, 그 불행을 밀어내고 행복하게 눈을 뜨면, 그 날은 하루종일 행복으로 가득한 새로운 첫날이 됩니다.” 그렇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크고 먼데 있는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자잘한 일상속에 깃들어져 있다. 나에게 있어서 음악은 그런 작은 행복에 눈뜨게 하는 천사와도 같다. 요즈음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듣는 음악이 있다. 가브리엘 포레의 ‘무언가’이다. 꿈결을 그대로 지닌 채 아침의 싱그러움과 만나게 해 주는 그의 피아노 곡은 하루를 행복하게 열어준다. 백건우의 부드럽고 우아하면서도 단아한 연주는 듣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어루만지며 그 안에 행복의 샘 하나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포레는 “예술 특히 음악은 가능한 실재 그 너머로 멀리 우리를 데리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표현대로 황홀한 피아노의 살랑거림을 통해 마법의 아름다운 세계로, 평온한 안식처로 듣는 이를 인도한다. 특히 그의 음악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추상적인 미학공간이 되는 것은 자연과 시 세계에 대한 그의 애절한 그리움과 깊은 애착이 그대로 그의 음악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포레의 음악으로 아침의 행복을 열어간다면 저녁의 행복은 ‘세상의 모든 음악’으로 마무리 한다. 이 앨범은 매일 저녁 6시 KBS 제1FM에서 방송되는 음악을 선별해서 만들었다. 이 음악들은 ‘환한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음악이 아니라 노을에 물들어가는 세상을 보여주는 서쪽의 음악이요, 우리가 모르는 지구촌 곳곳에서 자신들의 선율을 고르고 가꾸면서 꽃을 피워 낸 사람들의 음악이며, 장르의 벽을 허물고 사람들 마음의 빈터와 경계에 바짝 다가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음악’이다. 지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보는 듯한 이 음악들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일랜드적 한과 아름다움을 한껏 드러내는 나이트 노이즈의 ‘트롤리의 장미’, 카리브해와 에게해의 정서를 물씬 풍기는 해리 벨라폰테와 나나무스쿠리의 노래 ‘당신이 갈증을 느낀다면’, 영혼을 헹구는 맑은 목소리 성 필립스 소년합창단의 ‘어찌 노래하지 않으리요’, 마사추구 시노자키의 ‘나의 아들’, 안나 게르만이 부르는 러시아 로망스 ‘쇼팽에게 보내는 편지’, 회교의 신비주의 학자이자 시인인 잘랄루딘 루미의 시를 노래하는 노아의 ‘바다’…… 주옥 같은 곡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이 음악들은 홀로 듣는 것도 좋지만 저녁시간 정 깊은 친구들을 불러서 촛불을 은은하게 밝히고 그윽하게 녹차를 마시며 듣는다면 더불어 행복해지리라. / 수원등불교회 목사

북한 ‘39호실’

북한산 마약은 일본, 한국, 중국 등지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다. 특히 일본에서 소비되는 마약류 중 ‘최음제(메탐폐타민)’의 40% 가량이 북한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지난 3년간 총 3천300㎏의 최음제가 입수됐는데 이 중 34% 정도가 북한산이었다. 2001년 일본 해상보안청의 추격을 받고 침몰한 선박은 필로폰 150㎏을 싣고 일본으로 향하던 북한의 마약 운반선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북한은 또 1970년대 중반부터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를 국가정책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보고서는 북한이 지난 1~2년간 마약수출로 연간 5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총수출액인 7억달러(2000년기준)의 70%에 이르는 수준으로 북한이 거대한 마약거래범죄집단이라는 사실을 드러낸 셈이다. 1976년 이후 북한이 관여하다 드러난 마약밀매사건은 최소 50여건에 이르며 여기에는 북한 외교관들이 관련돼 있었다. 사건은 세계 20여개 국가에 걸쳐 발생했다. 최근 드러난 사건으로는 작년 4월 북한소속 봉수호가 1억1천6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 125㎏을 호주에 선적하려다 호주당국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직속 기관인 ‘39호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마약거래를 통한 외화벌이를 책임진다. 39호실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해외 외교적 업무를 위한 경비, 정보관리, 군사장비 구입,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경비 등으로 사용된다. 주목할 것은 미국정부가 북한의 마약밀매문제를 거론할 때 북한의 ‘국가적차원(State Sponsor)의 정책’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삼가고 있는 점이다. 마약문제가 북한의 정권차원의 문제가 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데다 핵문제 등 더욱 심각한 문제에 대처할 여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경제적 수익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정일의 배짱이 대단(?)하기는 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시중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없는 사람 돈으로 있는 사람 배 불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도덕적해이가 도를 넘어섰다. 시중은행들이 소액예금에 대해 이자를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이를 통해 벌어 들인 연간 수백억원의 이자 수익을 고객예금자에 대한 각종 수수료 감면과 직원의 복리 후생 등에 사용한다면 비난에서 그칠 사안이 아니다. 조흥은행의 경우 지난 달 8일부터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등 수시입출식 예금에 대해 ‘무이자 통장’ 기준을 강화, 월평균 잔액이 50만원 미만일 경우 이자를 주지 않기로 했다. 직전까지는 평균잔액이 10만원 미만의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등에 대해 무이자제도를 이미 시행했다. 제일은행은 수시입출금 예금의 평잔이 5천만원 미만의 경우 연 0.1%, 5천만원 이상은 0.2%의 이자를 주지만, 월 평잔이 10만원 미만일 경우 오히려 매월 2천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한다. 소액예금에 대해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수수료를 매겨 은행에 수익보다 비용을 안기는 고객에게는 그만큼 책임을 묻겠다는 셈이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이자를 주지 않거나 연 0.1~0.5%의 초저금리를 적용하는 개인예금은 지난 7월말 현재 75조114억원으로 전체 예금 428조4천558억원의 17.5%에 달한다. 문제는 절감된 이자비용이 소액예금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보다는 고액 예금자의 각종 수수료 면제와 은행 직원들의 복리 후생 등에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시중은행들은 고액 예금자 등을 주거래 고객으로 분류, 송금 및 수표발행 수수료는 물론 카드 연회비와 카드론 취급수수료 등을 면제하고 있다. 또 은행권 노사는 최근 서울의 은행 밀집 지역과 거주지역에 30억원을 들여 150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 2 곳을 연내에 설치, 운영하고 향후 서울지역 25 곳과 전국 시·도 16 곳에 모두 41 곳의 보육시설을 확충키로 협의하는 등 직원들의 복리 후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관리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 은행이 적자를 보면서 파는 상품”이라는 은행의 해명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공익 금융기관임을 잊고 돈만 벌면 된다는 비정의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은행도 문제지만, 이런 일들을 수수방관하며 뒷짐지고 있는 정부가 너무 무능하다.

‘평택특별법’ 공청회에 당부한다

공청회는 듣기좋은 소리만 듣기위해 참석하는 자리가 아니다. 반대하거나 듣기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개진하기 위함이다. 무작정 들을 필요조차 없다고 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평택지역 등 지원등에 관한 특별법’의 정부안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군항공기 소음에 대한 피해대책이 결여됐다는 주민들 주장엔 이유가 있다. 우리가 보기엔 이만이 아니다. 특별법안은 지주들에 대한 처우, 현안사업 지원, 배후도시 건설 등을 비롯해 현안이 비교적 다양하게 망라되긴 했으나 깊이가 없다. 특히 가장 예민한 부지매입 등 분야는 극히 원론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법안은 이런 저런 각론 부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며 추후과제로 넘겨 놨으나 이렇게 해선 설득력이 약하다. 지주와 지역사회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총론이 아니고 각론이다. 그렇다고 모법이 정해지 지 않은 각론의 대통령령을 미리 예견할 수도 없으므로 모법이 되는 특별법부터 좀 더 구체적인 입법안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할 사항은 그러고도 허다하다. 유일한 생업수단인 땅을 내놔야하거나 보금자리인 집을 내놔야하고, 심지어는 집도 땅도 내놔 이웃끼리 흩어지기도 해야 하는 지주들의 입장과 심정을 모법에서부터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처지가 딱해도 공청회는 들어야 하고 듣는 자리에서 이런 저런 불만을 개진하여 관철되도록 하는 것이 일의 선후다. 공청회가 무산되거나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이 점에서 유감이다. 우리가 경계하는 것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다. 예를들어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정치색 침투의 이전 반대는 교란책동일 뿐 이전대책의 이견과는 완전히 별개다. 미군 용산기지 평택이전은 한·미간에 이미 약속된 국가안보의 국책사업이다. 부동의 국책사업이긴 하나 만에 하나라도 땅을 강제수용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선 안된다. 어디까지나 충분한 보상 조건의 원만한 협의하에 정부가 매입하여야 한다. 아울러 지주들 또한 고함을 쳐도 공청회엔 참가하여 정부 당국의 말을 충분히 듣고 큰소릴 쳐야 시책에 반영되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우리는 지주와 지역사회의 이해를 얻기위한 정부 당국의 끈질긴 인내를 당부하면서 앞서 밝힌 설득력이 미흡한 분야의 과감한 보완이 있기를 바란다.

목요칼럼/쌈닭과 중용론

중용(中庸)은 곧 형평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아니고 이것도 저것도 다 흡수한다. 조화인 것이다. 중도보수는 바로 중용이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사회적으로는 정의구현, 문화적으로는 신문화 배양이 중도보수의 지표다. 국가사회의 정체성 구현이 이 길이고 국리민복이 또 이에 있다고 믿는다. 나라 안팎으로 도도히 흐르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정체적 보수를 거부하는 개혁적 보수를 그리고 진보주의와도 공존하는 것이 중도보수의 길이다. 남북관계 역시 이같은 관점에서 평화 공존을 위해서는 한국전쟁 도발의 불행한 과거를 접어두고 화해협력으로 가는 길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이 정권의 좌파 성향은 광복이후 59년사, 대한민국 56년사를 좌파시각 일색으로 덧칠하려는 현대사 쿠데타적으로 가고 있다. 국기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이래서 나온다. 자유민주주의의 요체인 대화와 협상은 실종된 채 아집과 독선으로 일관한다. 시장경제의 강점인 경쟁은 투자위축으로 침체된 채 계획경제적 규제로 민중은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 댄다. 사회는 국가보안사범 출신의 좌익 세력이 정의로 대표되고, 문화는 이념적 편가르기로 나뉜 것이 이 정권들어 생긴 좌파 증후군이다. 남북관계 역시 북의 식언이나 억지에는 한없이 관대히 대하면서 이에 대한 간곡한 충고엔 매정하게 대한다. 보수의 오류를 시정케 해주는 동반자로서의 진보는 나라의 정체성 틀안에 있는 비이념적 정책주의를 의미한다. 진보주의 또한 진보의 오류를 일깨우는 보수의 충고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양자의 공존이 가능하고 이를 희구하는 것이 중도보수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여망에도 불구하고 중도보수든 극우보수든 보수는 무조건 상대못할 수구세력의 반통일분자로 매도하는 이 정권의 병적 편향성은 과연 비이념적 파트너인 가를 생각케 할 때가 많다. 민중은 수구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3천만원을 돌파한 민생고에서 무슨 기득권이 있어 수구할 것인가, 과거 보수 지도층 일부의 수구세력을 지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긴 하여도, 지금의 진보 지도층 일부의 신기득권자들 역시 이미 수구화한 오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등을 양극화 관계의 대립적 과제로 보는 경제 시각은 중용이 아니다.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타개책 방안을 대립각에서 찾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시각이다. 그 어떤 세상을 만들어도 피할 수 없는 변증법적 모순을 좁히는 길은 투쟁이 아니고 조화다. 이 진보정권과 그래도 함께 가야 하는 것은 나라와 민중을 위해서다. 국가사회를 투쟁형에서 이제는 화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쌈닭 놀음에 지쳤다. 개혁은 만성화한 피곤증으로 그 좋은 낱말이 이젠 듣기조차 싫을만큼 곪았다. 천도다, 과거사다, 뭐다하여 민중사회를 종횡으로 갈래갈래 갈라놨다. 심지어 아들에게 아버지의 과거를 ‘사과’라는 미명으로 탄핵까지 강요하는 세태가 됐다. 이래서 얻는 것은 없다. 갈등만이 있을 뿐이다. 국토의 남북 분단으로도 모자라 민족의 이념 분열을 부추긴다. 중용은 과불급(過不及)이 없는 평범속에서 진실을 찾는다. 이성에 의해 과대와 과소의 욕망을 절제하는 식견이다. 동양 철학 고전의 사서(四書)인 논어·맹자·중용·대학 가운데 나온 말이긴 하나 서양 철학에서도 이를 추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내재적 덕론(德論) 중심의 개념이나 도덕적 의지규정을 강조한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또한 중용과 상통한다. 전향적 화(和)를 갖는 심기는 만사를 이루고 저항적 화(禍)를 품는 심기는 만사를 해친다. 노무현 대통령의 심기에 화기(和氣)가 넘칠 때 민중의 존경을 받게되는 것은 비로소 순리로 간다고 보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보와 함께하는 역동적 중도보수의 소임이 실로 막중한 시기다. 한데, 신뢰가 가는 이런 정치세력을 아직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또한 오늘의 문제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벤처정신을 키우자

최근 지속된 경기의 어려움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세계시장을 누비며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도 있어 한편으론 큰 위로와 희망이 되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불투명할 때 일수록 ‘기업가 정신+도전 정신’인 벤처정신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벤처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여러 가지 부작용은 있었지만 총체적으로 평가해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신벤처의 도약은 벤처정신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제 새롭게 벤처정신을 바탕으로 한 신벤처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몇 가지 기존관행과 제도를 먼저 혁신시킬 필요가 있다. 첫째는 창업과 벤처지원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자금·보육·교육·투자지원제도의 상호연계체제와 보육·창업·교육·금융지원 기관간 업무협의나 교류가 미흡한 실정이다. 유관지원기관과 지원 인프라간 유기적인 연계체제를 구축하고 지원제도를 성장가능 기업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한다. 둘째는 창업벤처에 대한 금융지원시스템을 혁신시켜야 한다. 창업초기기업은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초기에는 R&D에 자본금이 집중투자 되기 때문에 기업의 회계상 부채로 남게된다. 그러나 대부분 금융시스템은 재무제표에 의한 평가만 기계적으로 고수한다. 초기기업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 요소에 대한 금융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벤처창업의 성공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셋째로 창업시부터 확실한 경영전략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기술개발은 항상 판매가 가능한 개발과제를 선정해야 한다. 시장성 없는 기술개발은 개발 후 과도한 추가자금이 소요되고 결국은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개발전에 분명하고 확실한 자금조달과 판매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간인수 합병(M&A)이 과감히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정책에 안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생력을 갖는 벤처정신은 실종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시장성이 없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정부의 자금지원을 요구하면서 버티기도 한다. 이러한 벤처정신이 실종된 기업을 가려 낼 수 있는 평가기법의 개발을 통해 과감히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칠줄 모르는 벤처정신은 우리경제를 재도약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고, 중소벤처기업의 도약은 우리 경제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다. /정영태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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